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천약유정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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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6,825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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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나는 너무나 길고 너무나 황당한 악몽 속에서 깨어났다. 한 쌍의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눈이 내 눈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눈빛 속으로 그윽한 관심과 모성애가 드러나 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려 노력했다. 자신이 한 커다랗고 푹신한 침상에 누워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침상 곁에 앉아 나를 돌보고 있는 것은 바로 백리원이었다. 혹자가 말하는 나의 엄마였다.
 
이 시각의 그녀는 이미 화장을 깨끗이 제거한 상태였다. 수수한 상태의 얼굴 역시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아름다움을 감소 시키지 못했다. 틀어 올렸던 시뇽 헤어는 이미 풀어 헤쳐져 간단히 머리 뒤로 묶여 있었다. 그 모습은 그 사진 속 소부의 모습에 보다 접근해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는 신상에 어깨 끈을 한 검정색 실크 잠옷 치마로 갈아 입고 있었다. 야윈 어깨와 가슴 앞의 눈처럼 하얀 가슴골이 노출되어 있었고 두 팔은 세숫대 안에서 물수건을 짜고 있었다. 나는 비로서 머리 위에 차가운 물수건이 올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건의 작용 때문인지 또는 그녀 신상의 그 독특한 마치 사향과 같은 체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앞서서의 뇌 부위에 커다란 고통이 많이 좋아져 있었다. 다만 은은하게 약간 어지럽고 무거웠다. 마치 너무나 많은 것들이 기억나려는 듯이 또 굉장히 혼란스럽고 무질서했다.
 
내가 깨어나는 것을 보더니 백리원의 원래 약간 우울했던 안색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람을 취하게 할 것 같은 웃음을 노출했다. 기쁨에 겨운 듯 나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석두, 겨우 깨났구나. 엄마는 걱정되서 죽는 줄 알았어. 지금은 어때? 아직 어디가 안 좋아? “
 
“백… 아니, 엄마… 나 괜찮아. “
 
그녀의 손은 약간 차가웠다. 나는 침상을 받치며 일어나 앉았다. 이마 위의 수건을 그녀에게 건넸다.
 
나는 그녀의 이러한 친밀한 태도에 약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마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것이 원인일 것이었다. 나의 마음 속에는 아직 그녀와 함께 지내는 패턴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한 시간 전에 그녀는 다만 나의 신상에 있는 한 장 사진 속 주인공일 뿐이었다. 나의 잃어버린 기억의 관건이 되는 인물일 뿐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이미 나의 가장 가까운 친인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혈맥상통의 모자관계인 것이었다.
 
더해서 내 목에 가시가 걸린 듯 하게 하는 것은 나는 또 어제 그녀가 두 남자 아이와 성애 장면을 연출한 것을 듣고 본 것이었다. 현재 나의 신상에는 아직 그들이 그 화장실 안에서 치루었던 3P 동영상이 있었다. 게다가 또 각종의 관련있는 그녀를 아는 사람으로부터 입을 떼기 어려운 전해들은 소문이 있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마치 커다란 바위처럼 나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또 곽기가 있었다. 그들간의 관계는 어찌된 것인가? 나는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백리원은 마치 내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 소원해진 듯한 차가움을 느낀 듯 했다. 약간 낙담한 듯 손을 나의 이마에서 철회했다. 이어서 내가 넘겨준 수건을 받아 다시 적셔 비틀어 짜고는 세심하게 살살 나의 얼굴을 닦았다.
 
그녀의 동작은 충분히 부드럽고 평온했다. 수건을 통해 길고 섬세한 그녀의 손가락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익숙한 동작은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어릴 때 엄마 역시 이런 식으로 나의 얼굴을 닦았었다. 그 독특한 감각은 친히 접촉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마음 속이 따듯해졌다. 그녀에게 나의 얼굴을 깨끗이 닦도록 놔두며 그녀의 하얗고 여윈 손바닥을 거머쥐며 말했다.
 
