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집안 이야기, 그 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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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0,599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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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 이야기, 그 전 8>

 

 그런데 어느 수요일 오후 정용이 수진이와 공부하고 있는 시간에 수진의 아버지인 현 사장이 불시에 들이 닥쳤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공공기관의 장으로 있는 자인데, 그가 갑자기 집으로 들어오자 당황한 것은 그의 아내인 수진이 엄마였다.

 “당신 웬 일이세요?”

 “왜 내가 뭐 못 올 집에 온 것처럼 얘기해?”

 “아니, 그게 아니라 하두 안 오시길래---”

 수진이 엄마는 자기 속을 보인 것처럼 민망하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짜증이 치밀었다.

 ‘오면 온다고 얘기나 해야 될 것 아냐?’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성적이 향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딸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이 k 중학 학생이라는데 아주 비상한 흥미를 느꼈다. 사실 그는 자기는 바람을 피워도 되지만, 자기 아내는 바람을 피우면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남성우월주의자였다. 그래서 일종의 파숫꾼을 자기 집 주변에 두어 두어 자기 자신에 대한 평판을 수집하기도 하고, 아울러 가족들의 동향을 호시탐탐 알아보는 치사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가들이 다 그렇듯이 자기 주변에 안테나를 세워서 여론의 동향을 끊임없이 알아보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자연히 자기 아내는 물론 딸래미의 동향까지 일거수 일투족이 그의 정보망에 걸려드는 것이었다. 

 또 당시 대부분의 정부기관 기관장들이 k 고교 출신에다가, s 대학교 나온 놈들이 다 말아먹고 있던 시절이라, 그 자신이 k 고교 출신이었기에 딸래미의 과외공부 선생에 더욱 큰 흥미를 나타냈던 것이었다. 더욱이 소문에 의하면 그 학생은 ‘운동’도 잘한다고 하지 않는가? 마침 자기의 비서가 격투기 과목을 전공한 녀석 하나 있으니 운근 슬쩍 한 번 떠보기나 할까?
  요런 자기 딴에는 기똥찬 생각에(남의 생각엔 치사한) 그는 아내에게 알리지도 않고 수요일을 택해 집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정용은 마침 수진이를 공부시키고 따로 자신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세계문학을 읽고 있었다. 그 중 일본인 소설가 고미카와준페이(五味川純平)의 ‘인간의 조건’이란 책을 보고 있었는데, 그 책은 중학교 1학년 학생이 보기에는 조금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현 사장은 수진 엄마와 함께 노크를 하고는 공부하는 방으로 들어왔다. 정용은 깜짝 놀라 자기가 보던 책을 옆으로 밀어 놓았다. 현사장은 그가 놓은 책을 힐끗 쳐다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 사장은 그 나이 또래의 젊은 정치가들이 다 그렇듯 아주 처음에는 아주 점잔케 정용을 대우해 주었다. 자기 딸 또래이지만 ‘우리 수진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깍듯이 예우했다. 한편으로 정용은 그런 수진이 아빠에 대해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고 징그러워 보였다.

 수진이 아버지 곁에는 까만 양복을 입은 비서가 차려 자세로 대동하고 있었다. 정부기관의 기관장들은 으례히 수행 비서를 운전기사로 겸용하여 쓰기 일쑤였다. 또한 대부분 정부요직을 겸한 사람들은 정치가이기도 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힘깨나 쓴다는 작자들을 비서로 채용하여 사용하였다. 
 정용은 수진이 아버지가 나타난 시점부터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비록 자신을 예우하여 "선생"이라 불러 주었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 예우가 아니라 그냥 입에 발린 말이란 것을 처음부터 알았기 때문이었다. 정용은 서석구의 사건을 겪은 다음부터는 서석구와 그의 아버지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생각 밖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기에 정용은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행동거지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 추이를 살피지 않으면 안되었다. 더욱이 수진 아버지의 수행 비서란 놈의 움직임은 건들거리는 폼이 딱 양아치 같았다.

