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바람언덕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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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0,712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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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과 장우가 동해로 일출을 보러 떠난 건 그로부터 약 2주 후쯤이었다.

다음날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돌아온 소현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서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웅~ 자기야~”

“후후후~ 도대체 얼마나 해댔길래 그래?”

“앙~ 한숨도 못 잤어...”

 

전날 오후에 도착해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가, 다음날 정오쯤에 체크아웃 할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않은 건 물론 실오라기 하나 걸친 적이 없다고 했다.

당연히 애초의 명분이었던 해가 뜨는 건 구경도 못한 것이다.

 

“아이구~ 그 녀석 어지간히도 쌓였던 모양이네?”

“응~ 3년 만에 처음이래...”

“헐~”

 

입대 전에 사귀던 여자가 첫 휴가를 나오기도 전에 고무신을 갈아 신었다더니 그 이후론 아무도 만난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순정파에 가까운 녀석이었다.

재열은 소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나머지 이야기는 천천히 듣기로 하고 일단은 따뜻한 물에 씻자...그러면 피로가 확 풀릴 거야....”

“응...사랑해~ 쪽~”

“후후후~”

 

두 사람은 다정하게 입을 맞춘 후 몸을 일으켰다.

 

 

****************************************************************************************************

 

 

“재미있어?”

“웅~ 신기하기도 하고..헤헤~”

 

정원의 가로등 불빛에 비친 소현의 얼굴이 취기로 달아올라 발그스레한 게 참으로 예뻤다.

잘 다듬어진 널찍한 잔디밭 위로는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가 여기저기서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중 상당수는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직접 본 건 소수였지만 나머지도 대부분 매스컴을 통해 접했던 사람이었다.

때문에 소현은 이런 분위기가 신기하고 들뜨는 모양이었다.

유 자인이 손에다 잔을 든 채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미안~ 심심하진 않았어?”

“호호~ 아니에요~ 구경만 해도 너무 즐거워요...”

“호호호~ 그러면 다행이고...그런데 오늘 여기서 소현 씨가 제일 주목 받고 있는 거 알아?”

“에~! 제가요?”

“호호호~ 그래, 나보고 도대체 저 미인은 누구냐고 물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어머~”

 

소현은 그 말을 듣고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하기야 연예인들이 대부분인 이 자리에서 그 미모를 인정받았다니 여자로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자인의 말이 사실이기도 했다.

미모도 미모지만 때묻지 않은 그녀의 순수한 분위기가 이 화려한 사람들 속에서도 유난히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참~ 재열 씨한테는 미안하지만 부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어..이해하지?”

“하하하~ 네, 알아요...”

 

아무래도 미혼과 기혼의 차이가 인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데뷔하고 한참 후에야 기혼 사실을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저분이 ‘xxxx’을 감독한 분이죠?”

“호호호~ 재열 씨...오늘은 그냥 즐기라고 부른 거니까...일에 관한 건 다 잊어...”

“아~ 죄송해요...하하하~”

 

영화계에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모임을 하는 자리라며 초대를 했었다.

보통처럼 그녀가 직접 재열의 파트너가 되는 대신 소현과 함께 부른 건 조금 뜻밖이었다.

물론 소현은 그 소식을 듣고서 혹시나 하고 사인 받을 노트를 따로 챙길 만큼 무지 좋아했다.

하지만 조촐하다던 자인의 말과는 달리 거기에는 벌써 10여명의 사인이 있을 정도로 꽤나 규모가 컸다.

그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평상시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것 같았다.

이곳도 그런 목적으로 종종 이용하는 파티전용별장이라는 느낌이었다.

현관의 유리문을 활짝 개방하면 널찍한 거실과 정원이 그대로 이어지는 형태가 그랬다.

 

“음~ 그래도 겸사겸사 인사나 해놓으면 좋겠지? 자~ 가볼까? 소현 씨~ 재열 씨를 잠시만 빌릴게, 미안~”

“아니에요~ 전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소현이 자인에게 다정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는 건 당연했다.

