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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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8,949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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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제

두 살 터울의 형제 명수와 명철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가 왔음을 직감했다.

어려서 부터 수 없이 치고 박으며 살아온 세월이 언 사십년이다. 이젠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런 거 같아, 다른 방법이 없잖아.”

“후~”

형 명철이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한 마음이 고스란히 한숨에 묻어났다.

“그럼 넌 어쩍 거냐?”

“그야.......그러는 형은?”

“난......난 더이상 숨기지 않을 생가이다.”

“그럼 형수완 완전히 정리를 할 거야?”

“정리? 정리라......”

명철은 동생의 물음에 선명한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제한적인 공간과 인원으로 구성된 이

조직에서 더 이상 인륜과 천륜의 규범은 무의미해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뭘

정리하고 말고가 있겠는가.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는지......”

형의 고민을 지켜보던 명수도 절로 한숨이 새나왔다. 그도 형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서로 대상만 다를 뿐 금단의 벽을 넘어선 것은 모두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명철

과 명수 두 형제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게도 지독한 시련을 안겨줬다.

전쟁 전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이 두 형제에게 말하기 어려운 시련을 강요하고 있었

다.

“제수씨한테 뭐 다른 낌새는 없냐?”

“다는 낌새라니? 형, 그럼 혹시 형수가?”

“그래.”

“형수가......누구랑?”

“동민이......”

“동민이? 역시......”

“너, 알고 있었어?”

명철은 동생이 먼저 아내와 아들의 관계를 알고도 자신에게 숨겼다는 생각이 들자 작은 분

노가 일었다. 어쩐지 무시당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자괴감까지 일었다.

“아냐, 형. 다만......”

“다만, 뭐!”

“요 며칠 형수와 동민의 행동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진 거 같아서 그래.”

“......그랬냐.”

하긴 자신이 동희에게 빠져 정신이 없었으니 동생이 눈치 챈 일을 자신만 모르고 있었던 것

이다.

“애들 엄마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뭐 나도 너 보기에 그리 떴떴하지 못하고.”

“너무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없어 형! 난 벌써 형을 이해한다고 했잖아.”

“그래......그래서 더 그래......고맙고 미한하고......그러니 내가 애들 엄마한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하긴, 우리 애들 엄마도 돌아가는 상황을 얼추 꿰고 있는 것 같아.”

“별 다른 말은 없고?”

“뭐......아직까진, 그치만 잠자리를 멀리 하는 걸 보면 생각이 많아진 것은 틀림없어.”

“......”

명철과 명수의 대화는 절벽에 닿아 있었다. 결국은 판도라의 상자를 언제 여느냐 하는 문제

인 것이다.

“언제 터트릴 거야?”

결국은 명철에게 스위치를 넘겼다. 명수로서도 깊은 부담감을 느끼긴 형 명철이나 매 한가

지인 것이다.

“......오늘.”

“오늘?”

명수는 생각보다 빠른 형의 결정에 두 눈을 치떴다. 형이 이렇게나 전격적으로 밀고 나올지

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평소 형 명철은 어딘가 약간은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확고한 판단을 내리

면 정반대의 성격으로 돌변하곤 했다.

그런 징후가 첫 번째로 나타난 사건은 아마도 군 입대로 벌어진 사건이다. 어느해 5월에 벌

어진 일이다.

며칠째 외박을 하며 소식이 없던 형이 누런색 포장지에 쌓인 뭔가를 소포로 부친 사건이

있었다. 소포의 내용물은 형이 외출할 때 입고 있었던 의복이었다.

소포를 보낸 발신지는 포항 해병대 훈련단으로 적혀 있었다. 형은 온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해병대에 입대를 한 것이다. 당연히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 즉, 나와 누이들은 기함을 했고,

형이 위로 휴간가를 나와서 싹싹 빌고서야 무마가 됐던 일은 우리가 알던 형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줬다.

그리고 한참이나 물밑에 가라앉았던 형의 이면은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시설을 만들 때

드러났다.

“무조건 내 말을 들어! 거부도 반항도 있을 수 없어. 만약 내 말을 따르지 않는 다면 그걸로

나와의 모든 인연은 끊기는 거다!“

작은 틈의 여지도 없이 온가족의 재산을 탈탈 털어서 지금의 시설을 만들 때의 일이다. 가

족의 의사 따위는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목적을 위해서 돌격할 뿐이었다.

