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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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04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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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부>


#1.진로 결정(?)



"흐으으음......."

햇빛이 비추는 탄탄한 바위위에 앉아서 열심히 차우가 준 책을 정독하던 나는 고민에 빠져 버렸다.확실히 음공
이라는 녀석에 대해 기초적이면서도 간략하게 잘 정리한 책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문제는 난 거기 써있는
다양한 술법(?)중에서 쓸수 있는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형님은 마나를 받아들이는 타입이 아닙니다.-

차우의 말이 떠올랐다.그랬다.나는 한번 내 주변에 간결하게 돌고 도는 마나를 호기심삼아 몸안에 덥썩 집어넣었
다가 큰 낭패를 당할 뻔한적이 있었다.비정상 적으로 심장이 뛰고,힘줄이 꿈틀대던 당시의 느낌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겨자를 주걱으로 퍼먹어도 아마 그것보다는 덜 괴로웠을 거다.

근데 문제는,이 책에 나와있는 "음공"의 기본은 기...즉 마나를 신체내에서 운용함을 기본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이거 뭐...내가 그나마 마나를 내 주변에 끌어 들이거나 할때 유일한 매게체가 바로 악기거늘,나는 그냥
전쟁나면 열심히 피리불다 죽으라는것도 아니고 말이다.

"오오!"

책장을 대충 넘기며 절망에 빠져 있던 나는 마지막 책장에서 벌떡 일어났다.작은 한 문단에 지나지 않았지만 분
명히 보았다.거기에는 마나를 체내에서 다루는 것이 아닌,다른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기를 혈을 거쳐 가는 방법이 아닌,대기 중에 분포된 기운을 감지,그것을 음율에 실어...-

약간은 어려운 구절이었지만,어느정도 이해가 갔다.차우가 예전에 간단히 설명을 해준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문단에 지나지 않는 설명만을 보고 독학은 꽤나 어려웠다.게다가,그것은 설명이라기 보다는 부연적으
로 이러이러한 방법도 있다더라~라는 식의 서술이었다.

"마나를....외부의 마나를 감지하고 음율에 싣는다라..."

말이 쉽지,이게 누구나 되는 거라면 누가 전쟁에 총가져가겠는가.다들 피리들고 날뛰지. 나는 매우 아껴서 피워
야 하는 담배를 꺼내물고 한참이나 생각에 잠겼다.

우선,오너의 타입에 대한 것으로 부터 생각해야 한다.아무도 그것에 대해 가르쳐준 적은 없지만,나는 나름 대로
오너라는 사람들에 대해 분류해서 생각해 놓은것이 있었다.

첫번째로 체술가 타입이다.J와 차우가 여기에 속했다.다른오너들의 수준은 내가 한번도 본적이 없기에 알수는
없었지만,아마 체술가 타입은 꽤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실제로 예를 들자면,세라와 대련을 했던 실버나이트
크리스틴의 오너인 버나드는 십중팔구 체술가 타입이다.그의 마나를 느꼈을때,내부에서 은은히 퍼지는 것이 느
껴졌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체술가 타입은 말그대로 신체를 이용하며,마나를 몸안에서 운용을 했다. 이 점에
서 나는 애초에 체술가 타입은 될 수없었다.뭐..선천적으로 몸도 약하지만...하하하!

두번째로 마법사 타입이었다.당연히 윌리엄스가 여기에 속한다.내 예상이지만 사라 케인씨도 이쪽이 아닐까 싶
다. 정확히는 모르지만,체술가와는 다른 타입으로 마나를 운용한다. 뭐...체술가와는 달리 주변에 엄호해 주는
존재가 있다면,가장 효과적으로 광범위 공격을 할수 있기도 하다.차우의 그 무지막지한 기술에서 남자의 생명인
허리뼈가 부숴질 위기였던 J는 윌리엄스의 리버스그래비티 한방에 살아남았었지. 그 마법이 아니었으면 아마 J
는 허리가 나가서 페어리가 태어나도 2차개화는 못시켰을거다.푸하하하!

