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아하루전[171-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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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2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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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28화 신성전투 II(2)
"뭐?"
아하루가 황당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호르텝이 그런 아하루의 말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 말을 못들었나? 이런 내목소리가 그다지 작은 편은 아닌데? 그럼 다시 말하지 내.용.병.단.을.맡.아.주.게"
호르텝이 한자 한자 끊어서 다시금 말하자 아하루가 황당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셨다.
"후~ 세상에..."
"왜? 못맡겠나?"
"그걸 말이라고 하는겐가? 그래 한 번 생각해 보게 이때껏 알지도 못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용병단을 맡으시오 한다면 그래 그걸 단박에 승낙해야할 일인가?"
호르텝이 어깨를 으쓱 거렸다.
"그럼 좋지 뭘?"
아하루가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살레 살레 저었다. 호르텝이 그런 아하루의 표정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뭐 사실 처음엔 황당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자네와 난 이제 처음 본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같이 사선을 넘은 전우라구. 그게 얼마나 큰건지는 알지? 아 물론 부대도 다르고 하지만 뭐 처음부터 알고 지내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그리고 내 부하들 걱정도 될걸세 사실 어느날 갑자기 누군가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면 밑에 잇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겟지. 하지만 걱정 말게나. 내 밑에 애들은 내 말이면 꺼뻑 죽으니 말일세.
어때 받아 주겠나?"
"못해. 안해 왜? 내가?"
아하루가 탁자를 내리치며 그렇게 강하게 말했다. 그러자 호르텝의 눈이 서글픈 눈으로 바뀌었다.
"후~ 자네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네. 그래도 엄연히 같은 사선을 넘은 동지인데 말일세.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다 털어 놓음세 사실 내 걱정은 당장 다가온 2차 전투 때문일세 보아하니 앞으로 막대한 인원의 손실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걸 알고 잇는 입장에서 야 너희들 나가서 죽어 그렇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자네는 이미 어느정도 이런 사실을 알고 왓으니 어떤 방도가 잇겠지. 그러니 인원도 그정도만 들고 온걸게고. 그래 솔직히 나 내부하들 죽이기 싫네. 아까도 이야기 햇지만 이것은 개죽음이야. 난 내부하들에게 개죽음 당하라고 말할 수 없네.
명예? 용기? 영광? 그런 것은 어디 개뼈다구 찾는 비루먹은 노망난 개에게나 던져주게. 난 살고 싶고 그런만큼 내 부하들도 살리고 싶네. 그래 까짓것 희생을 불구하고 싸운다면 능히 승리할 자신도 그리고 승리를 이끌어낼 자신은 내게도 있네. 하지만 문제는 그것에 따를 막대한 부하들의 희생이야.
최소한의 휘생으로 이전투를 끝낼 자신이 내겐 없네. 이번은 내가 피한다고 피해질 그런 성질의 것도 아니고 말일세. 하지만 자네는 달라. 자네의 능력으로 봐서는 최소한의 피해로 이 말도 안되는 개같은 전투를 끝낼 수 잇겠지.
도와주게. 그래. 이렇게하지. 우리 용병단이 아예 자네의 용병단에 편입하겠네. 말하자면 이른바 용병단 간의 병합이지. 물론 그것은 이번 전투가 끝난뒤 이루어 지겠지만 말일세.
부탁일세. 내 부하들이 이대로 개죽음 당하는 것은 면하게 해주게나"
호르텝의 말에 아하루가 한숨을 내셨다.
"으..음..."
하지만 쉽게 결단 할 수 없었던지 아하루의 얼굴은 여전히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도 망설이나? 사실 내 얼굴에 금칠하기는 싫지만 이래뵈도 큰바위 용병단이라고 한다면 우리 동네에서는 지나가며 울던 아이들도 울음을 멈추고 딸꾹 거린다네. 사실 우리 용병단 녀석들이 게으름 피우는 것은 있어도 능력하나만은 끝내준다는 것을 내 보장하겠네.
믿지 못하겠으면 당장 가서 물어보아도 괜찮네. 아 물론 우리 동에까지 와서 말일세...
그리고 뭐 자네의 맘은 다 알고 있네. 이렇게 편입해서 우리랑 합쳐지게 된다면 너무 호박이 넝쿨채 들어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겠고 또 우리가 일방적인 손해를 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지 모르네 하지만 이것은 우리를 위한것이기도 한다네.
사실 자네의 용병단 이 지닌 후견인 만큼 만큼 든든한 후견인이 어디있겠나? 쳄벌린 상인단 하면 그래도 전 다룬에서 알아주는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대한 상인단 아닌가? 그러니 우리도 그 덕좀 보겟다는 것일세
뭐 이것은 자네들이 저번 짐보만 전투때 전원이 중기병차림으로 나타낫다는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그대로 믿어서는 아니네 하지만 그런 소문이 돌만큼 자네 쳄벌린 용병단에서 지원이 막강한게 아니겠나?
사실 나도 더 이상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며 귀족들의 눈치나 보면서 사는 것은 지겹네. 그놈들이야 지들이 해준것도 없으면서 사사건건 이리 트집잡고 저리 트집잡고 돈이나 뜯어가질 않겠나? 그러면서 제놈들 일이 잇을 때 우리를 공짜로 부려먹기 일쑤이고 말일세 그러면서 어떤 치사한 놈들은 돈이 아까운지 밥조차 먹이지 않더구만.
자네들은 이번에 쉴 때 기사단 병영에서 쉬기까지 햇다지? 사실이 아니라고는 하지말게 다 알고 왓다네 뭐 그 소문이 워낙에 많이 퍼졋어야지 말일세
그러니 그 든든한 후견인의 혜택을 우리도 나누어 달라는 그애길세. 그렇다고 내가 뭐 자네의 밥그릇을 빼앗겟다는 것은 아닐세
그저 불쌍한 우리 애들 아 물론 나도 포함되는 이야길세, 제발 거둬들여 배 곪지 않게끔 해달라는 이야기 일세.
이때껏 내가 애들을 굶긴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네. 하지만 자네라면 이제 아이들을 맡기고 의탁할 수 잇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일세 아 물론 이번 전투에서 자네의 능력도 중요하고 말일세
그러니 우리 애들 목숨 살려준다는 셈치고..."
"그만 그만"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호르텝의 말에 질렸는지 결국 아하루가 참다 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르텝이 그런 아하루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니깐. 결국 이번 전투에서 자네들을 도와주면 우리 용병단에 합류를 하겟다는 말이지?"
아하루가 이를 빠드득 갈며 그렇게 말했다. 호르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그러니깐..."
"그만 그만"
아하루가 재빨리 호르텝의 말을 끊었다.
"한가지만 약속해 주게"
아하루가 이를 악물면서 호르텝을 노려보며 말했다.
"뭔가?"
"내 앞에서는 그렇게 숨도 쉬지 않고 말을 늘어 놓는 그거. 그거만 말아주게나"
호르텝이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 약속하면 되나?"
아하루가 지긋이 이를 악물었다.
"그래"
"알겠네. 뭐 그러지"
"휴우~"
아하루가 안도의 숨을 내셨다. 호르텝이 빙긋이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 정식 인사는 이따가 밤에 다시하도록 하세나."
아하루가 진이 빠졌는지 자리에 축 늘어진채 고개를 끄덕였다. 호르텝이 그런 아하루를 보며 흐믓한 웃음을 지었다.
"참"
호르텝이 자리에서 일어나다 말고는 아하루를 바라보앗다. 아하루의 몸이 움찔 거렸다. 호르텝이 아하루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몰래 살짝 웃고는 말을 꺼냈다.
"저번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자네 밑으로 들어오려 한다고 하더군"
"내 밑으로?"
