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TYPING] 여인24시 제 2 권 제 4 장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493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4. 화녀의 조건



주가 바뀌어 월요일이 되었다.
아이가와는 상상조차 못한 일에 말려들고 말았다.
아침 아홉시에 야마시다 루리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의 여성하의점 <루리>는 오늘이 개점이다.
루리꼬는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가와씨, 오늘 와주시는 거지요. 여러 가지로 지도를 받고 싶
구……"

"물론 가야지. 그러나 오전중에는 바빠서 갈 수가 없을거야. 오후에
들러보지."

"잘됐네요. 가게가 아직 정리가 덜 된 상태이거든요. 문을 여는 것
은 점심때가 될 것 같아요. 이런 일을 시작해보니 좀처럼 계획대로는
되지 않더라구요."

"그건 그래. 그러나 예정대로 오늘 개점할 수 있다는 것만도 대단한
성의야. 어쨌든 기운을 내서 크게 벌어보는 거야."

그런 대화로 전화는 끊어졌다.
개점준비로 눈코 뜰 사이가 없는 듯 했다.
루리꼬는 말이 빨랐다.
무리도 아니다. 문외한이 처음으로 손을 댄 가게니까.
사실은 어제 일요일에 <루리>를 찾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가게에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루리꼬는 무척 바쁜 듯 했다.
집안이 지금 발칵 뒤집혀진 상태이다. 가족들도 도와주기 위해서 와
있다. 내부사정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부끄럽다. 그러니까 아이가와
씨는 깨끗이 정리된 후에 와달라는 것이었다.
루리꼬는 그런 의미로 전화를 걸어왔다.
여자다운 수치심이라고 아이가와는 생각했다. 사랑하는 남자일수록
여자는 복잡한 내부사정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일요일에 집을 나선다는 것도 솔직히 말해서 내키지 않았다. 루리꼬
의 말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가는 것을 아이가와는 미루었던 것
이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이었다.
야마시다 루리꼬는 가공할만한 사기한이었다.
11시경에 회계과장이 영업2과에 뛰어들었다.
<루리>라는 전문점의 담당자는 누구냐고 물었다.
아이가와는 왜 그러느냐고 하면서 다가갔다.

"자넨가. 베테랑이 이거 어떻게 된 거지. 야단났어."

회계과장은 아이가와의 팔을 잡고 회탁용 테이블로 끌고 갔다.
방금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루리>가 발행한 수표가 부도라는 것이
다. 액면은 5백만 엔이다.
목요일 날 야마시다 루리꼬는 회사에 와서 상품의 발송을 요구하고
갔다.
금요일 오후 상품은 <루리>에 배달되었다.
5백만 엔의 수표를 가지고 배달원은 돌아왔다.
저녁 때 수표는 회계과로 들어왔다. 토요일은 회사가 쉬는 날이다.
수표는 월요일 아침까지 회사의 금고에 보관되었다.
아홉시가 지나 회계과원이 다른 수표와 어음과 함께 <루리>의 수표
를 거래은행으로 들고 갔다.
그것이 부도였다는 것이다.
거래은행의 조사로 밝혀진 것이다.
납품된 상품은 곧 회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5백만 엔
을 그대로 날리게 되는 것이다.
창백한 표정으로 회계과장이 뛰어온 것이다.

"무엇인가가 잘못되었겠지요. 상대방은 문외한이거든요. 잘못하여
예금잔고가 업는 은행수표를 끊었을 테지요."

아이가와는 웃었다.
회계과장은 직업상 사람을 너무 의심한다고 생각했다.
회계과장은 화가 나 있었다.

"한가하게 웃고 있을 때가 아니야. 조금 전에 <루리>라는 가게에 전
화를 걸어봤어. 아무도 받질 않아. 이상하지 않은가. 이것은 사기야."

회계과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숫자에 엄격한 주제에 과열되기 쉬
운 사나이다.

"걱정마십시오. 오늘 아침에도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후에 그곳으로
가겠다고 했으니까."

웃으면서 아이가와는 일어섰다.
책상으로 돌아와서 <루리>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마침 전화기 옆에 사람이 없었을테지.
벨은 계속해서 울리기만 한다. 상대방은 나오지 않는다.
아이가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개점 직전의 가게가 그렇게 오랫
동안 비어있을 리가 없다.
수화기를 놓았다.
다시 한 번 다이얼을 돌렸다.
역시 상대방이 나오지 않는다.
아이가와는 점차 불안해졌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루리꼬가 사기한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만일을 생각해서 루리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쪽의 전화도 코드를 뽑아놓은 것 같았다.
야마시나의 가게로 옮겨갔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아이가와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다시 한 번 <루리>를 불러보았다. 역시 응답은 없었다.
의삼은 결정적인 것으로 변해갔다.

"어때? 역시 받는 사람이 없지. 당장에 갔다오라구. 아니 그 전에
이야기나 들어보자구. 어떻게 하다 그렇게 되었나?"