그녀는 모든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재열의 친모이자 연인이라는 사실......

 

“혼자 심심하게 그러고 있지 말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재미있게 놀아..알았지?”

“웅~ 내가 알아서 할게..자기야~ 쪽~”

 

하기야 소현이 이런 분위기를 어색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비록 유명연예인들이 많다지만 이런 파티에는 그들보다 더 익숙한 게 그녀였다.

유학시절 파티가 일상생활이나 다름없는 그곳에서 이미 숱하게 경험했던 일이다.

그것도 온갖 종류의 - 심지어 그룹섹스나 스와핑클럽까지 - 파티를 다 즐기지 않았던가?

재열은 그녀의 부드러운 입맞춤을 뒤로 하고 자인을 따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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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얘가 어디 갔지? 화장실에 갔나?”

 

그들은 재열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 동안 자인이 여러 배우들을 발굴해서 키운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지원이었다.

재열처럼 전격적으로 나서 뒷배경이 되어주는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잠깐 인사나 하려던 생각과 달리 꽤 오랜 시간을 붙들려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제자리로 돌아와 소현을 찾아봤지만 보이지가 않았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리며 파티를 즐기겠다고 했었기에 어딘가에 있긴 하겠지만, 한눈에 보이는 정원과 거실에서 발견할 수가 없었기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이제는 밤이 깊어 사람들이 제법 빠져나갔기에 못 찾을 이유는 없었다.

 

“참~ 이렇게 정신이 없어서야....”

 

그제서야 핸드폰이 떠올랐다.

제일 간단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신호가 가는데도 받지를 않았다.

그때 뒤쪽에서 자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재열 씨?”

“아...네...소현이가 안보여서요...”

“잘 찾아보지 그랬어?”

“그랬는데도 안 보이네요? 핸드폰도 안 받고...”

“잠깐만 화장실에 가보고 올게...”

 

자인이 거실 쪽으로 사라졌다가 잠시 후 다시 나타났다.

 

“화장실에도 없어요? 피곤해서 차에서 한숨 자나?”

 

재열이 몸을 돌리려는 순간 자인이 팔을 붙들었다.

 

“...저...재열 씨...”

“네? 왜요?”

 

그때 자인이 어두운 기색으로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내 실수인 거 같아....”

“뭐가요?”

“...소현 씨한테 미리 주의를 시켰어야 하는데...”

“그게 왜....”

“사실은....”

 

그녀가 털어놓은 사실은 뜬소문처럼 떠돌던 연예가의 일들을 확인시켜주는 거였다.

남자배우들이 맘에 드는 여자가 있을 경우 구경을 시켜준다며 2층의 빈방으로 데려가서는 잠깐 즐기고 내려오는 일이 비일비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자들이 거부하거나 소동을 일으킨 일이 한번도 없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까 소현 씨가 누구랑 2층으로 올라가는 걸 봤대...미안해....정말...”

 

면목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는 자인,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이 상황 자체가 고의적으로 만든 거라는 의심이 확 들었다.

그 동안 자신에게 보였던 행동들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여자라는 걸 말이다.

유 자인의 인간적이고 따스한 모습은 그에게만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원래의 진면모는 방해물을 인정사정 없이 부숴버리는 잔인한 포식자였다.

재열은 그런 생각을 숨기고서 대신에 당황하고 초조한 기색을 내비쳐 보였다.

 

“그, 그러면 어쩌죠?”

 

그녀가 꾸민 일이라는 게 아직 확실치도 않거니와, 만약에 그렇더라도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으니만큼 지금은 그저 끌려가는 척해야만 하는 것이다.

 

“잠깐만...마스터 키를 가져올 테니 같이 찾아봐...”

“네, 누님 부탁해요...”

 

허둥지둥 키를 가지러 가는 그녀의 겉모습만으로는 진실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하기야 달리 대배우라는 칭송을 듣겠는가?

 

“이리로...”

“네...”