아하루가 의외라는 듯 묻자 호르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전투에 참가한 이들이 전부 노예였던 것은 알겠지?"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들 용병단에서 저번 전투에 참가한 후에는 전부 자유를 약속햇던 모양일세. 사실 그렇게 어린아이와 노인들이면 그 값도 얼마 안될테지.
어쨋건 각 용병단에서는 그들이 저번 전투에 전부 죽을 줄 알앗는데 그들이 오히려 살아나서 곤란해진 모양이더군?"
"어째서지?"
아하루의 물음에 호르텝이 빙긋이 웃었다.
"사실 용병단으로써도 그들이 그렇게 살아 날 줄 몰랐는데다가 한번 약속을 했으니 풀어줘야 하거든?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처음 죽을 고비를 넘기면 그는...'
"제몫의 병사가 되지"
아하루가 호르텝의 말을 이었다. 호르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그래서 각 용병단도 그런 생각을 하는 모양이더군 더욱이 앞으로 전투가 남앗지 않은가? 그러면 그들을 한번 더 써먹을 수도 있을테고 말일세"
"그렇겠군"
"그런데 문제는 그 노예들도 그런 사정은 뻔히 안다는 사실이지. 더욱이 여기 전투에서 죽을 놈들인데 대우를 좀 잘해줬겠나? 그러니 아마 그들은 자유를 얻자마자 그들에게서 멀어지고자 하는 것이지"
"그럼 가면 될게 아닌가?"
아하루의 말에 호르텝이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그들이 당장 갈 곳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지. 어차피 그들 대부분이 이단 심문에 걸려 노에가 된자들이거나 아니면 과거 아레나 영토에서 잡아들인 사람들인지라 이미 마을이 쑥대밭이 됐을거라네"
호르텝의 말에 아하루의 눈빛이 아련하게 변했다. 하지만 이내 냉정을 찾고는 담담하게 말햇다.
"그런데 나보고 어쩌란 거지?"
호르텝이 살짝 웃었다.
"뭐 아마 자네 용병단이 그들을 받아 들인다고 소문만 나면 아마 전부 자네에게 몰려올걸?"
"하지만 어떻게?"
호르텝이 어깨를 으쓱했다.
"글세? 자네만 결정하면 자연 알려지겠지.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아하루가 살짝 호르텝을 째려보았다.
"만약 안받아 들이겠다면 또 자네의 그 지겨운 푸념을 들어야 하나?"
아하루의 말에 호르텝이 천장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아하루가 나직히 한숨을 셨다.
"후~ 그럴 생각인가 보군. 알겠네. 그런데 자넨 어떻게 이 사실을 알고 있지?"
아하루의 말에 호르텝이 만면에 웃음을 띄었다.
"하하하 잘생각했네. 그러지 않아도 입이 근질 거리던 참이엇는데. 그리고 아까 이야기 하지 않았나? 우리 동네에서는 큰바위 용병단 하면 지나가며 울던 아이들도 울음을 그친다고. 다 능력이지"
호르텝의 말에 아하루의 얼굴이 잔뜩 찡그려지며 나직히 깊은 한숨을 내셨다.
검은 밤의 장막이 대지 위를 완전히 뒤덮었다. 초승달 조차 보이지 않는 밤 하늘은 밤별만이 그곳에 하늘이 걸려 있음을 알려 주었고 동시에 아무것도 분간치 못할 어둠이 깔린곳이 대지라는 사실을 역설하듯 말했다.
하지만 대지도 전혀 불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드문 드문 막사 주위를 둘러서 피워진 모닥불은 그곳이 대지이고 그리고 그곳에 사람이 잇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증언하고 잇었다.
"누구냣!"
막사의 동쪽 외곽을 지키고 있던 용병 둘이 급히 창을 앞으로 겨누며 외쳤다. 그들의 눈 앞 검은 어둠이 짙게 깔린 그곳에 움직이는 물체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저..."
"신분을 밝혀! 안그러면 첩자로 판단 즉결 처형이다."
경계를 서고 있던 용병이 저도 모르게 이전의 버릇대로 그렇게 외쳐댓다. 하지만 그는 긴장한 탓인지 자신이 이전 병사였었을 때 버릇대로 하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아..아닙니다. 전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용병의 눈 앞에 흔들거리는 검은 물체가 급히 그렇게 대답했다. 약간 어린듯한 그의 말에 용병이 약간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용병의 창은 여전히 앞쪽을 겨눈채 였다.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와. 두손 들고 여기 불있는 곳으로"
용병의 말에 검은 물체가 움직이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용병의 말대로 불있는 곳까지 두 손을 번쩍 든채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싸구려 가죽옷을 걸치고 그 안에는 다 헤진 옷을 입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불빛에 비추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용병이 소년의 모습을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용병은 긴장감이 풀리는 듯 천천히 자신의 창을 거두고는 소년을 바라보앗다.
"무슨 일이지?"
용병의 질문에 소년이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결심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이곳 용병단에 들려고 찾아왔습니다."
"뭐?"
용병이 기가찬 듯 그렇게 물었다.


172. 28화 신성전투 II(3)
소년의 눈에 잠시 절망감이 어렸지만 오기가 생긴 듯 이내 큰소리로 외쳤다.
"소문을 들엇습니다. 허수아비 용병단에서 우리를 받아 준다고요. 그래서 지원하러 왓습니다."
"뭐라고 그런 말도..."
용병이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근처에 잇던 다른 용병이 재빨리 그의 말을 가로 챘다.
"어서와라"
용병이 뒤에서 들리는 동료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뒤쪽을 쳐다보았다.
"무슨소리야? 아직 코흘리개 꼬맹이를 두고"
뒤쪽에 있던 용병이 그런 용병을 오히려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이봐 너 점호할 때 어디있었어? 혹시 밤에 누군가 찾아 올지 모르니깐 전부 받아 들이라고 했잖아"
뒤쪽에 잇던 용병의 질책에 용병이 잠시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 그..그랬었나? 난 그때 물뜨러 갔었잖나?"
"응? 그랬던가? 어쨌든 비상 연락이 왓는데 오늘밤부터 내일 아침까지 우리 막사로 오는 모든 사람을 무조건 들여보내라는 전언이 떨어졌었네"
"그래?"
앞쪽에 잇던 용병이 그제서야 머리를 글적였다. 그리곤 눈 앞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음... 꼬마야 들어가봐라"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제법 의젖하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제이름은 꼬마가 아니고 한스입니다."
"알겟다 한스 어서 가봐라. 저쪽에 불텨진 곳이 보이지? 그곳으로 가면 될게다."
뒤쪽에 잇던 용병의 말에 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이 온길로 고개를 돌렸다.
"들었지? 소문은 사실이었어 다들 나와"
한스의 말에 여기저기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스처럼 질 낮은 가죽으로 몸을 두르고 다떨어진 옷을 입은 소년들이 이곳 저곳에서 천천히 다가왔다.
뒤쪽에 있던 용병이 그들의 신색을 보고 혀를 차고는 얼른 길을 비켜 주었다.
"얼른 가봐라. 아까보아하니 음식을 준비한다고 하던데? 어쩌면 지금쯤 음식이 다 됐을지도 모르겟다."
소년들이 뒤쪽 용병의 말에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저멀리 불빛이 비추는 곳으로 일제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소년들이 모두 사라지자 장내에는 용병 둘과 한스만이 남앗다.
"넌 왜 안가지?"
한스의 얼굴에는 잠시 갈등이 어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낫으니 다른사람들도 데리고 오려구요"
용병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어렸다.
"허? 너도 배고플텐데 좀 먹고 가도 되잖겟니?"
한스가 고개를 저엇다.