흠흠! 웃을때가 아니지...그럼 다른 계열의 오너가 있지 않는 이상,나는 선택의 여지없이 마법사 타입이라는
뜻이다.물론 내가 윌리엄스처럼 그렇게 자유자재로 마법을 다룰 타입은 내가 봐도 아닌거 같다.분명 내가 악기를
다룰때만 마나를 느끼는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것이다.

"흐음...역시나 그런거라면 우리중에 유나밖에 없구나."

그랬다.물론 리미역시 외부마나를 다루기는 하지만,그것은 철저히 "연금술",즉 무언가를 만들때만 사용되는 것이
기에 나와는 다를 것이다.따라서 나는 유나에게 자문을 얻어야만 했다.

"리미야 유나는 어디로 갔....어라..."

방금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던 리미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자세히 보니 모래위로 리미는 메모를 남겨 놓았다.

-세라와 할 말이 있어서 자리를 비웁니다.뭔가 골똘히 생각하시기에 메모를 남겨두고 가겠습니다-

흐음...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던 모양이군.어제 리미가 만든 멋드러진 검이 없는것으로 봐선,아마 의뢰인(?)인 세
라에게 보여주려고 들고 간 모양이다.

"흠...유나를 어디서 찾지?"

풉..한심한 중얼거림이다.이봐...넌 수행하러 온거 아니냐 유준.눈을 감고,유나의 모습을 시야로 찾는게 아니라
마나로 찾아보는거다.내가 인식할수 있는 마나의 범위를 넓혀 가는거야.

클라리넷을 들고 당장 뛰어가려던 나는 생각을 고쳐먹고 바위에 바른자세로 앉아 눈을 감았다.이제는 마나를 느
끼는 정도는 굳이 클라리넷을 들지 않아도 가능해 진것을 느낄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무언가 끊이 없이 방출되는 느낌이 난다.그것은 마치 스타카토 처럼 뚝뚝 끊기기도 하고,다시 쭈욱 이어
지기도 했다.틀림없이 세라의 마나일 것이다.몸에서 외부로 방출되는 순간 느껴지고,그것이 끝나는 순간 끊기
는것처럼 느껴지는것일 테니까.

그러면 자연스레 다른 한개의 마나로 정신이 집중된다.뭔가 주변의 마나와 강하게 반응을 일으키며 일어나는 큰
파장.그것은 다름아닌 마법을 시전할때 생기는 대기 현상이다.저 쪽이구나.

눈을 뜨고 느껴진 그곳을 확인하니,그닥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해변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될거 같았기에 나는
악기를 들고 터덜터덜 그곳을 향해 걸었다.

으으...슬리퍼를 신고 있긴 하지만 뜨거운 모래가 발안으로 파고들때마다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뭐...다들 추위
에 벌벌 떨때에 한가로이 피서를 즐긴다고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말야...

시실,가끔씩 수련을 해야 하려고 하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질때도 있다.과연 언제 침입할지 모르는 이종족을 위
해 내가 이런것을 해야 할까 하는 괴리감이다.만약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오지 않을수도 있지 않을까?

"쳇...그럴리가 없어.다른 오너들은 뭐 빠가라서 열심히 자신을 수행하나 뭐.."

단순히 강해지고 싶은 욕구 때문에 수행을 하는 오너는 없을거다.J라는 녀석도,어떤 목적의식이 있었으니 강해
졌겠지.물론 차우에게 개 발리긴 했지만...하하하!

"웁쓰!!!!!!!!!"

나는 그대로 바닥과 해딩하며 나뒹굴렀다.한기가 느껴진다 싶더니,내 발밑은 아주 잔잔하게 살얼음이 얼어 있었
기 때문이었다.

"오....오와.."

감탄할 만한 광경이었다.열대림사이에 펼쳐진 백색의 향연.짙푸른 나뭇잎에 눈꽃이 맺혀 있는 진귀한 광경이 펼
쳐져 있었다.그리고 그 위에...쌀쌀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편한 나시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 유나가 숨
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유...유나?"

