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펀글]쫑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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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650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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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많이들 봐 주시네요 감사 합니다.. 열심히 올리 겠습니다...
비가 많이 왔는데.. 피해는 없으신지 ... 건강들 하시구요...

제 목 : 2월의 충격 2 <제10회>

제5장. 2월의 충격


"쫑아야, 보고 싶었어."
"나 피곤해."
쫑아는 옷을 입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잠시 H는 눈을 감고 누워있는 쫑아를 애처롭게 바라보다가 이윽
고 그녀의 겉옷을 벗기면서,

"옷이나 벗구 자."
"형, 불좀 꺼 줄래."
그는 그녀의 말을 쫓아 스위치를 건들였다.
방안이 컴컴해지자 그녀는 침대에 드러누운 자세로 입고있던 옷
을 몽땅 벗어 던져버리고는 이불속에 들어갔다. 그녀는 이불밖으로
맨살이 드러난 등을 보이면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잠시 우두커니 서있던 H는 쫑아곁에 누웠다. 그녀의 윤기나는 등
허리를 잠깐동안 보다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당겨서 얼굴이 마
주보게 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의 가슴안으로 파고 들어왔다.
H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 아팠어?"
"아니. 수술할 때, 마취를 하잖아."
쫑아는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말했다.
"마취할 때, 간호사가 물어봤어. 남편이 많이 사랑해 주냐구."
"뭐라구 대답했는데?"
"그렇다구 했지."
"간호사가 또 뭐라구 했어?"
"그 다음에는 정신을 잃어서 아무 것도 기억이 안나."
"사실 아까 레스토랑에서 너를 만났을 때, 병원에 같이 가려구 했
어."

"괜찮아, 형. 제일 친한 친구랑 같이 갔었으니까. 같이 간 친구는
고등학교 친군데 룸싸롱에서 일하고 있는 애야. 그래서 그 애가 잘
아는 병원에 갔었어. 거기는 값도 싸고 보호자를 모시고 올 필요가
없어서 주로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많이 오는 곳이야."

"쫑아야, 거기 돌팔이 아냐?"
"그런데가 아냐."
"룸싸롱에 다닌다는 친구는 이쁘냐?"
"엄청 예뻐. 그 애는 고등학교를 다닐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룸싸롱
에서 일했기 때문에 벌써 집까지 사서 자기 집에서 나와 혼자 살
고 있어."

"별 친구를 다 두고 있네."
"착한 애야."
"아무튼 병원까지 같이 가줘서 그 친구분이 고마운데."
"기회가 되면 그애를 데리구 나올게. 형이 직접보면 너무 예뻐서
놀랄걸."
"쫑아야, 만약에 내가 그 친구를 만나서 더 좋아하게 되면 어쩔거
야?"
"글쎄, 그 애가 형을 좋아할려나."

그녀의 말에 H는 피식 웃었다. 이어서 쫑아는 말했다.
"솔직히 형한테 실망했어."
"나한테... 어떤..."
"내가 임신했다구 했을 때, 빈말이라도 애기를 낳자구 말하길 바
랬어."
"...그랬었냐."
"형을 특별한 남자로 생각했는데, 역시 다른 보통 남자들하고 다
를게 없어."

"넌 아직 학생이잖아, 그리구 나도 마음의 준비를 못했구... 실망시
켰다면 미안하다."
"아니야. 형이 진짜로 낳자구 했어도 내가 싫다구 말했을거야."
"아무튼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형을... 에이... 내가 얼마나 형을 사랑하는데."
"사랑 좋지! 우리 할까?"
"안돼."

쫑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의사가 최소한 일주일동안은 약을 먹으면서 섹스를 하지 말랬어."
"임마, 한번 해본 소리야. 건들지 않을테니까 껴안고 잠이나 자자."
"형, 지금 하고 싶어?"
"난 남자 아니냐. 하고는 싶지만 참는 것 뿐이야."
"그럼 나한테 올라와."
"의사가 하지 말랬다면서. 그냥 잠이나 자자."
"마음이 바뀌었어. 지금 하고 싶어."

쫑아는 뜻밖의 말을 했다.
H는 난감했다. 하느냐 안하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그는 본능을 선
택하기로 했다. 그는 쫑아에게 올라가서 조심스럽게 삽입시켰다. 전
처럼 거칠게 집어넣게 되면 그녀의 몸이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아
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
쫑아는 짧지만 강하게 고통을 호소했다.
H는 농담했다.
"이러다가 쫑아 안에서 다량의 마취제를 흡수하는 바람에 내꺼까
지 마취가 되버리는거 아냐."