 “그래, 정 선생, 운동을 좀 한다면서?”

 수진이 아버지는 딸래미 공부에 대해 먼저 물어보지 않고 정용이가 무슨 운동을 하는지 그게 궁금한 것 같은지 은근하게 운동부터 먼저 물어왔다.

 “예, 뭐 조금 --- ”

 “그래 운동은 어디서 배웠는데?”

 정용은 운동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묻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기가 난처해졌다. 왜냐하면 그는 누구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배웠으므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에서 배운 ‘가전무예’인 셈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신 줄로 모른다. 심지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기에 그로서는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이에 유단자라고?”

 그가 우물쭈물하자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한 수진이 아빠인 현 사장이 다음 질문을 한다. 아마 그건 삼청동 마나님이 수진 엄마에게 말한 것이리라. 아니 처음부터 마나님에게 정용의 활동을 들은 후 수진 엄마가 먼저 정용을 유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자면 정용은 유단 심사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유단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니, 저는 --- 유단자라고 말한 적이 --- 없는 -- 데 -- ”

 우물쭈물하며 대답이 늦어지자 현 사장은 다음 단계 질문을 해버린다. 이런 사람들은 미리 무슨 질문을 할건지 먼저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늘 자기 생각이 가장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럼 청도관인가? 아니면 송도관인가?”

 1960년 초 그 당시는 오늘날과 같은 태권도 협회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었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태권도 문파는 청도관과 개성에서 내려온 송도관이었고, 1970년대가 되면서 정도관, 오도관 등의 태권도 문파가 생겨난다. 그러나 이들도 1970년대에는 모두 대한태권도연맹에 흡수되어 그냥 몽땅 싸잡아 태권도장이 되지만 1960년대 초만 하더라도 태권도란 말도 없었고, 그냥 당수도, 아니면 일본에서 건너온 공수도란 말이 흔히 사용되었다. 그래서 "당수"를 한다면 "청도관"이나 "송도관" 소속이 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이런 걸 알리 없는 정용은 청도관 같은 무슨 도장에서 단(段)을 인가 받은 일도 없기 때문에 수진이 아버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길이 없었다.

 이런 연유로 한참이나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그런 자세에 대해 현 사장은 불쾌한 낯빛과 함께 일그러진 표정으로 한마디 하였다.

 “어허, 이거 순 엉터리 아냐?”

 아깐 정 선생이니 뭐니 치켜세우다가도 몇 마디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한다고 대번 ‘이거’, ‘저거’가 나오고 ‘엉터리’니 ‘개판’이니 지껄여댄다. 순간 정용은 피가 확 끓어 오르는 것을 눌러 참았다.

 속으로 ‘뭐 이따위가 다 있어!’라는 소리가 나오려는 순간 앙칼지고 새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흥, 우리 샌님은 운동도 진짜 잘해!”

 수진이의 음성이었다. 수진이가 정용이 뭘 하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무조건 편들고 나선다.

 그러나 누가 딸을 이기랴? 현 사장은 딸의 음성이 들리자 ‘허허’하고 너털웃음을 웃는다.

 “그래, 그래 -- 니네 선생님이 운동을 잘 하는데, -- 그건 그런 것 같은데, 어디서 운동을 배웠는지는 몰라도 유단자는 아닌 것 같애”

 그러자 정용은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천천히 말했다. 수진이의 응원에 그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수진이의 아버지인 현 사장에게 화를 내는 것은 자기가 먼저 지고 들어가는 것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의 말에 대답할 수 있었다.

 “예, 저는 그저 제 아버님에게 집에서 내려오는 무예를 조금 익혔습니다. 그래서 단증도 없고, 무슨 청도관인지 -- 송도관인지 --- 그런 델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  제가 어느 정도인지도 저도 정말 잘 모릅니다. 현 사장님이 잘 아신다면 이번 기회에 잘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수진이 아버지인 현 사장은 공손한 정용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옆에 있는 비서에게 튕기듯 말했다.