나는 뭔가 이질적인 느낌에 눈을 크게 뜨고 유나를 바라보았다.뭔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엄청나게 지친 듯한 그
녀의 표정. 계속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이윽고 유나의 몸이 스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유나야!"

나는 질겁할듯 놀라서 벌떡일어나 유나에게 내달리기 시작했다.빙판이 좌좌좍 하고 갈라지기도 했지만 나는 유
나에게 도착하기 전까지 무려 7번이나 넘어졌다.

"너..왜그래!유나야!"

차가운 땅위에 쓰러진 유나를 얼른 안아 들었다.미끄러운 탓에 빙판위로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아무래도 좋
았다.그녀의 몸이 너무나 차가웠다.긴 속눈썹으로 덮여 있는 그녀의 눈.얼른 유나의 얼굴을 만져 보았지만 그녀
는 눈을 뜨지 않는다.

"뭐..뭐야..너 왜그러는 거야..."

아뿔싸...나는 중요한거 한가지를 잊은 것이다.이 섬안에서 부상자가 나온다는 생각을 안한 것이다.왜 그런생각
을 하지 못했을까?아무리 그녀들이라 해도 다칠수도 있는 것이거늘,딸랑 비상약 한박스만 들고온 꼴이라니...
한심하다.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호흡이...."

그녀의 차가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더이상 볼것도 없이 나는 얼른 웃통을 벗어 얼음판위에 깔고 그 위에 유
나를 눕혔다. 그래..심장마사지...심장압박부터 해야해...

나는 망설임없이 유나의 가슴윗부분에 양손을 교차해서 대고 지긋이 눌렀다.이런거 고등학교때 배운기억이 있긴
한데 지금은 그 이론을 떠올릴 여유조차 없다.손바닥 밑이 물컹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유나
의 숨이 돌아오는게 우선이니까.

몇번을 압박하고도 반응이 없다.가..가만.인공호흡 어떻게 하는 거더라?코를 막는 거였나? 고개를 뒤로 젓히는
거 까지는 알겠는데....

에라 모르겠다!나는 볼것없이 유나의 고개를 살짝 젖히고 그녀의 입술에 숨을 불어넣었다.차갑고 보드라운 유나
의 입술감촉이 느껴지지만,여전히 호흡이 돌아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나는 다시한번 유나의 입안으로 숨결을
불어 넣었다.제길...아직도 부족한가?

"주인님 뭐해요?"

절망에 빠져 있을그때,나를 보며 베시시 웃고 있는 유나가 보인다.

아.............나 또 당했구나.




#2.오픈!유나 선생님의 마법교실!


"꺄하하하하!"

"너 이 녀석!누가 그런 장난치래!"

애초에 내가 오는것을 알고 유나는 장난을 친 것이었다.과감히 상의 탈의를 한 나를 보더니 유나가 와락하고 안
겨 버린다.

"주인님 보니까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런거에요!"

"그런 장난은 치는게 아니라고! 난 인공호흡으로 니 숨이 안돌아 올까봐 얼마나 고민했는데!"

"근데 혀는 왜 넣었어요?"

"........말을 말자."

한숨을 푹 쉬어 버리는 내 모습에 유나가 베시시 웃으며 나를 꽉 끌어안아 주었다.맨살이다 보니 오늘따라....
실감나는 유나의 감촉이....흠흠!

"그래도..혼자서 수련하는게 기특해서 봐주는 거야."

"알았어요."

요요 앙큼한 유나는 허락없이 또 내 볼에 살짝 키스를 해주더니,베시시 하고 웃어보인다.그제서야,유나가 수행을
하면서 만든 광활하기 까지 한 빙판에 새삼 감격할수 있었다. 정말 마법의 무서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
었다. 뭐...하기야 유나가 텐트 옆에 만들어 놓은 거대한 얼음 상자 덕분에 우리가 냉장고 없이도 식품을 보관할
수 있게 된것도 내 감동에 한몫한다.하하하.

