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언제까지나 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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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0,300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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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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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새학기가 시작되고 종현도 중학교 3학년이 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신학기라서 새로운 학교 친구와도 우정을 나누는 시간이었지만, 그런 이야기는 종현에게는 사치스러운 일 일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는 동생인 태희도 국민학교에 입학을 하느라 식당에 매여 바쁜 엄마나 세상물정에 어두운 할머니를 대신해 늘 그렇듯이 종현이 조태나 결석을 하고선 그 일들을 처리해야했다.

 

가족들로써도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달리 할 사람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종현은 결석이나 조퇴를 참으로 많이 하는 학생이었다.

 

농번기나 집에 일이 있을때마다 교무실로 찾아가서 선생님들에게 말하기가 힘들었지만, 그런 종현의 집안 사정이나 심성을 아는 선생님들이 많이 배려를 해주었다.

 

담임이나 다른반 선생들도 종현에게서 곧 잘 미꾸라지를 사주고 있는 단골 손님인 동시에 종현을 안타깝게 여기는 순박한 시골 선생의 심성을 가진 분들이었다.

 

선생들이 종현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한 동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종현이 비록 결석도 많고 조퇴도 많이하는 학생이었지만은 전교 성적을 놓고보자면 항상 10등안에는 들어가는 우수학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점이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에겐 안타까움을 갖게하는 것이다.

 

(이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은 요즘처럼 학원이니 과외니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기에, 특히 예전 농촌에서 사신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학교에서 들은 수업만으로 승부를 걸던 그런 때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종현과 같은 학생들이 종현과 6살 차이가 나는 저 때에도 상당히 많았었던 기억이 나네요. 농번기가 되면 자리가 비는 경우가 종종 있었었죠. 선생들도 이런 경우 참 난감해하던 기억이 나네요. 어려웠던 시절의 우리의 자화상이랄까..)

 

 

 

"엄마, 엄마~~ 이것 보거라~~"

 

종현이 퇴근해서 못자리를 돌보다 들어오는 엄마에게 바가지를 내밀며 흥분해서 소리를 질려댄다.

 

 

"뭔데 이래 흥분을 해가꼬 소리는 질러쌌노? 엄마 숨 안 넘어가이끼네 좀 천천히 말해라~"

 

 

흥분해서 소리를 질러대는 종현의 얼굴이 밝은지라 엄마는 농담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응수한다.

 

 

"내가 그 작년부터 실험했었던 미꾸라지 양식 실험 기억나제?"

 

"오야. 니가 다른 양식 미꾸라지하고는 다르게 자연산같은 맛이 나는 양식을 한다꼬 사료 만든다꼬 안그랬디나..그거는 이미 성공했다꼬 안그랬나?? "

 

 

엄마도 종현이 자연산과 같은 맛이 나도록하기 위해 텃밭에 가둬놓은 미꾸라지에게 먹일 사료를 만드느라 뚝딱거리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물론 그거야 이미 잡아온 미꾸라지한테 먹일 사료는 성공했었었고... 그거 마이고 미꾸라지 새끼..."

 

"~ 성체 미꾸라지가 새끼 안깐다꼬 캤던거??"

 

"그래, 그거.. 이거 봐라!  미꾸라지 새끼다. 올해 결국은 성공했는긴기라~"

 

"그라마 이제는 미꾸라지 잡을라꼬 고생안해도 되는 기가?"

 

"아직 그기까진 아니고... 아직은 좀 더 실험을 해봐야지.. 어쨌던 희망이 보이는기라.."

 

 

종현이 들떠서 난리에 가까운 오버 액션을 하고 있는데도, 엄마는 왠지 그런 아들이 뿌듯한지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가득 묻어있다.

 

어쨌던 미꾸라지 양식에 있어서 한발 더 앞으로 나가는 계기가 되는 성공이었다. 종현은 그 다음날부터 텃밭에다가 다른 웅덩이를 파고 그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꽃피는 춘삼월이라 그런지 요즘 엄마는 종현에게 마음의 문을 많이 열어주었다. 물론 여전히 성관계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선 무언으로 일관하긴 하지만 둘만 있을때에는 적극적인 행동도 하곤 했다.

 

사실 종현이 성관계시 엄마가 말했었던 것을 꺼내며 은근히 엄마가 인정하기를 바랬지만 역시 여자는 내숭의 달인인 모양인지, 엄마는 모른다. 기억 안난다로 일관하며 종현을 안타깝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종현은 여자의 내숭이나 천연덕한 거짓말은 천성적인 것이란 결론에 도달하곤 만일 자신이 커서 사업을 한다면 여자와 거래를 할 땐 반듯이 서면계약서를 쓰리라 다짐을 굳힌다.

 

 

 

 

"왔디나~"

". 지한테 하실 말씀있다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었십더."