 “이군, 저 애하고 한 번 손을 써보지”

 그러자 이 비서란 자가 대답하였다.

 “사장님, 저 애는 너무 어립니다.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이라지 않습니까?”

 그러나 현 사장은 비사의 말을 무시하고 그에게 명령을 내리듯 말하였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손 아래 사람이 자기 말에 토 다는 것을 무쟈게 싫어한다. 이 비서는 사실 정용이의 실력을 잘 알지 못하지만, 중학생이 하면 얼마나 하겠다고 그런 쬐맨한 녀석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이 손을 써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어 살짝 반발한 것인데 현 사장은 그런 이 비서의 생각을 완전히 묵살해 버린다.

 “괜찮아! 자네가 실력이 탁월하면 어느 정도 손속에 인정을 두면 되는 것이고, 그럴 능력이 못된다면 자네가 그 자리를 그만 두면 되는 게야” 
 
이 비서란 놈도 현 사장이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자 그만 속이 뒤틀려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사장님이 비서에게 밥줄을 끊어버리겠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야속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쩌랴! 현 사장의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이제 겨우 중학교 1학년 짜리에게 정말 손을 써보라고 하는 게야?’

 이렇게 생각하였지만 상대는 정치계의 거물인 현 정부기관의 기관장이고, 자기는 그저 수행비서에 불과한데다가 먼저 말대꾸한 것이 마음에 걸려 "에라, 이런 기회에 점수를 따놔야 되겠다"는 심정으로 "적당한 선에서 이 학생놈을 주물러 주어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 우리 집 마당이 좁지 않으니, 저리로 한 번 나가 볼까?”

 현 사장이 먼저 마당으로 나선다. 이 비서는 하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라 간다. 수진이네 집 마당이 좁지는 않았으나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집안의 불을 다 켜도 마당을 환하게 비치기에는 부족하였다. 그러나 정용은 약간 어두운 것이 오히려 편했다. 어차피 움직이기 사작하면 다 알게 되는 법! 부천에 있는 그의 퀀셋 막사 도장은 항상 어둑했다. 밤이 되어 너무 어두우면 그저 백열 전구 하나를 켜 놓고 운동하기가 일쑤였다. 백열전구 하나로는 거의 오십평에 가까운 도장 전체를 밝히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고 운동했었다.
  오늘 현 사장네 집 마당에는 도장에서 쓰는 매트레스가 깔려 있지는 않으나, 그 대신 적당한 규모의 잔디밭이 있으니 넘어져도 크게 다칠 것 같지는 않아 대련하기에 괜찮은 편으로 보였다. 

 먼저 이 비서가 마당의 중간으로 몸을 움직였다. 공공기관 사람들이 대부분 다 그렇듯 검은 양복에 검은 색 구두와 흰색의 와이셔츠와 짙은 청색(감색)의 넥타이를 매고 있는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탄탄해 보이는 몸매였다.

 정용은 천천히 움직이며 이 비서가 있는 곳 반대편으로 가서 섰지만 사뭇 긴장하였다. 그는 그냥 집에서 입는 허술한 추리닝과 운동화 차림으로 이 비서란 놈과 비교해 보면 추레해 보였다. 정용은 신고 있는 운동화 끈이라도 동여매야할 것 같아 마당에 나서기 전 운동화 끈만 다시 매었다. 그런데 마당에 나서면서 한 순간 무슨 까닭인지 몰라도 이 비서란 녀석의 실력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의 약점이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정용은 마당에 나서면서 긴장하지 않고 그저 심드렁하게 무심하게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들이 대련하기 전 현 사장은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둘은 내가 그만 하면 즉시 대련을 멈춘다. 알았나?”

