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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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2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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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1.그녀와의 술자리.

겨울의 밤은 빨리 찾아왔다.사람이 별로 안사는 동네다보니,밤이되니 더더욱 인적이 드물었다.일곱시가 되기 까
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그만큼 나는 긴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으으..춥다!바람이 씽하고 불면서 길가에 쌓여있던 눈들이 바로 면상으로 직격했다.퉤퉤!

역시나 궁상맞은 놈들은 환경이 도와준다니까...젠장.누가 봤을까 두렵다.

"뭐하고 있니?"

오마이갓.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낮이 익다.꼭 나같은 캐릭터는 혼자 이러고 있음 누가 보더라고.나는 얼굴에
묻은 하얀 눈가루들을 털어내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

제길.이쁘다.졸업을 했고,짝사랑의 마음을 접었는데도 여전히 이쁘다.하얀색 털모자 사이로 내려온 머리칼.그리
고 어두운곳에서도 빛나는 저 눈.무엇보다 새하얗고 너무나 고와 보이는 저 피부.나는 그만 또 한번 눈이 마주치
자 마자 고개를 떨궈 버렸다.유준.이 바보같은 자식.

"많이 기다렸니?"

"아니..뭐.나도 방금왔어."

방금오길 뭘 방금와.긴장되서 40분전부터 나와서 서성거렸던 주제에.그녀를 만나기로 했던 아까의 그 커피숍 앞
에서,설마설마 했던 민아와 나는 다시 만났다.

"날씨 춥다.어디 들어가자."

"그래."

나는 일부러 성큼성큼 민아를 앞질러 걸었다.그래...술..술을 먹기로 했었지.근데.뭘 마시지?소주?맥주?역시 여
자니까 가볍게 맥주를 마셔야할까?아님...그냥 내 스타일대로 소주를 마실까?

"너...어딘지 알고 가는거야?"

민아의 말에 거짓말 처럼 내 발걸음이 멈춰 버렸다.아...맞다.나 술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가고 있었구나.나는
대답대신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표정으로 민아를 바라보았다. 한참이나 나를 멀뚱히 본 민아는 손으로 입을 가
리고는 쿡쿡 거리며 웃었다.

"엉뚱한건 여전하구나.이쪽이야.내가 아까 집에 갈때 조그맣고 이쁜 호프집하나 봤어."

난 가슴깊이 몰려오는 쪽팔림을 애써 갈무리 하며 민아가 잡아끄는 대로 따라갔다.젠장.난 이래서 안된다니까.
이런 등신!

"저녁은 먹었니?"

"아.,.응.넌?"

"난 점심을 늦게 먹었어."

가면서도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는 민아.수줍게 웃기까지 했다.그래서 인지도 몰랐다.내가 이 아이에게 내내 빠
져 있던 것은.늘 친절하고,좋아하는 사람앞에서는 단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나에 비해,이 아이는 늘 누구에게
나 친절하게 말도 걸어주고 웃어준다.뭐..날 좋아하지 않으니 그런것일 수도 있지만 말야.

"어서오세요.두분이신가요?"

이 동네..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어딜가도 친절하구나.나와 민아는 술집에 들어가서야 빨갛게 되어버린 귀를 녹
일수 있었다. 흐음...민아 말대로 꽤나 이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술집이었다.곧 있으면 다가올 성탄절 때
문인지, 가게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뭐 마실래?소주?"

"어라?너도 소주 마셔?"

내 얼빠진 물음에 민아는 핏 하고 웃어보인다.

"그게 무슨 소리야.나는 소주 마시면 안돼?"

"아니 뭐..그런건 아니지만 보통 여자애들은 맥주 먹던데."

"칫.그런게 어딨냐.그건 내숭떠는 애들이 그런거지.여기 소주한병 주세요!"

