야설 절대지존 (하)권 23-2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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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10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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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三 章 墨 雲 石 府


<천하를 위해 백년세월을 소비해 석부를 세우니
그것은 절대지존을 위한 안배라 하다.>

귀부신공(鬼斧神工)!
일개 야산에 이러한 거대한 계곡을 만들어 놓은
것은 가히 하늘의 조화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깊은 단애 속에 승천(昇天)을 기다리는 묵린철갑망과
같은 거대한 영물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새조차 날아 오르기 힘든 이 단애속에
인공으로 석문이 있고 거기에 글씨까지 있다니......
"묵운석부(墨雲石府)...... 괴이하구나? 어찌
여기에 저런 것이 있단 말인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저런 것을......"
주서붕이 의혹어린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윙! 윙! 주서붕의 허리에서 기이한 울림이
전해져왔다.
이제보니 주서붕의 허리에서 묵운신검이 저절로
뽑혀나와 울고 있었던 것이다.
주서붕의 눈가에 기이한 깨달음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묵운석부? 묵운신검?"
스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주서붕은 묵운신검을 뽑아
들었다.
묵운신검은 검집을 벗어나자 기이한 부르짖음을
토하며 예리한 검빛을 사방으로 뻗어내었다.
그런데 기이하지 않는가?
우어엉!
묵린철갑망이 괴이한 외침을 지르며 묵운신검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그 눈빛에는 반가운 빛이
번뜩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을 주서붕과 남궁혜같은
총명절륜(聰明絶倫)한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붕랑, 그 검이 묵운신검인가요?"
"그렇소. 그런데 혜매가 어떻게 그것을 아시오?"
남궁혜가 봉목에 신비한 빛을 띠었다.
"붕랑, 그 검을 들고 저 묵린철갑망에게 한 번
다가가 보세요?"
주서붕은 의아한 빛이더니 아무소리 하지않고
묵운신검을 내밀고서 묵린철갑망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묵린철갑망은 그 검을 보더니 서서히 물러나
종래에는 그 묵운석부의 석문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세수대야만한 머리를 땅에 대고 마치
경배(敬拜)하듯 보이는데 그 모습이 무엇을 갈구하는
것도 같고 어떤 제약때문에 더 이상 못 물러나는 것이
안타까운 것 같기도 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더 주서붕은 눈을 빛내며 외쳤다.
"혜매, 이리 와 보시오! 이제보니 이
묵린철갑망에게 금제(禁制)가 가해져 있소!"
과연 그러했다.
묵린철갑망의 배 부분에는 기이한 생김의 앞다리가
생겨나 있어 그 앞다리에는 검은 빛의 사슬이 매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사슬은 묵운석부의 벽에 박혀 있었다.
"괴이하군! 이토록 거대한 묵린철갑망을 잡아 놓은
사람도 놀랍지만 묵린철갑망이 겨우 저 정도의
묵강한철(墨鋼寒鐵)에 꼼짝을 못하다니......"
우......우......
묵린철갑망이 나직이 울부짖었다.
주서붕은 그 눈에 흉악한 빛은 전혀 없고 간절한
빛만 가득함을 알아 보았다.
남궁혜가 조용히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정녕 사부님의 말씀이 사실일 줄이야!"
"혜매, 그게 무슨 말이오?"
주서붕이 남궁혜의 말에 의아한 듯 물었다.
"제가 가진 무공외에 또 다른 사문이 있는 걸
아세요?"
"내가 알기론 혜매가 불영신니의 유학(遺學)을 얻은
것으로 들었소."
"붕랑께선 모르는게 없군요. 저는 저희집 부근에
있는 관음동(觀音洞)에 참배하러 갔다가 선사의
불영유진(佛影遺眞)을 얻었어요."
남궁혜는 뛸 듯이 기뻐했고 불영신니를 사부로
모시고 불영유진을 연마하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그 불영유진의 맨 끝부분에는 실로 처녀의
몸으로는 감히 바라기조차 곤란한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가?
그녀는 그것을 쳐다보지도 않으려 했지만 그 서두에
불영신니가 반드시 익혀야 된다고 엄명을 해놓아
익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관음제세대법이었고 그 관음제세대법
다음에는 무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글귀가 쓰여져
있었던 것이다.

<천하 무공의 총고(總庫)가 있으니 이를 묵운석부라
부른다. 여기에는 천하 정종(正宗)의 무공이 모두
망라되어 있으며 여기에 들어갈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는 무림 역사상 유일무이(唯一無二)하게
정사의 모든 무공을 섭렵(涉獵)하고 정사의 한계를
떠난 절대지존(絶代至尊)의 위(位)에 오르게 될
것이다......>

