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 O ' STORY - 04 / 20 for 백사랑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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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2,202회 작성일 17-02-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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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로와시의 연인들 > 04 / 20

"시키는 대로 해!"
르네가 O에게 그렇게 말하고 그녀가 만족스러운 제세로 설 수 있게 하려
고 자신도 일어서서 그녀의 등을 자기에게 기대도록 해서 지탱해 주었다.
르네의 오른손이 O의 한쪽 유방을 애무하고 왼손은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처음 본 그 남자는 침대 가장자리게 걸터 앉아 O의 복부에 손을 갖다 대
었다.
르네는 그 남자가 O에게 무슨 일을 하려는지 깨닫고 그 행위가 좀더 쉽게
이루어 지도록 O의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오른팔을 O의 허리에
둘러 다시 강하게 몸을 고정시켰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남자의 애무는
너무 직선적이면서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O는 몸부림을 치다가 남성이 그
곳에 닿자 마자 일찌감치 두 무릎에서 힘을 빼고 말았다.
그리고 O가 무릎을 꿇자 애인도 따라서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도망가라고 해도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
다.
정신이 들었을 때 O는 자기가 천장을 보고 드러누워 있다는 걸 깨달았다.
르네의 입이 자신의 입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의 두 손은 침대 위에 있는
O의 양 어깨를 움켜쥐고 처음 대한 남자의 두손은 O의 무릎 밑에서 떨리
고 있었다.
르네가 O의 손을 풀고 침대에 눕혀 주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남자도 일어
서서 르네와 함께 문 쪽으로 행했다.
O의 뇌리에 갑자기 남자들에게 아무렇게나 몸이 내맡겨져 그야말로 저주
스럽고 엉망진창 신세가 되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O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에게 입술을 빼앗기고, 일찍이 애인에게 몸을 맡
길 때도 입밖에 내지 않았던 신음을 모르는 남성을 받아들이면서 뱉은 것
이다. O는 한 마디로 남성들에게 철저히 유린되어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짊
어진 몸이 되었다.
애인이 자기를 버리고 떠난다고 해도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 같았
다. 하지만 르네는 남자를 문 밖으로 내보내고 나서 그대로 문을 걸어잠그
고 방 안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침대로 다가와 이불을 들추고 O와 나란히
누운 뒤 아직 습기와 뜨거운 열기를 채 식히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O의
몸을 두 팔로 감싸면서 입을 열었다.
"당신을 사랑해. 밤이 되면 하인들이 들어와 피가 솟구칠 때까지 채찍질할
거야."
어느새 태양이 아침 안개를 깨끗이 걷어내 버리고 방 안 가득 햇살이 밀려
들오와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오 벨이 울릴 때까지 정신없이 꿈 속
을 헤매고 다녔다.
O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애인은 여기에 있다. 저 천장 낮은 방에
있는 침대에서 잘 때와 마찬가지로 '옆에 있어 줘' 하고 부드럽게 말해 주
었다. 두사람이 함께 생활하게 된 뒤로는 거의 매일 밤 그는 자신 옆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침대는 침대 기둥이 달려 있는 영국풍 마호가니제품이었지만 덮개는 없고
베겟머리 쪽의 기둥이 발 쪽의 기둥보다도 키가 컷었다. 그는 언제나 O의
왼쪽에 드러누웠고 한밤중이라도 눈을 뜨면 어김없이 O의 다리에 손을 뻗
치곤 했었다. 따라서 O는 항상 잠옷만 걸치고 아래는 알몸으로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평상시 하던 습관 그대로 O를 꺼안았다. O는 르네의 손에 키스를 했
지만 입을 벌리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O의 목
걸이를 잡고 가죽과 목 사이의 틈에 손가락 두 개를 끼워 넣고 말을 했다.
"당신은 이제부터 나와 내가 선택한 사람들의 공동 소유물이 되는 거야.
어젯밤 당신에게 했던 것처럼, 당신이 모르는 남자들이라고 해도 이 저택
을 드나드는 클럽의 멤버이가만 하면 누구든지 그런 식으로 할 수 있어.
