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사대 천왕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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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4,11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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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地獄十魔聖

-등격리사막(騰格里沙漠).
장성 넘어 대초원과 신강 사이에 위치한 사막,
후세에 고비사막이라고도 불린 열사(熱沙)의 대지다.
황폐하고 험악한 모래의 대지.
하나,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은 그 거친 열사의 땅 곳곳에서 번영을
구가하고 있었다.
목륜하(木倫河)---- 등격리사막의 북방,
저 도란태산에서 발원하여 대초원으로 흘러드는 강(江).
강은 사막의 생명줄이었다.
자연히 그 주위로 사람과 짐승이 모이고 촌락과...... 요새가
구축되었다.
황혼 무렵, 사막의 황혼은 유달리 붉어 마치 마른 모래에 불을 질러
놓은 듯했다. 낮 동안 태울 듯 달아오른 열기가 서서히 황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돌연,
두두두두......!
북서쪽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일단의 기마대가 달려왔다.
이십여 필의 건장한 준마들, 그 선두에는 비범한
일인일기(一人一騎)가 질주해 왔다.
전신이 숯같이 검은 털로 뒤덮인 준마, 그 흑마(黑馬)는 체격이
보통말보다 한 배 반 컸다. 두 눈은 타는 듯 붉어 홍옥을 박아 놓은
듯했으며 목 주위는 사자의 갈기 같은 하얀 갈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흑사금강총!
백 년에 한 마리 난다는 신마(神馬)가 바로 그것이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며 만 근 거석도 밟아 깨뜨리는 무서운 신력을
지닌 명마.
무릇, 무사된 자라면 꿈에라도 갖고 싶어하는 말이었다.

흑사금강총 위, 한 명의 아주 특이한 여인이 타고 있었다.
그녀의 체격은 어지간한 사내보다 더 우람했다. 등에 무쇠로 만든 한
자루의 활(弓)을 짊어지고 있는 여인.
나이는 이십대 후반 정도, 탄력있는 구리빛 피부에 조각같이 윤곽이
뚜렷한 여인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청동으로 만든
여신상같이 보였다.
고집스럽고 드세 보이는 굵은 눈썹, 타는 듯 이글거리는 붉은
눈동자...... 몸에 찰싹 붙은 피의(皮衣) 차림에 물결처럼 출렁거리는
긴 흑발, 전체적으로 강하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여인이었다.
"하핫! 오늘은 꽤 많이 남기는 장사를 했으니 내가 한 턱 내마!"
두두두......!
피의여인은 사내같이 껄껄 웃으며 목륜하변의 시진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자,
"이얏호! 역시 대주님다우시다!"
"하핫! 오늘은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실 수 있겠는데......!"
뒤따르던 열 명의 장한들은 유쾌한 표정으로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열 명의 장한들, 그들 역시 모두 등에 철궁을 짊어지고 있었다.
하나같이 비범한 인상과 호탕한 기도의 인물들이었다.
준마의 맨 뒤, 한 명의 소년이 겁먹은 표정으로 장한의 앞에 타고
있었다.
두두두......!
이내 기마대는 질풍같이 목륜하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피의여인과 십 인의 기사가 사라진 후,
"흠...... 꽤나 거칠어 보이는 계집이군!"
문득, 길옆의 천막 뒤에서 한 명의 청년이 걸어나오며 중얼거렸다.
모래를 막기 위해 두터운 천으로 전신을 감싼 청년. 그의 등 뒤,
칼(刀)과 검이 각기 한 자루씩 짊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막붕비, 바로 그가 아닌가?
그는 북원(北元)의 왕성인 적붕성으로 가기 위해 청해를 떠나 열흘
만에 이곳 목륜하에 이른 것이었다.
이제 하루만 더 가면 초원근경에 이를 수 있었다.
문득, 막붕비는 피의 여인 일행이 사라진쪽을 주시하며 중얼거렸다.
"흑사금강총! 저런 신마(神馬)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 예삿 계집이
아닌데......!"
그때였다.
"아니, 젊은이는 어디서 오셨기에 저 유명한 대막여왕(大漠女王)
철낭자(鐵娘子)를 모르시오?"
지나던 노인이 막붕비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문득 말을 건네왔다.
일견하여 대막의 토착민으로 보이는 초로의 노인, 그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막붕비를 주시하고 있었다.
"대막여왕? 아니 대막에 적붕천황 말고 또 여왕이 있단 말입니까?"
막붕비는 짐짓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노인은 막붕비의 아래 위를 살피며 말했다.
"보아하니 중원에서 온 모양이구료. 그러니 모르시지!"
그는 담뱃대를 입에 물며 말을 이었다.
"이 장성(長城) 너머에는 적붕천황 말고도 두 명의 여왕이 있소이다.
그 두 명의 여왕이 바로 대막여왕(大漠女王)과
달단여왕(達丹女王)이오!"
"......!"
노인은 오랜만에 얘기 상대를 만났다는 듯 신나게 막붕비에게
이야기를 늘어 놓기 시작했다.
두 명의 여왕!
대막에는 변황의 정세를 뒤흔들어 놓을만한 영향력을 가진 두 여인이
있었다.

