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엄마 동생 그녀 (19-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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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5,276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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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덥다, 더워.  집 근처에도 공원있는데 뭐하러 굳이 이 먼데까지 오재?  언니는 몸도 무거우면서.."
"왜?  좋잖아.  얼마나 공기가 말고 좋니?"
  
미숙은 힘들어 하는 은혜의 팔짱을 끼고 잔디밭 사이 흙길을 걸었다.  울창한 나무들 너머로 우뚝 솟은 빌딩이 보이지 않
는다면 대도시인줄 모를 정도로 온통 초록빛이다.  미숙의 익숙한 발걸음은 아담하고 깔끔한 까페로 향했다.  미숙은 뜨
거운 녹차를, 은혜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엷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창밖을 주시하는 미숙에게 은혜가 말을 걸었다.
  
"뚫어져라 보네.  언니, 어린이 대공원 처음 와봐?"
"너, 혹시 생각안나니?  작년에 애들이랑 여기 왔던거?"
 
"애들이랑?  우리 넷이서?  와서 뭐했지?"
"오늘처럼 공원 한 바퀴 돌고 이 까페 들어와서 팥빙수 사먹었잖아."
 
"그랬어?  아이스커피, 이 쪽이요."
  
은혜가 아이스커피를 받자마자 짧게 몇 모금 들이키고는 그제야 더위가 한결 가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여기 오자고 한거야?  이 더운 날에?  근데 왜 오늘은 녹차야?  그날처럼 팥빙수 시키지 않구?"
"그날 에어컨이 너무 세서 안이 추웠거든.  오들오들 떨면서 먹어서 그런지 팥빙수가 너무 맛이 없었어."
  
"그 날 우리 뭔일 있었나?  으음..  난 특별히 기억나는게 없는데?"
"너는 별 일 없었지."
  
미숙은 녹차를 후후 불어가며 조심스럽게 홀짝 마신후 창가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옛적 생각에 입꼬리가 또 빙그레 올
라간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한테는..  우리한테는 별일 있었지..]
       
       "엄마, 나 화장실 좀.."
    동훈이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시선도 함께 미숙의 앞가슴께를 더듬으며 일어섰다.  그러다 미숙의 시선과
    마주쳤다.  미숙의 가슴이 두둥 울렸다.
   
    잠깐이 지나,

      "은혜야, 나두 갔다올게.  여기 너무 춥다."
    괜한 핑계를 대고 미숙도 일어났다.  동훈이의 시선이 잡아끄는 것 같아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는 줄이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ㄱ자로 꺾어 들어가니 좁은 복도 끝에 좌우로 남녀 화장실이 갈려 있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물소리가
    나더니 운동화 발자국 소리가 나고 동훈이가 손을 털며 나오는 게 보였다. 
 
    미숙은 숨을 후욱 들이마시고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었다.  동훈이는 눈을 내리깔고 주춤주춤
    걸어 왔다.
    
      [풋!  귀여워..]
    좀전까지 흥분으로 떨리던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찾아왔다.  아무래도 아줌마는 아줌마다. 
 
    이윽고 둘은 좁은 복도 가운데서 마주쳤다.  동훈이가 미숙을 피하며 몸을 왼쪽으로 향한다.  미숙도 조금 늦
    게 동훈이를 따라서 같은 쪽으로 향했다.  물론 의도적이다.  동훈이가 어떻게 할까 호기심이 생겨서다.
 
    동훈이가 주춤 하더니 반대쪽으로 몸을 향한다.  미숙도 따라간다.  그렇게 몇번을 어긋나지 않고 맞서게 되니
    동훈이의 얼굴이 함빡 빨개져서는 어쩔 줄을 모른다.  미숙이 일부러 동훈이에게 바짝 다가선 탓도 있었다.  가
    슴이 살짝 맞닿을 정도다.
 
      "어느 쪽으로 갈래?"
    미숙이 빙긋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동훈이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코앞이라 입김이 그대로 동훈이의 목에
    닿는다.
 
      "이, 이쪽으로.."
    동훈이는 우물쭈물하다가 한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처음엔 우연이려니 했다.  그런데 미숙의 표정을 보니
    장난을 치느라 일부러 그러는 것이 분명하다.  막아서며 몸을 앞으로 들이미는게 아주 난처했다.
 
      "이쪽?  이쪽?"
    미숙은 절절 매는 동훈이의 모습이 귀여워 죽을 지경이었다.  볼이라도 꼬집어 주고 싶다.  정말 그런 마음뿐이다. 
    중학생 어린 녀석을 두고 뭘 더 어찌하겠나..
 
    동훈이는 미숙의 장난이 약간 짜증스러워진다.  점점 더 약이 오른다. 

      [어째 이러실까..  이 아줌마가..  요즘..]
    짙은 화장품냄새도, 간혹 가슴이 맞닿아 쓸리는 것도, 아랫도리가 뻐근해 오는 것도 모두 짜증스럽다.  줄까 말까
    약올리는 민아를 보는 것 같아 화가 난다. 
 
    미숙이 아줌마는 핸드폰을 열어 본게 틀림없다.  전과 대하는게 확연히 다르다는게 그 증거였다.  얌전한 바른생활
    선생님인 줄 알았더니 지금 하는 짓하고는..  영 아니다.
  
    순간적으로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기운과 함께 미숙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벽으로 밀쳐섰다.  미숙의 입에서
    낮은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머!"
  
    동훈이는 잠시 그렇게 미숙이 아줌마의 어깨를 누르고 노려보았다.  아줌마의 눈이 바르르 떨렸다.  바둥거리거나
    밀쳐내지 않고 왠지 얌전하게 올려다볼 뿐이었다.
 
    미숙은 심장이 그대로 멎어버리는 것 같았다.  어깨를 누르는 억센 손, 그리고 독하게 노려보는 동훈이의 아이답
    지 않은 시선..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 
 
      [장난이 너무 심했나?]
    콩닥콩닥 심장이 무섭게 뛰었다.  눈이 자꾸 동훈이의 입술로 갔다.  남편에게 첫키스를 당하던 그 순간이 떠올랐
    다.  집근처 어둑한 골목길에서 남편은 이렇게 자신을 담벼락에 몰아놓고 입술을 부딪혀 왔었다.
    
    까무룩 잊혀졌던 그 억센 느낌이 되살아났다.  정신을 놓고 쓰러질 것처럼 다리가 후들거렸다.
 
      "저, 저기..  아줌마가 좀 급해서.."
    왠지 애원하는 목소리가 나와버린다.  동훈이는 독하던 표정이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  미숙이의 머릿속엔 위
    기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동훈이는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서 미숙이 아줌마의 어깨를 거칠게 밀치긴 했지만 금방 후회했다.  엄연한 어른이
    고, 선생님이고, 엄마의 친구분이다.  이렇게 버릇없는 짓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숙의 얼굴이, 그 얼굴이 용기를 준다.  나긋한 어깨의 감촉이 대담하게 만든다.  숨이 시익시익 조금씩
    거칠어졌다.  콧바람이 닿을 정도로 둘은 밀착되어 있었다.
 
    올려다보는 미숙이 아줌마의 눈은 물에 젖어 파닥거리는 새처럼 떨고 있었다.  자석에 붙은 듯 시선과 시선이 붙
    어 떨어지지 않았다.  미숙이 아줌마가 이렇게 가녀린 사람이었나..
 
    늘 커보이고 자신감있는 어른이었던 그녀가 이렇게 약해보이다니..  게다가 목소리까지 약간 떤다.
 
