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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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79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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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부>


#1-실버 VS 실버


“아야야!”

유나는 작고 귀여운 손으로 자신의 은빛 머리칼을 매만지며 얼굴을 찡그렸다.급히 프로즌 월을 소환하지 않았더라면,더 많이 날아가서 쳐박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옷이 더럽혀지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싫은 유나로써는 지금의 상황도 불만이었다.

“유나..괜찮아?”

유나와 마찬가지로 옷이 잔뜩 더럽혀져 있는 마유미가 황급히 유나에게 달려왔다.그녀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었다.

“아씨..이거 어떻게 된거야?”

유나에게 질문을 받아도,영문을 모르는 것은 마유미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붉은 머리칼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잘은 모르겠지만...계획이 틀어진거 같아.”

“그럴리가.주인님이 제안한 의견은 리미도 반대하지 않았는데..”

유나는 믿을수 없다는듯 거대한 먼지구름을 생성해내는 저택을 바라보았다.이미 저택이라고 부를수 없을 정도로,마치 크룬전쟁이 일어난 시기의 직후처럼 주변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게다가,대회의가 열리던 윌리엄스의 저택은 매우 변두리에 있는데다가,지형자체가 산에 둘러쌓여 있어서 더욱 공허함과 을씨년스러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유나의 질문에 마유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유나는 분통이 터진다는듯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치! 윌리엄스 자식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야.”

몸에 딱 붙는 티셔츠를 입었지만,폭발의 후폭풍으로 인해 유나의 옷은 군데군데 찢겨져 있었다.리미가 연성해준 튼튼한 옷도 있지만,패션에 민감한 유나에게는 그런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찢겨진 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빙백의 인을 보며 마유미는 살짝 입을 다물었다.

“야 마유미.”

“응?”

상념에 젖어있던 마유미는 유나의 물음에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유나는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드리워진 먼지구름을 응시하며,입을 열었다.

“우린 어떻게 될까?”

“어떻게..된다니?”

“여기서 주인님이 진다면...우린 모두 깨어날수 없는 잠을 자겠지만,만약 이긴다면?이기면 어떻게 될까?”

평소답지 않게, 자신에게 진지한 유나의 모습을 보며 마유미는 당황했지만 너무나 기뻤다.늘 자신에게 툴툴거리던 유나.하지만 그녀가 조금이나마 마음을 연거 같아서였다.

“주인님의 선택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그렇겠지.”

유나는 나즈막히 한숨을 쉬었다.마유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아주 잘알고 있었다.누구보다 준을 사랑하는 유나로써는,그 길이 어떤 길이라 할지라도 준을 따를 것이 분명했다. 덧붙여서,마유미 본인역시 얼마든지 그럴수 있을거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피해!”

갑자기 유나가 마유미를 황급히 밀치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던 마유미는 그대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고,유나는 날렵하게 바닥에 손을 짚으며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그녀들이 서있던 곳은 작은 구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이건..’

마유미 역시 황급히 자세를 잡으며,자신을 공격한 그 무언가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츠츠츠츠

시야를 뿌옇게 가린 먼지와 어둠속에서 한명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녀의 손에는 마나가 뭉쳐지며 요란한 파공음을 자아내었다.가냘픈 몸매와 아름다운 외모는 누가봐도 페어리임을 알수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머리칼은 유나처럼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크리스틴.”

유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짧은 커트머리를 한 그녀.버나드의 페어리인 실버나이트 크리스틴이 무표정한 얼굴로 유나와 마유미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마유미의 두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온몸이 무기라고 해도 좋을 체술가 실버나이트가 자신들의 상대라니 너무나 안좋은 경합이었다.아무리 유나의 레벨이 높아졌다 한들, 그녀가 케스팅할동안 크리스틴이 기다려줄리 없었다. 마법이란 것은 주문을 욀 동안에 자신들을 커버해줄 누군가가 있을때만이 100퍼센트의 효력을 발생시킬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프로즌 월!”