V산업은 소매점과의 거래는 원칙적으로 도매상 경유로 행해지고 있
다. 영업상의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한다는 것과 외상문제 등을 관여하
지 않기 위하여 그런 영업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의 전문점과는 직거래도 한다.
제품은 현금거래이다. 이 경우 전문점 측에서는 일정한 보증금을 V
산업에 납부하게 된다.
현금거래라고는 하지만 결제는 한 달에 한 번씩이다. 떼어먹힐 위험
이 없다고도 할 수는 없다.
거기에 대비해서 전문점 측에서는 3백만 엔에서 5백만 엔의 보증금
을 넣고 V산업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루리>의 수표는 이 보증금에 충당될 예정이었다.
아이가와의 배려로 3백만 엔을 보증금으로 하고 2백만 엔을 납품한
상품대금의 일부로 충당할 생각이었다.
원칙적으로 따진다면 상품의 출하는 보증금의 지불 후로 미루어진
다. 그러나 개점 당시의 전문점에는 여러 가지로 사정이 있게 마련이
다. 설비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들어 자금회전의 괴로움을 겪는 가게
도 많은 것이다.
그 부분은 영업사원의 재량으로 적당히 융통성 있게 운영되는 것이
다.
아이가와도 그렇게 해 준 것이다. 사랑하는 야마시다 루리꼬의 상업
상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수표가 부도라니 어떻게 된 것일까.
금요일 오후에 물품은 출고되었고 금요일 저녁 때 수표가 V산업으로
돌아가게 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방법이 아무래도 계획적인 것만 같
았다.
물품과 함께 루리꼬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면 아이가와는 회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와는 경위를 회계과장에게 설명했다.
사기라면 경찰에 고발해야 한다.

"정식 절차를 밟는 것은 유보해 주십시오. 당장 <루리>에 가보겠습
니다. 그 가게의 주인이 사기한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보고를 적당히 해두고 아이가와는 회사에서 뛰쳐나왔다.
택시로 야마시나를 향해 달렸다.
아직도 사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야마시다 루리꼬가 교활한
여자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실감이 가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없지는 않았다.
루리꼬는 주간에 어느 회사에 근무하고 있노라고 했다.
스낵바에 나가는 것은 가게를 낼 자금조달의 부업이라고 했다. 자기
거처의 전화번호도 가르쳐 주었었다.
주간에 나간다는 직장의 전화번호는 알려주지 않았다.
남자친구로부터 자주 전화가 걸려오면 상사의 미움을 사게 될 거라
고 아이가와는 생각하고 있었다.
주간에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단 말인가.
악질의 기둥서방이라도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23∼4세의 여자치고는 섹스에 숙달된 루리꼬였다. 10여 세나 연상인
아이가와가 녹초가 될 만큼 적극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번
에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처녀는 아닌 것 같았다.
란제리의 가게를 내는 것이 꿈이라고 처음부터 그녀는 말하고 있지
않았던가.
아이가와가 V산업의 사원이라는 것을 알고 순간적으로 사기를 생각
한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허술하게 대해왔다.
계속해서 처녀사냥이 성공해가는 시기가 잘못이었다. 지나치게 덤비
다가 실패한 것이다.
5백만 엔의 부도가 난다면 책임은 크다. 시말서까지 써야 한다. 지
방의 지점으로 옮겨져도 불평은 할 수 없다.
동기들이 앞장을 서서 오늘날까지 해왔으나 이것으로 앞길이 막혀버
렸다. 당분간의 푸대접을 각오해야 한다.
34세란 정말로 어려운 시기이다.
위로 기어오르는 자와 목이 달아나는 자로 나뉘게 되는 시기인 듯
하다.
마에다 마사히꼬에 이어서 아이가와 다이이찌로도 이것으로 후자에
편입된 것인지도 모른다.
후회를 씹으면서 아이가와는 야마시나에 도착했다.
루리꼬의 가게에 가보았다.
<루리>라는 전등간판이 나붙어 있었다.
개점을 축하하는 화환도 있었다. V산업이 보낸 것이다.
내장 수리를 맡았던 가게에서 보낸 것도 있다. 어리둥절한 심정이
다.
가게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옆의 문짝에도 열쇠가 걸려있다. 사람
의 기척은 없다.
아이가와는 이 점포를 소개한 복덕방에 가보았다.
지난 번의 가게를 소개했던 아저씨가 나타났다.

"뭐라구요? 사기라구? 정말인가요, 수표가 부도란 게?"

복덕방 아저씨가 파랗게 질린다.
루리꼬의 가게 셔터가 내려져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개점이 연기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가게를 빌릴 때 루리꼬는 백만 엔의 착수금을 수표로 지불했다. 그
것이 무사히 현금으로 바꾸어졌다. 안심하고 복덕방 아저씨는 루리꼬
에게 열쇠를 넘겨주었다.
본계약은 토요일에 했다. 가게의 권리금은 1천만 엔이다. 착수금 백
만 엔을 공제하고 9백만 엔을 루리꼬는 지불해야 했다.
루리꼬는 9백 5십만 엔이라고 수표에 기입했다. 그리고 애교있게 고
개를 갸우뚱거렸다.

"죄송합니다, 아저씨. 여러 가지 잔 물건을 사야겠는데 현금이 없어
서 수표에 5십만 엔을 가산했으니 현금으로 5십만 엔을 빌려주지 않겠
습니까?"

복덕방 아저씨로서는 쉬운 일이었다.
야마시다 루리꼬로부터 받은 9백 5십만 엔의 수표를 중개인 아저씨
는 오늘 아침에 은행에다 맡겼다. 단골을 불러 수표를 가져가게 했던
것이다.
아직도 은행에서 연락이 없다. 야마시다 루리꼬와의 거래은행에 아
직도 연락이 닿지 않는 탓일 것이다.
중개인 아저씨는 서둘러 수화기를 들었다.
은행을 불렀다.
맡겨놓은 수표의 신용도를 잘 조사해 보라는 당부를 한다. 탄식을
하며 수화기를 놓았다.