"저보다 더 굶은 사람들도 있는 걸요? 어쨌든 좀잇다가 다시올께요."
'꼬르르륵'
한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스의 배에서 그런 소리가 울려나왓다. 한스의 얼굴이 잠시 붉어졌다.
"옛다."
맨처음 한스를 발견한 용병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 한스에게 던져 주었다. 노란색 빵이었다.
"뭐 이따가 배고프면 먹으려 했는데 나보다는 네가 더 필요하겟구나. 그다지 신경쓸 것은 없다. 어차피 이따가 또 얻으면 되니 말이다."
한스가 자신의 손에 들려진 빵과 용병을 잠시 교대로 바라보다가 허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용병이 그런 한스가 대견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가 다시 빠른 걸음으로 달려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이봐"
코끝이 약간 찡한 것을 느끼며 앞에 잇던 용병이 자신을 부르는 용병에게로 고개를 돌렷다.
"왜? 아악 이게 무슨짓이야?"
용병이 자신의 이마에 알밤을 매긴 뒤쪽의 용병에게 항의를 했다. 하지만 뒤쪽에 잇던 용병이 오히려 그런 용병을 윽박질렀다.
"뭐? 좀전에는 빵조각 하나 없다면서? 그런데 저런 빵이 나와?"
"응? 아! 헤헤"
용병이 자신에게 살기를 띄고 다가오는 다른 용병을 피해 실실거리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어이 어이. 이봐 이봐. 사는게 다 그렇지 뭐~"
"죽엇!"
그날밤 호르텝이 다녀간 다섯시간 뒤부터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 이전 전투에서 살아남앗던 소년들과 노인들이 하나 둘 아하루의 진영으로 도망치듯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그 숫자는 고작 두 세명 많아야 일이십 정도가 되더니 새벽이 가까워 오자 그 숫자는 급격히 늘기 시작하여 어슴푸레 동녘이 밝아오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많게는 100단위 까지의 소년들과 노인들이 줄을 지어 아하루의 진영으로 넘어 오기 시작했다.
그들 중 몇몇은 비록 어리긴 했지만 소년티를 벗거나 장년인 경우도 잇었지만 그 대부분은 그냥 곁으로 지나치며 흘낏 쳐다만 보아도 뚜렷히 알만큼 소년티와 노인티가 확실히 날 정도였다.
또한 그들은 손에 손에 이전의 전투에서 부상당한 친구들과 동료들을 업거나 들고 찾아왓는데 그 부상당한 소년이나 노인들 대부분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햇던지 상처가 도져 중병으로 화한 사람들도 꽤 되었다.
그들을 맞이한 허수아비 용병단은 나직히 한숨을 내셔댔지만 그 자신들도 짐보만에서 쓰디쓴 경험을 겪었던 지라 아무런 말없이 새로이 들어온 소년들과 노인들을 위해 새로이 막사를 짓는데 밤을 세야 했다.
물경 30여개의 막사가 새로 지어지고 또한 환자들을 위한 20여개의 대형 막사가 새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한시름 놓고 잇던 신관들과 치료술사 그리고 의원들이 새로이 들이닥치는 부상당한 소년들과 노인들을 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거품을 물어야만 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보며 아예 손을 놓고 더 이상 못하겟다고 항의를 해댔지만 결국 약속한 돈의 세배를 주겟다는 말에 연신 고개를 흔들며 겨우 자리에서 털고 일어날 수 잇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한떼의 용병단 단장들이 각기 몇 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아하루의 막사로 난입해 들어왓다.
그들은 허수아비 용병단 진영에서 밥과 휴식을 취하고 잇던 소년과 노인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아하루의 막사로 떼를 지어 들어갔다.
소년들과 노인들은 불안한 눈으로 그들이 들어간 막사를 하나 둘 주시하기 시작했다. 막사에서는 연신 고함과 고함이 오가고 소란 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하루가 왁자지껄 떠들어 대는 용병단 단장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이미 막사 안은 용병들 단장들과 그들이 대동하고온 부하들로 인해 꽉 차잇어 비좁기 까지했다.
"그러니깐 여러분들은 저들이 바로 여러분들의 소유라는 것입니까?"
아하루의 말에 용병 단장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자 여기 이렇게 저들의 노예 문서까지 있소이다. 도대체 무슨 감언과 이설로 저들을 이곳으로 끌여들었는지는 모르나.
원 소유는 우리들이오. 그러니 당연히 우리들에게 돌려 주어야 겠소."
용뱡단장이 그렇게 말하고는 뒤를 돌아보자 여기 저기 다른 용병단장들이 동조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한시간째 이리 저리 설득을 해봤지만 용병 단장들은 아하루의 말에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무조건 저들은 자신들의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잇는 것이다.
아하루가 한숨을 내쉬고는 할수없다는 듯이 괴로운 얼굴을 하고는 막사 안 한쪽을 물끄럼히 바라보았다. 호르텝이 잇었다. 호르텝은 아하루의 눈짓을 받고는 알겟다는 듯이 빙긋이 웃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아아 내가 잠깐 할말이 잇소이다."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서자 다른 용병 단장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봐 애송이는 빠져"
누군가 그렇게 말하자 호르텝이 그쪽을 노려봤다.
"애송이? 누가 누굴보고 애송이라는 거야? 이래뵈도 큰바위 용병단이라고 하면 우리동네에서는 지나가던 울던 애들도 뚝그친단 말이다."
"그래 한판 해볼까? 붙어봐? 고작 1500 밖에 되지 않는 주제에 어딜? 지금 우리는 물경 2천의 병력이 잇다. 그것도 전부 1급으로 말이야."
상대편도 지지않고 우악스럽게 나서자 호르텝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 그래 좋아 붙어보지. 하지만 명심해 자네의 계산은 틀렸어 우린 고작 1500이 아니야."
"무슨소리야?"
상대가 비웃듯이 그렇게 말하자 호르텝이 실실 웃다가 비릿하게 째려보기 시작했다.
"우린 물경 3500이라구"
"헛소리"
여기저기에서 야유하듯 소리가 터져나왓다.
"왜냐하면"
호르텝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는 아하루를 가리키며 씩 웃었다.
"여기 계신 이분의 용병대에 합류하기로 햇거든? 큭큭 그럼 우리측 1500과 허수아비 용병대 600 그리고 저 박의 저들이 돌아가려 할까? 저들이 물경 1000이니깐 자네는 우리 3500과 싸워야 한다구.
그래 자네들이 일급용병임은 익히 알고 있지. 암 알고 말고 하지만 내 장담컨대 우리 큰바위 용병단 만으로도 켤코지지 않을걸?
뭐 지금이라도 붙어보자면 붙을 수 있고 말이야."
호르텝의 말에 용병단이 잠시 웅성거리기 시작햇다. 그들로써도 직접 아하루의 용병단과 붙는다는 것은 꺼려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어쨋거나 그들 역시 아하루 용병단의 소문을 익히 보아온 터엿고 그리고 일전에 그 소문이 결코 허황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때 이래도 붙어볼 마음이 잇어? 아니면 입닥치고 내말이나 들어!"
호르텝이 그렇게 큰소리치자 상대편 단장이 분한 듯 노려보다 고개를 돌렸다. 호르텝이 빙긋이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들어 두라구. 자네들이 말하는 바는 익히 알겟어. 뭐 그래 저 밖에 있는 저들이 자네들의 노예 였던 것은 나도 알고 잇어.
하지만 난 그보다 더 멋진 이야기들도 알고 잇지. 그게 뭐냐? 자네들이 저번 전투가 전멸전인 것을 알고는 그들에게 저번 전투만 끝나면 자유를 주겟다고 약속햇다는 것을 말이야.
