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새로운 시작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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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8,107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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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9

 

 

해령은 자신의 두 손을 꼭 잡고 시선을 마주하는 딸아이가 새삼스럽게 보였다. 아버지란 존재가 워낙 부실했던 지라 어려서 부터 일찍 철이 든 아이였다.

항상 어미인 해령을 먼저 배려하는 고운 마음 씀씀이를 보이는 아이였다. 그런 미수가 이렇게 강하게 엄마를 압박하는 날이 어리라곤 해령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엄마, 난....난....나도 내가 이런 말을....그것도 엄마한테 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어.”

“미....미수야, 왜 그래?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해령은 미수의 행동에 당황했다. 아니 겁을 먹었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언제나 자기편이었던 미수가 내 딸이 돌변해 버린 연인 같이 구는 건 참으로 생경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화수는....아니 난, 언제나 엄마 편이었어. 아버지가 술에 절어 제대로 된....하여튼 그런 상황에서도 엄마가 화수와 내 울타리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너무 힘들어 보여서....그래서 난 언제나 엄마편이라고 생각했었어.”

“미....미수야....”

해령은 미수의 눈에 고이는 물방울을 보자 가슴에서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미수가 내 딸이 우는 구나. 이유를 불문하고 해령은 딸아이가 흘리는 눈물이 가슴 아팠다.

“울지마~ 내 딸!”

해령의 손이 미수의 눈물을 닦았다. 그렁이던 눈물은 해령의 손이 닿기가 무섭게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처럼 고랑을 내듯 흐러내렸다.

“흑~ 엄마.”

미수는 해령의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다부지게 마음먹고 화수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으려 했다. 하지만 엄마의 손이 얼굴에 닿자 이성은 무너지고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엄마의 방문을 기웃거리던 화수도 그런 화수의 마음을 가져간 엄마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 원망도 온전히 가질 수도 내 보일 수도 없었다.

사랑했다. 아니 사랑한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엄마도 화수도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더 서러웠다.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사라이라 더 서러웠다. 엄마의 사랑도 화수와 나누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화수의 마음을 아는 이상 화수의 사랑도 이제 엄마와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니 서러운 마음이 거둬지지 않았다.

“흑흑....엄마~”

“그래, 미수야. 내 딸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뭐든 다 들어줄게.”

해령은 미수의 등을 쓸어주고 미수는 해령의 무릎에 눈물을 닦기를 한참,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미수의 일렁이던 감정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상황이 이렇게 까지 왔는데 그냥 묻어두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화수와 오럴의 관계를 이미 터뜨린 후가 아닌가.

“엄마, 나 화수가 좋아. 물론 동생으로 가족으로 좋은 건 물론이고....남자로도 좋아해.”

“미수야 하지만..”

“아니, 엄마 우선 내말을 그냥 들어주면 안 돼?”

“....후~ 그래 알았어.”

느닷없이 꺼냈던 미수의 말이 워낙 충격적인지라 해령은 듣고 싶지 않았으나 이미 저질러진 일이란 걸 알았으니 어느 정도는 체념이 되었다.

“사실은 화수가....밤마다 엄마가 그걸....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어.”

“그거라니?”

해령은 떨리는 미수의 말을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아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무슨 소리를 화수가 들었다는 말인가?

“....?”

“응, 맞아.”

조금 늦게야 미수의 말이 뭘 뜻하는지 깨달은 해령의 눈이 커다랗게 흡떠지자 미수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엄마가 그거....자위를 하는 소리를 화수가 듣고 있었어. 그리고 난 그런 화수를 계속 지켜보게 됐고, 그러다 화수가 너무 힘들어 하는 거 같아서 내가....화수를....도와줬어.”“왜....왜, 화수가....”

해령은 미수의 폭탄 발언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군대를 제대하고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귀여운 막내라는 생각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그런 화수가, 그런 막내가 엄마인 자신을 성적인 상대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어저면 화수도 나랑 같은 생각이었을지도 몰라.”

“같은 생각이라니?”

해령은 미수의 생각이 뭔지 종잡을 수 없었다. 지금 미수가 하는 말은 그야말로 금기 중의 금기인 근친상간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화수와 미수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은 해령의 이성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었다.

“난, 엄마. 어려서 부터 아빠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게 너무 싫었어. 그래서 조금이라도 엄마가 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됐어. 그래서 밥도 설거지도 빨래도 다 내가 하려고 했어. 기억나?”“그래 우리 미수가 엄말 정말 많아 도와줬지. 화수도 아주 잘 돌봐줬고.”해령은 아득히 먼 일처럼 느껴지는 옛일을 떠올리며 잠시 미소를 띠었다. 미수와 화수는 그야말로 엄마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하고 따르며 잘 커준 고마운 아이들이었다.

