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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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653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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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이 글은 명랑소설을 지향하고 있으나……양판소이므로 깽판입니다.


?
  “아버지.”
  “왜 그러냐.”

  마음을 굳게 다지고 나는 아버지의 앞에 섰다. 아버지는 마치 어린애마냥 어머니의 품에 안겨 떠주는 음식들을 넙죽넙죽 받아먹는 중이다. 그리고 떠먹이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만면의 미소. 사오십대의 외모가 아니라 이십대의 외모이니 그나마 좀 보기 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십대의 외모를 하고 이런 짓을 하고 있으니 보기가 많이 언짢다. 그래서 나는 울컥하는 마음을 절실히 담은 한마디로 그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일 하셔야죠?”
  “싫어어어!”

  마치 살 날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승사자를 보고 기겁하는 것처럼. 자신의 팔목을 자르는 등, 하도 맞부딪히는 일이 많아 평생을 두고 싸워야 할 적이라고 생각했던 가면변태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루크 스카이워커처럼. 죽음의 신을 피해내어 버려서 이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더니 대형사고 여럿 터트려 결국은 주인공들을 몰살시키는 사신을 본 데스티네이션의 주인공들 마냥. 군대를 전역했더니 전산실수로 다시 군대에 와야 한다는 우편물을 받은 꿈을 꾼 예비역처럼 아버지는 땡고함을 질러댔다. 참고로 땡고함이라는 단어는 그 지역과 활용시의 상황에 맞춘 억양 조절 등으로 땡감, 땡깜. 땡괌 등으로 변용이 가능하나 표준어는 오로지 땡고함이라는 것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그 의미는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게 고함을 질러대는 것이라는 참으로 골 아픈 내용이다.

  “아라니엔! 진이 날 괴롭혀!”
  “네, 세인. 마음 푹 놓고 계세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진, 아버지가 싫으시다잖니. 이제 그냥 얌전히 물려받으렴.”

  이런 식으로.
  어머니의 품에 묻혀서는 고자질이나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자니 한숨이 나올 뿐이다.

  “아직 이렇게 건강하신데 말이죠. 전 초과근무하기 싫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조금 손해를 볼 줄도 알아야 편히 살 수 있는 거야. 한 70%를 해주고 30%를 받는다고 생각하렴.”
  “…….”

  여러 가지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결과, 결국 황제 대리라는 직함을 쓰고 일을 처리하기 시작해야 했다. 어디 이길 수가 있어야지. 남의 말을 믿기도 잘 하지만 그 진실된 자세 때문에 남을 설득시키는 것도 잘하는 어머니니까. 나는 행정관들과 국정 현안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자고로 잘한다고 뻔질나게 나서면 개고생을 하는 법이라고 투덜거리면서.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33話 어느 도시에서


  76.
  “그 합성수지 녀석이 어비스로 향했다고?”
  “그곳의 용병길드에서 알려온 사실입니다. 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기회를 잡거나 아니면 처참하게 죽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식으로 도박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제국 하나가 국력을 쏟아도 해내지 못한 일을 성공시켜낸다면 이름이 날 것만은 분명합니다. 뭐, 일단 아버지께서 마왕을 퇴치하러 가시면서 그 미로의 구조를 모두 밝혀내셨으니 쓸데없는 싸움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매력이랄까요. 말하자면 중공군이 압록강을 건너왔다고 해도 그 친구들이 지나가려고 생각하고 있는 길목만 막고 있다면 충분히 뚫고 나갈 수 있다는 거랄까요.”
  “근데 중공군 40만만 피하면 뭐하냐, 장진호에는 겨울이 왔는데.”
  “거기는 용암입니다만.”
  “그거나, 그거나.”
  “……좀 진지하게 들어주시겠습니까.”

  식사 시간. 아들 앞이라 차마 어머님들의 품에 안겨서 어리광을 부리지 못하는 상황인 아버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래서 그런지 동향 사람이 헬마치 대산맥에 소수의 인원만으로 뛰어 들어갔다는 이야기에도, 녀석이 어비스로 향한 통로로 들어가자마자 화산이 분화해버려 돌아서 나올 수 있는 길은 빨라봐야 일주일 후에나 개척될 수 있다는 내 설명에도 그저 시큰둥할 뿐이었다. 뭐랄까, 아버지에게 말해서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킨 후에 구하러 가게 할 생각이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측은지심은커녕, 귀찮아하는 모습이다..

  “뭐, 이고깽이잖아. 영물의 내단을 먹든, 금발머리 드래곤이 구해주든, 집안의 가보를 사용해버려서 피하든, 뭘 하든 살아날 거야.”
  “단언하시는군요.”
  “뭐, 나도 그랬으니 말이지.”

