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 O ' STORY - 03 / 20 for 풋사랑 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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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2,595회 작성일 17-02-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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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로와시의 연인들 > 03 / 20

"피에르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쟌느가 말했다.
"왜, 피에르를...?"
"너를 쇠사슬에 묶어둬야 되거든."
O는 얼굴에서 피가 빠져 달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일을 왜 하는 거지?"
하고 O가 물었다.
"어쨌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돼."
하고 쟌느가 대답했다.
"하지만 너는 행복한 편이야."
"행복한 편이라니, 뭐가?"
"너를 여기에 데리고 온 사람이 애인이라면서?"
"그래."
"그러니까 그만큼 혹독하게 대해 줄 거야, 누구든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어......"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거야, 피에르를 부르겠어. 우리들은 내일 아침에 다
시 올 거야."
앙드리가 미소를 지으면서 나갔다. 이어서 쟌느도 따라나가다 말고 O의
가슴을 애무했다. O는 깜짝놀라 침대 쪽으로 물러났다. 욕실에 들오갔을
때, 젖은 가죽으로 만든 목걸이와 팔찌를 제외하고는 자신은 실오라기 하
나 몸에 걸치고 있지 않은 알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잘 생긴 아가씨."
하고 말에 딸린 하인이 들어왔다. 그는 O의 양손을 쥐고 한쪽 팔찌의 고
리를 다른 팔찌의 고리에 연결해 O의 두 손을 결박한 후에 다시 팔찌들을
목걸이에 달려있는 고리에 연결했다.
두손이 목 높이까지 들어올려졌기 때문에 마음을 모아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는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늘어져 있는 쇠사슬을 벽에 붙박
혀 있는 고리를 거쳐서 목걸이에 연결기키기만하면 되는 것이다.
그는 쇠사슬의 한쪽 끝이 걸려 있는 갈고랑이를 벗겨내 잡아당겨서 쇠사
슬이 길이을 짧게 했다. O는 침대머리 쪽으로 이끌려져 눕혀졌다. 쇠사슬
이 고리 속을 지나면서 쇠 부딪치는 소리를 내고 팽팽하게 됐기 때문에 이
젋은 처녀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베드 위로 국한되었다. 기껏 베갯멀리
양쪽에 서는 것이 고작이었다.
쇠사슬이 목걸이를 힘차게 뒤쪽으로 잡아당기는 바람에 두 손은 무의식적
으로 그것을 앞쪽으로 잡아당기게 되었다. 일종의 인력 관계가 형성되어
합장한 손은 왼쪽 어깨 쪽으로 잡아당겨져 균형을 취하게 되면서 당연히
머리도 그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하인은 O의 몸에 검은 이불을 덮어주기 전에 잠시 동안 O의 두 다리를
가슴께로 깊이 구부리고 O의 허벅지 사이를 음미했다. 그러나 그 행동뿐으
로 몸에는 손을 대지 않고 말도 걸지 않고 방 안의 불을 끄고 그대로 바깥
으로 나갔다.
암흑과 정적속에 혼자 내버려져 왼쪽 어깨를 아래로 하고 잠자는 자세를
취한 O는 두장의 두툼한 모피에 짓눌려 옴쭉달싹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더위마저 느낄 정도였다. O는 마음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공포심에 어떻
게 이런 달콤한 생각이 접근할수 있을까, 나에게 공포심은 이토록 감미로
운 것일까 하고 자문해 보았다.
무엇보다도 참기 어려운 것은 두손을 마음대로 사용할수 없다는 것이었
다. 만약 두손이 자유롭다면 몸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 않
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자신은 정말 몸을 지키고 싶었던 것일까?)

손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자신을 빼앗으려 하는 손과 몸을 관
통하려는 육신을 밀쳐내려고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 것이고, 또 채찍질로부
터 허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지 강구하려 했을 것이다.
자신의 몸뚱아리는 자신의 손과 완전히 분리되었다. 모피 속에 있는 자신
의 몸뚱아리는 스스로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두 무릎과 아랫배의 소중한 곳에 손을 대서 상태을 확인할 수도 없으니
정말고 기막힌 일이다.
자신의 두 다리 사이에 있는 입술에 불이 붙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
이다. 그 입술은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가리지 않고 문을 열어 잇바디를
보여 주어야 하는 신세로 탈바꿈해 버렸다.

방에 딸린 하인이라는 피에르도 그 생각만 있었다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욕심을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O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도, 다른 사람한테 벌
어진 일을 편안한 마음으로 관찰하고 있는 듯한 자신의 태도에 깜짝 놀라
고 말았다.