"아아아..."

쫑아가 계속해서 입밖으로 아픔을 호소하자 H는 정확히 세번을
하고나서 그것을 빼냈다. 그는 그녀곁에 누웠다.
"그만 하자."
"왜? 형."
"너가 아파하거나 고통스러운 모습이 싫어. 세상의 모든 아픔과
고통은 내가 가질테니까 쫑아는 아름답고 행복한 것만 가져."

"싫어! 나도 형하구 같이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할거야."
H는 피식 웃을수 밖에 없었다.
"녀석."
H는 쫑아의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엄지 손가락끝으로 그녀의 눈
썹선을 따라서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콧날을 따라서 내려와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차례대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턱의 굴곡을 따라 매만졌다.
이윽고 그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뒤덮듯이 해서 쓰다듬다가
가볍게 그녀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리곤 두사람은 얼싸안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제 목 : 3월은 영화처럼... 1 <제11회>

제6장. 3월은 영화처럼...


H와 쫑아는 헤어져 있는 기간에도 <<갈증나는 사랑>> 을 전화
나 삐삐로서 해결했다. 두사람은 전화를 하게되면 통화시간이 한시
간을 넘어가는 것은 예사였고, 팔이 저려 오도록 밤새껏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때도 많았다. 그래서 H는 회사와 집에서 눈총을 받고
있었고, 집주변과 회사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공중전화위치와 그 갯
수, 고장난 공중전화위치와 갯수, 전화번호부책이 구비되어 있는가
없는가를 한국통신에서 근무하는 직원보다 잘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의 지갑에는 전화카드와 동전으로 가득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H는 쫑아와 만날 것을 약속했다. 이제는 접선장소가 되버린
신림동, 파트너 레스토랑에서 두사람은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가 비디오방으로 직행했다.

거기에서 H와 쫑아는 의논하여 괜찮은 영화를 한개 골랐고, 호도
과자와 청량음료를 사들고 바깥의 어둠만큼이나 어두운 밀실에 들
어갔다. 그 안에는 침대를 방불케하는 두개의 기다란 의자가 나란
히 놓여져 있었다. 거기에 두사람은 몸을 눕히고 영화를 관람했다.

H는 키스가 하고 싶어졌다.
잠시 그는 영화를 보고있는, 그러면서 호도과자를 먹고있는 쫑아
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눈치를 보다가 말을 꺼냈다.
"키스나 한번 할까?"

쫑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 보았다.
H는 머뭇거리지 않고 그녀의 상체를 안고서 입술을, 그리고 그
안에 혀를 밀어넣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호도과자맛이 났다. 그녀도
호응해서 부드럽게 자신의 혀를 그의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혀와
혀끼리 얽혔다가 풀어지고, 얽혔다가 풀어지는 동작을 몇번이나 반
복하다가 떨어진 두사람은 영화를 관람했다.

"비디오방에서 성관계를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H는 영화 화면에 시선을 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친구한테서 그렇다는 소릴 들은 적은 있어."

쫑아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쫑아야, 우리도 한번 해볼까?"
"형, 미쳤어. 밖에서 누가보면 어쩔려구 그래."
"한번 해본 소리야."

웃으면서 H는 말했다.
"쫑아야, 호도과자를 씹어서 먹다가 나한테 먹여 줄래?"
"더럽게 그런 짓을 왜 하려는 거야."
"임마, 사람이 누굴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싼 똥까지도 예쁘게
보이는 법이야."
얼른 쫑아는 호도과자를 입안에 넣고 씹었다. 어느 정도 씹다가
그녀는 입을 벌려 주었다. H는 키스하듯이 그녀 입술에 입술을 밀
착시켜서 호도과자를 받아 먹었다.
"맛있는데!"

H는 먹으면서,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쫑아는 신기하다는 표정
으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쳐다 보았다. 그게 재밌었던지 그녀는 호
도과자를 씹어서 세번 더 그에게 먹여 주었다.

어느새 H의 양손은 쫑아의 옷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거추장스
러운 그녀의 브래지어를 위로 제키고, 젖가슴을 꽈악 움켜쥐고 주
물렀다. 그녀는 그녀데로 그의 혁띠를 풀르고 있었다. 지퍼를 잡아
내리고, 팬티밖으로 남성을 꺼내어 한손에 잡고 애무했다. 그녀가
한손에 잡기에는 남을 정도로 솟구쳐 있는 기둥은 거대했다.