  혹시라도 거기에 있는 기연을 아버지가 모두 끌어다 쓴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내 의혹을 아는지 모르는지 약간은 불퉁하게 튀어나온 입으로 식사를 계속하시는 중이다. 신의의 기사라고 불리우긴 하셨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아내가 되어 있는 유리아 레휜님은 그런 아버지의 옆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는 중이다. 그냥 바보같은 모습도 마냥 좋은 때늦은 청춘들의 연애인 듯하다. 말 그대로 환하게 웃는 저 모습을 보라지.

  “어쨌든 나는 바쁘다. 그런 문제를 들고 오지 마라.”
  “운명에 걸맞게 살아가도록 그대로 두라는 겁니까.”
  “바로 그거다. 좀 구르다보면 개념도 찾겠지.”

  암만 굴러도 얼빠진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아버지의 머리에 가벼운 두통을 불러일으켰다. 다시 말하자면 때렸다는 이야기.

  “아들아, 혹시 개념이 가출하였느냐?”
  “아버지의 단전에 쌓인 내공마냥 개념이 넘치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잠깐 일을 저질러보았답니다.”
  “암만 그래도 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제국은 내 손을 떠났다!”
  “쳇.”

  그리고 그런 내 행동에 자극받은 듯 눈을 홉뜨고 ‘지금부터 나에게 남은 시간은 모두 아내들의 것이다.’하는 헛소리를 해대고 있는 아버지를 보면서 염두를 굴려본다. 어디에서 로맨스 소설은 많이 읽어본 모양이지만 현실 앞에서 판타지는 무서지는 법. 나는 히죽 웃으면서 아버지에게 현실을 일깨워준다.

  “한국 이고깽 연합 회원으로서 분명히 전에 회장님께서 제창한 일에 투표권을 행사하셨을 것이니 잘 아실 겁니다만. 일 년에 한 번씩 미귀환 이고깽 데려가야 하니까 아버지가 신경 좀 써서 키워보세요. 제가 근처에 가버리면 무개념으로 바뀌니까 여기에서 그 녀석을 지켜주고 키울 사람은 아버지 밖에 없거든요. 아버지도 고향에 뭔가 해주고 싶잖아요. 그렇죠?”
  “끄응…….”

  히죽 웃으면서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 벌금입니다라고 중얼거리자 아버지는 이 세상의 험악함에 치를 떨면서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어쩔 수 없는 공포를 떨치기 위해 몸을 떨었다. 그리고 공포를 피해 유리아 어머님의 품으로 뛰어드셨고…….

  “지금 내 마음 속에서 조국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고자 하는 의지는 1993년도 50원짜리 주화라거나 1998년도 500원짜리 주화마냥 적어. 제발 날 자유롭게 놓아줘!”

  라는 말씀을 하셨다. 없지는 않다는 이야기이니 안심. 마음 놓고 그 비싸디 비싼 의지와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아버지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그 어떤 종류의 열정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남아있는 우리의 누이들이 일본의 더러운 하렘마스터 협회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거나 하렘마스터 협회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본의 돈에 팔자 좀 펴보려고 하는 한국의 아리따운 누이들이 돈에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을 선동조로 이야기를 하자 아버지의 안색이 조금 변하기 시작했다. 없는 이야기도 아니니까 일단은 양심에 가책은 없음.

  “……해주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회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신다면 곤란해 할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압박을 해올테니 아버지도 마음이 상하고 연합 쪽 사람들도 마음이 상할테니까 그냥 간단하게 녀석을 구해와서는 잘 키운 다음에 저 편으로 보내는 편이 제일 쉽지 않을까 싶어요. 아버지. 그 정도는 생각할 수 있으시죠?”
  “끄응…….”
  “간단하게 분신 하나만 보내면 되는 일이에요. 아버지.”
  “쳇.”

  분신 하나라도 사내놈을 위해(나라도 그럴 것이지만) 낭비하기 싫어하는 아버지를 ‘제니키아의 아가씨들을 보고 심미안을 높일 기회’라고 꼬여내면서 어떻게든 일을 시켜보려고 노력한다. 일단 국정 전반에 대해서는 내가 꽉 잡고 있으니 이런 골치 아픈 일은 아버지에게 맡겨도 될 것이라는 마음에서 하는 일이다. 어머님들도 자신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일부가 조금 곤란해지더라도 크게 상관할 성격은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심미안만 높여야지 여자를 데리고 오면 안된답니다. 폐하.”

