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아하루전[176-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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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0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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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28화 신성전투 II(7)
"둥 둥..."
새로운 북소리가 평원에 울리기 시작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왠지 피가 끓어오르게 만들기 충분한 북소리였다.
그러한 북소리의 위중함을 알았는지 아니면 조금 전투에서의 어리석은 인간들이 다시한번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려는 것을 알았는지 새떼들이 푸드득거리며 천천히 움직이는 참새 용병단의 진영 위를 날아갔다.
"전~투~준비"
참새 용병단 진영 안에서 누군가 길다란 목소리로 그렇게 외쳐대자 용병단의 전면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천천히 진군하던 용병단의 전면에서 옆에 들고 잇던 방패를 꺼내어서는 자신의 전면으로 바짝 붙였다. 커다란 방패로 인해 금세 용병단의 전면은 방패로 둘러 쌓여졌다.
그리고 그 방패의 틈 사이로 기다란 장창이 삐죽히 고개를 내밀었다. 날카로운 창날이 가을의 햇빛을 부숴뜨리고 있었다.
삐죽히 고개를 내민 창들 위로 다시 겹겹이 창이 쌓이기 시작하며 용병들의 간격이 급격히 좁아 들기 시작했다.
또한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드는 화살을 걱정했음인지 군데 군데 넓직한 방패가 용병들의 머리 위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변화는 참새 용병단을 맞이하는 허수 아비 용병단에게도 찾아 들기 시작했다. 커다랗게 전면을 막아선 용병들이 두터운 방패로 대열의 전면을 호위하듯 서 있자 그 뒤로 기다란 장창을 지닌 용병들이 창을 앞으로 내밀며 다가오는 참새 용병단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들 뒤에서 침을 삼키며 다가오는 용병단의 진용을 바라보며 그 스스로 전의를 가다듬고 있는 용병들이 있었다.
'둥 둥 둥'
이미 태양은 그들의 머리 위를 넘어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뜨거운 햇빛은 용병들의 무기를 뜨겁게 달구어가고 있었다.
참새 용병단이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전장의 살기는 더욱 높아져 가고 용병들의 숨도 더욱 가빠지기 시작했다.
참새 용병단과 허수아비 용병단의 거리가 30걸음 정도로 다가오자 참새 용병단의 후미에서 변화를 일으켰다. 후미 쪽 방패가 벗겨지고 그 속에서 화살을 쥔 용병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변화보다 더욱 빨리 허수아비 용병단의 변화가 시작됐다. 허수아비 용병단은 참새 용병단이 이상한 조짐을 보이기가 무섭게 주위의 깃발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잔뜩 시위를 당기고 있던 뒤쪽의 용병들의 손에서 일제히 화살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크윽"
"우악"
참새 용병단의 후미에서 미처 활을 쏘아대기도 전에 허수아비 용병단의 화살이 화살을 쏘아대려던 참새 용병단의 궁병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불의의 습격에 후미에서 얼른 방패로 자신의 머리위로 방패를 갖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는지 십여명의 궁병들이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 땅에 구르기 시작했다.
"으윽"
비록 몇 개의 화살이 참새 용병단의 진영을 떠나 허수아비 용병단의 진영으로 넘어왔지만 그 숫자는 미미해 대부분 방패에 막혀 다친 사람은 없었다.
갑작스런 기습적 공격에 분한 듯 참새 용병단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진영을 이룬채 맞부딪치려는 작심인 듯 방패와 장창을 앞세운체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허수 아비 용병단도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믿을 것은 자신의 손에 든 방패와 창 뿐이라는 듯 방패 뒤에 몸을 잔뜩 숨긴채 창만 앞으로 길게 뻗어내고 잇을 뿐이었다.
허수아비 용병단 내에서 다시금 깃발 두 개가 움직였다. 그리고는 재빨리 위 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움직여라 어서"
깃발을 본 조장들이 자신의 조원들을 재촉하며 비교적 소리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방패에 막혀 있어서 다가오는 참새 용병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참새 용병단 역시 그들의 움직임을 눈치채지는 못한 듯 싶었다.
진영의 맨 뒷열에서 진을 이루고 있던 용병들이 일제히 진영의 양쪽 끝으로 달려가서는 그곳에서 새로이 진을 이루기 시작했다.
"와와와"
"죽여라"
그들이 진을 이루기가 무섭게 참새 용병단들이 소리를 지르며 허수아비 용병단을 향해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쿠왁 죽여라"
"우우"
겁을 상실해서 눈 앞의 창쯤은 문제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뒤에서 떠밀려 어쩔수 없이 달려들었던지 참새 용병단의 전면이 일제히 방패에 몸을 맡기고 전력으로 눈 앞의 허수아비 용병단의 방어진에 부딪쳐 나가기 시작했다.
'우직 쾅'
방패와 방패가 맞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방패가 부러지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울려퍼졌다.
"크악"
"우윽"
공격해 들어오던 맨 앞의 방패수 몇 명이 미처 창을 피하지 못하고 방패를 뚫고 들어온 창에 그대로 몸이 관통당했다.
"으으악 멈..멈춰"
처음에는 몸 일부분에 조금 박힌 정도에 그친 날카로운 창끝이 뒤에서 미는 사람들과 앞에서 미는 사람들 틈에 박혀 조금씩 조금씩 용병의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서서히 몸의 일부분에 박혀들억는 창을 바라보며 방패수가 고함을 지르며 몸을 틀어보려 했지만 이내 양쪽에서 꽉 조여진 그의 몸은 움직여지지 못했다. 창날의 끝이 점점 몸에 박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의 몸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피가 흘러내려오기 시작했다.
방패수의 입술이 점차 떨리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나직한 트림비슷한 소리를 내었다.
"끄으..."
서서히 자신의 몸을 파들어간 창대를 바라보면서 방패수의 고개가 힘없이 떨구어졌다. 하지만 아직 그의 죽음을 모르는 듯 그의 뒤쪽의 다른 용병들이 일제히 그의 몸을 또다른 방패로 사용하려는 듯 앞으로 밀어대기 시작했다.
방패와 방패의 틈사이로는 길죽한 창이 이리저리 휘둘러지며 애꿎은 희생자를 찾고 있었다.
"제길 죽어 죽어"
방패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용병 하나가 자신의 창을 움켜쥐고 방패의 틈새로 보이는 상대편을 향해 찔러대기 시작햇다.
"쿠욱"
나직한 숨넘어가는 소리가 방패 너머로 들리면서 시뻘건 피가 방패 안쪽까지 튀었다. 하지만 방패틈 사이로 공격하는 것은 허수아비 용병단 뿐이 아니었다. 참새 용병단도 방패로 가로 막힌 그 틈 사이로 창을 내밀어 휘젖고 잇었다.
"크윽"
창을 내질르던 허수아비 용병 하나가 불쑥 희생자를 노리며 다가들던 창에 허벅지를 꿰였다.
용병이 자신의 허벅지를 가르는 화끈한 통증에 자리에 주저앉자 용병의 허벅지를 가르던 창이 그대로 뒤로 물러나더니 용병의 머리를 향해 다가들었다.
"위험해"
곁에 잇던 용병 하나가 급히 칼로 창대를 내리쳤다. 창이 노리던 용병대신 바닥으로 방향을 바꾸며 땅을 파고 들어갔다.