유나의 시동어와 동시에 유나와 마유미가 서있는 앞쪽으로 길게 얼음의 장벽이 드리워졌고,별안간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유나는 크리스틴이 마나로 이뤄진 구체를 집어 던지기 전에 재빨리 방어를 한 것이었다.

“유나..더블카운터를..”

“아냐.”

유나가 단호히 고개를 젓자,마유미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유나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소환해낸 얼음의 장벽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크리스틴의 공격이 계속해서 부딪히고 있는 탓이었다.

“잘들어 마유미.”

유나는 마유미를 보호하듯 그녀를 등지고 섰다.마유미의 큰 눈망울에,유나의 뒷모습이 투영되었다,

“여긴 내가 맡을게.넌 어서 주인님 곁으로 가.”

“뭐?그건 무리야.”

“까불지말고 내말 들어. 난 어느정도 체술이 가능해.넌 방해만 될뿐이야.게다가...”

유나는 천천히 손목을 빙글빙글 돌려보였다.마유미는 여전히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난 크리스틴에게 져도 주인님에 의해 다시 부활할수 있지만,넌 여기서 죽으면 끝이야.”

“하지만 유나!”

“어서 가! 주인님을 혼자 두게 할거야?”

마유미는 유나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이윽고 파직!하는 소리가 나며,유나의 프로즌 월은 천천히 부숴져 내리기 시작했다.크리스틴은 장력을 특기로 하는 실버나이트 답게,얼음의 장벽을 기어 오르는대신 파괴하는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게다가 저 은색머리카락도 맘에 안들어.은발은 훈녀만의 특권이라고.”

새초롬하게 말하는 유나를 보며,마유미는 이내 결심한듯 살짝 뒷걸음질 했다.천천히 프로즌 월이 부숴지며 모습을 드러내는 크리스틴.유나는 마유미에게 외쳤다,

“어서가!”

“부탁할게 유나.”

“부탁은 무슨 부탁이야.그리고 주인님 도우러 가도 꼬리치면 죽어.여기 안주인은 나라고.”

“응!”

마유미는 여유로운 유나의 표정을 보며 재빨리 몸을 날렸다.크리스틴의 두 눈망울이 번뜩이나 싶더니,이내 풀숲사이로 달려가는 마유미를 향해 날아 올랐다.

파팍!

크리스틴은 놀라운 표정으로 다시금 지면에 안착할수 밖에 없었다.유나의 몸이 동시에 솟아오르며,자신의 몸위로 깔끔한 발차기를 날렸기 때문이었다.실버나이트 답게 유나의 공격을 막긴 했지만,그녀는 마유미를 뒤ㅤㅉㅗㅈ는 진로가 방해되어 다시금 지면에 착지하며 유나를 노려보는것 외에는 도리가 없었다.

유나의 양 손에서 스멀스멀 한기가 피어 올랐다.여유롭기 까지한 그녀의 표정.유나는 득의 양양하게 크리스틴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상대에 집중해.니 상대는 나야 이 은색돼지야.”

 

 

#2-격해지는 전투.


드드드드드.

마치 절벽처럼 솟아올랐던 지면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리고 천천히 내려앉는 지면사이로,단발머리의 아름다운 한 여성이 냉정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뭔가 있다.’

폭발의 여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그녀는 바로 노아였다.위기의 상황에서 땅의 상급정령이 급격히 소환되었고,그대로 그녀를 감싸안으며 물리적 충격으로 부터 그녀를 보호했던 것이었다.냉정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그녀. 정령의 여왕으로 돌아온 노아였다.

“모습을 드러내라.”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의 하급정령인 실프를 타고 여기저기 쩌렁쩌렁 울렸다.애초에 숨어있는것 따위는 알고 있다는 듯한 그녀의 말투.노아의 외침과 동시에 수풀속에서 두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녀들을 본 노아의 얼굴이 꿈틀했다.

“너희는..”

노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두명의 인영.그것은 모두 페어리였다.그녀들은 정령의 여왕인 노아를 앞에 두고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제대로 찾아온거 같아 로한.”