그 말은 당신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게 될 경우, 그 자리에 내
가 있든 없든 내 지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된다는 뜻이댜. 마찬
가지로 당신이 어떤 일에 복종을 하지 않아 이런 처벌을 받게 될 때도 역
시 내가 벌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당신을 그들에게 인도한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냐. 그들은 나 자신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나는 그들을 통해서 당신을 소유하고 당신을 즐기고 있는
거야. 당신은 그들에게 당연히 순종해야만 하고 내게 품고 있는 존경심을
그대로 발휘해서 그들을 환대하지 않으면 안돼.
하느님이 피조물들을 소유하시듯 나도 그런 식으로 당신을 소유 하고 싶은
거야. 하느님은 괴물이나 말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과 전설 속의 가면
을 뒤집어 쓰고 피조물들을 지배하시기 때문이지. 나는 당신을 배반하거나
외면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어. 당신을 다른 사람의 손에 내맡기게 되면
그만큼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는 거야. 내가 당신을 다른 사람에
게 내맡긴다는 사실을, 당신이 내 소유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지.
그것은 당신 역시 마찬가지야. 자기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 없이 다른
사람한테 빌려주거나 내맡길 수 있는 거잖아. 내가 당신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는 것은 그들에게서 언제든지 마음 내키는 대로 되찾을 수 있기 때문
이야. 다른 사람에게 맡겨졌던 당신이 내게 되돌아왔을 때의 당신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더 풍요로울 거야.
아무리 흔해 빠진 하찮은 물건이라도 성스러운 용도에 쓰이게 되면 그과정
을 통해 신성한 물건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지, 나는 아주 오해 전부터 당
신의 몸을 남성들에게 팔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 소원이 이제야
이루어지고 있는 거야. 그리고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의 강도가 점점 더 뜨
거워지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지, 당신이 막 내게 능욕당해 상처를 입었다
고 생각하면 말이댜, 당신은 날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가하는 고통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돼."
O는 애인으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행복감을
느꼈다.
역시 이사람은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몸이 이렇게 떨리
는 것이겠지.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마음 속에서 르네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는 표시가 아닐까? 틀림없이 이 사람도 그것을 알아차렸을 거야.
"순순히 동의해 줄 수만 있다면 일은 간단해. 당신은 내 뜻을 거역할 수가
없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좋든 싫든 간에 당신은 지시하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거야 그것은 나나 내 동료들의 기쁨과 환희로만 끝나는 게 아니
고 그런 행위를 당신 자신이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고 할 수 있어."
O는, '당신의 노예가 되겠어요. 기꺼이 그런 관계를 유지하겠어요'라고 대
답하려 했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려는 O를 제지하고 말을 계속해 나갔다.
"어저께 당신은 이 저택에 머물고 있는 동안 남자들을 똑바로 쳐다봐도 안
되고 말을 걸어도 안된다는 교육을 받았어. 하지만 지금 이후로는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돼. 그저 침묵을 지키고 시키는 대로 행동만 하면 되는 거
야. 당신이 좋아. 자, 일어나 봐. 여기에 있는 동안 남자들 앞에서는 울부짓
고 애무할 때 이외에는 절대로 입을 벌려서는 안돼."
그이 말대로 O가 몸을 일으켰다. 르네는 변함없이 침대에 길게 누워있는
그대로다. O는 욕조에 들어가 몸을 씻고 머리를 틀어올렸다. 상처투성이인
허리를 따뜻한 물에 담그자 알알한 자극이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에 온모이
움츠려 들었다. 또 고통이 시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문지르지 않고 타월
을 가볍게 갖다돼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루즈와 화운데이션을 바르고 알몸 그대로 눈을 내리뜨고 방으로 돌아왔다.
르네가 쟌느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전에 방에 들어와 역시 눈을 내리뜬
채 입을 벌리지 않고 침대 베갯머리 가까이 서있었던 것이다. O에게 옷을
입혀 주라는 지시가 쟌느에게 녀려졌다. 쟌느는 녹색 코르셋에 하얀 패티
코트, 드레스, 녹색슬리펴를 끄집어 냈다.