"움직일수 있나? 뒤로 물러나"
허벅지에 창을 맞은 용병이 자신을 살려준 사람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대장인 미켈이였다. 미켈은 허벅지에 부상당한 용병에게 한번 고개짓을 하고는 이내 다시 앞으로 내밀어진 창대를 칼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이번엔 창대가 후려치는 칼을 못이기고 부러지고 말았다.
용병이 피가 철철 넘치는 다리를 부여 잡고는 뒤로 주춤 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곤 뒤쪽에 줄지어 늘여놓은 방패가 있는 쪽으로 몸을 옮겼다. 그때였다. 뭔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외마디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크악"
방패를 이룬 한쪽이 밀려오는 참새 용병단의 힘을 못이기며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그 위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악~"
방패 밑에 깔렸던 용병이 외마디 소리를 지러댔다. 하지만 이내 사람들의 거친 욕설과 고함소리에 그 소리가 묻히는 듯 싶더니 이윽고 넘어진 방패 주위로 짖이겨진 살점들과 함께 피가 자욱히 번져나오기 시작했다.
"공격"
"죽여라"
"와아"
무너진 방패진을 통해서 상대편 봇물 터진 논물처럼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1,2대 후퇴. 3대는 적을 막아라"
점차 이곳 저곳 무너지기 시작하는 방패들을 보면서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조금 뒤쪽에 있던 3열이 창을 들고 앞으로 내질르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뒤로 다급히 물러서는 허수아비 용병단을 행해 창을 내질르던 참새 용병단의 창병을 향해 맞싸워가기 시작했다.
"크윽"
무너진 방패를 밟고 앞으로 튀어 나오려던 용병 하나가 자신을 노리던 창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배를 꿰뚫리고 말았다.
돌격해 들어오던 참새 용병단이 갑작스레 나타난 새로운 창병의 공격에 당황한 듯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여기 저기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타고 넘어랏! 참새 용병단의 이름을 위하여"
뒤쪽에서 연신 용병들을 독려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잠시 주춤하던 용병단이 이내 기세를 얻고 앞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와~"
"참새 용병단에 영광을"
"참새 용병단의 이름을 위해"
"와아"
참새 용병단 용병들이 죽음을 도외시한 사람처럼 무작정 앞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세에 막아섰던 3대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3대 후퇴"
다시한번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소리가 나기 무섭게 3대에 속한 사람들이 일제히 뒤로 돌아 도망치기치기 시작했다.
"쫒아!"
"죽여버려"
그들의 뒤로 눈에 핏발이 선 참새 용병단이 창을 치켜들며 그들을 노리고 달려 들기 시작했다.
'휘리릭'
"크윽"
3대의 용병들이 달리는 뒤쪽으로 화살이 일제히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먼저 후퇴해 자리를 잡은 1대와 2대의 용병들이 미리 준비되어 잇던 활을 무작정 공중으로 쏘아 올린 까닭이었다.
"화살이다."
비록 정확하게 쏜것도 아니고 또한 그다지 힘도 들어잇지 않은 화살이었지만 그것은 3대를 뒤쫓던 참새 용병단 용병들에게는 심리적인 타격을 주었다.
"화살을 비해"
"으윽"
여기저기 날라드는 화살을 피하려는 용병들로 인해 잠시 혼란스러워지자 다시 참새 용병단 뒤쪽으로 커다란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이까짓 화살 그냥 뚫고 나가라"
"돌격"
호통 소리에 비로서 정신을 차린 용병단이 그제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닳고는 이를 바득 갈며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얼추 붙잡을 것 같았던 제 3대의 창병들은 그들이 잠시 미적댄 틈을 타 어느새 저만치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어서 쫓아라 저놈들을 놓치면 바로 화살밥이된다."
누군가 급히 내달리며 그렇게 외쳐댔다. 용병들이 다시금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참새 용병단에 쫒기며 뒤로 달아나던 3대가 방패뒤로 넘어가자 땅에 고정된 방패와 더불어 여기 저기 방패와 방패로 덧대어져 다시금 방패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눈 앞에 새로운 방패진이 형성되는 것을 보며 참새 용병단 용병들이 이를 갈았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이었다.
"빨리 빨리 곧 화살이 쏟아질게다."
앞으로 달려가는 용병이 그렇게 고함을 지르며 뒤쳐진 용병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허수아비 3대가 완전히 들어가고 방패진이 완성되자 이전과는 달리 제법 매서운 화살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몸을 가려라"
"방패수 앞으로"
여기저기 화살을 피해 우왕좌왕하던 용병들 틈으로 방패수들들이 재빨리 앞쪽으로 달려와 방패를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진영이 무너진 뒤라 여기 저기 방패로 자신을 가리지 못한 용병들이 하나 둘 화살에 꽂힌채 땅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177. 28화 신성전투 II(8)
검음색 바탕에 가운데 '우'자 형의 도형이 그려져 있는 제법 커다란 깃발이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진형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껏 잔뜩 웅크린채 엄폐물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참새 용병단을 향해 화살을 날리기를 멈추고 일제히 함성이 오른 것이다.
그리곤 그들의 앞을 지켜주던 커다란 방패가 한쪽으로 열리고 그 사이로 수 없이 많은 용병들이 일제히 앞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와아~"
"돌격하라"
용병들이 일제히 앞으로 뛰어 나가며 자신들의 창으로 그들의 기세에 겁먹은 듯 주춤거리는 참새 용병단을 도륙해 나가기 시작했다.
"막아랏"
"이놈들"
몇몇 참새 용병단이 비로서 정신을 차린 듯 험한 기세로 다가오는 허수아비 용병단을 향해 분연히 일어났지만 이내 허수아비 용병단에 의해 그 목이 달아나야 했다.
"크윽"
달려들던 허수아비 용병에 맞서 창을 들었던 몇몇 용기 있는 용병들 마져 허수아비 용병단의 기세를 막지 못하고 바닥으로 처참하게 구르자 남은 참새 용병단들이 달려드는 허수아비 용병단들의 기세와 숫자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우아~"
"도망가지 마라, 싸..싸워라"
간간히 도망치는 참새 용병단들 중에서 그런 목소리가 여기 저기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내 그 목소리는 도망치며 괴성을 질러대는 다른 참새 용병단의 괴성소리와 그들에게 달려드는 허수아비 용병단의 목소리에 금새 묻혀 버렸다.

몇몇 참새 용병단이 자신의 무기조차 버리고 무조건 뒤로 뛰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는 사방 어디를 보나 온통 허수아비 용병단의 모습 뿐이었다.
"저쪽으로"
용병단원 한명이 도망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재빨리 외쳤다. 두어명의 허수아비 용병단이 눈 앞의 자신들의 동료를 도륙해대고 잇었지만 다른 곳 보다는 비교적 사람 수가 적은 듯 보였다.
소리친 용병이 그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뒤에서 엉거주춤 서있던 다른 용병들도 그 용병의 말에 그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미 그들은 처음 지니고 있던 방패도 그리고 그들이 굳게 쥐고 있던 창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난 뒤였다.
물론 지금이라도 땅에 구르는 칼이며 창을 집어 들라치면 얼마든지 집어 들수 있겠지만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 뿐인지 그런 것에는 눈도 돌리지 않았다.