      "아줌마.  이거 봤죠?"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역시나..  미숙이 흠칫 놀란다.  부끄러운 듯 시선을 떨군다.  그 모습에 동훈이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엄마한테 일렀어요?"
      "아, 아니!"
    미숙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담임반 아이를 이런 식으로 추궁한 적은 많아도 추궁당
    해보긴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느낌이 꽤나..  꽤나 신선하다.. 
      
      "엄마한테 일를 거에요?"
      "아니!"
    말 잘듣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아줌마의, 20년 경력 교사로서의 여유는 어디로 갔는지..  그래도, 이렇게 늠름한
    남자앞에서 어찌하겠나..
      
    동훈이의 손이 스르르 내려가며 미숙을 놓아주었다.  미숙은 안도하면서 한편 안타까움을 느낀다.  억센 남자의 손
    길을 언제나 다시느낄 수 있을까 싶어 아쉽다.
 
    매번 만나면 인사삼아 이렇게 그녀의 어깨를 꼬옥 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주책스런 생각까지 든다.  그녀 자신
    이 정말 주책스럽다.  부끄럽다.
 
      "뚜걱뚜걱.."
    낯선 발소리.  둘은 얼른 떨어져 섰다. 
 
      "둘이 뭐해?  언닌 지금 나오는 거야, 들어가는거야?"
    은혜다.  동훈이 엄마다.  나올 시간은 훨씬 지난 것 같다.

      "응!  지금 나오는거야."
      "벌써?  금방 들어가놓구 빨리도 나왔네?"
 
    아차..  미숙에게는 그리 길게만 느껴졌던 동훈이와의 시간은 잠시 잠깐이었나 보다. 
     
    은혜는 무심한 표정으로 여자화장실로 들어갔다.황망하고 어수선한 정신을 추스리며 까페안으로 앞장서 걸었다. 
    동훈이에게 화끈거리는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또각또각"
    타이트한 청바지때문에 엉덩이가 너무 씰룩거려 보이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최대한 조심해서 걸었다. 
    동훈이는 뒤따라 오는 기색이 없다.  오거나 말거나 이 창피한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 
 
    막 복도를 벗어나려는 찰나였다.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과 함께 엉덩이에 누군가의 손바닥이 닿는게 느껴졌다. 
    미숙은 차마 돌아볼 수 없었다. 
 
    단지..
    그 아이의 눈앞에서 엉덩이를 씰룩대며 걸어버린 조신하지 못한 그녀 자신을 탓할 뿐이었다.

   
작년 여름방학 직전의 일이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미숙은 그저 친구의 어린 아들에게 다소 짓궂은 장난을
친다는 가벼운 기분이었을 뿐이다.  40대 중반의 아줌마인 그녀는 남자들에게 더이상 여자로 어필하지 못한다는 체념에서
비롯된 자기 합리화이자 변명의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그날 동훈이의 억센 터치와 강렬한 눈빛을 접하고부터 미숙의 여자
로서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동훈이가 미숙을 단순히 엄마의 친구인 아줌마가 아닌 여자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의 희열과 흥분을 잊을수 없다.
   
"그런 일이 있었어?  난 또 둘이 무슨 사랑고백이라도 주고 받았나 했네, 여기서."
"사랑고백은 무슨.  솔직히 우리가 그렇게 예쁘게 시작한 사이는 아니잖니."
  
돌아보면 나름 밀고 당기기는 했던것 같다.  그럼 승자는?  애석하다 해야할지 모르지만 승자는 미숙이 아니다.  
   
    
   미숙이 동훈이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가지마.."
   미숙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그 바람에 동훈의 몸이 휘청 흔들렸다.  동훈이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리더니 입술을 붙였다.  술냄새가 역하게 났지만 동훈은 눈을 질끈 감고 미숙의 입술을 받았
   다.  자연스레 입술이 열리고 혀가 얽혔다. 
 
   질퍽한 키스였다.  민아와 키스만은 자주 했지만 이렇게 질퍽질퍽한 키스는 처음이었다.  서로의
   침을 허겁지겁 핥으며, 가쁜 숨을 거침없이 내뿜으며 서로의 입술과 혀를 탐했다.
      "흐읍..  쭈웁..  쭈웁..  흐읍..  흐읍.."
  
   동훈은 정신차릴 틈도 없이 미숙의 혀를 받았다.  거세게 밀어부치는 미숙의 기세에 눌려 점점 침
   대쪽으로 끌려갔다.
      "쿠웅!"
 
   동훈은 미숙에게 밀려 엉덩방아를 찧으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눈에 거
   슬렸다.  미숙은 동훈이의 반바지를 너무나 빠르고 쉽게 벗겨내렸다.  그리고 불끈 몸을 쳐든 그 물
   건에 감탄을 터뜨렸다.
      "아아!"
 
   동훈은 희진이 방에 들릴 게 제일 걱정이었다. 
      "아줌마 문 좀 닫구..  허억!  아, 아줌마아.."
 
   미숙이 동훈의 자지를 입에 물었다.  그냥 물기만 하는게 아니라 깊이 삼켰다.  미숙의 입술이 불알
   에 닿을 정도로 깊게 삼켰다.  동훈은 신음과 함께 허리를 들었다.  미숙의 코가 좆털에 닿았다.  뜨
   거운 콧김이 아랫배에 느껴졌다.
 
      "으윽!  으윽!  아줌마..  아줌마.."
  
   정열적인 펠라치오였다.  정성스러운 입놀림이었다.  민아에게 이정도의 반도 받아보질 못했다. 감격
   스러울 정도다.  미숙은 아쉽지만 조금만 빨고 바지를 벗었다.  그야말로 허겁지겁..  동훈이가 놀란
   표정으로 "문 좀!  문 좀!"이라고 속삭여도 무슨 말인지 안중에 없었다.
 
   팬티까지 급히 벗어버리고, 동훈이의 물건에 올라앉았다.  밑구멍에 끼워넣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
   미 질펀하게 젖어 있었다.
 
      "하악, 하악, 하악.."
   신음이 벅차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크게, 맘껏 내지르는 소리는 아니었다.  급하면 소리도 크게 나오
   지 않는 법인가보다.  아니면 자랑스럽지 못한 상황이라 목소리도 지레 주눅이 들었는지 모른다.
   미숙의 허리가 과격하게 휘둘린다.  앞뒤로 빠르게, 빠르게..
 
      "흐윽, 흐윽, 흐윽.."
   동훈이의 신음소리도 낮다.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다.  미숙의 허리놀림에 따라 상체를 들썩이며
   힘겨워 한다.
  
      "어멋!"
   동훈이가 미숙의 허리를 잡더니 자세를 돌렸다.  미숙이 눕고, 동훈이가 올라탄 자세다.  정상체위. 
   미숙이 가장 좋아하는 체위다.  남정네의 넓은 가슴팍에 함포시 안기어 온기에 감싸이는 자세다.
 
      "철벅철벅.."
   좀전과는 달리 더 적나라한 소리가 난다.  미숙의 공알이 철썩철썩 따귀를 맞는 것 같다.  거친 몸짓이
   었다.  다듬어지지 않았다.  채석장에서 정에 맞기를 기다리는 자연석처럼 굳세고 모가 났다.  아랫배가
   조금 아프기까지 하다. 
 
      "흐윽!  흐윽! 흐으으으윽!"
   동훈이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 순간이다.  사정의 순간.  아쉬운 순간..
       
  
미숙이 일방적으로 어린 동훈이에게 매달린 형국이었다.  그때 먼저 달려들지 않고 참아뒀다가 살살 꼬리를 쳐서 동훈이
쪽에서 미숙을 덮치게 했다면, 그래서 그것을 약점으로 삼았다면 아마도 미숙 자신이 관계의 주도권을 잡지 않았을까 한
다.  그랬다면 뒤에 찾아온 모욕과 고통과 기다림을 피할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 드르륵..  드르륵..
  