음..왠지 의미심장한데.나한테는 내숭 안떨어도 되는...뭐 그렇단 얘긴가.풋..하기사 민아는 간만에 만난 동창과
먹는 술자리라 생각하고 있을것을,애초에 나혼자 데이트라고 오바한거 같기도 하다.하하하하하.

"니가 먼저 술먹자고 하다니.좀 놀랐다야."

어색한 분위기가 싫었는지,민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게 말이야.내가 무슨 용기가 나서그랬는지...."

내 말에 민아는 쿡쿡 하고 웃었다.

"난..그래도 기뻤어.니가 술마시자고 해서."

아...젠장,이런거 때문에...이런거 때문이다.민아가 나한테 관심이 없는걸 알면서도,그녀를 계속 좋아했던 것은
이 아이는 항상 이런말로 날 들뜨게 했다.사람마음을 갖고 노는건지,아니면 착한 심성 때문인지. 이제 그만 좋
아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이렇게 희망을 갖게 하곤한다. 지금 이생각을 하는 이 와중에도,눈치없이 심
장은 계속해서 콩콩 뛴다.빌어먹을.

그녀와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때,술과 안주가 나왔고,우린 자연스럽게 술잔을 기울였다.역시 난 소주체
질인가보다.처음엔 잘 말을 못하고,그녀가 하는 질문에 답을 했던 나지만,술이 들어가니 나도 나름 대화를 끌어
갈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너 혼자 살고 있는거야?"

"아..으응."

"와..그럼 나 나중에 놀러가도 돼?"

"뭐???"

난 나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아하하...사실 난 혼자 산다고는 했지만....여자 세명과 동거 중이
야...날 주인님이라고 부르는...크흑!

"뭘 그렇게 놀라니?"

"아..아니..지금은 친척동생들이 있어서..."

"풉.."

"왜..왜웃어?"

"지금간다고 한적 없잖아...하하하."

으...쪽팔린다!마치 지금 당장 집으로 데려가려고 용쓰는 놈이 된것만 같아 얼굴이 벌게지는게 느껴졌다.그 분위
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역시 술을 드는게 상책이었다.나는 급히 민아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오랜만에 마시니까...얼굴이 빨개진다."

민아가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잡고 베시시 웃었다.제길.청순하다.이렇게 남자 마음을 흔들어 놓다니...나는 또
그녀를 좋아하게 되어 버릴것 같아 눈앞에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잔 두잔 기울이는 것이,어느덧 두병째 병을 따개 되었다.평소에도 잘 웃는
민아는 술이 들어가자 더더욱 미소를 띄우며 말을 했다.

"근데...진짜로 왜 고등학교 이후로 연락을 안한거야?"

살짝 술이 들어간듯,살짝 애교섞인 목소리로 민아가 물어왔다.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왜냐고? 분명 그 질문
은 아까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났을때 나에게 했던 질문이다.난 분명히 대답을 했지만,민아는 알고 있는것이다.
그 대답은 그냥 내가 대충 둘러댄 것이라는 것을. 내 진심을 듣고 싶다는듯 쉴새없이 맑은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나의 대답을,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우리 둘이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2.떨리는 순간.


"그건...?"

그녀가 다시 한번 되물었다.한번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나니,말을 하기가 더더욱 힘들다.그녀의 눈빛이 점점
더 부담스러워 진다.젠장...나는 또 한번 술잔에 술을 채우고는 입에 털어넣었다.그래...이왕이렇게 된거 말이
라도 하지뭐.밑져야 본전이잖아?

"너를....안좋아하기로 했으니까.그래서 연락안했어."

크아아...손발이 오그라든다.3년동안 단 한번도 고백하지 못했고,지금 졸업하고 나서 하는 이 말은 어느 의미로
는 고백이나 다름없었다.정리하자면,나는 몇년만에 처음으로 고백을 하는 것이다.

"그랬구나..."