-달단여왕 궁비연(宮飛燕)!
-대막여왕 철낭자(鐵娘子)!
바로 그녀들이었다.

달단여왕 궁비연----
그녀는 적붕천황의 오이랍부(烏而拉府)와 함께 몽고족 최대의 부족
달단왕부의 왕녀(王女)였다.
달단족의 왕위계승권자인 존귀한 신분의 여인, 또한, 그녀는
대막제일미인이기도 했다. 하나, 달단족이 오이랍족에 밀리면서 그녀도
신강 북방의 오지로 쫓겨가 있는 상태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녀는 대원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제(順帝)의
후손이라고도 한다.

대막여왕 철낭자----
그녀는 여왕이라 불리나 귀족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대막의 늑대무리 사이에서
자랐다. 늑대의 젖을 먹고 늑대들 사이에서 자라면서 그녀는 거칠고
흉폭한 야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다, 그녀는 우연히 대막 일대의 녹림제왕(綠林帝王)인
대막혈신(大漠血神)에게 발견되어 그의 양녀가 되었다.
대막혈신은 대막무림의 제일인이었다.
그에게서 무공을 전수받은 철낭자, 그녀는 본래의 야성마저 합쳐져
이내 양부 대막혈신조차 능가하는 초고수가 되었다.
그리고 십여 년 전, 대막혈신이 돌연 사망하자 철낭자는 그에 이어
대막녹림의 맹주가 되었다.
혹자는 철낭자가 양부 대막혈신을 유혹하여 그가 자신을 탐할 때
암습하여 죽였다고도 했다.
어쨌든, 철낭자는 당금 대막무림의 제일인자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이익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눈 하나 깜짝 않고
해치운다.
그런 그녀가 지금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일은 노예장사였다.
그녀는 중원의 변방을 침입하는 중원의 아녀자들을 납치하여
몽고족의 귀족들에게 팔아넘기곤 했다.
대원제국 시절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몽고족들은 중원의
여자노예들에게 각별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철낭자의 사업은
일로 번창의 승과를 누리고 있었다.
그 외에도, 철낭자는 적붕천황과 밀착하여 많은 이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는 적붕성에 일단의 여노예들을 팔아 넘기고 오는
길이었다.

