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그녀의 불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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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7,36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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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열심히 군요^.^
건강하시구요 재미있게 읽으세요!!!!


[ 그녀의 불륜 (1) ]



은주는 점심 설거지를 끝내자마자 준하의 가방에 양말이며, 와이셔츠, 속
옷 등을 차곡차곡 챙겨 넣었다. 그리고 슬며시 옷 사이에다가 지난밤에 쓴
편지를 넣은 분홍색 봉투를 끼어 뒀다. 은주는 불룩해진 가방을 현관 앞에
가져다 놓고 TV를 보고 있는 준하의 곁으로 와 준하의 목덜미를 두팔로
감싸며 볼멘 소리로 말했다.

'준하씨, 꼭 오늘 가야해? 내일 새벽에 내려가면 안돼?'

준하는 은주의 팔을 내리며 여전히 두 눈은 TV 를 향한 채 말했다.

'은주야. 그러면 내가 너무 피곤해서 일을 못하잖아.
우리 앞으로 2년만 참자. 그러면 서울로 다시 발령 받을텐데. 모.'

'그래도 나 자기랑 좀 더 같이 있고 싶단 말이야.'

'아, 나 기차시간 늦겠다. 이제 일어나야지.'

준하는 시계를 보더니 이렇게 말하고는 일어나 웃옷을 걸쳤다.

'자기야 잠깐만. 나도 역까지 같이 나갈게.'

은주도 옷을 하나 걸치고 준하를 따라나섰다.

준하와 은주는 서울역까지 가는 동안 내내 말이 없었다.
준하는 옷가방을 든 채 은주보다 세발자국은 앞서 묵묵히 걸어갔고
은주는 은주대로 준하 뒤를 졸졸 따라갈 뿐이었다.

'은주야. 나 다음 주에는 못 올라와. 일이 너무 많거든.
그거 처리해야해. 도착해서 전화할게.'

이것이 준하가 개찰구로 들어가면서 남긴 마지막말이었다.
은주는 눈물이 글썽글썽하여 준하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은주는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오면서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결혼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젠 무뎌질 만도 한데.
난 왜 준하씨가 부산에 갈 때마다 가슴이 징해오는거지?
다른 주말부부들은 금새 덤덤해진다는데. 난 너무 외로워.'

은주와 준하는 연애시절부터 주말 연인이었다.
은주가 준하를 사귀게 되었을 때 준하도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감정이 한창 무르익어갈 때쯤 준하는 부산으로
3년간 파견근무를 가게 되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은주가,
그 다음주엔 준하가 서울과 부산을 번갈아 왕래하면서 데이트를 했었다.
그리고 편지도 주고받고 밤새워 전화를하면서 둘의 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러다가 교제 6개월만에 결혼을 했다.

준하는 부산에서 따로 방을 얻지 않고 회사 기숙사에서 있으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로 올라왔다.

결혼 초에는 준하는 휴일마다, 주말마다 꼬박꼬박 올라와 출근하는 날 아
침 첫 비행기를 타고 내려가거나 새벽 기차를 타고 출근했었지만 결혼 3개
월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주중에 있는 휴일에는 올라오지 않는 일이 있기도
했다. 결국 지금에 와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것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
다가 토요일 밤에 도착해서 다음 날 점심 먹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것이 정
형화되었다.


은주는 준하가 피곤하고 힘드니까 그런가보다, 이 생활에 익숙해져서 그
런가보다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었다. 전화통화도 매일매일
꼬박꼬박 하다가 언제인가부터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전화가 오기도
했다. 은주는 준하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도 근무시간에는 정신없이 일을 하
고 있는 준하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또 준하가 근무시간 중에 전화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준하의 기숙사에는 공중전
화밖에 없었기 때문에 오직 준하에게서 전화오기만을 목매달아 기다려야 했
다. 그나마 답답해지면 은주는 준하의 삐삐에 '00240024', '1010235'같은
숫자를 치거나 음성을 남기곤 했다.