민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그녀는 조용히 술잔을 만지작 거렸다.새삼스럽게 내 고백을 듣지 않아도,민아가 바보
가 아닌이상 내가 자신을 좋아했던것 따위쯤은,그녀도 알고 있을 터였다. 늘상 그녀의 곁에 서성거렸고,화이트데
이같은 날이 되면 변변히 없는 돈 털어서 사탕을 놓고 가고...젠장.지금생각하니 그때 난 왜그렇게 바보같았는지
몰라...

"왜...좋아한다는 말 빨리 하지 않았던 거야?"

민아의 흔들리는 눈동자와,반짝이는 입술을 보니 나는 또 할말이 없어져 버렸다.어째서 넌 내 마음을 또 흔들어
놓으려고 하는거야?이제..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말했다면...니가 받아줬을까?"

이번엔 역으로 내가 물었다.늘상 남자친구가 있던 민아가 아니었던가.그래서...내 소심 유전자는 그때 더더욱
그 빛을 발했던 걸지도 모른다.

한참이나 어색한 적막이 흐르고,민아가 조용히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너무나 귀엽고 예쁜 모습에,나는 할말
을 잃고 그녀의 입술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마...받아 줬을거야.나는...적극적으로 대쉬하는 남자를 좋아했으니까..."

나도 모르게 담배를 더듬어 찾고 불을 붙였다.제길...그랬구나.당시에 소위 잘나간다하는 패거리들중에,짱이라고
불리던 그 자식이 매번 이야기했었다.민아에게 찝적대는 놈들은 다 죽음이라고.그리고 얼마후 민아는 녀석의 여
자친구가 되었었지.하하.빌어먹을.

"사실.나 요새 많이 힘들었어.우울증에 걸린적도 있었고.근데 너 오랜만에 다시보니까 기분좋다.넌 언제나 유
쾌하잖아."

하하하하.유쾌라....사실 요새는 그렇게 유쾌하지 못해.말해봐야 넌 믿어주지 않겠지만,난 신비의 존재들과 함
께 동거생활을 하는 데다가,마나를 느끼는 다소 골때리는 수련을 하는 중이거든.아..게다가 나 전쟁에 참여할지
도 몰라.하하하하...

이런 내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민아는 계속해서 이야기하며 술잔을 비워나갔다.나 역시 어색했던 방금전의 분위
기를 깨기위해 쉴새없이 그녀의 말에 장단을 맞춰 주거나,페어리들과의 만남을 제외한 내 소소한 일상등을 이야
기 해주었다.뭐.....그래봐야 탐정사무실에서 무선인터넷 접속하는 나날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그녀의 말에 시계를 보던 나는 화들짝 놀라고야 말았다.어느새 10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정신을
차려보니 테이블위에는 꽤나 많은 빈병들이 놓여 있다.어라라?민아가 이렇게 술을 잘 마셨던가?

"흐으음..."

"저..저기 민아야.."

테이블에 살짝 팔을 베고 엎드려 버린 그녀를 조용히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다.사실,아까 지난 고백이야기를 할
때부터 살짝 취한거 같았는데...지금 술병을 세어보니 그 이후로 두세병을 더 마신셈이 된다.이..이아이 완전 취
한거 아냐?

"민아야...민아야."

"으으응..."

그녀는 대답을 하고 있었지만,혀가 살짝 꼬여 있었다.계속해서 베시시 웃기까지 한다.헐...내 주량만 믿고 다른
사람 주량은 생각하지 않고 마셔대 버린 모양이다.

"너..취했지?"

"아니야...안취했어 바보야.."

하기야...취한 사람한테 취했냐고 물어봐서 "응 나 취했어"라는 대답을 들었던 적은 맹세코 단 한번도 없었다.
하얀색 모자 사이로 내려온 머리칼이 그녀의 붉게 상기된 볼을 조심스레 덮고 있었다. 긴 속눈썹사이로 그녀의
눈이 감겨져 있다.마치,잠들어 있는 공주님 처럼,민아는 취기때문인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민아야.이제 집에 가자.응?"