 

 

관내 순찰을 나갔었던지 권총을 무기고안에 집어넣으며 종현에게 음료수를 주라고 급사 아가씨에게 말하곤 자신도 앉는 지서장이다.

 

지서장이 눈짓을하자 급사 아가씨와 순경이 안에 있는 당직실안으로 자리를 피해준다. 그런 분위기가 이상해서 종현은 바싹 정신을 가다듬는다.

 

 

".. 돈 좀 모아 두었제?"

".....?"

 

 

뜬금없는 이야기에 종현은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이 양반이 왜이러나 란 표정을 짓는 종현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며 지서장이 말을 잇는다.

 

 

"이거는 비밀이데이! 내 이번에 읍내에다가 땅 쫌 살라꼬 칸다. 그란데 내가 혼자 투자하마 쪼매 말썽이 생길지도 모르는기라. 그래갖고 니하고 어불러가(합쳐서) 같이 사마 될 것 같아서 카는기라.."

 

"? 지하고예? 지는 아직 미성년자고... 또 돈도 없는데예..."

 

 

일단 거부의 말을 하면서 종현은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지금 지서장이 하는 말은 예전에 농협직원과 면사무소직원끼리 하던 음모의 냄새가 물씬 풍겼었던 그 얘기다.

 

며칠전 미꾸라지를 가져다주기위해 우연히 면사무소안의 응접실쪽으로 가다가 농협직원과 면사무소 직원이 읍내쪽에 뭐가 들어선다고 계획이 확정될 거란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산이 얼마가 잡혔고 그걸 농협에서 대출이 어쩌니 하던 기억을 되새기며 종현은 지서장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왜 지서장은 나에게 이런 중요한 비밀투자 이야기를 하는가?

 

 

"오해 말고 듣거레이.. 읍내에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여가 주택단지를 만들라꼬 카는갑더라.. 아마 확정될끼라.. , 새마을 금고에 얼마정도 들어있다는 거 알고있다. "

 

 

이렇게까지 지서장이 말하는 바에야 굳이 거부할 이윤없다. 그러나 지서장이 왜 자신에게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순히 자신과 거래를 하는 안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기엔 스케일이 맞지를 않다.

 

 

"그란데.. 지서장님예. 와 지한테 이래 잘 해 주시는데예? 이런 이야기는 아무한테나 할 수 있는 기 아이다 아입니꺼?"

 

".... , 내가 육이오때 가족들 몰살 당해가 고아아닌 고아가 되었다는거 알고 있제?"

 

 

 

지서장은 1928년생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경찰이 된 사람이었다.

 

그러다 육이오를 맞았고, 그 와중에 임신으로 신경이 예민해진 아내와 부산으로 피난을 갔었다고 한다.

 

다른 가족들은 철수하는 차량을 얻을 수 없어서 상황을 보다가 피난을 간다고 남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천추의 한이 되고 말았다.

 

설마 인민군이 고향까지 들어올까란 안일한 생각을 하며 남아있던 가족들이 군경가족으로 몰려 인민재판을 받았고, 인민재판을 맡은 인물중엔 지서장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던 인물이 있었기에 가족이 물살을 당하고 만 것이다.

 

 

 

"니를 보마 동생이 생각난다. 그때 내 동생이 니만한 나이때였다. 그 어린 기 죽창에 찔려 죽었다 아이가..."

 

"...."

 

 

지서장은 그 이야기를 하면서 울쩍한지 담배를 꺼내물곤 한참을 말이없다. 종현도 그런 지서장의 안타까운 이야기에 울컥해지는 기분이라서 눈이 뿌여졌다. 전쟁의 상흔을 종현 가족도 겪고 있지 않은가...

 

 

"... 그렇다고 동정때문에 카는 말은 아이다... ... 우짜마 승진할지도 모른데이..."

"? 축하드립니더~"

 

 

종현은 울쩍한 기분을 털어버리기 위해 얼른 지서장에게 축하인사를 보낸다.

 

 

"후후후... 축하라... 축하받을 일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기다.. 니는 모르겠지만 내처럼 경사에서 경위로 승진하마 오지에서 한 삼년 썩다가 와야 된다. 주로 자주가는 쪽이 울릉도다.. 울릉도..."

 

"..."

 

 

울릉도란 말에 종현도 일순 할 말을 잊고 숨을 들이켰다. 진짜 오지는 오지다란 생각을 하며..

 

"아직은 시간이 남았스이끼네 걱정할 계제는 아이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도가 될끼라... 사실 니에 대해서 작년부터 계속 지켜봤다.  인간성이나 장래성... 뭐 그런것도 살펴보고...집사람하고 이야기도 해봤고.."

 

"..."

 

종현은 지서장이 자신을 아끼기 때문에 자신을 유심히 살폈다는 말에 혹시나 엄마와의 일이라도 알아내진 않았을까를 잠시 걱정해봤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란 생각을하며 속으로 피씩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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