"여보세요?  동훈아, 왜?"
"동훈이 전화니?"
 
"응, 언니."
  
동훈이의 목소리는 까페의 음악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동훈이는 아침부터 친구만나러 나갔다고 들었었다.  그러지 않
았다면 미숙은 동훈이와 함께 이곳에 왔을 것이다.  미숙은 녹차를 후르륵 마시며 은혜의 말에 귀기울였다.
   
"누구 만나러 나갔대요?  언제 들어온다고는..  아, 아무 말 없었구요..  오..빠는..  점심..  드셨구요?"
  
은혜가 주위를 살며시 둘려보더니 "오빠는"부터 한층 작아진 존대말로 전화기에 응대한다. 
  
"아저씨 외출하셨대?"
"응, 언니.  예, 언니랑 같이 있어요, 오빠.  지금요?  으음..  한 3, 40분쯤?  알았어요.  바로 갈게요."
  
"언니.  동훈이가 지금 바로 집으로 오래."
"그래?  그럼 일어나자."
  
은혜가 전화를 끊고 아이스커피를 서둘러 마셔버리고 나자 미숙도 함께 일어났다.
   
"아저씨, 먼데 가셨대?"
"그걸 모르니까 빨리 가봐야돼."
  
동훈이 아버지도 오늘은 출근하시지 않고 집에 계신다고 들었었다.  예정에 없이 누구를 만나러 외출하신 모양이다.  은혜
가 헐레벌떡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미숙은 쓴웃음이 났다.  기세등등 아들을 누르고만 살아왔던 은혜가 지금은 저리도 아들
동훈이에게 절절 매는 것을 보라.  미숙도 처음에 주도권을 잡았더라도 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운명이려니, 동훈이같
이 지배욕 강한 아이를 만난 팔자탓이려니 한다. 
  
  
  
"차가 좀 막히네.  언니가 동훈이한테 전화 좀 해줄래?  좀 늦는다고?"
"거의 다 왔구만 뭐하러.  그냥 가자."
  
"아유우..  막혀도 너무 막힌다.  버스 중앙차로 생기더니 더하네.  하아아암.."
  
은혜가 두 팔을 허벅지 사이로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언니.  이제 한 두 달 남았나, 예정일이?"
"두 달 좀 덜 남았지."
  
"시간 참 빨리도 간다.  언니가 초음파 사진 들고 우리 집 쳐들어온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너는 그러니?  나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 것 같아.  언제 낳고 언제 또 키워서 장가까지 보내나 싶어서 아득해."
  
"희동이가 여자애였으면 더 좋았을걸 그랬다, 언니."
"왜?"
  
"나중에 군대갈 나이되면 골치 좀 아프지 않겠어?"
"그거?  그거는 그때 가서 생각해볼 문제고..  내가 뭐 애 군대 안보내려고 원정출산하는 것도 아닌데 골치 아플것까지야."
  
"영어 이름은 뭐라고 지을거야?"
"영어이름?  글쎄다.  그것까진 생각 안해봤는데.  재민이 아빠가 알아서 하나 짓겠지 머."
  
"재민이는 미국 이름 뭐야?"
"벤자민."
 
"벤자민?  왜 벤자민이야?  무슨 뜻이라도 있어?"
"행운아라는 의미가 있다던가 뭐라던가.  나도 잘은 몰라."
  
"한국이름이 재민이니까 그거랑 제일 비슷한 걸로 지으셨나?"
"그럴수도 있고.."
   
"뜻은 좋네.  벤자민.  사람은 이름이 참 중요한 것 같아."
"왜?"
  
"사람은 이름따라 간다잖아.  언니만 해도 봐.  아름다울 미(美), 정숙할 숙(淑).  이름대로 잖아."
"에이, 내가 뭘 이름대로야?"
  
"왜, 언니?  언니 어릴때부터 예쁘고 얌전하다고 어른들한테 칭찬 많이 들었잖우.  내가 언니를 얼마나 부러워했는데."
"지금 내 꼬라지에 그 이름이 가당키나 한가 모르겠다."
  
"나이대에 비해선 예쁜 축에 속하지 머.  임신하고 몸이 좀 부어서 그렇지."
"됐네요.  임신하고 나서 폭삭 늙은거 나도 아네요."
  
"에이 폭삭은 아니다.  그리고 출산하고 관리 잘해서 출산전보다 더 젊어진 사람도 많더라 머."
"모르겠다 나도.  산후조리까지는 생각도 못하겠고.  애나 무사히 잘 낳았으면 좋겠다."
  
"잘 낳겠지.  별 일 있겠어?  이렇게 건강한 사람이."
"혹시 모르니까 니 은혜 좀 나한테 나눠줄래?"
 
"내 은혜?"
"그래.  니 이름이 은혜니까 니 말대로면 은혜가 철철 넘치실 거 아니니.  그거 나한테 조금만 나눠달라고."
 
"언니두 참..  금새 되받아치네.  내가 무슨 은혜가 넘쳐?  내가 부모복이 있길 해, 남편복이 있어?"
"자식복은 있잖니."
 
"자식이라곤 달랑 하난데 자식복이 있어?"
"딴청피운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다 알면서."
 
"피."
 
은혜가 혀를 낼름 내민다.  어제 밤에도 자식이 주는 좆물을 보지에 한 가득 받았다.  복받는다는 표현이 있는데 정말 은혜
는 복받은걸까?  엄마가 아들의 좆물을 받는걸 은혜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은 정말 이름대로 되는 것일까?  은혜도 스스
로 자문해본다.  
    
    
      "어쩔래?  엄말 죽이기라도 할래?  그래..  오늘 우리 죽자.  죽어..  이 꼴 보고는 절대 못 산다 내가.. 
       죽여봐,  죽여봐.  죽여보라구, 이 호로새끼야!"
 
      - 철썩!
 
      동훈이의 손이 엄마 은혜의 따귀를 갈겼다.  고개가 반대쪽으로 돌아간다. 
  
      - 찌익, 찌익..
  
      동훈이가 은혜의 상의를 마구잡이로 잡아 찢었다.  금새 브래지어가 드러난다. 
  
      - 북!  부욱!
 
      동훈이의 손이 은혜의 헐렁한 치마까지도 거침없이 찢어버렸다.은혜는 삽시간에 팬티차림이 되어버렸다. 
      누워있는데도 알몸으로 드러난 젖가슴이 쳐지지 않고 꽤 봉긋하다. 
 
      "흥!"
   
      동훈이가 코웃음을 치며 침대위에 일어섰다.은혜는 눈을 똑바로 뜨고 동훈이가 일어서서 바지를 벗어내는
      것을 뚫어져라 노려보기만 했다.  팔다리가 자유로와졌건만 큰 대자로 누운 채 동훈이가 팬티를 벗어내리는
      것까지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힘줄까지 불거져 어른 것에 버금가는 위용을 갖춘 아들의 성기가 끄덕끄덕 몸을 쳐드는 것까지 보
      고서 그제야 눈을 감았다.  감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씨발..  퉤!  퉤!"
 
      동훈이가 손에 침을 뱉어 귀두에 발랐다.  귀두가 번들거린다.  천천히 밀어넣어본다.  좁은 구멍이 조금씩
      벌어진다.  입구만 말라있었나보다.  안쪽은 물기가 느껴지고 따뜻하다.  끝까지 밀어넣는다.
 
       - 쑤욱!
 