은주는 준하를 기다려야하는 일주일이 너무나도 길고 외로웠다. 같이 쇼
핑 다니고 놀러 다니는 부부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느
낌이 들어 눈물을 지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외로운 시간을
달래보고자 은주는 한가지 취미를 개발했다. 바로 pc통신이었다. 은주는 전
부터 회사의 후배 여직원이 점심시간에 pc통신을 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차였다. 몇 번 후배 여직원의 아이디를 빌려 채팅도 하고 각
종 정보도 얻고하다가 일주일전에 자신의 ID를 만들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은주는 컴퓨터를 켜고 통신에 접속했다. 은주는 통신
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채 안됐기 때문에 통신 명령어에 그리 익숙지 않았다.
채팅을 하기 위해 대화방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은주는 기혼자 방을 찾아내
고 그곳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20대방은 또래가 많긴 했지만 대부분 학생이
거나 미혼이기 때문에 기혼인 은주가 곤란을 당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
에 별로 내키지는 않았다. 통신에서의 은주의 ID는 '준하은주'였다.

[준하은주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준하은주> 안녕하세요.

곧바로 '하이', '어솨요', '방가'라는 말들이 우루룩 화면위로 떠올랐다.
은주는 무슨 말을 해야 대화방 분위기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몰라 한참을 아
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준하은주님 자기 소개해주세요'라는 누군가의
말에 은주는 키보드를 재빠르게 두들겼다.

준하은주> 저는 26살이고, 서울에 거주하는 결혼한지 11개월된 직장인입니다.
000 > 아직 신혼이 시네요.
*** > 방가와요.
000 > 어머나 그런데 일요일인데 남편은요? 혼자 집에 계시는 건가요?
준하은주> 남편은 부산이 직장이라 어제 왔다가 점심 먹고서 아까 내려갔어요.
*** > 이런 신혼인데. 주말부부군요?
000 > 남편되시는분 너무하다. 이쁜 색시 놔두고 겨우 하루 있다가 갔네.
KMH88 > 준하은주? ID 가 특이하네요? 무슨 뜻인가요?
준하은주> 제 이름이 은주이고 남편 이름이 준하예요. 그래서..
KMH88 > 그러시군요.
준하은주> 저기. 다들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000 > 전 29살의 3개월된 아들을 둔 애 엄마예요. 호호.
*** > 27살이고 결혼한지 1년 6개월 막 넘긴 남자입니다. 여긴 회사 구요.
준하은주> 일요일인데도 근무를 하시는군요.
*** > 오늘 당직이니까 할 수 없죠. 5시까지 참을 수밖에.
KMH88 > 저는 29살의 직장인입니다. 결혼한지는 3년됐구요.
이름은 김민호입니다.
준하은주> 하하. 다들 저보다는 선배님이시군요.
000 > 민호님은 댁이신가요? 회사인가요?
KMH88 > 집입니다. 집사람이 동창회에 가서 혼자 집 지키고 있지요.
000 > 어머나.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 > 죄송합니다. 전 이만 실례해야 겠네요. 즐팅되십시오.

[***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은주는 이제 어느 정도 대화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은주는 커피를 한 잔
타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준하은주> 제가 통신한지 이제 일주일이라 실수가 많아요.
실수하더라도 양해해주세요.
KMH88 > 모르시는 것 있으면 저한테 물어보세요. 도와드릴께요.
준하은주> 네. 감사합니다.
000 > 어머나 어째요. 우리 아기가 우네요. 아기 밥 줄 시간이네요.
죄송해요. 그럼 안녕히.

[000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준하은주> 이젠 민호님과 저 둘만 남았네요.
KMH88 > 네. 그렇군요. 은주님 연애결혼이세요?
준하은주> 네.
KMH88 > 어떻게 만나셨어요?
준하은주> 회사 거래처 사람이었어요.
KMH88 > 그러시군요. 남편은 부산서 자주 올라와요?
준하은주>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올라와요. 만 하루도 있다가진 못하지만.
KMH88 > 외로우시겠군요. 남편분에게 섭섭함 느끼시겠어요.
준하은주> 아니예요. 그렇진 않아요.

은주는 이렇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민호에게 정곡을 찔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외로워하는 것을 보인 적이 없
었는데, 얼굴을 직접 대면한 것도 아니고 서로 목소리를 통한 것도 아닌데
가느다란 전화선으로 연결된 푸른 화면을 통해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꿰뚫
고 있다는 생각에 당황스러웠다.

'간단하게 단지 몇 마디 나눈것뿐인데도 내 마음을 알아차리다니.'

은주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준하은주> 결혼한지 3년 되셨으면 아이는 있으세요?
KMH88 > 아이요? 없어요. 아직.
준하은주> 왜요? 일부러 가족 계획이라도 하시는 건가요?
KMH88 > 아니요. 아내가 부부관계를 싫어해요.