"그럼 그 묵운석부가 바로 여기......?"
주서붕이 거므스레한 빛을 띠고 있는 묵운석부의
문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요. 여기가 틀림없어요.그리고 붕랑께서 바로
그 절대지존이시구요!"
"내가?"
주서붕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나야 혜매도 알다시피 흉악무비한 마중지존인데
어찌 절대지존이 될 수 있겠소? 더구나 묵운석부의
주인은 정해져 있다고 하지 않았소?"
"그래요. 바로 붕랑으로 정해져 있어요."
남궁혜는 주서붕이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하자
주서붕의 손목을 잡았다.
"그 뒷부분에는 묵운석부의 주인이 묵운신검을
지니고 나타나며 관음제세대법도 그를 위해
준비......"
말을 하던 남궁혜는 조금 전의 그 격렬한 정사가
생각나자 가슴이 두근거려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아니 그럼 이제보니 혜매도 내것으로 준비가 되어
있었던게 아니오?"
"뭐라구요?"
남궁혜가 표독하게 외치며 주서붕에게 달려 들었다.
"하하하......"
주서붕이 낭랑히 웃으며 남궁헤를 꼭 끌어 안았다.
남궁혜는 마구 앙탈을 부렸지만 이내 조용해져
고개를 주서붕의 가슴에 대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세상에 나보다 행복한 여자가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런 생각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남궁혜를 품에 안고 주서붕은 유심히 묵운신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뇌리에는 무영천투의 유언이 떠오르고 있었다.
'무영천투와 같은 인물이 이 검을 그토록 중요시
했으니 혜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검이
어떻게 구중비고 안에 있었을까?'
주서붕은 아무리 보아도 묵운신검에서 이상함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떨어진 두 사람이 골머리를 싸매 보았지만 이
묵운신검은 검신과 자루가 모두 하나라 검의
손잡이속에 무엇이 있으리란 기대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묵린철갑망이 초조한 듯 주서붕
등과 같이 묵운신검을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여기 글자가 있군!"
주서붕이 천안통을 운용하여 검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다가 외쳤다.
검과 자루의 경계라고 할 수 있는 호수(護手)부분에
있는 무늬가 지극히 정교한 글자였던 것이다.
그것은 너무도 도안화되어 있고 게다가 거꾸로
새겨져 있어서 쉽게 알아 볼 수가 없었을 따름인 아주
쉬운 비밀(?)이었다.
<해구묵룡(解求墨龍).>
반대편에는,
<연즉계연(然則繼緣)!>
"묵룡을 구하라. 그러면 인연이 이어 지리라. 이건
저 묵린철갑망을 구하라는 소리인 것 같군?"
주서붕의 말에 남궁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은데요?"
순간, 우어---엉!
묵린철갑망이 돌연 크게 외치며 그 엄청난 머리를
휘휘 내두르는 것이 아닌가?
흠칫 물러섰던 주서붕은 묵린철갑망의 눈에 희열의
빛이 충만함을 보고 의혹을 느끼며 말했다.
"혹시 네가 우리들의 말을 알아 듣는단 말이냐?"
보라! 놀랍게도 묵린철갑망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가?
신기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었다.
"너는 우리의 도움을 원하느냐?"
역시 묵린철갑망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서붕이 묵운신검을 내밀었다.
"이 검을 지닌 사람이 너를 제압하였느냐?"
역시 그렇다는 대답이었다.
주서붕은 묵운신검의 주인이 누구였을까
생각해보다가 묵린철갑망의 곁으로 다가갔다.
"붕랑!"
남궁혜가 걱정스레 외쳤다.
"괜찮소."
주서붕은 묵린철갑망이 묶인 상황을 들여다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보니 용골(龍骨)을 제압당해 이 묵강한철을
묵린철갑망이 어찌할 수 없었군......"
용골이라 함은 뱀이 용으로 변해 승천할 때 날기
위한 뼈이다. 그것이 파괴되면 모든 공이 수포로
돌아가고 용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주서붕이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말했다.
"내 이제 너를 구해줄테니 용이 된 후 절대로
악업(惡業)을 짓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느냐?"
우우...... 묵린철갑망이 거대한 눈을 깜박거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좋다. 혜매, 물러서시오."
주서붕이 낭랑히 소리치며 벼락같은 기세로 일검을
쪼개어 내렸다.
차--- 앙!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 묵린철갑망을 억압하고 있던
묵강한철이 어찌 썩은 나무토막과 같이 부서져
날아갔다.
"크아--- 앙!"
그 순간 묵린철갑망이 천지가 진동하는 외침을
토하며 허공으로 몸을 날리지 않는가!
"붕랑, 위험해요!"
남궁혜가 자지러지듯 놀라 외쳤다.
그러나 주서붕은 안색 하나 변치 않고 태연히
있었다.
휘--- 휘휙--- 진풍경기가 일어나며 묵린철갑망의
그 거대한 몸이 호선(弧線)을 그리면서 주서붕의
머리위를 지나 안개가 서리고 있는 못속으로
들어갔다.
쏴아아......
장관(壯觀)이었다.
묵린철갑망이 마치 빨려들 듯이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물기둥이 하늘 끝까지 솟구쳐 오르는 듯
사방으로 분출되었다.
그러나 그 물줄기들은 주서붕 앞에 이르러서는 마치
담장에 부딪친 듯 부서지며 퉁겨나가고 있엇다.
쿠르릉!
하늘 높이 치솟았던 물기둥이 굉음을 토하며
내려앉았다.
그 순간, 돌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며 거대한
묵운석부가 절반으로 갈라져 좌우로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붕랑! 묵운석부의 문이......"
남궁혜가 격동에 찬 음성으로 말하며 주서붕의 손을
잡았다.
"자, 가봅시다. 과연 이 묵운석부가 나를 기다리는
곳인지 아닌지......"
주서붕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걸음을 옮겼다.