또한 행여라도 자신들이 무기를 들게 되면 금방이라도 적들이 그들을 잡아 죽일 것 같은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그렇것 같은 본능 때문인지 그저 두 다리가 시키는대로 무조건 달리기만 할 뿐이었다.
방금 자신들의 이름 모를 동료 하나의 목을 허공으로 베어 올린 허수아비 용병 하나가 득달 같이 달려드는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용병들이 허수아비 용병의 그 무시 무시한 시선을 피하며 무조건 그의 곁을 지나치고 달렸다.
"크악"
그들이 달려든 때문인지 잠시 멋칫 거리던 허수아비 용병이 그들이 무기가 없음을 알고는 재빨리 칼을 들이댔다. 그 바람에 달리던 용병 하나가 옆구리를 깊숙이 베인체 땅으로 뒹굴었다.
"니미"
자신의 뒤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동료가 뒹군 것을 알고 잇었지만 뒤돌아 달려가 그를 구원할 힘도 또한 그럴 생각도 하지 못한채 몇 마디 욕을 내 뱉음으로써 그에 대한 위안을 하고는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다.
"멈춰!"
용병들이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신의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그리고 순간 그들의 앞에 새로운 허수아비 용병들 한 무리가 시퍼런 창을 들고 자신들을 노리고 있음을 봐야만 했다.
그들의 발 앞에는 자신들의 동료였음이 틀림없는 참새 용병단의 복장을 하고 있는 용병들 몇이 사지가 전달된 채로 땅을 구르고 있었다.
용병들이 주츰 거리며 뒷걸음을 쳤다. 문득 용병의 눈이 허수아비 용병단의 한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다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바닥에 무릎꿇고 있는 용병들의 무리가 보였다.
"너희들 즉시..."
허수아비 용병단에서 누가 말을 하기도 전에 용병 하나가 얼른 허리띠를 풀어 버리고는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항복이요. 항복합니다. 제발 목숨만.."
항복을 외치는 용병의 뒤에 잇던 용병들이 사태를 깨닳았는지 그들도 얼른 자신의 허리띠를 풀고는 그 용병 옆에 같이 무릎 꿇었다.
"항복입니다."
"허..."
그들을 향해 창을 겨누며 항복하란 소리를 미쳐 다 내뱉지 못한 허수 아비 용병이 어이가 없음인지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이내 뒤를 향해 외쳤다.
"이놈들도 끌고가"
허수아비 용병단 몇 명이 나와 그들을 부축하고 먼저 무릎 꿇리운 참새 용병들에게로 인도했다.
시퍼런 창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던 용병 하나가 새로 다가오는 참새 용병단을 보고는 인상을 일그러뜨리고 고함을 쳐댔다.
"뭘그렇게 보나? 왓으면 얼른 무릎꿇고 앉아있어!"
"네 네"
용병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대충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살짝 전장을 바라보았다.
이미 상당히 많은 수의 동료들이 허수아비 용병단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땅에 엎어진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허수아비 용병단은 어느새 자신들을 빙 둘러 포위했던 것이다.
"그래 그거였어. 그렇게 된 것이야."
용병이 살며시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중얼거리자 근처에 있던 다른 용병 하나가 궁금하다는지 살짝 물었다.
"뭐가 말인가?"
용병이 힐끔 자신에게 물어온 자를 쳐다보고는 살짝 소근 거렸다.
"저기 저쪽을 보게나 유난히 우리 쪽 희생자들이 많지? 이놈들은 애초부터 병력을 숨겼던 걸세 그리곤 양쪽에서 일제히 치고 올라온 게지. 그러니 이때껏 싸워왔던 숫자의 두배나 되는 숫자로 밀어오니 양쪽 끝에 있던 동료들이 더 일찍 쉽게 저들에게 당한게야.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중앙을 포위해 들어온 거고..."
"조용히 못해?"
갑작스레 용병의 뒤쪽에서 누군가 그렇게 소리치고는 들고 있던 창대로 상활을 설명하던 용병에게 내리쳤다.
"크윽"
용병이 자신의 등에 밀려오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잠시 웅성거리던 주변의 가른 용병들이 그 창대가 다시금 자신에게 내려쳐질까봐 일제히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전투는 이미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자신들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포위되어 사방에서 밀려들어오는 허수아비 용병단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수세에서 갑작스런 공세의 전환으로 말미암아 초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기가 크게 꺽인 참새 용병단은 달려드는 허수아비 용병단에 대해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괴멸당하고 말았다.
진지는 죽은 사람들과 어딘가 다쳐 낮게 흐느끼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 그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온통 주위를 돌아다니며 죽은자와 산자를 가려내고 있는 허수아비 용병단 뿐이었다.
"너, 너, 그리고 너 나와"
허수아비 용병단에서 몇사람이 나와 잡혀서 무릎 꿇고 있는 참새 용병단 인원중 제법 건장한 사람을 불러내었다.
지목당한 용병들이 얼굴이 흑색이 되어 주츰 주츰 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들이 최악의 경우 상상했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너희들은 죽은자를 저쪽 마차에 실어라 알겠나?"
불려나온 용병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힘없이 걷기 시작했다. 바닥에 누운 용병들 대부분이 그들의 동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며 그들과 같이 밥먹고 잠자고 농담하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은 이렇게 바닥에 누워있고 그들은 그 바닥에 누운 동료들을 거두러 다니고 있었다.
용병 하나가 자신의 처연한 생각이 드는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하지만 그렇게 운다고 한들 이곳에서 그에게 누구도 구원의 손길을 뻗어 주지 못할 것이다.
"이보게 빨리 움직이세"
뒤에서 다른 한명이 그의 어깨를 치고는 재빨리 말했다. 용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 안에는 이미 십수명이 바닥에 한줄로 눕혀져 잇었다.
험악했던 전투를 말해 주기라도 하는 듯이 온전히 죽은 시체는 없었다. 거개가 어디 한군데 창으로 뚫려 있거나 아니면 자신의 몸 안 내장들을 게워냈거나 그도 아니면 자신의 머리를 잃었거나
한 시체는 눈을 부릎뜬채 이마 윗 부분이 전부 날아간 시체 마져 잇었다. 머릿속의 뇌수는 전부 흘러 나왔는지 노란색의 뭉개진 골이 뇌수와 피가 빠져나간 머릿속을 으깨진체 대신 채우고 잇었다.
"빨리 빨리 치워"
허수아비 용병단이 창데를 휘두르며 엄포를 놓았다. 용병이 자신의 눈을 찔끈 감고는 혀를 길게 빼어 물고 머리가 두쪽으로 코 바로 윗부분 까지 갈라진체 바닥에 누워있는 시체의 양팔을 잡았다.
물컹거리는 뇌수와 골의 일부가 그제서야 다시금 땅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이 살아날 방도는 그것 밖에 없습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얼굴을 반쯤 가린 허수아비 용병대의 대장이라는 작자의 말에 한군데 모여 웅크리며 앉아 있던 참새 용병단의 안에서 웅성 웅성 거리는 소리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그렇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용병 하나가 손을 들고는 아하루의 지목도 받지 않고 재빨리 물었다.
"어떻게 된다뇨?"
