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잘 지내나요, 청춘 -1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01회 작성일 17-02-12 11:26

본문

--------------------------------------<1부>

[4년 전]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요건이 다분히 빠져있지.”

최 교수의 말에 아람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지금은 국문학과 09학번의 글쓰기와 삶 시간이다. 지난 주 수업을 마치면서 최 교수는 학생들에게 글을 써 오라고 했다. 매일 한명씩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고 그에 대해 질의 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했다. 제일 먼저 써 오고 싶은 사람이 있냐는 최 교수의 말에 아람은 손을 번쩍 들었다. 아람이 국문학과에 들어온 이유는 본격적으로 소설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마침 수능을 치고 쓴 단편 소설을 얼마 전에 퇴고까지 마친 상태였다.
동기들 앞에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아람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최 교수는 아람의 소설의 모두들 앞에서 비평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람의 옆자리에 앉은 민기가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아람은 정신적으로 넉다운 되기 직전이었다.

“뭐, 그럼 오늘은 이정도로 하기로 하고. 아람군 소설은 다음 시간에 이어서 계속 비평해 보도록 하지. 다음 차례 사람은 다음 주까지 글 준비하도록 하고.”

강의실 뒤편의 시계를 흘낏 쳐다본 최 교수는 말을 마치곤 강의실을 종종걸음으로 빠져나갔다.

“괜찮냐? 잘 썼더구만......”

“괜찮아? 너무 신경쓰지마.”

“교수님은 프로 소설가니까 그만큼 아직 우리 수준이 성에 안차시는 거겠지. 힘내.”

어느새 동기들이 아람의 주변에 모여들어서 아람을 위로했다.

“날 그냥 내버려둬. 죽을 것 같아......”

아람이 책상에 머리를 쿵쿵 찢으며 중얼거렸다. 아람의 자존심엔 큰 상처였다.

“자자, 여러분! 주목해 주세요.”

어느새 교탁 앞에 선 과대가 외쳤다. 아람도 고개를 살며시 들어 과대를 바라봤다.

“오늘 우리 09학번 개강파티는 학교 앞 OO고기에서 시작합니다. 혹시 아직 회비 안 내신 분들은 총무한테 빨리 내 주시고요, 시간은 약간 애매하니까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

“야야, 아람아! 일어나라! 개강파티가자! 가서 술 한잔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거야.”

민기가 아람의 가방까지 챙겨선 아람의 팔을 잡아끌었다.

“난 죽을거야. 나 같은게 소설 써 봐야 뭐하겠어. 죽을거야.”

아람은 계속 중얼거리면서 민기에게 이끌려 갔다.


*


“지랄! 지가 프로면 다냐구! 프로면!”

아람이 소주잔을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두며 외쳤다. 여섯시에 시작한 개강파티는 어느새 아홉시가 되어 있었다. 고깃집에서부터 고기는 마다하고 술만 마시던 아람은 2차로 옮긴 뒤에 아주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아람의 집은 본래 집안 대대로 술이 세지 않았다. 겨우 소주 한 병도 마시지 못하는 아람의 앞엔 빈 소주병이 세 개나 놓여 있었다. 아니, 고깃집에서 마신 것까지 합치면 벌써 다섯 병은 족히 된다. 그래도 아람은 아직 정신을 놓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최 교수에 대한 반감이 그의 정신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래. 아람이 너 글 잘 썼다. 난 그렇게 쓰지도 못하는데...... 교수님이 잘못한거다.”

아람의 앞에 앉은 수진이가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은 계속 수업 때 이야기를 하는 아람에게 지쳤는지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갔다.

“그렇지? 수진이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응. 아람이는 글을 잘 써.”

수진이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수진이 너...... 참 착하구나.”

아람이 술에 취해 게슴츠레한 눈으로 수진을 바라봤다. 수진의 동글동글한 얼굴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수진이 너...... 이제 보니 예쁘기 까지 하구나.”

“어머, 얜......”

수진이 아람의 말에 부끄러워하면서 손으로 볼을 가렸다.
아람의 말대로 효령은 꽤 예쁜 축에 속했다. 키는 160이 안 될 것 같은 작은 키였지만 동글동글한 언굴 속에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커다란 눈에 강아지처럼 약간 처진 눈은 뱅스타일의 긴 생머리와 잘 어울려 수진을 더욱 귀엽고 발랄하게 보이게 했다.

“진짜야. 야, 넌 내가 취해서 헛소리 하는 것 같냐? 나 안 취했어!”

아람이 비틀대며 소파에 몸을 기대면서 외쳤다. 소파에 몸을 기댄 아람은 색색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자신이 소변이 마렵다는 것을 아람은 느꼈다.

“수진아, 나 화장실 다녀올게. 여기있어. 내가 화장실 다녀와서 네가 왜 예쁜지 얘기해 줄게.”