먼저 코르세의 앞을 채우고 등 뒤에서 끈을 묶기 시작했다. 이 코르셋은
홀쭉한 채형이 인기있었던 시대에 유행하던 것처럼 허리를 한껏 옥죄고 유
방을 치켜세우도록 되어있었다. 코르세의 끈이 하나하나 채워짐에 따라 유
방이 위로 밀어올려지고 마침내 젖꼭지가 튀어나오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허리가 잘록하지고 배가 앞으로 조금 불겨져 나왔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코르셋이 몸통을 옥죄임에 따라 불편해야 마땅한 몸이 이상하게 편안해지
는 것이다.
몸통은 똑바로 펼쳐지는 스커트나 목에서 젖꼭지까지의 가슴 전체가 사다
리꼴을 이루고 있는 옷깃은, 그것을 입은 여성의 몸을 보호하기보다는 오
히려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춘정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일 듯 싶었
다.
쟌느가 코르셋의 끈을 모두 매자 O가 침대위에 놓여 있는 드레스에 손을
댔다. 원피스로 스커트에 해당하는 부분에 자유자재로 교환할 수 있는 안
감 같은 패티코트가 달려있고, 앞에서 열십자 모양을 이루고 등 뒤에서 매
듭이 지어진 가슴 장식은 묘하게 가슴의 곡선을 변화시키게 돼 있었다.
O는 열려진 욕실 쪽으로 다가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두 여
자가 거울을 바라보고 나란히 섰다. 쟌느가 팔을 뻗어 녹색 드레스 소매의
주름을 바로 잡아주려고 했다. 그때 쟌느의 가슴을 장식한 레이스 속에서
유방이 흔들렸다. 쟌느의 유방은 젖꼬지가 길쭉하고 젖꽃판의 색깔은 짙은
갈색이었다. 드레스는 쌍고치실로 짠 노란 실크로 만든 것이었다.

르네가 다가와 O에게,
"잘 좌둬,"
하고 말했다. 그리고 쟈느한테는.
"드레스를 들어올려,"
하고 명령했다.
쟌느가 두손으로 스커트와 안감을 들어올려 하얀 복부와 반들반들하게 빛
나는 허벅지와 무릎, 그리고 시커멓게 비밀일 감추고 있는 작은 언덕을 드
러냈다. 르네는 손으로 쟌느의 몸을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O의
적쪽지를 못살게 굴었다.
"당신한테 보여 주기 위해서야."
하고 르네가 말했다.
O는 눈을 돌리지않고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 르네는
낯뜨거운 표정으로 반쯤 벌려진 쟌느의 입과 목에 채워진 가죽 목걸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O는, 내가 이사람에게 주는 쾌락은 이 여자나 다른 여자
가 그에게 주는 괘락과 어디가 다른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이런 것인 줄 미처생각하지 못했지?"
하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 이런 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
다. O는 문이 있는 쪽의 벽에 몸을 기대고 두손을 힘없이 아래로 내러뜨린
채로 있었다.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었다.
구태여 설명을 요구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
는가? 갑자기 O의 절망스러운 모습이 마음에 걸렸는지 르네가 쟌느를 떼
어놓고 O를 두팔로 껴안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몇번씩 되뇌이면서, '나의
사랑' '나의 생명'이라고 했다. 목에서 가슴, 그리고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그의 손에서 쟌느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조금 전까지 자신을 휩싸고 있던 절망
감이 정말이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 아아, 사랑하고 있어, 주인 노릇을 하고 쟌느나 다른 여자와 마음 내
키는 대로 즐겨도 나를 사랑하고 있는 그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라
는 생각이 들었다.
O는 그의 귓가에 입을 갖다대고,
"사랑해요."
하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쟌느가 O의 손을 잡고 복도로 데리고 나갔다. 또 굽 높은 슬리퍼가 타일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나고, 그 여자들은 다시 두방 사이에 있는 긴의자에
앉아있는 하인을 보았다. 피에르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아
닌 다른 사람이었다. 키가 더 크고 여위고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였다.
그 여자들의 앞에 서서 응접시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큼지막한 녹색 커텐
사이에 튼튼해 보이면서 또렷하게 도드라져 있는 철문이 있었고, 그 앞에
서있는 다른 하인 두 명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하인들 주위에는
하얗고 빨간 얼룩이 있는 세 마리의 개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여기가 나가는 문이야."