“엄마, 나 이제 괜찮아. 배가 좀 고픈데 뭐 먹을 것 좀 없어? “
 
내 말 속의 뜨거운 정은 백리원의 정신을 진동시켰다. 그는 마치 어린 꾸냥처럼 뛸 듯 기뻐했다. 나를 침상에 다시 눕히며 잠시 눈을 붙이고 있으라 말을 했다. 기다리면 먹을 준비가 되면 날 다시 깨우겠다는 것이었다. 말을 하며 검정색 실크 잠옷치마 밑으로 그 길고 하얀 다리를 움직여 방문을 걸어 나갔다. 방문을 나가기 전 또 뒤를 돌아 보고 웃는다. 그 감동적이고 휘황찬란한 눈길에 나는 보고 있다가 멍해졌다.
 
방문이 닫히길 기다려 나는 즉시 침상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백리원 배후의 비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가지 면모의 원인에 대해 찾아보려고 시도했다. 아울러 이 몇 년간 그녀는 어떻게 지낸 것인가? 먼저 나는 그녀의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방은 분명 안방이었다. 면적은 60 평방 정도의 크기였다. 방안의 색조는 한 가지 색인 백색 위주였다. 벽에는 유백색의 조각이 상감된 티크 보호 패널이 붙어 있었고 동일한 재질의 천장 중앙에는 하나의 유화한 백색의 새의 깃털로 엮어 만들어진 깃털등이 걸려 있었다. 등불 빛이 내리쬐이는 방 중앙에는 2.8*3 미터의 큰 침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침상의 베게는 마치 구름 같이 결백하게 싸여 있는데 백리원 신상 특유의 체향이 배어 있었다. 이 침상은 백색의 진피로 단단한 등받이가 되어 있고 등받이 중앙에는 금실로 한 송이 백합 꽃이 묘사되어 있었다. 침상의 우측에는 유럽식 화장대가 놓여 있었다. 방 안의 가구와 침상 모두 백색의 티크 재질로 거실과 약간 같지 않은 것은 방안의 가구 끝에는 금색의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 것이었다.
 
침대 등받이의 위쪽에는 한 폭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 것은 이 방안에 있는 유일한 그림이었다. 액자는 똑바른 직사각형인데 배경은 산뜻한 녹색의 수림이었다. 일신에 하얀 치마를 입은 소녀가 딸기를 가득 담은 대바구니를 들고 화면 중앙에 서 있었다. 그 소녀 신상의 백색 치마는 그리스식이었다. 결백한 하얀색 리넨 옷감이 그녀의 봉긋 포만히 솟아오른 유방을 감싸고 있었다. 화가는 리넨 밑으로 비치는 솟아 오른 두 분홍의 꼭지를 부각시켜 묘사하고 있었다. 치마의 끝단은 그리 길지 않아 다만 소녀의 무릎에 이르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듯 들어올려진 치마 밑으로 길고 하얀 다리가 노출되어 있고 작고 앙증맞은 맨발이 초지 위를 밟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약간 씨앗 같은 계란형 얼굴이었다. 먹물 같은 눈썹 밑으로 맑고 아름다운 양 눈이 마치 밝은 초승달 같았다. 오똑한 콧날 아래 붉은 작은 입술은 미소를 띠고 있어 조개와 같이 정연하고 결백한 치아가 노출되어 있었다. 소녀의 머리카락은 중간으로 나누어져 양 갈래로 땋아 가슴 앞까지 드리우고 있었다. 소녀의 오관과 몸매는 백리원과 상당 부분 비슷했다. 하지만 전신에 청춘의 활력이 빛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눈빛 속에도 그 늘상 보이던 우울함이 없고 순진한 열락이 가득 차 있었다. 아울러 미래 생활에 대한 동경이 엿보였다. 보아하니 젊은 시절의 백리원 같았다.
 