아아 다들 난 그런적이 없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다들 왜이래? 치사하게 용병질 하면서 같은 용병끼리 거짓말 하지 말자구.
그래 좋아 좋다구. 우리 저 박에 잇는 아이들하고 노인네들 안받아 들일 수 있어. 뭐 그들이 어떤 큰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구 말이야. 하지만 그것은 당신네들도 마찬가지 아니야?
어차피 저들은 방패로 사용하려고 끌고온게 아니냐는 거지. 그런 것이 첫 전투가 전멸전이란 것을 알고는 부랴 부랴 저들을 그 전투에 몰아 세운 거겠지? 그것도 자유를 담보로 말이야.
하지만 뭐 자네들이 저들의 주인이였던 만큼 내 뭐라고 하지는 않겟어 노에는 주인이 그 하고 싶은데로 할 권리가 잇으니 말일세
하지만. 내 장담하지 여기 용병단의 이런 행동이 금세 이바닥으로 퍼지게 될거라는 걸 말일세. 그래 별로 자랑스런 별명은 아니지만 내 별명이 아비온의 조둥아리야. 왜냐구? 뭐 워낙 떠벌이기 때문이지. 그래 우리 큰바위 용병단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내 이름은 몰라도 아비온의 조동아리란 소문은 들어봤겠지?
그게 바로 나야. 내 기필코 맹세하지 당신들이 두말한 것은 한달 이내에 전 대륙으로 알려지게 하겠어.
아아 그렇게 공포스러운 눈으로 보지마 그러니 괜히 내가 나쁜 사람같잖아? 사실 나도 좋은 사람이라구. 내가 이러는 것은 다 자네들을 위해서야.
생각해보라구. 내가 아니더라두 어차피 이 소문은 퍼지게 되어 잇어. 은밀히라도 말이야. 그러면 첫 전투에서 저들을 풀어주겟다고 햇던 당신들의 일들도 같이 소문이 돌겠지. 그런데 말이야 그러면서 이런 소문들도 같이 떠도는 거야.
야 그때 참전 햇던 용병단이 첫 전투가 끝나면 풀어주겟다던 그 약속을 그대로 지켰다더구만? 그럼 다들 어떻게 생각하겠어? 과연 그 명성이 자자한 용병단 대로 약속도 지켜지는 구나 하지 않겠어?
어차피 이바닥은 명성과 더불어 신용이야. 신용이 떨어지면 당장 밥숟가락 놔야 한다는 것을 자네들도 알겟지? 그리고 비단 저들이 자네들의 큰 재산이라고 해도 어차피 이 다음 전투때에는 아마 살아 남을 놈들이 하나도 없을걸?
도대체 왜저리 굶겨놨냔 말일세 지금 보게 어제 저녁부터 밥을 퍼주고 잇는데도 아직도 먹어대고 있잖은가?
그러니 다음 전투때 저들이 쓰임새가 잇을 것 같아? 천만에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짐만되기 일쑤일걸? 내말이 맡는지 아닌지는 오히려 경험이 많은 자네들이 더 잘알거야. 싸울줄도 모르는 신병들이 전투시 어떠한 짐이 되는지는 말이야.
그렇다고 전투중에 저들이 겁을 집어먹고 짐이된다고 해서 그때 저들을 죽일거야 어쩔거야? 그렇게 되느니 차라리 저들을 약속대로 지금 풀어주고 신뢰도나 더 높이는게 낫지 않나? 그게 용병단을 운영하는데 더 재산이 된다는 말이야.
신용! 이 말은 비단 상인들만 써먹는 말이 아닌거 자네들도 알지? 바로 이 바닥에서 칼밥먹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말이다 이거지.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저들을 먹이고 입히는데 얼마나 돈이들고 잇는지 알아? 막사 세우랴 그동안 못먹은거 먹이랴 입히랴 에휴! 왜그리 돈이많이 드는지. 자네들도 양심좀 있어보게 사실 자네들이 첫 전투에서 이미 명성을 얻은 것은 알지? 뭐 그 대부분이 저기 저 허수아비 용병단의 역할이 크기도 햇지만 밖에 잇는 사람들은 알게 뭐냐구 결국 이 영광은 자네들도 나눠갖는거란 말일세 그런데 이 영광에 가장 큰 공헌을 한게 누구던가 밖에서 허겁지겁 허수아비 용병단의 음식을 거덜내고 잇는 저들이야.
이왕 이렇게 된거 인심좀 쓰자구. 어차피 저들이 먹으면 얼마나 더 먹겟나? 하지만 일단 다음에 싸울사람들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지 내말은 사실 다음에 주도적으로 싸우고 힘쓸 사람이 누군가? 뭐 겉으로는 말안해도 친구들 알다시피 여기 이 허수아비 용병단들이야.
그래 나도 꽤 자존심 쎄고 누구에게 꿀릴 이유가 없는 놈이야. 아까도 말햇듯이 우리동네에선 큰바위 용병단이라고 하면 지나가며 울던 아이들도 울음을 뚝그친단 말씀이지. 하지만 탁 까놓고 이야기해서 나도 저 허수아비 용병단 만큼은 안되겟다 이말이야. 사실 우리들이 이번에 산것도 저 허수아비 용병단 덕분이란거 부정 못하겠어 그래서 내가 저치에겐 한수 접고 들어가는거고 그 밑에 머리 숙이고 들어가려는 거야. 왜? 밥이 나오니깐. 돈이 되니깐
뭐 하지만 친구들은 나보다 더 단단히 기반이 잡혀 잇으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지.
하지만 어쨋건 내말은 저치의 얼굴좀 세워주자는 이야기야. 그러니깐 더 말할 필요 없고 각자 돌아가서 음식좀 내와 알겟지?"
호르텝의 말이 끝나자 막사안에 잇던 용병단장들의 몸부림이 비로서 멈추어졌다. 일부는 아예 땅에 굴르며 귀를 틀어막고 잇는 사람도 잇었다.
그들은 대부분 멍하니 잇다가 호르텝이 알겟지? 하는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 댔다. 호르텝이 그들을 잠시 둘러보다가 살짝 빙긋이 웃었다.
"이따가 점심때 보겟어. 만일 식량을 안가지고 오는 용병단은 내 친히 방문해서 오늘 같이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의를 해보자구"
호르텝의 웃음이 자신들을 향할때마다 용병단장들이 기겁을 하며 고개를 끄덕여댔다. 행여나 호르텝이 자신의 진영에 오기를 꺼리는 모습이었다.

용병 단장들이 뭔가에 홀린 듯이 아하루의 막사를 빠져나기고 얼마후 다시 한떼의 사람들이 아하루의 진영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각 용병단에서 보내 온것이라며 큰 소리로 외치고는 식량을 풀고는 재빨리 도망치듯 아하루의 진영에서 빠져나갔다.


173. 28화 신성전투 II(4)
가을 햇빛이 더욱 아리게 대지를 감싸기 시작했다. 겨울의 문턱이 다가왔음을 이미 느끼고 있는지 초목들은 마지막 푸르름을 한껏 내뱉고 있었다.
그러나 초원의 푸르름은 이내 그들을 짓밟는 한무리의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밟혀 으스러졌다. 사람들은 초목들의 푸르름과는 달리 잔뜩 굳어 있었다. 더욱이 그들의 손에는 결코 평화로워 보이지 않는 흉흉한 무기가 하나씩 들려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피를 보고야 말 것 같은 무기들은 가을의 햇볓아래 더욱 날카로운 자태를 시위 하듯이 자랑하고 있었다.
"방패대 앞으로"
누군가 커다란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대열에서 제법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던 용병들이 재빨리 전면에 나섰다.