그때의 일로 아내와 이혼의 위기에 몰렸던 명수는 어찌어찌 난관을 덮었으나 그때의 형 명

철은 그야말로 광기에 쌓여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에야 형이 우리 가족들이 구세주로 떠받들려지고 있지만 초창기엔 폭군도 그런 폭군이

없었다.

하긴 그런 강단이 있기에 온가족을 무사히 간사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일 것이다.

그런 형의 강단이 다시 한 번 드러나려 하고 있었다. 명수는 그런 형의 말에 내심 작은 안

도를 느꼈다.

아내가 아닌 다른 이를 선택한 자신에게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형 명철은 어쩌면 그런 자신을 대신해 판도라의 뚜껑을 열려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명수의

딸 동희를 곁에 둔 미안함으로 비난의 화살을 자처해 맡으려는 것이지도 몰랐다.

‘어쩌면 형은 자신보다 엄마를 더 생각해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일 수도.’

항상 엄마의 든든한 울타리였던 형이다. 명수와 엄마인 신애가 살을 섞는 남녀의 관계라는

걸 아는 순간 지금의 상황을 계획했을 수도 있었다.

‘하긴 형은 그런 사람이니까.’

명수는 자신의 짐작이 맞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동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형은 마음에 없는 짓은 하지 않는 사람이니 동희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었

다.

“넌 어때?”

“뭐......그냥.”

형의 질문에 명수는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신애는 그냥 자신이 살을 섞고 있는 여자가

아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형인 명철과 두 누이 명선과 명연을 낳은 생모다.

더구나 자타가 공인하는 효자인 형 명철이 아닌가. 엄마 신애에 관한한 형에게 항상 죄인일

수밖에 없었다.

“야, 너무 그렇게 움츠리지 않아도 된다.”

“......”

“한편으론 네게 고마운 마음도 있으니까.”

“......!”

명수는 형의 말에 짜릿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형이 날 인정해 주는 건가?’

명수는 형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조금은 부담감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

“형!”

“다만 조금 서운했던 건......내가 아니라 너였다는 것뿐이다.”

“......?”

“너무 일찍 혼자된 엄마잖니. 당연 남자가 필요했겠지. 하지만 난 다른 사람을 아버지라

부르고 싶지 않았다. 해서 필요하다면 내가 엄마의 남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

만 엄마는 내가 아니라 널 선택했더구나. 난 그게 좀 이해가 되지 않은 것뿐이었다.“

형의 말에서 명수는 형이 짊어졌던 의무감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엄마는 그

런 형이기에 나와는 달리 쉽게 다가가지 못했을 거 같다.

“어쩌면 형......사실 엄마는 나보다 형을 더 사랑했을 수도 있어. 물론 아들이 아닌 남자로.”

지금 되짚어 생각해 보건대 틀림없었다. 분명 엄마는 형을 남자로 생각하고 의지했을 것이

다. 그때 나와 그런 일만 없었다면 분명 엄마는 형의 여자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이야?”

“엄마에게 형은 유일한 보호자야. 항상 의지하고 살고 싶은......그래서 나하곤 다르게 형이 어

려웠을 거야. 그러니 여자로 형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웠던 거지.“

명수의 말에 명철도 느껴지는 게 있었다. 자신은 항상 엄마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려 노력

했다. 물론 그게 엄마한텐 의지가 되었겠지만 한걸음 더 다가서기엔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확실한건 엄마와 난 인연이 아니었던 거야. 엄마의 남자는 명수 너다.”

“고마워, 형.”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엄마 부탁한다.”

“응.”

“근데......”

명철이 말꼬리를 흐렸다. 뭔가 궁금한 게 있는데 쉽게 할 말은 아니리는 뜻이다.

“뭐?”

“엄마 말이야.”

“엄마? 엄마가 왜?”

명철은 잠시 말을 아꼈다. 궁금하긴 했지만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녀의 내밀한

속사정이기에 묻기가 주저된 것이다.

“그거......엄마하고 섹스는......어때?”

“......”