"근데...갑자기 왜 오신거에요?혹시 밥먹을 시간?"

유나의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뒤로하고 나는 촉촉히 젖은 상의를 다시 입었다.으으으!햇살과 대조되면서 묘하게
시원하네 이거...

"아니...사실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뭔데요?"

사실 유나는 마법을 다루는 데다가,내가 모르는 방면에 지식이 풍부해서,늘상 내 곁에서 조언을 주곤 했기 때문
에 별로 물어보는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마법이란거...말이야."

"주인님 마법 배우시게요?"

"아니..그게 아니야.차우가 그랬거든.나는 연주를 통해서 마나를 다루긴 하는데,그게 체내로 받아들일수 없는
타입이라고 말야."

"흠..."

유나는 앙증맞은 입술을 셀룩 거리며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유나가 마법을 더이상 시전하지 않자,뜨거운 태
양에 빙판이 녹으며 천천히 질척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악기를 통해 마법을 시전한다는 거에요?"

"흠..내가 생각하기엔 마법까지는 아닌거 같아.다만,이 음율이 공격같은 형태로 방출되려면,마법을 시전하는 과
정과 상당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흠..근데 전 그런 타입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걸요."

"내가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르지."

내 말에 유나는 살짝 웃으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녀의 손을 잡고 따라갈수 밖에 없었다.

"일단 설명을 해야하니까요."

그녀가 날 데리고 간곳은 나무그늘밑 이었다.그나마 빙판이 여기에는 없어서,자리에 앉을수 있었기 때문에 여기
를 선택한 모양이다.

"우선...그럼 마법의 시전과정에서 그걸 주인님 나름대로의 방식을 접목하겠다는 거죠?"

"일단은 그래."

"우와...그거 성공하면 마법계의 대 파란이겠는데요."

"정말?"

확실히 내가 하는것이 마법이 아닐지는 몰라도,유나는 마법사로써의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연신 맑은 눈망울을 굴
리며 생긋 웃는다.참..어쩔때는 야해 보이는 이 아이도 또 이럴때는 참 귀엽기 그지 없다.

"우선 설명해 드릴게요."

유나는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들더니 모래위로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뼈다귀로 형상화한 사람이었
고 그 주위에 크게 원을 그린다.

"일단,마법사의 마나운용은 대략 이래요. 기사가 운용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죠. 기사는 신체 자체가 마나의 수
용 공간이지만,마법사는 주변에 있는 마나를 재배치 해서 마법을 구현합니다."

"재배치..."

"네.이런식으로 주변의 마나가 흐른다면,해당 마법의 시동식을 구상공간에 흘려넣는 거에요.이것에 대한 좌표는
모두 마법사가 계산해서 구현해야 해요. 그리고 일정한 손동작, 즉 수인을 거치고,시동어를 외치게 되면 마법이
발동하는 거죠.여기까지는 이해되세요?"

"아니."

당연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구상공간은 뭐고,좌표는 뭐야? 내 어리버리한 표정에 유나는 다시금 생각에 잠기
더니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주인님 주변에 있는 마나가 어떤 형태인지 알고 계신가요?"

"응.원의 형태던데..약간은 타원같기도 하고 말야."

"와!그러면 됐어요!그 타원안에 마법의 시동식을 덮어 씌우는거에요.그리고 좌표는 뭐냐면,쏘려고자 하는 방향
까지 보내려면 얼마만큼의 마나가 필요한지,범위설정은 얼마나 하는지...이런걸 말하는 거에요.마법을 구현한다
해도,제대로 맞히지 못하면 소용없으니까요.그리고 여기에 수인과 시동어가 더해지는거죠."

"흠..."

꽤나 어렵다.하지만 설명을 들으니 유나가 엄청 대단하게 느껴진다.유나는 그렇다면 그 짧은 시간에 모든것을 계
산해서 마나를 흘려 넣는다는 말이아닌가.