 두 사람이 “예”하고 대답하자 현 사장은 정용에게 말하였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 비서는 청도관의 삼단 실력자에 해당한다. 네가 이 대련을 정 원하지 않으면 지금 그만둬도 아무 상관이 없다. 난 단지 니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기에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고 싶은 것 뿐이다”
  그말을 들으면 현 사장이 누구에겐가 정용의 실력에 대해 무슨 말을 들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용은 현 사장의 그런 말에 대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현 사장의 말이 끝나자 이 비서란 자가 그에게 말했다.

 “조심해라! 이제 들어간다.”

 아마 그는 이 시합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가볍게 이 아이를 혼내 주고 회사로 되돌아가 차를 차고에 넣고 오늘의 일과를 빨리 마치고 퇴근하고 싶은 마음만 있었다.

 그런데 그가 손을 들어 정권으로 정용의 얼굴을 향해 짓쳐들어 가는 순간 정용은 그의 공격을 살짝 무릎을 굽히며 피하더니 왼쪽으로 팽그르르 돌며 왼쪽 다리를 축으로 삼고 오른쪽 다리로 그의 중심축을 무너뜨려 왔다. 그런데 이 비서란 놈이 보니 정용의 기세가 여간 날카로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 비서란 놈은 순간 "아차!" 싶어 한쪽 다리를 다시 짚으며, 멀리 뛰기로 한 칸이나 물러섰다. 정용은 이 한 번의 겨룸으로 상대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간파할 수 있었다.

 ‘적어도 얻어 맞는 일은 없겠군!’

 이 비서는 중학교 1학년 짜리를 얕보고 덤볐다가 그의 반격에 호되게 당한 것을 알았는지, 가슴이 뜨끔했다.
 그는 다시 자세를 갖추어 두 손을 앞으로 하고 십자 모양으로 가로 지르며 청도관 특유의 고전 품세를 취하였다.
 그것은 그가 본격적으로 공격과 방어를 하겠다는 의사였다.
 정용도 그가 자세를 가다듬는 것을 보고는 본격적인 공격에 대한 방어 준비를 하였다.

 정용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특공무술에는 어떤 기본적이 품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응용하고 덤비는 대로 막아내는 실전 무술이었다. 극히 전투적인 무예였기에 전쟁터 같은 곳에 사용하는 육박전에 절대적으로 유용한 기술이었지, 이렇게 적당히 간격을 두고 대련하는 데에는 사실상 별로 어울리지 않는 기술이었다. 사실 아버지와 제이콥에게 배운 기술들은 강력한 살상용 기술들이었다. 단지 정용은 그런 상황에 한 번도 처한 적이 없었고, 또 그런 기술을 배우기에는 아버지나 제이콥이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극히 기본적이고 범용적인 무술만 익히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 해도 실전에서 사용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

 그 때 정용은 김 교수가 가르쳐 준 호보의 자세가 생각났다. 그는 오른쪽 다리를 살짝 벌려 중간에 위치하도록 한 다음 왼쪽 다리를 적당히 구부려 몸에 탄력을 주었다. 만일 이 비서란 놈이 쳐들어오면 냅다 차 버리든지 정 안되면 훌쩍 뛰어 담장 곁으로 달아날 생각이었다.

 그때 이 비서란 놈이 먼저 움직이며 발을 쳐들고 공격해 들어왔다. 그는 그와 동시에 두 손을 사용하면서 몸통과 머리를 함께 겨냥해 왔다. 아마 이 비서는 속전속결로 마무리하고픈 생각이 들었던 게다. 그의 몸동작을 보고 "이런 건 특공무술을 활용하여 대처하는 것이 빠르지"싶어 머리를 왼쪽으로 틀어 그의 공격이 자신의 눈 앞으로 지나가도록 만들어 무산시켜버리고 왼손으로는 가슴을 보호하며, 다리를 굳게 하여 축으로 삼고 오른손에 힘을 주어 그의 가슴을 쳐 나갔다.
 ‘퍽 -- ’그의 일격이 이 비서의 가슴에 그대로 적중하였다. 순간 정용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호권이 시전되었고, 그의 가슴에 일격이 정통으로 적중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생각으로는 별 힘을 들여 공격한 것도 아닌데 이 비서란 놈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서 뒤로 주춤거리며 무려 이미터 이상 물러나 버렸다. 비록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정용의 공격이 이 비서란 놈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만 --- ! 됐다!”