* * *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난 막붕비, 그는 두 눈에 기광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문득 그는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
"철낭자를 뒤따르던 열 명의 장한들도 비범해 보이던데 그들은
누굽니까?"
"허허! 잘 보셨소! 그들은 대막의 가장 무서운 고수들인
대막십전(大漠十箭)들이라오!"
노인은 막붕비가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하자 신이 나서
대답했다.
막붕비는 검미를 모았다.
"대막십전? 활(弓)의 명인들인 모양이군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렇소! 그들의 궁술(弓術)은 천하최강이오. 특히 그들이 함께
펼치는 십궁천망진(十弓天網陣)은 가히 천하무적입죠. 십궁천망진에
걸려들면 대라신선이라도 빠져나가지 못한다오!"
이어, 노인은 대막십전의 궁술에 대해 좔좔 열변을 토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대막십전은 천 명의 고수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의 말은 다소 과장이 섞인 것이리라.
하나, 그렇다고 해도 대막십전의 궁술이 예삿 것이 아님은 확실했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막붕비는 내심 염두를 굴렸다.
(대막십전...... 어쩌면 그들은 지옥십마성이란 자들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윽고, 그는 돌아섰다.
"잘 들었소이다, 노인장!"
그는 한 조각의 은자를 노인의 깡마른 손에 쥐어 주었다.
이어, 입이 벌어지는 노인을 뒤로 하고 천천히 목륜하의 시진으로
걸어갔다.
(노예...... 상인이란 말이지? 어쩌면 그 계집에게서 철접누님의
행적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걸음을 옮기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이어, 그의 모습은 곧 인파 속으로 휩쓸려 사라졌다.

* * *

밤(夜).
목륜하의 밤이었다.
후덥지근한 연기가 사막의 밤을 휘감고 있었다.
목륜하를 찾아오는 자들은 대개 상인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을
상대로 몸과 웃음을 파는 요화들도 자연히 목륜하로 모여들었다.
목륜하의 밤, 그것은 요화들의 끈끈한 유혹과 교태로운 웃음 속에
깊어가고 있었다.

목륜하변의 커다란 파오----
"흐응...... 귀여운 것아! 누나가 돌아왔다!"
문득, 혀꼬부라진 소리와 함께 한 명의 여인이 비칠거리며 파오
안으로 들어섰다.
사내같이 우람하고 늘씬한 체격의 여인, 대막여왕 철낭자!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술을 꽤나 퍼마신 듯 눈동자가 흐릿했으며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다. 벌어진 피의 사이로 투실투실하고도 우람한 유방이
반쯤 드러나 보였다.
파오 안은 제법 넓고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바로 철낭자의 파오였다.
파오 한쪽, 양가죽으로 만든 넓은 침상이 놓여져 있었다.
침상 위, 한 명의 소년이 몸을 새우처럼 구부린 채 잠들어 있었다.
한쪽 발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소년, 이제 십 사오 세 정도
되었을까?
병약한 몸이었으나 반듯하고 준미한 얼굴이 슬프게도 귀족적으로
보였다.
소년은 울다가 잠이 들었는지 야윈 두 볼에 눈물 자욱이 흘러
있었다.
철낭자는 잠든 소년의 모습을 쓸어보며 야릇하게 미소지었다.
"호호! 우리 귀여운 아기가 이 누나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군!"
이어, 그녀는 비틀거리는 불안한 걸음걸이로 침상으로 다가섰다.
이윽고 침상 옆에 이른 철낭자, 그녀는 술에 취해 흐릿한 눈으로
소년을 내려다 보았다.
문득, 그녀의 풀어진 눈동자에 야릇한 욕정의 불길이 번져올랐다.
연약한 소년의 체구를 보자 그녀는 아련한 옛날의 일이 기억났다.
그녀의 나이 십 사 세 때였다.
철낭자는 혼자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때 양부 대막혈신이 들어왔다.
평소 늘 철낭자에게 자상하기만 하던 그였다.
하나, 그날 대막혈신은 자상한 아버지가 아니라 한 마리의 야수로
돌변했다. 그는 울며불며 저항하는 철낭자를 욕실에서 무자비하게
능욕했다.
욕조는 삽시에 철낭자가 흘린 선혈로 붉게 물들었다.
철낭자는 대막혈신의 거친 숨결을 귓가로 느끼며 몇 번이나
혼절했었다.
대막혈신----
그는 그 날 철낭자의 어린 여체를 거푸 세 번이나 능욕했다.
최후에는 늑대들이 교미하는 자세로 능욕당하며 어린 철낭자는
맹세했다.