명수도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 형에게서 이런 돌직구가 날아올 줄은 미쳐 예상치 못

했던 것이다.

“훗~ 궁금해?”

“......응.”

명철의 고개가 떨궈졌다. 순진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는 행동이었다. 그 모습에 명수는

뭔가 알 수 없는 간질거림을 느꼈다.

“그럼 형도 엄마랑 한 번 해봐.”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리 내가 실언을 했다지만 너!”

“형, 흥분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명철이 흥분했을 때 상대가 버벅 거리는 건 금물이다. 흥분한 명철은 그야말로 선

불 맞은 맷돼지에 비교될 만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금기는 무너졌어. 혈육의 금단도 넘었는데 프리섹스가 큰 문제가 돼?”

“.......”

“어쩌면 지금 상황에선 그게 답일 수도 있다구.”

“......”

“어차피 방사능이 걷히려면 백년도 짧아.”

명수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가장 큰 금기가 무너진 마당이다. 명수 말대로 프리섹스

는 근친상간에 비하면 오히려 더 작은 문제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엄마도 형과의 섹스를 바라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보자.”

명철은 동생의 말에 묘한 설득력을 느꼈다. 아니 내재된 욕망을 건드렸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엄마의 남자가 되는 건 싫지 않은 일이었다.

“생각이 길면 악수를 두기 마련이야. 뭐 프리섹스가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이미 큰 둑

이 무너졌잖아. 오히려 족쇄라는 생각이 드네.“

“그렇긴 하지.”

또 이럴 땐 영락없이 우유부단한 모습을 드러내게 명철의 특성이다. 따지고 보면 자신을 위

한 일엔 늘 이렇게 소심해지곤 했다.

‘장남이란 이런 건가? 자신보다 가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나이 40이 돼서야 장남이란 무게가 적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명수는 새삼 형을 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동안 형이 얼마나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을 위해 수고를 했는지 확실

실감도 됐다.

“형, 이번만은 내 의견을 존중해 줘, 이참에 근친상관과 프리섹스에 대한 금기를 걷어 버리자고.”

“명수야.”

명철은 동생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조심스레 부작용에 대한 의견을 꺼냈다.

“근친간을 포함한 프리섹스는 당장엔 짜릿한 성적 쾌락을 향유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하

지만 당연히 찾아올 부작용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작용?”

“임신 말이다. 아이를 갖는 다는 건 당연히 축복을 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근친으로 생긴

아이는......게다가 여기 마땅한 피임 기구도 없는 실정이고.“

“형, 그게 무슨 문제가 돼?”

명수는 근심의 기색이 역력한 형이 못내 답답했다.

“형! 금기를 무너뜨리는 일이야. 근친으로 생긴 아기가 왜 걱정거리가 되는 건데?”

“!”

명철은 동생의 파격적인 사고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나가도 너무 나간다는 생각이 들

었다.

“야, 그럼 족보가 꼬여도 너무 꼬이잖아.”

“족보가 왜 필요한데? 기왕 말이 나온 김에 까놓고 말해보자고.”

명수는 형의 손을 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내친 김에 아예 못을 확실히 박아 두려는 것이

다.

“형, 동희 사랑하지.”

“당연히.”

명수의 물음에 명철은 지체 없이 확고한 대답을 내놓았다. 명수의 짐작대로 형 명철은 진심

이 가는대로 사는 사람이 확실했다.

“그럼 동희가 아이를 낳는 건 어떻게 생각해? 형 말대로라면 동희는 형을 사랑하는 동안엔

절대로 아이 낳을 생각을 해선 안 되겠네?“

“그야?”

“어차피 치우기로 한 관념이야.”

명수의 말에 전혀 공감이 가질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파격적이라 쉽게 마음을 정

하지 못했다. 그런 명철에게 명수가 쐐기를 박았다.

“난 엄마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 아이를 낳게 하고 싶어.”

“너!”

“그리고! 엄마도 나랑 같은 의견이야. 형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고 싶은 건 여자의 본능

이라고. 족보 따윈 잊어버려 형!“

“하!”

분명한건 명철도 동희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 주면 행복할 거란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이

내 머리를 흔들고 생각을 털어 냈지만 본질적인 의견은 동생과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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