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야희 - 8. 슬픔의 눈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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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370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꽤 오랫만에 올리게 되네요. 간간히 시간 날때마다 워드쳤더니 지금에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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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희

도미시마 다께오




차 례

(1. 남자와 여자)
(2. 짙은 화장을 한 여자)
(3. 밤 여행)
(4. 남의 여자를 빼앗는 것 만큼은 안돼)
(5. 삼각관계 프리즘)
(6. 재회)
(7. 아방궁)
(8. 슬픔의 눈물이 아니야)
9. 미련
10. 애정조건
11. 하지만 마음을 빼앗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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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슬픔의 눈물이 아니야

차에 올라탄 가즈아키는,
‘이대로라면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하고 생각했지만, 곧장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움직이는 택시 속에서 운전수가 말했다.
“이 집 부인은 언제 봐도 예쁩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가즈아키는 못을 박아 두었다.
“저는 지금까지 그 집 아저씨와 볼 일이 있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알고 있수다.”

아파트 앞에서 내려 현관으로 들어서던 가즈아키는 계단에 앉아 있는 그림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우뚝 섰다.
열두 시가 다 되었는데 가방을 든 이지코가 얼굴을 들었다.
너무 졸린 참이라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얼굴을 찡그려서는 안 된다고 얼른 고쳐 생각했다.
사람들은 대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부딪치면 싫은 기색이 표정으로 드러나고, 행동이 거칠어지는데 이것은 수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즈아키는 아직 젊지만 그 정도의 수양은 지니고 있었다.
“어! 너구나. 마침 만나고 싶었는데.”
가즈아키는 반가운 척하며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이치조와 고우에와의 격한 장면을 본 후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졸리기 때문에 얌전하게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지만, 역시 이대로 자는 것은 왠지 허전하다는 기분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이지코가 나타난 것이다.
‘좋아, 이 아이를....’
그리고 그것은 이지코를 환영하는 말로 나타났다. 이지코가 그것을 싫어할 리가 없다. 이지코의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이 흘렀다.
“미안해요. 이런 밤중에....”
가즈아키는 이지코의 양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만나서 기뻐. 그런데 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네.”
고개를 끄덕이며 가즈아키를 보는 눈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이것은 몸도 젖어 있다는 증거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야.’
이제까지의 체험으로 여자 눈이 젖는 이유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무슨 일 있었어?”
“야마시로가....”
“또 그 녀석이야. 하여튼 안으로 들어가자.”
“들어가도 괜찮겠어요?”
“그럼, 괜찮고 말구.”
가즈아키는 이지코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녀를 껴안았다.
“만나고 싶었어.”
“나도요.”
키스를 하자 이지코는 즉시 헐떡이기 시작했다. 이지코의 몸은 고우에보다 훨씬 풍만하고 육감적이지만 아직 경험이 없으므로 딱딱한 느낌이었다. 육감적이고도 풍만한 자신의 몸을 주체 못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자, 앉자.”
안은 채로 방바닥에 앉혔다. 몸집이 작다면 무릎 위에 앉히겠지만 글래머이므로 그렇게 할 수 없다.
“야마시로가 어떻게 했는데?”
“나와 당신의 일을 우리 엄마에게 전화로 얘기했어요.”
“뭐, 뭐라구?”
가즈아키의 목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높아졌다.
“설마....”
“분명히 그 사람이에요. 일전의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으니까요.”
“음, 어떻게 전화했는데?”
“당신과 만나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으니까 주의시키라고요. 유혹당한 것 같다고요.”
“너희 어머니는 그런 전화를 믿으시니?”
“아뇨, 이름도 밝히지 않고 하니까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나 단지 그 이야기를 하러 이 시각에 여기에 왔다는 것은 좀 납득하기 어렵다.
“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이제까지 너는 성실했고, 그런 이름도 밝히지 않은 터무니없는 전화 내용을 믿으실 리가 없지.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실 거야.”
어깨를 다독거리며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
“하지만 그 녀석만 생각하면 분해요.”
“신경쓰지 마. 그런 녀석이라고 생각하면 그뿐이야. 실은 나도 이번 네 일로 그 녀석의 정체를 알았어.”
거기서 가즈아키는 어조를 바꾸었다.