"싫어...지금 가기 싫어.."

눈을 감은채로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린다.하지만 이대로 술집에서 있을순 없잖니.나름 밤이 되었고,여긴...술을
마시는 곳이지 잠을 자는 곳이 아니니까.

"여기...계산좀 해주시겠어요?"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혼자 주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상냥한 얼굴로 다가왔다.

"와..많이 드셨네요.괜찮으세요?"

"아..네..뭐...얼마에요?"

"그러니까.....4만 2천원이네요."

"여기요."

사실상 얼마전까지만 해도 4만원은 나에게 4백만원이나 다름없는 돈이었지만,그나마 지금은 자금형편이 조금 괜
찮은 편이었기에 나는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해주었다.

"민아야..일어나봐.움직일수 있겠어?"

"으으응..."

대답은 했지만,그녀는 살짝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한참이나 망설인 나는 내 오른쪽 어깨에 그녀의 팔을 걸치고
는 부축하듯 가게문을 나섰다.

나가자마자,눈이 시리다.술을 마셔 붉게 달아오른 내 볼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닿는다.눈....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유나가 보면 좋아하겠네."

프로즌 레이디 답게,유나는 눈만 오면 베란다에 서서 깡총깡총 뛰곤 했다.아마 지금 다 커버린 모습을 하고 있는
주제에 꼬마처럼 좋아하겠지.

"눈...오는거야?"

내 품에 기댄 민아가 조용히 중얼거린다.하하.떨리네.몇년을 따라다녔건만,이렇게 가까이서 민아를 볼 기회따윈
나에게 없었다.

"너희집...어디니?"

"몰라..나 집에 가기 싫어..."

에휴...너 자꾸 청춘의 가슴에 불을 지필 셈이냐!그것도 모자라 민아의 몸에는 힘이 더더욱 빠져버려서 완전히
나에게 매달린 꼴이 되어버렸다.눈이 어느정도 쌓이니,그렇게 옆으로 부축하는것도 살짝은 힘이 들었다.

"안돼겠다.업혀."

"왜그래에~~나 혼자 걸을수 있어."

"그러지 말고..얼른."

민아는 한참이나 투정을 부리더니만,쪼그려 앉은 내 등에 살짝 기대었다.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 천천히 일어
나자,머리가 핑 도는게 느껴진다.음..하지만 여기서 비틀거려서는 안돼.뭔가 부실해 보이잖아.

그녀가 집을 알려주지 않으니,나는 무작정 민아의 집이 있을거라고 추정되는 길을 따라 걸었다.사박사박 거리는
발자국소리가 들리고,내 목으로 따뜻한 민아의 숨결이 느껴진다.간지럽다.간지럽지만 뭐라고 할수 없었다.지금
이 느낌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집...정말 안알려 줄거야?"

"몰라....아무데나 들어가....너무 추워."

"그...그치만."

동네자체가 한산한데,문을 연곳이 있을리 없다.그렇다고 편의점에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아닌가.어딘가에 커피
숍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낮에 들렀던 그 커피숍은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어...어..."

한참이나 걸어가던 나는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반가워서 걸음을 멈추었지만,다시 그리고 쉬이 발걸음을 뗄수 없
었다.

젠장.이거 기회인거냐..아님 시험의 장인거냐.미칠 노릇이었다.개발된지 얼마 안된 동네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
주는 저 모텔건물.특히나 이 쪽 뒤쪽으로는 등산로 같은것도 있고, 게다가 조금만 더 나가면 곧 시내가 개발될
곳이었기에 모텔이 있는것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왜 하필 이때에?

"준아...나 추워...."

가슴이 떨린다.어쩌면 민아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심장이 바로 살을뚫고 튀어나와 버릴것만 같은 착각마
저 들어왔다.