양 머리를 곱게 땋아올린 금발의 미소녀가 자신의 옆에 있는 여인에게 속삭이듯 말했다.로한이라 불린 페어리는 음침한 회색의 옷을 걸치고 이질적인 장신구를 여럿 달고 있었지만,역시나 페어리답게 차가우면서도 아름다운 미를 뽐내고 있었다.

“주인님의 작전대로 하자.헤라 네가 시선을 끌어.”

노아는 그녀들을 대충 알고 있었다.어린아이의 자아일때의 노아는 준과 그의 페어리들 이외에는 전혀 사람을 기억하지 못했지만,냉철한 정령의 여왕일때의 노아는 달랐다.그녀들은 윌리엄스의 페어리인 네크로맨서 로한,그리고 등편(藤鞭)의 마녀인 헤라였다.

‘네크로멘서와...등편의 마녀.’

물론 노아가 그들의 이름까지는 알수 없었다.하지만 확실한 것은,그녀들은 여태까지 잘 노출이 되지 않았던 페어리들이라는 점이었다.사자(死者)의 영혼을 다루는 네크로맨서.그리고 큰 채찍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등편의 마녀.노아는 페어리만의 직감으로 그녀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었다.

“네가 그 소문이 자자한 정령의 여왕인가?”

로한의 질문에 노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노려보았다.바람이 거세게 불며 노아의 주변으로 뭉쳐가기 시작했다.로한은 살짝 웃으며 노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무나 겨뤄보고 싶었는데..오늘이 그날이군.사실 우리 주인님께선 예전부터 너의 상대로써 나를 훈련시키셨거든.”

로한의 말에 노아는 어떠한 동요도 하지 않았다.로한의 옆에서서 보기에도 두꺼워보이는 검정 채찍을 꺼내든 헤라는 질린 표정으로 노아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주변의 땅이 요동치는가 싶더니,이내 사람의 형상을 한 바위인간들이 노아를 호위하듯 소환되었기 때문이었다. 노아가 얼마나 정령들을 다루는 레벨이 높은지 증명이라도 하는듯한 대 장관을 보고도,로한은 살짝 미소짓기 까지 했다.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노아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잡담은 집어치워.내 앞을 막으면 죽는다.”

 

 


채채채채챙!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청명하게 숲속을 울려대고 있었다.달빛아래로,보통의 사람이라면 식별조차 하기 힘든 스피드로 두 명의 인영이 서로 부딪혔다가 떨어짐을 반복하며 무예의 절기를 뽐내고 있었다.달빛 밑에서 더더욱 아름다운 그녀.세라의 묵빛 소드와 쥬앙의 은빛 레이피어가 공중에서 몇번이고 수를 교환했다.

“역시나 소문대로야.넌 강하군.”

쥬앙의 중얼거림에도 세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세라의 옷깃은 쥬앙의 레이피어가 스쳐 간간히 잘려나간 곳도 있었지만,그것은 쥬앙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천천히 검을 겨누며 세라를 바라보았다.무표정하려 애를 썼지만,그녀의 얼굴은 분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준의 페어리인 블랙나이트 세라.그녀보다 강해지거라-

오너인 윌리엄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었고,늘 자신을 분하게 했던 비교대상이 자신의 앞에 서있었지만,쥬앙은 별다른 수를 쓸수 없었다.너무나 완벽한 자세로 자신을 바라보는 세라.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의 차이는 확연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잡을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나를 체내에서 다루는 훈련도,그리고 그것을 검에 집약하는,이른바 소드마스터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훈련도 거른적없는 쥬앙이었다.하지만 어째서 일까.세라의 검기는 자신이 쏘아낸 검기를 흡사 종이찢듯이 잘라버린것이었다. 그래서 쥬앙은 직접적인 타격방식으로 세라를 공격했지만,검기가 아닌 검 자체로 겨루는 검술역시 세라는 빈틈이 없었다.

‘그럴리 없어.격차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을리가 없어!’

쥬앙은 마음속으로 외치며 검을 눈앞으로 세웠다.강자를 앞에 뒀다는 긴장감이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있었지만,그녀는 침착하게 마나를 검에 집약시켰다.세라역시 자세를 살짝 바꾸며 소드로 쥬앙을 겨누었다.