"안될 말이지요. 댁에서 받은 것은 부도이고 내 것은 부도가 아닐
리가 없겠지요."

"그러나 설사 부도가 난다고 해도 댁의 손해는 근소하잖아요. 우리
처럼 물품을 가져간 것도 아니고……"

"5십만 엔을 가져가지 않았나요. 착수금의 꼭 반을 가져갔으니 대단
한 손해지요. 집주인에게는 5십만 엔을 내가 배상해야지요."

낙심한 아저씨는 풀이 죽어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악질 여인을 소개해 주었느냐고 비난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아이가와는 아저씨를 재촉하며 밖으로 나왔다. 만일을 생각해서 <루
리>의 내부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야마시다 루리꼬의 거처나 본성을 나타내는 무엇인가가 남아 있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개인 아저씨가 가게의 또 하나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쪽문을 열
고 안으로 들어갔다.

"완벽하게 당하고 말았군."

살펴보며 아이가와는 탄식을 했다.
깨끗이 사라진 뒤였다.
돈이 될만한 가재도구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가게에는 판지상자들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지만 내용물은 하나도 없다. 완전하게 가지고 사
라진 것이다.
내장도 거의 안된 상태였다.
이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가재도구 하나 들여놓지 않았다. 이전에
루리꼬와 같이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살풍경한 방이었다.
여기서 루리꼬를 안았다는 사실이 생각난다. 감미로우나 씁쓸한 추
억이었다. 루리꼬가 사기한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다. 완전
히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방 영업소로 날아갈 것을 아이가와는 각오해야 한다.
두 사람은 가게를 나섰다. 나란히 부동산 중개소로 돌아왔다.

"그 여자는 당신의 이것으로 생각했는데. 왜, 사이좋게 지냈잖소?
그런데도 그 여자에 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단 말이오?"

새끼손가락을 세우며 아저씨가 물었다.
남남이 아닌 남녀간의 분위기가 역시 아이가와와 루리꼬 사이에는
있었단 말인가.

"사이는 좋았지요. 그러나 사실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신상에 관해
서 듣기는 했지만, 어차피 거짓말일 테고……"

"교오도 태생의 아이는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 순수한 교오도 언어
가 아니었다구요."

"시네마 출신이라고 했지요. 대체 어디까지가 참말인지."

두 사람은 부동산 사무실까지 돌아왔다.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아저씨가 수화기를 들었다.
은행에서 걸려온 듯 했다.

"그래요, 역시 그랬군요. 할 수 없지요. 물건을 가지고 도망친 것이
아니니까."

수표는 역시 부도였다.
루리꼬를 찾아 볼 단서도 없었다.
낙심 속에 아이가와는 회사로 돌아왔다.
먼저 구두로 과장에게 경위를 보고했다. 괴로운 보고였다.

"그게 사실이란 말이지? 5백만이나 당했다구? 야단났군. 월차결산에
서는 치명상이야."

과의 결산이 먼저 과장의 머리에 떠오른 듯 했다. 입장이 그런지라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과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이가와는 애써 표정을 완화시키며 태연한 척 해보았다.

"야마시다 루리꼬라는 여인은 미인이었지? 남자들이란 서로가 여자
에게는 약하거든. 그런데 도대체 그런 여자를 어디서 알게 된 거지?"

"센도마찌의 P라는 스낵바입니다. 개발실의 마에다가 소개를 해
서……"

알게 된 경과를 아이가와는 설명했다.
란제리 가게를 내고 싶다고 첫 대면 때부터 말하고 있었다. 도저히
거짓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개점을 위하여 여러 모로 힘을 써
주었다. 바보같은 짓을 했다. 좋은 공부도 되었다. 회사에 끼친 손해
는 열심히 일하여 어떤 일이 있어도 만회시키겠다.
이렇게 그는 맹세했다.

"어차피 손해를 만회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가와를 손으로 제지시키면서 과장은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40세 안팎이지만 교활한 면을 감추지 못한다.
열심히 일하여 결손을 만회시키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쩐지 이상한데. 야마시다 루리꼬는 자네를 만나자마자 곧 란제리
가게의 야심을 이야기했단 말이지?"

"종전부터의 꿈이었다고 했습니다. V산업의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라
고요. 첫 대면에서 그런 말을 하기에 전혀 거짓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
했습니다."

"마에다는 그 가게의 단골이었다고 했지. 그러나 루리꼬와는 초면이
었지. 오랜만에 그는 그 가게를 찾아갔지."

"그렇습니다. 무엇인가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이해가 가질 않아요. 란제리를 하고 싶어하는 여자가 이
세상에 그러게 많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단 말이야. 그런데도 우리
회사의 디자이너와 영업사원이 그런 여자와 우연히 만났다,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요컨대 루리꼬와 우리의 만남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어떻게 보면 예민한 판단인지도 모르지요. 저편에서는 우리가 찾아올
것을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씀이지요."

"우리라기보다는 마에다군은 그 가게의 단골이었잖아. 루리꼬라는
여자는 마에다군이 올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야."

과장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아이가와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 루리꼬란 대체 어떤 여자일까? 마에다를 노리고 있었다면 왜 도
중에서 아이가와로 상대를 바꾸었을까?
아니다. 마에다가 어째서 처음부터 목표물이 되었을까? 그 치한사건
과 이 일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루리꼬는 누구의 부탁을 받고 미인계를 써서 마에다를 사로잡으려고
했을까? 어쩌면 육체관계를 하는 사진이라도 찍어 그를 협박하려고 했
을지도 모른다.