 

금방 돌아온 자인이 앞장서서는 2층을 향해 조심스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탐스러운 엉덩이가 드레스에 휘감겨 눈앞에서 부드럽게 물결치는 모습에 아랫도리가 뻑뻑해졌다.

솔직히 그녀가 꾸민 짓이라고 해도 화가 나기보다는 왠지 귀엽다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아마 솜씨 좋은(?) 녀석을 하나 동원해 유혹하게 시켰을 것이다.

그리고서 바람을 피우는 그 현장을 재열에게 들키게 함으로써 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는, 아주 흔하디 흔한 질투에 불탄 정부(情婦)의 이간질이었다.

물론 그게 꽤나 효과적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은 잘못 짚었다.

어디 이들이 보통 부부였던가?

지금쯤 짜릿한 모험을 한껏 즐기고 있을 소현은 물론, 재열 역시 이런 두근거리는 이벤트를 만들어준 자인에게 감사하고 싶을 지경이니 말이다.

 

“재열 씨...”

“네...”

“혹시...어떤 일이 있더라도...”

“알아요...소동을 일으키진 않을게요..여기서 그러면 누님이 많이 곤란하실 테니까...”

“고마워...그리고 정말 미안해...”

“아니에요...”

 

성 지연에게 했던 것처럼 극단적인 범죄행위를 하지 않은 게 되려 고마웠다.

물론 자인에 대한 미움을 푼 상태가 아니었다면 결코 이런 마음이 들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원래의 계획처럼 굉장히 냉정하고 잔인한 복수를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이래서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고 말하는 걸 거다.

 

“어? 소현아?”

“웅~ 자기야~”

 

계단을 반쯤 올라와 나머지를 향해 꺾어지자 그때 막 내려오려는 소현이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다가와 손을 잡았다.

 

“어디 갔었어?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던데?”

“으, 응..그냥 구경을 좀 하느라....”

 

자인의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뭔가 일이 있긴 있은 모양인데 자인 때문에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뜻일 거다.

참으로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과연 자인은 어떻게 반응할까?

 

“재열 씨...난 올라온 김에 좀 둘러보고 갈게...먼저들 내려가...”

“네..그러세요..우린 먼저 내려갈게요...”

 

그녀가 꾸민 일이라는 게 거의 확실해졌다.

현장을 덮칠 때까지 그곳에 있어야 할 소현이 불쑥 나타났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려는 거였다.

평상시 그녀의 치밀한 성격을 고려할 때, 재열이 모든 걸 짐작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으니 저런 의심받을 짓을 하는 것이리라.

 

“후후후~ 얼마나 좋았길래 전화 받을 정신도 없었어?”

“어머? 맞다, 핸드폰~”

 

소현이 그제서야 생각났는지 깜짝 놀라며 몸을 돌리는 걸 붙들었다.

 

“어디 뒀는데? 내가 가져올게...”

“그게...”

“괜찮아...어떤 녀석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머? 정말 귀신이라니까?”

 

2층의 용도(?)는 물론 남자와 같이 올라갔었다는 사실까지 자인에게서 다 들었다는 걸 모르니 저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의례히 그러려니 하는지 웃으며 서재의 소파에 있을 거라고 위치를 알려주었다.

재열이 대신 가려는 건 혹시나 소현이 이 일의 전말을 알게 될까 신경 쓰여서였다.

어두운 면을 그녀에게 보여주어 사람에 대한 불신감 같은 걸 심어주는 일은 가급적이면 막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언제나 맑고 밝은 모습이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저긴가?”

 

그녀가 알려준 대로 제일 끝 방을 향했다.

문틈으로 불빛이 새나오고 안에서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화가 난듯한 제법 고성의 여자음성이 말이다.

재열은 잠깐 귀를 대고 듣다가 숨결을 가다듬고서 문을 두드렸다.

 

“누, 누구세요?”

“누님...저에요...소현이가 핸드폰을 두고 왔다고 해서...”

“자, 잠시만....”

