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무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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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7,699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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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제 4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케이브는 지열을 이용해 생활에 적합한 온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케이브 바로 아래를 관통하는 지하수맥 때문에 습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생활환경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 명철이 하고 있는 작업도 케이브의 습도를 조절하는 중앙시스템의 마무리 작업이다.

“큰아빠, 이것 좀 드시고 하세요.”

동희는 서늘한 케이브의 온도에도 불구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에 몰두한고 있는 명철에게 음료수 잔을 내밀었다.

“어, 고맙다 동희야.”

긴 작업에 목이 말랐는지 단숨에 음료수를 들이켜는 명철의 목젖이 힘차게 움직였다.

‘아......’

동희는 가슴이 순간 철렁였다. 자신이 건넨 음료수를 단숨에 마셔버리는 큰아빠의 모습에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박력을 느꼈다.

사실 집안 어른들은 큰아빠를 얘기 할 때 대부분 험담에 가깝게 말하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안의 돈이란 돈은 모두 큰아빠가 끌어가 씨가 말랐다고 말하는 소릴 종종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들 중 누구라도 이 케이브를 봤다면 그런 소리는 하지 못할 거야.’

동희는 처음 이 케이브에 온 날 이래로 연일 큰아빠의 열정과 추진력에 경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었다.

‘300년의 앞을 내다본 역사를 벌이는 광경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럴거야.’

“큰아빠 천천히......쉬었다 하세요.”

동희는 자신의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뭔가 억눌린듯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러지? 혹시......큰아빠를?’

어쩌면 자신의 추측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동희는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친아빠보다 큰아빠를 더 따랐던 동희였다.

뭘 봤는지 아니면 정말 신의 계시라도 받았는지 방주를 연상시키는 케이브에 몰두하는 큰아빠에게 동희는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연민이 동경과 사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큰아빠......’

거대한 동공 케이브에 동희와 명철 단 둘만의 시간이 고인 듯 흘러가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동민이 학원에서 돌아오자 명철의 아내 경진은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으며 현관으로 종종 걸음을 쳤다.

남편 명철이 동희까지 데리고 동굴인지 케이븐지 하는 곳으로 다시 떠난 후 경진은 오직 아들 동민을 해바라기 하는 생활이 되어 버렸다.

“아들~ 공부하느라 힘들지~”

경진은 약간의 코맹맹이 소리를 섞어 아들의 책가방을 받아들었다.

“배고프지?“

“뭐 먹을 거 있어. 엄마?”

“당근 있지. 어서 식탁에 앉아.”

경진은 동민을 식탁에 앉히고는 부지런히 상을 차렸다. 빨간 고추장 양념으로 구워진 돼지불고기가 식탁에 올려지는 것으로 늦은 저녁상이 차려졌다.

“엄마도 아직 저녁 안 먹었어?”

“응, 아들이랑 같이 먹으려고.”

경진이 동민의 밥 위에 돼지불고기를 한 점 올려놓으며 말했다.

“엄마 그러지 말고 먼저 먹으라니까......그러다 속 버린다고 했잖아.”

무뚝뚝하지만 정이 묻어나는 말과 함께 동민도 엄마 경진의 밥에 돼지불고기 한 점을 올려놓았다.

“고마워 아들~”

경진은 밥 위에 올려 진 고기를 보자 왠지 울컥하는 심정이 되어 버렸다.

‘남편도 이러진 않았어......’

사실 남편 명철을 신뢰하고 의지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명철 특유의 무뚝뚝한 성격 탓에 달달한 연애감정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 경진이 지금 남편을 꼭 닮은 아들에게서 달콤한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경진의 얼굴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인간이 동민이 반만 아니 반의 반 만큼만 됐어도......아니 아예 비교가 되질 않지.’

아들을 바라보는 경진의 눈과 얼굴에 붉은 홍조가 피어났다. 그리고 경진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아래 즉, 그녀의 태고가 숨쉬는 중심부에도 은은한 열기가 피어오르며 습한 기운을 머금기 시작했다.

“어서 먹자 배고프겠다. 아들.”

동민과 경진 두 모자의 수저질이 시작됐다. 그리고 서로의 밥에 반찬을 번갈아 가며 올려주는 소꿉놀이도 식사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경진 모자가 한창 깨가 쏟아지는 연애놀이에 푹 빠졌을 때 신애와 명수 모자는 명수의 아내 동희 엄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얼마 전에 가졌던 둘만의 은밀한 사건은 동희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더 이상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명수는 몸이 달아 안절부절 그야말로 좌불안석이 따로 없었다. 그렇다고 아내와 둘 째 딸의 시선을 피해 신애와 밀애를 나눌 수도 없어 얼굴이 누렇게 뜰 지경이었다.

“인석아 그러다 동티난다. 에미 눈치도 좀 봐라.”

