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 O ' STORY - 05 / 20 for 흑사랑 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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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526회 작성일 17-02-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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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로와시의 연인들 > 05 / 20

"어젯밤 피에르가 당신에게 채찍질을 했나?"
하인이 O에게 물었다.
"예."
O는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디 그럼 드레스를 들어올리고 채찍으로 맞은 데를 보여봐."
하고 그가 말했다. 어젯밤 쟌느가 해보인 대로 드레스를 등 뒤로 말아올
리고 쟌느의 도움을 받아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동안 하인은 말없이 기다
리고 있었다. 그리고 O에게 불을 붙이려고 지시했다.
허리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바람에 하얀 허벅지와 가느다란 다리가 녹
색 실크와 하얀 안감을 배경으로 해서 시원하게 흘러떨어지는 목포처럼 아
주 선명하고 자극적으로 떠올랐다.
다섯줄로 내달린 채찍 자국은 이미 거무틱틱한 색으로 변색돼 있었다.
난로에는 불씨가 준비되어 있었으므로 자신이 할 일은 작은 가지에 불을
옮겨 붙이가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과나무 가지를 이용하면 바로 불을 지
필 수가 있었다. 이어서 떡갈나무로 만든 장작에 불이 붙었다. 그러자 탁탁
튀는 소리를 내면서 밝은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대낮이기 때문에 저녁 때
만큼 불꽃이 환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냄새만은 변함없었다.
그때 다른 하인이 들어와 어젯밤에 램프가 올려져 있던 작은 탁자 위에
커피잔과 커피포트를 내려놓고 다시 나갔다. O는 작은 탁자 앞으로 걸어가
고 쟌느와 모니크는 난로 양쪽에 서있었다. 바로 그때 두 남자가 들어오자
처음부터 있었던 하인이 밖으로 나갔다.
그 두 사람 중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익은 듯했다. 틀림없이 어젯밤
자신을 범하고 허리 입구를 좀더 넓혀야지만 이용하기에 편할 것 같다는
제의를 했던 남자가 확실했다.
O가 코피잔에 커피를 따르고 모니크가 설탕을 집어넣어 휘젓고 있는 동
안 O는 살며시 그 남자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영국인 같은 느낌이 드는 남
자로 무척 젋어 보였고 검은 머리카락에 조금 여윈 듯했다. 그가 다시 입
을 열었을 때, O는 틀림없이 어젯밤 그 남자라는 확신을 가질수 있었다.
다른 남자도 역시 흑발로 조금 비만체에 가까웠고 둥그런 얼굴형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가죽이 씌워진 커다란 안락의자에 앉아서 난로를 마
주 보고 다리를 쭉 뻗고 조용히 담배를 태우면서 신문을 뒤적거렸다.
그 모습은 서재 안에 있는 여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한, 아주
태연 자약한 태도였다. 이따금 신문을 넘기는 소리와 장작튀는 소리만 들
려올 뿐이었다. O는 난로에 눈길을 집중하고 때맞춰 장작을 집어넣고 있었
다.
O는 장작 바구니 옆 바닥에 놓여 있는 쿠션에 걸터앉아 있고 모니크와
쟌느는 그 정면 바닥에 앉아있었는데 활짝 펼쳐진 두여자의 스커틑 자락이
맞닿아 있었다.
모니크와 스커트는 검붉은 색이었다. 거의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한
남자가 갑자기 쟌느를 부르고 이어서 모니크도 불러 세웠다. 그는 두 여자
에게 쿠션을 갖고 오도록 했다. 그것은 어젯밤 O가 가슴을 바닥에 대교 엎
드렸을 때, 배 밑에 있었던 쿠션이었다.
모니크는 그 다음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무릎을 꿇고 쿠션을 두 손
에 쥐고 쿠션의 모피를 가슴에 밀차시킨 채 앞으로 몸을 수그렸다. 남자가
쟌느에게 모니크의 빨간 스커트를 말아올리게 해도 O는 꼼짝도 하지 않았
다.
그리고 쟌느는 가장 야비한 말로 지시를 받아 남자의 옷을 벗기고, 적어
도 한번이상 O를 거칠게 꿰뚫었던 적이 있는 육체의 무기를 두손으로 감
싸쥐도록 강요되었다.
그것은 쟌느의 손바닥 안에서 거대한 흉기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O는 목
도했다. 쟌느의 섬세한 손이 모니크의 허리를 고정시키는 동안 남성이 천
천히 모니크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가 그녀의 입을 일그러뜨리는 것을,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다른 남자가 눈길도 돌리지 않은 채 O
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신호를 하고 몸을 의자의 팔걸이에 기대게 해서 -
스커트는 이미 걷어올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알몸인 허리가 그대로 드러났
다. - 손바닥을 이드거니 펼쳐 베를 움켜잡았다. 1분 정도 지나 문이 열리
고 르네가 서재에 들어와 목도한 것은 바로 이 광경이었다.