아람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변을 보고 찬 물에 세수를 하자 그제서야 아람은 정신이 약간 돌아 왔다. 아람은 멍하게 입을 벌리곤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아직 스무살의 앳된 아람의 얼굴이 어스름한 화장실 거울 속에 비친다. 평소 장난끼 가득한 아람의 눈은 술기운에 멍하니 풀려 있었다. 아람은 다시 한 번 뺨을 문질러 보았다. 고개를 좌우로 몇 차례 흔들었다. 그는 이제 술이 조금 깨는 것 같았다.

“좀 깬다. 이제 덜 먹어야지.”

혼자 중얼거린 아람은 화장실을 나서려다 말고 핸드 드라이기 앞에 쭈구려 앉아선 드라이기 환풍구에 얼굴을 들이 밀었다.

휘이이잉!

핸드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이 아람의 얼굴에 쏟아졌다.

“야, 너 뭐해!”

화장실에 들어서던 남자 동기가 깜짝 놀라 아람의 목덜미를 잡아 당겼다.

“세수해서 얼굴 말리는데 왜!”

........

아직 아람의 완전 술이 깬 것은 아닌가 보다.


*


화장실에서 나온 아람은 비틀거리며 동기들이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아~ 람~ 아~~”

웬 여자가 잔뜩 비음 섞인 목소리로 아람을 부르며 달려오더니 아람의 목을 덥석 끌어안았다.

“아람아~ 아람아~”

동기인 효령이였다. 예쁘장한 얼굴에 170cm나 되는 키, 몸매도 좋고 과감한 옷을 즐겨 입어서 이미 인문대에선 소문난 아이였다.
오늘도 효령은 하늘거리는 짧은 청치마를 입고 왔다. 치마는 겨우 엉덩이를 가리고 조금 더 내려가는 길이라 효령이 계단을 오를 때면 팬티가 보일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청치마 위에 입은 흰 셔츠도 단추를 세 개나 풀어 두어 수진이 고개를 숙이거나 하면 언뜻 언뜻 그녀의 풍만한 가슴 계곡이 보였다. 거기다 7cm는 족히 되어봄직한 높은 힐을 신고 있어 발목이 잔뜩 긴장되어 있어 길게 뻗은 다리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위태로운 섹시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런 아이가 갑자기 아람을 끌어안다니!

“야! 야! 너 갑자기 뭐야!”

아람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손으로 효령을 밀치려 옆구리를 잡았다. 효령이 입은 얇은 셔츠 위로 그녀의 허리 감촉이 느껴진다. 옷 위였지만 수진의 부드러운 살결 감촉이 그대로 손바닥에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효령의 허리는 군살 하나 없이 잘록했다. 오히려 약간의 탄력감이 느껴지는 것이 잡고 있기 더욱 좋았다.

“싫어, 싫어. 떨어지기 싫어~”

효령은 애교를 떨면서 아람의 머리에 자기 얼굴을 부벼댔다.

‘헉!’

아람은 자신의 가슴에 닿는 이질적인 느낌에 숨을 들이마셨다. 남중, 남고를 나와 여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아람이었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가슴에 닿은게 뭔지 알 수 있었다. 효령의 가슴이었다. 뭉클하는 감촉은 효령의 가슴이 상당한 크기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저기...... 효령아...... 우리 진정하고...... 말로 하자......”

아람이 더듬거리며 말하자 효령이 아람의 목에 감고 있던 팔을 풀었다. 아람이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순간, 효령이 두 손으로 아람의 얼굴을 잡았다.

“뭐... 뭐야!”

“아람아!”

효령이 비장한 표정으로 아람을 불렀다.

“아람아! 내가...... 너 좋아하는거 알지?”

“그... 그래, 알지...... 응? 뭐?!”

아람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내가, 널, 좋아한다고! 넌 내가 싫어?”

효령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미간을 찡그리고 화를 내는 모습마저도 섹시한 효령이었다.

“싫을 리가 있니. 너 같은 애를......”

“그럼, 너도 내가 좋아?”

“...... 으, 응...... 나도... 효령이 네가 좋아......”

아람이 수줍게 대답했다. 아람의 대답에 효령은 표정이 밝아지며 다시 아람을 끌어안았다.

“아람아~~ 너 좋아해~~”

다시 한번 아람의 가슴에 효령의 풍만한 가슴 감촉이 느껴졌다. 아람은 침을 꿀꺽 삼키며 효령의 등 뒤로 손을 가져갔다. 아람이 조심스레 효령을 끌어안으려는 순간, 효령은 아람을 밀쳐냈다.

“우왁! 너 갑자기 왜 그래!”

아람이 겨우 중심을 잡고 서선 놀라 말했지만 효령은 그런 아람은 아랑곳 앉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다른 여자 동기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혜수야~~ 내가 너 좋아하는거 알지?”

혜수가 답하기도 전에 수진은 다른 여자 동기를 보곤 다시 와락 끌어안곤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뭐... 뭐야... 술 취한거야?!”

아람은 멍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끌어안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효령을 바라봤다.

‘뭐야! 괜히 두근거렸잖아! 나쁜 계집!’

아람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