"머..머리가 좋아야 겠네."

"네.마법사가 되는 자격기준은 하나 뿐이에요.바로 지능이죠.물론 여기에선 마나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는 부가
요소도 있지만요."

새삼 유나가 다시보인다.내 놀라운 표정을 보며 유나는 귀엽게 웃으며 브이자를 그려보였다.

"저같은 경우에는...빙계 마법의 시동식 밖에 구현하지 못해요.페어리라는 존재안에 봉인하기엔,마법의 세계는
너무나 크고 거대하기 때문이죠.마유미같은 경우엔 화염계 속성만 구현할수 있도록 된거구요."

아...이제서야 막연하게 정의를 내렸던 프로즌 레이디라는 별칭의 비밀이 벗겨지는 순간이었다.그렇다면 정말
무서운 거구나.윌리엄스같은 인간은 그런 구속조차 없으니 능력만 따라주면 마법의 모든 영역을 구사할수 있다
는 말 아닌가?

"유나."

"네?"

"그럼 나 혼자 스스로 좀 생각을 해볼게.대신,매일 하루에 조금씩 이라도 마법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을래?"

"와아!"

"응?왜 그렇게 좋아해?"

"그럼 저랑 단둘이 있는거잖아요!귀찮은 애들없이!"

"아...하하하....그..그래."

"인공호흡 시간은 없나요?"

"유나야..."

"헤헷!"

나는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여기서 할수도 있지만,유나의 수행을 방해하기 싫었으니까.

"에에...벌써 가시게요?"

"너 방해되잖아."

"주인님은 방해 절대 안되요."

내 말에 어리광을 부리며 나를 끌어 안는 유나의 모습에 난 웃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햇빛이 뜨
거우니 유나의 머리칼은 더더욱 빛이 나는구나.




#3.전력평가.


"아....."

누구도 밥먹자!라고 하진 않았지만 우린 잠정적으로 숙영지로 모였다.도착하자마자 내가 감탄을 한 이유는,바로
리미가 만들어준 검을 들고 있는 세라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완벽했다.마치 그리스 신화의 여신이 나타난 듯한 모습.검은색의 검을 들고 있는 그녀는 블랙나이트란 칭호 그
자체의 현신으로 보일만큼 완벽했다.

"어?근데 이건 뭐야?"

그러고 보니 정체를 알수 없는 통나무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절단면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것과,세라가 가만히
검신을 내려다 보는것으로 봐선 틀림없는 세라의 작품이었다.그리고 리미는 통나무 사이를 오가며 무언가를 끊
임없이 체크했다. 노아는 자신의 질문이 묵살당해 버리자 입을 삐죽 내밀었고,나는 다시한번 주동자(?)로 보이는
리미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거...뭐하려고?"

아무리 까칠한(?)리미이지만 그래도 오너의 말을 쌩깔수는 없는 모양인지 나를 살짝 돌아보며 대답했다.음..
마치 순정만화에서나 나오는 우등생 미소녀 같다....헤헤..

"좀더 제대로된 숙소를 만드려고 합니다."

"으응?숙소?"

"네."

뭐라고 더 묻고 싶은데,고대로 고개를 훽 돌리고는 다시 연신 나무를 살피기 시작했다...쩝....

자기 페어리에게 질문도 눈치보면서 하는 오너가 불쌍했는지 세라가 대신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 이 텐트...리미는 너무 불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거 같습니다.바닷바람이 세지면 휘청거리기도 하고..
아무래도 하루이틀있는것이 아니다 보니까....통나무집을 만드려고 하는거 같습니다."

"토..통나무 집?그..그게 가능해?"

"저도 연금술은 잘 몰라서 모르겠지만...그런 모양입니다."

허...중간에 그래도 한번쯤은 리액션 쳐줄수는 있잖아 리미야!그녀는 나와 세라의 대화가 다 들릴것 같은데도 불
구하고 전혀 한번의 설명없이 연신 세라가 벌목해온 나무들사이를 오가기 시작한다.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엄청나게 큰 원을 모래위에 그리는것을 보니,정말 집 한채를 통채로 연성할 모양이다.

