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여인의 마을10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528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이틀동안 전화가 불통이 되는 바람에 통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첫날 고쳤는데 밤에 통신을 하려고 하니 또 불통이라서 오늘에는 겨우 고쳤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두개를 동시에 올리겠습니다.
-------------------------------------------------------------

"오, 고마워."
겐양은 얼굴이 환해졌다.
"잘 말해 줘. 분명 센은 여기 올 거야."
겐양은 즐거운 표정으로 엔타로 곁을 떠났다.
잠시 후, 엔타로는 연날리기가 싫증이 나서 연 실을 감았다. 빨리 빨리 감았다.
요루마쯔는 센의 초상화를 하늘 높이 휘날리면서, 우쭐한 얼굴로 실을 조작하고 있었다.
엔타로가 말했다.
"간다."
"기다려. 나도 갈래."
둘은 나란히 그 들판을 떠났다.
요루마쯔가 말했다.
"겐양은 센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서 그러지?"
"응."
"부탁 들어 준다고 했어?"
"응. 그래서 지금 센 아가씨한테 가야 해."
"겐양은 그 날 밤 이후 계속 센을 만나지 못하고 있어. 그래서 그것을 보면서, 언젠가 네가 우리 집에 들렀을 때 말한 피부 마찰인가 뭔가를 하는 것 같아. 며칠씩 만나지 못하면 그것을 하나 봐."
"너, 피부 마찰이 뭔지 아니?"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 겐양에게 물어봤어. 염려 마. 네 이름은 말하지 않았으니까. 겐양은 길에서 만났을 때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 겨우 알았다면서 나한테 가르쳐 주었어. 참, 너는 누구한테 들었니?"
"책에서……."
"어떻게 하는 거야? 알고 있니?"
"몰라. 모르고도 너와 너의 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을 뿐이야."
"몰라?"
요루마쯔는 의심스런 눈초리를 했다.
"모를 리가 있나? 나는 겐양으로부터 확실하게 배웠는데. 알았어?"
요루마쯔는 이야기를 뒤로 돌렸다.
"센 아가씨에게 확실하게 말해 줘. 들에 구경 오지 않으면 안 보여 준다고……."
"알았어."
요루마쯔와 헤어진 엔타로는, 연을 든 채 나까이 다리를 건너 니시지구에 들어가 센의 집으로 향했다.
"어디 가?"
등 뒤에서 여자의 말소리가 나기에 엔타로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린이다. 센의 동생이다. 처음엔 무표정한 얼굴이더니 어느새 표정이 밝아졌다.
"마침 잘 만났다. 언니에게 좀 할 말이 생겼어."
"그래? 책이면 내가 대신 전할게. 일부러 우리 집까지 갈 필요 없잖아."
"아니야, 직접 전할 말이 있어. 자, 안내해 줘."
엔타로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 우물쭈물하다가는 린에게 제지당해 센을 만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린도 원래 엔타로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나도 듣고 싶어."
하고 웃으며 엔타로와 나란히 걸었다.
집에 도착하자 린은 엔타로를 마당에 남겨 두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엔타로는 생각했다.
'린을 만난 덕분에 센을 직접 불러 내지 않게 돼서 다행이야.'
기다릴 짬도 없이 센이 나타났다.
린도 뒤따라 나왔다.
"들어가서 떡이라도 먹지 않겠니?"
센의 목소리는 얌전하다.
"지금 막 굽고 있어. 들어와."
린도 말을 거든다.
"고마워. 하지만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야 돼."
엔타로는 떡을 먹고 싶었지만, 떡은 집에도 있다.
그것보다도, 어른들이 없는 데서 마음 편하게 지껄이는 것이 소원이었다.
엔타로는 요루마쯔의 주책없이 큰 연에 센을 닮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것을 간단하게 말했다.
내일 오후 2시에 들판에 띄운 연을 보여 주겠다는 요루마쯔의 말도 곁들여 전했다.