묵운석부의 안은 높이가 한장 반,넓이가 두 장에
이르는 거대한 복도였다. 그 길이는 십오 장 정도에
이르고 있었다.
천정에는 야명주가 걸음마다 박혀있어 어둠을
쫓아내고 있어 그 위용은 장관이라 할 수 있었다.
끄르릉!
주서붕과 남궁혜가 지하복도를 중간 정도 걸어가자
석문이 닫혀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궁혜가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 보았다가
주서붕을 바라보니 뒤를 보기는 커녕 표정에 미동조차
없었다.
'붕랑의 수양은 이미 지고(至高)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절대지존...... 이분이 아니고서야 누가
그 칭호를 감당하겠는가?'
남궁혜의 가슴속에 주서붕에 대한 존경의 염(念)이
떠올랐다. 남자로서 자신의 여자에게 존경받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복도의 끝은 하나의 석문이었고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초서(草書)로 갈긴 열 자가 두
줄로 새겨져 있었다.
<정기만천하(正氣滿天下),>
<왕도시여일(王道是如一),>
"멋진 필력이다! 왕희지의 초서도 이와 같지는
않으리라."
주서붕이 감탄을 했다.
손가락으로 쓴 듯한 그 필체는 생동감으로 흘러가는
듯 하며 쓴 사람의 공력과 기품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다.
그 두 줄의 초서 밑에는 황금빛의 둥근 고리가 두
개 달려 있었다.
남궁혜가 그것을 보고 쪼르르 달려가 살펴보더니
고리를 잡고 잡아 당기고 밀고 돌리고 별짓 다해
보았지만 석문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켜보시오. 이 문은 아마도 문안에 들 수 있는
자격을 시험하는 것 같소."
주서붕이 담담히 말하더니 석문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문에서는 특별한 기관은 없었다.
주서붕이 양손으로 고리를 잡더니 말했다.
"이 문은 파괴하지 않고 오로지 힘을 사용해서
열어야 하는데 내 생각대로면 만근 이상의 힘이
있어야 열릴 것 같소."
"만근이라구요?"
남궁혜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차--- 앗?"
두 발을 든든히 디디고 선 주서붕이 우렁차게
외치며 고리를 잡아 올리기 시작했다.
마찰음이 들리며 석문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원래 석문은 위로 올라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린 것이었다.
"으...... 음!"
주서붕의 이마에서 힘줄이 불거지더니 그의 몸에서
묵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와르릉! 석문이 마침내 쫙 올라갔다.
석문 안은 하나의 석실이었다.
사방 사오 장 가량의 장방형의 석실. 좌우에는
거대한 서가(書架)가 놓여 있었고 거기에는 가득
책들이 꽂혀 있었다.
중앙에는 하나의 석탁이 있고 서탁 가운데에는
용안만한 구슬 하나가 박혀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전면에는 절반 가량 열린 석문이 보였는데
아마도 다른 곳으로 통하는 문인 것으로 보였다.
주서붕이 천천히 서탁으로 다가가서 서탁에 박힌
구슬을 자세히 보더니 중얼거렸다.
"전설인 줄만 알았더니 피진주(避塵珠)가 정말로
존재하는구나."
피진주란 먼지를 쫓는 구슬로써 주서붕 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책을 먼지에서 보호하기 위한
것인 듯했다.
"붕랑, 이것 보세요.여기에 있는 책들이 모두
무공비급이예요."
남궁헤가 격동에 찬 음성으로 외쳤다.
"뭐라고 했소?"
주서붕이 어이가 없는 듯 두리번거렸다.
과연 그러했다.
좌우 서가에 가득찬 책들은 무공비급 아니면 그에
관련된 책들 뿐이었다.
그것은 너무도 방대한 불량이라 실히 수천권
이상이었고, 천하의 모든 무공을 망라(網羅)한 듯
보였다.
"붕랑, 사부님께서 하신 묵운석부에 대한 말씀은
모두 사실이었어요."
남궁혜가 기쁨을 못차고 깡총거렸다.
주서붕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듯
바라보며 생각을 굴렸다.
'여기에 있는 무공비급이 설혹 일류의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러한 양을 모을 수 있는 것은
불영신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이것을......?'
무림군웅사에서 불영신니에 대한 것을 읽은
주서붕은 의혹이 떠올랐다.
불영신니는 일대의 신니로서 무림의 절정고수 중
다섯 손가락안에 꼽힐 수 있는 고수 였으나 신비하게
실종되었고 그녀의 유진속에 묵운석부에 관한 것을
언급해 놓은 것이다.
서가에 꽂인 무공비급을 살펴보던 주서붕과
남궁혜는 놀람을 금할 수 없었다.
서가의 왼쪽은 내가무공(內家武功), 오른쪽은
외가무공(外家武功)이었는데 그 분량의 많음은
제쳐두고라도 그 내용의 박대정심(博大精深)함은 가히
무학의 최고봉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하류의 무공에서부터 고심한 신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무공을 모아 놓고 있는데 기이하게도
사도의 무공은 단 한가지도 없었다.
"어머나! 소림의 역근경과 세수경(洗髓經), 무당의
천무진해, 곤륜의 태청비급...... 구대분파의 모든
비급들이 아니? 우리 집의
천애검보(天涯劍譜)도......"
남궁혜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가전무공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남궁혜는
천애검보에 있는 무공이 조금도 빈틈없이 완벽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각문 각파,무림의 대소문파와 그 숱하게
명멸(明滅)했던 기인고수(奇人高手)들의 무공이 모두
망랑되어 있다시피 했다.
"혜매, 당신의 말이 틀림없소.이곳에는 천하 정종의
모든 무공이 망라되어 있소. 도대체 누가 무엇때문에
이런 안배를 해 놓은 것인지......"
"붕랑, 이것 좀 보세요!"
남궁혜가 두툼한 책 한 권을 빼어 들었다.
"그게 뭐요?"
"마종무공정해(魔宗武功精解)라고 되어
있어요.그런데 안에는 각종의 마공이 수록되어 있는데
붕랑께서 맞나 보세요."
남궁혜의 말대로 그것은 조금도 틀림없는
마종무공의 집대성(集大成)이었다. 거기에는 천하의
모든 마공,사공,독공 등이 수록되어 있고 그 연마하는
과정과 그것의 약점과 강점 등이 모두 수록되어 있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나 참고는 할 수 있으되 직접 연마는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구결과 운용방법 등 실제적으로
사용내지는 연마할 수 있는 방법은 삭제되어 있는
까닭이었다.
주서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참고서로 만들어진 것이오. 아마도 이
무고(武庫)를 만든 사람은 이곳을 발견한 사람이
마종의 무공을 익히는 것을 싫어 했거나......"
"아니면 붕랑과 같이 통달한 사람임을 안
것이겠지요?"
주서붕이 가볍게 웃었다.
"어디봐요.지존마공을 격파하는 방법도 있는지?"
남궁혜가 마종무공정해를 뺏아 들었다.
그것은 맨 끝에 있었다.
그러나 격파하는 방법은 없었고 빈 칸에 몇 줄의
글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괴이하게 누군가가
먹으로 짓뭉게 놓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붕랑,이상하지 않아요. 기왕에 쓴 것이라면
무엇때문에 다시 지워버렸을까요?"
"어디 봅시다. 어쩌면 알아볼 수가 있을지도
모르오."
주서붕이 유심히 그것을 들여다 보았다.
거기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주서붕으로서는
궁금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다. 지존혈기를 자신의
것으로 한 지금 그의 무공은 당년의 마중지존에 못지
않은 것이다.
"지존마공은...... 최강, 최고의 마......공이다.
그를 격파할 무......공은 없다."
주서붕이 천천히 뭉게진 글을 읽어내려갔다.
지워진 내용을 읽자 주서붕은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렇다면 붕랑의 무공은 이미 무적에 이르른
것이군요!"
남궁혜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어조에는 기쁨이
어려 있었다.
주서붕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 이 글이 지워지기 전까지는 그랬을 것이오."
"그건 무슨 뜻인가요?"
"혜매는 무림기녀인데 왜 이 글이 지워졌는지
짐작하지 못하겠소?"
남궁혜는 가만있다가 두 눈을 빛냈다.
"그렇다면 이글을 지운 것은 지존마공을 능가할
무공이 나타났단 뜻일가요?"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는 거기에 두 가지의
뜻이 있는것 같소. 그 하나는 혜매의 말과 같이 되어
이 글을 쓴 사람이 지운 것이고 또 하나는
외인(外人)이 이 글에 불만을 느끼고 이 글을 지웠을
가능성이오......"
"설마 우리보다 여기에 먼저 온 사람이 있었을
리가?"
"단언할 수는 없는 일이오. 불영신니께서 이곳을
아시는 것이 나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오. 만약 누가
이곳에 왔었다면 그는 절대고수일 것이며 지존마공을
능가내지는 비전할 수 있는 무공이 이 글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오."
그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었고 놀라운 일이었다.
"자, 우리 우선 이 석부 안부터 자세히 조사해
보도록 합시다."
주서붕의 말에 남궁혜는 비로소 반쯤 열린 석문에
생각이 미쳤다. 석문 안은 하나의 광장(廣場)이었다.
연무장으로 쓰이기 위한 듯한 광장의 좌우에는 각기
문이 하나씩 있었다.
오른쪽의 것은 침상 등 기거할 수 있는 침실이었고
왼쪽의 것은 맑은 샘과 황정(黃精) 그리고 준비된
건량과 벽곡단 등으로 식량창고와 같은 곳으로
보였다.
"붕랑, 무엇을 보세요?"
남궁혜가 여자답게 식량창고 안을 세심히 살피고
나오다가 전면의 석벽을 주서붕이 주시하고 있음을
보고 물었다.
그 순간, 주서붕이 전면의 이끼 낀 석벽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가벼운 음향과 함께 석벽에 끼어있던 이끼가 모조리
가루가 되어 밑으로 흘러내렸다.
"아니!"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던 남궁혜가 탄성을 질렀다.
이끼가 모조리 사라지고 나자 거기에는 주먹만한 네
글자가 나타났던 것이다.