"마에다가 어째서 목표물로 등장했을까요? 마에다는……?"

"아무래도 그렇게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군. 이제는 계략이 드러날
것만 같은데. 마에다를 V산업에서 그만두게 할 공작이 아니었을까?"

상품개발실의 마에다 마사히꼬는 분명히 함정에 걸려들어 치한이라
는 낙인이 찍혔다.
회사에서의 소문이 자자하다. 상사나 동료의 신용을 잃었다. 싸늘한
시선 속에서 마에다는 나날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마에다는 회사를 그만둘 생각으로 있었다. 도오쿄의 레이온 회사에
서 때마침 스카우트의 손이 뻗혀왔다.
그러나 마에다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아이가와에게 설득을 당
했기 때문이다.
함정을 마련한 범인을 찾아내어 일단 오명을 씻고 나서 보자. 그만
둘 것인가 아닌가는 그 후에 생각할 문제이다. 그런 식으로 아이가와
는 마에다에게 제의했던 것이다.
야마시다 루리꼬는 마에다가 평소에 다니던 스낵바에 최근에 들어온
아이였다.
아이가와는 마에다의 권유로 그 가게에 갔다. 두 사람 모두가 루리
꼬와는 첫 대면이었다.
란제리 가게를 내는 것이 꿈이었다. V산업의 분들과 알게 되어 다행
이다. 만나자마자 루리꼬는 그런 말을 했다. 그런 말을 했던 것부터가
어쩌면 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루리꼬는 마에다를 걸고 넘어지기 위해 그 스낵바로 취직해 온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과장의 추리였다.

"마에다군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자 적은 제 2탄을 장치한 것이 아닐
까? 루리꼬라는 여자에게 그를 유혹시켜 스캔들을 일으켜 회사에 있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알겠습니다. 회사에서의 입장을 거북하게 만들어 놓고 경쟁회사에
서 스카우트의 손길을 뻗혀 왔다, 이편 회사에 붙어 있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의 회사로 끌고 가자는 속셈이었군요."

더러운 수법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도오쿄의 레이온 회사는 가공할만한 적이다.
마에다는 숙달된 신제품 개발의 기술자이다. 하의의 디자인에서도
일류의 솜씨를 가졌다.
귀중한 인재인 마에다를 스카우트하기 위하여 도오쿄의 레이온 회사
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함락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만약에 그렇다면 루리꼬가 노리는 것은 마에다가 아닐까요? 도중에
서 왜 나에게 방향을 바꾸었을까요? 어째서 마에다를 유혹하지 않았을
까요?"

"자네가 약간은 핸섬하거든. 거기에다가 기술자를 상대하기보다는
영업사원을 상대하는 편이 더 큰 일을 할 수가 있거든. 상대방의 노리
는 목적에 자네가 자로 재기라도 한 듯이 들어맞거든. 좋은 사냥감이
었지."

"빌어먹을! 이대로 넘어가지 못할 거예요. 반드시 물건을 되찾고 말
테니. 그 계집애를 형무소로 보내야지."

분통을 참으면서 아이가와는 과장과의 면담을 마쳤다.
괜히 해본 말은 아니다. 어떻게 되었든 루리꼬를 찾아볼 생각이다.
5백만 엔의 사고를 짊어진다는 것도 견딜 수가 없는 일이다. 잘못하
면 섹스에 눈이 어두워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명예롭지 못한 소문까지
나게 될지도 모른다.
착잡한 심경으로 아이가와는 그 날의 일을 마쳤다.
5시가 지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루리꼬가 일하고 있다는 센
도마찌의 스낵바에 가볼 생각이었다.
빨리 단서라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수부 옆을 지났다.
수부 안내의 후꾸이 요오꼬가 귀여운 웃음을 보내왔다.
아이가와는 걸음을 멈추었다.
후꾸이 요오꼬는 이미 유니폼을 벗고 통근복으로 갈아입은 후였다.
청색과 백색이 섞인 줄무늬의 청결한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수부 테이블의 서랍에서 문고본을 꺼내들고 있었다. 일단 회사 밖으
로 나갔다가 그것을 찾으려고 돌아온 듯 했다.

"어때, 심심한데 어디 들렸다가 가지 않겠나?"

아이가와는 말을 걸었다.
요오꼬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생각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눈은 아이가와를 주시한 그대로였다.
동행할 결심은 이미 서 있었다. 다른 곳에 들릴 예정이 있었던 듯
했다. 어떤 방법으로 그쪽을 따돌리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좋아요. 멋있는 데이트를 해주세요. 오랜만이니까."

"알겠어, 후꾸무라에 가보자구. 오랜만에 맛있는 스파게티라도 먹고
싶군."

함께 밖으로 나왔다.
후꾸이 요오꼬는 몸집이 작다. 귀여운 얼굴을 가졌다.
전문대학을 나온 지 2년째가 되지만 고작해야 20세 안팎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처자가 있는 34세의 아이가와와 요오꼬의 사이를 의심
하는 사람은 없었다.
두 사람은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며 회사를 나섰다.
루리꼬가 근무하고 있던 스낵바에 조사하러 가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배를 채워야 한다.
택시를 잡아 아이가와는 요조오 거리를 달리게 했다.
택시 안에서 요오꼬의 손을 잡았다. 통통하고 약간 붉은 손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와 시다시라가와의 라이프 하우스에 갈 예정
이었어요. 전화를 걸어주어야 하는데 뭐라고 할까?"

"솔직히 말하라구. 멋이 있는 사나이와 식사를 하러 간다, 술도 마
실 테고 호텔도 갈 것이다 하고 말이야. 그런데 상대방 친구는 남자인
가?"

