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모래 바람-2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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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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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민 솔루션’과 사우디 시골마을의 담수설비가 신문과 방송을 장식하던 그 날 저녁, ‘민재’는 우미옥의 안가에서 박성재 비서실장을 만나 두시간 동안 밀담을 나누고 헤어졌다.
박성재 실장은 내일 ‘신기남’대현건설 사장을 만나 20억불 규모의 젯다 발전소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이다.
최경수 ‘로민 솔루션’부사장이 새나라당 ‘장덕호’의원과 동행하여 강원도 도지사를 만나고 속초, 고성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함께 해양심층수 개발에 대해 의논하던 2월9일 ‘이민재’는 사우디 젯다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사디크’는 10년전 까지만 해도 ‘후세인’대통령궁의 경호 장교로 복무했었다.
대통령궁을 경호하는 영관급 장교로 복무하면서 여러가지의 이권에 개입하던 ‘사디크’는 2002년 미국계 무역회사의 뇌물을 받은 것이 내부 감사로 드러나면서 군정보대에 체포당했다.
1년간 군 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그가 풀려난 것은 2차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패하고 바그다드를 점령한 미군이 군 형무소를 개방했기 때문이었다.
형무소에서 풀려난 ‘사디크’는 과거 인연을 맺었던 경호대 시절의 부하들을 모으고 체포 전에 숨겨 두었던 자금을 이용해 바그다드의 뒷골목에서 마약과 매춘으로 세력을 불려 나갔다.
10년이 흐른 현재 그는 바그다드의 암흑가 세력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알라사디’라는 범죄조직의 수장이 되었다.
조직원이 100명 정도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알라사디’는 주로 매춘업을 하면서 납치나 암살등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무장 집단이다.
근래에는 이라크나 사우디의 부자들에게 여자를 공급해주는 일도 하고 있다.
저택에 하렘을 구성한 부자들이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자들을 주문하면 바그다드에 유학 온 여학생들이나 관광객들을 납치해서 그들에게 제공한다.
요즘 이라크의 신흥 부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집품은 동유럽계의 소녀들이나 동아시아계의 여인들이다.
어두워진 거리에 벤츠 승용차를 주차시키고 뒷 좌석에 앉아 ‘로라 컴퍼니’ 빌딩의 간판을 바라보는 ‘사디크’는 며칠 전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코리아의 ‘남태근’을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직접 만난 일을 없지만 코리아로 입국한 이라크 근로자들에게 국제 특송으로 보낸 ‘해시시’나 ‘엑스터시’를 도매가로 사들여 코리아의 유흥가로 유통시키는 ‘남태근’과는 가끔씩 통화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남태근’은 가끔씩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기도 한다.
부자들에게 동아시아계 여인의 특별 주문이 들어올 경우 ‘남태근’에게 연락하면 중동지역에 유학중이거나 파견근무를 나온 한국 여인들의 신상정보를 보내줘서 그 여인들의 납치를 돕는다.
물론 그 경우에는 반드시 남태근에게 일정금액을 지불한다.
며칠전 남태근은 ‘로라’라는 여인이 자신이 아는 사람에게 천만 달러를 사기 쳤다고 하면서 그녀를 납치해서 돈을 찾은 후 되돌려 달라고 부탁했었다.
물론 자신은 ‘로라’를 납치해서 천만 달러를 찾아낼 생각이지만 그 돈을 남태근에게 보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자신이 천만 달러를 중간에서 꿀꺽하면 코리아에 유통시키고 있는 마약 중계상을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천만달러에 비해 그 수고로움은 무척 가벼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멀리서 본 ‘로라’라는 여인은 무척 아름다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자들 중 유럽계여성을 선호하는 자들에게 팔면 몇십만 달러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만한 외모였다.
‘로라’라는 여인이 비록 바그다드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얼굴이 알려진 여인 이라고 해도 사우디 부자의 대저택 깊숙한 곳에 있는 하렘에 들어가기만 하면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후환도 없는 아주 깔끔한 사업이 될 것이고 그 사업은 꿩 먹고 알 먹기라는 생각에 ‘사디크’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더욱 흐뭇해 졌다.
‘로라’의 운전기사이자 경호원인 ‘말루프’는 그녀의 퇴근시간인 여덟시가 5분전에는 반드시 ‘로라컴퍼니’빌딩 입구에 볼보를 주차 시키고 로라를 기다린다.