<왕자지문(王者之門)!>

그러나 글자가 있을 뿐 문은 보이지 않았다.
"과연 여기에 문이 있었군......"
주서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붕랑, 문은 보이지 않는데요?"
"여기 구멍이 보이지 않소? 내 짐작으로는 아마
어떤 금약(禁 ;열쇠)같은 것이 있어야 이 문이 열릴
것 같소."
"그냥 열 수는 없을까요?"
남궁혜의 말에 주서붕이 한참 주위를 돌아보고
계산을 하고 하더니 심각한 안색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금약 없이는 안되겠소. 무리를 하면 이
지하광장이 무너지게 끔 되어 있구료."
"아니 참 이상하군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이런
엄중한 장치를 해 두었을까요?"
주서붕이 미미하게 웃었다.
"어쩌면 이곳에 정종무공의 무고보다 더 귀중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오."
"어쩌면 당신의 미소는 그토록 황홀하지요?"
홀린 듯 남궁혜가 주서붕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가
꿈꾸듯 말했다.
주서붕이 낭랑히 웃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나에게 흘린 것이 아니오?"
"아니 뭐라구요?"
문득 정신을 차린 남궁혜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그녀가 교태롭게 눈을 흘기는 순간, 그녀의 몸은
주서붕의 그림자에 덮이고 있었다.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주서붕과 남궁혜의 사이는 더 이상 깊어질
수 없게 깊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그 수많은 무공들을 검토해 보고
있었다.
지난 며칠 간 주서붕이 읽은 것 어느 것 하나도
기공절기(奇功絶技)가 아닌 것이 없었지만 지금
주서붕의 무공에 비할 수는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서붕은 그 책 속에 아무렇게나
박혀있는 책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정종무공순위보(正宗武功順位譜)>
안을 대강 들여다 본 주서붕은 기쁨을 금할 수
없었다.
"이것은 이곳에 있는 무공을 정리해 놓은 것이로군!
덕분에 많은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는데?"
주서붕이 서탁에 앉자, 남궁혜도 달려와 그의 옆에
앉았다.
정종무공의 최고봉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위력은 최강의 마공과 어떠한가?
하는 것은 그들 뿐만 아니라 전 무림인의 관심사인
것이다.
정종무공순위보에는 서언(序言)이 있었다.

<무공에는 원래 구분이 없었지만 수련하는 방법
때문에 정종과 마종의 구분이 생겼으며 그 차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마종의 무공은 속성(速成)이 그 장점이나 사람의
몸을 망치고 정신을 파괴하여 인성(人性)을
상실케하는 마성이 있다.
그것은 마종무공의 단계가 높을수록 더하여 최고의
마공을 익히게 되면 마중지마가 되어 악마의 화신으로
변하게 된다......(中略)
그리하여 여기에 마종무공을 누를 수 있는
정종무공을 모두 망라했다.
이것은 마도의 창궐(猖獗)을 막기 위한 안배였으며
백년의 시일이 소요되었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이토록 엄청난
일을......"
"강호의 기인들이 어찌 한 두 분이겠소...... 더
읽어 봅시다."

<여기에는 일급 이상의 무공만 모았으며 그 수효는
칠천 이백 아홉 가지에 이른다.
무공에 구분을 둔다는 것은 정도는 아니나 여기서는
불(佛), 도(道), 유(儒), 속(俗)의 사가(四家)로
배분했다. 총체적인 순위는 따로이 기록해 두었으나
백위 이내에 드는 무공은 기실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後略)......>

서문은 대략 끝이 났으나 역시 기록자의 이름은
없었다.
"도대체 이 분이 뉘실까요?"
"글쎄, 이러한 능력을 지닌 기인이 있다는 말은
나도 들어본 적이 없소......"
주서붕도 고개를 흔들더니 궁금한 듯 다음 장을
넘겼다.