"뭐, 그 고무총 명수가 이번엔 연을 띄운다고?"
린은 코방귀를 뀌더니,
"그애가 그림을 그렇게 잘 그리나?"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엔타로가 말했다.
"그 그림은 요루마쯔가 그렸는지 그것은 몰라, 어쨋든 별것 아닌 사건을 가지고 전하러 온 거야."
그러자 그때까지 아무 말 없던 센이, 갑자기 제정신이 든 듯 얼굴을 들어 올렸다.
"일부러 와서 말해 주니 고맙다. 아무것도 몰라서 미안한 심정이었다. 그리고 잠깐 기다려."
몸을 돌려서 집 안으로 들어간 센은 곧바로 나왔다. 그 손에 종이 봉지가 들려 있었다.
"이것 떡이야. 가면서 먹어요."
받아 든 봉지는 따뜻했다. 엔타로는 고맙다고 말하고 자매에게 인사한 뒤 뒤돌아 나왔다.
그 집을 나와 20미터 정도 걸어왔을 때였다.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방금 전에 헤어진 센이었다.
엔타로는 걸음을 멈추었다. 센은 엔타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를 끌어당겼다.
"걸으면서 이야기하자."
엔타로는 떡이 든 봉지를 호주머니에 넣었다. 들어 있는 떡은 두개다.
나란히 걸으면서도 센은 손을 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등에 가슴을 갔다 댄다.
"나……."
센은 새삼스런 어조의 1인칭을 썼다.
"내일 들판에 안 나가. 그런 연은 보고 싶지도 않고, 겐양과도 앞으로 절대로 만나지 않을 작정이야. 지금 요루마쯔네 집에 갈 거야."
"오늘 직접오더라도 보여 주지 않는다고 요루마쯔가 말했는데……."
"보여 주지 않아도 좋아. 할 말만 할 거야."
"이제 겐양하고 안 만난다고요?"
"그래. 이제 해도 바뀌었는데 그 사람을 또 만나면 안 되지. 세상은 사랑놀이만으로 살아갈 수가 없거든. 사람은 앞을 보고 걸어가야지."
"겐양이 가여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센의 어조는 강경했다.
"사실은, 내게 혼담이 정해졌을 때 겐양과 손을 끊었어야 옳았어. 그런데 결단하지 못하고 지난 일 년 내내 질질 끌어 왔다. 그래선 안돼. 산다는 것은 결단을 내리는 거야. 너도 잘 알아 둬."
엔타로의 귀는, 지난해 겨울의 어느 날 어둠 속에서 들려 오던 여기 이 센의 달콤한 속삭임을 잊지 않고 있다. 그것은 뭔가에 홀려서 들은 소리였단 말인가.
갑자기 엔타로는 목이 졸려 왔다.
아니, 가슴에 잠겨 있던 센의 팔이 세게 끌어당기며 등 뒤의 유방의 뭉치가 누르고 있었다.
"남자가 갖고 있는 것은 내가 시집갈 남자에게도 다 달려 있는 거야. 겐양에게 집착할 필요 없어."
센의 숨결이 엔타로의 귀에 뜨거웠다.
여자의 부드러움을 가르쳐 준 사람이 아레였다면, 여자의 무서움을 일깨워 준 사람은 이 날의 센이었다.
길가에 센을 세워 둔 채 엔타로는 요루마쯔네 집 마당에 들어갔다.
요루마쯔는 소에 먹이를 주고 있었다. 먹이는 볏짚은 썰어서 삶은 것으로, 여물 구유에서 김이 솟고 있었다.
아버지 곰뻬는 남의 집 밭갈이를 도와 줄 때도 그 소를 사용한다. 당연히 사람 한 명의 품삯보다 훨씬 비싸다.
체격이 좋은 붉은 털의 수소 아까다.
작년에 엔타로와 요루마쯔는 미 수소가 암소에게 올라타는 것을 함께 보았다.