“이제 늦었는데 집에서 걱정하시지 않을까?”
“오늘 밤 친구 아파트로 갈 거예요.”
“지금?”
“네.”
“그럼, 집에는 언제 갈려고?”
“아니, 거기서 잘 거예요.”
“잔다고?”
“네, 약속했어요. 엄마에게는 그 아이 집에서 잔다고 말해 두었어요.”
“어떤 아이야?”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그런데 가족과 함께 살지 않아?”
“가족들은 오사카로 이사가고 그 아이 혼자서 아파트를 빌려서 살고 있어요.”
“음, 그런 친구가 있었니?”
“굉장히 친해요. 뭐든지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사이에요.”
“그럼.”
가즈아키는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댔다.
“내 일도 알고 있니?”
“네.”
이지코는 얼굴을 붉혔다.
“조금요.”
“음, 그래.”
가즈아키는 이지코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애 방에서 잤다고 하고, 여기서 자고 가.”
“그래도 괜찮겠어요?”
“괜찮고 말구.”
“하지만 그 애가 기다릴 거예요.”
“전화 없니?”
“있어요.”
“그럼, 전화로 이야기해. 여기서 잔다고 확실히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돼. 너희 집으로 전화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부끄러워요.”
권하면 여기서 잘 것이라는 것을 가즈아키는 잘 알고 있었다.
“부끄럽기는 뭐. 그 친군, 애인 없니?”
“없는 것 같아요.”
“참신하군.”
“하지만 그 아이 처녀는 아녜요.”
“어떻게 알아?”
“애인은 없지만 사귀고 있는 사람이 두 명 있어요.”
“그래?”
가즈아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두 사람과 관계하고 있다고?”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야기하기가 훨씬 쉽겠네.”
이지코는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가즈아키는 이지코를 안고 얼굴을 바싹 붙였다. 함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여보세요.”
“아, 도요코! 나야.”
“어, 이지코구나. 지금 어디 있어?”
“그이 집에.”
가즈아키는 그이라는 말에 약간 부담감을 느꼈다. 가즈아키에게 있어서 이지코는 일시적인 놀이 상대에 불과하므로 이지코에게 의미있는 존재로 부각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언제 올 거니?”
‘역시.’
이제서야 가즈아키는 사정을 알 것 같았다. 이지코가 도요코의 방으로 자러 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가즈아키와 함께 늦게까지 있기 위해서였다.
“그게 말이야....”
“못 오니?”
“음.”
“집에 갈 거야?”
“아니.”
“거기서 잘 거니?”
“음, 그이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어떻게 할까?”
“글세, 그 남자가 요구하면 어떡할려고?”
“........”
“그래, 거기서 자라. 하지만 조심해야 돼.”
“그런 짓 하지 않아.”
“호호호. 너는 너무 순진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무 일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이리로 와.”
“이 사람은 달라.”
“아직까지 그런 말을 하다니, 순진하구나. 호호호. 어떻게 할래?”
“여기서 잘 거야.”
“그 사람 콘돔 갖고 있니? 없다면 지금 나가서 사 가지고 오라고 해.”
이지코의 옆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을 가즈아키는 놓치지 않고 보았다.
“알았어.”
“꼭이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그리고 네 방에서 잔 걸로 해 줘.”
“알았어, 너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 나는 구실에 불과했고 말이야.”
“그렇지 않아, 오해하지 마.”
“혹시 너희 집에서 전화 오면 어떻게 하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만일 전화가 오면 화장실에 있다고 해. 그리고 나에게 즉시 전화해 줘. 내가 집으로 전화할 테니까.”
“역시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사랑이 무섭긴 무섭구나. 네가 그렇게까지 생각하다니....”
“부탁해.”
“알았어. 전화번호는?”
이지코는 전화번호를 말했다. 도요코는 그것을 다시 한번 되묻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후후후, 다음 번엔 내가 몰래 전화해서 만나 볼까?”
“안 돼.”
“어떤 남자인지 보고 싶어.”
“곤란해.”
“농담이야. 친구를 배반하지는 않아. 물론 흥미는 있지만.”
가즈아키는 수화기에서 귀를 떼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역시 상당한 아인데, 꽤 대담한 것 같기도 하고.’