---불가무공편(佛家武功篇).

<여기에 실린 불가무공은 중원은 물론 서역과 천축
등 천하의 모든 불가 무공을 망라한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불가무공은 모두 이천 오백 구십
가지이다. 그중 특히 뛰어난 것을 골라
십구대신공(十九大神功)을 뽑았다...... >
다음장부터 순위가 나열되어 있었다.
<제일위, 여래불심항마신공(如來佛心降魔神功),
제이위 소림 대승반야선공(大乘般若禪功),
제삼위 서역 천룡사(天龍寺)
천룡무상진기(天龍無相眞氣),
제사위 수미전단신공(須彌構檀神功),
제오위......>
불가 십구대신공의 위력은 경천동지의 것이었다.

"어머나! 불영관음신공이 십위에 들어 있군요?"
남궁혜가 자신의 무공이 십위에 있음을 보고 반색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주서붕의 얼굴을 보고 의아한 듯
말했다.
"붕랑, 왜그러세요?"
"혜매는 이 제 일위의 무공이 어디 것인지 아시오?"
"글쎄요, 아! 좀전에 본 비급에 있던 것 같군요.
천축의 뇌음사?"
"맞소.그리고 그 무공은 이미 내가 지니고 있소."
주서붕이 고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붕랑께서 불가 최고의 무공을 지니고 계시단
말씀이예요?"
남궁혜가 놀란 빛으로 주서붕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대가께선 지존마공을 지니고 계시면서도
심성이 변하지 않으셨군요?"
주서붕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오.내가 맑은 심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보패신력을 지닌 신체(神體)이기 때문......"
주서붕은 자신이 황사 공선대사에게 무공을
전수받게 된 이야기를 했다.
남궁혜는 기이함을 느낀 듯 주서붕을 쳐다보았다.
"황사(皇師)의 신분은 지고무상한 것으로
들었어요.그럼 붕랑의 신분은?"
주서붕이 잠시 머뭇하더니 말했다.
"내 당신에게 무엇을 숨기겠소. 내 이름은
주서붕(周胥朋)이 아니라 주서붕(朱瑞鵬)이라오."
남궁혜의 두 눈에 경악의 빛이 가득 찼다.
"그...... 그럼 절세신동(絶世神童)이라는
만박왕자...... 당금 성상의 세째 황자가 바로......"
"그렇소. 내가 바로 그 주서붕이오."
주서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혜가 멍청해 있다가 허물어지듯 그 자리에
무릎을 꿇어다.
"소첩이 전하를 몰라뵙고......"
그러나 그녀의 무릎은 땅에 닿지 않았다.
그녀의 말도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주서붕이 그녀의 허리를 휘어감으며 말을 막은
것이다.
"혜매, 이곳은 강호요! 그리고 혜매와 나는 이미
부부의 연을 맺은 몸이니 더 이상 나를 번거롭게 하지
마오!"
주서붕은 저간의 사정을 대강 들려 주었다.
남궁혜는 총명한 여인이었다.
어떤 것이 주서붕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인지
아는 것이다.
'이분께서 황자...... 책 밖에 모른다던 그 분이실
줄이야......'
실로 믿기지 않는 일이 아닌가! 일개 서생이던
나라의 황자가 마중지존이 되어 나타나다니......
남궁혜는 모든 것을 털어 버리려는 듯 화제를
돌렸다.
"그럼 붕랑께선 불, 마의 최고무공을 지니신 셈이
아니예요? 그런데 왜?"
그녀는 주서붕이 좀전에 씁쓸한 표정을 지은 것을
기억한 것이다.
주서붕이 고개를 저었다.
"여래불심항마신공이 절학임에는 틀림이 없소.
하지만 지존마공에 비길 수는 없소. 아니 심지어는
오대마공이나 사공,독공조차 간단히 상대할 수 없을
것이오."
"마종무공의 위력이 그토록 대단한 것인가요?"
남궁혜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렇소. 내 생각으로는 여래불심항마신공이 최고에
이르르면 다른 마공보다 우세를 점할수는 있을 것
같소. 하지만 지존마공같이 결정적인 차이는 낼 수가
없소."
"그렇다면 정도의 무공은 마도의 무공보다
떨어진다는 말인가요?"
"지금으로 보아 그럴 수도 있소. 마종무공은
편격(偏格)한데다가 그 위력이 잔독(殘毒)하므로
오히려 앞서는 면도 있소."
남궁혜는 불복인 듯했다.
"어디 우리 다음을 봐요! 혹시 지존마공을 누를
절학이 있는지......"
주서붕과 남궁헤는 다음 장을 넘기고 있었다.

---도가무공편(道家武功篇).

<도가무공은 무당 장삼풍 조사를 원조로 삼으나 그
기원은 확실치 않다.
아마도 상고(上古)시대에서부터 일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것은 모두 일천 칠백 아홉 가지로
그중 칠십 가지의 위력이 뛰어나며 그 가운데에서도
십이 종이 독보적인 위력이 있다.
그를 도가 십이대신공으로 부른다.
제일위 자허옥청강기(紫虛玉淸 氣),
제이위 쇄마천강검식(碎魔天 劍式),
제삼위 태청강기(太淸 氣),
제사위 태극양의강기(太極兩儀 氣),
제오위 응원공(凝元功),
제육위 태극혜검(太極慧劍),
제칠위 적하염제장(赤霞炎帝掌),
제팔위 ......>
도가 십이대신공의 위력도 엄청난 것이었다.
특히 거기에는 검법 두 가지와 장법이 하나 들어
있어서 어떠한 위력을 가진 것인지 짐작케 해주었다.
"태청강기는 곤륜파의 실전신공이고 태극양의강기는
무당파, 응원공은 청성파, 태극혜검은 무당의
진산검법 그리고 적하염제장은 아미파......"
중얼거리던 남궁혜가 고개를 들었다.
"붕랑, 제일위와 이위의 무공의 연원이 어떻게
되는지 아시겠어요?"
주서붕이 대답했다.
"쇄마천강검식은 도중검선(道中劍仙)이라던
쇄마신도(碎魔神道) 무허자(無虛子)의 절기였고
자허옥청강기는 들어 본 적이 없소. 어디 한번 찾아
봅시다."
주서붕도 궁금한 듯 서가를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 있군!"
잠시 후 주서붕이 책 한 권을 빼들었다.
낡은 견책(絹冊)이었다.
겉장에는 천치심득(天痴心得)이라고 예서로 쓰여져
있었다.
거기에는 자허옥청강기와 자허검법(紫虛劍法),
그리고 천우장(天愚掌) 구초(九招)와
자허표령신법(紫虛飄零身法)등의 네 가지 무공이
수록되어 있었다.
"어때요?"
옆에서 남궁혜가 넘겨다 보며 물었다.
"놀랍소. 검법만 해도 쇄마천강검식에 떨어지지
않는 듯하오. 더구나 자허옥청강기는 무서운 위력이
있어 불문 일위의 무공보다 더 한 위력이 있는 것
같구료......"
주서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천치자(天痴子)가 이 비급을 남겼는데 나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단 말이오......"
주서붕의 말을 듣고 있던 남궁혜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지존마공과는......"
주서붕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 정녕 마중지존의 무공은 무적이란 말인가?'
남궁혜가 부지중에 탄식했다.