그림 맞은 편에는 거대한 전신거울이었다. 거울의 높이는 천장에 접근해 있었다. 폭은 침상에 비해 약간 부족했다. 주변은 모두 금칠한 문양의 나무틀이 주위를 두르고 있었다. 침상의 정경을 그대로 미세한 부분까지 비쳐주고 있었다. 나는 이 거울이 약간 이상한 것을 느꼈다. 거울이 바닥에 접촉하는 부분에 4개의 도르래가 달려 있었다. 보아하니 떠밀수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앞으로 다가가 약간 힘을 가해봤다. 과연 이 전신거울은 수평으로 이동할 수가 있었다.
 
평형으로 좌로 이동하자 오른 쪽에 20 평방 크기의 화장실이 노출됐다. 이 화장실은 양 면의 벽을 제외하고는 모두 투명한 통유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면대, 변기, 샤워기가 구비되어 있고 침상 이쪽을 마주보고 중앙에는 하나의 원형 다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 3개 위로 둥근 부채꼴의 욕조가 놓여 있었다. 욕조의 다른 쪽 면은 전부 바닥까지 유리로 외벽이 되어 있었다. 벽 바깥은 바로 일망무한의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었다. 나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둘러봤다. 안쪽의 세면도구 및 수건 등이 모두 한 사람 용이었다. 벽걸이에 걸려있는 목욕가운 또한 여자용 한 가지 뿐이었다. 안에는 한 줄기 목욕향과 백리원 신상의 체향이 혼합되어 합성된 향기가 풍족했다. 기타 남성 성원 존재의 흔적은 볼 수가 없었다.
 
나는 화장실을 빠져 나왔다. 전신거울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이어서 안쪽의 자동 센서 등이 즉시 환하게 켜졌다. 이 쪽은 화장실과 크기가 비슷한 하나의 방이었다. 방의 사면은 모두 굳건한 벽체였다. 만일 센서 등이 없었다면 칠흑같이 어두웠을 것이었다. 현재 방 중앙에 크리스탈 유리등과 천장 위에서 방 중앙을 내려 쬐는 등이 모두 켜져 있었다. 조명이 켜진 방안은 밝게 빛나며 눈이 부셨다. 나는 내키는대로 들어갔다. 발바닥에 푹신한 조금은 빠지는 듯한 기분의 선홍색 페르시아 카펫이 밟혔다. 방안에는 백리원의 향기가 기타 방 보다 더욱 그윽했다. 또 나프탈렌 냄새도 섞여 있었다. 이 곳은 분명 그녀의 드레스 룸이 분명했다.
 
방 양측에는 모두 백색의 티크로 만든 일체형 옷장이 있었다. 분리가 잘된 각종 드레스, 민소매 원피스, 장치마, 미니 스커트, 각종 스커트 류의 스타일이 완전 구비된 채 걸려 있었다. 다른 한 쪽에는 바지 수납장에 각종 청바지, 반바지, 스키니 진, 퀼로트 스커트 등의 바지류가 쌓여 있었다. 이 안의 의류는 풍부한 정도가 완전 어떤 명품 플래그숍에 뒤지지 않았다. 나는 그 중 수납 서랍 하나를 끌어 당기고 보았다. 안쪽에는 각양각색의 브래지어가 놓여 있었다. 흑, 황, 홍, 분홍, 녹, 자색 아롱다롱 다양한 색상이 완전히 구비되어 있었다. 밑의 서랍에는 또 각종 색상의 스타킹이 놓여 있었다. 익숙하게 보아왔던 검정색 스타킹 외에도 또 굉장히 섹시한 망사 스타킹 아울러 가터벨트 또한 있었다. 나는 세밀히 모든 서랍을 뽑아보며 구석 구석을 자세히 검사했다. 하지만 양 손을 적시는 향기를 제외하고는 아무 소득이 없었다.
 