은주는 '부부관계'라는 말에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준하와 잠자리에
서는 못나누는 말이 없었지만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모일 때에도 야한 농담
을 나누곤 했었지만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서 들은 '부부관계'라는
단순한 단어에 은주는 쑥스러웠다. 하긴 정민호라는 사람의 말투에서도 비
록 전혀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글이었긴 하지만 그 역시 겸연쩍어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KMH88 > 은주님은 아이 있으세요
준하은주> 아직요. 한 2년쯤 뒤에 가질려구요.
KMH88 > 하긴 아직 한참 즐기실 나이죠.
준하은주> 그렇기보다는 아직 엄마될 준비가 안돼서요. 남편도 부산에 있고.
KHM88 > 네 그러시군요. 은주님은 섹스 좋아하세요?
준하은주> 네에?

은주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전혀 예상도 못했던 말이었다. 은주는 순간
김민호가 혹시 말로만 듣던 통신에서 여자들을 꼬시고 소위 컴섹이나 번섹,
폰섹같은 걸 즐기는 족속이 아닌가 의심이 되어 대화방에서 나와버릴까 했
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은주는 /q 가 쳐지질 않았다. 그냥 물 흐르는 대로
대화에 계속 참여하고 싶었다.

준하은주> 성은 인간의 본능이잖아요. 어느 누가 싫어하겠어요?
KHM88 > 그렇겠죠. 후후.
준하은주>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을?
KMH88 > 은주님은 남편분과 섹스할 때 오르가즘을 느껴봤나요?
준하은주> 글쎄요. 오르가즘이 어떤 기분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이미 느꼈다해도 그게 오르가즘인지 아닌지는 모르죠.
KMH88 > 그럼 아직 못 느꼈다고 말하는 게 좋겠네요.

은주는 민호가 아이가 없는 이유는 자신의 아내가 부부관계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 내내 마음속에 걸렸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도 말이 안되는 것 같았다.

'혹시 저 사람이나 저 사람 부인한테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준하은주> 그러는 민호님은 섹스가 좋은가요?
KMH88 > 물론이죠. 인간의 행위 중에서 섹스만큼 훌륭한 것도 없죠.

'저 남자는 상당히 성에 대해 개방적인 사람인가보구나. 그런데 그런 남자
의 아내는 왜 부부관계가 싫다는 거지? 저 정도로 말한다는 건 섹스를 잘
한다고 자랑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혹시 부인이 자기 남편이 너무 밝혀서
질려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해서 남편과
의 잠자리를 기피하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KMH88 > 저는 가끔 설거지하는 아내를 뒤에서 살짝 안아 보기도 하고 같이
샤워도 하곤 하죠.

은주는 민호가 자신의 부부생활을 기탄 없이 말하고 있는데 대해 얼굴이
화끈되기도했지만 한편으로는 민호의 아내가 부럽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이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 준하는 살며시 다가와 안아 주기는커녕 침대
에 누워서 자고 있거나 TV를 보거나 했었다. 그리고 연애시절이나 신혼여행
때 같이 샤워를 해봤었지 이후로는 은주가 직접 민호의 등을 닦아주거나 한
기억은 없었다.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에 허락을 받은 뒤부터는 은주와 준하는 부산과 서
울을 서로 번갈아 오가면서 같이 잠자리를 하곤 했었다. 그래서 은주는 준
하만한 남자가 없다고 생각했고 준하 역시 은주 자신을 최고의 여자로 여길
거라 생각했었는데 민호의 말을 듣고 보니 모든 것이 갑자기 모호해졌다.

KMH88 > 아직 신혼인데 혼자 지내기 외롭지 않으세요? 갑자기 남편이 그리
워져 자위해본적은 없어요?

민호는 점입가경이었다. 은주는 민호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면서도 그 방을
빠져나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왠지 민호의 말에 자꾸 호기심이 생겼다. 그
가 최종에는 무엇을 말 할건지 뻔히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가만히
있었다.

준하은주> 그럴 때야 있긴 하지만 자위는 아직 한 번도. 방법도 모르구요.
KMH88 > 상당히 순진하시군요. 요즘은 많은 여성들도 자위를 즐기는데.
준하은주>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또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안되
더군요.
KMH88 > 남편이 첫 남자였나요?
준하은주> 네. 남편도 제가 첫 여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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