유가무공편(儒家武功篇)이 펼쳐졌다.

<유가무공의 기원은 비교적 짧다.
그런만큼 수효도 적고 특출한 무공도 많지는 않다.
여기에 칠대신공을 뽑아 놓았다.
그 가지 수는 모두 일천 일백 세 가지이다......
제일위 천지일원신공(天地一元神功),
제이위 만상신공(萬象神功),
제삼위 주천무애강기(週天無涯 氣),
제사위 대연오대검식(大衍五大劍式),
제오위 유문백옥강기(儒門白玉 氣),
제육위 ......>
남궁혜의 무공은 이 며칠 사이에 급증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문의 무공이 비교적 약해보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중 하나만 익혀도 강호상에 적수가
많지 않으리라.
"붕랑, 유문의 무공은 지존마공을 능가하지
못하겠군요?"
"그렇소,오대마공이나 사공과도 어깨를 겨누기에
힘들 정도요......"
주서붕이 고개를 흔들더니 다음 장을 넘겼다.

<속가의 무공은 비교적 그 위력이 강대하다.
여기에 모두 일천 팔백 일곱 가지의 무공이
수록되었으며 그중 삼백에 가까운 숫자가 뛰어나다.
그 중에서 이십팔대신공을 뽑았다.
제일위 멸진파홍신공(滅塵破虹神功),
제일위 오행합운신공(五行合運神功),
제삼위 풍운십팔해(風雲十八解),
제사위 천풍광무신검(天風狂舞神劍),
제오위 화합신공(和合神功),
제육위 자극혼원일기(紫極混元一 ),
제칠위 천선강기(天仙 氣),
제팔위 파천치뢰검(破天馳雷劍),
제구위 현천무적진기(玄天無敵眞氣),
제십위 벽력소양장(霹靂銷陽掌),
제십 일위......>
강대하고 굳건한 절학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남궁혜가 탄성을 터뜨렸다.
그녀는 강호에 이와같이 엄청난 절학들이 있음을
자신의 무공이 그토록이나 초라한 것임을 확연히 느낀
것이어었다.
그녀가 감탄하고 있는 동안 주서붕은
멸진파홍신공과 오행합운신공을 찾아서 그 위력을
조사해 보고 있었다.
두 가지 신공이 다 일위에 있음은 그만큼 우열을
구분할 수 없었음이리라.
"과연 무쌍한 절학들...... 불도 양가의 절학에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구나."
주서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붕랑!"
주서붕은 그녀의 뜻을 알고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의 내 지존마공은 십일성의 수위에 있소.
여기에 있는 무공들은 현재 내 무공을 이겨낼 수
없소."
"또 안된단 말인가요?"
남궁혜가 맥빠진 듯 말하더니 눈을 빛냈다.
"만약 여기있는 사가(四家)의 최고 무공을 한꺼번에
전개한다면?"
주서붕이 잠시 숙고(熟考)하더니 대답했다.
"지고의 고수 네 명이 사가의 최강무공을 최고까지
습득해 합공해도 승리할 수는 없을 것 같소. 이것은
지존마공도 완벽할 때의 일이지만...... 만약......"
주서붕이 말끝을 흐렸다.
"만약 무엇이예요?"
"한 사람이 있어 그 사가의 무공을 섭렵하여 그것을
융화시킨 새로운 무공을 만든다며 자웅을 겨룰 수
있을 것이오."
"결국 불가능하단 말이군요? 이러한 최고무공은 한
가지 터득하기도 어려운데 언제 극한까지 익히고 또
새로운......"
갑자기 남궁혜가 눈을 빛내며 주서붕을 바라보았다.
"왜그러오, 혜매?"
주서붕이 물었다.
"붕랑은 하실 수 있죠?"
남궁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주서붕은 머쓱한 것 같더니 웃었다.
"최고무공은 한 가지 터득하기도 어려운데 내가
언제 그럴 능력이 있겠소?"
"붕--- 라앙!"
남궁혜가 어리광부리 듯 그의 목에 매달렸다.
주서붕이 그녀의 머리를 사랑스러운 듯 쓰다듬더니
가볍게 웃었다.
"남들이 보면 흉보겠소. 하지만 내게는 시간이 없지
않소?"
"얼마나 걸리겠는데요?"
주서붕이 뚜렷하게 말했다.
"일년의 시간만 있으면...... 그리고 조금의 시간만
더 있으면 지존마공과 그 정종최고 무공을 융합한
정종과 마종을 초월한 무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오!"
"겨우 일년! 그렇다면 붕랑께선 정녕 절대지존이
되시겠군요?"
주서붕이 쓰게 웃었다.
"내겐 그런 시간이 없소."
"왜요? 그 천기령주에게 복수하는 일 때문예요?
군자의 복수는 삼년이 지나도......"
"그런게 아니오. 강호 정세 때문이오. 일년이
지나면 강호는 완전히 천제령의 수중에 들
것이오...... 그렇게 되면 조정마저도 무사치
못할......"
주서붕의 얼굴에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 그의 눈에
고군분투하는 태자형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아니되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게 결코 그런
시간은 없소!"
그토록 수양이 깊은 주서붕이 격동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를 암에 있어 그 여인보다 잘아는 사람은
없다지 않던가!
남궁혜는 주서붕의 손목을 꼭 잡아쥐었다. 따스한
온기가 손에서 가슴으로 번져갔다.
이래서 여인이 좋은 것인가......