       "허억!"
       "흡!"
 
      동훈이의 입에서 외마디 신음소리가, 은혜의 입에선 억눌린 소리가 새어나온다.
   
       "읍, 읍..  미친 놈..  읍, 읍..  엄마를 우습게 알어?"
    
  
아들 동훈이와의 첫관계는 전혀 은혜롭지 않았었다.  비교적 평탄했던 40여년 인생길에 만난 가장 혹독한 폭풍우였다. 
믿었던 절친 미숙 언니의 배신에 마음이 찢겨나가고, 외아들 동훈이의 유린에 몸이 찢겨나가는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름 좋잖아.  박은혜.  난 니 이름 참 좋더라."
  
"언니야 교인이니까 내 이름이 좋아 보이겠지.  난 맘에 안들어."
"뭐가 맘에 안드는데?"
 
"남자 잘 만나서 남편 덕이나 보고 살라는 뜻인거 같아.  그래서 싫어."
"설마 그런 뜻으로 지으셨겠니?"
  
"울아버지..  돌아가신 분 두고 이런 험담하기 죄송스럽긴 하지만.  딸은 키워서 남 주는거라 남의 물건 잠시 맡아두는
거나 매한가지라고 하신 적도 있는걸 머.  고리타분하고 꽉막힌 분이셨어.  언니도 알지, 우리 아버지 어떤지?"
"그래도 은혜라는 이름은 이쁘잖니.  끝순이, 복남이, 말녀..  이런 이름에 비하면 백 배 낫지.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하여튼 좀 그래.  집안이 기독교 집안이냐고 가끔 오해받는것도 싫고."
"그거 싫으면 이 참에 나랑 같이 교회 나가자?"
 
"싫어.  뭐하러 일부러 귀찮은 일을 만들어?"
"곧 있으면 동훈이 고3 되잖아.  너처럼 교회라면 펄쩍 뛰던 아줌마, 아저씨들도 자식이 고3 되니까 다들 교회에 열심히만
나오시더라.  동훈이를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기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
 
"그 정도로 절박하진 않아."
"두고 보자.  니가 절박해지나 안하나."
  
기도로 용서를 받고 복받을수 있다면 교회 하루 나가는게 대수랴.  108배로 응보를 면할 수 있다면 절에라도 못나가랴. 
아들 동훈이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은혜의 두려움도 사실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마음 약하고 몸 약한 미숙 앞에선 차마
내색하지 못하고 겉으론 당당한 척 씩씩한 척 하고 있지만, 속마음은 늘 좌불안석이고 남편을 대할때는 늘 죄스럽다. 
  
아들 동훈이에게도 이런 마음의 갈등은 내비칠 수 없다.  아니 절대로 내비쳐서는 안된다.  동훈이가 자신이 엇나가고 있다
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똥을 밟았으면 어떻고, 오줌을 지렸으면 어때.  엄마가, 은혜가, 아무도 모르게 깨
끗한 옷으로 갈아입히면 그만이다.  
  
 
      "엄마!  나 나쁜 놈이지?"
 
     동훈이가 엄마 은혜의 엉덩이살을 움켜쥔 상태에서 귀두를 문지르며 묻는다.
   
      - 푸욱!
 
     동훈이가 자지를 엄마 은혜의 보지안으로 힘차게 쑤셔넣었다.  은혜가 목을 길게 빼더니 몸을 부르르 떤다.
 
      "엄마!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엄만 괜찮아..  착한 내 아들.."
  
  
그런 의미에서 미숙 언니와 화해한 건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었다.  미숙 언니와 계속 대립하고 감정싸움을 벌였다면 중간
에서 동훈이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가 아주 망가져 버렸을지 모른다.  한 가
지 안타까운 것은 미숙 언니가 동훈이의 아이를 임신해버렸다는 점이다.
  
둘의 화해가 일찍 이루어졌다면 미숙 언니가 동훈이를 붙잡기 위해 임신이라는 고육책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들
동훈이와의 근친상간 관계로 늘 마음을 졸이고, 희동이로 인해 동훈이의 장래에 지장이 있을까 해서 미숙 언니의 부른 배
를 볼 때마다 몰래 한숨이 나온다.
  
이 걱정 저 걱정에 전전반측하다가 진이 빠져 버리면 체념상태가 되고 만다.  세월이 떠미는대로, 인생이 이끄는 데로..
떠밀려 가고, 흘러가는 것뿐이다.  나중에 후회나 덜하도록 현재 할 수 있는 것이나 열심히 하는게 최선인듯 싶다. 
   
 
그래서 아들 동훈이가 하자고 달려들면 못이기는 척 옷을 벗고,
   
   
      "동훈아!  좀 이따가!  아이, 이러지 좀 마."
      "뭘 이따가 해?  지금 하고 밥먹으면 딱 시간 맞겠네."
 
      "아이 참..  옷이나 좀 갈아입고 덤비던가.  교복 구겨지면 엄마가 또 다려야 되잖아."
      "지금 벗잖아.  조금 구겨져도 괜찮아.  에이, 가만히 좀 있어봐."
 
      "아유, 좀 비켜봐!  엄마도 옷 좀 벗게!"
   
   
자지를 입술에 들이대면 딴 생각말고 공부하라고 좆뿌리가 뽑히도록 열심히 빨아주고,   
   
   
      "후룹, 후룹, 쩌업, 쩌업..  응?  얘가 오늘은 왜 이러니?  왜 이리 힘이 없어?"
    
     은혜가 한참 잘 물고 빨던 동훈이의 자지를 뱉어내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꼴렸잖아, 엄마.  뭐가 힘이 없다구 그래?"
 
      "꼴리긴 했는데 딴딴하질 않잖아!  너, 엄마 밖에 있을 동안 방에서 뭐했어?  아까 엄마 설거지할때는
       자지가 딴딴했었잖아.  그새 왜 이렇게 말랑말랑해졌어?  너 딸딸이 쳤구나!  그렇지?"
  
      "이 녀석아.  엄마가 그렇게 잘 해주는데두 혼자 손장난이야?  엄마한테 불만있어?  혼자 딸딸이 치는게
       더 좋아?"
      "오늘은 엄마가 안 해주는 줄 알았지.  아까 엄마가 하지말라고 하도 그러길래.."
    
      "말귀를 그렇게 못 알아듣니?  쯔쯔..  아까 엄마가 좀 이따, 좀 이따 그러지 않던?"
    
 
창녀가 되어주길 원하면 미아리 창녀 뺨치게 보지를 대준다.
   
     "하악..  너무해..  엄마한테 창녀라니.."
     "그래서?  기분나빠?  기분나쁘면 손님 받지 말던가..  엄마가 손님 안 받을거면 난 잠이나 자야겠다.."
  
     "아이잉..  손님..  그냥 자면 어떡해요?  손니임.."
 
    은혜가 목소리에 교태를 한껏 실어 보내며 동훈이의 가슴을 은근하게 흔든다. 
 
      "누구야?  창녀가 깨우는거면 일어나고, 아니면 그냥 잘란다.."
      "아이..  정말 못됐어..  손님..  나 창녀 맞아요..  일어나 봐요.."
 
      "정말 창녀 맞어?  엄마 아니구?"
      "흐으응..  창녀도 맞구, 엄마도 맞아요.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세용.."
 
    동훈이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엄마 은혜의 젖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히히..  엄마, 장사 잘하네?  전에도 창녀짓 해봤나봐?"
  
    동훈이가 엄마 은혜의 몸에 올라타 자지를 보지에 꽂아 넣었을 때, 은혜가 동훈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손님!  엄마 보지는 잘만 쑤시면 공짜에요.."  
 
