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무 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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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0,830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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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제 1

“제발 이제 그만하면 안 되겠어? 이제 정신을 차릴 때도 됐잖아!”

명수는 집을 나서는 명철을 향해 악을 쓰며 가로막았다. 형 명철의 미친 짓은 이제 그의 가정과 가족을 파탄 내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형의 강요에 온 가족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고......이젠 형이 더 이상 긁어갈 뭔가도 남아 있지 않단 말이야!”명철은 자신의 멱살을 움켜쥔 동생 명수가 흔드는 대로 몸을 맡겼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머리에 덩달아 헤쳐진 머리칼이 마치 바람 부는 갈대밭을 연상 시켰다.

“이제 거의 다 됐어, 명수야 나라고 식구들의 원망이 왜 무섭지 않겠니......하지만 곧 내가, 네 형이 왜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지 알게 될 거다. 그리고 그때는 내게 이것 말고는 달리 선택이 없었음도 알게 될 거야......나 그만 가봐야 돼.”

퀭한 두 눈은 명철도 제대로 된 섭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얼마만인지 기억도 가물 할 정도로 오랜만에 들른 집이다.

그런 집에 와서도 마치 거식증에 걸린 환자처럼 먹은 음식을 소화 시키지 못하고 연신 게워냈다. 그것도 새모이처럼 깨작거리며 먹은 작은 양만으로도 그랬다.

“아, 씨발.”

처연히 자신의 완력에 흔들리는 형을 더 이상 강제 할 수 없었던 명수는 차라리 모질지 못한 자신과 가족들을 원망했다.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우리가 병신이야! 아니 아주 형의 꼭두각시가 돼 줄게. 그러니 제발 그 잘난 몸이나 추스르고 가.”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명수야. 하지만 정말 이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케이브에 저장해야 할 게 너무 많아.......”

“하아~ 형!”

“미안해 명수야, 언젠간......얼마 남지 않았어......”

명수는 더이상 형 명철을 말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하긴 이럴 때의 형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건 가족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가. 하지만 조건이 있어.”

“조건?”

“응, 동희를 데려가. 어차피 동희도 방학을 했고 무슨 극기훈련을 간다는데 차라리 형을 따라가 한 며칠 수발이나 들라고 했어.”

“동희를? 하지만 아직 케이브 안은 너무 어수선 한데......동희가 지내긴 많이 불편할 거야. 아직 어린앤데.”

“어리긴 고2가 뭘 어려, 그리고 내년이면 대입 수험생이라 콧바람 쐴 여가도 없으니 겸사겸사 고생 좀 하라는 거야. 데리고 가.”

명수는 단호했다. 어쩌면 형을 빙자해 딸내미에게 산교육을 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알았다. 그럼 며칠 데리고 있으마.”

명철은 제수인 명수의 아내를 바라봤다. 이미 모든 가족에게 신뢰를 잃은 몸이라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은 냉랭했다. 하지만 귀한 딸을 자신에게 딸려 보내는 엄마의 눈빛엔 그래도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사히 돌려보내겠습니다. 제수씨.”명철이 동생의 아내를 안심시키는 말을 하는 사이 조카딸 동희가 옷가지 등을 챙겨 넣은 백팩을 지고 명철의 옆에 다소곳이 섰다.

“엄마.”

“제발 몸 생각 좀 해라. 그 케이븐지 뭔지 보다 난 네 건강이 더 걱정이다.”

“염려 마세요.”강신애는 기어코 길을 나서는 장남 명철을 애달픈 시선으로 바라봤다. 벌써 무슨 방주 운운 하며 시작한 케이브에 매달린 후 부쩍 소원해 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장 의지하는 이가 바로 큰아들 명철이다.

“금방......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모두 함께 할 날이 곧 옵니다.”

명철은 가족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그 뒤를 동희가 조용히 따랐다.

“여보!”

대문을 벗어나 채 50m도 가지 못해 명철은 커다란 난관에 직면했다. 바로 아내 수연과 아들 동수가 명철의 걸음을 막아선 것이었다.

“여보......동수야!”

“여보 제발 여기서 멈추면 안 돼는 거 에요?”“아빠 안 가면 안 돼?”

명철의 두 눈에 습기가 차올랐다. 피붙이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아들의 소원을 외면해야만 하는 심정은 그야말로 찢어지는 듯 했다.

“곧......곧 모든 게 끝이 날거야. 그러니 조금만 더 버텨 줘.”“여보 제발......”

명철은 애원하는 아내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살며시 안아줬다. 그리고 옆에 있는 아들도 같이 품에 끌어 안았다.

“아들, 아빠가 없을 땐 네가 아빠 대신 가장이야. 엄마를 잘 부탁한다.”“......”

명철의 외아들 동민은 명철의 당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입을 삐죽이 내민 채 화난 표정을 지었다.

“아들......”

“......알았어요.”

명철이 동민을 달래며 애원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제야 동민은 마지못해 수긍의 한마디를 남겼다.

“곧......곧 이 일에 내가 왜 필사적인지 알게 될 거야.”“후~ 알았어요. 이젠 당신을 말리는 것도 힘에 부치네.”

명철의 아내는 조카딸인 동희를 보고 당부를 했다.

“동희야 미안 하지만 큰아버지 좀 부탁한다.”

“네, 큰 어머니.”