"아니예요. 남자는…… 여자친구예요. 호텔에 간다는 말을 하면 평
생 놀림감이 되게요. 모든 동창생들에게 떠벌리고 다닐 테고."

"요오꼬는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다구. 침대에서 그렇게 대담하리라
고는 아무도 상상조차 못할 거야. 그 자세를 안다면 모두가 놀랄 거
야."

"거짓말! 누가 대담해요? 다만 아이가와씨에게 맞추어 주고 있었을
뿐인데."

골목길을 누비면서 택시는 달렸다.
오오마루의 바로 동쪽 편에서 택시를 내렸다. 50미터쯤 북으로 들어
간다. 왼편에 <후꾸무라>라는 네온이 나붙어 있다. 골목길에 있는 우
아한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이다.
안은 붐비고 있었다.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카운터 옆석이 두 개 비었다.
아이가와는 요오꼬의 다리를 손으로 더듬어 본다.
웃음소리를 죽여가며 요오꼬는 몸을 비튼다.

"먹는데만 열중하자구요. 모처럼의 맛을 모르게 될 테니까."

생선 샐러드, 바니리코의 스파게티, 어린 소의 비프까스를 주문한
다.
술은 위스키의 물 탄 것으로 했다.
아이가와는 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다. 이럴 때는 언제나 유감으로
생각했다.
우선 건배부터 했다.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다.
<후꾸무라>의 가게 안은 언제나 복잡하다. 카운터석은 비좁았다.
나이프나 포크를 사용할 때마다 아이가와의 팔은 요오꼬의 팔이나
몸에 닿았다. 팔에 닿는 요오꼬의 몸이 싫지는 않았다.
아이가와는 섹스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부풀었다. 식사 따위는 안중
에 없는 듯도 했다.
<후꾸무라>의 맛은 각별하다. 특히 스파게티가 맛있다. 일본인 위주
로 조리되어 있어 맛이 살아 있었다.
아주 맛있는 음식이 아니면 섹스 전의 식사는 별로 내키지 않는 법
이다. 이 가게를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아이가와는 생각했다. 요오꼬의
나체의 이미지와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를 함께 배에다 쑤셔넣는 느낌
이다.
식사 후에 커피를 마셨다.
아이가와는 요오꼬의 귀에다 입을 대고 속삭였다.

"지금부터 어떻게 할거야? 가볍게 한 잔 할까, 아니면 바로 호텔에
갈까?"

솔직히 말해서 호텔로 직행하고 싶었다. 요오꼬를 발가벗겨놓고 마
음껏 사랑해 주고 싶었다. 그 후에 후련한 기분으로 센도마찌의 스낵
바의 조사에 임하고 싶었다.
그러나 식사 후에 갑자기 호텔에 가는 것도 방법상으로는 거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아무리 친해진 사이지만 여자의 섬세한 감정을 거
역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요오꼬에게 아이가와는 상의해 본 것이다.

"알겠어, 먼저 호텔에 들리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후
에 술마시는 시간이 짧아져도 무방할 것 아닌가. 술보다도 섹스가 우
선이야."

"어머나,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아무리 섹스가 우선
이라지만……"

요오꼬는 웃으며 몸을 부딪혀왔다.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섹스의 시간을 요오꼬도 고대하고 있었던 것
이다. 식사를 하지 않고 바로 호텔에 가자고 했어도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친 김에 아이가와는 요오꼬의 엉덩이를 만졌다. 넓적다리 안쪽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주었다.
요오꼬는 엉덩이를 흔들었다. 손을 뒤로 돌려 아이가와의 손을 뿌리
쳤다. 그 길로 그녀는 계산대 옆에 있는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함게
라이프 하우스로 가겠다던 친구에게 위약의 사실을 알리러 갔을 것이
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잡아타고 난젠지 옆의 호텔로 가자고 했다.
시가지는 밤의 장막이 내려져 있었다. 손을 마주 잡고 택시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아이가와는 요오꼬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요오꼬는 크게 숨을 쉬고 있었다. 아이가와의 손을 잡아 올려 입맞
춤을 해주었다.
가볍게 이빨을 세우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하나를 차례로 물어간다. 점차 힘이 더해간다. 마지막
에는 강하게 물었다.
아이가와는 손을 당겼다.
요오꼬는 옆눈길로 아이가와를 보며 웃었다. 목을 움츠렸다.

"아프다구. 요오꼬에게 그런 취미가 있었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서
도 여자는 무섭단 말이야."

"아이가와씨를 보고 있으니 미워진단 말이야.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
전혀 불러주지도 않고. 외부의 여성들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잖아요,
화려하게……"

"다소는 했지. 그러나 거기에는 까닭이 있단 말이야. 눈물겨운 사정
이 있단 말이야. 이따가 이해가 가도록 설명을 해주지."

택시는 호텔이 늘어선 거리로 들어섰다.
가장 가까운 호텔 앞에서 내렸다. 안으로 들어갔다.
3층 방으로 안내되었다. 양실이었다.
안내역의 중년여인이 나간 후 두 사람은 소파에 걸터앉았다.
요오꼬는 소파에 누웠다.

"아이 배불러. 이제사 배가 불러와요. 그 가게, 맛이 있었어요."