 
동훈이가 자기를 언제나 깍듯이 높여부르라고 으름짱을 놓았을때는 갈등이 없지 않았다.  동훈이가 바라는 대로 따른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모자의 관계를 뒤엎는, 서열이 완전히 역전된 남녀로서의 자모지간이기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수
컷으로서 위에 군림하고 엄마는 암컷으로서 그 아들 밑에서 철저히 기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이다.  동훈이는 더욱 뜨거운
섹스를 위해 양념처럼 곁들이곤 하던 잠자리에서의 높임말 놀이 이상의 것을 원했던 것이다.
   
   
      "엄마!  이제부턴 나한테 반말하지 말고 존대말만 써!"
      "응?  왜?"
 
      "말을 막 하니까 따귀도 함부로 때리고 그러는 거잖아.  그런 실수 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나한테 공손하게 존대
       말만 해.  말을 곱게 쓰면 행동도 고와진대.."
      "항상?"
 
      "응.  항상."
   
   
엄마는 필요없고 오직 여자만이 필요할 뿐이라는 말인가 싶어 모멸감이 들었었다.  동훈이가 원하는 바를 받아들이면 은
혜는 아들에게 더이상은 엄마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존대말한다구 달라지는건 별로 없어.  엄만 계속 엄마해.  난 계속 아들할께."
      
   
동훈이의 말처럼 한동안 달라진건 없었다.  그러나 십수 년간 입에 붙은 아들에 대한 반말을 떼어내고 미숙 언니가 함께
한 자리에서 친아들에게 존대말쓰는 민망함에 익숙해지는 동안, 아들 동훈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무럭무럭 자라서 큰 남
자가 되어갔다.  엄마인 은혜의 눈에 아들로 보일때보다 커다란 남자로 보일때가 더 많아지게 되었다.
     
  
     "오빠 너무 멋있어요..  아아, 하아..  오빠아..  자기 개자지 박아줘요.  자기 개좆으로 내 개보지 마구
      쑤셔요.  아흑, 아흑..  엄마 개보지 맛있죠?  맛있죠?"
    
     "익!  익!  이 개보지년..  이 씨발년..  엄만 진짜 야한 년이야..  씨발년..  맛있어 죽겠어.."
     "싸요오..  오빠아..  자기 좆물 깨끗이 닦아줄께요..  내 걸레보지로 말끔히..  하아, 하아..  말끔히 닦아
      줄께요.  난 오빠 걸레에요..  오빠 좆물닦는 걸레.."
   
  
   
"동훈이 이번에 기말고사는 잘 봤대?"
     
"잘 봤나봐.  말로는 실수를 많이 했다고 엄살인데.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은거 보면.."
"시험 못 봤으면 아예 말도 꺼내기 싫겠지."
 
"그러니까."
"고등학생 키우는게 아무래도 다르지?"
 
"다르지.  이걸 시켜볼까, 저길 보내볼까, 고민도 많고..  위에 형이나 누나라도 하나 있으면 좋았을걸 싶다니까 정말.  내
가 고등학생 뒷바라지를 해봤어야 말이지.  잔소리도 뭘알아야 제대로 하는데 말야.  그나마 언니가 유일하게 기댈 사람인
데..  언니도 재민이 미국 유학보내놔서 뭘 모르긴 마찬가지니.."
"지금부터라도 동훈이네 반 친구 엄마들하고 종종 만나고 얼굴 익혀둬.  요즘 세상엔 혼자선 아무것도 못해."
 
"그래야 할까봐.  근데 기회가 되야 말이지.  동훈이네 반엔 나서는 엄마가 없나봐.  언제 한 번 모이자고 연락주는 사람이 없네?"
"니가 몰라서 그러지, 왜 없겠니.  모르긴 해도 적어도 두세 번은 모임이 있었을걸?  1학기도 다 끝나가는데 한 번도 안
모였을리는 없다고 본다, 난."
 
"그렇겠지, 언니?  아무래도 반장 엄마한테 전화를 해보는게 좋겠지?"
"해봐."    
  
"언니, 잠깐만.  우리 마트에 좀 들렀다 가자."
"뭐 살거 있니?"
  
"집에 과일이..  아마 동훈이가 다 먹었을거야."
"그냥 가자.  동훈이 기다리는데.  난 별로 생각없어."
 
"누가 언니 준대?  우리 아들 줄거야."
"그래, 그래.  니 아들 많이 사다 맥여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 둘은 시시덕거리며 주차장을 나왔다.  한창 더울 두세 시 무렵이라 햇볕이 무척 따
갑다.  둘은 나무 그림자밑만 쫓아 걸으며 마트로 향했다.  마트의 유리문을 열고 앞장서서 들어서던 미숙이 갑자기 멈칫 멈춰선다.  미숙의 시선이 멈춘 방향에서 은혜의 동생 은선이 둘을 쳐다보고 있다.  은혜가 동생에게 손을 들어보인다.
   
"점심은?"
"먹었지.  둘이 어디 갔다 와?  언니, 안녕하셨죠?"
"어.  뭐 사러 나왔나봐?"
 
"밀가루랑 우유 좀 사러 나왔어요."
   
미숙은 은선을 대하기 무척 껄끄러웠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말이 많으면 실수할지 몰라 간단히 인사만 건
네고 한 발 물러서서 가까이 놓인 채소를 이것저것 들춰보며 짐짓 딴짓을 했다.  슬몃슬몃 은선의 안색을 훔쳐보니 은선이
가 은혜를 바라보는 표정에 특별히 이상한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한 얼굴이다.  그럴 수 있다는게
감탄스럽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미숙이나 은혜나 감탄스러운 뻔뻔함으로 변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 어쩌니?
- 그러게요.  어쩌죠?
 
10여일 전 교실 창가에 걸터앉아 동훈이에게서 은선이와 있었던 얘기를 들었을 때 미숙은 머리골이 찡 울리며 정신이 아득
해졌었다 서서 들었다면 현기증에 못이겨 뒤로 넘어갔을지 모른다.  동훈이와 서로 마주보기만 했을 뿐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엄마는 뭐래?  엄마하고 상의 해봤어?
- 엄마한테는 아직 말 못했어요.
  
놀라서 심장이 벌벌 떨리는 와중에도 동훈이가 자신에게 먼저 의논해왔다는게 기뻤다.  그러나 기쁨은 찰나, 눈앞이 깜깜
했다.  불륜이란게 누군가에게 한 번 꼬리를 잡히고 나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시간문제다.  머리채를 잡히고, 따귀를
맞고, 발길질에 가슴이 멍든다. 
  
- 엄만 정말 몰라?
- 이모가 저한테만 말했어요.
  
은선이는 어릴 적에도 성격이 차분했었다.  차분하다 못해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순식간에 활활 타오로는 은혜와는
성격이 정반대다.  친자매이면서도 그렇게나 다르다.  미숙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동훈이와의 관계를 들킨 다
음 은혜에게 호된 꼴을 당했다.  그런데 은혜는 모자상간을 들키고도 아무런 일도 당하지 않다니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
다.  그러니 누구 것을 도둑질하려거든 주인이 누구인지도 살펴 해야 할까보다.
  
[은선이는 왜 지 언니한테 말하지 않고 동훈이에게만 말했지?]
  
은혜 성깔에 아들과 붙어먹는 사이라는걸 친동생에게 순순히 인정하진 않을 것 같았다.  아마도 끝까지 오리발 내밀다가
방귀뀐 년이 성낸다고 버럭 삿대질하며 욕이나 하겠지.  어쩌면 미숙의 머리채를 잡았던 것처럼 은선이의 머리채도 잡아
돌릴지 모른다.  은선이는 언니의 성깔이 겁나 주저하고 있는걸까.
   