"주인님!얼른 밥먹어야죠!"

"아..으응..."

다행히도 부지런한 세라가 미리 준비를 해둔 모양이다.흑..세라야...항상 너만 희생하는구나...다음부턴 한명씩
역할을 정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세라가 그런것에 불평하나 안하는 성격이라지만,이건 아니라고!

...라고는 하지만 일단 주린배가 먼저지.나는 일단 앞에 놓인 음식을 입에 우겨넣기 시작했다.오늘 세라가 준비
한 아침은 간단한 스프와 빵,그리고 삶은 계란이었다.리미는 살짝 빵만 오물거렸고,세라가 노아 몫으로 사과 두
개를 주었기에 노아역시 활짝 웃으며 사과를 아삭거린다.과일이 그렇게 좋을까..

"더 드릴까요?"

"으응?아니..세라너도 좀 먹어."

"네..."

아...세라는 정말 현모양처로구나.검을 잡으면 360도 달라진다는게 문제긴 하지만..하하하.

"근데...저희도 계획에 의해 움직일 필요가 있을거 같습니다."

음...우걱우걱 빵을 내 입안에 우겨넣고 있던 나는 세라의 말에 뜨끔해 버렸다.보통 식사중에 나한테 말을 거는
건 유나지만,그녀역시 허기졌는지 열심히 섭취에 열중하고 있었다.

으음...맞는 말이다.늘상 무언가를 연구하고 만드는 리미는 열외하고 생각해보면,일단 일과가 정해져 있지 않다.
한마디로 수행치고는 너무나 자유롭다는 것이다.그 예로 우리의 노아양은 세라와 유나가 실력을 갈고 닦을 동안
코코넛 껍질만 갈고 닦았다.

게다가 각자의 역할역시 분배할 필요가 있다.뭐...당연히 나도 포함해서 말이다.세라가 불평할 성격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세라만 시킬수는 없는거니까.

결국 나는 혼자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느라,세라가 제시한 의견에 마땅한 대답을 해주지 못한채로 우리들만의
브런치는 소소하게 끝이 났다.

"모두,할말이 있어.잠깐 모여줄래?리미도."

또다시 개인플레이를 하려던 우리의 유나양과 노아양께서는 뜨끔한 표정으로 쪼르르 내앞으로 다가왔고,리미역시
하던일을 잠시 멈추고 내 앞으로 왔다.

"이제부터...."

"이..이제부터?"

유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꼴깍 삼키며 내 말을 한번 되뇌였다.

"남들 수련할때....열매채집이란 없다."

내 말에 단 한명이 깜짝 놀랐음은 말할것도 없다.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으면 지는거다!!!!

"그리고 두번째,나한테 말안하고 각자 짱박혀서 수련하는거 없다."

이번에는 세라와 유나가 찔끔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지막,뭐 만들던지 나...아니,모두와 상의하지 않고 만드는 일도 없다."

이번엔 리미가 살짝 머리를 긁적이며 딴청을 피운다.

흠...뭐...내가 유치하다고 해도 할말은 없다.하지만,이런식의 합숙은 안된다.각자 흩어져서 수련하는것은 공간
의 확보가 필요하니 어쩔수 없다고 쳐도,각자의 전력을 모르는데 어떻게 우리가 한팀이라고 할수 있겠는가.

그러니 다행히 서로가 어느정도 하고있고,또 어떻게 비상시에 협력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다.또한 그렇
기 때문에 정해진 일과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겠고.

"그런 연유로 인해,이제부터 각자의 전용수련장을 정할꺼야."

"전용..수련장요?"

"그래.예컨데,리미의 경우엔 우리가있는 주둔지에 필요한 재료같은것이 다 있으니 이쪽에서 하는것이 옳겠지.리
미,너한테는 연구가 곧 수행이니까..그렇지?"