배에다 두 손을 대고 주무르고 있었다.
아이가와는 요오꼬를 옆으로 안았다. 바싹 안고서 입을 맞춘다.
요오꼬는 강하게 흡착해 왔다. 아프도록 강한 흡입력으로 매달려 왔
다.
아이가와의 상의 아래로 손을 밀어 넣는다. 와이셔츠를 끌어올리고
셔츠 아래로 손을 밀어 넣는다. 옆구리와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갑자기 요오꼬는 정열적으로 변해버렸다.

"사정이라는 게 뭐예요? 그 눈물겨운 사정이라는 게? 바람만 피우고
다니는 주제에. 얼마 전에도 여자가 찾아오지 않았어요?"

야마시다 루리꼬가 회사를 찾아왔었다. 그 사실에 요오꼬는 토라진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 그 여자는 상상도 못할 만큼의 악질이었어.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단 말이야. 지금 뒷처리에 고심하고 있단 말이야."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가와는 요오꼬의 옷을 벗겨간다.
상의를 벗겼다.
블라우스도 벗겼다.
브래지어도 벗기려고 했다.
요오꼬는 손을 누르며 저항했다.

"악질여인이라니…… 그 여자가 손을 내밀었어요? 손을 벌렸지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그게 아니라구. 전문점을 하겠다고 제의해 왔어. 상업상의 사기야.
거기에서 대단한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구."

이야기를 하면서 스커트에 손을 댔다. 단추를 벗겨버리고 말았다.
요오꼬는 저항을 중지했다.
알몸이 되자 아이가와의 무릎에 누웠다.

"아참, 사기에 걸려들었군요. 아이가와씨는 색정에 눈이 어두워 속
아 넘어 갔군요, 맥없이……"

"그런 것이 아니라니까. 어쨌든 악질적인 수법이었어. 계획적이고도
교묘했지."

"그 여자가 찾아왔을 때 아이가와씨는 무척이나 기쁘게 굴던데 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거짓말 말라구. 헛소리를 퍼뜨리지 말라구. 나는 업무에 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야."

아이가와는 두 손으로 요오꼬의 비너스를 주물러대고 있었다.
작은 나체를 요오꼬는 뒤틀고 있었다. 대신 두 다리는 애써 모으고
있다.
요오꼬가 이번에는 손을 뻗어 아이가와의 넥타이를 풀기 시작했다.
넥타이를 풀고 나서 와이셔츠의 단추를 벗기더니 옷자락을 좌우로 헤
쳐놓는다. 상체를 일으켜 와이셔츠 소매를 아이가와의 팔에서 벗겨냈
다. 이어서 런닝셔츠도 벗기기 시작했다.
자기 혼자만 나체로 있는 것이 부끄러운 듯 했다. 요오꼬는 서둘러
아이가와의 전신에서 의류를 벗겨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요오꼬는 다시 아이가와의 무릎 위로 내려앉는다.
아이가와의 벨트를 풀어갔다. 바지와 브리프를 함께 벗기려고 했다.
양말도 요오꼬가 벗겼다. 아이가와의 다리에 매달리며 얼굴을 가까
이 했다.
아이가와의 정강이에 요오꼬는 비너스를 밀어붙였다. 요오꼬의 꼭지
는 단단하다. 정강이의 뼈를 따라 단단한 꼭지가 상하로 움직인다.

"단단한 다리야. 딱딱해요. 거기에다가 싸늘해요. 기분이 좋아……"

정강이에 비너스를 문질러대며 요오꼬는 이렇게 감상을 말한다.
그리고 아이가와의 다리를 벌려놓았다. 넓적다리 안쪽에 키스를 퍼
붓기 시작했다.
아이가와는 입을 다문 채 요오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요오꼬는 이윽고 남성의 상징을 입으로 흡착했다.
두 손으로 요오꼬는 남성을 받쳐들었다. 그것을 입가로 밀어붙인다.
두 손으로 작은 원을 그리듯이 돌린다.
아이가와의 남성이 머리 부분부터 요오꼬의 입가에서 원을 그리듯이
움직였다. 드릴처럼 회전하면서 입 속으로 빨려드는 듯이 느껴진다.
쾌감이 점차 더해간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요오꼬는 열중해왔다.
다시 남성을 입 속 깊숙히 흡입해간다.
천천히 머리를 움직였다. 혓바닥을 굴리며 흡입하고 있다.
이윽고 요오꼬는 이빨을 세웠다.
머리를 수평으로 눕힌다. 그대로 남성을 문 채 가볍게 문다. 아이가
와의 남성은 좌우에서 이빨의 공격을 받는 셈이다.
아이가와는 신음했다.
약간의 통증이 쾌감을 증폭시킨다. 남성이 빳빳해진다.
요오꼬는 얼굴의 위치를 앞뒤로 흔들며 이빨을 세우고 있다. 남성의
머리부분, 아래의 가운데 부분, 뿌리 부분을 요오꼬는 이빨로 자극하
고 있었다.
루리꼬 때문에 요오꼬는 질투하고 있었다. 차안에서도 아이가와의
손가락을 물기도 했다.
그 짓을 계속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남성을 이빨로 자극하고 있
다. 물어뜯고 싶은 의식이 잠재하는지도 모른다.
머리를 수평으로 눕힌 모습이 소녀처럼 예쁘기만 했다.
한참을 물고 있더니 요오꼬는 흡입하기 시작한다.
쾌감이 밀려왔다. 가벼운 통증이 있은 후라 매우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가와는 다리로 버틴다.
얼마 동안을 참았다.
다시 새로운 쾌감에 사로잡힌다.
남성 아래쪽 자루에 요오꼬는 혓바닥을 옮겨갔다. 남성을 한 손으로
휘젓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서 아래 것을 혀로 자극한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가와는 일어섰다. 그렇지 않고서는 쾌감에 빨려
들 것 같았다.