-복수할 거야, 반드시......!

그리고 오 년 후, 결국 철낭자는 대막혈신을 격살하여 복수했다.
대막혈신의 수하들은 이미 대막혈신이 양녀인 철낭자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 그들은 철낭자가 대막혈신에게
복수하는 것을 묵인했다.
그 후...... 철낭자에게는 한 가지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그것은 결코 나이든 성인과는 몸을 섞지 않는 버릇이었다.
그 대신, 그녀는 아직 순진한 소년들을 은밀하게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이곤 했다.
철낭자, 그녀의 두 눈에 증오의 불길이 타올랐다 사라졌다.
(그때...... 나는 아직 가슴도 나오지 않았어!)
이어, 그녀는 침상에 걸터앉아 잠든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철해붕(鐵海鵬)!
그것이 소년의 이름이었다. 오이랍부의 어느 귀족의 자제.
철낭자는 몇 명의 여노예를 적붕천황에게 넘기러 갔다가 철해붕을
공짜로 얻었다.
적붕천황은 철낭자가 소년을 좋아함을 알고 철해붕을 넘겨준
것이었다.

-적당히 갖고 놀다가...... 본황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팔아 버려
주게!

적붕천황은 음침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철해붕은 적붕천황의 배다른 동생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적붕천황은 자신의 패권(覇權)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철해붕을
제거하기 위해 철낭자를 이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철낭자는 문득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후훗! 어쨌든 좋아! 모처럼 맘에 드는 귀여운 아이를 얻었으니
당분간 밤이 외롭지 않겠어!"
이어, 그녀는 몸을 일으켜 훌훌 옷을 벗어 던졌다.
순간, 잘 발달된 그녀의 나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건강하고 탄력 있는 구리빛 피부, 풍만하다 못해 위압감으로 보이는
커다란 유방, 의외로 잘록한 허리와 풍만하고 탐스러운 엉덩이......
그 앞쪽으로 유달리 무성한 방초로 뒤덮인 비소가 아찔한 모습으로
노출되었다.
가히 뇌살적인 몸매였다.
그녀는 달뜬 표정으로 소년 철해붕의 옆에 누웠다.
"으음......!"
철해붕은 자신의 몸 속으로 보드라운 물체가 스물스물 기어듬을
느끼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순간, 그의 눈앞을 가득 채운 것은 여인의 우람한 유방이었다.
"싫...... 싫어......!"
철해붕은 일순 겁에 질려 철낭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하나, 이내 그의 얼굴은 철낭자의 풍만한 유방 사이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호호! 자, 이것은 네 거야! 귀여운 아기......!"
철낭자는 야릇한 콧소리를 내며 자신의 젖꼭지를 철해붕의 입에 물려
주었다.
순간,
"음......!"
부르르......!
철해붕은 낮은 신음을 발하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한없이 부드럽고 탄력 있는 육봉, 그것은 철해붕으로 하여금 어렸을
적 아련한 어머니의 감촉을 되살아나게 만들었다.
철해붕은 자기도 모르게 철낭자의 풍만한 유방을 움켜쥐며
어린아이같이 핥아보았다. 순간,
"흐음...... 그래...... 흐흐! 그래야 착한 아이지......!"
철낭자는 야릇한 콧소리를 내며 달뜬 신음성을 발했다.
이어, 그녀의 손은 슬며시 철해붕의 아랫도리를 더듬어 그의 하의를
벗어 내렸다.
그러자, 철해붕의 남성이 부끄럽게 불쑥 드러났다.
병약해 보이는 철해붕의 그것은 충분히 여인에게 수용될 정도로
발달해 있었다.
"하아......!"
철낭자는 뜨겁게 전신이 달아오름을 느끼며 숨가쁜 단내를 토해냈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는 이미 흥분으로 축축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 * *