하고 쟌느가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목소리가 앞서가는 하인의 귀
에 들려 그가 뒤돌아 보았다. 쟌느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고 O의 손을
쥐고 있던 손과 드레스를 가볍게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
다. 응접실 바닥은 검은색의 대리석이 깔려 있었다.
O도 깜짝 놀라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철문옆에 서있던 두 하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인 한 사람이 O에게 다가와, '이쪽으로' 하고 지금 들
어온 문의 맞은평에 있는 문을 열고 데리고 들어갔다.
O의 귀에 들려오던 웃음소리와 발소리는 문이 닫히는 바람에 들을 수 없
게 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쟌
느는 입을 벌렸기 때문에 벌을 받는 걸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벌을......?
이 저택에서 O가 맨처음 깨달은 것은 입을 꼭 다물고 침묵해야 된다는 규
칙이 절대적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이었다. 복도나 응접실에서 오갈 때나
식사를 할 때, 특히 하인들밖에 없는 낮 동안에는 더욱 엄겨한 듯했다. 하
인들은 주인들로부터 규칙을 위반하는 여자들을 아주 혹독하게 다뤄도 좋
다는 허학 같은 것을 받아 놓은 듯했다.
O는 세차례나 그런 광경을 목도했었다. 한 번은 빨간 날개로 안내되고 있
던 도중이었고 두 번은 지금처럼 여럿이 있을 때였다.
무심히 입을 벌리고 말을 꺼냈던 여자들이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채찍질
세레를 받는 광경이었다. 따라서 첫날밤 주인들한테서 들은 이야기와는 달
리 주간에도 채찍질하는 케이스가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하인들이 무엇
을 생각하고 어떤 일을 시키든, 그것이 정당한지 잘못된 일인지 판단하기
전에 무조건 복종하는 자세부터 배워야 했다.
하인들은 주간에 어딘가 남다른 데가 있고 위협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
다. 어떤 하인은 검은 부츠를 신고 빨간 상의와 하얀 가슴장식 대신에 옷
깃 언저리를 주름으로 처리하고 소맷부리가 아주 좁고 어깨 주위가 부풀어
보이는 빨간 실크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하인 한 사람이 저택에 들어온지 8일째 되던 날, 손에 채찍을
들고 나타나 O의 옆에 앉아있었다. 표백 처리라도 한 듯한 새하얀 피부가
앞가슴 쪽에서는 희미하게 장미꽃색으로 물들어 있는, 풍만한 금발의 여자
를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금발머리 여자는 하인에게 미소를 흘리면서
뭐라고 몇마디 중얼 거렸지만 아주 잰 말이었기 때문에 O는 한 마디도 알
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인의 손이 그 여자의 몸에 닿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여자는 무릎을 꿇고 하얀 손으로 검은 실크 아래 숨겨져 있는 부분을
거머쥐고 입술을 갖대댔다.
그때 그 여자는 채찍질 세레를 맞지 않았다. 식당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
은 이 남자뿐이었고, 그여자의 애무를 기꺼이 반아들이고 그 기분을 만끽
하느라고 눈을 감아버렸기 때문에 다른 여자들도 입을 마음대로 놀릴 수가
있었다. 그래서 하인들을 매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처음 깨달
은 것이다.
하지만 O에게는 말없이 따르기에 곤란한, 즉 마지막까지 완전히 지킬수 없
었던 규칙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남자들을 똑바로 쳐다보아서는 안된다고
하는 규칙이었다.
그 규칙은 하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O는 항상 위험을
느끼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또 그만큼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다는
호기심을 물리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O는 두세명의 하인들로부터 채
찍질을 당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규칙을 위반하다가 적발당해 벌을 받은
게 아니었다.
그 여자들을 능욕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으면 얼마든지 채찍을 휘두를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서로 명령에 대해서 적당히 행동할 수가 있고, 게
다가 자신들의 임무에 대단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변통을 모르
고 장소와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주인들로부터 집행을 위임받은 그대로 혹
덕하게만 준수한 것이다.