"고마워, 훌륭해. 요오꼬, 자아 이제는 자네가 즐길 차례야."

팔을 잡고 요오꼬를 세웠다.
소파의 등에 손을 짚게 하고 요오꼬를 엎드리게 했다.
귀여운 엉덩이를 내밀게 했다. 그 아래쪽에다 아이가와는 얼굴을 가
져갔다.
후꾸이 요오꼬의 엉덩이는 귀엽기만 하다. 어린이 같은 얼굴과 공통
점이 있다. 흰 공을 두 개 좌우에서 밀착시켜 놓은 형태이다.
갈라진 아래쪽에서 보이는 부분은 선명한 핑크색이었다. 풀숲은 그
렇게 무성하지가 않다. 별로 성숙되지 않는 체격같기도 했다.
요오꼬는 소파의 등받이에 매달려 엉덩이를 내밀고 있다.
아이가와는 거기에다 얼굴을 갖다대고 핑크색 살결에 키스했다. 혓
바닥으로 그 일대를 애무했다. 부드러운 살결을 헤쳐놓는 기분이었다.
요오꼬가 큰소리를 질렀다. 엉덩이가 오물어 들었다가 풀렸다가 한
다. 욕망의 과즙이 순식간에 일대를 적셔주고 있다.
아이가와는 흡착하기 시작했다.
요오꼬는 더욱 큰소리를 낸다. 쾌락을 지탱할 수 없게 된 모양이다.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기 시작한다.
아이가와는 애무를 계속해야 했다. 혓바닥을 사용하면서 엉덩이를
따라 좌우로 움직인다.
목에 통증이 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즐겁기만 하다. 음악곡에 맞추
어 이런 움직임을 갖는다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요오꼬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괴로워하는 듯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축 늘어졌다.
아이가와는 놀랐다. 핑크빛 진창과도 같은 감촉을 그는 혓바닥으로
내젓고 있었다. 거기에 키스하는 것만으로 요오꼬가 정상에 도달하리
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요오꼬의 몸에서 얼굴을 떼고 관찰했다.
이유를 알았다.
요오꼬는 엎드린 채 바른 손으로 자신의 진주를 만지작거리고 있었
던 것이다. 도화색 부분을 아이가와의 혓바닥이 애무하고 있는 동안
손가락 끝으로 민감한 진주알을 자극하고 있었던 듯 했다. 아이가와의
혓바닥과 자신의 손가락 양쪽으로 요오꼬는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남자로서는 미흡한 방법이었다. 사치스러운 여자로, 나의 혓
바닥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여 손을 동원하다니 하고 생각했다.
흰 엉덩이를 아이가와는 두들겨댔다.
소리를 지르며 요오꼬는 소파의 등받이에 얼굴을 묻었다.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그래도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지 뭐예요. 그래서 시험해 본 거예
요."

"기회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

"여기에 키스를 받으면서 진주의 알에서는 아무런 자극도 없는 형태
말이예요. 그런 것은 드물잖아요. 진주알을 방치해두는 상태란 흔히
있는 일이 아니잖아."

"그야 그렇지. 지금도 이제 곧 거기로 옮겨 갈 생각이었지."

"그대로 방치해두면 허전하단 말이야. 자신도 몰래 손가락이 움직였
단 말야. 그랬더니 쾌감이 굉장했지 뭐야. 몸도 떨리고……"

요오꼬는 기운이 빠진 듯 소파에 엎드리고 있었다. 아직도 중요한
곳에는 손이 가 있다.
넋이 나간 표정이다. 자위와 음탕한 키스의 복합이 상당히 큰 기쁨
을 준 것 같았다.

"좋아, 기다리라구. 더욱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해주지. 각오하라구."

아이가와는 요오꼬를 안았다.
통상적인 방법과는 반대로 엎드린 자세를 그대로 안아 올렸다.
바로 욕실로 옮겼다.
욕실의 수조는 넓었다. 장신인 아이가와가 큰대자로 누워 있을만한
넓이였다.
아이가와는 요오꼬를 안은 채 탕물 속으로 들어갔다.
요오꼬는 엎드린 그대로의 자세다.
아이가와는 손바닥을 위로 보게 하여 두 팔을 뻗게 했다. 그 위에
요오꼬의 몸을 올려놓았다.
아이가와는 탕물에 몸을 담구었다. 요오꼬의 몸을 탕물 위에 떠있게
했다.
요오꼬는 수영을 잘하는 듯 했다. 소리도 없이 물에 뜬다. 얼굴을
들면 가라앉고 만다.
탕에다 얼굴을 뭍고 한일자가 되었다.
희고 둥근 엉덩이가 아이가와의 눈 아래에 있었다. 정지하고 있는
듯 했으나 약간은 흔들리고 있었다.
아이가와는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이 조금은 잠긴다. 가랑
이 사이로 풀숲이 보인다. 물 속에서 그것은 너울거리고 있다. 아름다
운 전망이었다.
요오꼬는 곧 탕물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얼굴을 든다. 두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크게 숨을 쉬며 웃었다.
탕물 바닥에 다리를 뻗었다. 탕 자체가 넓기 때문에 한가한 기분이
다.

"아아, 기분이 썩 좋아요. 탕이 넓으니까 정말 기분이 좋아."