용병이 자신의 질문이 너무 뜬금 없었음을 알앗는지 다시금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제법 참새 용병단 내에서도 제법 신망을 얻었던 자인 듯 다들 용병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큼 큼. 물론 저희도 살고는 싶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반쪽이나마 이름 값이란게 있습니다. 물론 저 높으신 귀족님네들이 보기에는 가당치 않은 일이라 콧방귀를 뀌겠지만 저희도 용병. 용병도 용병나름의 이름이 있습니다.
설혹 지금 이 순간 저희가 대장님의 말씀대로 이곳에서 허수아비 용병단에 가입을 해 살아 난다고 할지라도 신의를 버리고 삶을 구걸한 자들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렇게 되면 지금 이곳에서는 당장 목숨을 부지 한다고는 하나 앞으로의 삶은 죽느니 만도 못한 것이 될겝니다."
아하루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내 약속을 하죠. 이곳에서 가입된 여러분들은 차후 이곳을 벗어나는 즉시 다시 자유가 됩니다. 그때는 다시 이전처럼 여러분들의 원래 용병단으로 복귀하든 아니면 아예 딴 곳으로 돌아가든 그것은 상관치 않겠습니다.
됐습니까?"
아하루의 말에 용병이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안될 말씀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두 번이나 배신한 놈들이 되고 더욱이 목숨을 구해준 의기마져 잊어버린 놈들이란 소릴 듣게 됩니다."
용병의 말에 아하루의 얼굴에 살짝 노기가 드리워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작정 입니까? 이대로 여기에서 죽겠다? 그것입니까? 그렇다면 원대로 해드리리다."
"아니 아닙니다."
용병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용병의 그런 손짓에 아하루가 나직히 한숨을 내셨다. 그리곤 피곤하다는 듯이 게속 말하라는 듯이 턱짓을 했다.
"저희도 목숨이 중한 것은 압니다. 그리고 또한 비록 개도 안물어갈 이름이지만 이름값이라는 것도 있지요.
해서 부탁드리건데 이왕 저희를 살려 주실거면 나중에라도 저희를 위해서 저희의 체면을 살려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럼 어떻게 해야 당신들도 살고 또한 당신들의 체면도 서게되오?"
아하루의 말에 용병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저희와 합병해 주십시오"
"뭐요?"
아하루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용병이 송구하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물론 염치없는 요구인줄은 압니다. 하지만 합병이라고 한다면 용병단과 용병단간의 거래 그렇게 된다면 여기 있는 이들도 결코 이름이 바닥에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아하루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생각을 정했는지 고개를 들었다.
"흠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도록 하십시오. 저기 저들이 곧 이곳에 들어올려는 모양이니까"
아하루의 말에 말을 꺼낸 용병이 더 황당하다는 듯 아하루를 바라보았다.
"아니 제 말을 그대로 믿으십니까? 만일 일이 잘못되어 합병을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실려고 그러십니까?"
아하루가 용병의 말에 싱긋 웃었다.
"글세요. 그때는 그때대로 수가 생기겠죠. 하지만 그럴지라도 이들의 목숨은 구할수 있을테고 더욱이 당신이 누군지 모르지만 당신의 말을 믿을 따름입니다."
아하루가 그렇게 말하고는 저만치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아하루의 뒤에 대고 용병이 급히 외쳐댔다.
"저는 참새 용병단의 부단장 아포라고 합니다. 나중에 뵙겟습니다."
아포의 말에 아하루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포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는 다시금 몸을 돌려 자신들의 무리에게로 돌아갔다.
"자자 어서 움직이라구"
아포가 아하루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의 뒤쪽에 있는 용병들을 향해 말했다.
"허수아비 용병단의 퇴각에 맞추어 같이 퇴각한다."

아하루의 용병단과 참새 용병단이 천천히 진지를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대기하고 있던 백합 용병단이 꾸역 꾸역 그들이 있던 자리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벌써 해는 저물어가고 지평선 너머로 달이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전투는 아직도 끝나지 못했다.
아하루들이 있던 진지에 새로 들어온 백합 용병단은 진지 내의 그 처참한 모습과 참새 용병단과 피로 흠뻑 젖은 땅을 바라보며 서서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178. 29화 신성전투의 마지막(1)
"모두들 그간 수고들 많았소"
노기사가 막사 안으로 들어오며 무게를 잡고 맨 처음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노기사의 말은 안에 있는 용병 단장들은 그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그들은 삼삼 오오 친분이 있는 사람들 끼리 모여서 저마다 앞으로의 일들이나 혹은 그간의 일들에 대해서 소곤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하루와 그의 용병단이 있는지 연신 힐끔 거리며 아하루와 그리고 그의 곁에 바짝 붙어 앉아 있는 호르텝을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곤 하였다.
'탕탕'
노기사가 자신의 말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제멋대로 떠드는 용병단장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커다란 판을 두둘겼다.
노기사의 그런 의도가 먹혔는지 용병 단장들이 하나 둘 잡담을 멈추고 앞으로 돌아앉기 시작했다. 노기사가 용병단장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쑥쓰러운지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흐음. 그동안 여러분들 무척 수고 많았소. 이제 여러분들이 나설 전투는 없지만 그래도 내일 있을 3차 전투까지 대열을 잃지 말기 바라오"
노기사가 좌중을 한번 둘러 보았다. 좌중에는 승리로 인한 기쁨에 넘치며 당당한 얼굴이 있는 한편 다른 한쪽으로는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구겨져 있는 얼굴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양 담담한 표정의 얼굴도 있었다.
그리고 아하루의 경우는 그 얼굴에 쒸여진 가면 때문에 그가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제길 가면이나 벗을 것이지."
노기사가 다른 사람이 안들릴정도로 나직히 중얼거리고는 다시금 자신의 말을 이었다.
"제 3차 전투는 기사와 기사간의 결투로 맺음 될것이오. 여러분들은 단원들을 이끌고 여러분들의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오. 또한 전투가 모두 끝난 이후 여러분들의 그간 노고에 대해 치하가 있을 작정이오.
그 자리에는 현 왕실의 높은 분들 뿐 아니라 제국의 귀하신 분들 모두 나오게 되니 여러분들의 행동에 특히 유념해 주기 바라오.
비단 이때껏 용전분투 하고서도 마지막을 못넘겨 그 분들의 눈에 벗어나게 된다면 그 다음 일은 상상하지 않아도 잘 아리라 믿소이다.
또한 모든 것이 끝나면 여러 귀족분들이 함께 여는 무도회에 각 용병단의 단장들도 참석해주기 바라오. 그리고 그에 대한 준비는 따로 여러분들에게 사람이 가게 될 것이오."
노기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여러분들의 용전분투로 인해 이번 전투는 거의 우리의 승리로 확정이 되었고 그만큼 영토가 늘어나게 되었소이다.
내일 귀하신 분들께서 직접 치하하시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나도 여러분들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소. 이상이오"
노기사의 말이 끝나자 용병 단장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잠깐. 거기 허수아비 용병단장"
노기사가 급히 외쳤다. 용병단장들이 노기사의 외침에 잠시 노기사와 아하루를 번갈아 쳐다보며 궁금함을 느꼈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갔다. 아하루도 박으로 나가려다 노기사의 부름에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노기사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노기사가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가져온 종이를 건넸다.
"여기에 적힌 것이 진정 사실이던가?"