그래....어쩌면...내 기나긴 짝사랑의 결실을 오늘 하늘이 주는 걸지도 몰라...민아도 많이 취했잖아...아까 우
울하다고 했듯이...집에가면 더더욱 우울하기 때문에 집에 가기 싫은걸지도...몰라.

나는 그렇게 한없이 몇번이고 자기합리화를 하며,나도 모르게 모텔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3.첫사랑과의 첫경험.


"2층입니다.편히 쉬세요."

그녀를 업고 있는 탓에 프론트에서 받은 키를 입에 물고 가면서도 내 심장은 끊임없이 뛴다.젠장...아줌마 같으
면 편히 쉴수 있겠어?나 이래뵈도 숫총각이란 말이야.게다가...첫사랑은 술에 취해서 나한테 엎혀 있는 상황이
라고!

딸칵.

가까스로 문을 열었지만,너무나 어둡다.제길...왜 스위치를 켜도 불이 안켜지지?이거...고장난 방아냐?아님 정
전인가?

한참이나 낑낑거린 끝에 나는 열쇠 뒤에 달려있는 네모난 부분을 스위치 바로밑에 끼우는 방식이라는 걸 알아낼
수 있었고,거짓말 처럼 금새 방안이 밝아졌다.젠장...여자 경험없는 놈은 이래서 안돼.

"으으음..."

조심스레 그녀를 침대위에 눕혔다.말을 걸면 모두 대답을 하는 것으로 봐선,민아는 완전히 인사불성은 아니었다.

문제는,그런 사실들이 나를 더욱 두근거리게 만든다는 점이다.여자친구는 단 한번 사귀어 보긴 했지만,키스까지
가 지금까지의 내 스킨쉽의 전부였다.그런데 누가봐도 이쁜 민아와 한방이라니...제길.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미...민아야."

나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그녀는 쎄근쎄근 숨을 쉬며,스르르 눈을 뜬다.

"응..."

역시나..역시나 깨어있다.지금 그녀는 여기가 어딘지 알겠지.미칠것만 같다.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감이 잡
히지 않는다.

"미안해..이런곳으로 와서."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사과를 해버리고 말았다.사람이란건 이래서 이상한거다.왜 이렇게...마음과 입이 따로 놀
아 버리는지..나도 모르겠다.

"내 우울한 마음...덜어줄수 있니?"

살짝 눈을 뜬채로,민아가 조용히 물어왔다.유혹과도 같이 들리는 한마디였다.내가 그토록 짝사랑했던 민아는,몇
년 후에 더더욱 예뻐진 민아가 되어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쉬이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아 줄래?준아..."

흡사 그녀의 말은 마법처럼 내 발길을 끌어 당겼다.절대자의 말을 들은 것처럼,나는 스르르 그녀의 곁으로 다가
가고 있었다.하얀시트에 누워있던 그녀가 몸을 반쯤 일으키고는 머리에쓰고 있던 하얀 털모자를 벗었다.신기하
다.나는 저런거 쓰면머리가 눌려서 반 찐따가 되어 버리거늘,민아는 벗자마자 찰랑찰랑한 머리결이 스르르 내
려온다.

나는 어정쩡하게 그녀를 안았다.민아와 나의 볼이 닿았다.이게 꿈이 아닌걸까?페어리들을 만난이후로 꿈과 현실
에 대한 고찰을 수없이 해본 경험으로 미루어볼때 분명 꿈은 아니다. 민아의 따뜻한 볼의 감촉이 너무나 생생하
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그녀가 내 품에서 떨어진다.그리고 곧장 내 눈에 민아의 반짝이는 입술이 보인다.립클로즈를 바른걸까?
그리고 그녀의 숨결에 따라나오는 술냄새와 함께 묘하게 풍기는 여자의 냄새.나는 정신을 잃은 것처럼,앞뒤 재지
않고 그녀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으음...."

