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집안 이야기, 그 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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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0,892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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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며칠 후 교무실에서 담임선생이 그를 호출하는 것이었다. 평소 말썽이 없는 그가 교무실에 호출된다는 것은 그로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던 일이었다.

 그가 교무실에 도착하자 무슨 일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석구란 녀석이 자기 엄마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목발을 짚고 나타나 있었던 것이었다. 그로서는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

 “저 녀석이 우리 애를 이렇게 때려 다리를 뿌러트린 녀석이군요!”

 그 곁에 있던 사십대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선생님, 우리 아이 다리가 글쎄 복합 골절이래요. 복합골절!”

 그의 엄마는 교무실에서 째지는 목소리로 큰 소리를 쳤다.

 “우리 애가 이렇게 되도록 당신네는 뭘하는 거요?”

 그의 아버지도 담임선생에게 막 되먹은 말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동대문구의 구 의원인 서석훈 의원이라는 사람이었다.

 정용은 자기가 그랬다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뭐해 그냥 쭈삣거리기만 했다. 담임선생은 그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나 담임도 이미 부모를 부른 석구 편으로 기울어 있었다. 아마 서석구의 아버지로부터 심한 수모를 당한 것이 마음에 거슬려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정용은 속으로 “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다 있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담임은 시골에 있는 엄마라도 불러와야 이 사태가 해결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정용은 이런 사건으로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올라온다면 일생일대의 치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미 서석구의 부모는 정용을 폭행범으로 경찰에 고소까지 한 마당이었다. 경찰서에 불려가지는 않았지만 그냥 두어서는 안 될 일로 커졌고, 자칫 잘못 대처했다가는 학교까지 그만두어야 할 형편이 된 것이다.

 그런데 학교 내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확 퍼졌다.

 “석구란 놈이 목발을 짚고 나타났어”

 “또 한 방에 당했대”

 “이번에는 아주 정강이가 박살났대”

 “양아치같은 놈들도 같이 당했대”

 “이번엔 임자 만나거지 뭐!”

 “깡패 새끼들도 다 뿌러졌대”

 “아이고 깨소곰이야. 고런 녀석들이 이번 기회로 확 뿌리가 뽑혀야 하는데!”

 

 그날 서석구의 아버지가 연락한 종로 경찰서에서 몇 명의 형사가 학교로 찾아와 정용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갔다. 경찰은 정용의 이야기를 듣자 그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진실로 믿어 주었다. 그러나 고소인이 고소인인지라 며칠간 말미를 줄 터이니 생각을 잘해보라고 하였다. 서석구의 아버지가 동대문의 구의원이므로 그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경찰서에서도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고 말하였다. 정용은 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그놈들이 먼저 덤빈 것이고, 자신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지나지 않는데, 자기는 안 다치고 지 놈들이 다쳤다고 고소, 고발하는 웃기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처신할지 몰랐다. 이런 것을 보면 등치는 커다랗지만 정용은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하였다.

 

 바로 그런 사건이 난 토요일 오후가 되었다. 그는 약간 늦은 시간에 삼청동 집을 찾았다. 그가 도착하니 부인과 두 딸인 지연과 지영, 제인은 이미 자리에 와 있었다. 그들은 정용은 시무룩한 얼굴을 보며 무슨 일이냐며 걱정을 했다. 정용의 얼굴에 공연히 근심스러워진 부인은 그의 시무룩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

 정용은 부인에게 자세한 이야기는 덮어두고 간략하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 하였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제인이 불쑥 이야기에 끼어 들었다.

 “안돼, 그런 녀석들은 그냥 두면 절대 안 돼!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해!”

 제인이 정용의 사건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다.

 그러자 그녀는 정용에게 자초지종에 대해 시시콜콜 물어 보았다.

 제인은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서, 딱 한 대 밖에 안 때렸는데 그 녀석 다리가 뿌러졌다는 거네?”

 정용은 희미하게 웃으면서 “그런 셈이 됐네요” 라고 대답하였다.