 현 사장은 이 단 일격의 교환을 보고 그만 멈추라고 말하였다. 그의 음성 속에는 어딘지 모르게 이 비서에게 실망한 기색이 보였다. 그렇다면 나이 어린 정용에게 칭친의 말이라도 해야 나이든 사람으로서의 위엄이나 권위가 설텐데 현 사장은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는 못한 위인이었다.
  그러나 그도 이 한 방에 정용의 실력이 이 비서보다 한 수 위란 것을 알 수는 있었다. 그도 젊은 시절 학창시절과 장교로 근무하던 군 시절은 꽤 날리던 유도 선수였었다. 지금은 도장에 나가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쯤 옛날 다니던 도장에서 후배들과 몸을 부딪치며 운동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이었기에 자기가 움직이지는 않아도 남이 움직임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있던 사람이었다.
  당시 5.16 군사혁명이 일어난지 얼마되지 않던 시절이라 제 3공화국 정부에서는 외국에서나 국내에서 젊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발탁하여 정부 요직에 앉혔다. 구 정권에서 나이들고 부패한 정치가들은 모두 쓸어 버리고 사십대 초반에서 오십대까지의 인물들이 정부 부처의 장관과 공공기관의 장을 맡는 등 물갈이가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미국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어떤 장관은 30대임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된 사람도 있었다. 현 사장은 그런 인물들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 때 
정용의 무술 실력은 청도관이나 정도관의 실력으로는 최소한 사단 이상의 고단자 급이었다. 그의 아버지 정현은 무술계의 숨은 고수였고, 실전 무예의 달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했다. 오죽하면 이북으로 파견할 정보요원의 실전 무술 교육에 그를 교관으로 삼았겠는가? 청도관이나 태권이나, 흑추관의 합기도나 공수도는 사실 폼만 요란할 뿐이었다. 이런 도장에서 사범으로 뛰고 있는 애들도 공군특무전대에서 훈련을 받고 이북으로 넘어가는 정보요원과 실전으로, 일대일로 붙는다면 싸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 정설이다. 그건 정말 대학생과 초등생이 싸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정용은 그런 아버지에게 실전무예를 배웠고, 더욱이 미 공군에서 육박전을 겪을대로 겪은 제이콥과 매일 몸을 부딪치며 어울렸던 것이다. 게다가 정용은 이제 중학생이 되면서 어른 키만큼 컸고, 남달리 뼈대도 굵어졌기에 어른과 대련하여도 꿀릴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이 비서가 재수없게 그런 정용과 붙은게 잘못인 것이었다.  

 이런 정용의 자세를 한 눈에 꿰어 알아낸 사람이 유학 교수 김일범이고, 정용의 비범한 실력에 반한 그가 평생을 걸쳐 연구한 조선의 실전(失傳) 무예인 호보(虎步)와 호권(虎拳)을 가르쳐주고 실전 무예의 대를 잇기 위한 후계자로 점찍어 두었던 것이다. 물론 헌원씨 내가운용심법의 효과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정용도 잘 알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이 비서란 놈이 정용을 이길 수 없는 것이 당연하였고, 이런 것을 다 안다면 한 대 맞았다고 해서 서운해 할 것은 아니었지만 --  어쨌든 중학생에게 얻어 맞는 것은 얻어 맞은 것이니 이 비서란 놈은 기분이 나쁜게 당연했다. 게다가 한 대 맞았는데 현 사장이란 사람은 대련을 그만 두라고 하니 이 비서는 속에서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도 어쩌랴!