- 저기..  선생님이 이모한테 얘기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 내가?  내가 뭐라고?
  
- 그냥, 아무 말이라도..  이모가 오해한 거라구요.  저랑 엄마랑은 절대 그런 사이 아니라구 선생님이 말씀해주시면..
- 니 이모가 다 들었다며.  니가 엄마랑 하는거 다 봤다며?
  
- 하는걸 직접 본 건 아닌가 봐요. 
- 소리 들은 건 확실해?  넘겨짚는 말에 니가 또 넘어간건 아니고?
  
- 엄마가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는거 분명히 들었대요.  제가 "씨발, 씨발" 하는 것도 듣구..
  
[그 말만 들었을까?]
  
더한 말도 듣지 않았을까 싶었다.  엄마보지가 맛있다느니, 엄마보지는 개보지라느니, 그러는 소리도 몽땅 다 듣지 않았을
까 싶었다.  소름이 확 돋아올랐다. 
 
- 어머!  어떻게 들었지?  그 콘도 못 쓰겠다.  다신 가지 말아야지.  그 소리 말고 다른 소리는 못들었다니?  너, 좆 박을
  때 욕하는거 좋아하잖아.  그 날도 욕하면서 했지?
 
- 그랬겠죠.  아마.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그랬던것 같아요.
- 끄으응..  니네들도 참.  적당히 조심 좀 하지.  에구..  멍석깔아준게 나긴 하다만..
   
동훈이가 얼굴이 어두워지며 고개를 숙였다.  교실이라는 장소의 영향탓인지 몰라도 꼭 선생님에게 혼나는 학생아이처럼
풀이 죽었다.  동훈이가 아무리 어리다 해도 그녀의 정인이고 뱃속에 있는 아기의 아빠다.  기가 죽어 등이 굽은 모습을 보
니 마음이 약해져 왔다.
  
- 동훈아.  그렇게 기죽어 있을 건 없고..  솔직히 엄마랑 하다가 흥분되면 무슨 소리고 할 수 있는거지 머.  그게 잘못
  이라는게 아니라..  다만..  그런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조심해야된다..  그런..
- 저는 아무래도 비정상인가봐요.  엄마랑 씹하고, 선생님 임신시키고..  여자 보지 따먹으면서 욕이나 하고..
   
- 아유, 아니야.  여자 보지 따먹다가 그럴수도 있는거지, 남자가.  니 엄마나 내가 좋다는데 누가 뭐라든 남 눈치 볼거
  없어.  괜히 위축되고 그러지 마.  남자가 무슨 일이 닥쳐도 당당해야지.  안 그러면 매력없어.  알았니?
- 모르겠어요.
  
동훈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없었다.  미숙은 안쓰러운 마음에 동훈이의 볼을 손으로 잔잔히 쓸어주었다.  상심한 10
대소년의 싱싱한 입술에 깊이 입맞추어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지만 창밖으로, 복도로 학생들이 쉼없이 오가는 지라 그
럴수 없었다.
  
- 엄마한테 니가 먼저 말해.  니 엄마두 알고 있어야지.  당사자고 결국 언젠간 알게 될텐데.
- 생각 좀 해보구요.
  
-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니 엄마에게 우리 들켰을때..  니 이모한테는 절대로 그때처럼 하면 안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 알아요.
 
- 그래.  그때는 상대가 니 친엄마라 무사히 지나간거야.  다른 여자한테 그랬으면 넌 지금 여기 무사히 못있어.  강간으로
   걸려서 소년원 같은데 들어가 있지.
- 알고 있어요. 
  
- 내가 정말 말해봐?  이모한테?
- 아니요.  생각해보니까 선생님은 나서시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
  
- 왜?
- 선생님도 의심받을지 몰라요.
  
- 안그래도 나도 그게 마음에 걸려서..
  
몇 장 안되는 반 아이들 숙제 검사도 버거울 만큼 몸이 무겁다.  복잡한 일에 휘말리는 건 절대로 피하고 싶었다.
  
- 아, 짜증나.  시험공부 해야되는데..
- 그렇네, 참.  기말고사가 몇 일 안 남았지?  동훈아, 이모한테 전화해서 일단 기말고사는 끝나고 보자고 해봐.
  
- 기말고사 끝나구요?
- 그래.  기말고사 끝나고.  어쨌든 기말고사가 더 중요하잖아. 
  
- 이모가 가만히 기다려줄까요?
- 모르지, 그건.
  
- 일단 말은 해볼게요.  아이씨.  전화하기 싫은데.
  
잔뜩 어두운 동훈이의 얼굴과 달리 미숙은 마음이 한 꺼풀 홀가분해짐을 느꼈다.  피할수 있다면 끝까지 피하고 싶다.
미국으로 떠날때까지만 피해내면 또 한 차례 폭풍우가 밀어닥쳐 견디기 힘들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뱃
속의 희동이를 위해서다.  희동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  희동이에 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동훈아, 미안해.  내가 니 곁을 지켜주고 싶지만.  니 곁엔 항상 은혜가 있으니..]
   
   
- 아유, 날이 이렇게 좋은데, 인상 좀 펴라.  한숨도 그만 쉬고.  사진이나 찍자, 우리.  사진 찍으러 온거잖니.
- 후우..
 
- 한숨 그만 쉬라니까.  자자, 일어나봐.
  
미숙은 동훈이를 일으켜 세우고, 내려놓았던 디카를 손에 쥐어주었다.  유리창을 등지고 서서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동훈
이를 바라봤다.  동훈이는 무겁게 디카를 들어 찰칵 소리를 내며 한 장 찍더니 힘없이 손을 내렸다.
   
- 왜?  기분이 안 내켜?  이래두?
 
미숙이 단추를 몇 개 풀고 블라우스를 젖혀 보였다.  옅은 분홍생 브래지어가 살짝 드러났다가 다시 옷깃에 가려졌다.
 
- 선생님, 뭐하세요?  누가 봐요.
- 그러니까 누구 보기전에 빨랑 찍어.  니 기분 풀어주려고 무리하는거야, 지금.  원래 교실에선 이러면 안되는데.
  
- 왜요?  전에 더한 것도 한 적 있잖아요.
- 그때야..  그때는 방학이고 추울때라서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잖니.  지금하곤 사정이 다르지.  잠깐.
  
미숙은 바깥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구석으로 가더니 블라우스 속으로 손을 넣어 브래지어를 벗어내고 핸드백에 재빨리 감
췄다.  그리고 의자에 걸쳐두었던 갈색 가디건을 입고 동훈이 앞에 다시 섰다.
 
- 더운데 가디건은 왜요?
- 그래야 이럴 수 있지.  짜안!
  
짠 소리와 함께 미숙의 두 손이 블라우스를 좌우로 확 벌렸다.  오가는 학생들의 시선을 가리기 위해 블라우스는 약간만
벌어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정면에서 바라보는 동훈이의 눈에는 젖무덤의 일부와 가운데의 골짜기가 보였다.
  
- 어때?  나 섹시해?  찍을 맘 들어?
- 헤헤..  글쎄요. 
 
- 나 섹시하지 않어?  찍을 맘 안 들어?
- 흐흐..  좀 약한 것 같은데요?
 
- 그래?  내가 너무 소심했나?  그럼 이건?
 
미숙의 두 손이 블라우스를 앞으로 쭈욱 빼자 진한 흑갈색의 젖꼭지가 서서히 모습을 내보였다.  투실투실한 젖가슴과 꽤
두껍고 색이 짙은 젖꼭지가 동훈이의 정면으로 생생하게 노출됐다.
 