“안좋은 버릇은 그대로구나.”

“뭐?”

세라의 말에 쥬앙은 살짝 눈을 치켜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세라는 침착한 표정으로 쥬앙을 응시했다.

“동작이 너무 커.예전의 버릇...전혀 고쳐지지 않았어.”

“무슨소리야?날 전에 본적이 있는것처럼 말하지마.”

쥬앙은 날카롭게 소리쳤다.자신과 세라가 정면대결하는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세라는 마치 그녀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그녀의 단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여기서의 일이 아냐.”

“뭐?”

쥬앙은 눈을 크게 떴지만,세라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세라가 말하는 것은 프로센에서 기사수업을 받을때를 이야기하는 것이었고,기억이 지워져 있는 쥬앙은 그 말의 뜻을 알리가 없었다.

‘기억을 찾은 것은...아마 나뿐일테니.’

세라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페어리를 위한 기사로 징벌되었을때,쥬앙도 그곳에 있었었다.그리고 세라는 그녀의 약점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쥬앙은 고개를 저으며 세라의 말을 떨쳐버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런 시시껄렁한 도발에 넘어가면 안돼.찌르기 중심의 검술.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보여주겠어.’

같은 블랙나이트지만,세라와 쥬앙이 추구하는 검술의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바스타드 소드를 들고 있는 세라의 검술은 베기 위주였고,얇고 긴 검신의 레이피어를 들고 있는 쥬앙의 검술은 찌르기 위주였다. 세라의 공격이 광범위하다면,자신의 공격은 일격필살의 오묘한 정수를 담은 검술이라고 쥬앙은 자신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

레이피어 위로 은빛 검기가 맺히며,쥬앙이 가진 최고의 기술이 시전되려 하고 있었다.온몸의 마나를 검끝에 집약해서 상대를 찌르는 기술. 손톱보다 작은 한 점으로 집약된 검기는 왠만한 실드조차도 부수고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타앗!”

쥬앙의 몸이 튕겨나가듯 세라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레이피어 끝에 뭉쳐진 그녀의 검기.세라는 쥬앙의 의도를 알아채었다.쥬앙은 자신의 팔혹은 다리가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심장을 노릴 계획이라는 것을 느낀 세라의 몸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청랑 십이검(靑狼十二劍) 일점필중 (一点必重)-

‘아..아니!’

쥬앙의 두 눈이 불신과 당혹으로 물들었다.세라의 검끝에서도 엄청난 마나의 집약이 일어나며,그녀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콰콰콰콰...

중간에 자세를 바꿀수 없었던 쥬앙은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자신의 검끝과,세라의 검이 한곳에서 맞닿았고,극강의 두 검기가 한점에서 만나자 그것은 엄청난 스파크를 튀기며 굉음을 자아내었다.

콰지직!

이윽고 세라와 쥬앙이 서있는 중간지점의 땅이 움푹 패이기 시작했고, 쥬앙은 강력한 힘과 맞부딪힌 탓에 한쪽 팔에 엄청난 충격을 느끼며 뒤로 밀려났다.

“으윽!”

오른손에 지릿하게 울리는 충격에 쥬앙은 그만 검을 떨구고 말았다.그리고 두 검기가 만나면서 발생된 빛무리사이로 세라의 모습이 나타나며 자신이 뒷걸음질 치는 쪽으로 빠르게 파고 들고 있었다.. 검기를 머금은 검끼리 맞부딪혔을때 검을 쥔채로 모든 충격을 오른쪽 팔로 다 받아낸 쥬앙과는 달리, 세라는 재빨리 검을 놓아 버리고는 무너져 내리는 쥬앙의 안쪽으로 파고든 것이었다.그리고 쥬앙이 떨군 그 검이 세라의 왼손에 쥐어졌다.

“아..아...”