양 쪽 일체형 옷장의 중간에는 모두 한 면이 2 미터 높이인 전신거울이 박혀 있었다. 양쪽 전신거울의 위치는 나를 마주 대하고 있어 서있으려니 그 중 한쪽 면은 자신의 몸 뒤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방은 문 입구의 그 벽면 앞에 배치되어 있는 옷장과 동일한 높이의 크리스탈 유리 신발장과 마주하고 있었다. 이 신발장은 금색의 스탠드로 세워져 있는데 너비가 벽면 전체를 가릴 정도였다. 층별로 크리스탈 유리판이 가로 놓여 있는데 전체 십 층으로 꽤 높은 높이였다. 매 층에는 각양각색, 알록달록, 울긋불긋한 여성용 하이힐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 신발들은 금속의 축인 것도 있고 수정 축, 나무 축 등 몇 벌의 신발을 제외하고는 절대 다수가 킬힐이었다. 게다가 힐의 높이가 7센티 이상이었다. 이것들은 여성의 발 아래 피어나온 정령들이 마치 대열을 정연히 갖춘 대군 마냥 가지런하게, 층층 겹겹이 크리스탈 유리 신발장 위에 배열되어 있었다. 불빛이 반사되어 번쩍번쩍 빛이 났다. 그들의 여주인이 발 위에 무장할 때의 그토록 흔들거리는 자태, 중생들을 탄복시키는 미염한 자태를 상상하는 듯 했다.
 
나는 뜻하지 않게 신발장 위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한 쌍의 금색 샌들이 눈길을 끌지 않는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금색 피질의 신발면에 하나의 나비 매듭이 교차된 양식이었다. 안쪽 발꿈치 부분의 껍질이 약간 마모된 흔적이 있었다. 보아하니 일찍이 여주인에게 빈번히 사용된 것이었다. 금색의 힐 부분은 7센티 높이였다. 나는 그 신을 집어 들고 불빛 아래 바라봤다. 신의 밑바닥은 아주 깨끗했다. 분명 깨끗이 닦아놓은 것이었다. 나는 손을 신 안으로 집어 넣어 더듬었다. 손 안에 약간 사각거리는 촉감이 있었다. 마치 먼지나 또는 무엇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이 신을 이 곳에 아주 오랫동안 놔두었단 말인가? 어째서 스타일과 모양이 그날 철괴리의 집 계단에서 보았던 그 여인의 것과 똑같을까? 어째서 요영 누나의 발에도 이런 금색 샌들이 있단 말인가? 그들간에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때 나는 백리원이 문밖에서 나보고 밥을 먹으라는 소리를 하는 것을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손 안의 것을 내려놓고 문 밖으로 나온 후 전신거울을 되돌려 놓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일절 모든 것을 원상태로 회복한 후 이 안방을 빠져 나갔다.
 
안방 방문의 왼쪽은 복도였다. 복도를 똑바로 따라가면 거실로 통해 있었다. 거실의 오른손 편에는 하나의 독립된 식당이 있었다. 다시 안쪽에는 하나의 드넓은 큰 주방이 있었다. 오후의 따사로운 햇빛이 주방의 큰 유리창을 통해 식당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식당 정 중앙에 백색의 대리석 탁자면으로 된 식탁 위에는 이미 열기가 솟아오르는 요리 4접시와 국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완두 볶음, 농어 찜, 새우알 야채무침, 산초양념 갈비찜, 국은 순채 닭고기탕 이었다.
 
백색 앞치마를 두른 백리원이 밥을 담은 공기 두 개를 가지고 나오다 나를 보고 급히 불렀다.
 
“석두야! 빨리 앉아 국부터 마셔. 엄마 솜씨 한 번 맛봐봐. 난 찬 좀 더 가져올게. “
 
나는 그녀의 섬세한 손을 잡아 끌며 말했다.
 
“엄마, 됐어. 찬은 이미 많은데 뭐. 이리 와서 나랑 같이 밥이나 먹어. 우리 같이 이야기나 해요. “
 
나의 말을 분명히 백리원은 잘 따랐다. 바로 나를 마주하며 앉았다. 그녀의 밥을 먹는 자태는 마치 고귀하고 우아한 그런 사람 같았다. 선홍의 작은 입을 벌렸다 오무렸다, 그 수정 같은 치아는 씹고 있는 밥알 보다 더 하얀 것 같았다. 아래로 드리운 농밀한 속눈썹은 깜박깜박 거리다가 그 아름다운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는 아첨도 못하고 먹기 바빴다. 이 음식들은 나의 입맛에 딱 맞았다. 더해서 확실히 배도 고팠다. 바람이 구름을 휘말아 가듯 식탁 위의 음식들이 거의 소멸됐다. 그리고 백리원은 다만 몇 술을 뜨고는 그만 먹는 것이었다. 뒤에는 아예 눈처럼 하얀 팔을 턱에 괴고는 은근한 정이 서린 눈길로 흥미진진하게 나를 바라봤다.
 