철낭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흐응......! 이 누나가 좋은 경험시켜 주지!"
그녀는 철해붕의 몸을 번쩍 들어 자신의 몸 위에 태웠다.
그리고, 두 다리를 활짝 개방한 후 철해붕의 그것을 쥐어 자신의
비소로 이끌었다.
"아......!"
철해붕의 입에서 앓는 듯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자신의
예민한 끝부분이 한없이 보드랍고 촉촉한 살점에 닿음을 느끼며
전율했다.
"하아......!"
철낭자는 숨을 할딱거리며 철해붕의 허리를 안고 서서히 끌어당겼다.
그녀의 몸이 기대감으로 파들파들 떨었다.
마침내, 철해붕의 실체는 서서히 철낭자의 몸 속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철낭자! 그 정도로 해두지......!"
동시에,
"음......!"
철낭자의 몸 위에 있던 철해붕이 신음과 함께 힘없이 축 늘어졌다.
철낭자는 대경했다.
"웬 놈이냐?"
그녀는 철해붕의 몸을 밀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쯧! 조심해! 실수하면 본인의 칼날이 아가씨의 예쁜 얼굴에 흠집을
낼지도 모르니까!"
예의 싸늘한 음성과 함께 혀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스스스......
오싹한 예기가 철낭자의 전신에 뒤덮였다.
"......!"
철낭자는 삽시에 자신의 몸이 천 개의 칼날 사이에 끼인 느낌을
받으며 전신이 굳어졌다.
(빌...... 어먹을! 술기운 때문에 놈이 다가서는 것을 몰랐다.)
그녀의 옥용이 낭패함으로 이지러졌다. 이때,
뚜벅!
파오의 문으로 하나의 훤칠한 인영이 성큼 들어섰다.
막붕비, 그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철낭자는 다리를 벌린 자세로 침상 위에 앉아 막붕비를 노려보았다.
"바득! 네놈은 누구냐?"
막붕비는 빈손이었다. 하나,
징...... 징!
그의 등에 짊어져 있는 마도 묵룡풍에서 용(龍)의 울음소리 같은
울림이 은은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여차하면 그것은 도갑을 튀어나와
철낭자의 심장을 꿰뚫어 버릴 듯했다.
철낭자의 아미가 파르르 떨렸다.
(이 놈은...... 이기어도술(以氣馭刀術) 정도는 장난같이 펼칠
놈이다!)
그녀는 한눈에 막붕비가 자신이 평생 만나보지 못한 최강의 적수임을
알아보았다.
그녀의 등줄기로 문득 땀이 흘러내렸다.
막붕비, 그는 철낭자의 일 장 앞에 팔짱을 끼고 우뚝선 채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즐거움을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본인이 묻는 발에 순순히
대답해 주면 조용히 물러가겠다!"
뇌살적인 여체를 앞에 두고도 그의 눈빛은 흔들림 하나없이 서늘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 그의 눈빛이 철낭자에게서 저항할 기력을 앗아갔다.
"원...... 하는 게 무엇이냐? 내 몸은 아닌 것 같고!"
철낭자는 체념하며 물었다.
막붕비는 여전히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한 여인의 행적을 물어보려고 한다. 가슴에...... 나비의 문신이
있는 여자를 혹시 보지 못했느냐?"
"화접부인?"
철낭자는 눈을 번쩍 빛내며 물었다.
(화접부인(花蝶婦人)! 이 계집에게 제대로 찾아온 것 같군!)
막붕비의 두 눈에 신광이 흘렀다.
그것을 바라보며 철낭자는 문득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흐응! 그 화접부인이란 계집은 이놈에게 대단히 중요한
모양인데...... 잘하면 역전의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녀는 교활하게 뇌리를 굴렸다.