 

당황한 듯한 그녀의 대답에 소리 없이 웃었다.

그리고는 문이 열리는 기척에 표정을 정리했다.

 

“..저...재열 씨....”

“...그냥...이것만 받아갈게요...얼굴을 마주치면 저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미안해...내가 어떻게든...”

“아니에요...그냥 덮어두세요...시끄럽게 해봐야 결국에 제 얼굴에다 침을 뱉는 것밖에 안되니까...”

 

밖으로 나와서 재빨리 문을 닫더니 핸드폰을 내밀며 주저하는 자인에게 먼저 선수를 쳐 그렇게 말했다.

애초에 소현과 알몸으로 뒤엉킨 상태에서 맞부딪쳤어야 할 그 남자에게, 마구 퍼붓고 있던 지금 상황에서는 둘을 대면시키기가 많이 곤란했을 것이다.

막상 그 남자의 입에서 어떤 엉뚱한 소리가 나올지를 모르니 말이다.

자인은 재열이 얼마나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지 익히 겪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알았어...먼저 내려가...아무리 그래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네...그건 누님이 알아서 적당히 하세요...”

 

자인의 속이 얼마나 애타고 있을까?

아쉬운 대로 재열이 화라도 내주어야 소현의 외도를 입에 담기라도 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답게, 집주인으로서 또한 대선배로서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어 훈계를 하고 있었다는 양 슬쩍 눙친다.

당연히 재열도 침울한 얼굴을 만들어 울분을 겨우 참는다는 모습으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억지로 꾹꾹 누르던 웃음은 정원에서 기다리던 소현을 보자마자 터져 나왔다.

 

“큭큭큭~ 크큭~~~”

“자, 자기야? 왜 그래?”

“프흐흐흐흐~ 나중에...크흐흐~”

 

큰소리로 웃으면 사람들이 눈치챌까 소리를 죽이느라 얼굴이 시뻘개진 그를 보고 소현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아주 정말 재미있는 밤이었다.

재열이 아까 문에다 귀를 대고 들었던 말은 ‘이 병신,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그런 건...잘라서 개나 줘버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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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서 문자메시지로 먼저 돌아가겠다고 알린 다음 바로 출발했다.

소현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인 앞에서 오쟁이 진 남편을 연기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와 침실로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앉혀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해줄래?”

“으, 응...그게...”

 

재열이 자인과 함께 자리를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자가 접근을 해왔다는 것이다.

잘 생긴 얼굴에다 능수능란한 화술로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중에, 자연스럽게 손과 팔을 쓰다듬고 어깨를 감싸 안아 젖가슴 언저리를 슬쩍 자극하는 선수였단다.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다 주인과 아주 가까운 사람 외는 출입을 못하는 곳이라며 2층으로 이끌 때쯤에는, 소현도 눈치를 챘지만 순진한 척 눈만 동그랗게 뜨는 여우 짓을 했단다.

 

“웅~ 제법 짜릿하긴 했어...킥~”

“하하하~ 나~ 참~ 그러다가 험한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앙~ 하지만...자기가 있잖아? 내가 위험하면 짠~ 하고 나타나서 지켜주는 왕자님~ 쪽~”

 

순진하게 웃으며 키스를 해오는 그녀, 그래, 이게 바로 그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반쪽이었다.

이렇게 그저 밝은 면만 보고 해맑은 모습으로 살아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현이 그럴 수 있게 끝까지 지켜주는 게 자신이 할 일이었다.

 

“정말 여자킬러인가 봐...키스만 하는데도 보지가 찡~하고 울리면서 금새 축축해지던걸?”

“그리고?”

“응...손가락을 무척 잘 썼어...”

 

처음에는 그냥 약간만 즐기다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보지 속에서 빙글빙글 돌리다 쑤셔오는 워낙 탁월한 손기술에 도중에 맘이 변했단다.

그래서 팬티를 끌어내릴 때는 엉덩이까지 살짝 들어주었다.