오늘은 ‘로라’가 5분정도 늦게 나왔다.
“집으로 모실까요? 로라!”
“네..”
‘말루프’가 시동을 켜는 순간 차의 뒤쪽에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차체가 앞으로 밀린다.
놀란 ‘로라’와 ‘말루프’가 뒤를 보자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린 대여섯 명의 복면을 뒤집어쓴 남자들이 이쪽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인다.
테러라는 직감을 한 ‘말루프’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차를 급하게 출발 시키며 허리춤에 꽂아 두었던 권총을 꺼낸다.
“끼이이익~”
“와장창”
“아아악~”
하지만 10m도 못가 앞을 가로막는 또다른 차량에 의해 ‘말루프’의 시도는 무산이 되고 뒤따라온 복면들이 차창을 방망이로 부순다.
‘로라’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총소리에 파묻힌다.
“탕탕탕”
“타타타~”
‘말루프’의 권총에서 발사된 세발의 총알이 두명의 복면 괴한들의 머리를 관통하지만 다른 괴한의 손에 들린 우지 기관총세례에 ‘말루프’의 몸이 벌집이 된다.
총소리에 놀란 ‘로라 컴퍼니’직원들이 빌딩입구로 뛰어 나오는 순간 ‘로라’의 몸은 승합차로 구겨 넣어 지고 승합차가 급출발을 한다.
“탕탕탕탕”
‘미하일’의 손에 들린 권총에서 몇발의 총알이 승합차를 향해 발사되었지만 검은 승합차는 순식간에 건물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로라’의 볼보 승용차 창문과 뒷 범퍼쪽에 두명의 복면괴한이 이마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운전석의 ‘말루프’는 운전대에 고개를 박고 죽어 있다.
‘미하일’의 지시로 볼보 승용차와 시체들이 빌딩의 지하 주차장으로 옮겨지고 주차장 입구와 빌딩 출입문에 강철 셔터가 내려지면서 건물이 완전 폐쇄된다.
멀리서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사디크’의 벤츠승용차가 서서히 출발해서 대로의 자동차속으로 섞인다.
‘사디크’는 지금 상당히 언짢다.
겨우 여자한명을 납치하는데 두명의 부하가 죽었고 ‘로라컴퍼니’의 신속한 대응으로 부하들의 시체도 빼앗겼다.
천만 달러만 수중에 넣으면 몇달간 부하들을 잠수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디크’는 납치된 여인을 회유할 장소인 뒷골목의 매음굴 지하실로 향했다.
운전석 옆에 있는 디지털시계의 숫자가 -2월 10일 20:48-을 표시하며 깜박이고 있다.
2월 10일 목요일 오전
‘로민 카운티’를 방문한 사우디의 왕위계승서열 1위인 ‘왈리스’왕세자의 행보는 ‘민재’와 ‘로민카운티’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항상 왕세자를 따라다니는 세계 유수의 매스컴에 ‘로민 솔루션의 전기흡착식 해수담수화 신기술’을 다시한번 크게 알리는 광고가 되었고 왕세자도 그 기술에 상당한 흥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왕세자의 돌발 요청으로,
로민 카운티 마을회관에서 즉석으로 이루어진 ‘지현우’기계팀장의 ‘전기흡착식 담수설비’ 프레젠테이션에서 ‘왈리스’왕세자는 무척 깊이 있는 질문으로 담수 기술에 상당한 조예가 있음을 드러냈다.
에로부터 식수가 부족해 석유를 팔아 물을 사먹는 사우디의 실정상 사우드 왕가와 왕세자가 담수화설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기술적인 부분까지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갖춘 왕세자의 해박함은 취재기자들과 수행원 모두에게 감명을 주었다.
마을을 둘러보며 몇주전에 심은 ‘대추야자나무’묘목들과 묘목주위의 검은 흙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왕세자와 ‘마흐드’왕자는 두바이의 ‘세이크’왕자와 함께 ‘알자지라’ 방송에 소개되었던 ‘알리마’의 꽃밭 앞에서 11살 소녀 ‘알리마’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다시한번 여러 매스컴에 얼굴을 알린 ‘알리마’는 수억명의 중동지역 소녀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소녀가 되었다.
그리고 설비에서 담수되어 파이프에서 쏟아지는 물을 즉석에서 컵으로 받아먹는 왕세자의 모습이 여러 사진 기자들에게 촬영되었다.