-화접부인!
그녀는 열 며칠 전, 철낭자가 습격한 어느 대상의 행렬에서 발견된
여인이었다. 나이가 조금 들어보이는 것 외에는 여자인 철낭자가
보기에도 화려한 미모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서역 어느 귀족의 부인이라고 했다.
철낭자는 화접부인의 몸을 검사하다 그녀의 젖무덤 사이에
나비문신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왔다. 그 아름다움은 사내의 혼백을 녹이기에
족한 것이었다. 철낭자는 적붕천황도 그녀에게 녹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화접부인을 적붕천황에게 팔아넘겼다.
과연 예상했던 대로였다. 적붕천황은 한눈에 화접부인에게 빠져
철낭자에게 선뜻 거금을 내주었다.
바로 오늘, 철낭자는 화접부인과 몇 명의 여노예들을 적붕천황에게
넘기고 오는 길이었다.
철낭자는 야릇한 눈으로 막붕비를 응시했다.
"호호! 네게 그 계집은 꽤나 중요한 듯...... 악!"
퍼억!
막붕비에게 수작을 걸려던 그녀는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막붕비, 그의 큼직한 손바닥이 철낭자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 것이었다.
철낭자는 볼에 불이 확 이는 것을 느끼며 나뒹굴었다.
풍만한 유방을 출렁이며 침상으로 나뒹구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사내에게 야릇한 충동을 불러 일으킬 만큼 요염하고 뇌살적이었다.
하나, 그런 것에 흔들릴 막붕비가 아니었다.
"이익! 네...... 네놈이 나를......!"
철낭자는 분노에 치를 떨며 벌떡 일어나려 했다. 하나,
콰득!
"악!"
커다란 막붕비의 발이 철낭자의 풍만하고 모양좋은 젖무덤을 밟아
이지러뜨렸다. 그녀의 젖무덤은 단번에 흙으로 더러워졌다. 그때,
"얄팍한 수단을 내게 쓰려하지 마라, 계집!"
냉혹무정한 일갈이 천둥같이 철낭자의 귀를 울렸다.
"......!"
흠칫하며 올려다보던 철낭자, 그녀는 한 쌍의 차갑기 이를 데 없는
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발견하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 이 놈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
난생처음 그녀의 몸에 격렬한 공포가 스쳤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막붕비가 자신에게 살기를 품고 있음을 느꼈다.
대막 수만 리를 거칠 것 없이 질타해 온 철낭자, 하나 그녀이건만
지금 생전 처음 얼어붙을 듯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막붕비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으로 철낭자를 노려보았다.
"말...... 해랏! 화접부인이란 분에 대해서...... 내가 더 이상
네년을 손찌검 하기 전에......!"
그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하나, 그 음성은 더할 수 없는
공포로 철낭자에게 전해졌다.
막붕비, 그는 저녁 사이 철낭자의 화려한(?) 경력을 뭇 사람들에게
들었다.
살인, 방화를 예사로 생각하는 녹림의 암늑대.
막붕비는 그런 철낭자에게 자기도 모르게 살기를 품게 된 것이었다.
결국, 철낭자는 전신을 바들바들 떨며 막붕비에게 전말을
이야기했다. 그때, 난생 처음으로 그녀는 여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갔다.
그녀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난 막붕비, 그는 차가운 신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성의 있는 대답이...... 네 목숨을 살렸다!"
그는 냉갈과 함께 비로소 철낭자의 가슴을 밟은 발을 내려 놓았다.
이어, 그는 철해붕에게 옷을 입히고 그를 옆구리에 꼈다.
"이 불쌍한 아이는 본인이 데려간다. 복수하고 싶으면......
중원으로 와서 지옥혈황을 찾아라!"
말을 마침과 함께, 그는 성큼성큼 파오 밖으로 걸어나갔다.
"지...... 옥혈황!"
철낭자는 쥐어짜듯 중얼거리며 막붕비가 사라진 입구를 주시했다.
그녀는 막붕비의 발에 짓밟히던 자세로 여전히 움직일 줄 몰랐다.
지금 그녀의 내부에서는 야릇한 충동이 서서히 싹트고 있었다. 그것은
사내에게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싶은 피학감이었다. 문득,
"으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아랫도리로 이동했다. 그녀의 치부는
축축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바...... 득! 네놈은 잊지 않겠다, 지옥혈황!"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섬섬옥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 아!"
막붕비에게 능욕당하는 환상에 빠진 철낭자, 그녀의 숨결은 점점
뜨겁고 거칠어졌다.
이내, 파오 안은 그녀의 흐느낌과 할딱임으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 * *