그런데 다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한 건지 그 남자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그녀를 강제로 찍어 눌러 바닥에다 무릎을 꿇게 만들더니, 자지를 꺼내 입에다 들이밀며 명령조로 빨라고 했다는 것이다.

자지를 빠는 것만이 아니라 정액을 다 먹어주는 정도야 얼마든지 즐겁게 받아들일 그녀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음이 내킬 때 이야기였다.

소현이 언제 그렇게 굴욕적이고 강압적인 취급을 받아봤겠는가?

 

“치~ 자기 자지가 엄청 큰 줄 아나 봐? 처음에 아파하던 여자들도 한번 맛보고 나서는 매달린다나? 어이가 없어서...”

“하하하~ 왜 별로 안 커?”

“자기 게 훨씬 더 커..굵기도 그렇고....”

 

대충 짐작이 갔다.

그 동안 안겼던 여자들이야 대부분 그의 유명세에 혹했으니 찬사만 퍼부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착각에 빠져들었을 것이고 말이다.

더군다나 소현은 정말로 엄청난 대물(?)들을 물릴 만큼 맛본 여자가 아니던가!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킥킥킥~”

“빨랑 이야기해봐...”

 

갑자기 혼자 웃는 소현에 궁금증이 커졌다.

 

“웅~ 그래서...정말 멋진 자지라고 살살 띄워주면서 바지랑 팬티를 발목까지 내렸지? 나중에 못 쫓아오게...”

“하하하~ 그리고?”

“자지를 빨아주는 척하다가 불알을 확 비틀어버렸어...”

“컥~ 숨이 넘어가지 않든?”

“호호호~ 죽는다고 데굴데굴 구르더라?”

 

재열은 순간 자신의 아랫도리가 움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아픔(?)에 대해 잠시 묵념을 했다.

 

“참...그런데 누구였어? 혹시 너도 알아?”

“으, 응...왜 있잖아? 그러니까 그 영화에 나왔던....”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었다.

재열이 야릇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소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왜?”

“그거 순 뻥은 아니라는 소문이던데?”

“뭐가?”

“그 사람이랑 자고 난 여자들...못 잊어서 쫓아다닌다는 소문이 있어...여자 연예인들도 꽤 된다지?”

“에? 정말?”

“후후후~ 요 색골...아까워서 그러지?”

“헤헤헤~ 그러니까 쬐금~ 궁금하긴 하네?”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밤새 한잠도 안자고 쉴새 없이 해대서 섹스머쉰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게 호기심을 자극해서 한번 다리를 놓아보려는 재벌 집 마나님들도 제법 있다는 확인 안된 이야기가 떠돌 정도였다.

자인이 선수를 골라도 제대로 고른 셈이었다.

물론 일단은 꽂기라도(?) 해봐야 뭐라도 건질 텐데 그전에 일을 망쳐버렸으니 모두 허사였지만 말이다.

아니다, 건진 게 있긴 있었다.

소현의 젖은 팬티......

 

“좋아, 내가 대신에 비슷하게 해줄게...”

“응? 비슷하게? 자기가 어떻게 알아?”

“후후후~ 그 사람 별명이 ‘애국가 사나이’거든?”

“킥~ ‘애국가 사나이’? 하기 전에 애국가라도 부르는 거야? 킥킥~”

“그게 아니라...TV가 끝날 때 애국가가 나오잖아?”

“응...그런데?”

“그리고 다시 아침에 첫 방송을 시작할 때도 애국가가 나오지...”

“아~ 맞아...”

“후후후~ 애국가가 나올 때 시작해서...다음 애국가가 나올 때까지 계속한다고 해서 ‘애국가 사나이’래...”

“꺅~ 저, 정말?”

“일루와~”

“앙~ 자기야~”

 

소현을 눕히고서 치마를 훌렁 걷어 올리자 보지가 바로 드러났다.

아까의 여운이 아직도 남은 건지 아니면 지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흥분한 탓인지, 그곳은 축축하게 젖어 음란한 냄새를 진하게 풍겨내고 있었다.