우리 두 사람은 얼굴을 맞대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치 쌍방 모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약간 말로 표현 못하게 난감했다.
 
내가 배불리 먹은 후 백리원은 바삐 그릇을 챙겨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홍색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앞치마를 두른 그녀의 뒷 모습이 이 시각 그렇게 차분했다. 호리호리한 어깨, 뒤로 말아 묶은 머리, 짧은 스커트 아래 창백할 정도로 하얀 다리, 완전 온유하고 정숙한 집안의 한 여인이었다. 백주대낮에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우아한 귀부인, 화장실 안에서 요염하니 교태로운 음탕한 요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처럼 매우 큰 형상의 차이 중에 어느 것이 진정한 그녀일까? 
 
백리원은 주방을 모두 정리한 후 내가 여전히 식탁에 앉아 가만히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을 바라보더니 약간 어색한 듯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석두, 너 아직도 거기 앉아 있는거야? 거실에 가서 앉아 있어. 내가 차 한 잔 가져다 줄게. “
 
나는 신체를 거실의 그 널찍한 진피소파 속으로 파묻었다. 부드럽고 매끌한 가죽의 느낌이 나를 자신도 모르게 기분 좋은 한숨을 쉬도록 만들었다. 곽기는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르겠는데 나와 백리원은 모두 묵계를 한 듯 그를 들먹이지 않았다. 이 집에는 보아하니 나와 그녀 단 둘이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리원이 자단목으로 된 차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금박을 새긴 백자 찻잔 안에 청록색이 사람의 눈길을 끄니 보기에도 상품인 동정산에서 생산되는 벽라춘 차였다. 그녀는 차 쟁반을 내려 놓고 교구를 이동하여 내 옆에 앉으며 약간 근심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석두야, 너 엄마를 알아보기는 하는거야? 어째서 마치 낯선 사람 하듯이 그러는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던거야? 왜 이 이년 동안 통 소식도 없었던거야? “
 
나는 차를 한 입 마신 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먼저 그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자신이 기억을 상실 한 것을 발견했는지를 포함해서 최근 얼마 동안의 내 자신의 행동까지, 아울러 내가 기억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아주 작다는 것을 담백하게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특별히 팔년 전부터 최근까지의 일단의 기억들은 완전히 일편 공백이라는 것을.
 
“엄마, 먼저 내게 나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 수 있어? 내가 이해가 안되는 것에 대해서,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어? “
 
나는 백리원의 아름다운 눈 속으로 근심의 색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진술하는 과정 중에 그녀는 몇 차례나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결백한 치아를 이용해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무는 것이었다.
 
백리원은 몇 가닥 어수선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사람이 비칠 정도의 맑고 투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의 이름은 고암(高岩)이야. 어릴 때 아명은 석두라고 불렀고. 네 아빠는 성은 고(高) 이름은 숭(嵩), 네 엄마는 바로 나야. 너는 우리들의 유일한 아들. “
 
나는 아빠에 관련되어 그녀에게 물으려 했다. 백리원은 내가 물을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침통한 말투로 말했다.
 