{{}}{{{{ 第 二十四 章 아아! 王者之劍
}}
}}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왕자지검! 하지만 그
실체는 오묘하기만 하니......>

"어머나! 순위보 끝에 글이 있어요!"
남궁혜가 돌연 소리쳤다.
과연 그러했다.
무공순위가 다 끝이 났는데도 글이 남아 있는
것이다.
"붕랑! 이것 보세요! 묵운석부를 만든 분이 남긴
글이예요!"
남궁헤가 격동하여 소리쳤다.
그녀의 격동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토록 엄청난
역사(役事)를 이루어낸 인물이 어찌 범상한
사람이겠는가?

<노부는 천하 정종무공의 집대성을 이루었다고
자부했으며 마종의 무공은 영원히 고개를 들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역사상 최초의 마중지존이 나타난 것이다.
노부는 그를 굴복시켜 마종을 소멸하려 하였다.
그러나 노부는 어이없이 격파되고 말았다.
노부는 석부내의 모든 무공을 다 뒤져 보았으나
결코 마중지존을 능가하는 무공을 찾을 수 없었다.
노부는 일순 낙담했으나 결코 낙망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노부는 마침내 마중지존의 무공이 천축의
영겁수라문(永劫修羅門)에서 연유되었음을
알아내었다.
영겁수라문은 최고 마문(魔門)으로 악마의 후예라
일컬어진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결코 영겁수라문의 마공을 깰 수 없다.>

"지존마공이 천축의 것이라고?"
주서붕은 새로운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중지존의 무공이 천축에서 연유되었을 줄이야!
천축이란 진정 자신과 기이한 인연이 있지 아니한가?

<그러나 마중지존의 마공은 청출어람(靑出於藍)하여
영겁수라문의 무공을 뛰어 넘은 것이었다.
특히 천마극염지존강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굉천뇌화혈운파(轟天雷火血雲破)에는 천하의 모든
무공이 빛을 잃는다.
아무 것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다......>

"붕랑! 사실이예요? 마중지존의 무공에 그런 것이
있어요?"
"바로 이 지존마환 최후의 절기요. 펼치면 거둘 수
없으며 주변 백 장이 완전히 초토가 되오."
주서붕이 지존마환을 내밀자 남궁혜는 어이없는 듯
봉목을 깜박이며 지존마환을 바라보았다.
뉘라서 그 조그만 지환에 그와 같은 위세가 있음을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어찌 알았겠는가?
하늘의 안배가 심오함을...... 노부는 마침내
지존마공과 마중지환에 대항할 수 있는 무공을
찾아내었다.
그것은 상고기병(上古奇兵)인
천상신륜(天上神輪)이었다.>

"천상신륜?"
두 사람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중얼거리며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사대중보의 하나가 아닌가?
신륜광개천 천지혼암흑(神輪光蓋天,天地混暗黑),
신륜의 광채 하늘을 가리며, 천지가 온통 암흑이리라
......
주서붕은 왠지 무림사보가의 한 귀절이 떠오름을
느끼고 가슴이 섬뜩하였다.

<천상신륜에 있는 금광개천신공(金光蓋天神功)은
천마극염지존강과 자웅을 겨룰만 하고, 천상신륜에서
펼쳐지는 개천신륜광(蓋天神輪光)은 지존마환의
굉천뇌화혈운파와 비견할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노부는 그것을 찾을 수 없었다.
나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놀랍지 않은가? 마중지존이 홀연
강호에서 사라진 것이다.
노부는 기이하여 조사에 나섰다가 실로 가공할
사실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마중지존은 천향비자(天香妃子)라는 여인이
나타나고 강호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그 뒤로 그 여인의 종적도 강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노부는 마중지존이 천향비자에게 패했거나,
동패구사(同敗具死)했으리라 의심한다......>

"동패구사? 패배? 어찌 그럴 수가?"
남궁혜가 망연자실(茫然自失)하여 부르짖듯 말했다.
누가 감히 마중지존과 맞설 수 있더란 말인가?
그러나 주서붕은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글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러한 것을 남궁혜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붕랑, 혹시 천향비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으세요?"
"잘은 모르오. 하지만 한 번 들은 적은 있는 것
같소."
"천향비자가 누구기에 마중지존과 어깨를 겨룰 수
있나요?"
"아마 여기에 해답이 있을 거요."
주서붕이 천천히 말했다.

<노부는 갖은 심혈을 기울인 끝에 천향비자가
천축에서 왔음을 알아내었다.
그리고 그녀가 천향심마문(天香心魔門)의 출신임을
알아낸 노부는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향심마문은 전설속의 마문으로 그 무공이 오히려
영겁수라문의 것을 능가하는 것이다. 만약
천향심마문의 무공이 지존마공을 능가한다면
천상신륜이 나타나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랄 수 있는 것은 천향심마문의 무공이 강호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일 뿐이다.>

남궁혜는 넋을 잃은 듯했다.
도대체 무공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붕랑,사실일까요?"
주서붕은 천향불심천마소의 위력이 생각났다.
마중지존은 자신이 완전히 알아내지 못한 무공은
천향불심천마소 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백 리를 초토로 만든다는 가공무쌍(可恐無雙)의
절세매소(絶世魅笑)!