내 말에 리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세라.너의 경우는?"

"저쪽에 봐둔 넓은 공터가 있습니다.작은 호수도 있구요."

"유나..너는?"

"전..아까 그쪽이요.주인님이 인공호.."

"흠흠!"

나는 재빨리 유나의 마지막 단어를 헛기침으로 저지한후,이번엔 노아를 향했다.

"노아...너는?"

"음...나는 저 쪽에에...."

"과일나무 있는곳 말고..."

내 말에 노아는 찔끔하고 놀라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베시시 웃는다.안돼에...귀여워서 웃으면 지는거야!

"이제 노아.너도 무조건 수행이야.그러니까 너도 너만의 수행장소를 정하도록 해."

"네에.,.."

노아는 시무룩해지며 세라의 옷깃을 잡았고 세라는 살짝 노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다들 침울한 분위기에
휩쌓인듯한 느낌이 드는건 나뿐인가?하하하.그래도 평소에 제 아무리 천방지축이어도 못난 오너의 말을 잘 들어
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에헴!고런고로...이제부터...전력평가를 해보자."

"에에?"

유나의 눈이 휘둥그레 진다.

"그게...무슨 뜻이신지요."

"대련을 하겠다는 뜻이야.단,다치지 않도록....최대 전력을 이끌어 내진 말아줘."

이건 나로써는 정말 고심해서 내린 결정이다.한명씩 기술을 다 볼수는 없는거 아닌가.물론 다쳐서도 안되기에,
나는 이를 악물로 내린 결정이 아닐수 없었다.

"하지만...그것은 꽤나 힘이듭니다."

이번엔 세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역시...그걸 모르는것은 아니다. 검을 든 세라의 모습.당연히 더 강해져 있
을 것이고,유나역시 그럴것이다.게다가 노아의 능력은 아직까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 최대한,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바라는 수밖에 없으니까.

"별수 없어.실력을 알려면,이렇게 까지밖에는..."

"그럼,그것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좌중의 시선이 리미에게로 꽂혔다.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미에게 물었다.

"어떻게?"

"지금 전력을 파악하려면 개개인의 전투력을 알아야 하지만,대련이다보니 아무래도 부상의 염려가 있습니다.중상
을 입으면 되돌릴수 없는 손실이 되기도 하지요."

나는 리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나도 그점에 있어서 엄청 고민했으니까...

"그럼,서로 대련을 하지않고,전투력을 올리는 방법을 택하면 됩니다."

"뭐?어떻게..?"

"간단합니다.전투상대를 만드는 것이죠."

"가능해?"

"물론 지금의 세라나 유나가 애를 먹을 정도의 것은 연성하기 어렵겠지만,아주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오오...이..이게 왠 떡인가!아이들이 서로의 기술에 다치지 않고 수련할수 있다는 뜻도 되는거 아냐!

"사실...그런 의미에서 아까부터 저기 있는 연성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하하.내가 아까 집을 지으려고 그린 진인가 보다 했던 그 커다란 원은 집을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럼...리미 너는 나보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야?

"구체적으로..말해줘."

역시나 수련이야기가 나오니 세라가 다급해졌는지 물어왔다.리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나를 향해 말했다.

"사실,저 자체도 잘은 못하지만...생명력이 짧은....무언가를 만들겠다는 겁니다..예를들면..."

리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고,연성진 위에 놓인 바위위에 뿌리기 시작했다.아...저 붉은피는....오기전에
리미가 부탁했던 동물의 피였다.

"조합연성 구축!"

몇번의 수인,그리고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빛무리가 일어나기 시작한다.지금까지의 빛무리보다 약간은 음산하게
까지느껴지는 저 빛무리...

"뜨어!"

이번에는 나 뿐만아니라 잘 놀라지 않는 세라마져 입을 쩌억 벌린다.

"저...저건..."

분명히 보았다.빛무리가 사라지고....바위가 동물의 형상이 되며,우리를 향해 울부짖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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