“그 때였어. 난 엄마가 화장실에서 문을 잠그고 그걸 왜 하는지 그리고 그게 엄마가 너무 힘들어 하는 일이라는 거, 그걸 알게 됐어.”

“....미수야, 엄마도 여자야. 그렇게라도..”“알아, 엄마니까 우리 엄마니까 그런 식으로 풀었다는 거, 다른 사람이라면 아마 바람을 피웠겠지. 어쩌면 우릴 버리고 떠났을지도 모르고.”해령은 미수가 다시 보였다. 딸은 어느 순간부턴 함께 인생을 만들어가는 친구라더니 그 말이 맞나 싶었다. 또 이렇게 내 딸이 속이 깊었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고맙구나, 엄말 이해해줘서.”

“화수도 그래, 나만 그런 엄마를 지켜본 게 아냐. 화수도 그런 아빠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고 항상 울곤 했다고.”

“화수도 엄마가 화장실에서 그걸 하는 걸 알았니?“

“응, 그때 그랬던 게 지금 이렇게 나타났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내가 먼저 화수를 내 방으로 데려간 거야.”

“하지만 미수야, 너랑 화수는 그래서는 안 돼 잖아.”

“알아, 하지만 그건 정상적인 사람들이나 지키라고 해! 난, 우린 아니 화수는 난....”

미수의 말이 엉켰다. 속에 담은 얘기를 시원하게 꺼내고 싶었지만 도덕이라는 관념의 벽이 그런 미수의 마음을 가로 막고 있었다.

“미수야....”

해령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미수를 바라봤다. 어찌 미수의, 자신의 분신인 딸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저간의 몇 마디 말로도 미수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허락해선 안 될 일이었다.

“아냐, 엄마. 지금 내가 이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내가 화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걸 말하려고 하는 게 아냐.”“그럼? 무슨..”

“엄마, 생각을 해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미수의 말엔 뭔가 엄청난 그림자가 숨어 있었나보다. 마음을 좀처럼 숨기지 않는 미수가 이렇게 핵심의 언저리를 돌고 있다. 뭔가 더 충격적인 내용이 있다는 반증이다.

“....뭐니? 엄마는 너무 충격이라....그냥 말해.”

해령은 내심 두려움을 감추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래도 저래도 자신의 아이들 일이다. 감당하지 못할 일은 없다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엄마....화수가 엄마....방문 앞을 서성인다고, 엄마가 그걸....자위를 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안방 문 앞에서 날마다 귀를 기울인다고, 화....수가 엄마를 여자로 보는 거라고.”

“!....미....미수야!”

“그래서 내가 엄마 대신 그런 거라고, 그렇게라도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나도....화수가....화수를 마음에 담고 있으니까.”

미수의 말은 담담하게 이어졌다. 모든 걸 내 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져서 일까, 참으로 하기 힘든 말이었음에도 처음의 떨림은 더 이상 없었다.

그저 화수를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 순간의 충동이 아니라는 걸 엄마가 알아줬으면 싶었다. 엄마가 말린다고 해서 지신의 마음이 바뀔 것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했다.

“엄마를 사랑한다고....화수가....”

“아니....미수야 하지만 난....난..”

“엄마.”

“으....응?”

“당황스럽고 충격이겠지만 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이건 안 돼는 일이야, 미수야.”

해령은 애서 이성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왜 자신에게만 계속해 시련이 끊이질 않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기 까지 했다.

“맞아, 안 돼는 일이야. 그냥 평범한 집이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미수의 어조엔 지괴감 같은 것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고스란히 해령의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 들었다.

“아빠라는 사람이 엄마에게 어떻게 했는지 우리는 모두 보고 자랐어, 나도 화수도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빠가 너무 싫었어, 나중엔 그만 아빠가 빨리 죽어줬으면 싶었으니까....그래서 그랬을 거야, 너무 지켜주고 싶으니까 너무 사랑하는 엄마니까, 이제 아빠가 없으니까....아빠 대신이고 싶으니까....더 이상 엄마가 홀로 내는 신음이 싫으니까....”

기어코 미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눈물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동생 화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녹아 있었다. 미수의 마음을 가로막고 있던 둑이 무너지는 눈물이었다. 28년 동안 쌓기만 했던 둑이 터져 내린 것이다.

“엄마, 화수는 엄마를 사랑하는 게 확실해, 그것도 남자로서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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