  아버지가 품에 안겨서 비비적대는 것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어머님의 말씀대로 바람만 피우지 않는다면 어머님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뭐, 밖에 나가서 오입 정도 하는 것이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아버지도 아내 아닌 사람에게서 아이를 볼 생각도 없는 사람이라 알아서 피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피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목적이 바뀌어 이 시대 사람들에게는 변태적인 취향으로 바뀐 것 같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애초에 어떻게 튈지 모르는 사람이고 최소한 이곳에, 그리고 우리들에게 나쁜 행동은 하지 않을 사람이니까.

  ‘분명히 고급 여급에게 몰래 찾아가서는 얼굴에 뿌린다거나 가슴골에 뿌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즐기고 있었지? 아마도.’

  뭐, 신경 쓰이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일단 그런 봉변을 당한 아가씨들은 그런 일을 한 변태가 아버지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모양이고 한 곳에 한 번씩만 나타나고 있으니 그렇게 마음에 두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니까……. 요즘 대체 뭘 보고 있기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아버지는. 공창에서 작성되어 정보부를 거쳐 올라온 자료를 검토하다가 그런 기록들을 발견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훗날을 위해 영상으로라도 한 번 남겨두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아버지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그런 증거는 아주 소중하니까.

  ‘팔자에도 없는 몰카질이나 해야 하는 건가…….’

  한숨을 쉬면서 ‘새로운 타입의 미인’이라거나 ‘영웅을 돕는 초월적인 존재’라는 말에 혹해서 의지를 불태우는 아버지를 바라본다. 주로 새로운 타입의 미인쪽에 마음이 더 가버린 모양이지만 일단 의욕이 생긴 것만큼은 다행이랄까.

  “그렇군. 어비스를 새로이 개척해서 평화를 가져다 준 영웅의 탄생에 일조를 한다라……나쁘지는 않아. 하지만 나 혼자로서는 다 할 수 없는 일이 많으니, 네 놈이 같이 가자.”
  “네?”

  하지만 의욕이 지나쳤던지 나까지 동원하려고 하는 아버지였다. 물귀신이냐.

  “너도 분신술 쓸 수 있잖아.”
  “업무를 보고 아내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만.”
  “훗, 나 역시 마찬가지야. 하지만 할 수 있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환하게 웃던 아버지는 그렇게 나를 끌어들이고야 말았다. 귀찮아아아아!

  “나처럼 되기 싫으면 따라와.”
  “제, 제길.”

  이런 팔불출에 바람둥이에 귀차니즘에 빠진 인간이 될 수는 없지!
  아버지의 말은 내 마음을 흔들어버렸다.

  77.
  그리하여 제니키아 제국으로 출발했어야 하는 우리였는데…….

  “아버지. 여기는 타클란 제국입니다만.”
  “새로운 유형의 미인을 찾으려면 온 세상을 돌아다니는 것이 기본이지. 음하하하하!”

  자신의 감정에 너무나도 솔직했던 아버지 때문에 남서쪽이 아닌 북쪽으로 와 버린 우리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머리를 긁적이면서 아버지의 폭주를 막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이곳도 제법 괜찮구나.”
  “노회한 황제가 국정을 잘 처리하고 있는 모양이니까요.”

  자괴감은 자괴감.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졌지만 이곳에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상 적국이자 협력자인 타클란 제국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에 대해 판단할 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이니까.

  “잘 정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좋구나.”

  이 나라의 수도, 미예프를 본 감상은 잘 정비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층민까지도 만족할 만한 수준. 지금까지 지나온 타클란 제국령의 다른 도시들에서는 진창에 발이 빠지는 등 고생을 했던 것과는 달리 나무를 박아넣어 진창이 될 수도 있는 바닥을 정비하고 그 위에 돌을 까는 식으로 도로를 잘 정비해둔 모습이다. 따라서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깔끔하게 유지될 수 있는 편이고 마차가 전속력으로 달려도 구정물이 튄다거나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일정 거리마다 제설도구들이 비치된 공간들이 있고 우리를 따라하고 있는 것인지 하층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따로 만들어진 길을 통해 오물을 옮겨 나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관공서와 저택들을 청소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였다. 건물을 지을 때 쓰인 자재들이 새하얀 것들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적고, 사람들의 표정은 밝다.
  추워서 그런지 옷이 두터운 편인 것 만큼은 어쩔 수 없겠지만.

  “겨울은 빨리 찾아오는 모양입니다.”

  서늘한 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러시아 같은 분위기’라고 중얼거리자 아버지도 역시 동의한다.

  “러시아……좋지 적어도 20대까지는 엘프같은 외모들이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밤에 음식을 먹는 풍습이 없어서 40대까지도 엘프들이야. 우후후후.”

  어이, 그런 쪽으로 좋다고 한 거였냐.
  아닌게 아니라 주위를 지나다니는 아가씨들의 얼굴은 꽤나 수준급이었다……가 아니라!