우발적인 상황이긴 했지만,조금도 거부가 없다.부드럽다.민아의 입술은 너무나 부드러웠다.살짝 실눈을 뜨니 민
아는 눈을 감고 있었다.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는 더더욱 흥분해 버렸다.

쪼옥.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짝사랑했던 그녀의,부드러운 입술에 내 입을 맞추는 것은,정말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일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민아는 뒤로 스르르 넘어지듯 누웠고,나는 자연스레 그녀와 함께 누우며 키스를
시작했다.

아아...키스라는 행위자체가 나에겐 너무나 오랜만에 벌어지는 일이었다.민아의 부드러운 혀의 감촉을 느끼며 나
는 살며시 그녀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심장은 마치 활화산처럼 요동친다.민아의 손이...그녀의 손이 내 점퍼를
벗겨내고 있었다.그리고 곧장 날씨탓에 차가워진 그녀의 손이 내 스웨터 안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것이 신호탄이 된것처럼,우리의 움직임은 격렬해졌다.이제 내가 짝사랑과 스킨쉽을 하고 있다는 달콤한 환상
보다,눈앞에 있는 그녀를 원하는 마음만이 머리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격렬한 키스가 계속되면서,민아는 내 몸
위로 살짝 올라왔고,나는 그녀가 입고 있던 두꺼운 패딩자켓을 벗겨주었다.

"오늘부터는....당당히 말할수 있지?나...좋아한다고.."

그녀가 조용히 속삭인다.술을 마셔서 일까?왠지 청순하게만 보였던 민아의 눈빛이 야하게 느껴진다.맞다.그녀는
분명 취했다.하지만 오늘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축해 버릴정도로 취하진 않았다.그녀도...이유는 모르지만 나
를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다시금 입맞춤이 시작되었고,나는 민아의 니트 사이로 손을 집어 넣었다.경험이 조금은 있는듯,민아는 몸을 비틀
어 내가 니트를 벗겨내기 용이 하도록 도와주었다.

"아..."

키스를 하는 그동안에도 나는 탄성을 질렀다.너무나 눈부시게도, 귀여운 레이스가 달린 그녀의 브라가 눈에 들
어왔고,하얀 목에 걸린 자그마한 팬던트 목걸이가 더더욱 섹시하게 느껴진다.한참이나 그녀의 후크를 더듬었지만
벗겨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그녀가 살짝 미소짓고는 손을 뒤로 돌려 후크를 끌렀다.

정녕,너무나 황홀한 광경이었다.내 위에 올라탄 그녀의 가슴이 드러난 것이다.한없이 만지고 주물러도 질리지가
않을것만 같다.

"이거..벗어볼래?"

민아의 말에 나는 급히 내 웃도리를 벗어 버렸다.

찰칵.

맙소사...민아가 내 바지의 벨트를 푸는 소리가 들려오자,난 경직되어 버리고 말았다.조금씩 아랫도리가 시원해
진다.민아가, 내마음속의 여자였던 민아가 내 바지를 벗겨버린 것이다.

"처음이니?"

조용히 속삭이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약간은 망설였지만,어차피 티가 나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
덕였다.

"내가...기분좋게 해줄게."

민아의 입술이 점점 다가오는가 싶더니,내 입술에 다다른다.그리고 점점 목을 타고 그녀가 내려가고 있었다.

너무나 짜릿하다.그녀의 가슴감촉이 맨살인 내 상체에 너무나 직격으로 전달되어 버리기 때문이다.민아의 부드러
운 혀가 내 몸을 타고 내려간다.가슴에서 배로,배에서 배꼽으로.

"으음..."

나는 신음성을 흘리며 몸을 뒤척였다.민아의 하얗고 가는 손가락이,내 트렁크 안으로 들어와서는 잔뜩 성이난
내 물건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그녀의 입술은 여전히 내 배부분에 머물러 있었다.머리속으로 강한 쾌감이 회
오리 치듯 밀려왔다.