그 모습이 방송을 타게 되면 ‘로민’의 담수화설비는 수천만 달러 이상의 광고 효과가 날것이 확실했다.
원래 두시간 방문예정이었던 일정을 네시간으로 연장하면서 오찬까지 마을에서 해결한 왕세자는 마을의 이곳저곳과 설비들을 살펴보고 나서 오후 세시가 넘어서야 다음 방문지로 떠났다.
“미스터 리! 왕세자님이 담수화설비에 딸린 발전기에 소요되는 석유를 무상공급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설비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설비 주변에 군인들로 경비를 세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하하하.. 아마 내일쯤 경비 군인들 몇명과 정부소속의 담수설비 전문가들이 내려 올거에요. 그들에게 설비를 인계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정말 수고 했어요. 미스터 리!”
왕세자를 배웅하고 돌아온 ‘마흐드’왕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축하합니다. 마흐드 왕자. 왕세자님에게 깊은 인상을 심이 주었군요.하하하”
‘세이크’가 마흐드왕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크게 웃는다.
“모두 두분 왕자님들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일이 잘 된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민재의 웃음소리가 낭랑하다,
비록 ‘마흐드’왕자가 수십억불의 젯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실질적인 결정권자이긴 하지만 왕위 계승서열 20위권에도 못 드는 수십명의 왕자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오늘 ‘로민 카운티’에서 왕세자에게 좋은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 ‘마흐드’는 앞으로 더 중요한 임무를 부여 받을 것이다.
“미스터 리! 오늘 왕세자님의 분위기를 보아서는 발전설비까지는 무리이겠지만 담수설비만큼은 경쟁 입찰보다 수의 계약으로 가도 될 것 같습니다. 왕세자님이 저렇게 관심을 보이는데 수의계약을 한다고 해서 감히 누가 뭐라겠습니까? 귀국 하시면 왕세자님께 드릴 적당한 선물을 하나 골라 보내 주세요. 선물을 전해 주면서 수의 계약을 말씀드려 볼 테니까요. 하하”
“그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거죠. 부탁드립니다. 왕자님.”
“그렇게 된다면 마흐드 왕자님은 물론 ‘미스터 리’까지 훨씬 이익이 되는 것 아닙니까? 이거 좋은데요. 하하”
세명의 남자는 유쾌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면서 ‘로민 카운티’를 떠나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왕이 정치, 경제 그리고 종교까지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드는 사실상의 전제 국가이다.
사우드왕가에서 수의계약을 눈감아 주면 어느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2년전 8억불규모의 송유관 공사가 국왕의 친동생을 등에 업은 호주의 건설사에게 수의 계약으로 낙찰된 일도 있다.
이를 두고 서방의 매스컴들이 공정경쟁이니 뭐니 하며 한동안 씹어댔지만 사우디에서는 내 돈 내가 쓴다는데 니들이 웬 참견이냐는 태도로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왕제(王弟-왕의 동생)의 입김도 그렇게 강한데 왕세자의 의중을 누가 거스를 수 있을까?
수의 계약이 되면 공개경쟁 입찰 때의 10%였던 통상 리베이트가 7%정도로 다운된다.
그런데 공개입찰 때보다 수의 계약 때 발주처 결정권자가 가지는 금액이 훨씬 많아지는 이유는 담당공무원들과 정부의 고위직들에게 뿌려지는 금액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 10억불 규모의 담수 설비를 ‘로민 솔루션’에서 수의 계약으로 수주한다면 3억불 정도 예상되는 공사이익 외에 리베이트만으로도 5천만불 이상을 가질 수 있다.
4천만불 정도가 ‘마흐드’왕자 몫이고 나머지는 두바이의 ‘세이크’왕세자 몫인데 지난번 왕자비 사건을 도와주면서 그 몫을 ‘민재’에게 넘기기로 했었다.
그리고 발전설비에서도 ‘세이크’왕세자의 몫을 ‘민재’가 가져온다면 리베이트만으로 벌어들이는 합계 금액이 1억불 이상이 될 전망이다.
리베이트로 벌어들이는 금액은 세금 추징도 못하는 비자금들이다.
그 돈들은 모두 ‘민재’의 전쟁에 군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다.
‘민재’가 ‘로라’의 납치 소식을 들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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