이윽고 이지코는 전화를 끊었다. 가즈아키는 재떨이에 담배를 놓고 이지코를 껴안았다.
“콘돔, 있어요.”
이지코의 몸이 굳어졌다.
“사용하게 될지 안할지는 네 기분에 달렸어. 나는 절대로 강요하지는 않으니까.”
“난 당신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래, 그런데 넌 그 도요코라는 아이가 사귀고 있다는 남자를 알고 있니?”
“만나 본 적은 있어요.”
“그 남자들, 너에게 이상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니?”
“이상한 태도라뇨?”
“뭐, 너를 안고 싶다든가 하는....”
“아뇨, 전혀. 단순히 소개를 받았을 뿐이에요. 함께 놀러 간 적도 없는데요.”
가즈아키가 일어서서 이불을 내리자 이지코가 조심스럽게 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역시 여자라고 생각했다.
이불을 다 깔고 이지코는 아까와 똑같은 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자, 자자.”
“난 이대로 됐어요.”
“아침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네.”
“그건 안 돼. 내일 일해야 되잖아.”
가즈아키는 이지코의 등을 껴안으며 말했다.
“자, 고집 피우지 말고 옷 벗어.”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죠?”
“네가 싫어하면 하지 않아.”
“약속할 수 있죠?”
“약속해. 나는 약속 만큼은 지키는 사람이라고. 그 점은 믿어도 돼.”
“그럼, 먼저 자요.”
“알았어.”
가즈아키는 윗옷을 벗고 바지도 벗었다.
‘전부 벗어 버릴까?’
이지코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역시 속옷은 벗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전부 벗는다면 과연 이지코가 이불 속으로 들어 올까 하는 묘한 심리가 발동했다.
‘음, 이거 재미있겠는데....’
가즈아키는 즉시 그렇게 생각을 비약시키고 팬티도 벗었다.
이지코의 시선이 그곳에 멈췄다. 그것은 벌써 아까부터 맥박치고 있었다. 이지코는 얼굴을 붉힌 채 즉시 뒤돌아 앉았다. 역시 순진하다.
알몸인 채로 그녀의 등 뒤에서 껴안으려고 생각했지만, 역시 생각을 달리하여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화가 났나?’
그러나 만일 가즈아키를 좋아한다면 그 노여움 속에 여러 가지 미묘한 감정이 있을 것이다.
“이지코!”
가즈아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대답이 없다. 역시 화난 것일까?
“이리 와.”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감기 들겠어.”
아무 말이 없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정말로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글래머 여자들이 순진하다고 하는 속설이 있다. 작고 마른 여자들은 순진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산적이고, 남자를 기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는 이야기가 여자의 경우에는 특히 잘 들어 맞는 것 같다.
“왜 그래? 돌부처가 되었네.”
“......”
가즈아키가 얼굴을 돌려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자 이지코는 응해 왔다.
‘그렇게 화나지는 않았다.’
입술을 떼고 껴안았다.
“자, 이리 와.”
“먼저 자요.”
“알았어, 빨리 와.”
가즈아키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이지코는 일어서서 전등을 껐다. 방 안은 금새 어두워 졌다.
‘나는 밝은 것이 좋은데.’
여자는 어둠 속에서 서로 사랑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남자는 그 반대다. 여자보다 남자가 시각적 에로티시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치한이 자신의 물건을 꺼내어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어리석은 남자는 자신의 물건이 여자를 흥분시킨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여자들은 혐오감을 느낄 뿐이다.
여자에게 있어서 시각은 그다지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는다. 여자에게 중요한 것은 촉각이다.
일전에 어느 직장 여성이 치한을 만난 이야기를 작가 선생에게 전화로 알려 왔다.
“선생님, 들어 주세요.”
울음 섞인 목소리였다.
“전 지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죠?”
“오늘 아침 출근하는 전차 속에서 이상한 일을 당했습니다.”
“흔히 있는 일이죠. 무슨 일을 당했습니까?”
“만원 전차 속에 서 있는데, 손에 미끈하고 따뜻한 것이 스쳤습니다.”
“그래서요?”
“남자의 그것이었습니다.”
“괘씸한 남자군.”
“난, 도망쳤죠.”
“음.”
“분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 기분 나쁜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피했잖아요?”
“네, 하지만 내 손에 그것이 닿았어요.”