내 뒤를 두, 차례나 범한 사람은 그 네 남자중 누구일까? 두 번 다 똑같
은 인물이었을까? 혹시 애인이 아니었을까? 무엇 하나 딱 부러지게 알아낼
수 없는 사정에 O의 마음은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지고 말았다.
O는 배를 움찔거려 드러누운 자세를 바꾸고 애인이 자신의 허리를 어루
만져 준 이외에는 한 번도 그곳에 손을 대지 않았던 일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면서도 그 짓을 한 게 애인이었다면 하고 O는 진심으로 빌고 싶었다.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아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O는 택
시안에서 거들과 패티를 벗고 스타킹을 무릎 위까지 끌어내리게 한 그 남
자의 손을 생각해 보았다.
그 이미지가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에 두 손이 결박돼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무의식중에 쇠사슬 소리가 나게 했다. 하지만 그 고통의 기억
이 O에게 있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하찮은 일이었다면, 왜 채찍을 떠올리고
채찍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고 채찍이라는 이미지를 되살리는 것만으로 심
장이 두근거리고 공포에 질려 눈을 감아버릴 정도가 된 것일까?
O는 그런 일들을 그저 무섭다는 식으로만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갑
자기 패닉현상과 같은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쇠사슬을 잡아당겨 침대위
에 서서 복부를 벽에 꼭 밀착시켰다. 그리고 찰싹 찰싹 상사의 채찍질을
당했다.
'채찍으로 맞는다.'는 말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피에르에
게도 얻어맞게 된다고 쟌느가 말했었다.
'하지만 너는 행복한 편이야.'하고 쟌느가 몇번씩 되뇌였었다. 그리고 매운
혹독한 대접을 반을 거라고도 했다. 도대체 그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
까?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은 목걸이와 팔찌에 연결돼 있는 쇠사슬 감각뿐
이었다. O의 몸은 정처없이 떠돌기 시작했다. 언제가는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O는 잠속으로 미끄려져 들어갔다.

여명이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변함없이 어두컴컴했다. 추의가 더해질 무렵
에 피에르가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가 욕시의 등을 켰다. 문을 그대로 열어두었기 때문에 O가 드러누워 있
는 베드의 한가운데까지 문틈을 따라 사각으로 변한 불빛이 날아왔다.
피로에 지친 몸을 힘겹게 가누면서 이불을 들오올렸다. 피에르는 아무 말
고 하지 않고 그 이불을 휙하니 제쳐버렸다. O는 왼쪽 어깨를 아래로 하고
드러누워서 얼굴을 창 쪽을 향하고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있었다. 이불이
벗겨지면서 모피 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새하얀 엉덩이가 피에르의 시선
을 움직이지 못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피에르가 O의 머리를 베게에서 들어올리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자아, 일어서시죠."
쇠사슬에 연결된채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무릎을 꿇고 일어나려고 하
자 피에르가 팔꿈치를 잡고 완전한 자세로 설 수 있게 도와주는 바람에 O
는 벽에 기댈 수가 있었다. 침대가 거무틱틱하기 때문에 그 위에 와 닿는
빛의 반사광선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자신의 몸뚱아리는 빛을 받아도 피에르의 몸동작은 잘 알아볼 수
가 없었다.
쇠사슬을 갈고랑이에서 풀어 다른 고리에 걸려는 것일까?
O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쇠사슬이 잡아 당겨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O는 맨발로 침대 위에 서있었다. 피에르의 허리에 찔려져 있는
게 무엇인지 O는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채찍이
아니라 자신의 서재에서 기중에 묶일 때 가볍게 두 번 얻어맞았던 승마용
채찍이었다.
피에르의 왼손이 O의 허리에 대고 안정된 자세를 취하려고 오른발을 침
대에 걸쳤기 때문에 메트리스가 움푹 꺼졌다.
희미한 시야 속의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O는 허
리 언저리에서 타는듯한 격심한 고통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피에르는
있는 힘을 다해 채찍을 휘둘렀다. 비명이 잠잠해지는 것을 기다려 주지않
고 잇따라 네차례나 후려 갈겼다. 그 하나하나가 먼저 위치보다 조금 높게,
아니면 조금 낮게 살에 와닿아 새로운 궤적을 만들어 가도록 새심한 주위
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비명을 채 지르기도 전에, 마지막 눈물이 눈에서 흘려나오
기도 전에 그는 모든 동작을 완료한 것이다.
"이쪽을 봐!"