쥬앙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자신의 심장쪽에 박혀있는 것은 다름아닌 쥬앙 자신이 쓰던 레이피어였다.부르르 떨리는 쥬앙의 손이 세라를 붙잡을 듯이 뻗쳐졌지만 그녀는 세라에게 어떤 제재도 가하지 못했다. 쥬앙의 몸을 관통한,그리고 세라가 들고 있는 레이피어에서 은빛 검기가 피어났고,그와 동시에 쥬앙의 몸은 마치 모래처럼 가루가 되어 부서져 버렸다.

스스스스스

세라는 천천히 움츠렸던 몸을 일으켰다. 쥬앙의 소멸을 알리는 검은색 가루가 바람에 흩날리며 허공으로 분산되었다. 그녀는 쥬앙이 있던 자리에 그녀의 레이피어를 꽂아 넣었다. 세라의 마나를 인식한 그녀의 블랙소드는 천천히 그녀의 손으로 빨려들어오듯 날아와 잡혔다.

‘다시 태어날수 있다면...평화로운곳에서 태어나길’

자신과 같은 길을 걸었던 블랙나이트 쥬앙.그녀를 향해 살짝 묵념을 한 세라는 이윽고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마법의 불빛으로 번쩍이는 지점을 향해 아름다운 눈망울을 빛내었다.

‘목표는 하나. 내 몸이 부숴지는 한이 있더라도 윌리엄스를 벤다.’


#3-반격의 시작?

 

콰직!

몇번째인지 모른다.준은 입에서 비릿한 핏물이 올라온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색색깔의 옷을 입은 스피어 마스터들은 다시금 창을 겨눈채 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역시 셋은 무리야.그것도 페어리들을.’

준은 다시금 힘을 짜내어 뮤즈를 불었지만,그의 음파가 만들어내는 무형의 공격은 두개의 창에 의해 방어되었다. 계속 그런 식이었다.준의 음파공격을 두명의 스피어 마스터가 막아내고,남은 한명이 준에게 물리적 공격을 퍼붓는 것이었다. 위협스런 창의 공격은 대부분 막아내었지만,겨우겨우 방어를 했다 싶으면 준의 복부에는 재빠른 스피어마스터의 발차기가 직격해 버린다.매번 당하면서도 피할수 없는것은,체술가 페어리들의 동작이 엄청나게 빠른 탓이었다.

‘게다가...저것들..점점 팀웍이 강해지고 있잖아.’

그것만큼은 준에게 있어 커다란 문제였다.제각각 이었던 페어리들의 공격이 어느새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명이라면 준도 너끈히 물리칠수 있을 정도의 실력들이지만,셋이면 이야기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게다가 그녀들은 이 세계에서는 신비의 존재인 페어리들이 아닌가.

우우웅.

게다가 소리로 공격하는것 역시 먹히지 않았다.체술가인 J를 상대로도 먹혔던, 음파를 상대의 몸안으로 흘려 내장기관을 천천히 부수는 그 기술은 페어리들에게는 무용지물인 모양이었다.

“제길!”

뮤즈를 늘려 한명의 페어리를 떼어낸 준은 저도 모르게 급히 몸을 움츠렸다.그 틈을 타서 한명의 스피어 마스터가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창을 찍어내렸기 때문이었다.바로 그때였다.

“플레임 스피어!”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주문의 영창에 준은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자신의 앞으로 불덩이에 둘러쌓여 한참이나 날아가버리는 한명의 스피어 마스터가 보였다.그리고 이내 그녀는 한줌의 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날렸다.

“마유미!”

준은 반가워서 눈물이 날뻔했지만,마유미는 침착하게 다시한번 수인을 맺었다.

“인페르노(Inferno)!”

마유미가 맺은 수인의 앞으로,마치 화염방사기처럼 무시무시한 불꽃이 일직선으로 스피어 마스터들에게 날아갔다.그들은 재빨리 몸을 비틀며 마법을 피했고,그녀의 마법이 직격한 땅은 흐물흐물 녹아들었다.

“괜찮으세요?”

그 틈을 타서 마유미는 재빨리 준에게로 달려왔다.하도 복부만 걷어차인탓에 구토 일보 직전인 준은 뮤즈에 몸을 지탱하며 숨을 골랐다.