요오꼬는 욕조 가장자리에 후두부를 올려놓았다. 두 손을 뻗고 기지
개를 켠다.
요오꼬는 슈가꾸인 옆에 살고 있다.
부모와 동생과 네 식구가 살고 있다고 했다.
집은 집장사가 지은 것이다. 극단적으로 공간을 절약한 건물이었다.
욕실도 좁다. 욕조는 몸집이 작은 요오꼬의 나체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라고 했다.
아이가와의 주택 사정도 비슷한 것이었다.
아이가와도 수족을 뻗어 천장을 보며 욕조에 떠있게 해보았다. 얼굴
과 가슴과 배가 수면에 조금 노출되는 상태였다.
요오꼬는 크게 웃었다.
아이가와의 남성이 수면에 돌출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요오꼬가 얼굴을 가까이 접근시켜 왔다.
남성을 잡는다.
입으로 가져갔다.
상냥하게 흡입하며 머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기묘한 감촉이었다.
아이가와는 탕에 떠 있다. 사소한 자극으로도 불안정한 몸이 흔들린
다. 그러나 남성만은 요오꼬의 입안에 있다. 두 손으로 잡고서 고정되
어 있는 셈이다.
요오꼬가 남성을 사로잡고 아이가와의 몸을 허공에서 들어올리고 있
는 느낌이었다. 반듯하게 누워있는 아이가와는 매달려 있는 꼴이다.
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남성에서 쾌감이 흐르고 있다.
얼마 동안 아이가와는 그런 상태를 즐기고 있었다.
요오꼬도 기분이 이상해진 모양이다. 아이가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소중한 장소로 유도한다. 가랑이 사이를 더듬게 한다.

"이대로 섹스를 해보자구. 어떻게 될 것도 같은데."

탕물에 뜬 채 아이가와는 말했다.

"이대로 어떻게?"

"이런 말이야. 뒤로 돌아서서 내 몸에 걸터앉으면 될 수 있겠지."

"정말 될까? 해보겠어요."

요오꼬는 탕 속에 섰다. 뒤로 돌았다.
탕물에 떠있는 아이가와의 하반신에 걸터 선다.
엉덩이를 내밀었다. 엉덩이가 남성에 닿는다.
몸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아이가와는 급히 자세를 고쳤다.
요오꼬가 엉덩이를 더욱 내밀었다.
넓은 욕조 속에서 아이가와는 바로 누워 떠있다. 얼굴과 다리만이
수면에 나와 있다.
아니, 또 한군데 수면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발기된 남성이다.
요오꼬는 탕에 떠있는 아이가와의 몸을 뒤로 보는 자세로 걸터 서
있다. 꾸부린 자세다.
엉덩이를 내밀고 있었다. 소중한 부분이 아이가와의 남성과 서로 닿
고 있다.
배영의 자세로 뜨면서 아이가와는 요오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
다.
천천히 요오꼬는 몸을 구부려 왔다. 남성이 요오꼬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상한 감각이었다.
탕물 속에 있기 때문일까, 쾌감은 분명치가 않다. 그야말로 떠있는
기분이다.
요오꼬의 몸이 조아대는 힘이 무척 강하다고 느껴진다. 조여대면서
수중에서 매달리기라도 한 기분이다.

"난 움직일 수가 없어. 움직여 보라구."

아이가와가 요청했다.
머리를 끄덕거리며 요오꼬가 움직인다.
움직임에 따라 아이가와의 몸은 약간씩 가라앉았다가 떠올랐다가 한
다.
그런 여파로 탕물이 덮쳐올 것 같다. 욕탕 바닥에 뒷손질로 손바닥
을 대고 아이가와는 몸을 지탱해 본다.
얼마 동안 그렇게 움직였다. 두 사람 모두가 쾌락을 느끼지 못했다.

"안되겠어요. 전혀 쿠션의 반응이 없으니 이상한 느낌이예요."

"역시 안정감이 없지. 나는 좋지만 유감인데."

아이가와는 웃으며 결합을 풀었다.
탕 안에 주저앉고 말았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욕실을 나왔다. 침대에 누워서 더위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여러 가지로 기교만 부린다고 섹스가 되는 것은 아니군. 초심으로
돌아가서 소박하게 출발하자구. 먼저 손으로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부
터 시작하자구."

두 사람은 몸을 가까이 했다.
손으로 서로의 섹스부분을 더듬었다.
이상하게도 신선한 기쁨이 있었다. 미숙했던 학생시절로 돌아간 기
분이었다.
이윽고 아이가와는 몸의 방향을 바꾸었다. 서로가 정면에서 몸을 댔
다. 서로의 섹스부분을 바라보면서 애무를 교환했다.
각박한 분위기가 아니다.
서로가 얌전하게 사랑한다.
쾌감도 얌전하다.
바라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면서 인격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
왔다.
그런데도 요오꼬는 점차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녀의 소중한 부분은 욕망의 과즙으로 완전히 젖어 있었다. 진창이
라기 보다는 소택지와 같은 상태이다.

"자아, 즐기자구. 초심으로 돌아가서 소박하게 섹스를 즐기도록 하
자구."

아이가와는 요오꼬의 몸 위로 덮쳐들었다.
크게 두 다리를 벌리고 요오꼬는 맞아주었다.
아이가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오꼬도 응해주었다. 두 팔, 두 다
리로 매달려 왔다.
이윽고 요오꼬는 아이가와의 손을 한쪽 손으로 쥐었다.
쾌락이 다가오자 억센 힘으로 손을 잡았다.
정상에 도달했다는 사인이다.


(<5. 그림자 사냥>에서 계속...)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