"괜찮아, 그대로 계속해."
르네는 그렇게 말하고 남자에게 불려갈 때까지 O가 않아 있었던 난로가
의 쿠션에 털썩 주저 않았다. 그리고 O의 자세를 요모조모로 자세히 뜯어
보고 꺼안고 있는 남자의 손의 배와 허리를 동시에 꿔똟고 점령하고 학대
할 때마다 견디지 못하고 쥐어짜는 소리를 흘리고 있는 O에게 미소를 던
지고 있었다.
모니크는 방금 전에 몸을 일으키고 쟌느가 O대신에 불을 지피고 있다가
르네에게 위스키잔을 갖고 왔다. 르네는 쟌느의 손에 키스를 하고 O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위스키를 마셨다. O를 부둥켜안고 손을 놀리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 여자가 자네 애인인가?"

"응, 그래."
하고 르네가 대답했다.
"작크가 말한 그대론데."
하고 상대가 말을 계속했다.
"이 여자는 약간 좁아. 조절이 필요해."
"하지만 너무 헐거운 건 좋지 않아."
하고 쟉크가 말했다.
"좋을 대로 해. 나보다는 자네들의 눈이 더 정확할 테니까."
르네가 쿠션에서 일어나면서 벨을 눌렀다.
그날 이후 계속해서 만 1주일간, 서재에서의 시중이 끝나는 해질녘부터,
또 서재로 끌리기는 저녁 8시에서 10시경까지 - 그때에 자신은 빨간 망토
를 걸피는 것 이외에는 알몸으로 연결돼 있었지만 - 자신은 에보나이트로
만든 모형을 몸 안에 집어넣고 있어야 했다.
그것은 내부의 근육운동으로 몸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허리에 두른 가죽 벨트에 연결된 세 가닥의 가느다란 쇠사슬로 고정돼 있
었다. 그 중 한 가닥은 엉덩이 사익로 지나가게 돼 있었고 나머지 두 가닥
은 삼각형을 이루는 아랫배의 양쪽에 내려뜨려져 있어 필요할 때에도 방해
가 되지 않았다.
르네가 벨을 누른 것은 작은 상자를 갖고 오라는 지시를 낼리기 위해서였
다.
그것은 칸막이가 되어 있는 상자로 한쪽에는 쇠사슬과 벨트가 연결된 것
이, 반대쪽에는 극히 가는 것에서부터 굵은 것까지 남서의 성기를 닮은 봉
들이 들어 있었다. 봉들은 모두 한결같이 아래쪽이 굵게 돼 있기 때문에
몸 안쪽으로 빨려들어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때부터 며칠동안 O는 몸의 확장을 계속해야만 했다. 쟉크가 매일 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굵은 것으로 갈아 끼워주었던 것이다. 그는 O를 무릎
꿇리거나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게 해서 쟌느나 모니크, 아니면 그 자리
에 있던 여자에게 봉을 고정시키고 자신은 감시를 했다.
여자들이 먼저 목욕하고 나서 알몸으로 화장을 하고 식당에 함께 모이는
저녁식사 때에도 O는 변함없이 그 봉을 몸에 차고 있어야만 했다. 쇠사슬
과 벨트가 붙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나는 그것을 넓히고 있는 중
이야, 하고 광고하고 다니는 셈이었다.
방에 딸린 하인 피에르는 아묻 O를 욕심내지 않을 때에는 O를 벽에 연결
돼 있는 쇠사슬에 묶어 두었다. 또 서재로 갈 일이 있을 때에는 손목을 돌
려 팔찌의 고리를 연결해 결박시키곤 했다.
그때가 되기 전에는 봉을 몸에서 빼낼수가 없었다. 아직도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좁은 편이기는 했지만 급속도록 사용하기 쉽게 탈바꿈한 것이다.
남자들의 바램이 점참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봉을 더 차
고 있진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O의 애인은 열리는 상태가 두배는 좋아졌
다면서 앞오로도 이런 상태가 계속유지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 때 그는 혼자서 파리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후에 다
시 돌아와 O와 함께 파리고 돌아갈 때까지 이 저택에서 지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 동안은 만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 나를 잊어버리면 안돼."
어떵게 내가 이 남자를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눈가리개를 하는 손, 피에
르이 채찍 등 모든 일이 이 사람의 손에서 이루어진 일인데......
침대 위에 작은 산을 만들고 있던 쇠사슬, 배를 깨물던 생면 부지의 남자
도 마찬가지다. 명령을 내리는 목소리도 모두 이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이
다.