"장창수 진영을 갖춰라"
누군가의 호령이 다시금 떨어지고 자신의 키보다 더 기다란 창을 지닌 창병들이 일제히 창을 앞으로 겨냥했다.
"장창병 뒷열 포진하라"
누군가의 호령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다른 용병들이 정면을 향해 바로 내질러진 창병의 뒤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들의 창을 약간 더 위쪽으로 향하게 한 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의 뒤로 새로운 장창병이 나타나 이전의 사람보다 더 높은 위치로 장창을 내밀었다.
마치 거대한 고슴도치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듯 보여졌다. 빼곡이 밀집된 사람들이 일제히 내민 장창은 보기에도 빈틈이 없어 보였다.
'둥 둥 둥 둥'
용병들의 장창으로 이루어진 진용이 완성되자 기다렸다는 듯 북소리가 초원을 울리기 시작했다.
"전진~"
누군가의 500명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슴도치가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양 옆으로도 역시 다른 용병단이 만든 고슴도치 모양의 진용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병들의 얼굴이 긴장으로 잔뜩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북소리에 맞추어 차근 차근 앞으로 앞으로 움직여 나갈 뿐이었다.
용병 들이 노려보는 앞 쪽, 그곳에 역시 커다란 방패와 창으로 무장한 또 다른 용병단이 그들의 전진을 노려보며 방어 진영을 구축한 상태였다.
점점 가빠르게 울려퍼지는 북소리는 고조된 긴장을 더욱 깊게 만들었고 장을 취고 있는 병사들의 눈에 핏발이 서게 만들었다.
'회리리릭'
뭔가가 공기를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져졌다. 그러자 대열 가운데 누군가 급히 외쳐댔다.
"화살이다 방패!"
외침이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이미 용병 대열에서 중간 중간 방패를 든 이들이 자신의 방패로 하늘을 가렸다.
'투투툭'
이어 마치 우박이 쏟아지는 듯한 괴음을 내며 용병들의 방패 둔탁한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크윽"
"으악"
채 방패에 몸을 가리지 못한 용병들 몇 명이 자신의 가슴이나 팔, 어깨등에 박힌 화살을 부여 잡으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그들의 빈자리는 이내 그 뒤에 있던 다른 용병들이 급히 메워갔다.
잠시 주춤 거리던 거대한 고슴도치는 이내 가시 같은 창이 다시 세워지고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화살비가 그들을 공격해 들어왔지만 그때마다 즉각 방패로 화살을 막아내 그다지 커다란 희생은 치루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전진 한 뒤에는 화살에 맞은 부상병이나 시체가 마치 배설물처럼 뒤쪽에 남겨져 있었다.
"제길"
또다시 쏟아지는 화살을 방배로 막아 내던 용병 하나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늦은 가을이라 하지만 여전히 태양 빛은 뜨거웠다. 마치 살이 금새라도 익어 버릴 것처럼 붉그스름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용병의 입에서는 더운김이 여지 없이 흘러나오고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들이 물이되어 흐르고 있었다. 가뜩이나 바짝 바짝 붙어 있는 판국에 그가 든 넓직한 방패를 기대려는 근처의 동료들이 그에게 더욱 밀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 더운 것 같았다.
게속적으로 들고 움직이다 시피한 방패는 그의 몸 두세배는 됨직했다. 비록 재질이 나무라고는 하지만 무척이나 단단한 것으로 만들엇는지 용병의 팔에서는 근육들이 푸들 푸들 떨어대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투투투둑'
몇 개의 화살이 용병이 든 방패에 꽂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도 낮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주저 앉은 용병들을 볼 수 있었다.
용병이나 주위의 누구도 쓰러진 용병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앗다. 아니 어쩌면 일부로 피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제기랄"
용병의 발이 흠칫 거렸다. 좀전의 화살에 맞아 바닥으로 뒹군 동료 용병의 몸이었다. 아직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고 잇었다. 하지만 그의 몸을 피하기에는 현재의 대형이 너무나 밀집되어 있었고 또 그 대형을 흩트리면 더큰 파국이 초래된다는 것을 알고있던 용병이 눈을 질끈 부여감고는 그대로 동료의 몸을 밟고 나갔다.
"크윽"
용병이 그를 타넘어가자 그의 밑에서 금새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낮으막한 괴로운 신음소리가 울려나왔다.
"니미랄"
용병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눈을 떴다. 용병의 눈은 어느새 핏발이 돋아 있었다.
"돌격준비"
용병들 사이에서 누군가 그렇게 나직히 말했다.
"돌격준비"
용병이 재빨리 자신의 뒤쪽으로 들을수 잇게끔 그 소리를 옮겼다. 용병에게 바짝 붙었던 동료들이 눈빛을 빛내며 비로서 바짝 붙은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곤 자신의 손에 쥔 장창을 더욱 거세게 움켜쥐었다.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캉캉캉캉'
저 앞 너머에서부터 칼과 방패를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울부짖듯 낮게 지르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용병의 등골이 오싹해 지기 시작했다. 용병이 볼을 잠시 실룩거렸다.
"니미랄것들"
용병이 나직히 입을 열고 이빨을 지긋히 깨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군 앞으로"
뒤쪽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용병이 자신의 방패를 옆으로 틀어서 앞으로 내렸다. 그리곤 이때까지의 답답함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
그뿐만이 아니였다. 근처의 다른 용병들 모두가 있는 힘껏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그들의 함성 못지 않게 앞쪽에서부터도 함성이 터져나왔다.
'캉쾅'
앞쪽부터 뭔가가 커다란 물체가 들이 받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공격 공격 승리를 놈들을 죽여버려"
뒤쪽에서 다시금 그들을 독려하려는 듯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야야야"
용병이 잇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는 자신의 곁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앞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용병들의 사이가 점차 점차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대충 앞쪽의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앞쪽에 있던 용병들이 저들의 창진을 뚫고 난입하고 있는 모습들과 그 뒤로 끊임없이 개미떼처럼 달려들고 있는 용병의 동료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우와아아아"
용병이 다시 한번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앞에서 자신의 동료들 만큼이나 커다란 창으로 달려드는 동료들을 학살하고 있던 상대편 용병을 향해 방퍄채로 부딪쳤다.
"크윽"
용병의 갖고 있던 방패에 거세게 부딪친 상대편 용병이 창을 한손에 꼬나쥔채 그대로 공중에 붕 떠올랐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공중에서 한줄기 핏빛 선을 그었다.
"쿠윽"
마치 땅에서 튕겨지듯 몇 번 튕기더니 그대로 고개가 옆으로 꺾여졌다. 그 위로 양쪽의 용병들이 다시금 난입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압"
용병 하나가 자신의 긴다란 장창으로 앞으로 달려들던 상대편 용병을 찔러나갔다. 장창이 가죽으로된 갑옷을 뚫고 그의 등 뒤까지 튀어 나왔다.
"크헉"
창에 꿰힌 용병의 가슴에선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주위를 불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조금 몸을 떨어대더니 이내 싸늘하게 몸이 식어가기 시작했다.
"돌격"
"와와와아"
용병들이 장창을 들고 일제히 앞으로 튀어 나갔다. 하지만 상대편도 그런 용병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진 않았다.
"막아랏"
누군가 그렇게 외쳐댔다. 그의 등뒤로 다시 수없이 많은 용병들이 방패와 창을 들고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크악"
달려나오는 용병들의 방패에 몸을 한 대 얻어 맞은 용병이 잠시 몸을 휘정이는 틈을 타고 칼날이 그의 어깨죽지에서부터 가슴까지 그어졌다.