 

 “와, 대단해, 정말 대단해 --- ”
 아가씨들과 부인은 이구동성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하는 수 없이 정용을 제인에게 사건의 전말을 시시콜콜하게 털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 청년들도 어디가 뿌러졌든지 한 군데씩은 나갔을 거란 말이네 --”

 부인이 말을 거들었다.

 “그래? 그럼 내가 종로 경찰서로 사람을 보낼 거야. 넌 걱정 하지 마”

 제인은 진짜 한국 사람처럼 한국말을 능숙하게 말하면서 정용을 다독거렸다.

 그러자 삼청동 부인이 말을 했다.

 “내가 니네 학교로 찾아가면 안될까? 이번 기회에 내가 니 엄마라고 하고 말야!”

 그러자 옆에 있던 두 딸들이 박장대소하며 말을 건넸다.

 “엄마, 그래 봐요. 그러면 정말 재미있을 거야!”

 그러자 정용을 오히려 그런 관심이 걱정되었다.

 “학교 애들은 우리집이 촌인 거 다 아는데 ---”

 “괜찮아. 그럼 내가 네 엄마라고 하지 않고, 이모라고만 할꺼야. 그러면 되겠지?”

 정용도 자기가 처한 처지가 곤란하였으므로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인은 즉각적으로 미국 대사관 직원 중의 수사 담당관을 종로 경찰서에 보내기 전에 종로와 동대문 근방의 동네 양아치들을 수소문해 보라고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제기동에 있는 조그만 정형외과에 세 명의 불량배들이 누워 있는 것을 손쉽게 찾아 낼 수 있었다. 그들은 석구가 살고 있는 동네의 선배들이었지만 그보다 석구 아버지의 선거 운동을 도왔던 양아치들이었다.

 미 대사관 수사관은 이들의 증언을 녹취하여 종로 경찰서로 찾아갔다. 종로 경찰서장은 갑자기 들이닥친 미 대사관 수사관의 등장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곧 k 중학의 정용을 찾아간 형사들이 경찰서장 방으로 불려 들어갔다. 이들은 미 대사관 수사관의 녹취한 불량배들의 증언을 듣게 되었다.

 “거, 사람들 못 쓰겠구만!”

 종로 경찰서장은 자기 앞에 머리를 조아린 부하인 담당 형사에게 대놓고 핀잔을 주었다.

  

 쬐맨한 중학교 1학년짜리 양아치 때문에 망신을 당한 종로 경찰서 형사는 자기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서석구의 아버지인 서석훈 의원을 큰 소리로 불렀다.

 “서 의원, 당신 아들 말이 맞는 거요?”

 서석훈 의원은 종로 경찰서의 형사가 화가 나서 큰소리로 물어보자 뭐가 잘못됐다는 걸 대뜸 눈치챘다. 그는 구 의원 당선 때에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선거에 임한 경우가 많았고, 자연히 범죄의 경계선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형사가 큰소리를 치자 뭔가 잘못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자였다.

 

 “김 형사님 --- 뭐가 -- 잘못된 것이라도?”

 “아니, 이 사람이, 당신 아들 얘기가 맞냐구?”

 형사는 구 의원을 상대로 이미 거의 반말로 지껄여갔다.

 서 의원은 속으로는 ‘이런, 씨부랄 새끼가 -- 어디 형사 나부랭이가 감히 반말을 -- ’ 하며 인상을 확 찌푸렸지만, 잘못된 것이 정말로 분명하다면(그럴리는 없지만) 함부로 말을 지껄였다간 더 힘들어질 것이므로 화를 꿀꺽 참으며 다시 한 번 참고 말을 받았다.

 “아니,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럼 우리 애 발이 저절로 뿌러진 거란 말이요?”

 그러자 종로 경찰서 형사가 큰 소리를 쳤다.