"벌써..이렇게.."

그녀는 손을 뻗어 내 팬티까지 무릎으로 내려버렸다.성이난듯 빳빳하게 솟구친 내 물건을 살짝 움켜쥔 그녀가
천천히 입술을 가져간다.

헉!하는 신음성이 목구멍까지 기어나온다.난생처음 느끼는 감촉이 들어온다.맙소사...야동에서나 보던 일인데..
그녀의 이쁘고 앙증맞은 입술사이로,성난 불기둥이 천천히 들어가고 있었다.

쪼옥..쪽..

묘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진다.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죽을 지경이었다.단아한 얼굴과 입술사이로 열
심히 내것을 입으로 애무하고 있지 않은가.이제 이 현실이 믿겨지느냐 안믿겨지느냐의 문제는 완전히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미..민아야..그만.."

큰일이었다.처음겪는 자극에 눈치없이 벌써부터 가버릴것만 같았다.내 만류에도 불구하고,민아는 열심히 고개를
흔들어 대고 있었다.

"큭!"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올라오는거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와 동시에 상하로 움직
이던 민아의 고개짓도 천천히 속도가 늦추어 졌다.

"미..미안해 민아야.난.."

여전히 상체는 알몸인 채로 민아는 벌떡 일어나 휴지에 무언가를 뱉어 내었다.맙소사...하얀 정액이 그녀의 붉은
입술을 타고 휴지로 툭툭 떨어진다.

"괜찮아...괜찮아 준아."

민아가 나에게 와서 안긴다.천천히 내 가슴을 쓰다듬으며,그녀가 조용히 속삭인다.

"너도...나 기분좋게 해줄수 있니?"

대답은 당연히 오케이였다.분명 오늘은,내가 그녀에게 댓가없이 쏟았던 열정에 대한 보답의 날이 틀림없다.그녀
가 진정 나를 좋아하지 않고,그저 스트레스 해소때문에 나와 이런 행위를 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그렇다고 해
서,민아라는 내 꿈속의 여인상이 깨어질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무릎에 걸려있는 거추장 스런 속옷들을 벗어버리고는 곧바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내가 생각해도 서
툴기 그지 없지만,나는 천천히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확실히 다르다.자위하는것과는 차원이 다르다.자위를 하게되면 허무함이 밀려들지만,지금은 그렇지 않다.한번
분출을 했음에도,나는 여전히 떨리고 흥분되었다.그녀의 가슴을 입안 가득 물어보았다.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작
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가,민아의 하얀 살결과 너무 잘 어울린다.

"으으응..."

천천히 그녀가 신음한다.뛸듯이 기뻤다.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난 기특하게도 그녀의 청바지위를 더듬어 가
기 시작했다.민아가 나를 허락한다는 생각이 들자 뛸듯이 기쁘다.나는 천천히 그녀의 바지 후크와 자크를 풀어버
렸고,뭣에 홀린듯이 그녀의 팬티끈과 함께 바지를 내려버렸다.민아 역시 살짝 엉덩이를 들어 내 작업이 손쉽게
진행되도록 도와주었다.

"아아..."

나는 감탄하고야 말았다.모델처럼 쭉쭉빵빵은 아니었지만,실제로 여자의 전라의 모습을 보는것은 처음있는 일이
었다.살짝 배부분에 애교 살이 있긴 했지만,내 눈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민아의 여체였다.

쪼옥.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 다시한번 민아의 가슴을 입에 물었다.손으로는 한없이 부드러운 그녀의 둔덕을 어루만졌
다.그녀도 조금은 흥분한듯 촉촉한 느낌이 손가락으로 전해져온다.마치 보물을 발견한 항해사처럼,나는 뛸 만큼
기뻐졌다.

"아앙...아아..."