피에르가 그렇게 말했지만 O가 어떤 상념에 빠져 꿈쩍을 하지 않자 O의
허리에 손을 갖다돼 몸을 돌리려 했다. 그때도 채찍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손잡이가 가벽게 O의 허리에 닿았다.
O가 앞을 바라보자 피에르는 조금 뒤로 물러나 O의 허벅지 앞쪽을 채찍
으로 힘껏 후려쳤다.
피에르는 일을 끝낸 뒤 욕실에 켜둔 불을 끄고 방에서 나갔다. O은 어둠
속에서 쇠사슬에 매달려 벽에 몸을 기대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
다.
잠시 후 그 신음을 억지로 목구멍 안으로 삼키고 몸 움직이기를 포기하고
벽에 온몸을 의지했다. 푸근한 느낌이 드는 벽포가 채찍에 찢겨진 피부에
상쾌한 기분을 선사했다.
O는 날이 밝을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벽에 옆구리를 대고 몸을 지탱하고
있었으므로 O는 커다란 창문을 마주 보고 있는 셈이었다. 동쪽으로 난 창
이 천장에서 바닥까지 차지하고 이었고 커텐이 없는 대신에 벽포와 똑같은
빨간 천이 양쪽에 늘어져 있었다. 그 천은 주름이 잡혀 허슬하게 끈으로
옭아매져 있을 뿐이었다.
O는 희미하게 밝아오는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 빛은 창문 아래에 무더기
로 자라고 있는 과꽃을 연무로 덮어씌우고 포플라 나뭇잎들을 환하게 미소
짓게 했다. 누렇게 탈색한 잎들이 바람도 불지 않는데 하나둘 춤추면서 정
원으로 떨어졌다. 창문 자로 앞에 엷은 보라색을 E띠고 있는 과꽃 너머에
는 잔디밭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 가장자리에는 좁다란 길이 나 있었다.
태양이 모습을 완전히 갖추었지만 O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정원사
한 사람이 오솔길을 따라 외바퀴수레를 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갈밭
위를 굴러가는 쇠바퀴 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저 정원사가 바람에 날려 과꽃 근처까지 밀려온 낙엽을 쓸어담기위
해 다가온다면, 창문이 큼지막하고 게다가 햇살을 받아 방안이 제법 밝았
기 때문에 알몸으로 쇠사슬에 묶여져 있는 자신의 모습과 허벅지에 지렁이
가 달라붙은 것 같은 채찍 자극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채찍이 살을 파고든 자국은 한껏 부풀어 있었고 빨간 벽보다도 더 짙은
시뻘건 색으로 기다랗게 달리고 있었다.
그이는 어디서 자고 있는 걸까? 밤새 일을 치르고 나서 조용하게 깨어나
는 아침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는데......
어느 방에서, 어떤 침대에서 자고 있는 걸까? 혹시 그이가 이런 짓을 사
주한 장본인이 아닐까?
O는 역사책의 삽화에서, 지금은 이미 이세상에 존재하고 있지는 않겠지
만, 수십년 수백년 전의 죄수들이 자신의 지금 모습과 마찬가지로 쇠사슬
에 묶여 채찍질 당하고 있는 참혹한 광경을 목도한 적이 있었다. 바로 그
일을 생각한 것이다.
O는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이 고통이 그이 사랑을 영원히 자
기 곁에 묶어두는 데 필요한 대가라고 하면 자신은 얼마 든지 그것을 받아
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애인을 만족시키겠다는 변함없는 일편단심으로
그저 말없이 순종하고 다시 애인의 품으로 돌아갈 때만을 기다리고 싶었
다.
여자들은 어느 누구도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았다. 방문 열쇠나 쇠사슬 의
식, 목걸이나 팔찌의 열쇠 등 어느 것 하나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
들은 누구 가릴 것 없이 세 가지 열쇠를 고리에 끼워 갖고 다니면서 각각
용도에 맞춰 문이든 목걸이든 팔찌든 마음대로 여닫고 채우고 풀 수 있었
다. 방에 딸린 하인들도 역기 열쇠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는 전날밤
야근에 들어갔던 하인이 잠을 자기 때문에 자물쇠를 따러 오는 사람은 주
인들 중 한 사람이 아니면 다른 하인이었다.
O의 방에 들어온 남자는 갈색 셔츠에 승마바지, 그리고 부츠를 신고 있었
다. O는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남자는 먼저 벽에서 쇠사슬을 풀어 O를
침대에 눕혀 주었다. 두 손을 결박한 팔찌의 고리를 풀기 전에, O가 맨처
음 작은 빨간 방에서 본, 복면을 뒤집어 쓰고 장갑을 낀 남자가 한 것처럼,
이 남자도 자신으 허벅지 사이에 손을 밀어넣었다. 틀림없이 같은 인물인
듯싶었다. 여위고 깡마른 얼굴, 위그노 교도의 초상에서 흔히 목도할 수 있
는 엄격하고 예리한 듯한 눈길, 회색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였다.