아하루가 노기사가 건넨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곳에는 어제의 전투시 아하루의 허수아비 용병단이 상대측 참새 용병단을 죽이지 않고 살려둔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그에 대한 판정이 따로 적혀 있었는데 그 판정은 자격 박탈로 적혀 있었다.
"이게 뭡니까?"
아하루가 다시금 종이를 건네 주며 물었다. 노기사가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고는 아하루에게서 종이를 되돌려 받았다.
"적힌 대로지. 자네의 용병단이 어제 상대측 음..."
노기사가 다시 서류를 힘끔 쳐다 보았다.
"흠... 참새 용병단을 전멸시키지 않고 포로로 잡아들인 것에 대한 판정문일세"
아하루가 노기사의 말에 팔짱을 꼈다.
"그래서요?"
어느새 아하루의 말 속에는 약간의 삐딱한 감정 마져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 아하루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노기사가 허허로운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그저 그런게지. 뭐 개인적으로는 나도 자네 용병단의 행동에 감명을 받았네. 쯧쯧 하나의 생명이라도 소중하건만 저치들은 그걸 몰라. 하지만 규정은 규정 원래는 자네의 용병단 전체가 대신 목숨을 내 놓아야 했지만 다행히도 대공 전하께서 자네들을 좋게 보셨는지 대신 자격 박탈로 마무리 짖게 되었다네"
아하루가 노기사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원래는 어느정도 위험을 감수 했던 일인지라 노기사의 말을 어느정도 수긍한 듯 했다.
"그런데 여기 자격박탈이란 말은 뭡니까?"
아하루의 질문에 노기사가 더욱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그게 더욱 웃긴 얘기지. 그저 책상 물림들이 생각하는 것이니 오죽하겠나만 앞으로 이 신성전투에 자네의 허수아비 용병단은 참가 하지 못한다는 게야. 그러니 웃을 노릇이지.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뭐 두 세 번 참가 하지 않은 용병단이 없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한번 참가하고 나면 두 번은 질색을 하지. 어차피 참가 한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이름세는 알려질테니 말이야.
뭐 자네가 앞으로도 계속 참가할 거라면 문제가 틀려지겠지만 말일세. 그래 다음에 또 참가하려는 마음은 있는겐가?"
아하루가 고개를 저었다. 노기사가 역시라는 듯 다시금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그럴줄 알았네. 그러니 여기서 나온 자격박탈 이란게 기실 아무런 가치도 없지. 그리고 혹여 참가하고 싶으면 자네 용병단의 이름을 바꾸면 그만인 것을... 아참 내 충고 한마디 함세"
"네?"
아하루가 의아한 듯 물었으나 노기사는 어느새 목소리 마져 낮게 깔기 시작했다.
"내일 대공께서 직접 수고한 용병 단장들을 직접 치하하실 거라네. 이런 일은 이때껏 전례가 없었지... 그 원인은 자네야. 그러니 내일 처신을 잘하도록 하게"
"무슨 말씀이신지?"
"대공은 욕심이 많으신 분이지.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그저 죽으면 되지만 그분의 맘에 들면 그 또한 쉽사리 빠져 나가지 못하지. 그러니 적당한 선을 유지하도록 하게나"
"왜 그러한 말을 저에게 하십니까?"
아하루의 눈이 어느새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노기사는 그런 아하루의 눈을 보지 못했다는 듯이 그저 허허롭게 굴 뿐 이었다.
"허허, 그런걸 말하는게 내 일인걸?"
노기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문득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앞으로 전도가 유망한 용병단 같아 보이니 말일세. 혹 나중에라도 만나게 된다면 살살좀 부탁하네"
노인의 말에 아하루가 쓴 웃음을 지었다.
"어디 감히 일개 용병단이 기사와 겨룰 일이 잇겠습니까?"
"글세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니 말일세. 그리고 이걸 받게나 이건 내가 신세진 이의 부탁도 있고 해서 주는게야"
노기사가 자신의 품안에서 작은 책자 하나를 건넸다.
"신세진 이요? 그리고 이건 또 뭡니까?"
노기사가 어리둥절해 하는 아하루를 보고는 살짝 미소를 흘렸다.
"자네 곁에 하렌가의 장녀가 함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네만?"
"그걸 어떻게..."
"자네 같으면 자신의 딸이 웬 못된 놈이랑 같이 어울려 다니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나? 허허"
노기사가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 하자 아하루가 약간 쑥쓰러워 했다.
"허허, 농담일세 그려. 그나저나 어쨌건 이건 비밀일세. 그 노친네가 워낙 깐깐해야지? 내가 그녀석 이름을 말했다는 것은 비밀일세"
아하루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기사가 아하루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래 그래. 자네는 모르겠지만 알게 모르게 자네를 지켜보는 눈이 많네 항상 행동에 조심 또 조심을 하게나. 그럼 그만 가보게나"
"참 어르신의 이름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아하루가 묻자 노기사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이 늙은 이의 이름을 알아서 뭐하려고?"
노기사가 그렇게 말하더니 웃는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알렉 미츠로비라고 한다네"
노인의 이름이 말해지는 순간 아하루가 깜짝 놀란 듯이 되물었다.
"알렉 밀츠로비? 진짜 알렉 밀츠로비 십니까?"
"어디서 어떻게 내 이름을 들었는지는 몰라도 그건 그저 허명인게야"
아하루가 급히 자신의 손에 들려워진 책자를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더욱 놀라운 얼굴로 알렉을 바라보았다.
"알렉님 이..이건"
노기사의 살짝 고개를 저었다.
"별거아니네 그저 이때껏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감상을 적어논 것에 불과하네. 딱히 줄 만한 사람도 없고 말일세 아마 자네라면 이것을 잘 활용할 수 잇을게야.
아니지, 어쩌면 자네라면 이것을 더욱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 놓을 수 있겠지."
"그래도 이런 귀한 것을..."
아하루가 다시 한번 뭐라고 말하려 하자 알렉이 아하루의 말을 잘랐다.
"됐네. 그만 가보게나."
알렉이 손을 들어 내쫒듯이 아하루를 향해 손짓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아하루가 깊숙이 허리를 숙여 알렉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곤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알렉을 뒤로 하고 막사 밖을 나섰다.
막사 밖에는 막사 안으로 들어 갈 수 없었던 훼리아와 소르엔이 아하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반가운 얼굴로 아하루를 맞았다.
"이제 나오십니까?"
아하루가 훼리아와 소르엔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떨떨한 음성으로 멍한 듯 자신이 나온 막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렉 밀츠로비..."
"네?"
아하루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훼리아가 의아한 듯 물었고 소르엔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말 알렉 밀츠로비님이십니까?"
소르엔의 말에 아하루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 밀츠로비가 누구죠?"
훼리아가 궁금하다는 듯 묻자 소르엔이 아하루의 손에 쥐여진 작은 책자를 힐끔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렉 밀츠로비. 이전 아레나와의 3차 전쟁때 대 승리를 이끈 장본인이시죠. 혹시 밀케의 기사란 이름은 들어 보셨나요?"
훼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님이 자주 그분의 이름을 언급하시는 것을 들었어요. 그분 앞에 부끄럽지 않을 기사가 되는 것이 아버님의 꿈이라고 하셨지요."