자신은 권태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자신은 단지
걷잡을 수 없는 느욕을 당했기 때문에 그런 애무에도 이숙해졌고, 숨이 넘
어갈 듯한 채찍질을 맞았기 때문에 어떤 채찍질에도 익숙해졌을 뿐이다.
고통과 쾌락과 두려움까지, 모든 감정과 기분과 흥분을 만끽했기 때문에
자신은 눈을 떴으면서도 잠자고 있는 듯한 상태, 즉 몽유병을 앓고 있는
것과 비슷한 무감각 상태에 한 발짝 다가섰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였다. 똑바른 자세를 유지케 하는 코르셋과 명령과
지시에 순종케 하는 쇠사슬, 대피소라고도 할 수 있는 침묵 등이 어두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했다.
자기가 당하지 않더라도 능욕당하고 있는 여자들을 끊임없이 바라보아야
되는 일도 좋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육체를 보
고 의식하는 일도 그렇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종교 행사와 어떤 의식처럼 침과 정액으로 더럽혀지
고 자신의 땀과 다른 사람의 땀이 뒤범벅되어 문자 그대로 자신의 몸이 오
물통으로 탈바꿈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장 뻔질나게 공격을 받고 제일 민감하게 감각을 받아들이고 있
는 부위가 묘하게도 제일 아름다워졌다는 느낌도 들었다. 어떵게 생각하면
고상하게 변하것 같기도 하다.
누구의 신체기관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한껏 머금는 입, 끊임없이 손과
입이 다가와 마찰을 느끼고 습기를 띠게 되는 젖꼭지, 당장이라도 갈라질
듯 열려지고 마는 허벅지 사이, 쾌락을 느낄 수 있도록 가꾸어지고 만 남
녀 공통의 통로 등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고상하게 느껴진 것이다.
자신은 더렵혀짐에 딸라 경이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고매한 품위를 획득한
게 틀림없었다.
어찌됐든 품위가 문제였다. 그 품위에 의해 자신의 몸 안에서 자연적인
빛이 새어나와 광채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O의 행동거지는 지극히 차분해 보였지만 얼굴 표정에는 은은하게 흐르는
온화함과, 오히려 속세를 떠난 사람들의 눈빛에서나 읽을 수 있는 깊은 내
면의 세계가 감지되는 듯한, 신비에 가득찬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

르네는 자신을 이저택에 놔두고 파리로 돌아간다는 말을 했을 때는 날이
이미 어두워져 이었다. O는 방 안에 알몸으로 있으면서 식당으로 인도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애인의 옷차림은 평상시 그대로였다. 애인의 품에
안긴 자신의 젖꼬지를 트위드옷이 자극 했다. 그는 O에게 키스한 뒤 천천
히 꺼안고 무방비 상태의 두 통로를 휘젖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혀를 힘차
게 빨아들이고 팔을 풀었다.
"떠나기 전에 당신을 채찍질하고 싶어, 이번에는 내가 당신에게 부탁하는
거야. 받아주겠어?"
하고 그가 말했다.
O는 기꺼이 승낙했다.
"사랑해."
하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피에르를 불러 주겠어?"
O가 벨을 눌렀다. 피에르는 O의 손을 머리위로 들어올려 침대위의 쇠사
슬에 연결시켰다. 자신이 그런 식으로 결박되고 있는 동안에도 애인은 O의
입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같이 침대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몇번씩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되뇌인 뒤 침대에서 내려와 피에르
에게 신호를 했다.
그는 O가 채찍질을 견디지 못하고 발버둥치면서 신음을 내고 있는 동안
묵묵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눈물이 주룩주룩 볼을 타고 흘러내리
자 그가 피에르를 방에서 내보냈다.
"사랑해요."
라는 말을 할 정도의 힘은 아직 O에게 남아있었다. 그는 눈물이 흘러내리
는 볼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입에 키스를 하고 쇠사슬을 푼 뒤 침대
에 O를 눕히고 방에서 나갔다.
O는 르네가 등을 보이고 방에서 나간 순간부터 그를 보고 싶은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무작정 기다리고
의미없이 치르는 그 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생각하는 수밖에,
O는 주간에 되도록 규칙을 준수하려고 애를 썼다. 즉 항상 눈을 내리깔고
있었던 것이다. O는 난로불을 지피고 그것이 꺼지지 않도록 주위를 기울이
면서 커피와 위스키를 나르고 담배에 불을 붙이곤 했다. 마치 부모님니 정
답게 말씀을 나누고 계신 응접실에 앉아있는 아리따운 딸처럼 화분을 돌보
고 신문을 챙기곤 했다. 가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가죽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와 몸을 옥죄이는 코르셋, 죄수들이 차고 있는 수갑과 같은 팔찌를
차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태도는 밝기만 했던 것이다. 따라서 남자들은 다
른 여자들의 알몸을 어루만지고 있을 때 자신이 옆에 있으면, 다음은 이
여자를, 하는 욕정을 일으키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애인이 자신을
남자들의 손에 완전히 처리를 위임하고 떠났기 때문에 좀더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애인이 떠나 버린 지 이틀째 되던 날 저녁, 방에서 옷을 벗고 욕실에 있
는 거울 앞에서 지금은 거의 없어진, 피에르의 채찍 자국을 살펴보고 있을
때 피에르가 들어왔다. 저녁 식사 때까지는 아직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
었다.