 “이 사람이, 증거가 있는데 -- 무슨 -- 정 그러면 당신 아들하고 당신하고 종로 경찰서로 출두하쇼”

 서 의원은 바쁜 마당에 무슨 출두냐고 불평하려다가 덜컹하며 먼저 상대방이 전화기를 놓는 소리만 들었다. 이런 형사들의 태도에 속이 확 상하였다.
  "이번 일만 끝내면 이 새끼들을 어디 저 멀리 강화같은데로 전근을 보내 버려야지!"
  그는 이런 생각까지 해보았다. 
  그러나 그는 아들을 철석같이 믿어서 확실하게 물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뭐 별일 있으랴 좀 뭐하면 종로경찰서장에게 적당히 부탁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다음날 아침 종로경찰서에 혼자 출두하였다.

 

 그 다음날 혼자 종로 경찰서에 출두한 서 의원은 종로경찰서 서장 얼굴을 보고 면담을 하기는커녕 담당 형사들로부터 망신만 실컷 당했다.

 “아니, 서 의원. 당신 아들이 먼저 그 학생을 괴롭히려고 덤벼들었다가 반격을 당한 거라는데?”

 “그것도 한, 두 놈이 아니라 동네 깡패 네 놈이 겨우 중학생 한 명을 못 당해서 실컷 두들겨 맞고 동네 병원에 누워 있는 걸 마 수사관이 찾아냈다는 거 당신 알아요?”

 본래 깡패는 셋이었지만 넷이란 말 속에는 당신 아들도 깡패 아니냔 비아냥이 형사의 말속에 숨어 있었다. 그런데 깡패 얘긴 서 의원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일이 --- ”

 그러자 형사 한 명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사람이, 서 의원! 그럼 우리 서장님이 거짓말한단 말이요? 게다가 이런 사건을 우리한테 직접 말씀하게 했단 말이요?”

 서의원은 어디서부터 일이 꼬여서 어떻게 된 것인지 도대체 자초지종을 알 길이 없었다.

 그건 그가 아내가 꺼낸 말과 아들의 말을 무조건 믿고 경솔하게 학교로 들이닥친 데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 없었다. 게다가 형사들이 제시하는 녹취한 증거물을 보자 진술하는 그 녀석 중의 하나는 자기 밑에 있는 의원 사무실 직원 중의 하나였다. 어쩐지 이 녀석이 출근하지 않는다 했더니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진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그가 녹취된 음성을 다 들으니 자기 아들의 요청에 의해 중학생 한 명을 혼내주러 갔다가 오히려 그 중학생에게 두들겨 맞고 왔다는 얘기였다. 이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할 이야기였다. 서 의원은 한숨을 쉬며 자기 시무실로 돌아가려고 밖을 나서는데 한 명의 다른 형사가 툭 던지며 말했다.

 “서 의원님, 행여나 --- 그 학생 다시 해꼬지하려면 우리한테 먼저 말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서의원은 돌아가면서 의아하게 물었다.

 “아니? 왜요?”

 그는 그 이유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선지는 몰라도 바로 당신 아들 사건 때문에 미 수사 당국이 떴어요”

 한국에서 60년대 초반 미국의 영향은 지대했다. 모든 정치가들이 미국의 영향을 받았고, 미국의 도움 없이는 아무런 일도 못했다. 그 땐 미국 경제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밥도 못 먹던 시절이었다. 밤술이라도 먹으려면 어떻게 됐든 미군이나 미국과 관련된 일을 해야 했다. 이런 처지에 미 수사당국의 눈초리를 받는다면 구의원에서 시 의원, 도 의원으로 출세하려는 그에게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었다. 서 의원은 등골이 서늘했다. 자기 아들 녀석이 급우 한 명 잘못 건들인 것이 이렇게 자기의 출세길을 막는 방향으로 흘러갈 줄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날 삼청동 집의 미부인은 양장을 아주 곱게 차려입고 k 중학에 방문하였다.

 정용의 담임은 아름다운 미부인을 보자마자 정신을 놓고 말았다. 예쁘고 고운 삼청동 부인은 아주 간단하게 자신이 정용의 이모라고 소개하고 정용이 먼저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그 서 뭐라고 하는 녀석이 먼저 찝적댄 것이고, 우리 아이는 정당방위로 대항한 것이므로 잘못한 것이 없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담임선생에게 간략하게 말하고는 휙하니 가버렸다.