소르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분의 본명이 바로 알렉 밀츠로비 님이십니다. 과거 아레나와의 3차 전쟁때 처음 일개 기사신분으로 참전 하셨다가 그분의 부대가 아레나의 기습에 말려 대패를 당하자 오히려 병사들과 다른 기사들을 수습하여 승리를 거머쥐셨죠. 또한 그 이후에도 아레나와의 전투시 여러모로 활약하여 끝내 전쟁의 승리를 이끌어 내신 분입니다.
전후 그분에게 작위를 하사하려 했지만 모든 작위를 마다하시고 다시금 평기사로 모습을 감추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런 곳에 있었을 줄이야"
소르엔이 감탄한 듯 말하자 훼리아도 그제서야 알렉이 누군지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저분이 바로 그분이실줄이야. 그런데 왜 그 모든 작위를 반납하고 저런 생활을 하시는 거죠? 제가 듣기에는 황실의 사부라는 직책까지 제시했다고 했던데..."
소르엔기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세요? 나름대로 무슨 사정이 있으시겠죠"
"일단 가지"
아하루가 소르엔의 말을 들으며 비로서 정신을 차린 듯 그렇게 말했다. 어느새 알렉에게 받은 작은 책자가 그의 품안에 소중하게 간직되어 잇었다.


179. 29화 신성전투의 마지막(2)
"하앗"
푸른 들판을 향해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 둘이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 기사가 달려나간 곳에서는 일제히 함성이 오르기 시작했다.
"와아~"
그와 동시에 상대편의 진영에서도 백색의 갑주로 전신을 무장한 기사 두명이 말을 달려 앞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중 한명이 자신의 칼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감싼 투구에 갖다 대었다.
"내 이름은 제이슨 데 고든 문라이트 광명과 정의의 신인 펠리온의 이름으로 승부에 임할 것을 맹세하는 바이오"
그러자 상대편에서도 기사 한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자신의 칼을 꺼내 자신의 투구 앞에 대었다.
"내 이름은 미네론 데 아난 칼츠 광명과 정의의 신인 펠리온의 이름으로 승부에 임할 것을 맹세하는 바이오"
둘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칼을 천천히 자신의 옆구리에 찬 검집에 갖다 넣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돌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뒤에 따른던 다른 기사 한명이 자신이 들고 왔던 거대한 랜스를 하나 제이슨에게 건내었다. 제이슨이 기사가 건넨 랜스를 받아 들고는 자신의 말과 갑옷에 부착된 고리에 랜스를 연결 시키기 시작했다.
랜스를 건네준 기사가 조용히 제이슨의 말과 갑옷에 랜스를 고정시키는 것을 도우며 무심히 입을 열었다.
"미네론은 마창의 명수입니다. 처음 격돌은 피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기사의 말에 제이슨이 자신의 앞 가리개를 젖혔다. 제이슨의 얼굴은 전투를 앞두고도 긴장하는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웃음마져 배어 물고 있었다.
"후후 자네는 내가 질거라 생각하는가?"
제이슨의 말에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제이슨님의 실력이라면 단숨에 저치를 꺽을 수 잇겠지요. 하지만 너무 큰 능력을 보이는 것도 좋지는 않을 겁니다."
기사의 말에 제이슨이 문득 자신이 달려나왔던 약간 높은 둔덕에 쳐진 진영을 바라보았다. 그 가운데에서는 수 많은 귀족들이 이제 벌어질 기사간의 결투를 보기 위해 고개를 빼들고 쳐다보고 있었다.
"제길 꼭 재주부리는 곰이 된 듯 허이"
제이슨의 말에 기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내 정색을 하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어쨌건 제이슨 님은 마창보다는 검술에 일가견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귀찮은 상황에 말려들지 않으시려면 마창에서는 손해를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기사의 말에 제이슨이 쳇하는 얼굴로 자신의 방패와 갑옷을 손으로 건드려 보았다.
"그럼 방패와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이야긴데... 이건 튼튼 하겠지?"
제이슨의 말에 기사가 풋 하고 웃더니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었다.
"까짓 맨몸으로도 충분하실텐데 무슨 엄살이 그리 심하십니까? 자 됐습니다. 저쪽은 벌써 준비를 맞추고 기다리고 있잖습니까?"
기사의 말에 제이슨이 자신의 투구에 달린 앞가리개를 다시금 내렸다. 제이슨의 얼굴이 사라지고 검은 투구만이 제이슨의 얼굴을 대신했다.
"이봐 이봐 미리 예쁜 아가씨들좀 물색해봐. 난 징그러운 남자 손은 딱 질색이야?"
제인슨의 말에 기사가 싱긋 웃었다.
"걱정 마십시오. 보시면 깜짝 놀랄 아이로 준비해 두죠. 하"
기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냅다 제이슨이 탄 말의 엉덩이를 손으로 쳤다. 말이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어어? 야 아직 준비도 않했어"
제이슨이 황당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어느새 제이슨은 자신의 랜스와 방패를 능숙하게 조작해서 원위치에 놓았다.
제이슨이 달리기 시작하자 저쪽의 미네론도 자신의 말을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둘이 다시금 상대를 바라보며 달리기 시작하자 그들의 뒤쪽에 포진되어 있는 양쪽 진영에서는 일제히 함성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와 검은 창기단에 영광을"
"백색의 기사에게 영광을"
"와아"
양쪽 진영은 마치 자신들의 함성을 커지면 커질수록 이기는 것에 한 걸음 더욱 다가간다는 듯이 악을 써대며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하앗"
제이슨의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미네론이 말의 옆구리를 발로 차며 더욱 속도를 붙였다. 그의 곁에 바짝 부착된 랜스가 흉흉한 자태를 드러냈다.
제이슨이 상대의 모습을 눈으로 가늠하면서 자신의 말도 더욱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둘간의 사이가 급격히 좁아지기 시작했다.
"저번처럼 또 괴물같은 애를 데리고 오는 것은 아니껬지?"
제이슨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방패를 전면에 앞세우고 랜스를 왼쪽으로 엇갈려 틀고는 그 손잡이를 단단히 붙잡았다.
제이슨이 탄 말도 상대편의 말과 부딪치는 것을 알고 잇는지 흥분한 듯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상대편도 역시 자신의 랜스를 오른쪽에서 왼편으로 나오게끔 엇갈려 들고는 전속력으로 제이슨을 향해 달려 오기 시작했다.
'쿵'
'투웅'
랜스와 랜스가 살짝 빗나가며 서로 상대편의 몸을 찔러 들어갔지만 둘 다 자신이 지닌 방패로 랜스의 진행 방향을 살짝 틀어서 그다지 크게 타격을 받지는 않앗다. 둘이 그렇게 한차례 격돌을 마치고 양편으로 갈라지자 양쪽 진영에서 다시 한차례의 감탄사와 더불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오옷"
"와아~"
제이슨이 팔이 뻐근한지 랜스를 잠시 놓아두고는 오른손으로 왼손 팔목을 주물렀다.
"제길"
제이슨이 나직히 중얼거리고는 다시금 랜스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제이슨의 눈빛이 사나와지기 시작했다.
제이슨이 말을 돌려 미네론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하자 미네론 역시 제이슨을 향해 마주쳐 달려왓다.
"하앗"
미네론이 다시금 말의 옆구리를 걷어찾다. 말이 더욱 빠른 속도를 내면서 제이슨에게로 부딪쳐 왔다.