그녀가 눈을 감고 본격적으로 신음했다.게다가 민아는 손을 뻗어 내 자지를 움켜쥐고 흔들어주었다.이때까지의
이민아라는 여자의 모습에서 상상할수 없는 일이 분명하지만,그것은 절대로 추해 보이지 않았다.오히려,이여자를
더더욱 갖고 싶다는 터무니없기 까지 한 욕심마저 들었다.

"흐응..아아...아앙.."

내 손가락이 바삐 움직이며 그녀의 신음역시 고조 되었다.축 늘어져 있던 내 물건도 언제 그랬냐는듯 조금씩 팽
팽 해지기 시작했다.

"준아...어서....하아.."

보기에도,민아역시 흥분이 고조되어 있었다.고마운 일이다.나같이 어설픈 애무에도 달아올라주는 그녀가.

나는 천천히 그녀의 다리 사이로 내 몸을 밀어 넣었다.민아는 살짝 다리를 벌려 나를 감싸 주었지만,내 자지를
잡고 아무리 비벼대어도 마음처럼 쉽게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잠깐만..."

민아가 손을 뻗어 내 물건을 움켜 쥐었다.그리고는 천천히 구멍에 맞춰 움직인다.나는 챙피한 마음에 말없이 그
녀를 바라보았다.거짓말 처럼,나는 절대로 찾지 못했던 그녀의 입구로 내 자지가 조금씩 빨려들어갔다.

"흐으응..."

민아의 콧소리.이것은 오늘 처음듣는 것이었지만,왠지 낮설거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아니,그럴틈이 없다고
보는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나 역시 강한 쾌감에 젖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앙...준아....천천히...흐응.."

민아의 작은 입술사이로 내이름이 들린다.나는 그녀의 몸 하나하나 놓치기 싫다는 듯,쉬지 않고 그녀의 가슴과
허리,그리고 엉덩이를 주물렀다.처음이라 익숙치 않은 허리 놀림도,조금씩 조금씩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내
가 요령을 찾아 갈 수록,민아의 야릇한 신음성 역시 점점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다른 체위도 해야 할텐데...하는 생각이 들때쯤,민아가 손을 뻗어 내 목을 움켜쥐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내 물건이 삽입된 그 상태 그대로,우리는 마주보는 형상이 되었고,민아는 나를 끌어 안으며 키스를 해주기 시작
했다.

"으음..."

나는 키스에 취해버려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고,여성상위의 체위로 자연스레 넘어갔다.민아는 내 입술에 입을
맞추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읍..읍...흐응.."

살끼리 결합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민아는 꽤나 수준급이었다.나보다 경험이 많다는 사실이 조금은 내 심
장을 아프게 했지만,그런것 따위는 상관없다.심지어,민아가 그냥 나를 하룻밤 데리고 논다고 해도,난 조금도 싫
지 않았으니까.

"준아...흐으응..하아아.."

내 하체가 조금씩 더 젖어 가는것으로 보아,민아역시 쾌감이 극에 다른 모양이었다.눈 앞에서 흔들리는 그녀의
가슴을 꼭 움켜쥔 채로 나는 두번째로 절정에 오르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미..민아야..나.."

"괜찮아..하앙...그냥...안에다가 해..아아앙.."

그녀의 말에 힘을 얻어 나는 민아의 허리움직임에 보조를 맞춰 살짝 엉덩이를 들썩여 주었다.찰싹찰싹 하는 마
찰음이 계속해서 들려오며,내 머릿속에는 오늘만 해도 두번째의 천둥이 친다.

"흐으응...."

그녀의 몸안에서 내 자지가 움찔움찔 거리며 무언가를 토해내고 있음이 느껴졌다.민아가 살짝 내 입술을 핥아주
며 나름대로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따뜻하다..."

그녀의 조용한 속삭임.아마도 평생 잊지못할,남들에 비해 한참이나 늦은 내 첫경험의 밤은, 창밖에서 내리는 함
박눈과 함께 조용히 내 머리에 각인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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