 담임 선생은 그러지 않아도 정용과 석구란 녀석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갑자기 녹녹치 않아 보이는 부인이 나타나 ‘정 뭐하면 미군 부대 수사관에게 수사를 의뢰하고자 한다’고 언질을 남기자 힘이 쭉 빠지는 것이었다. 담임선생은 석구란 놈이 정용을 잘못 건드렸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걸 알게 됐다. 그 미 부인은 보통 엄마들이 담임에게 건네주는 촌지는 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집에 와서 정용에게 이렇게 말했다.

 "니네 담임이 나한데 잘 보였으면 봉투 좀 줄려고 했는데 -- 꼬라지가 아주 틀려먹었더라. 얘.”

 

 담임선생은 누구 얘기가 옳은지 잘 알 수 없었지만 평상시 말썽을 피우던 아이는 서석구란 놈이었고, 반에 있는 학생들은 은근히 정용 편을 드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먼저 잘못을 저지른 애가 서석구란 확신이 있기는 했지만, 동대문구의 의원인 아버지의 영향과 그의 엄마로부터 적지 않은 액수의 촌지 봉투를 받아왔기 때문에 촌놈인 정용에게 뒤집어씌우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이 미모의 귀부인이 방문하여 이모라고 하자 그만 생각이 달라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저번에 석구 엄마로부터 받은 촌지는 돌려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 골머리가 쑤셨다.


 다음날 종로경찰서에서 형사가 학교로 찾아왔다. 형사는 담임을 부른 것이 아니라 교장실로 직접 들어갔고, 담임선생은 형사들 있는 앞에서 교장선생에게 불려가 혹독한 핀잔을 듣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니 담임선생이 어떻게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거요?”

 그는 교장에게 무능력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 후 담임선생은 정용을 부르지도 않았다.

 이 일로 정용을 깊이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힘이 있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아주 단순한 원칙이었다. 이 날 방과 후 정용은 혼자서 서석구가 누워 있다는 정형외과 병원을 찾았다. 병실에는 그와 그의 부모가 같이 있었다. 정용이 병실을 찾자 그를 본 석현은 그만 안색이 새파래졌다. 정용은 그의 곁에 있는 부모와 그에게 딱 한 마디만 말하였다.

 “너, 다 낫고 나서 보자”

 그러나 정용은 석구의 부러진 다리가 낫고 나서도 그를 볼 일은 없었다. 석구는 더 이상 k 중학을 다니지 않게 되었다. 그 일이 벌어진 후 석구란 녀석은 다른 중학으로 전학을 가버렸다. 그것은 석구에게도, 정용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석구의 부모들은 정용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의 배후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k 중학에 석구란 녀석을 그냥 두었다간 급우들과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나중 어떤 꼴을 어떻게 당할지 몰라 황급하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 버리고 말았다.

 

 그 다음 주 토요일 새벽, 정용은 뿌연 아침 안개 속에 성균관에 나가 운동을 하였다.

 김 교수는 이제 호권의 정수를 가르쳐주기 시작하였다. 석구란 녀석과의 사건 이후 정용은 호권이 무서운 권법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와 함께 헌원기공의 호흡법으로 인해 호보도 점차 실력이 늘어갔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김일범 교수는 한적한 성균관 뜰에서 그와 함께 땀을 흘렸다. 운동을 끝내고 삼청동 집으로 갔다. 제인도, 대학생 누나들도 외출하여 들어오지 않았는데, 부인이 나와서 땀 냄새가 진동한다면서 목욕을 하라고 했다. 목욕탕에 들어가니 따뜻한 목욕물과 함께 창가에 뿌연 김이 서려 있었다.