“그 정도라면 신경쓰지 마세요.”
“피한 후 화가 복받쳐올라 전차가 종점에 도착하자 백 속에서 반짇고리의 바늘을 꺼내 홈을 걸어가고 있는 그 남자의 등을 찔렀습니다.”
“재미있군요.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어떻게 했나요?”
“뛰어가며 뒤를 돌아 보더라구요. 나는 노려보았습니다.”
“어떤 남자였나요?”
“선생님 연배 정도의 언뜻 보기에 신사분 같았습니다.”
“내 나이 정도 되면 뻔뻔스러워지니까요.”
“선생님도 그런 충동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없어요. 나는 만원 전차는 타지 않아요.”
“화장실에 가서 손을 몇 번이나 씻었습니다. 회사에 가서도 비누로 손이 닳을 정도로 씻었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제 잊어요.”
“나에게 허점이 있었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단지 당신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런 남자들은 막무가내입니다.”
“그것에 닿은 불쾌감과 내 자신이 그것을 허락한 여자라고 생각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견딜 수 없어요.”
“하나의 물체에 닿은 것뿐입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잊으세요.”
“전, 처녀는 아닙니다.”
“음.”
“그 사람 것을 만진 적도 있었습니다.”
“음.”
“하지만 알지는 모르는 중년 남자에게 아이, 싫어요.”
“그 기분은 충분히 이해해요.”
“선생님, 오늘 밤 만나 주세요.”
“나를 말예요?”
“선생님의 몸으로 내 손을 깨끗하게 해 주세요. 선생님이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곤란하군요. 오늘 밤에는 좌담회가 있어요.”
“그후에는......”
“당신은 지금 충격을 받은 후라 심리상태가 불안해서 안 돼요.”
“하지만 벌써 전부터 선생님을 뵙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내키면 또 전화해 주세요. 그럼, 오늘 아침의 일은 잊고 일 열심히 하세요.”
이와 같이 촉각을 중시한다고 해도 전차의 치한처럼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그런 짓을 당하면 보통 여자들이 기뻐할 리가 없다.
여자에게 다가가는 데에는 절차가 있다. 분위기가 필요하다 심리적인 면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시각이든 촉각이든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면이 우선인 것이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지만, 전등을 끈 이지코는 한참동안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가즈아키는 눈을 감고 기다렸다.
마침내 이지코가 속옷 차림으로 이불 속으로 들어오자 그녀를 꽉 껴안았다. 그녀가 먼저 입술을 요구해 왔다.
키스를 하면서 가즈아키는 이지코의 손을 더듬어 자신의 쪽으로 이끌었다.
이지코는 꽉 쥐며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아, 아!”
가즈아키는 속삭였다.
“너를 원해. 이렇게 되었어.”
“......”
“싫으니?”
이지코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싫지 않아?”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힘을 좀 줘.”
이지코는 꽉 쥐었다. 일전에 쥔 적이 있으므로 처음이 아니다. 일전에는 긴장한 탓인지 어색했지만, 그후 여러 번 가슴 속으로 재현한 까닭일까 자못 대담하다.
전차 안에서 치한의 행위와 가즈아키의 행위는 천지 차이 만큼이나 크다. 치한은 여자의 마음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가즈아키의 행위 속에는,
‘너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야.‘
하는 전제가 있고 또 그 전에 좋아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지코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참동안 가즈아키는 이지코의 앳된 애무를 즐기고 있다가 이지코의 허리로 손을 뻗었다.
사랑스럽다는 듯이 애무를 했다.
순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다리는데 추웠지?”
“아뇨.”
“가엾게도 몸이 차가워.”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를 했어.”
아르바이트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늦게까지요?”
“그래, 나는 혼자서 생활을 전부 꾸려 나가야 하니까.”
“힘들겠어요.”
“집에 전화는 걸었니?”
“네.”
“너는 부모에게 구속되어 있어서 번거롭지?”
“네.”
“하지만 나는 부러워.”
“......”
“나는 자유야. 먹고 싶을 때에 먹고, 돌아오고 싶을 때에 돌아오고...”
“......”
“하지만 자유는 있어도 너무 외로워.”
“......”
“난 속박되었으면 해. 누군가에게 응석도 부리고 싶고, 꾸중도 듣고 싶어.”