- 와.  그대로.  잠시만요.
- 찰칵.  찰칵.  찰칵.
 
감탄과 함께 동훈이가 바쁘게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하자 미숙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더욱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해주었
다.  물론 창밖과 복도쪽에서 누가 오진 않는지, 누가 보진 않는지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채였다.
 
- 동훈아, 나 미국 가있는 동안 내 젖 찍은 사진 보면서 딸딸이 많이 쳐야 돼.  알았지?
  
젖가슴 찍은 사진 몇 장이 동훈이를 흥분시키진 못하리란걸 잘 알지만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미숙은 농담삼아 그리 말했다.
미숙의 집에는 동훈이와 함께 찍은 섹스 동영상 테잎과 파일이 꽤 많이 숨겨져 있다.  은혜도 물론 단골 출연배우이다.  처
음엔 간수하는게 별일 아니었으나 이제는 신경이 제법 쓰인다.  미국 가기전에 동훈이에게 모두 넘기고 갈 생각이다.
  
- 네.  사진이랑 동영상이랑 자주자주 보면서 딸딸이 칠게요.
- 그래 주면 고맙고.
 
- 선생님, 근데..  지금요..  지금 제 자지 빨아주시긴..  힘들겠죠?
- 어머!  꼴렸어?
  
- 네.
- 겨우 내 젖만 봤는데 벌써 꼴렸어?  어제 엄마랑 못했니?
 
- 밤에 한 번 하고 자긴 했는데..
- 근데 왜?  재미없었어? 
 
- 아니 머.  그건 아니지만..
- 보다시피 애들이 계속 지다녀서..  우리 집 갈까? 나 퇴근할 시간 다되가는데. 내가 집에 가서 맛있게 빨아줄게.  보지도
  화끈하게 대주고.  어때?  갈래?
 
- 안되는데..  저 학원 갈 시간 다됐거든요.
- 학원이 언제 시작하는데?
 
- 이제 한 30분밖에 안 남았어요.
- 빠듯하네.  어쩌나.  그럼 책상밑에 숨어서라도 빨아줄까?
  
-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욘 없어요.  배불러서 힘드신데.
- 좆이 꼴렸다면서?  그 상태로 학원가서 공부가 제대로 되겠어?
 
- 학원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 엄마 따먹으면 되요.  그때까지만 참죠 머.
- 아유, 미안해라.  동훈아, 미안해, 정말.  선생님이 자지 못 빨아줘서. 
 
- 저도 안되는거 알면서 그냥 한 번 말 해봤어요.  다음에 시간나면 잘 빨아주세요.
- 그래.  다음에 선생님이 정말정말 잘 빨아줄게. 그리고 이모 일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당장은 기말고사에만 집중해.
  시험 잘봐서 내신 올려야지.
 
- 노력해 볼게요.
- 별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네.
  
- 그래도 선생님하고 얘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한결 좋아졌어요.
- 그래?  그럼 다행이고.  우리 사진이나 더 찍자.  얼굴 맞대고.
  
  
  
"그 무우 오늘 아침에 들어온거에요.  싱싱하고 아삭아삭한게 김치 담궈먹으면 아주 맛있어요."
"네?  아."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가 수퍼 주인아줌마가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미숙은 손에 든걸 화들짝 내려놓는다.  하필이면 들고 있
던게 총각무우였다. 무안한 김에 아무렇게나 손을 내뻗고보니 이번에 잡히는건 또 당근이다.  흠칫 놀라 손을 빼고 괜히 핸
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귀는 여전히 쫑긋 은혜 은선 자매의 대화를 엿듣는다.
  
"동훈이 시험 언제, 끝난거야?"
"그제."
 
"잘 봤대?"
"몰라.  밤새다시피 열심히는 하는 것 같더라만..  성재는?"
 
"우리 성잰 다음주 월요일에 끝나."
"어떻게 중학교가 고등학교보다 더 늦니?"
  
"내 말이.  이놈의 시험, 빨랑 끝나버려야지.  내가 늙어, 진짜."
  
은선은 성재를 붙들어 앉혀놓고 시험공부 시키는 짓이 얼마나 힘든지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았다.  은혜는 혀를 끌끌 차며 듣
다가 중간중간 끼어들어 토를 단다.  곧 끝나겠지 싶던 자매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은혜의 수다야 익숙하지만 은선
이도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침하고 말없던 어릴 적 모습이 이럴때는 전혀 없다.  영락없이 애키우는 한국 아줌마다.
  
"동훈이는 지금 집에 있나?"
"응?  아니.  아침에 놀러 나갔어.  한참 놀고 있을거다.  시험 끝났다고 애가 아주 신이 나서.."
  
"신이 났어..?"
  
잠시 뭔가를 혼자 골똘히 생각해보는 은선이를 보며 미숙은 온몸에 닭살이 돋고 금방이라도 심장에 투욱 떨어져 뒹굴기라
도 할 것처럼 가슴이 떨렸다. 
 
"동훈이 보고 우리 집에도 좀 놀러오라고 해."
"성재 시험 중이라며."
 
"끝나고."
"뭐 맛있는거라도 해주게?  근데 넌 어째 나보곤 통 놀러오라는 소리를 안하니?"
 
"언니는 이렇게 오다가다 자주 보잖아.  동훈이 고 녀석은 꼬빼기도 보기 힘들고.  전화해도 안 받고."
  
전화해도 안받는다는 말에 미숙은 가슴이 또한번 철렁 내려앉는다.  다행히 은선이의 시선은 은혜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
다.  은혜의 마음속 깊은 밑바닥까지 속속들이 투시해내기라도 할 것 같다. 
   
"은혜야, 저 멜론 맛있겠다.  저거나 한 두어 통 사가자."
"멜론?  멜론은 실속없이 비싸기만 하잖아.  차라리 참외가 낫지."
  
"멜론 사자.  내가 먹고 싶어서 그래.  내가 살게."
"됐어, 언니.  우리 집 놀러왔는데 당연히 내가 사야지.  언니는 아까 차값 냈잖아.  은선아, 너도 같이 갈래?"
 
"난 성재 공부시키러 가야돼.  나 없으면 우리 성재 공부 안해."
"그래?  너도 멜론 한 통 사줄까?"   
  
"아냐.  됐어.  언니꺼나 사.  우리 집에 과일 많아."
"멜론도 있어?  없지?  가져가서 애들 줘." 
 
  
은선은 은혜의 거듭된 권유를 끝까지 마다하지는 않았다.  은선은 둘이 멜론 세 통의 계산을 마치고 가게문 너머로 멀어지
는 뒷모습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빤히 보고 있으면 뒤통수가 따가워 한 번이라도 뒤돌아 봐주지 않을까 했다.  영화나 드
라마에서 보면 늘상 그러니까.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도 은선이네 집에 다니러 오셨다가 떠나실때면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어주곤 하셨었다.  요즘은 그처럼 뒤돌아봐주는 사람도,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도 만나기 드물다.  은혜와 미숙이
아파트 안으로 일없이 사라지는걸 확인하고 은선은 고개를 돌렸다.
 
은혜 언니가 사준 멜론 한 통과 우유며 잡다한 것이 든 봉지를 양손에 나눠들고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간다.  은혜언니는 아
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의뭉스러운데가 있으면서 한편으론 바보같이 솔직한 은혜언니의 성격으로 보아 동훈이에게서 어
떤 언질을 받았다면 은선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을 것이다.  적어도 멜론 한 통을 일부러 사서 안겨주지는 않았을 거다. 
    