H와 쫑아는 상대방을 흥분시켜서 더이상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
항복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두사람의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면서 둘의 시선은 영화를 보고 있었다.

얼마후, 비디오방을 나온 두사람은 어깨를 나란히하고 걸었다.
H는 방금전에 자신이 한 행동을 돌이켜 보고 있었다. 그는 쫑아
가 입고있는 청바지의 허벅지와 허벅지사이를 만졌을 때, 청바지가
젖어있다는걸 알아챌수 있었다. 그때 그녀는 싫지도 좋지도 않은
표정으로 만지지 못하게 했다. 그는 그녀의 팬티도 틀림없이 젖어
있을거라구 단정짓고 있었다.

"형."
쫑아가 H를 부르고 있었다.
"딸기여관에서 같이 지내고 싶지만 오늘은 안되겠어.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해."
"쫑아야,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아냐?"
"무슨 소리야?"
"널 사랑해서 만나는거지 너와 섹스를 즐기려구 만나는게 아냐.
너를 처음 만난 날에 니가 마음에 안들었다면 같이 자지도 않았어."

"알고 있어. 형이 나를 사랑하는걸."
"반드시 섹스를 해야 사랑을 하게 되는건 아냐. 섹스는 단지 사랑
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중의 하나일 뿐이야."
H의 말이 끝나자 쫑아는 그에게 다가가 살포시 한팔을 끌어안고 ,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녀는 H의 냄새가 좋았다. 그만
의 독특한 냄새가, 해변가에서 양손으로 퍼올린 그런 모래냄새가
좋았다.
쫑아는 말했다.
"우리 언제 또 만날거야?"
제 목 : 길고 긴 4월에 1 <제12회>

제7장. 길고 긴 4월에

H는 화가났다.
파트너 레스토랑의 창밖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더불어서 어두
워져만 가고 있었다. H의 마음도 잔뜩 흐려 있었다. 지루하게 쫑아
를 기다리느라 앉아있는 그의 엉덩이는 욕창이 날 지경이었다. 카
운터에 전화가 걸려올때마다, 레스토랑문이 열릴때마다 그는 목을
길게 뽑아서 바라보곤 했다. 이따금씩 지나쳐가는 여종업원이 묘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여자에게 보기좋게 걷어차인 것도 모르고 오지도 않을 사람이나
기다리고 있는 얼간이쯤으로 볼테지!>
그런 생각이 들자 H는 절로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는 쫑아가 너무나 늦자 그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일어날수 있는 갖가지 불길한 상상이 자꾸만 떠올랐다.

또 그렇게 되자 더욱 더 불안감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이미 오래
전에 비어 버린 콜라잔을 그는 만지작거리면서 한잔을 더 주문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카운터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얼른 그
는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역시 추측한데로 반가운 쫑아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들려왔다.

"형, 난데 여기 청바지전문점이거든. 금방 갈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덜컥."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여자들이란..."
H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온 그는 새로운 콜라를 주문하여 마시면서 아까와는 달
리 느긋한 심정으로 쫑아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런 것이 벌써 한시간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제 그는
폭발일보직전까지 왔다. 십분만 더 기다려도 안오면 그 즉시 떠날
생각이었다.
이윽고 레스토랑문을 열고 싱글벙글한 얼굴로 쫑아가 들어섰다.
한손에는 청바지가 들어있을 누런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다. 웃으면
서 다가오는 그녀를 보자 H는 반가움에 앞서서 화가 치밀어 올라
왔다. 그걸 간신히 억제하면서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냐?"
쫑아는 연신 방글거리면서 말했다.
"뭐가? 형, 화났어? 에이 남자가 뭐 그러냐. 한번만 봐줘라."
"내가 몇시간이나 기다리고 있었는 줄이나 알아?"
"미안해."
"내앞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는 하지마, 알겠어."

H의 말은 거칠어지고 있었다.
"한두번도 아니구 맨날 약속시간에 늦게 나오기나 하구. 그것도
두시간은 보통이구. 내가 아주 너란 여자에게 질렸다, 질렸어. 사람
을 기다리는 인내력을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구말야."
쫑아의 얼굴에서 금새 웃음이 사라지면서 딱딱하게 굳어져만 갔다.

"잘못은 내가 했지만.. 너란 여자에게 질렸다니.. 너무 말을 심하
게 하는거 아냐."
"도대체가..."
쫑아는 H의 말을 끊었다.
"나 갈래. 더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겠어."