  이런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수진이가 폴짝폴짝 뛰어 오면서 정용을 확 껴안았다. 순간 어린 여자의 달콤한 입 냄새가 그의 얼굴에 확 풍겼다.

 “우리 오빠 최고야! 봐! 내가 뭐라 했어! --- 옵빠가 운동을 엄청 잘한다고 했잖아 --- !”

 정용도 수진이를 가볍게 안아 주었다.

 수진이 엄마는 멀찍이서 이 광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안았다.

 정용은 현 사장은 이 비서란 몸에게 뭐라 뭐라 지껄이는 것을 뒤로 한 채 수진이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사실 이런 대련은 그로서도 처음이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실력을 겨늠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한껏 뿌듯했지만 얼굴에는 나타내지 않고 숨겼다.

 그렇게 그 날은 공부는 조금하고 운동은 많이 하게 된 날로 치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진이 엄마는 정용에게 땀을 흘렸으니 목욕이라도 하고 가라고 하였지만, 정용은 그날 더 이상 그 집에 있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기에 과외에 필요한 책가방만 들고 명륜동 셋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날 밤, 현 사장도 이 비서와 함께 어디론가 가버렸다. 수진이와 수진이 엄마만 남아 큰 집을 지키게 되었다. 수진이는 정용 오빠가 무사한 것에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수진이 엄마는 오히려 허전했다. 까지껏 현 사장이야 집에 있던 없던 상관없지만 정용이가 그냥 가버린 것이 못내 서운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정용에게 다시금 새로운 인생의 길을 가게 되는 전환점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삼청동에서의 토요일 영어회화 공부는 꾸준히 지속되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회화와 함께 파티를 연 후 ‘토요 만남’의 인사는 가벼운 키스로 시작하게 되었다. 제인과 누나들끼리의 여자들은 서로가 가볍게 볼을 맞대고 허그하며 키스하는 서양식 인사로 바뀌었고, 정용과의 인사도 입술을 마주대고 ‘쪽’하는 소리와 함께 키스로 인사를 하였다. 물론 여인들은 원하면 정용과 허그를 하였다. 정용은 여인들과 허그를 할 때마다 젖가슴을 부딪쳐 오는데 민망한 생각이 들었지만 여인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제인과 누나들은 물론 마나님과도 그렇게 인사를 하였다. 물론 ‘토요 모임’이 아닌 다른 날에 삼청동에 갈 일이 생겨 인사할 땐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게 보통이지만, ‘토요 모임’만큼은 키스로 인사하는 것을 정례화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런 인사가 어색했다. 그러나 제인은 미국에서는 다 그렇게 한다고 하며 그런 인사를 요구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런 것들이 다 자연스러워지고 느낌도 좋아졌다.

 정용은 회화 공부를 마치는 날이면 누나들과 함께 놀이를 하다가도 잠은 안방에서 마나님과 함께 잤다.

 마나님은 정용을 친 아들 취급하며 누나들이 함께 자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하면서, 꼭 자기 방에서만 재우도록 요구했다. 정용도 이 요구가 싫을 리 없었다. 제인에게나 누나들에게 마나님과의 관계가 노출되면 안되기 때문에 마나님과 둘이서만의 은밀한 비밀이 형성된 것이다.

 마나님은 자기 방 옷장 하나를 완전히 비우고 아예 정용의 옷가지들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팬티나 런닝과 같은 속옷과 점퍼, 추리닝까지 남자 아이들이 필요한 모든 옷가지들을 하나씩 사모았다.

 마나님은 낮엔 정용에게 자상한 엄마 노릇 뿐 아니라 이모 노릇까지 완벽하게 했다. 그런 마나님은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면 정용의 사랑을 갈구하며 요부로 변해 정용의 애인이 되었다. 아니 애인 정도가 아니라 밤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섹스의 선생님이 되어 갔다.