 60년대 한국에서 집안에 목욕 시설이 있다는 것은 엄청 부잣집이 아니면 보지 못할 광경이었다. 정용은 훌훌 벗고 욕조에 들어갔다. 커다란 욕조에 앉자 따뜻한 물이 가슴팍에 올라왔다. 시골에서는 집에서 목욕을 하려면 부엌에서 가마솥에 물을 붓고 불을 땐 후 물을 데워 놓고 큰 고무 다라에 적당량을 붓고 가만히 앉아서 찰박찰박 씻던 예쁜 엄마 생각이 났다.

 

 그나마 정용은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국민학교 4학년이 이후 지금까지 찬물로 대강 씻는 게 고작이었지 이렇게 더운 물로 목욕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용이 목욕을 마친 후 벗었던 속옷을 다시 입고 나오자 부인은 새 속옷과 바지와 티셔츠를 내주며 갈아입으라는 것이었다. 속옷과 바지와 티셔츠는 아주 새것이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딱 맞는지 자로 잰 것 같았다. 정용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아, 다 네 돈으로 산거야.”

 부인은 싱그럽게 웃으며 정용에게 말했다. 부인이 아름답게 웃는 모습에 정용은 그저 황홀했다.

 정용이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자 제인과 두 대학생 지연, 지영 누나들이 들이 닥쳤다.

 이들은 정용을 보자 한마디씩 했다.

 “용이 핸섬해졌어!”

 “너무 멋져!”

 정용은 그녀들의 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곧 제인은 수업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맞추어 장면을 진행하였는데, 이 영화는 춤과 음악이 곁들여 있기 때문에 제인은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 영화에 쓰이는 음반을 가져와 전축에 걸었다. 마리아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정용은 제인과 함께 대본의 대사를 돌려가며 읽었다. 두 대학생 누나도 곧 대본 읽기에 참가하였다. 처음에는 그냥 읽기만 했는데 제인이 몸을 움직여 가벼운 댄스를 추기 시작하자 두 누나도 엉덩이를 들썩이며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집 주인인 삼청동 마나님은 주방에 들어가 샌드위치 등의 가벼운 음식을 요리하여 들고 들어와 먹기 시작하였다. 곧 영어 회화 수업 시간은 파티 시간으로 바뀌었다. 제인은 자기 가방에서 위스키를 꺼냈다. 조니워커 블랙이었다. 큰 누나는 위스키를 보자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왔다. 제인은 얼음 위에 위스키를 부으며 ‘언더 락스(on the rocks)’라고 말하였다.

 큰 누나가 한 잔을 들이키자 작은 누나도 한 잔 달라고 했다. 두 딸이 위스키를 먹는 것을 보자 삼청동 마나님도 한 잔 달라고 하였다. 마나님이 독한 위스키를 마시자 대번에 하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제인이 역할을 바꾸라고 하자 마리아 역을 맡은 작은 누나는 싫다고 하며 정용 곁에 다가와 입술을 마주대며 뽀뽀를 하였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지며 서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 시작했다. 모두 술 기운이 돌았다. 그러자 갑자기 여인들끼리도 입술을 부딪쳤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세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부딪치는 장면이 많을 수밖에 없는 대본이었다. 모두 다 술기운이 많이 작용하였겠지만 다섯 명이 모두 얼굴이 발그레 하여 붉어진 채로 깔깔 웃으며 즐겁게 연기하는 데 집중하였다.

 

 한참 동안 연기를 한 뒤 소파에 기대어 음식과 술잔을 나누며 휴식을 취했다.

 어느새 제인이 가져온 조니워커 블랙 라벨 한 병이 다 비워졌다.

 대학생 지연 큰 누나가 주방에 가서 귀한 거라며 ‘발렌타인’이라고 쓴 양주 한 병을 더 가지고 왔다.

 “엄마, 따도 돼지?”

 대학생 누나는 마나님에게 묻자 마나님은 “그래 오늘 한 번 실컷 취해보지 뭐”하며 선선히 승낙하였다.