“......”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야기를 하면서 가즈아키의 손은 이지코의 넓적다리를 더듬다가 차츰 비부로 접근했다. 접근하면서 멀어지고 멀어졌다가는 다시 다가갔다.
이지코는 가즈아키의 손의 목적지를 알고 있다.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을 것이다. 다가왔다가 멀어질 때, 안심하는 동시에 실망도 느낄 것임에 틀림없다. 그 실망이 커지도록 가즈아키는 애를 쓰고 있었다.
“친구들은 모두 나를 부러워하고 있지.”
“그럴 거에요.”
“그러나 역시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것이 좋지.”
“당신 기분, 알 것 같아요.”
“고마워.”
가즈아키는 한쪽 손으로 이지코를 껴안았다.
“오늘 밤은 기뻐.”
“......”
“이렇게 따뜻한 살결을 느낄 수 있으니......”
이지코는 가즈아키를 계속 쥐고 있었다.
“쓸쓸해요?”
“그래, 난 역시 정에 굶주려 있어. 이렇게 껴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그렇게 말하면서 가즈아키는 이지코의 얇은 팬티에 닿았다. 팬티 위에서 누르자 따뜻함이 전해졌다.
“좋아해.”
키스를 하자 이지코는 적극적으로 응해 왔다. 그 키스 도중에 가즈아키의 손은 팬티 속으로 들어갔다. 이지코는 피하려고 하는 기색을 나타냈을 뿐, 피하지는 않았다.
입술을 떼고 가즈아키는 속삭였다.
“나 이외의 누군가에게 이렇게 허락한 적 있니?”
“아뇨.”
이지코는 세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짓, 하지 않아요.”
“그럼, 나 뿐이야?”
“네, 당신 뿐이에요.”
“기뻐.”
다시 세게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키스하면서 손을 더욱 뻗자 따뜻한 계곡과 두 개의 산맥을 느꼈다. 그곳은 벌써 뜨거운 샘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가즈아키는 천천히 애무했다.
“귀여워.”
“아, 아.”
가즈아키의 손은 산책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풍취를 느끼며 그 하나하나를 부드럽게 애무했다.
“아, 아.”
이지코는 매달려 왔다.
“나, 이제 어떻게 되어도 좋은 기분이에요.”
“나에게 줄래?”
희미하게 이지코는 끄덕였다.
“좋아하니까 괜찮겠죠.”
자신을 위로하는 말투였다.
“그럼.”
가즈아키는 속삭였다.
“인생이란 사랑하는 것이 전부야.”
가즈아키의 그 말은 거짓이 아니다. 하지만 그 말과 가즈아키가 이지코를 어느 정도 좋아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 말에 역시 가즈아키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확실히 나는 이 아이를 귀엽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사랑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괜찮은 건가?’
‘이 아이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처녀를 바칠 것이다.’
‘몹시 서투른 녀석이나 이 아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녀석이나, 불량배에게 바치게 하는 것보다는 내가 낫지 않은가.’
가즈아키는 이지코에게 속삭였다.
“기뻐.”
“나를 정말 좋아해요?”
“좋아해.”
가즈아키의 손가락은 샘의 입구보다 약간 위쪽에 있는 하나의 꽃싹을 더듬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이미 딱딱해 있다는 것은 가즈아키의 애무를 바라고 있다는 증거다.
여기는 부드럽고 약하게 애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즈아키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살짝 애무했다.
“아, 아!”
이지코는 신음소리를 냈다.
“어때?”
“......”
“좋지 안니?”
“좋아요.”
“좋아?”
“네.”
허리가 흔들렸다. 그것은 피하려는 움직임 같기도 하고, 보다 매달리려고 하는 움직임 같기도 했다.
가즈아키는 애무를 계속 했다.
“어떤 기분?”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너도 내 것을...”
가즈아키는 이지코에게 여유를 주기 위해 애무의 장소를 옮겼다.
“어떻게 해야 돼요?”
“세게 잡아당겨.”
“이렇게요?”
이지코의 손놀림은 어색했다. 유부녀와의 기교있는 애무에 익숙해 있는 가즈아키는 그녀의 서투른 손놀림이 도리어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지코에게 새삼스럽게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저...”