 그녀는 토요일 밤 잠자리에서 그와의 첫날밤을 회상하면서, 자신이 욕정을 참지 못해 정용의 동정(童貞)을 뺏은 것은 미안한 일이었지만, 반대로 자기가 세상에서 태어나 가장 기쁘고 의미있는 일이기도 했다면서 ‘얘 그 땐 정말 미안했어. -- 호호 -- ’하며 웃었다.

 정용은 자신을 향해 웃는 마나님을 향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심정이 되면서도 사십대 여인과 함께 누워 풍만한 육체가 주는 즐거움과 육체의 향연에 축 빠져 들어 갔다.

 마나님은 침대에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정용에게 팔베게 해달라고 하면서 그에게 양아들이 되어 달라고 한 것은 자기에게 사랑이 없는 주인아저씨에게 ‘나도 이렇게 잘난 아들이 있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고백하였다. 정용은 그렇게 말하는 마나님을 보며 엄마가 아니라 마치 누이 동생같은 모습을 보면서 마나님이 꼭 십대 소녀처럼 느껴졌다.

 마나님은 팔베개 위로 정용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저씨는 울산에 젊은 애인이 따로 있어.”

 그러면서 아들을 낳으려고 새 마누라를 얻었는데 그 젊은 애인도 아들을 낳은 것이 아니라 딸을 낳았다고 말하였다. 정용은 우울해 하는 마나님을 꼭 껴안아 주면서도 그녀의 몰랑몰랑한 젖을 만져 주었다. 그녀의 젖꼭지가 탱탱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정용이 마나님의 풍만한 젖을 만지자 욕심이 동하는지, 주인 아저씨와 밤에 씹을 안한지가 굉장히 오래됐다고 수줍게 말한다.

 “나 있지, 그 너랑 하기 전엔 --- 씹을 안한지 엄청 오래 돼 -- ”

 마나님은 그 정숙하고 예의바른 입에서 씹이란 말이 나오자 정용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유식한 마나님 입에서 씹이 뭐야-- 씹이-- ’

 정용은 씹이니 좆이니 하는 말은 자기 같은 중학생들이나 욕으로 쓰는 말이지 귀부인인 마나님 같은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정용은 마나님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피가 머리로 쏠렸다. 그래서 정용은 “그래서 저랑 -- 씨입을 --- 하는 거예요?”라고 짓궂게 물었다.

 그러자 마나님은 “요게 버르장머리없이 굴어!”하며 머리를 툭 친다.

 정용은 그런 모습이 사랑스러워 마나님의 입술에 자기 입을 겹치며 혀를 쪽쪽 빨았다.

 마나님은 정용이 키스를 하자 몸을 바짝 붙이며 헉헉 댄다.

 “아들, 아들 ---- 나 그거 -- 해줘!”하면서 잠자리 날개같이 부드러운 실크 잠옷을 벗어 던진다.

 정용도 팬티를 벗어던지며 마나님 몸 위로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마나님은 이미 허벅지를 짝 벌리고 그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린다. 그의 음경이 마나님의 보지 앞에서 껄떡거리자 마나님은 그의 긴 좆을 꽉 쥐곤 자신의 보지 입구로 인도한다.

 “아들! 너 이거 정말 좋은 거 알아?”

 마나님은 색을 쓰면서 정용에게는 꼭 ‘아들’ ‘아들’하고 부른다. 마친 친아들과 섹스를 하는 느낌이다. 정용도 마나님과 씹을 하면 진짜 엄마와 하는 느낌이 든다. 정용은 고개를 끄덕인다. 왜 몰라! 나도 내 큰 좆이 너무 좋아!
  그러면서 정용은 그의 좆을 마나님의 보지 속으로 철푸덕 박아 넣었다. 몇번을 계속하여 박아 넣자 마나님이 소리쳤다.
 "아드---을!  --- 옴마 --죽어뻐려!---" 
 그날 밤 정용은 마나님과 두 번이나 황홀한 방사를 치루었다. 누나들은 자기 엄마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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