아침(朝).
등격리사막의 북단, 그 아득한 동녘으로부터 불그레한 햇살이
비쳐오르기 시작했다.
또다시 뜨거운 사막의 하루가 열리기 시작했다.
낙타, 한 필의 낙타가 동녘의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북방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낙타의 등 위,
"......!"
막붕비가 피풍을 펄럭이며 앉아 있었다.
그는 눈을 들어 멀리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앞, 소년 철해붕이 막붕비의 피풍에 싸여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막붕비는 이미 철해붕으로부터 들어 그가 적붕천황의
이복동생임을 알고 있었다.
철해붕----
그의 모친은 몽고족 제일미인이라 불리던 미녀였다.
결국, 그녀는 적붕천황의 욕정에 희생당한 후 자진하였고 철해붕은
외토리가 되었다.
막붕비는 문득 고소를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어쨌든...... 뜻하지 않은 동료를 얻은 셈이다!)
그는 철해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막붕비---- 그는 한족(漢族)이었으며, 철해붕은 몽고족이었다.
하나, 그들 두 사람 모두 적붕천황을 죽여야만 할 공통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친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어! 대형(大兄)! 저기 봐요!"
막붕비에게 안겨 있던 철해붕이 문득 눈을 동그랗게 뜨며 먼곳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북방, 하나의 사구 위로 몇 마리의 독수리들이 맴돌고
있었다.
막붕비는 번쩍 기광을 빛냈다.
"저기에 무엇인가 죽어가는 모양이구나! 가보자!"
그는 순간 낙타의 엉덩이를 힘껏 때렸다. 그러자,
푸르르......!
낙타는 한 차례 길게 울부짖으며 성큼성큼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낙타의 걸음은 느려보이나 사막에서 그것 이상 빨리 달리는
동물은 없었다. 낙타는 그 긴다리를 성큼성큼 달려 이내 그 모래구름
위로 올라섰다.
순간,
"사람이다!"
막붕비와 철해붕은 동시에 부르짖었다.
구름 아래, 한 명의 장한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 있었다. 그
인물은 장대한 체격의 장한이었다. 그의 두 팔과 두 다리는 큰댓자로
벌어져 지면에 박힌 말뚝에 묶여져 있었다.
또한, 그의 전신에는 수없이 난자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장한의 옆, 대붕조가 그려진 하나의 핏빛 깃발이 꽂혀진 채
아침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 적붕기(赤鵬旗)를 본 철해붕, 그는 문득 전신을 부르르 떨며
외쳤다.
"저것은...... 적붕천황의 표식이예요! 저 아저씨는 적붕천황에 의해
처형당한 사람이 분명해요. 만일 누군가 저 사람을 도와주면 그는
적붕천황의 수하들에게 천리추종당해 구족까지 몰살되고 말아요!"
그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며 공포에 몸을 떨었다.
막붕비는 그런 철해붕의 어깨를 다독여 그를 안심시켰다.
"진정해라! 우리는 지금 적붕천황을 죽이러 가는 길이라는 것을
잊었느냐?"
이어,
따각......!
그는 낙타를 몰아 쓰러져 있는 피투성이 장한에게로 다가갔다.
이윽고,
슥!
그는 낙타에서 뛰어내려 장한에게로 다가섰다.
장한은 매우 강직한 인상으로 얼굴의 반이 무성한 구레나룻으로
뒤덮여 있었다. 일견하여 사자를 연상케 하는 인상이었다. 찢겨진 그의
장포, 그곳에는 푸른 늑대(靑狼)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문양을 본 순간, 막붕비는 의아함을 느낀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은 달단왕부의 표식이다! 달단왕부는 신강의 오지로