명철은 가족과의 짧은 이별을 뒤로 하고 케이브가 있는 지리산으로 향했다.

“와! 여길 큰아빠가 다 만든 거 에요?”“이걸 다 어떻게 큰아빠 혼자 다 만들 수 있겠어. 이건 우리 온가족이 만든 거야.”

지리산은 산세도 깊고 험한 것으로 유명한 산이다. 옛날엔 6.25도 모르고 지나간 마을도 있었다고 할 정도로 고립 된 오지도 많았다곤 하지만 문명과 레저가 발달한 요즘에야 어느 한 곳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청정지역을 찾기가 어려운 시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명철과 동희가 서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인적이라곤 찾기 어려운 오지 중의 오지였다. 장대한 지리산이라 존재하는 곳인 것이다.

케이브. 즉 동굴이라는 뜻이지만 사실 이곳은 동굴이라기 보단 수직갱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동희가 탄성을 지른 갱의 입구 즉, 동굴의 수평구간은 불과 10여 미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폭은 2m 정도에 높이는 2.5m 쯤 되는 동굴에 들어서자 짙은 무광회색의 금속문이 3중으로 설치 되어있는 모습에 동희가 탄성을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명철이 온가족이 가진 전 재산을 강탈하듯 빼앗아 만든 케이브는 사실 수직갱 아래에 있었다.

“아~”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완성된 케이브를 본 동희는 탄성을 지르는 것 조차 잊어버렸다.

“어때 대단하지?”

“크......큰 아빠.”

수동식 승강기는 거의 100m 가량의 갱을 내려온 후에 내릴 수 있었다. 조명도 없이 오직 차르륵 거리는 체인 소리만 들리는 수동식 승강기는 탑승한 동희는 내내 마음을 졸였었다.

혹시나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거의 울음을 터뜨리려는 순간 승강기는 바닥에 닿았다.

딸깍, 우웅~

명철의 조작으로 발전기가 돌고 옅은 조명이 들어오자 동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암반으로 아뤄진 천연동굴에 현대식 자재가 조화를 이루며 거대한 생활공간이 드러났다. 마치 암반을 인테리어 컨셉으로 만든 빌딩의 내부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던 것이다.

“여기가 공동 주방이고 여기는 샤워장 그리고 여기가 냉동고다. 여긴 우리 온 가족이 저어도 300년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비축될 거다.

명철이 열고 보여준 식료품 저장고는 동희로선 상상도 못할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여기에 저장된 것들은 모두 완전 멸균된 상태로 모두 폴리 소재의 진공팩에 들어 있지. 아무래도 캔 종류들은 저장성이 떨어지거든.”

큰아버지의 안내로 돌아다닌 케이브의 규모는 말 그대로 성서에 나온 거대한 방주를 연상케 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큰 아버지?”

“왜, 동희야.”동희는 거대한 방주 케이브를 보고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있었다.

“이......이걸 왜 만드신 거에요?”

동희가 궁금한 건 바로 이거였다.

‘왜 이런 장소가 필요한가.’

“동희야.”

명철은 이제 가족들에게 케이브의 정체와 목적을 밝혀야 할 시점에 왔다고 판단했다. 유독 이번에 집을 방문한 후유증이 심했던 것도 이유의 하나가 되었다.

“에, 큰아빠.”“너 이 큰아빠가 이 케이브에 매달리기 전에 직업이 뭐였는지 알지?”

“네, 국정원에 계셨잖아요.”“그개, 국정원에 있었다.”명철은 잡시 과거의 상념을 떠올렸다 털어 버렸다.

“국정원이라는 곳은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취사선택과 분석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러면 그게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판단을 할 수가 있게 되지.”

“?”동희는 뜬금없는 정보 타령을 하는 큰아빠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명철은 굳이 그런 동희를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그런데 말이야 동희야, 큰아빤 정말 말도 안 돼는 엄청난 정보를 접하게 됐다. 그건......”

꼴깍.

동희는 이어지는 큰아빠의 말에서 심상찮은 기색을 읽었다. 뭔가 거대한 불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은 것이다.

“왜 놈들과 떼국 놈들이 이 나라를 세상에서 지우려는 음모를 말이다.”“!”

“처음엔 놈들의 야욕을 분쇄하려고 동분서주 했었다. 그러나 이 큰아빠의 주장은 허황된 계략에 빠진 무능한 요원의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아~”“그 다음엔 이민을 생각 했었다. 망명은 어림도 없는 일이니 현실적으로 남은 건 이민 뿐이었지. 하지만 국가기밀을 취급하던 국정원 요원이라는 신분은 그것마저도 불가능했다.”“그래서......”

“그래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방주뿐이었다. 놈들의 핵공격으로부터 우리가족을 지키는 방법 중 내가 선택항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핵공격이요?”

동희는 핵공격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핵이라니.

“내가 예상한 대피기간은 300년으로 봤다. 그 정도면 방사능 제거 기술이 핵공격의 잔해를 모두 지울 수 있을 거 라 판단한 거지.

“그래서 여길 사신 거예요?”

“아니 사지 않았다. 여긴 국유지다. 국립공원 안이지 않니.”

“그럼 어떻게......”

“여긴 핵공격에 대비한 방주다 뭐 불법이니 하는 것들은 신경 쓸 이유가 없지 오직, 핵폭발과 방사능의 피해를 대비할 수만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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