이지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표정에는 순진한 에로티시즘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이지코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계속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저 말이예요. 이것을 그 후로 쭉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후라는 것은 일전의 애무를 한 후일 것이다.
“무슨 생각?”
“참 신기해요.”
“뭐가?”
“그리워요.”
“음.”
“머리에 떠올리면 다른 일은 모두 잊어 버리고 멍해지는 기분이에요.”
가즈아키는 이지코의 민감한 부분에서 손을 떼어 표면을 천천히 애무했다. 이지코에게 이야기를 계속 시키기 위해서였다. 언제나 남자에게 익숙한 여자들만을 상대했기 때문에 이지코의 순진함은 신선했고, 그녀의 이야기는 기뻤다.
가즈아키는 질문했다.
“어떻게 생각해?”
“이것요?”
“그래.”
“남자들이 으시대는 이유를 실제로 느꼈어요.”
“음.”
“어떤 때 이렇게 돼요.”
“여자를 원할 때, 지금도 그래. 너를 원하고 있어. 그리고 너를 사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무서워요.”
“뭐가?”
“......”
“괜찮아.”
가즈아키는 속삭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의 것은 표준형이야.”
가즈아키는 거짓말을 했다. 이지코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가즈아키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남자의 그것은 확실히 대소장단,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물리적인 면이 아니다.
대부분 요즘 사람들은 지나치게 물리적이어서 심리적인 면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크기가 아니라, 이지코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제거하는 것이다.
표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고, 이지코가 표준이라고 생각하게 하여 안심시키는 것이다.
‘그럼, 다른 여자들도 이 정도를 받아들여 여자가 되는 것이구나.’
그 안도감이 결합을 순조롭게 진행시키는 것이다.
“정말요?”
“그래.”
“어떻게 알아요?”
“책에 나와 있어서 재 보았어.”
“하지만...”
이지코는 망설이면서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너 말이야?”
“네.”
이것도 대부분의 처녀들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다. 과연 자기 자신이 남자의 몸을 맞아들이는데 이상이 없는가, 하는 점이다.
남자는 크기에 대하여 고민하고, 여자 역시 자신의 몸에 대하여 고민한다. 젊은 시절의 이러한 신체적 고민은 사상적인 고민보다도 더욱 절실하다.
가즈아키는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 너 같은 멋진 글래머가 뭘 그런 걸 걱정하니?”
“정말?”
“그래, 안심해도 돼.”
“당신은 그런 걸 어떻게 알죠?”
“글세, 느낌이야.”
“경험이 있죠?”
“없는 것은 아니야.”
이런 질문을 해 올 것이라고 짐작하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말이다.
여자는 남자의 과거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경험이 없다고 하면 이지코의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경험자임을 알리는 것이 좋다.
‘보고 싶다.’
이미 남자에게 익숙해 있는 여체에 관해서는 싫증이 날 정도로 보아 왔다. 그러므로 새로운 유부녀를 만나도 그렇게 애절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지코는 아직 처녀이다. 처녀막이 확실히 보일 것이다. 그것을 보고 싶다. 게다가 아직 아무도 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처음으로 자신이 본다고 하는 심리적인 즐거움도 있었다.
그러나 그 보고 싶다는 기분을 어떻게 이지코에게 전달하고, 이지코로 하여금 동의를 얻어 낼까?
유부녀들은 뻔뻔스럽고 노출증적인 면이 있어서 스스로 보이려고 하지만 이지코는 처녀인 만큼 수줍음이 많고, 그런 욕망을 설령 마음 속에 갖고 있다 해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가즈아키는 이지코에게 키스했다.
“너는 멋있어.”
“......”
“나에게 보여 줄래?”
고개를 끄덕였다.
“처녀인 너를 이 눈으로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
“나는 평생 너를 잊지 못할 거야.”
“......”
“너는 나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처녀로 살아 있을 거야.”
참으로 겉치레의 말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아름다운 말에 젊은 여자들은 도취한다. 그리고 그 말은 어느 정도 가즈아키의 진실의 일면이었다.
바람기 많고 음란한 유부녀들을 상대하면서도 역시 아름답고 청순한 것에 대한 동경은 잊지 않고 있다.
“저...”
“......”
“그러니까 너를 보고 싶어.”
“부끄러워요.”