끝이 언제일까 싶을 정도로 계속되는 그의 시선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
었지만, O는 갑자기 주인들의 허리 윗부분을 올려다보아서는 안된다는 규
칙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둥지둥 시선을 거두어 들이고 눈을
감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손목을 자유스럽게 풀어준 뒤 남자가 웃으면
서 말했다.
"저녁식사 후에 징계가 있을 테니까 각오를 단단히 해두는 것이 좋은 거
야."
남자는 앙드레와 쟌느에게 잠시 말을 건 뒤 밖으로 나갔다. 두 여자는 남
자와 함께 방에 들어와서 침대 양쪽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앙드
레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베게와, 피에르가 O에게 채찍질을 가하려 왔을
때에 침대 다리 쪽으로 밀어제쳐 두었던 이불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쟌느
는 복도에서 밀고 언 바퀴 달린 테이블을 베겟머리 쪽으로 끌어당겨 주었
다. 그 위에는 커피와 밀크, 빵, 버터, 크로와상이 준비돼 있었다.
"빨리 먹어 둬."
하고 앙드레가 말했다.
"지금 9시야." 식사 후에는 정오까지 잠을 자도 돼. 벨이 울리면 점심식사
준비를 하게 돼 있어, 그리고 나서 목욕을 하고 머리를 손질해야돼, 화장과
코르세의 끈을 조여 주기 위해서 내가 올 거야."

"너는 오후에 사재에 가서 일만 하면 돼."
하고 쟌느가 말했다.
"커피나 술을 준비하고 난로불을 꺼뜨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그럼, 당신들은?"
'응 우리들은 네가 여기에 온 첫날 하루만 시중을 들어주길로 돼 있어. 그
다음에는 너도 무슨 일이든 혼자서 해야되고 주인님들을 모셔야만 돼. 우
리들끼리는 말을 거는 것도 대답하는 것도 금지돼 있어."
"잠깐만, 애기를 조금만 더......."
O가 그렇게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O의 애인이었다. 하지만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커피를 마신 듯했다. 줄무늬 파자마에
파란 모직 드레싱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그 드레싱 가운은 1년 전에 둘이
서 같이 고른 것이었다. 그이 스리퍼는 오래 사용해서 보기에 흉했다.
새것을 장만해야 될 것 같았다. 두 여자가 사뿐히 스커트를 들어올릴 때
나는 소리를 내고 - 스커트는 누구든지 질질 끌릴 정도였다. - 방에서 나
갔다. 하지만 슬리퍼 소리는 카페트에 흡수돼 버려 거의 들리지 않았다.
O는 왼손에 크로와싱을 쥐고 침대 끝에 앉아서 한쪽 다리를 가볍게 늘어
뜨린 채 흔들고 있었고 다른 한쪽 다리는 무릎을 꺽어서 책상다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추고 손에 든 커피잔을 진동
시키고 크로와상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집어."
르네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이 입에서 맨처음 흘러나온 말은 이것이
었다.
O는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베어먹다가 바닥에 흘린 크로와상을
집어 커피잔 옆에 놓았다. 카페트 위에는 아직도 크로와상 조각이 남아있
었다. 이번에는 르네가 몸을 숙여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O의 옆에 걸
터앉아 O를 밀어 쓰러뜨리고 키스를 퍼부었다.
"나를 사랑하고 있죠?'
하고 O가 물었다.
"그래 사랑해."
하고 대답한 그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선뜩한 기분이 드는 손
으로 부드럽게 O의 상처를 애무하고, 이어서 입술을 갖다 대었다. 애인과
함께 들어온 남자는 잠시 두 사람에게 등을 돌린 채 문 옆에서 담배를 피
우고 있었다. O는 그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아도 되는 것인지 안되는 것인
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계속된 애인의 말은 O를 실망시키고 말았
다.
"응, 네 몸을 보고 싶어."
그렇게 말한 애인은 O를 침대다리 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함께 온
남자에게 생각이 있으면 자기보다 면저 O를 안아도 좋다고, 하나밖에 없는
의자를 양보하듯 선심을 편 것이었다. O는 감히 그남자를 똑바로 쳐다볼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생면 부지의 남자는 먼저 O의 유방과 허리를 만지
작거리면서 가랑이를 벌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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