마음의 동요를 숨기고 은혜 언니와 대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럴땐 참 편리한 성격이다.  때때로 생각가는 대
로 내뱉고, 북받치는 대로 발산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참지 않는 자는 누리고, 참는 자가 누리지 못하는 세상이다.  은
혜언니 같은 성격이 유리한 세상인 것 같다.
 
 
"성재야.  엄마왔다.  쉬는 시간 끝."
"이 판만 끝내구."
 
"10초안에 끝내.  하나, 둘, 셋.."
   
셋까지만 소리내어 세고 은선은 사온 우유와 쥬스통을 냉장고에 채워넣었다.  여러 번 재촉해야 성재는 마지못해 컴퓨터게
임을 끝낼 것이다.  은선이 클 때는 부모님으로부터 밥 먹어라, 집에 일찍 들어와라 그 두 마디만 듣고 자란 것 같다.  요새
는 아이를 그렇게 키울 수 없다.  아침에 깨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밤에 잠들때까지 일일이 챙겨주고 단속해야한다. 
  
내버려둬야지, 지들이 알아서 커야지 하면서 둘째 영재는 그나마 놓아두고 키우는 편이다.  영재는 그렇게 놓아두어도 불안
하지 않다.  그러나 큰아들 성재는 풀어놓으면 안심이 안된다.  그래서 한때는 남편이나 시댁 어른들에게서 큰 아이를 편애
한다는 말도 들었다.  실상은 성재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안차 자꾸만 잔소리하고 참견하게 되는 것인데.
   
"컴퓨터 껐니, 안 껐니?"
"끌게요."
  
"엄마가 끄라고 말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껐어?"
"끈다구요."
  
성재가 신경질적으로 투닥거리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못 들은 척 했다.  성재가 초딩일때는 그런 꼴을 그냥 보아 넘긴 적
이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엄마가 꾸중하면 어깨에 주눅이 잔뜩 들어서 말대답도 제대로 못했었
다.  그런 모습조차도 남자답지 않아보여 못마땅했었는데 중학생이 된 지금은 사정이 다소 달라졌다.  은선 쪽에서 잔소리
가 도를 넘지 않게 조심하고 있다.  꾸중에 한 번 바락 대들면 은선이 한참 어른이고 엄마인데도 겁이나서 주춤거리게 된
다.  그럴때면 "역시 사내애는 사내애인가보다, 사내애는 자라면서 점점 드세진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나보다"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빵이랑 쥬스 사왔으니까 나와서 먹어."
   
추적추적 걸어나와 엄마가 차려준 간식을 맛있다는 말 한 마디없이 꾸역꾸역 집어먹는 큰아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  영재처럼 미주알고주알 말이라도 시원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속에 담고 사는지 몰라 답
답해 죽겠다.  지켜보고 있다가는 또 잔소리를 하게 될 것 같아서 옷도 갈아입을겸 안방으로 자리를 피했다.
   
[저두 갑갑하기도 하겠지.  토요일 오훈데 밖에 한 발짝도 못나가고 집에만 잡혀 있으니..]
   
성재는 요즘 토요일마다 어디를, 누구를 만나러 나가는지 말없이 휭하니 나갔다가는 어둑어둑해져서야 돌아오는 버릇이
생겼다.  친구를 만나서 같이 노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방안에 혼자 틀어박혀 있지 않아 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는 생각에
이제는 더 추궁해 묻지도 않는다.  그러나 간혹 옷에 흙을 묻히거나 팔 다리에 생채기가 나서 돌아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
걱정 저 걱정에 심사가 복잡해진다.
 
[동훈이한테 전화나 다시 해보자.]
   
- 띠리링..  띠리링..
  
전화를 역시 받지 않는다.  전원은 켜져 있다.  다시 번호를 누른다.
  
- 띠리링..  띠리링..
 
이번에도 받지 않는다.
 
[극장 같은데 들어가 있나?]
  
시험이 그제 끝났으면 오늘이나 내일쯤은 연락이 와야 한다.  기말고사 기간엔 약속대로 얌전히 기다려주었었다.  끝나자마
자 득달같이 달려와 무릎을 꿇거나 두 손 모아 삭삭 빌거나 할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다.  하루 쯤, 이틀 쯤 더 기다려볼걸
그랬나 싶다.  그러나 내친 김이다.  문자메세지 창을 열었다.
 
           『최동훈.  전화해라.  기말고사 끝난거 다 안다.』
  
[너무 강압적인가?]
  
지우고 다시 입력했다.
  
           『최동훈.  전화해라.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야.』
  
[이것도 좀 아니다.  피하는게 아니라 그냥 까먹고 있는건지도 모르는데.]
   
글자를 지우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뭐라고 쓸지 막막하다.  불러서 앉혀놓고 뭐라고 할 것인가.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
서 어떤 방향으로 끝낼 것인가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 
  
[언제 부를까?  평일에?  주말에?  낮에?  저녁에?  밥먹이면서 얘기해?  아서.  체할라.  애들 없을때 불러야겠지?  애들
은 머, 나가 놀라고 하면 되고.  부르기 전에 집청소를 해놓는게 좋겠다.  신발장에서 냄새가 좀 나던데.  쇼파도 닦아야겠
어.  여기저기 음식 얼룩이 묻어서 지저분하더라구.  가만.  머리가 좀 지저분해 보이지 않나?  미용실가서 머리를 좀 할까?
옷은?  옷은 뭘 입지?]
   
생각하면 할수록 걸리는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머리를 흔들었다.  당장 답이 안나오는건 어차피 고민해봐야 시간낭비다.
은선은 간결하고 최대한 건조한 어투로 문자를 입력해 발송한다.
    
            『최동훈.  시험 끝났다며.  월요일 지나서 한 번 놀러와라.  전화 미리 하고.』
   
  
  
[아, 심심해.  엄만 왜 이렇게 안오냐.  30분이면 온다더니.]
  
지루하고 나른하다.  못견디게 더운 날씨는 아닌데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어도 나른함이 가시지 않는다.  좀이 쑤시는 몸을
소파에서 이리 눕고 저리 앉고 하다가 TV채널을 톡톡 바꾸어본다.
 
이리 기다릴 줄 알았으면 명철이와 조금더 놀다 들어올걸 그랬다.  농구만 줄창 뛰고 또 농구 시합 하자길래 뿌리치고 와버
린게 후회스럽다.  농구 좀 하고 점심 먹고 나서 명철이가 주희와 영은이를 불러내려니 했는데 그럴 낌새가 전혀 없었다.
 
동훈이는 핸드폰을 들고 문자수신함을 뒤져보며 무료함을 달랬다.  주희나 영은이와 가끔 문자를 주고받는다.  시시콜콜한
안부문자가 대부분이고 가끔 학원숙제에 관해 물어보기도 한다.  간혹 음성통화를 나누는데 대개는 명철이가 옆에 있고 걔
네 둘도 함께 있는 가운데 통화가 이루어지곤 한다.
 
이대로 가면 동훈이는 주희와, 명철이는 영은이와 엮어질 공산이 크다.  명철이가 영은이에게 유독 찝적대는 눈치라 동훈이
는 은근슬쩍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다. 
 
[명철이만 아니면..]
 
안 그러려하지만 주희와 둘이 있으면 눈이 저절로 영은이를 향할 정도로 아이가 예쁘장하다.  장난이 짓궂은 편이고 말을
제멋대로 하는 단점이 있지만 차분히 입다물고 있으면 눈매가 제법 깊고 잔잔하다.  주희는 동갑내기라 말이 쉽게 통하고
쾌활발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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