피에르는 공동 식당에 가지 않아도 된다면서 욕실 안에 있는 터키식 변기
를 손으로 가리키며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쟌느가 이전에 피에르가 지
켜보는 가운데 변기 위에 웅크리고 않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있을 거라고 말
한 대로, O는 진짜로 쭈구리고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동안 페에르는 아무 말 없이 꿈짝도 하지
않고 자신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지켜보고 있는 피에르를
앞에 두고 더는 참지 못하고 물줄기를 내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피에르는 그 뒤에 O에게 욕조에 들어가라고 하고 화장을 끝마치는 동안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O가 슬리퍼와 빨간 망토를 걸피고 나가려고 하자
피에르가 제지했다. 그리고 O의 두 손을 등 뒤로 돌리고 결박하면서 서두
를 필요 없으니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O는 피에르의 말대로 아무 말 없이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창문 밖에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고 있어 포플라가 활처럼 휘었다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곤 했다. 빗물을 맞은 병든 잎사귀들이 이따금 창문에 와 부딪
쳤다.
아직 7시를 가리키는 종이 울리려면 한참 있어야 될 듯 싶은데됴 한밤중
처럼 어두웠다. 가을이 지나 겨울로 가까워지면서 태양을 볼 수 있는 시간
이 점점 줄어들었다.

피에르가 O가 처음 이 저택에 왔을 때 눈을 가렸던 눈가리개를 손에 들
고 왔다. 벽에 걸려있는 쇠사슬의 길이와 엇비슷한 쇠사슬도 갖고 있어 쇠
부딪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방에 들어온 그는 쇠사슬과 눈가리게 중 어느것을 먼저 O에게 장착하는
것이 좋을까 하고 망설이는 듯했다. O는 피에르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
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고 휘몰아치는 비
바람을 바라보면서 르네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이는 틀림없이 돌아올거야. 이제 닷세밖에 지나지 않았잖아.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혼자 있을까? 혼자가 아니면 누구와 같이 있는
걸까? 그런거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돌아오기만 하면 되니까.
피에르는 O가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을 방해하려 하지 않고 쇠사슬을
침대에 올려놓은 뒤 자신의 눈을 검은 우단으로 만든 눈가리개로 가렸다.
눈가리개는 눈을 완전히 가리고 바늘 하나 지나갈 틈을 마련해 주지 않았
다.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밤과도 비숫하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이렇게 기
쁜 마음으로 맞이했던 밤은 없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몸뚱아리를 속박
하는 행복의 쇠사슬, 피에르는 이쇠사슬을 목걸이의 고리에 끼워 자신을
따라올 것을 요구했다. O는 일어서서 앞에서 잡아당기는 쇠사슬을 따라 발
거음을 옮겼다. 맨발에 차가운 타일의 감촉을 느끼면서 복도를 걸어갔다.

잠시 후 차갑기는 마찬가지지만 조금꺼끄러운 느낌이 드는 곳을 걷고 있
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밟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사암이나 화강
암일 것이다. 피에르는 두 번씩이나 자신의 어깨를 눌러 발걸음을 제지했
다. 자물쇠를 여닫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계단이니까 조심해."
피에르의 말대로 O는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그러다가 발을 잘못 내디
뎌 넘어질 뻔했으나 피에르가 팔을 뻗어 모을 지탱해 주었다. 쇠사슬에 묶
일 때나 채찍질을 당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자신의 몸에 손을 댄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자신의 몸을 차가운 계단에 쓰러뜨려 눕혔다. O는 미끄
러지지 않도록 결박된 손을 이용해 계단에 꼭 달라 붙었다.
피에르가 유방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입이 두 유방을 오가다가 자신의 몸
을 짓누르고 천천히 만족을 느낀 듯했다. 그는 차거운 계단 위에서 마음껏
O를 농락하다가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O는 흠뻑 적은 몸으로 추위에 떨면서 마지막 계단을 내려선 뒤 다시 문
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푹신한 감이 드는 카페트 위에서 발걸음을 멈추었
다.

P.S 격려 메일을 보내주신 legend, pure, 암천 님에게 고맙습니다.
뜻밖에 6명이나 메일을 보내주셔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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