<그러나 노부는 천기를 보고 절망했다.
천향심마문의 마수는 이미 천하를 뒤덮었으며 이백
년 내에 표면에 드러나리라는 것을 알아내었던
것이다.
그 누가 그 무서운 마공을 막겠는가?
무림은 종말(終末)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뜻인가? 천상(天象)이 기이하게
변하더니 문창(文昌)과 무곡(武曲)의 두 별이
다가가지 않는가?
노부는 하늘의 안배에 기쁨을 금할 수 없었다.
문창, 무곡이 겹치는 때는 이백 년 뒤이며 그
정기(精氣)를 받아 천하의 모든 학문을 집대성하는
절대지존(絶代至尊)이 나타날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노부는 그를 이곳에 데려오기 위해 강호상에 몇
가지 안배를 베풀어 두었다. 노부의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글을 보는 그대가 바로 노부가 기다리는
사람이다!>

"붕랑, 당신은 ......"
남궁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이백 년 전부터 안배된 것이
아닌가?
주서붕은 일이 이토록 기이할 줄은 몰랐다.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고 필연(必然)이던가? 정녕......

<노부는 그대를 위해 한 자루의 검을 남겨둔다.
그대가 지존이라면 검을 얻으리라! 단,
삼매진화(三昧鎭火)로 검을 안전히 녹일 수 있어야 그
검을 얻을 자격이 있다.
하늘의 뜻을 기다리며 천치자(天痴子)가 쓰노라.>

긴, 참으로 긴 글은 여기서 끝이 났다.
"천치자라면 바로 자허옥청강기의 주인이
아니어요?"
"그렇소. 무림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분이
이토록이나 천하를 걱정하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오......"
"그런데 천향심마문의 무공이 그토록 엄청나고, 또
이백 년 후에 나타난다고 했는데, 저는 전혀 들은
기억이 없으니 어찌된 일일까요?"
"속단할 수 없지 않소? 천제령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하지만 천제령이 천향심마문의 후신이라면 그
위세는 결코......"
주서붕이 고개를 흔들었다.
"혜매는 천제령을 만만히 보는거요? 내 짐작으론
그들의 중심세력은 영주급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오."
남궁혜는 무림기녀라고 칭송되고 있으나 도저히
주서붕의 생각에는 미칠 수가 없었다.
남궁혜는 그것을 깨닫고 기분 나쁘기는 커녕 오히려
흐뭇해 졌다.
"붕랑, 그런데 천치자께서 남기신 검은 어디에
있을까요?"
말을 하던 남궁혜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왕자지문...... 검...... 왕자지검...... 붕랑!"
남궁헤가 떨리는 소리로 부르짖었다.
주서붕도 그때 마침 그 생각을 하고 심신이
진동되고 있었다.
"혜매의 생각은 가능성이 있소.하지만 왕자지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열어볼 수가 없지 않소?"
"천치자 노선배께서 남기신, 검을 삼매진화로 녹일
수 있어야 검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열쇠가
아니겠어요?"
"나도 그런 생각은 있소. 하지만 검을 녹이면 검을
얻는다는 말의 뜻을 모르겠소......"
주서붕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느새 두 사람의 시선은 약속이나 한 듯이
묵운신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도요?"
주서붕의 말에 남궁혜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서붕의 얼굴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하지만 잘못하면 아까운 신검 하나만 잃고 마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검 하나가 아까우세요? 당신의 지금
무공으로 검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주서붕이 멋적게 웃었다.
"아깝다기보다 사실은 혜매 당신에게 주려고
했었거든......"
남궁혜는 멈칫했다가 곧 감미롭게 웃었다.
여인은 곧잘 감동하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가 천하를 준다는 말보다 기쁜 것이다.
"저는 붕랑의 마음만으로도 만족해요!"
남궁혜는 주서붕의 가슴에 고개를 대었다 들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 천하대세(天下大勢)가 달려 있지
않아요? 천치자 노선배님의 말대로라면 지금 붕랑의
무공은 무적이지만, 그러나 만약......"
"천향심마문의 무공이 그토록 대단하다면 그들의
무공이 나타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겠지......"
주서붕이 담담히 말했다.
말투는 담담했으나 어조는 결코 담담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혹 어떤 전기(轉機)가 있을지
시험해 보아야 할 것 아니예요?"
"알겠소.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주서붕이 빙그레 웃어보이더니 낯빛을 굳히고
묵운신검을 뽑아 들었다. 서늘한 검기가 서릿발같이
피어나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너를 녹일 수밖에 없겠다."
주서붕이 조용히 말하더니 양손을 들어 검자루와 검
끝을 잡았다. 주서붕의 몸에서 스르르 검은 불길같은
기운(墨焰)이 피어올랐다.
"붕랑! 그런데 완전히가 아니고 안전히 녹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의 뜻을 생각해 보셨어요?"
주서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검 속에 어떤 물체가 있으니 그것을 안전히
하면서 검을 녹여야 한다는 뜻일 것같소!"
동시에 그의 몸에서 피어 오름던 묵염이 이동하더니
그의 양손으로 모여 타오르는 듯 보였다.
이전의 그가 천마극염지존강을 운용하던 전신에서
묵운이 피어올랐는데 이제는 검은 불길과 같은 묵염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치치...... 치이!
기이한 음향과 함께 묵운신검이 눈부신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방은 기이하게도 백광(白光)으로
가득찼고 남궁혜는 눈이 부셔서 눈조차 뜰 수가
없었다.
'기이하군! 그토록 검었던 묵운신검이 백광을
쏟아내다니......'
주서붕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마극염지존강을 칠성이나 끌어 올렸는데도
묵운신검은 백광만 뿜어낼 뿐, 전혀 녹을 생각을 않는
것이다.
지금 그의 천마극염지존강은 십 일성의
수위(修位)에 있어 곧 대성할 단계에 있었다.
임독이맥 안에 숨었던 지존혈기가 모조리 그의 것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고도 그가 대성을 하지 못한 것은 지존혈기의
일부가 남궁혜에게 흘러들어간 때문이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금 그의 공력은 천기령주와
싸울 때의 배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한 그가
칠성이나 되는 공력을 끌어올리고도 검을 녹일 수
없으니 어찌 놀랍지 않은가?
주서붕은 공력을 구성까지 올리고
음유지기(陰柔之氣)로 검의 내부를 보호하고
양강지기(陽剛之氣)로 검의 외부를 녹이려고
시도했다.
악마의 불길같은 묵염이 그의 양손에서 타올랐다.
남궁혜는 주서붕의 손에서 뻗어나는 냉기와 화기를
견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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