작은 목소리로 이지코는 중얼거리고 다리를 오므렸다.
“알았어.”
가즈아키는 부드럽게 말하며 또 키스했다.
“너는 그만큼 순진하다는 거야.”
다리를 오므렸기 때문에 가즈아키의 손은 자유를 잃었다.
“그러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
“즐기는 것뿐이라면 욕정대로 움직이면 되지만...”
“......”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너의 모든 것을 좋아해. 그러니까 천천히 느끼고 싶어.”
“......”
“저, 괜찮겠지?”
“아무래도...”
“왜?”
“곤란해요.”
“곤란할 것 없어. 너는 가만히 있기만 하면 돼.”
이번에는 격렬하고 긴 키스를 나누었다.
“그럼...”
“......”
좋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말없이 있다는 것은 허락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즈아키는 이불을 젖혔다.
“아, 아.”
슬픈 목소리를 내며 이지코는 몸을 움츠렸다.
“부끄러워요.”
“좀더 마음을 편안하게....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아냐. 나만이야. 그리고 내 손은 이미 너를 알고 있어.”
넓적다리를 애무하면서 이번에는 유방에 키스했다. 입술을 떼고,
“저, 불을 켜자.”
“부탁이에요. 그만 둬요.”
“그럼, 이대로. 그렇다면 괜찮겠지.”
창 밖의 어슴푸레한 빛으로 이지코의 얼굴이 새햐얗게 떠올랐다.
“......”
이지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이 희미한 빛으로는 확실히 볼 수 없다. 조금씩 이지코를 설득시켜 불을 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전에 절차가 있다.
이지코의 옷을 전부 벗기자 하얀 몸이 신비하게 떠올랐다.
“아, 예쁘다.”
가슴에서 배로 또 넓적다리로 애무했다. 신선한 감동이 가즈아키를 감쌌다.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아이의 몸이 이렇게 매혹적일지는 몰랐다.’
‘좋아, 이 아이를 정말로 연인으로 만들자. 제2의 연인이다.’
가즈아키는 이지코의 몸을 따라 내려가고 마침내 하얀 돛단배를 보았다.
이지코는 가만히 있었다. 무슨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듯했다.
“굉장히 예뻐. 마치 꿈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아.”
가즈아키는 아까부터 계속 칭찬하고 있다. 처녀의 부끄러움을 배려해 준다면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했다.
“춥지 않아?”
“괜찮아요.”
이지코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추위를 느낄 여유가 없을 것이다. 자못 사랑스럽다.
‘처음에는 그저 장난으로 손을 뻗쳤는데 아직 결합되기 전이지만, 나는 이 아이에게 정이 들었다.’
‘지금까지 바람기 있는 여자와만 사귀었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내 마음 속에는 여자가 사랑스럽다는 낭만이 있고, 섹스 그 자체보다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처럼 순진한 여자에게 정이 듬뿍 들은 것이다.’
가즈아키가 살짝 힘을 넣어 이지코의 다리를 벌리려고 하자 저항을 했다. 여기서 강요하면 안 된다. 강한 공격은 강한 저항을 부를 뿐이다.
“자, 힘을 빼고, 나에게 맡겨.”
겨우 넓적다리가 약간 벌렸다. 양 손으로 두 개의 산맥을 열었다.
“굉장히 귀여워.”
그곳은 뜨거웠다. 가즈아키는 그곳에 얼굴을 접근시켰다. 여러 가지 풍취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가즈아키가 살짝 그 중심에 손을 대자 이지코는 몸을 경직시키면서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아, 아.”
확실히 가즈아키는 유부녀들의 그것과는 다른 신선함을 느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다른 것이 있었다.
가즈아키는 이지코에게서 벗어나 그녀 옆에 누우면서 귓가에 속삭였다.
“참 예뻐.”
이지코는 가즈아키를 껴안으며 입술을 요구해 왔다. 정열적인 키스 후에,
“역시 좀더 확실히 보고 싶어.”
“......”
“불을 켜자. 너는 눈만 감고 있으면 돼.”
“괜찮겠죠?”
가즈아키는 이지코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일어섰다.
전등을 켜자 방안은 눈부실 정도로 밝아졌다. 가즈아키는 이지코의 위에 서서 다정하게 불렀다.