“다른..아이들은?”

“모르겠어요.지금 유나는 버나드의 페어리와 싸우고 있습니다.”

“제길.다들 뿔뿔히 흩어져 버렸잖아.”

“어떻게 하죠?”

“내가 시선을 끌테니까,마유미 너는 강한 마법을 준비해줘.”

“괜찮으시겠어요?”

“여기서 개죽음 당할순 없잖아.윌리엄스 낮짝도 못보고 죽을순 없지.”

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뮤즈를 고쳐잡았다.마유미의 갑작스런 등장에 당황하던 페어리들역시 창을 고쳐쥐고 준과 대항했다.준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뮤즈를 힘차게 불어 대지를 진동시킨뒤,그녀들을 향해 호기있게 달려나갔다.

‘이런..’

자신이 구사할수 있는 최고 써클의 마법을 쓰려던 마유미는 이내 당황하고 말았다.앞에서 페어리들과 경합을 벌이는 준.문제는 준과 그 페어리들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것에 있었다.큰 마법을 쓰게 되면,준도 그 영향권에 들어서 버릴지도 몰랐다.

‘이런 염병할!’

준역시 답답해져 왔다.큰 마법을 마유미가 쓰려면,자신역시 비켜줘야 한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그걸 알기에 준은 마유미가 마법을 준비할 동안 치고 빠지려 했던 것이었다.하지만,둘의 계획을 눈치챈 스피어 마스터들은 필사적으로 준 쪽으로 파고 들며 마유미를 교란시키고 있었다.

‘안돼..이대로는!’

마유미는 수인을 거둬 버리고는 준쪽으로 달려나갔다.이대로라면 준이 더욱 불리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다.바로 그때,마유미의 양 귓가로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들려왔다.

파식!

뮤즈를 휘두르며 그녀들의 접근을 방해하던 준은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았다.스피어 마스터들의 미간으로 정확히 한개씩 화살이 관통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그리고 그녀들은 이내 스르르 허물어지며 고운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의 마유미.화살이 날아온 쪽으로 뒤를 돌아본 준은 저 멀리 나무위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그곳에는 달빛에 빛나는 금발의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채로,귀엽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는 수아가 서있었다.

 

 


‘크큭.뒈져버린 모양이군.’

나무에 쓰러진 차우를 향해 무차별로 탄지공을 날린 버나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까지 집중포격을 당하고 숨이 붙어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이제 그의 목표는 하나,또 다른 반 윌리엄스파인 준의 목이었다.

“어딜내빼..이 개자식아.”

버나드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우뚝 멈춰서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천천히 고개를 돌린 버나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차가운 시체가 되어 있어야할 차우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맙소사..그 짧은 순간에?’

버나드는 등뒤로 식은땀이 흘렀다.차우는 애초에 쳐박혔던 나무가 아닌,한참뒤에 있는 나무 뒤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그 찰나의 순간에 버나드의 눈을 속이고 그가 쏘아낸 마나의 빛줄기를 모두 피해냈다는 뜻이었다.

콰콰콰콰..

차우의 주변으로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마나의 파동이 마치 해일처럼 밀려나갔다.

‘뭐..뭐야..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

버나드는 깜짝 놀라 차우를 바라보았다.차우의 몸은 아까보다 조금 더 부풀어져 있었다.핏줄이 튀어나온 팔의 근육.그것은 날렵했던 차우의 몸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저..저게 뭐야..’

버나드는 차우가 자신의 몸 여기저기에 손가락을 대는 것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혈맥을 모두 개방해서 마나의 통로를 뚫는 작업이었지만,동양무예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하는 버나드로써는 그저 의문점일 뿐이었다.

“크윽!”

차우가 손을 뻗자,보이지 않는 마나의 파동이 버나드의 몸을 휴지조각처럼 날려버렸다.순식간에 발동된 장풍에 버나드의 몸은 나무줄기에 쳐박혀 버렸다.차우는 천천히 버나드를 향해 걸어나갔다.그런 그의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샤이와 소소를 소멸시킨 놈...반드시 찾아내서 죽이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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