 

 정용은 처음 먹어보는 술에 그만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였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운동을 해 온 그가 이렇게 해롱해롱하기는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여자들은 가끔이지만 술을 먹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모두 다 정신만큼은 말짱한 것 같았다. 그는 혼자 소파에 기대었는데 대학생 큰 누나가 역할이 바뀌었다며 그에게 다가와 뽀뽀를 하는 것이었다.

“이제 내가 마리아야!”

그러면서 그녀는 그의 입 속으로 자신의 혀를 쑥 밀어 넣었다. 깜짝 놀란 정용은 ‘어마, 뜨거라’ 하며 누나를 밀치려는데, 큰 누난 정용을 꽉 껴안고 진한 키스를 해대었다. 정용은 갑작스러운 키스에 정신이 혼몽해지면서 아랫도리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그로서는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용은 대학생 큰 누나를 마주 안고 키스를 하는데 돌아보니 나머지 세 명이 모두 다 키스하는 둘을 쳐다보고 깔깔 웃고 있었다. 민망해진 정용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물인 줄 알고 옆에 있는 잔을 들이켰는데, 그만 독한 양주가 한 가득 들어 있었다. 그는 뱉지도 못하고 그만 숨을 죽이고 들이키고 말았다. 다시 정신이 어질어질해졌다.

 

 이번에는 제인이 ‘나도 한 번 해 볼테야!’ 하면서 정용에게 키스를 해왔다.

 그녀는 대담하게 입술부터 깊숙하게 맞추며 혀를 내밀며 빨아당겼다. 정용은 제인의 키스에 다시 한 번 좆 끝이 짜르르 하는 충격을 받았다. 키스를 하면 왜 몸이 이렇게 황홀하게 풀려버리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제인은 몸이 풀려버린 정용을 껴안으며 혀끝을 쪽쪽 빨아 주었다.

 

 정용도 술기운으로 그녀의 끌어안고 혀를 마주 대하며 쪽쪽 빨아댔다.

 그녀의 풍만한 젖무덤이 가슴에 뭉클 느껴졌다.

 삼청동 마나님 한 사람만 빼놓고 한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젊은 아가씨들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핑계 삼아, 또 조니 워커와 발렌타인이란 독한 양주의 힘을 핑계 삼아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정용은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아가씨들과 진한 키스를 나누며 키스의 묘미를 터득하게 되었다. 키스를 하자 저절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나이 어린 대학생 작은 누나가 다시 용에게 키스를 해왔다. 바로 전에 제인과 키스를 한 용은 작은 누나의 키스가 확실히 서투르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처음하는 자신 보다는 잘 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키스로 인해 맥이 탁 풀리면서 술 기운이 온몸에 퍼졌다.

 정용은 ‘아 조금만 기대어 있을 꺼야’라고 생각하면서 소파에 몸을 뉘었다. 그러나 소파에 몸을 뉘이자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혼곤하게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정용이 잠을 깨고 보니 이른 새벽이었다. 어렴풋하게 푹신한 침대의 느낌과 아릿한 향수의 냄새와 달콤한 젖 냄새 같은 것이 그의 코에 아질아질하게 느껴졌다. 한 번도 남의 집에 가서 자 본적이 없는 그가 눈을 슬며시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한 번도 자기가 있어 본 적이 없는 그림들이었다. 하얀 침대와 푹신한 이불, 밝은 무늬의 천장, 눈을 떴지만 그는 무슨 상황인지 도대체 파악이 되지 않았다.

 

 “아, 왜 내가 여기서 자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자기 옆에 부드럽게 물컹한 것이 만져져 고개를 돌리니 자기 곁에는 마나님이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아마 누군가가 술에 취해 잠든 정용을 마나님 침대에 옮겼다가 잠이 들자 그냥 둔 모양이었다.

 

 엊저녁 처음으로 먹은 술이 높은 도수의 양주인데다가, 그가 취해 소파에 누워버리자 여자들이 그를 이 침대에 데려다 뉘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그의 겉옷을 벗기고, 속옷도 벗긴 채 그냥 잠옷만 입혔다. 상황이 어느 정도 파악되자 갑자기 불알이 탱탱해지며 쉬가 마려웠다.