“네가 열 두 살이 되던 그 해, 네 아빠가 의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이후 우리 모자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며 살았고. 네 아빠의 위로금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곤란했어. 네가 학교를 다녀야 되서 또 돈이 필요했어. 나는 의복 수선하는 일을 도우러 다녔어. 비록 생활은 힘들었지만 그렇지만 네가 아주 총명해서 성적도 아주 좋았어. 엄마는 네 신상에 일절 희망을 위탁하며 살았지. “
 
“그런데 다시 이년이 흘렀을 때 네가 갑자기 일종의 괴병에 걸린거야. 나는 이 근처의 병원을 찾아 다녔어. 의사들이 이야기하기를 너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거야. 나중에 한 교수님이 너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줬어. 엄마는 부득이하게 너를 그곳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어. 그 곳은 아주 먼 남방이었어. 기차를 타고 일박이일은 가야 도착할 수 있는 데였어. “
 
“너는 엄마가 어릴 때부터 손에 놓지 않던 아이였어. 내가 어떻게 너를 내 신변에서 떼 놓을 수가 있었겠니? 하지만 방법이 없었어. 네 아빠의 보상금은 아주 적었고 엄마는 변변한 일이 없었어. 만일 내가 널 따라가면 너를 먹여 살릴 사람이 없었어. 최후에 나는 독한 마음을 먹고 너를 그 곳의 책임자에게 위탁을 했어. 자신은 집에 남아 갖은 방법을 써서 너의 치료를 위해 돈을 벌기로. “
 
“그들은 그 곳은 외부로 전화하는 것 조차 허가하지 않는다고 말했어. 엄마도 널 만날 방법이 없었어. 다만 너한테 편지를 썼어. 비록 이 몇 년간 너한테 답장이 오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정기적으로 나한테 너의 사진을 부쳐줬어. 네가 하루하루 커가는 것을 보고 엄마는 마음 속으로 아주 기뻤어. 그런데 바로 일년 전 갑자기 너의 소식이 다시 끊긴거야. 그들 그쪽도 연락이 되지 않았어. 엄마는 급한 마음에 도처에 수소문을 해서 겨우 너네 그 곳이 화재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말에 의하면 아무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너를 포함해서 전부 사고를 당했다는거였어. “
 
“이 소식은 마치 청천벽력과 같았어. 나의 마음을 진동시켜 모두 으스러뜨렸어. 너는 엄마의 애지중지 자식이야. 엄마 신상의 유일한 혈육이야. 나의 이 몇 년간 유일한 희망은 너 하나뿐이었어. 그런데 이렇게 빨리 엄마를 버리고 떠나다니, 나 혼자 외롭게 이 세상에 남겨놓고. “
 
“석두야, 넌 아니? 엄마가 널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다는걸? 넌 아니? 엄마가 널 위해 얼마나 괴롭힘을 당한걸? 넌 아니? 엄마가 널 위해 얼마나 입을 떼기 조차 어려운 굴욕을 당했나를? “
 
백리원은 이 몇 년의 이야기를 느릿느릿 풀어 놓았다. 말을 하며 울컥하자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하다 자신의 생활에 감회에 젖어 최종적으로는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양 손으로 가려진 얼굴만이 보이며 눈물이 그녀의 긴 팔을 타고 흘러 내렸다. 왜소한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이 분명 이 시간 동안 그녀가 받은 고난과 굴욕이 실재보다 많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하소연 할 곳이 없다가 다만 나의 면전에서 비로서 방출되어 나온 것이었다.
 
나 역시 마음 속이 쓰라렸다. 비록 나의 기억은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지만 그녀의 나에 대한 사랑은 절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심에서 우러나온 모친이 아이를 대하는 그런 간직하고 있는 사랑에 다름없었다.
 
나는 가볍게 그녀를 품 속으로 끌어 안았다. 그녀의 따스한 신체가 나의 품 안에서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매우 빠르게 내 품 안에 순종적으로 안기는 모습에 그 독특한 체향이 내 주위를 순식간에 포위했다. 그녀는 마치 크게 놀라고 크게 기쁜 와중에 약간 지친 것 같았다. 머리를 숙여 나의 가슴 위에 살포시 기대었다. 몇 가닥 섞인 와인색의 말아 올린 머리끝이 나의 얼굴을 건들여 약간 간지러웠다.
 
이 순간 그녀는 마치 일개 무력한 아이 같았다. 우리는 마치 신분이 전도되어 바뀐 것 같았다. 유약한 엄마가 건장한 아들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조용히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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