그녀의 눈이 살짝 열리고 가즈아키의 그것이 자신을 향해 맥박치고 있는 것을 보자 당황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이지코!”
애정을 듬뿍 담아 상냥하게 불렀다. 용맹스럽고 굳센 것은 몸의 일부분으로 족하다. 목소리나 태도는 부드러워야 한다. 보다 맹렬하게 부딪치는 남자들도 있지만, 그것은 좋지 않다.
늠름한 남자가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기를 많은 여자들이 원하고 있다.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매맞고, 시달림을 당하는 것에 의해 쾌감을 느끼는 메저키스트들 같은 예외적인 여자도 있지만 말이다.
“네.”
눈을 감은 채로 이지코는 대답했다.
“눈을 떠.”
이지코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 앞에 가즈아키가 있다.
“아, 아!”
이지코는 신음소리를 냈다. 가즈아키는 더욱 이지코에게 다가갔다.
“잘 봐.”
“부끄러워요.”
“부끄러워할 것 없어.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무서워요.”
“무서워할 것 없어. 네가 싫어하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아.”
이지코는 그의 것을 잡고는 애무하기 시작했다. 가즈아키는 이지코를 내려다 보았다. 체험이 풍부한 여자로부터의 애무는 익숙해 있지만, 상대는 아직 처녀다. 그것이 즐거운 것이다.
이것은 새디스트한 기분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여자의 심리를 생각하는, 관념적으로 정상적인 기쁨이라고 가즈아키는 생각했다.
‘혹시 이 아이,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마침내 가즈아키는 몸을 빼고 이지코의 가슴을 안았다.
“너, 정말로 내가 처음이니?”
“무슨 말이에요? 처음이고 말구요.”
“그럼, 천성이군.”
“뭐가요?”
“애무하는 것이 너무 멋져.”
“글쎄요.”
이지코는 가즈아키에게 안겨왔다.
“귀여움 받으려고 열심히 했어요.”
가즈아키의 가슴에 사랑스러움이 흘러넘쳐 힘주어 껴안았다.
“어휴, 예뻐라.“
“나 버리지 말아요.”
“버리지 않아. 하지만 여자들과는 계속 놀 거야.”
“싫어요.”
“거짓말이야!”
“정말이죠?”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난 이제 당신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음.”
“저, 정말로 나를 좋아해요?”
“좋아하고 말구.”
“나는 벌써 전부터 좋아했어요.”
가즈아키는 이지코의 등을 어루만졌다. 매끈한 등이다.
한참 후에 가즈아키는 이지코에게서 떨어져 똑바로 눕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제기랄.”
혀를 차며 가즈아키는 이지코를 다독거려 주고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나예요.”
“음.”
“왠일이야? 이렇게 늦게.”
“특별한 용건은 없어요. 지금 오지 않을래요?”
“왜?”
“그냥 보고 싶어요.”
“오늘 밤에는 안 돼.”
“유감스럽군요.”
“지금 집이니?”
“그래요.”
“드문 일이군.”
“요즈음에는 놀러 다니지 않아요.”
“오, 그래?”
“이제 노는 것도 재미 없어요. 나이를 먹었나 봐요.”
“좋은 일이야.”
무료함을 달래느라고 전화를 한 것 같다. 길어질 것 같아서 가즈아키는 편하게 앉았다.
“그럼, 이 삼 년이 지나면 더할 나위 없이 정숙한 여자가 되겠는데.”
“그럴지도 모르죠.”
이지코가 상체를 일으켜서 이쪽을 보았다. 여자에게서 온 전화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가즈아키는 이지코에게 눈을 깜박여 보이고 그쪽을 향해 똑바로 누웠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가르켰다. 잡으라는 신호이다.
이지코는 눈이 부신 듯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머닌, 벌써 주무시지?”
“아마 그럴 거예요. 내일 올 거죠?”
“음, 갈 거야.”
“여기서 잘 생각으로 오는 거죠?”
“내일도 나가지 않을 거니?”
“그럴 생각이에요. 저, 지금 뜨개질 배우고 있어요.”
“음, 정말 많이 변했군.”
한참 망설이다 이지코는 겨우 몸을 젖혀서 가즈아키의 가슴에 안겨 왔다.
가슴에 볼을 비비면서 손을 가즈아키의 몸으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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