 거실로 나오자 엊저녁 먹던 술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화장실에 가서 커다란 좆을 꺼내 들고 시원하게 오줌을 눈 뒤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속이 다 시원해졌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까치발을 하고 마나님 침실로 다시 들어갔다. 마나님이 주무시고 계신 것을 깨우는 것 같아 침대 모서리 앉아 양말을 신으려는데, 마나님이 인기척을 내며 그를 향해 돌아 눕는다.

 “아직 이르니 좀 더 자렴!”

 마나님은 이불을 들치며 그에게 이불 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셨다.

 정용은 무안했지만 마나님의 요청에 수긍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좁은 이불 속에서 서로를 마주보는 형태가 되었다.

 마나님의 향기로운 몸 냄새가 정용의 코를 찌르자, 정용은 다시 어질어질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나님은 샤넬이란 향수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그 냄새가 배어있다고 한다. 새벽 잠자리에서 마나님은 정용에게 시시콜콜 물어왔다.

 엄마는 누구인지, 가족은 누가 있는지, 아버지가 왜 사라졌는지? 게다가 운동 잘 하지 공부도 잘하지, 거기다가 영어까지 잘하니, 넌 왜 그렇게 못하는 게 없냐고 물으면서 양 아들을 삼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모로 누워 이야기를 하려니 불편을 느꼈다. 그러자 마나님이 먼저 팔을 내 주면서 팔베개를 베라고 권하였다. 정용은 마치 엄마의 팔을 베는 것 같이 포근하긴 했지만, 이미 정용은 등치가 큰 남자가 되어 마나님의 팔베개를 베기엔 마나님의 손이 작다고 할까, 아니면 그가 너무 커 버렸다고 할까. 정용은 그럴 바엔 자기 팔을 베도록 내어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마나님에게 왼 손을 내주며 팔베게를 해주자 마나님이 얼싸 좋다고 폭 안겨 오신다.

 비록 나이가 든 마나님이지만 정용은 난생 처음으로 여자의 몸을 안고 냄새를 맡으니 대번 아랫도리가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마나님에게 부풀어 오른 아랫도리가 닿으면 민망해질 것 같아 엉덩이를 슬쩍 뒤로 빼는데 마나님은 그의 동작을 대번에 눈치채었다.

 마나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 나, 어제 네 옷 벗기면서 다 봤어”하면서 그의 몸을 끌어 당겼다. 그러면서 마나님의 오른쪽 허벅다리를 그의 다리 위로 천연덕스럽게 철석 얹는 것이었다.

 “안 무겁지?”

 “예”라고 대답은 했지만, 마나님이 그의 허리를 바짝 끌어 당겼기에 정용의 좆 끄트머리가 이미 마나님의 허벅다리 안에서 단단하게 성을 내고 있었다. 그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속옷도 입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좆 대가리가 마나님의 허벅다리 맨살을 부비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이미 팔베개를 해 준 상황이라 마나님의 입술은 얼굴에 닿을 지경이었고, 거칠어진 그의 숨결이 마나님의 뽀얀 목덜미 위로 훅훅 불어 넣어지는 형국이 되었다. 정용이 팔베개를 해 준 손은 어쩔 수 없어 그대로 두고 오른손으로 마나님을 껴안자 그의 손은 자연스럽게 부인의 허리 아래로 쏠린다. 큰 엉덩이가 물컹 만져진다. 어마 뜨거라 싶어 손을 앞으로 하니 이번에는 그녀의 젖무덤에 닿는다. 실크 속옷 사이로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손끝에 느껴진다.

 마나님은 그의 얼굴 위로 향기로운 숨결을 불어 넣으며 말하신다.

 “너, 엊저녁에 나만 쏙 빼놓고 입 맞춘 거 잘 알지?”

 그렇게 말하면서 마나님은 향기로운 숨결을 내뱉으며 그의 입술을 열고 혀를 밀어 오신다.

 정용은 갑자기 좆 끝이 짜르르해지면서 엄청 팽창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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