재열은 거기에다 혀를 가져가면서 그 동안 안이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소현만이 아니라 자인을 위해서도 뭔가 조치가 있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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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과 처음 셋이 같이 본 이후로 꽤나 오랜만이었다.

재열이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을 때 장우는 멈칫하는 것 같더니 곧 순순히 응했었다.

 

“야~ 임마, 연락 좀 하고 살자...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 미, 미안...”

“허~ 이 자식...그렇다고 사과까지 할 일이야 뭐 있어? 나도 마찬가지였는데...자~ 받아...”

“으, 응..그래...”

 

소현과의 일 때문이리라, 저렇게 제대로 시선을 못 맞추고 눈길을 피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때 깍두기들 사이에 서서도 여유 있던 당당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런 순둥이가 과거에 그런 짓을 하고 다녔다니 사람의 일이란 건 정말 모를 거였다.

 

“요즘 PC방 알바 한다며?’

“헉~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는? 소현이한테 들었지....자식? 그게 그렇게 쪽 팔리더니? 그러고도 친구야?”

“미, 미안해....”

“햐~ 임마, 완전히 얌전한 새색시가 다됐네? 오늘 하루 쉴 수 있어?”

“으, 응...쉬는 날이야....”

 

사실 소현을 통해 오늘이 휴무라는 걸 미리 알고서 연락한 거였다.

어쩌면 지금쯤이면 장우도 대충 눈치를 챘을 것이다.

아니, 전화통화를 할 때부터 올 게 왔구나 하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좋아..그러면 오늘 우리 찐하게 한잔 하는 거다, 알았지?”

“그, 그래...”

 

판사 앞에 선 죄인 같은 태도가 재열의 기분을 울적하게 했지만 일단은 모른 척했다.

어차피 오늘이 지나고 나면 다 풀릴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자~ 마셔~”

 

재열이 잔을 들자 장우도 술을 넘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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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군데 술집을 거쳐 두 사람은 꽤나 취한 상태로 한강변에 앉아 술자리를 펼쳤다.

 

“장우야...”

“응~”

“취하냐?”

“아니다, 임마...설마 내가 너보다 먼저 취하겠냐?”

“큭큭큭~ 자식~”

 

이제야 제법 장우다웠다.

 

“그러면 이제부터 내가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해라....”

“...그..래...알았어...”

 

움찔하고 쳐다보더니 곧 체념한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소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냐?”

“헉~”

 

각오는 했다지만 그렇게 직설적으로 물어올지는 상상도 못했나 보았다.

벼락이라도 맞은 양 몸을 후드득 떨고는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미안해...내가 죽일 놈이야...”

“뭐야? 그러면 그냥 갖고 논 거라는 소리야!”

“아, 아니야..절대..그런 건....하, 하지만...”

 

멱살을 와락 거머쥐면서 으르릉거리자 장우는 힘없이 몸을 내맡긴 채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물론 재열도 잘 알고 있었지만 녀석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해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이런 방법이 아니면 힘드니까 말이다.

 

“맞다 아니다만 분명하게 말해...소현이한테 진심이야?”

“..그래...어떻게 진심이 아닐 수 있겠어? 그렇지만...소현 씨는...”

“이 자식...내가 말했지? 분명하게 말하라고..이번에도 잡소리를 늘어놓으면 맞을 줄 알아? 소현이를 사랑해?”

 

그러자 장우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더니 눈을 스르르 감으며 낮게 말했다.

 

“...그래...사랑해...미치도록....씨발~”

 

장우의 눈에서 갑자기 물기가 흘러내렸다.

녀석은 자책감으로 인해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맞아 죽기를 바라는 듯 보였다.

재열은 가슴이 찡해졌다.

이 녀석이라면 소현을 위해서 불 속에라도 뛰어들게 분명했다.

멱살을 쥐었던 손을 풀고는 종이컵에 든 소주를 쭉 비운 다음 가득 채워서 내밀었다.