어깨와 목 부근이 쭉 찢어지듯 벌려지며 그 안의 힘줄과 하얀 뼈가 잠시 보이더니 곧이어 붉은 피가 분수처럼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용병이 들고 잇던 장창을 바닥에 떨구고는 몸을 비틀어 대었다.
"우어우어"
입을 연신 뻐끔거리며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그의 몸을 벤 용병이 방패로 그의 몸을 강하게 내리쳤다.
"커억"
어깨죽지부터 움푹 잘려진 용병이 입으로 피를 토하고는 저만치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칼과 방패를 든 용병이 눈을 돌려 다른 먹이 감을 찾는 듯 두리번 거렸다.
"크헉"
칼과 방패를 든 용병이 갑작스레 자신의 배에 꽂혀지는 기다란 막대를 보고는 놀란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장창의 임자에게로 돌렸다.
그곳에는 공격해온 용병 하나가 굳은 얼굴로 그를 지긋이 바라보고 잇었다.
"끄어억"
눈 앞의 용병이 창대를 잡은 손을 이리저리 비틀어 대자 온 몸이 파헤쳐지는 듯한 고통을 참을 수 없었던지 창에 꿰힌 용병이 입을 크게 벌리고는 숨이 넘어갈 듯한 비명을 흘렸다.
용병이 그런 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윽고 발을 들어 그의 몸을 눌렀다. 그리곤 팔을 뒤로 당겼다.
"끄..윽"
장창이 칼과 방패를 들었던 용병의 몸에서 빠져나가며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쏟아지는 피덩어리들과 함께 푸릇한 장기들이 함께 쏟아져 내렸다.
칼과 방패를 든 용병이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장기들을 잡으려 손을 부들 부들 떨어대며 자신의 몸에 뚫린 구멍쪽으로 옮기려다 채 도달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를 찌른 용병이 사후 경직이 찾아오는 듯 연신 푸들거리는 그의 몸을 밟고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조심해"
누군가 그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화살 몇 개가 연이어 날아오더니 죽은 용병의 시체를 밟고 넘어서는 그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왓다. 장창을 가진 용병이 재빨리 몸을 옆으로 틀었다.
'파파팍'
세 개의 화살이 그의 몸에 박혀졌다. 그의 어깨와 그의 아랫배 그리고 남은 하나는 그의 정강이 쪽이었다.
"크윽"
용병이 바닥에 무릎 꿇은채 앞을 노려보았다. 활을 든 용병들이 연신 전통에서 화살을 꺼내서는 피아 구분없이 무차별적으로 화살을 날리고 잇었다.
"이..이런 미친놈들"
용병이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뒤에 있던 장창병들이 활을 쏘아대는 궁병들 틈으로 그대로 난입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변변한 무기를 갖추지 못한 궁병들이 난해 들어온 용병들의 장창과 칼에 피를 뿜어내며 땅에 엎어지기 시작했다. 용병이 자신들의 동료에 의해 죽어가는 궁병들의 모습을 보면서 뭐라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웅얼거리곤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174. 28화 신성전투 II(5)
"대장 터닌 용병단과 아자라니 용병단은 이미 전투에 돌입했습니다."
호르텝의 뒤에 있던 누군가가 호르텝에게 살며시 이야기를 건넸다.
"냅둬, 그보다 대열을 흩트리지 마라 대열이 흐트러진 순간 죽는다"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자 호르텝에게 은근히 말을 건냇던 용병이 얼른 고개르 끄덕였다.
순간 휘리릭 거리는 마치 바람을 꿰뚫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화살이닷"
누군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용병들이 일제히 자신이 가진 방패를 하늘로 치겨 들었다.
'투투툭'
마치 우박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가 방패 밑에 있는 용병들의 얼굴을 긴장케 만들었다.
"대장 정말 그대로 될까요?"
호르텝의 옆에서 방패로 하늘을 가리고 있던 다른 용병이 물었다. 호르텝 역시 방패로 쏟아지는 화살들을 막느라 힘이 겨운지 얼굴에 한줄기 땀을 흘린채 그렇게 말한 용병을 잠시 노려 보았다.
"그렇지 않음? 그래 우리도 저런 녀석들처럼 그렇게 싸우자고? 그랬다간 얼마 못가 전부 바닥에 시체로 누워야 할걸? 젠장 퉤"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다가 말고는 바닥으로 침을 뱉었다. 호르텝이 들고 있던 방패에 화살의 뾰족한 끝이 살며시 고개를 들이 밀고 잇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남았나?"
호르텝이 신경질 적으로 곁에 있는 용병에게 말했다. 그러자 용병이 재빨리 자신의 앞쪽에 있는 용병에게 호르텝의 질문을 전했다. 그러자 그 용병이 다시 자신의 앞에 있는 용병에게 그 질문을 재차 전하고 그렇게 전해진 질문은 맨 앞의 용병에게서 금새 되돌려 졌다.
"앞으로 서른 걸음 남았다고 합니다."
"그래? 잠시 들어봐"
호르텝이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까치발을 했다. 곁에 있던 용병이 기겁한 표정으로 호르텝을 말렸다.
"대장. 위험합니다."
호르텝의 눈에서 마치 불이 나것처럼 곁에 있는 용병을 째려보았다.
"씨팔 뭐가 보여야 말을 할게 아냐. 얼른 들어"
"대장..."
"씨팔 두말하게 만들래?"
호르텝이 재차 으름장을 놓자 그제서야 어쩔수 없다는 표벙으로 잠시 호르텝의 다른 쪽 옆에 있는 용병과 눈을 맞추더니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드리곤 방패를 하늘로 든채 잠시 고개를 숙였더. 그리곤 각기 호르텝의 다리를 하나씩 들은채 힘껏 들어 올렸다.
호르텝의 얼굴이 방패로 죽 늘어진 진영 위로 살짝 솟구쳤다. 저멀리 상대 용병들도 방패로 이루어진 넓직한 곳에 호르텝의 얼굴이 불 쑥 솟아오르자 호르텝에 시선이 갔는지 호르텝을 바라보며 이내 뭐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다시금 하늘을 째는 듯한 화살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호르텝의 안색이 급히 변했다.
"씨..씨팔 내려 빨리 내리라구"
호르텝의 다급한 소리에 맞추어 호르텝의 몸이 밑으로 내려졌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금 그들이 올린 방패 위로 한무더기의 우박이 떨어진듯한 소리가 들렸다.
'투투툭'
"좋아 좋아"
호르텝이 그렇게 나직히 중얼거리고는 엄지로 검지를 눌러 손가락을 꺽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자신의 곁에 있는 용병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전방의 각 조장에게 전달. 앞으로 스므 걸음 후 대기, 대기후 2중 방패진 창 투척, 그리곤 방패로 닫는다."
곁에 있던 용병이 호르텝의 말에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재빨리 앞쪽의 용병에게 호르텝의 말을 전했다.
호르텝이 자신의 말을 전하는 사이 다시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반대쪽 용병에게 말을 했다.
"후방 각 조장에게 전달, 대열이 멈출시 다섯을 세고 궁병 일제 발사 발사는 각 5발 적진을 향해 발사"
반대쪽의 용병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뒷사람에게로 호르텝의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호르텝의 말이 전달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고 잇는 용병들이 이전보다 더욱 긴장하기 시작햇고 방패 아래 몸을 숨기고 있는 용병들의 숨막힐 듯한 열기도 더욱 높아만 갔다.
"젠장 그 녀석 말대로군? 아무래도?"
호르텝이 그렇게 나직히 중얼거린후 침착한 눈빛을 했다. 그리곤 다시금 천천히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다섯,넷, 셋, 둘, 하나. 지금이닷"
호르텝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터져 나왔다.