뒤로 돌아서서 아가리에 그물을 쓴 암소를 향해, 4미터 정도 뒤에서 아까는 달려와 뛰어올랐다. 그 배 밑에는 붉고 긴 살 막대기가 나와 있었다. 아까는 암소에게 양 앞다리를 얹고 타고 있으며, 암소의 부풀고 진무른 감이 드는 이상한 살 속으로 붉은 살 막대기는 돌입했다. 한 순간 아까는 소리지르고, 암소는 울었다. 아까의 허리는 떨렸다.
그때 엔타로와 요루마쯔는, 저런 교미는 소나 돼지, 개가 하는 것이지, 특별한 존재인 사람들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생각해 보면, 단 1년 사이에 엔타로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있는 셈이었다.
엔타로의 어깨에는 아직도 센의 팔 무게의 느낌이 남아 있었다. 호주머니의 떡도 따뜻했다.
엔타로는 요루마쯔에게 다가갔다.
"요루마쯔."
요루마쯔가 돌아보았다.
"잘 말했어?"
"센 아가씨가 달라졌어. 너와 겐양의 뜻대로 안 되겠다. 자, 각오하고 이리 나와."
엔타로는 요루마쯔의 목덜미를 잡아 끌어내듯 마당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센 아가씨는 팔짱을 틀고 서서 엉거주춤 서 있는 요루마쯔를 노려 보았다.
"요루마쯔."
"예……."
"연에 뭐가 그려져 있든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그 따위 얄팍한 잔꾀로 나를 꼬여 낼 생각이라면 꿈깨. 이제 보니 겐양도 미쳤고 너도 미쳤어. 요루마쯔,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선 감사해. 그러나 이젠 됐어. 나와 견양의 길은 지난해까지로 끝이야. 나는 시집가는 날까지 깨끗한 몸으로 있어야 해."
어느새 엔타로는 센의 왼팔에 안겨 요루마쯔를 맞대면하고 서 있었다.
센은 자신의 오른손 둘째 손가락 끝으로 요루마쯔의 가슴을 세게 찔렀다.
'이것은 마치, 나와 센 아가씨 둘이서 요루마쯔를 야단치는 것 같은데…….'
요루마쯔는 얼굴이 굳어져, 꼼짝 못하고 서 있었다.
"알았어? 작년은 작년이고 금년은 금년이야. 자기가 없어도 나는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간다고 전해 줘."
"……."
"듣고 있어, 요루마쯔?"
"예, 듣고 있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럼 됐어. 연은 일부러 찢지 않아도 돼. 그림만 칠로 뭉개 버려."
"예."
센은 별안간 엔타로의 어깨를 돌려, 자기와 엔타로의 방향을 바꾸었다.
"자, 돌아가자."
이미 길로 나왔으니, 이제부터 엔타로의 집과 겐의 집은 반대 방향이다. 그런데도 헤어지지 않는다. 엔타로는 요루마쯔를 뒤돌아보며,
"미안해."
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센에게 이끌려 간다. 센은 다시 유방으로 누른다.
"지금 안겨 있을 때……."
센은 갑자기 차분한 어조로 돌아왔다.
"여자는 그 남자가 무척 사랑스러운 거야. 심지어 그 남자라면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하지만 언제까지나 남자의 그런 마법에 매달리면 결국에는 제 몸을 망치고 말아. 너도 여자가 침실에서 한 말을 믿어선 안 돼. 7년 또는 10년 후에 도움이 될 거야. 잘 기억해 둬."
"잊으려고 해도 결코 잊지 않을 거야. 누나, 알고 보니 무서운 사람이야."
"아니야. 나는 꼬장꼬장하게 정직할 뿐이야. 그리고 겐양의 마음도 잘 알고 있어. 실은 나 괴로워."
"누나."
"왜?"
"그렇게 심한 말 해서 보복당하지 않겠어?"
"겐양은 그런 마구잡이 사람이 아니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