 

“자~ 원샷이다...”

“재, 재열아?”

 

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눈빛으로 장우가 쳐다봤다.

 

“내가 딴 건 몰라도 우리 소현이를 울리거나 마음에다 상처를 주는 놈은 아주 작살을 내버리거든?

뭐...다행히도 네 녀석은 그러지 않을 것 같으니까...다 용서해주마...”

“재, 재열아...너...”

“그래도...내 마누라를 꼬신 놈이니까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지? 그 벌이다...한 방울도 흘리지마...”

“재...열아...”

“뭐야? 전혀 잘못한 게 없다는 거냐?”

“아, 아니..마실게..마셔...크윽~ 쿨룩~”

 

황급하게 마시다가 사래가 들었는지 죽을 듯 기침을 하면서도,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아 정말로 한 방울도 흘리지 않으려 애쓰는 우직한 모습이 재열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재열은 장우의 곁으로 다가앉아 등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소현이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여자야..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건 너무나 넓고 깊어서 그걸 한 사람이 다 채워준다는 게 거의 불가능해...”

“쿨럭~ 쿨럭~”

“진심으로 사랑해줘라...울리지도 말고, 언제나 지금처럼 곱고 예쁜 모습으로 지내게 잘 지켜줘..알았지?”

“후~ 재열아...”

“하지만...독점하려고...소유하려고도 들지 말고...그저 보이는 대로만 사랑해...할 수 있겠어?”

“큭~ 재..열아....넌 도대체...흑흑~”

“하하하~ 이 자식...우리 소현이랑 똑같네?

나란히 앉혀놓고 누가 더 잘 우는지 시합을 시키면 볼만하겠다? 대답이나 해, 임마...할 수 있겠어?”

“흑흑...약속할게...아니, 맹세할게...흑흑....”

 

주먹을 쥔 채 눈가를 꾹꾹 눌러 눈물을 닦으며 장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다음부터는 숨어서 몰래 만나고 그러지마...난 내 마누라가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보고 기죽는 거 싫어...알았지?”

“..그래...고마...워...”

“자식이? 우리 마누라를 위해서 그러는데 네가 왜 고마워? 이 자식이 은근슬쩍 내 자리를 넘보는 거 아니야?”

“헉~ 무, 무슨? 내가 감히 어떻게?”

“하하하하~ 장우 너..오늘따라 놀리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데?”

 

농담을 던지자 불에 댄 듯이 펄쩍 뛰는 장우를 보고 크게 웃었다.

짜랑짜랑한 웃음소리가 강물 위로 흘러가자 주변에서 시선들이 느껴졌다.

하기야 아까부터 시커먼 사내 두 놈이 멱살을 잡고 싸울듯하다가 갑자기 한 녀석이 울지를 않나, 이제는 다른 녀석이 미친 듯이 웃어대니 그럴 만도 했다.

이로써 완전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방비책이 마련되었다.

혹시나 자인이 소현에게 또 뭔가를 시도하려고 하다가도,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조용히 지켜볼 확률이 컸다.

물론 그걸 넌지시 재열에게 흘리려고 하겠지만 그거야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면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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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소현~ 씨~”

“아휴~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헤헤헤~ 우리 예쁜 마누라~ 푸~”

“악~ 미쳐~”

 

호텔에다 방을 잡고는 사온 술을 더 마시며 소현에게 전화를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소현이 빈 술병으로 난장판인 실내를 보면서 코를 거머쥐고 고개를 흔들었다.

 

“크으~ 사랑하는 소현 씨~”

“어머~”

“흐흐흐~”

“자, 자기~ 흐읍~”

 

완전히 취해버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장우가 갑자기 소현을 뒤에서 와락 껴안으며 젖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러자 깜짝 놀라는 그녀의 입술을 재열이 덮치고는 치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어 팬티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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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불알마저 꽁꽁 얼 것 같은 강추위가 연이어지는....
역시 거시기 동상 예방에는 털장갑(?)이 쵝오~라는...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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