그때를 같이 해서 맨 전면에 잇던 용병들이 금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면과 둘째 열에 잇던 용병들이 재빨리 자신의 방패와 방패를 겹쳐 잠시 높다란 방패의 턱을 만들어 뒤쪽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자 뒤쪽에서 때를 기다리며 창을 움켜쥐고 잇던 용병들이 일제히 하늘 높이 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대략 40여개의 창이 일제히 하늘을 가르고 상대 용병진영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왁"
"뭐..뭐야"
당황한 듯한 상대 용병들의 소리가 호르텝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반..반격"
누군가 그렇게 말을 할 찰나 다시금 하늘을 가르는듯한 소리가 들리며 그들의 방패위로 화살이 다시금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당황했는지 확실히 위세가 죽어 잇었다.
그때였다. 호르텝의 뒤쪽으로 방패의 일부분이 벗겨지듯 열려지더니 활을 든 용병들이 일제히 재고 잇던 화살을 공중으로 쏟아 내기 시작했다. 미리 시위를 머금고 잇던 화살을 쏘아낸 그들은 미리 자신의 앞 땅에 꽂아 둔 화살을 기계적으로 다시금 시위를 매기고는 연속 적으로 쏘아내기 시작했다.
아루무치 용병단의 주 업무는 노예를 사냥하는 일이었다. 저 멀고먼 남쪽 바다를 건너 그 너머에 아직 문명이 닫지 않은 곳이 잇었다. 온통 흑색의 피부를 지닌 사람들이 머문 땅. 아루무치 용병단은 그곳에서 주로 야만인들을 잡아들여 노에로 팔곤 했다.
아루무치 용병단의 단장은 후파였다. 그는 머나먼 이국땅 어디에서 왔다고 전해지는 데 기실 그도 어릴적 노예로 팔려온 것이라 그곳이 어딘지 몰랐다.
다만 그의 생김 생김이라든가 몸짓이 이곳 다룬제국의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래서일까? 후파는 일부러 야만족들이 하고 다닌다는 그런식의 옷차림을 하고 잇었다. 상체는 홀라당 벗고 아래쪽은 몸에 꽉끼는 짧은 팬츠를 입은 것이다. 그리고 가슴에 검은 가죽 끈으로 길게 두른 것이 그가 한 무장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몸은 하얗기만한 이곳 다룬의 사람들에 비해 왠지 위압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가 아루무치 용병단 단장이 되고서도 여전히 아루무치 용병단의 주된 업무는 노예를 잡아들이는 일이었다.
물론 이 일은 굉장히 위험했고 목숨을 내걸고 해야 하는 일이었다. 머나먼 남쪽의 야만인 들에게 수없이 죽을 뻔도 했고, 혹은 폭풍에 그대로 바다에 수장될 뻔하기도 했다. 어떤때는 힘들여 잡은 노예들을 폭풍우를 피하고자 눈물을 머금고 전부 바닷속으로 수장시킨 일도 있었다.
물론 성공적으로 노예를 풀게 되면 많은 보수를 얻었다. 검은 피부에 야만인들은 주로 지체 있는 귀족들이 앞다투어 사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후파는 이 일이 오래하지 못할 일임을 깨닳았다. 그것은 그 전대 단장이 폭풍우에 휩쓸려 죽었을 때부터 생각해왓던 일이었다.
후파는 자신의 믿을 수 있는 부하들과 상의했고 결국 노예를 잡아들이는 사냥꾼에서 정식적인 용병단으로 재 탄생을 시켰다.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어딘지 알 수도 없는 밀림 한가운데서 야만인들의 손에 떨어져 죽는 것 보다는 나으리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들에게는 그 야만인들과 숫하게 싸워왔던 경험이 잇었다. 점차 점차 후파의 아루무치 용병단은 이름을 날렸다. 이때껏 숱하게 전투를 치뤘지만 한번도 밀려본 적이 없었고 또한 실패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후파의 얼굴 가득히 짜증이 묻어 나와 있었다. 그의 양옆의 용병단은 벌써부터 전투에 돌입된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의 이 용병단은 방패로 꽁꽁 자신을 감싼체 마치 느림보 굼벵이처럼 꿈틀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후파의 눈에서 불길이 갑자기 일었다. 마치 자신과 그의 용병단을 놀리듯 큰바위 용병단의 중간 쯤에서 누군가 빼꼼히 고개를 든 것이다.
"젠장 빌어먹을. 다시 쏴. 저놈을 죽여!"
후파가 우락 부락한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잇던 용병이 그런 후파의 불쾌한 기분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잔뜩 후파의 눈치를 보며 뒤쪽으로 뭔가 신호를 보냈다.
'휘리릭'
후파의 뒤쪽에 포진되어 있는 궁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재고는 하늘로 쏘아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나였다.
화살은 방패로 촘촘히 틀어막은 저들에게 상처하나 주지 못하고 그저 방패 위에 빼곡이 박히기만 했다.
"쓰팔 이럴땐 투석기라도 있었으면"
후파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 스스로도 자신의 그런 생각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투석기등 공성계 무기는 정규군이 쓴 무기였기 때문에 비단 용병단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기사단도 함부로 소유 할 수 없는 무기였던 까닭이었다.
후파가 쓴 웃음을 지을 때 가만 가만 마치 엉금 엉금 기어오르는 뭍 위의 거북이 같던 큰 바위 용병들이 갑작스레 멈추었다.
"뭐지?"
후파가 그런 말을 중얼거릴 때 갑작스레 전위의 일부분이 바뀌었다. 그들은 방패를 이중으로 쌓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막아 방패수!"
후파가 불길한 상념을 떨쳐 내려는 듯이 고개를 흔들어 대며 재빨리 외쳐대기 시작했다. 다행히 오랜 경험과 훈련이 있었던 덕분인지 갑작스런 상대측의 변화에 아루무치 용병들은 재빨리 대응하기 시작했다.
방패를 지닌 용병들이 재빨리 전면에 나서며 방패로 전면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 이중 방패진 뒤에서부터 수없이 많은 창들이 허공을 넘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투창?"
후파가 어이없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폭갈을 터뜨렸다.
"미친 새끼들. 이제와서 투창이라니"
공중으로 쏟구친 창들은 그다지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주로 아루무치 용병단의 전면에 대부분 집중되었다. 하지만 아루무치의 전면에는 두꺼운 방패로 단단히 방어를 하고 잇었기 때문에 그들이 던진 투창은 대개가 방패에 꽂히기 시작했다.
"크악"
아주 운 없는 몇몇 용병들이 미처 창을 피하지 못하고 가슴이나 혹은 몸의 일부분을 창에 꿰힌채 바닥으로 뒹굴기 시작했지만 아루무치 용병단 누구도 바닥에 쓰러진 그들을 돌보는 이는 없었다.
"뭐해? 반격해"
후파가 화가 치솟는 듯한 표정으로 뒤쪽을 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소리에 화답하듯 회리릭하는 공기를 찢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후파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허공을 새까맣게 매운 화살들이 진영의 이곳 저곳에 내려 꽂히기 시작했다.
"크윽"
"우악"
대열의 이곳 저곳에서 쏟아져 내리는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땅으로 뒹구는 용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한번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는 화살은 잠시의 쉴틈도 주지 않고 아루무치 용병단의 대열 이곳 저곳을 마구 잡이로 쏟아져 내려오고 잇었다.
"방패 방패"
후파가 자신의 위로 날라오는 화살을 칼로 쳐내고는 그렇게 소리 높여 외쳤다. 다행히 대열 중에 남아 잇는 방패가 있었던지 몇 개의 방패가 공중으로 치켜 올려지고 용병들이 그곳으로 몸을 피하려고 달라붙었다.