쫑아는 벌떡 일어나 종이가방을 들고 레스토랑을 빠져 나갔다. H
는 나가는 그녀를 일부러 쳐다보지 않았다. 미워하는 감정이 있기
도 했지만, 떠나가는 그녀 모습을 바라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
다.
<이것으로 우리 사이는 끝장난건가!>

퍼뜩 그는 섬칫한 괴물같은 현실앞에서 후회감이 태풍처럼 휘몰
아쳐 왔다. 그는 경솔한 자기자신이 밉기까지 했다.
<지금이라도 달려 나가서 쫑아를 붙잡을까! 아냐, 금방 화를냈던
사람이 쪼르르 달려가서 붙잡는다면 내 꼴이 뭐가 되겠어. 그래!
나중에 전화로 무조건 잘못했다구 사과하는 거야. 그래도 안통하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쫑아를 만나 무릎이라도 꿇고 빌수밖에 별
도리가 없잖아.>

그렇게 복잡한 심정으로 고개숙이고 앉아있던 H는 문득 인기척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쫑아는 잔뜩 그늘이
드리워진 얼굴로 서있었다.
"억울해서 다시 왔어."

H는 테이블을 훌쩍 뛰어 넘어가 쫑아를 으스러지게 안아주고 싶
었다. 사랑한다구 외쳐대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겉모습은 화가나 있었고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렇지
만 신중하게 적당한 말을 고르고 있었다.

"왔어."
"내가 나가는데, 형은 붙잡지도 않는거야."
"...!"
"내가 싫어진거야?"

H는 강하게 목에 힘주어 말했다.
"아냐!"
"그런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거야."
"괜히 너한테 짜증을 부리는게 아니잖아."
"미안하다구 그랬잖아. 그러면 그냥 넘어갈수도 있는 일이잖아. 그
게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질르기라도 한거야."

쫑아의 두눈에는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말까지 더듬
거리고 있었다.
"난... 나는..."
"쫑아야, 너랑 헤어질 생각은 전혀 없어. 아무튼 화를 낸건 내가
잘못했다."
"...!"
"용서해줘."
"형, 여기서 나가자."

쫑아는 그 말을 하자마자 등돌려 레스토랑을 나갔다. H는 계산을
하고는 그녀를 뒤따라 나갔다.
두사람은 나란히 밤거리를 걸었다. 그는 침울한 분위기가 싫었다.
힐끗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니 눈물자욱은 없었다. 말없이 앞만보
고 걸어가던 그녀는 갑자기 말을 꺼냈다.

"노래방에 가고싶어."
선선히 H는 쫑아의 의견을 쫓아서 사이키조명이 뱅글뱅글 돌아가
고 있는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이별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불렀고, 그는 뜨거운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불렀다. 아무래도 쫑
아의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눈치챈 H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
가 두사람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
다. 다음번에 또다시 만날수 있다해도 이런 꺼림칙한 상태에서 헤어
지게 되면 미래가 순탄하지 못하리란건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만 했고 그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쫑아앞에 양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마이크를 입가에 대고 말
했다.

"쫑아야, 나란 남자는 남들보다 뛰어나다거나 특별한 재주같은건
없어. 단점도 많고 고집만 세고...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약속할수
있어. 너 하나만을 알고 지낼거구 너 하나만을 사랑할거야. 지금 당
장이라도 결혼하자구 프로포즈를 하고 싶지만, 안하는 것은 우리
두사람이 열렬히 사랑에 빠졌을 때, 아주 근사한 장소에서 할려구
남겨두고 싶은거야. 아까 일로 나를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해. 너에
게만은 내가 가장 멋지고 좋은 남자로 보이고 싶어. 진심으로 널
사랑해."

"형, 그만 일어나. 남자가 그러는거 보기 안좋아."
"용서해 주는거야?"
쫑아는 대답대신에 조용히 H에게 다가가 입술을 내밀어 가볍게
키스해 주었다.
제 목 : 길고 긴 4월에 2 <제13회>

제7장. 길고 긴 4월에


그리고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한번만 더 그러면 그때는 끝장인줄 알아."
정확히 한시간후에 H와 쫑아는 떡볶이와 순대를 사들고 친숙한
딸기여관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여관주인 아주머니가 낯설어 보
이지 않다는 것을 문득 느낄수가 있었다. 여관방에 들어간 두사람
은 언제나처럼 TV를 켜놓고 침대에 마주보고 앉아 떡볶이와 순대
를 집어 먹었다.