'퉁'
"크윽"
미네론의 랜스가 제인슨의 랜스 위쪽으로 타고 넘어 오면서 제이슨의 방패를 전통으로 가격했다. 제이슨의 나직하면서도 묵지한 신음소리와 함께 쥐고 잇던 방패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하지만 상대편의 랜스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미네론의 랜스가 끝에서 1m쯤 되는 부분에서 부러져 나갔다.
미네론 측의 진영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져나왓다.
"와아"
"펠리온의 영광이여"
제이슨이 다시금 원위치로 되돌아 와서는 자신의 옆에 찬 랜스를 버리고는 자신의 옆구리에 찬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말의 옆구리를 차고는 앞으로 나갔다.
"하아"
제임스의 행동에 상대편도 급히 자신의 부러진 랜스를 버리고는 칼을 뽑아 앞으로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챙'
말과 말이 맞붙고 사람과 사람이 맞붙으면서 둘간의 시퍼런 칼이 허공에서 부딪치기 시작했다.
제이슨이 자신의 칼을 무식하게 위에서 아래로 크게 휘둘렀다. 미네론이 그런 제이슨의 칼을 피하며 자신의 칼로 제이슨의 옆구리 쪽으로 휘둘렀다.
"짜식 넌 실수한거야"
제이슨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미네론의 품으로 달려가서는 한쪽 발을 들어 미네론이 타고 잇는 말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히히힝'
갑작스런 타격에 아픔을 느꼇는지 미네론의 말이 허공에 크게 치솟아 올랐다.
"비..비겁하.. 아악"
미네론이 갑작스레 요동치는 말을 다스리지 못하고 말위에서 굴러 떨어져 버렸다. 미네론이 탄 말은 미네론이 자신의 등위에서 떨어져 내렸음도 모르고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제이슨이 바닥에 떨어진 미네론을 한번 슬쩍 바라보고는 자신도 천천히 말에서 내려왔다.
"그러게 왜 그런 어설픈 공격을 해?"
제이슨이 나직히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미네론을 향해 다가들었다. 미네론이 넘어진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고는 급히 자신의 칼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이슨이 더 빨랐다. 제이슨이 칼을 크게 휘둘러서 미네론의 칼을 쳐 멀리 퉁겨버렸다.
그리곤 제이슨의 칼이 아직 엉거주춤 서 있는 미네론의 목젖의 바로 위에서 멈추었다. 미네론이 자신의 목에 겨누어진 제인슨의 칼을 원망하듯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졌다."
그제서야 제이슨이 싱긋 웃고는 미네론의 목에 겨눈 칼을 거두고 뒤로 돌았다. 그리고는 한 손을 크게 흔들었다.
"와아~"
"....에 영광을"
커다란 함성소리가 들판을 가득 매웠다.
"연기가 너무 어설픈거 아닌가요?"
기사가 제이슨에게 묻자 제이슨이 앞 가리개를 열고 피식 웃었다.
"그래 보여? 뭐 어쨋거나 됐잖아?"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이슨에게 활과 빨간 천이 묶여져 있는 화살을 건네 주었다.
"총 네 번을 쏘시면 됩니다. 그럼 그 만큼 영토로 편입되게 되겠죠"
제이슨이 기사에게서 활을 받아들고는 잠시 살펴 보더니 이내 화살을 시위에 매기고는 공중을 향해 들어 올렸다.
"그래 봐야 얼마나 되겠냐만은"
제이슨이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활 시위를 놓았다. 활은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더니 저 멀리에서 고개를 떨구고는 떨어져 내렸다. 제이슨이 활을 쏘자 제이슨의 진영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와아"
"말에 오르시죠"
기사가 어느새 제이슨의 말을 끌어다 놓았다.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함성소리를 들으며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화살이 떨어진 곳을 가늠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아 여기 있습니다."
기사가 빨간 천조각이 나풀거리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짓도 지겹군"
제이슨이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금 활을 들어 올렸다. 그날 제이슨이 쏜 화살의 총거리는 거의 1km에 달했고 젠티에의 영지는 빌토르의 영지를 1km를 획득하게 되었다.


180. 29화 신성전투의 마지막(3)
보통의 넓직한 막사를 몇 개를 연이어 이은 듯 막사는 1개 전대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었다. 더욱이 그 넓은 곳을 단지 몇 개의 기둥으로 처리한 덕분에 그 안의 막사는 높이도 굉장히 높았고 또한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 또한 막사 내의 장식들 또한 호화스럽기 그지없는 것들이라 마치 도성의 궁전 일부를 통째로 옮겨다 놓은 착각마저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 넓고 화려한 막사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화려한 옷을 차려 입은 귀족들이었다. 그리고 모여선 사람들의 가운데에 커다랗고 화려하게 치장된 의자에는 두 사람이 의자 바로 앞에 서있었다.
바로 이제 제1황태자가 된 파이넬 황태자와 듀코브니 대공이었다. 둘은 이번 전투에 수훈을 세운 기사들과 용병단장들을 치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자린 용병단의 아자린 대장 이옵니다."
뒤쪽에서 시종이 말하자 용병대장 중 한사람이 절도 있는 걸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한 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전하 아자린이라 하옵니다."
"오, 수고 많았네"
파이넬이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아자린이 황공하다는 듯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황공하옵니다."
파이넬이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듀코브니 대공이 곁에 있는 시종이 든 쟁반위의 물건을 하나 짚어 아자린에게 내주었다.
"이것은 전하께서 그대에게 내리는 선물일세"
아자린이 두손으로 물건을 받쳐들고는 더욱 황공하다는 듯 고개를 조아렸다.
"성은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아자린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다시한번 조아리고 일어나자 시종이 다시금 새로운 이름을 불렀다.
"허수아비 용병단의 아루 대장 이옵니다."
아하루가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지자 앞으로 천천히 나섰다. 순간 모여든 사람들의 가운데서 술렁거림이 일었다.
"오오 저 사람이 그 허수아비 용병단의 대장?"
"호 아직 젊은 듯한데요?"
"듣기로는 저번 짐보만에서도 놀라운 일을 했다고 전해지더군요"
아하루가 그런 술렁거림의 목소리를 담담히 뚫고 파이넬 황태자 앞에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전하 아루라 하옵니다."
파이넬이 아하루의 모습을 보고 잠시 눈에 이채를 띄었지만 이내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래, 수고했네. 그런데 그 가면은 왠건가?"
아하루가 고개를 숙인채 담담하게 말했다.
"실은 소인이 어릴적 과민한 탓으로 얼굴을 심하게 다쳤나이다. 그리하여 남들의 눈에 거슬릴까 싶어 일부로 가면을 쓰게 되었나이다."
아하루의 말에 파이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고생이 많았구나. 그래 내 너에게 선물하나 주랴?"
파이넬의 장난 같은 말에 아하루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네?"
파이넬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대기하고 있던 케인즈를 향했다.
"케인즈 경? 전에 얘기했던 그 물건을 주시오"
"아니 전하 어찌 그런 귀한 것을 이처럼 미천한 자에게 주시려 하옵니까?"
케인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파이넬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나와 공에게는 필요가 없는 것 어쩌면 저자에게는 소용이 닿을지도 모르지 않그렇소?"
"하지만 전하"
"어서 주시오"
파이넬의 말에 케인즈가 할 수 없다는 듯이 조그마한 빨간 색의 가죽 주머니를 품안에서 꺼내서는 파이넬에게 건넸다.