"뭐하나 전면의 방패를 빨리 돌려"
후파가 짜증 난다는 듯이 그렇게 외쳤다.
"방패가 망가졌습니다."
곁에 있던 용병 하나가 후파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전면을 가르켰다. 후파가 눈을 부릎뜨고는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길이 3m가 넘는 창이 하나에서 많게는 세 개까지 박힌 방패를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용병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안감힘을 쓰고 자신들의 방패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3m가 넘는 창으로 인해 방패는 휘청이기만 할뿐 그 주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몇몇 용병들이 자신의 방패에 박힌 창을 뽑아 내려고 했지만 잘 뽑아지지도 그렇다고 쉽게 부러지지도 않았다.
그때였다. 큰바위 용병단의 전면을 두루고 있던 방패가 일제히 옆쪽으로 틀어지기 시작하더니 날카로운 창과 칼로 무장된 용병들이 일제히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돌격"
"와 큰바위 용병단에 영광을"
"놈들을 죽여라"
큰 바위 용병단은 방패가 무력화된 우루무치 용병단의 전위들에게 달려 들었다. 방패로 인해 혼란한 상황에 처했던 용병하나가 방패를 버리고 자신의 옆에 찬 칼을 뽑아 들려고 했지만 그의 칼이 채 칼집에서 뽑히기도 전에 그의 가슴에 창이 틀어 박히기 시작했다. 틀어 박힌 창은 용병의 뒤쪽으로 피를 뿜어내게 만들고는 용병의 몸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크악"
"막아라 막아"
2선에서 비교적 혼란이 덜했던 다른 용병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큰바위 용병단을 맞아 달려 나가기 시작했지만 이미 크게 사기가 꺽인 탓인지 제대로 맛붙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자신들의 목과 팔 다리를 잘리운채 바닥으로 이내 뒹굴어 가기 시작했다.
"크윽"
후파가 잠시 눈을 찔끔 감았다. 그리고는 입술을 깨물고는 이윽고 눈을 다시금 떳다. 이미 그의 눈은 온통 핏발로 잔뜩 일어서 잇었다.
"이놈들"
후파가 자신의 애병인 철퇴를 움켜쥐고 앞으로 뛰어들 듯 달려가기 시작했다. 큰바위 용병단의 기세에 잠시 눌려 주춤하던 우루무치 용병단 용병들이 그런 후파의 돌격에 그 뒤를 하나 둘 따르기 시작했다.
"우루무치의 이름을 보여주자"
"가자"
하지만 그런 돌격도 잠시 이내 그들의 머리 위로는 다시금 화살이 빛발치듯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후파의 뒤를 쫒아 달려가던 용병 하나가 갑작스레 뒤로 튕겨지듯 몸을 틀었다. 어디서 날아온 화살이 그의 왼쪽 어깨에 틀어 박혔다.
"이런 비겁한"
용병이 혼자 큰바위 용병단의 무리 안으로 뛰어들어 이리 저리 철퇴를 휘둘러 대는 후파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곤 일어나려 몸을 일으켰지만 이미 화살이 박힌 그곳에서 이는 고통이 그의 몸을 점령했는지 쉽사리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 사이 몇 개의 화살이 더 날아와 용병의 몸에 박혀 들고 끝내 용병은 떠지지 않는 눈으로 후파의 신형을 쫒으며 서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175. 28화 신성전투 II(6)
"둥 둥 둥둥둥 둥 둥 둥둥둥"
북소리가 들판을 크게 진동시킬 듯 울려퍼졌다. 그 북소리에 맞추어 완전 무장한 기사 하나가 커다란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2진 돌격~"
우렁찬 그의 목소리에 용병들이 일제히 자신의 창과 무기를 들고 함성을 세 번 지르기 시작했다.
"와~ 와~ 와~"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서는 아직 전투가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진 곳 저 너머에서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다섯떼의 용병단이 천천히 진용을 갖추며 다가오고 잇는 모습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제기랄 이거 완전히 놀이군 놀이야"
벨베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곁에 잇던 아르몬이 피식 웃었다.
"어쩌면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놀이지"
벨베르가 성난 눈으로 아르몬을 바라보앗다. 그리곤 자그하게 창을 움작여 한쪽을 가르켰다.
"그런 목숨 저놈들도 걸었으면 좋겠는데?"
아르몬이 벨베르가 말한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마치 야외에서 파티가 열려진 듯 한떼의 귀족들이 전장을 바라보며 서로간에 쑥덕대거나 술을 마시고 잇었다.
개중에는 여자들도 꽤 있었는데 그 여자들은 부채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채 무엇이 그리 좋은지 간혹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전장을 향해가는 용병들의 심기를 어지럽히고 잇었다.
"저 딴거 신경쓸 것 없어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데만 신경써"
말은 그렇게 말했지만 아르몬의 목소리도 조금은 분한 탓인지 격앙되어 잇었다. 그리고 일부러라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눈 앞을 노려보았다.
자신들의 앞 큰바위 용병단은 제일 늦게 전투를 시작했지만 다른 4개의 용병단에 비해 일찍 전투가 마무리 되어지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이미 언질을 들었는지 손까지 흔드는 여유를 보이는 용병마져 있었다.
"정렬"
앞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지자 용병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멈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커다란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져 나왔다.
"저 앞의 큰바위 용병단이 물러나면 우리가 저 곳으로 진군한다. 그 후 저쪽 참새 용병단의 공격이 있을 것이다."
"참새?"
벨베르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왜? 아는 용병단인가?"
아르몬의 말에 벨베르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아서"
"느낌이라니?"
아르몬의 말에 벨베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피식 웃었다.
"아 왜 참새를 쫒는 것이 허수아비 아닌가? 이제 저들이 참새고 우리가 허수아비니 말 그대로 된거지"
벨베르의 말에 아르몬이 잠시 실소했다.
"큭큭 이름대로라면 ... 그렇군"
그런 벨베르의 말이 다른 용병들에게도 퍼졌는지 근처의 용병들 얼굴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지금이다 앞으로"
다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나왓다. 벨베르와 아르몬등이 재빨리 웃음을 멈추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허수아비 용병단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큰 바위 용병단이 천천히 자신들의 격전지에서 천천히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잘해라"
"오늘 밤에 보자구"
"휘익 오빠~ 잘해봐용"
큰 바위 용병단은 이미 긴장이 한껏 풀어졌는지 자신들의 자리에 들어서는 허수아비 용병단을 보며 농짓거리를 건넸다.
그들의 몸에는 좀 전의 전투 때문인지 잔뜩 피에 절어있었지만 그다지 피곤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큰바위 용병단이 완전히 뒤로 물러나고 허수아비 용병단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전장은 아직 채 치우지 못했는지 여기 저기 시체와 그리고 그들이 흘린피와 내장 부스러기 그리고 떨어져 나간 팔조각이며 베어진 목이 여기 저기 널려 있었고 대열을 이룬 그들의 발 아래 밟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짐보만에서 이보다 더한 상황도 겪었던 그들인지라 그런 참혹한 상황에도 그다지 별 동요는 없었다. 개중에는 이미 죽어 피마져 다 빠져나간 잘려진 머리통을 마치 장난감처럼 발로 톡톡 차대는 용병 마져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저놈은 뭐야?"
벨베르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아르몬의 옆구리를 톡 쳤다. 아르몬이 벨베르의 말에 옆을 바라보았다. 나달이 잘려진 머리통을 툭툭 치다 못해 머리 통에서 빠져나온 피에 젖은 눈알을 지긋히 밟아 누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피에 젖은 땅은 부드러웠는지 잠시 시체에서 기다란 시신경을 빼물며 빠져나온 눈알이 잠시 땅으로 박혀들어가다가 이내 툭 하고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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