쫓겨갔는데 이 인물은 웬일로 여기에 쓰러져 있단 말인가?)
그는 급히 장한의 맥문을 움켜쥐었다.
푸른 늑대!
그것은 저 징기스칸의 문장이며 동시에 달단왕부의 표기이기도 했다.
장한의 맥문을 짚어보던 막붕비, 그는 흠칫했다.
(죽지 않았다! 피를 많이 흘렸을 뿐이다!)
그는 급히 장한의 몸에 양극마강의 강력한 양극지기를 쏟아부었다.
그러자,
"으......!"
장한은 몸을 꿈틀거리며 점차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장한은 막붕비가 건네준 물통의 물을 단번에 마셔 버렸다.
그리고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고...... 고맙소! 나는 달단왕부의 시위장인 혈부용사(血斧勇獅)
구륜(九倫)이오!"
"혈부용사! 귀하의 명성은 익히 들었소!"
막붕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혈부용사 구륜 달단족 제일용사.
달단여왕 궁비연을 그림자같이 따르며 지킨다는
오보신장(五步神將)이 바로 그였다.
그는 타고난 신력으로 한 자루 혈부를 무기로 썼다.
힘으로 그를 당할 자는 대막과 대초원에서 전무하다고 한다.
막붕비는 문득 검미를 모으며 혈부용사에게 물었다.
"한데...... 귀하는 어떻게 이곳 적붕천황의 권역까지 오게 되었소?"
그 말에 혈부용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여왕님께서...... 적붕천황에게 납치되어 지금 적붕성에 감금되어
계시오! 그래서 그 분을 구하러 적붕성에 뛰어들었다가 이 꼴이 되고
만 것이오!"
그는 자책과 회한으로 침울한 안색을 지었다.
막붕비는 흠칫했다.
"달단여왕께서 적붕천황에게 납치되었단 말이오?"
혈부용사는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여왕께서는 적붕천황이 보낸 지옥십마성이란 놈들에 의해
왕부(王府)에서 피납되었소!"
순간, 막붕비의 안색이 일변했다.
"지옥십마성이라 하셨소?"
혈부용사는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놈들은...... 아주 무서운 자들이오! 두려울 게 없는 본인도......
그 놈들 중 한 놈인 패천마성(覇天魔聖)에게 십초가 못 되어 제압당해
이 꼴이 되었소!"
그는 씁쓸함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혈부용사----
그는 적붕성에 난입하여 단번에 삼백여 명의 적붕천황의 수하들을
격살시켰다. 하나, 그때 나타난 지옥십마성 중 한 명인 패천마성에게
십 초를 못 견디고 제압되고 말았다.
그 후 그는 적붕성의 무리들에게 난자당해 이곳에 버려진 것이었다.

막붕비, 그는 무겁게 침음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지옥십마성......! 그 자들은 대체 어떤 자들이기에 이 혈부용사
같은 고수를 십초만에 제압했단 말인가?)
그는 청해 유리성에서 지옥십마성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죽은
환마령은 그들을 아주 두려워 했었다.
한데, 이제 막붕비 자신에 비해 크게 약해 보이지 않는 혈부용사의
입에서 두 번째로 그 이름을 듣게 된 것이다.
그것도 혈부용사가 지옥십마성의 한 명에게 십초도 못견디고
제압당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막붕비는 왠지 가슴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지옥십마성! 그 자들 때문에 이번 일이 꽤나 어렵게 될지도
모르겠군......!)
그는 침음하며 북방을 주시했다.
그곳은...... 북방의 마황(魔皇) 적붕천황이 웅거하고 있는 적붕성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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