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나에게도 애인이............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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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09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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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만찬을 마친후 그는 "내가 다 치울테니까 누난 음악이나 들어."
"아냐, 너무 잘 먹었는데 치우는건 내가 해야지." "허허.. 말을 안듣는군.. 서비스를 하려면 끝까지 해야지 어서 저쪽으로 가 계시라니까요." 하면서 내 등을 밀다시피 소파에 앉혔다. 난 미안해 하면서 "그럼 대충치우고 와." 했다.

난 시디를 바꿔끼웠다. 영화주제곡 모음 시디로...
내가 아는 대목이 나올때마다 흥얼거리며 고개짓을 했다.
예전에 보던 영화장면을 떠올리며 눈을 감고 음악에 취해있었다.
얼마후 그가 향긋한 커피냄새를 풍기며 내게 다가왔다. "자.. 여기 커피대령이요.."
"오늘 아주 확실하게 풀코스로 서비스 해주네." 라며 난 씽긋 웃었다.
"허허..날 너무 띄엄 띄엄 보지마세요.. 나도 한번 하면 확실하게 하는 놈이니까."
"예.. 알아모시죠.. 호호.." "하하하.."
우린 유쾌하게 웃으며 근사한 만찬 뒤의 디저트를 즐겼다.
식사하면서 마셨던 와인의 취기를 약간 느끼면서 난 아주 묘한 즐거움에 사로잡혔다.
잠시후.. 약간 침묵이 흐르다가 문득 그가 입을 열었다.

"누나.. 어떻게 할거야?" "응? 뭘?" "내가 저번에 말한거.." "......................."
난 얼마동안 말을 할수가 없었다. 내내 머리속에서 고민과 갈등을 번갈아가며 떠나지 않던 생각들.. 그의 유학 문제였다. 다른건 다 무시하더라도 아이가 마음에 걸렸다.
남편이야 어차피 이혼하려고 결심했던거고 남편도 받아들일 시간적 여유는 있을터였다. 하지만 아이는..... 그를 따라가게 된다면 아일 데리고 갈순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아일 버려두고 머나먼 타국으로 그만을 따라간다면.....
도저히 답이 나오지가 않았다. 아직 정리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 그는 정해진 일정 때문인지 재촉하는 눈치다. "아직 마음 정리가 덜 됐어... 미안해..." "얼마 안남은거 알지 누나?" "응..." "왜 여태 결정을 못한거야? 남편 때문에?" "그건 아냐..' "그럼 애기 때문이야?" "................." 난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너무 당연한 질문 이었고 그도 짐작하리라 생각이 들어서 였다. "누나.. 나좀 봐봐.." 난 한쪽으로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는 두 손으로 내 양볼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누나.. 난 누나가 왜 아직 마음 결정을 못했는지 알아. 애기 때문인거. 애만 놔두고 나 쫓아 가는게 마음에 걸리는 거지?" 난 약간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나랑 함께 가고는 싶은데 애기를 여기다 놔두고 먼 나라로 떠나는게 불안한거지? 죄책감도 들고.. 또 누나 남편이 아일 안맡는다고 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그리도 내 마음을 잘 아는지 그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난 북받치는 그 무언가를 느끼며 두 손에 얼굴을 뭍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말았다. "흑--흑--"
넓다란 어깨로 그는 날 감싸안듯 안아주었고 난 소리내어 그동안 참았던 눈물까지 다 쏟아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몸을 추스리며 눈물을 닦았다. 그도 그런 내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안타까운 눈빛으로 내 볼에 남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누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아무대답 없이 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내일 당장 남편 만나서 서류정리부터 해. 그리고 아이 문제 까지 합의를 봐. 만약 누나 남편이 애를 키우겠다고 하면 정기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애를 볼수 있게끔 확답을 받아놓고 애를 못키우겠다고 한다면 같이 데리고 가자." 난 커다래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뜻밖의 말이었다. 애를 데리고 가자니.. 더구나 이민을 가는것도 아니고 유학을 떠나는 건데... 놀라움과 동시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어떻게 이런일이..
그렇게 까지 나를.. 나에게 이런 사람이 있다는게.. 나에게 이런 사람이 나타날 줄은..
"너 정말 그럴수 있어? 지금 그말 진심이야?" "물론이야 내가 누나한테 함께 유학가잔말 하기 전에 이미 나 혼자 생각하고 있던 문제였어." 나 보다 먼저 내 아이문제를 생각했다니.. 감격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한가지 또 커다란 장벽이 버티고 있었다. "너 그런데... 부모님껜 뭐라고 할거야? 그건 생각해 봤어?" "우리 부모님은 내가 결정한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다 받아들셔 나를 아주 많이 신뢰하시지. 내가 그동안 실수하거나, 사고를 친다거나 하는 일도 없었고.. 또 그만큼 날 믿으시는 거지.. 우리 부모님도 양가 어른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하셨는데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오히려 다른 형제들 보다 더 잘 사시잖아. 그래서 늘 말씀하시는게 결혼이란 당사자가 가장 중요한거고 선택은 내가 하는 거라고 하셨어." "하지만 그래도..."
말씀이야 그렇게 한다지만 막상 닥치고 나면 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신의 아들은 장래가 유망한 청년인데 난 이혼녀에 애까지 있는걸 아신다면....
아.... 그래도 어쨋든 난 너무도 행복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있으리라곤 이런 사람이 나타나리라곤 꿈도 못꾸었는데.. 나중이야 어떻게 되든 지금은 그에게 너무도 고맙고 감사해 절이라도 아니 그보다 그 어떤 것이라도 다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그를 안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끼며 그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내 손으로 그의 손을 들어 내 허리를 감싸게 한뒤 뒷걸음질로 천천히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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