이따금 징벌을 가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하인들은 무자비하게 여자들을
다루곤 했다. O는 그들의 무릎에 매달려서 용서를 구할 용기도, 비굴한 근
성도 없었기 때문에 곧이 곧대로 그들의 채찍에 몸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
다.
O는 결코 애원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침묵해야 된다는 규칙은 애인과 같
이 있을 때 이외에는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다른 여자들이 감시의
눈을 피해 말을 걸어와도 눈과 몸짓만으로 대응해서 침묵의 규칙을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
규칙을 위반하거나 해서 징벌을 받게 되는 것은 대가 식가를 할 때였다.
식당의 벽과 바닥은 물론이고 두꺼운 판 유리가 올려져 있는 기다란 테이
블도 검은색이었다.

그녀들이 앉게 되어 있는 둥그런 팔걸이의자에도 검은 가죽이 씌워져 있었
다. 거기에 엉덩이를 내려놓고 앉을 때는 스커트를 들어올리지 않으면 안
되었고, O는 매끈매끈한 검은 가죽이 넓적다리에 와 닿는 그 감촉에서, 애
인이 자신의 스타킹과 팬티를 벗긴 채 택시 뒷자석에 앉혔던 최초의 순간
을 떠올리곤 했다.
그것과는 반대로 이 저택을 빠져나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옷차림으로
돌아가 - 수수한 슈트와 드레스를 입더라도 그아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
은 맨살이겠지만 - 애인이나 다른 남자들과 자동차나 카페 안의 의자에 나
란히 앉게 될 때,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은 이 저택에서의 경험 -
실크 코르셋으로 밀어 올려진 유방과 젖꽂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손
과 입으로 농락당한 자신의 그 부위와 인정사정 없이 살을 가른 채찍과 무
섭디 무서운 침묵 등 - 일 것이다.

하지만 그침묵과 쇠사슬만큼 자신에게 안식을 제공한 게 없었다. 자신의
몸뚱아리를 옴쭉달싹하지 못하게 묶어두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는
쇠사슬과 침묵이, 사실은 정반대로 자신을 해방시켜 준 것이다.
만에 하나 입을 벌리고 마음대로 주절거릴 수가 있었고 손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고 하면, 또 애인이 지켜보고 있는 데서 매춘 행위를 하라는 강
요를 받았다고 하면, 자신에게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다고 하면 도대체 어
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결과를 빚어냈을까? 자신이 고문당할 때만은 입을
벌릴 수가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고통을 이기지
못해 뱃속에서부터 쥐어짜듯 나오는 소리와 남자와 여자가 관계 - 자신의
의사가 전적으로 무시된 것이기는 하지만 - 를 할 때 나오는 그 소리를 가
리켜 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려고 입에 재갈을 물린 적도 여러번 있었다. 자신을
능욕하는 시선과 손과 성기와 자신의 삶을 파고드는 채찍, 또 자신을 사랑
으로 되돌리는 동시에 죽음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서게 하는 일종의 광기와
도 비스한 방심 상태 속에서 O는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존재증명은 어떤 필요성도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힘없
이 떠밀려 다리가 벌려지고 겁강당한 여자들의 한명에 지나지 않았다. 아
니면 다리가 별려진 채 능욕당하고 있는 광경을 목도한 어떤 한 사람이라
도 좋다. 왜냐하면 그런 행위의 당사자나 조력자가 아닐 때도 그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저택에 와서 채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이틀째 되던 날, O는 점심식사
후에 서재로 인도되어 커피 준비와 난로불을 보살펴야 된다는 지시를 받았
다. 검은 머리카락의 하인이 데리고 온 쟌느와 모니크라는 이름의 여자가
O와 함께 있었다.

자신을 서재로 데리고 온 하인은 그대로 남아 자신이 전날 밤에 묶였던 기
둥옆에 서 있었다. 서재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프랑스 창이 서쪽으로 뚫려
있었기 때문에 거의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가을 하늘의 햇살이 한가롭게
들어와 장식장 위에 올려져 있는 노란 국화송이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
래서인지 서재 안에 국화향과 흙냄새 비슷한 것이 은은히 떠돌고 있는 듯
했다.


P.S - 세분씩이나 저에게 격려 메일을 보내 주셔서 메일을 주신분들게 고
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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