파이넬이 그 주머니를 받아 들고는 바로 아하루의 무릎 꿇은 발치 앞으로 던졌다.
"받게나"
아하루가 자신의 눈 앞에 떨어진 조그만 주머니를 두손으로 주워 들고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황공하옵니다."
파이넬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 별거 아닐세. 그건 대신전에서 나온 것으로 마법진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게 허락 받은 증표일세. 비단 자네가 신관은 아니지만 그 증표를 지니고 있으면 자유로이 마법진을 이용할 수 있을 게야"
파이넬의 말에 주위에 잇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귀족들도 웬만큼 지체가 높은 귀족이 아니라면 함부로 이용하기 힘든 것이 마법진의 이용이다.
그 어려운 마법진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당금에 있어서는 어지간한 보물이나 재화보다도 더욱 큰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아하루도 자신의 두손에 든 주머니의 가치를 깨닳았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하루가 천천히 그것을 두손으로 앞으로 내밀었다.
"황공하옵지만 전하 이것을 받을 수 없겠나이다."
"네 이놈 감히 전하께서 내린 것을 거절하다니 죽고 싶은게냐?"
아하루에게 주머니가 간 것을 못마땅 한 눈으로 쳐다보던 케인즈가 오히려 아하루가 그것을 거절하자 불같이 노하며 외쳤다. 그의 한쪽 손은 자신의 옆구리에 있는 칼자루에 닿아 있어서 여차하면 당장이라도 아하루를 내려칠 기세였다.
"아아 그만"
파이넬이 손을 들어 그런 케인즈를 만류하고는 호기심이 어린 얼굴로 아하루를 바라 보았다.
"받을 수 없다? 어째서 인가?"
아하루가 고개를 숙인채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전하 소인은 이제 겨우 평민이기 때문에 이 것을 받게 된다면 전하 곁에서 머물러야 하옵는데 그렇게 된다면 전하의 이름에 누를 끼칠까 두려옵고, 또한 제 동료들 또한 미천한 자가 많아 전하의 심기를 거스를까 하옵니다.
더욱이 제 동료들 또한 오로지 저와 피같은 맹세를 나눈지라 제가 그들의 곁을 떠나기도 힘드옵니다.
하오니 제가 이것을 받는다면 한편으로는 전하의 이름을 어지럽힐까 두려옵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료들과 함께 하기로 한 맹세를 저버릴까 두렵사옵니다."
"이 미천한 것이 어느 안전이라고 그따위 망발을 내 뱉느냐? 전하의 은총이 네까짓 천한 것의 맹세와 비교하다니"
케인즈가 더욱 화난 음성으로 그렇게 폭갈을 터뜨렸다. 하지만 파이넬은 그렇게 기분이 상하지 않았는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높고 화려함보다 당장 동료간의 우애를 택하다니 실로 갸륵하구나. 알겠다. 나를 모시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것은 내 그냥 너에게 상으로 주는 것이니 그다지 부담 갖지 말라."
파이넬의 말에 아하루가 두손을 내민채 다시 한번 고개를 조아렸다.
"황공하옵니다."
그런 아하루를 케인즈가 잡아먹을 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하 실로 태자 전하의 그런 자상하신 마음은 앞으로 이 땅 만물에게 참으로 홍복이로소이다.
흠흠 그나저나 황태자 전하께서 그런 거창한 선물을 주시다니 이 몸도 신하된 입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군요?"
듀코브니가 노안 가득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품에 있던 것을 뒤져서 아하루의 앞으로 던졌다.
"이것은 내 선물일세. 아 사양말게나. 전하께서 놓아준 사람을 내 어찌 거두겠는가? 그러니 걱정 말고 받게나."
아하루가 다시금 조심스럽게 듀코브니가 건네준 물건을 주워 들었다. 듀코브니가 건넨 것 역시 자그마한 주머니였다. 파이넬의 빨간 주머니와는 달리 노란 색 금테가 가운데 쳐져 잇는 황갈색의 주머니였다.
"그것 역시 대신전에서 나온 것으로 그것을 보이면 어느 영지를 통과하던 영지의 통행세를 물지 않아도 될뿐더러 자네가 머무는 근처의 신관에 부탁하면 자네와 자네의 동료들에게 쉴곳과 잘곳을 마련해 줄걸세"
"오오"
듀코브니의 말이 끝나자 여기 저기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지와 영지를 오가는데는 많은 영지를 지나야 했고 대개의 경우 영지를 지나는 길목에 초소를 두어 평민 이하의 모든 사람에게 통행세를 무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왔었다.
다만 만일 저 증표만 보이게 된다면 전국 어느 곳이던지 통행세를 물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록 같은 귀족들 끼리야 통행세를 물지 않았지만 그들 역시 평민들이 각종 통행세로 인해 불편해 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앗던 터였다. 그들 역시 각종 통행세로 자신들의 부를 늘려왓던 터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신전에서 숙식을 제공 받는 것은 더욱 나름대로의 의미가 컷다. 비록 신전이 전국 각 영지 마다 고루 퍼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전에서 머물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편안함과 아늑함은 도시의 여관이나 그런 시설들에 비할바는 못되겠지만 신전에서 머문다는 것은 그들의 손님으로 간다는 의미요. 그것은 사적인 부탁과 청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그것을 가진자의 신분과 능력에 따라 좌우되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황공하옵니다."
듀코브니의 말에 아하루가 다시한번 머리를 조아리고는 천천히 두 개의 주머니를 받잡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으로 물러 나왔다.
물러 나가는 아하루의 모습을 바라 보면서 듀코브니의 시선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흘러나왓지만 이내 그 시선을 거두고 말았다.
"케인즈 어떻게 내가 잘한거야?"
파이넬이 자신의 시녀에게 자신의 옷 입는 것을 시중 받으며 그렇게 말했다. 파이넬의 뒤에는 케인즈가 조용히 시립한 채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훌륭하셨습니다. 전하. 이로써 듀코브니 공작은 한마디로 물먹게 된 것이옵지요"
케인즈의 말에 파이넬이 실실 웃음을 쪼겠다.
"큭큭 그 노친네가 분해 하는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딴 놈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리 탐을 냈는지 모르겠군?"
"글세요? 아마도 대공 어르신께서 심심 하셨던 모양이옵지요. 가끔 그 어르신께서 특이한 것을 모은다는 소문이 있사옵니다."
"과연 그럴까? 어쨌건 자네의 그 계책은 반만 맞았군 그래?
하하 일국의 황태자의 성의를 그렇게 거절하다니 말이야. 어쩌면 나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그깟 놈 하나 받아봐야 내 세력이 더 커지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오히려 그 늙은이들의 반감만 더 사게 될지도 모를일이니 말이야.
더욱이 그녀석을 받아봐야 오히려 더 골치가 아플거야. 기사 작위를 주자니 다른 녀석들이 근본도 모르는 녀석을 대우한다고 불평할게고 그냥 두자니 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테니 말이야.
그리고 혹시 알아? 어쩌면 그 노친네들이 꾸민 간세일지"
파이넬이 문득 자신의 옷을 입히는 시녀의 가슴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시녀의 얼굴이 순간 벌개졌으나 워낙 이런 일을 자주 경험 했는지 그다지 동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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