“이게다 엄마 때문에 그래.”

두 모자는 아내와 며느리의 눈치를 보며 속삭이듯 서로를 책망했다. 신애야 술김에 벌어진 일이고 아들의 소원을 풀어준 거라 스스로 자위를 하면 그뿐이었지만 명수는 아니었다.

‘어떻게 얻은 엄만데......이러다 다시 엄마의 마음이 닫히게 만들 순 없어.’

엄마의 눈빛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는 게 느껴지자 명수의 마음은 더욱 달아올랐다.

“여보......동연 엄마!”

“응~ 왜......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해인은 남편이 부르자 거실로 나왔다. 명수와 해연은 슬하에 동희, 동연 두 딸을 두고 있다. 동희는 마침 여름방학이라 피서겸 휴식을 주려 형 명철에게 딸려 케이브로 보냈다. 동연은 둘째 딸의 이름이다.

“내일 형네 좀 다녀와.”

“천호동에요? 무슨 일 있어요?”

신애와의 밀애를 가질 요량으로 택한 방법으로 기껏 생각해 낸 것이 형을 파는 것이었다.

“무슨 일은......동희까지 딸려 보냈으니 걱정이 되서 그러는 거지.”“난 또......아주버님께 무슨 일이 생겼으면 우리한테도 연락이 왔죠.”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걸 어떡해. 그리고 형도 없는데 좀 드려다 보는 게 도리기도 하고.”

“그야 그렇죠.”

“그럼 내일이......벌서 금요일이네, 그럼 아예 동연이랑 가서 하룻밤 자고 오죠 뭐.”해연은 동민과 동연이 동갑남매라 잘 어울리는 지라 아예 작정을 하고 나서기로 했다. 물론 명수의 심중에 깔린 흑심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래 그럼 가서 형수하고 동민이랑 고기라도 구워먹고 와.”

명수는 방에 들어가 지갑을 가지고 나왔다.

“어머~ 어쩐 일이래......당신 비상금 좀 깨지겠네.”

“뭐, 쓸덴 써야지.”사실 형 명철이 집안의 돈을 싸그리 쓸어 가버려 명색이 가장이지만 지갑이 dif팍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해연도 그런 사정을 잘 알기에 더 달라는 둥 하는 채근은 하지 않았다.

“참, 어머니도 같이 가실래요? 동민이 본지도 좀 됐잖아요?”

해연의 말에 명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평소 거짓말이라곤 하지 않는 명수다. 그런 그가 신애와 함께할 시간을 벌려고 꾸민 일이 수포로 돌아가려는 순간이다.

더구나 신애가 해연의 권유를 거절할 만한 적절한 핑계가 없기도 해서 명수의 심장은 불안함으로 쿵쾅 거렸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내일 합창모임이 있어서 어렵겠다.”‘아......엄마......‘

명수는 생각지도 못한 엄마의 대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론 초연한 표정의 신애여서 아내와 함께 천호동에 간다고 할까봐 내심 조마조마 했다.

‘아이고 그 짧은 시간에 살이 10㎏는 빠졌나보다.’

“당신은 어때 안 갈래?”

“난 됐어.”

“왜, 당신도 무슨 약속이 있어?”

아내의 눈이 가늘어지는 걸 본 명수는 섣부른 핑계 대신에 정공법을 택했다.

“약속은 무슨......그냥 난 빠지는 게 당신 돕는 거지. 형도 없는데 나까지 가서 형수 염장지를 일 있어? 난 그냥 일찍 들어와 발 닦고 잠이나 잘래.”

“하긴......”

어쭙잖은 핑계를 댔으면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봤을 해연이었지만 능란한 명수의 대처에 완전히 의심의 끈을 풀었다.

“그럼 내일 오후에 형님 댁에 간다.”

해연이 명수의 지갑에서 나온 지폐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도 내 저녁반찬은 신경 좀 써줘.”

“알았어요.”해연이 주방으로 돌아가자 명수와 신애 모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서로 시선을 맞췄다.

“후~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지......”

“그러게......별일 아닌데 엄청 땀이 나네.”

명수는 슬그머니 신애의 손을 잡았다.

“얘, 아직 에미 주방에 있다.”신애는 슬쩍 고개를 돌려 주방의 기색을 보곤 명수의 손을 맞잡았다. 사실은 신애도 명수의 손길이 기다려지긴 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머니 다녀올게요. 그이 저녁 좀 부탁해요.”

“그래 조심해 다녀와라.”

“할머니 다녀오겠습니다.”해연이 동연과 함께 대문을 나서자 신애는 공연히 마음이 바빠졌다. 아직 아들이 퇴근 하려면 한참은 더 기다려야 했지만 한번 조바심이 난 마음은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딩동~

마침내 하늘에 떠있던 태양이 자취를 감췄을 무렵 신애가 기다리던 초인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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