H가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해서 바라보자 쫑아는 그게 어색했던지,
"왜 자꾸만 쳐다보는거야?"
미소를 지으면서 H는 말했다.
"이뻐서."
그는 키스를 하려구 가까이 다가갔고,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이윽고 쫑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고통을 참아내는 기색이 역력했
다.
"어디 아픈거야?"
H는 걱정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대답했다.
"먹은게 체했나봐."

H는 쫑아에게 미안했다.
<아까 일로 오죽 속상했으면 먹은게 체했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자 그는 가슴이 아파왔다. 그는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갑자기 불까지 꺼져 버렸다. 자기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쫑아는 말했다.
"형, 주인 아줌마한테 연락해서 방을 바꿔 달라구 해."
그러나 H는 정전이 된 것에 대해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다.
"잘됐네! 어두워서 그거를 하기에 좋잖아."
"그거라니?"
"남자와 여자가 어두운데서 할일이라고는 섹스밖에 더있냐."
"그런 말을 할때마다 형이 징그럽게 느껴지는 거 알어."

그녀의 말에 H는 멎적게 피식 웃었다.
그때 누군가 문밖에서 노크를 했다. 그가 방문을 열자 주인 아주
머니가 두개의 촛불을 들고 서있었다.
"퓨즈가 나갔나본데, 불편하더라도 잠시만 기다려요."
"예."

H가 말하자마자 쫑아가 빠르게 말했다.
"아줌마, 다른 방으로 바꿔주세요. 그리구 먹은게 체해서 그러는데
손가락을 따게 바늘을 가져다 주겠어요."
"그럴게요."
"다른 방으로 지금 바꿔주세요."

다시금 쫑아는 강조하듯 말했다.
잠시 생각하던 주인 아주머니는 이윽고 말을 꺼냈다.
"303호로 옮겨요. 바늘은 지금 내려가서 그 방으로 가져 갈게요."
주인 아주머니는 들고있던 촛불중의 하나를 H에게 건네주고는 계
단을 통하여 아래로 내려갔다.

H와 쫑아는 촛불을 의지해 소지품을 챙겼다. 그리곤, 두사람은 3
03호실로 가기 위해 붉은 융단이 깔려있는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
즈음, 밝게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주인 아주머니는 두사람이 옮긴 방에
들어와 쫑아의 손가락 끝을 바늘로 따주었다.

"고마워요, 아줌마."
쫑아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여관방 문을 닫으면서 사라지자 H는 그녀에게 물
었다.

"이젠 괜찮아?"
"응!"
"정말로 괜찮냐구?"
"괜찮아."
쫑아는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 닦을게."

쫑아는 옷을 입고있는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채 일분도 안돼어 욕실문이 빼꼼히 열리면서 그녀의 한팔
이 불쑥 튀어나왔다. 손에는 그녀의 벗은 옷가지가 들려 있었다. 얼
떨결에 H는 그것을 받아 들었고, 욕실문은 신속하게 닫혀졌다.

H는 방으로 들어가 쫑아의 옷을 침대에 던져놓았다.
그리고 그 자신도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서 알몸으로 만들었다.
그녀가 욕실에서 그를 찾고 있었다. 그는 욕실문쪽으로 걸어갔다.
"쫑아야, 왜?"
욕실안에서 촉촉한 쫑아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형, 이 안으로 들어올래."

H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의 손잡이를 돌려서 안으로 들어갔다.
화악하고 뜨겁고 축축한 습기가 그를 맞이했다. 세면대위로 붙어
있는 사각거울은 뽀얗게 김이 서려 있었다. 그는 왠지 그게 마음에
안들어 손바닥으로 벅벅 문질러서 얼굴이 비치게 만들었다.

쫑아는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속에 전신을 담근채 머리만 내놓
고 있었다. 물기에 젖어 헝크러지고 엉켜있는 머리칼. 빨갛게 상기
되어 있는 화장을 지운 양볼.

H는 정갈하게 꾸민 쫑아의 모습보다는 이따금씩 흐트러지고 부스
스한 그녀의 모습이 더 섹시하게 느껴졌다. 바로 지금이 그랬다. 가
까이 다가간 그는 욕조 모서리에 벌거벗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하얀 피부를 드러낸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어둠속에서 그녀의 온
몸을 구석구석 만져보기는 했어도, 불켜진 환한 곳에서 벌거벗은
그녀의 전라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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