  “지금 당장 어비스로 출발해야겠습니다.”
  “이. 이것 놔아아아! 아가씨들이 나를 부른다고!”

  이대로라면 이곳에 눌러앉아서 여자들을 꼬실 아버지의 모습이 선하게 눈에 보일 지경인지라 아버지의 뒷목을 잡고는 질질질 끌고 가기 시작한다. 겨울이 되면 그 멋이 가장 잘 드러난다는 미예프의 대로 위에서 아버지를 질질 끌고 가면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생각한다. 하얀 건물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런 우리들의 뒷모습을 쫓다가 금방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정말이지 눈에 띌 행동은 하지 말라니까.”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할 말이냐!”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서 떨어지고 난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어이없는 말을 하는 아버지에게 꿀밤을 먹였다.

  “…….”

  그리고 잠깐 침묵. 히죽 웃으면서 나를 놀리듯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울컥하고 솟아오르는 분기에 다시 뒷목을 잡고 여관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도 미남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많이 닮은 내 얼굴에 주변을 걷던 여자들의 시선이 힐끔힐끔 우리에게 와닿았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아무래도 관심은 애초부터 받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어, 아가씨들!“

  아니, 이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나. 아가씨들의 옆에서 걷고 있던 남자 몇 명이 불쾌한 듯 화난 얼굴로 아가씨들의 팔을 붙들고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빨리 여관을 잡고 들어가지 않으면……. 여관에 들어서서 가만히 있으면 문제는 해결되겠지.

  ……아니, 여관에 들어와서도 문제는 여전했습니다.

  “그래서요? 정말요?”

  약간 밝은 금발을 한 여자가 아버지의 팔을 잡고는 이야기를 재촉한다. 팔꿈치가 가슴에 닿고 있는 상황이라 아버지의 기분은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우리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여자 용병들 중에서 외모가 가장 특출난 다섯명의 용병들이 함께 합석하고 있는 자리였다. 아버지, 그렇게 웃으면 바보같아 보여.

  “아하하하. 그렇다니까. 잊혀진 숲에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건 아냐. 거기 사는 주민들이 반드시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말야. 요지는 그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 음흉한 생각을 하거나 그들을 해칠 생각을 하면 그 사람들은 즉각 알아차리니까 말야. 친해지고 나면 그들은 잘 대해준다고? 분명해.”
  “으음……하지만 세린 씨나 세진 씨 형제처럼 그 사람들……아니, 엘프들을 보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엘프들을 몇 번 보았지만 같은 여성인데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나는 걸요.”

  음……하긴 엘프들이 그런 욕망을 들게 할 정도로 아름답게 생기긴 했지. 덕분에 자신들의 거주지에서 잘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고 인간들이 무리 지어서 그들의 거주지로 들어가면 적대적으로 대하는 것이기도 하니까……가 아니라!

  “뭐, 그런 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버티는 수밖에 없어. 최대한 노력하고 자주 보다보면 그런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 말이지. 경험자의 말이니까 믿어도 좋아.”

  용병들, 특히 여자들 사이에서 기세 좋게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한숨을 쉰다. 아무리봐도 저 여자 용병들, 아버지의 외모를(20대의 초미남이니까) 보고 다가왔다가 아버지의 능력에 반해서 달라붙고 있는 것 같지만. 물론 아버지가 능력을 발휘한 건 곱상하게 생긴 나를 보고 하악대면서 다가온 남자 용병들이 추근댔기 때문이다. 내가 날려버릴까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면서 나무젓가락을 몇 개고 날려서 저 벽에 박아버렸기 때문에 나설 수는 없었다. 대체 판타지에서 흔히 보는 정신나간 녀석들은 여기에서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만 알아두자. 어쨌든 이런 이유로 남자 용병들은 재빨리 제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고 있는 상황. 여관 주인은 이 상황에 약간 울상을 짓고 있었지만 그만큼 아버지가 술과 안주를 팔아주고 있으니 상술이 가득한 미소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혹시 저런 남동생을 두고 있어서 엘프의 외모에 저항력이 생긴 거 아닌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170대 중반까지 자라버린 내 모습을 보면서 좀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용병 하나가 그런 말을 꺼낸다. 쳇, 남동생이라니. 겉보기에는 20대라고 해도 벌써 60대가 되어버린 영감이.

  “저 녀석이 여동생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야.”
  “여동생이었다면 다른 남자에게 시집 보내야 하니까 좀 그렇지 않아요?”
  “훗, 그럴 것 같나? 다른 남자 녀석에게 보내느니 차라리 내가…….”
  “어머어머, 동생분을 너무 아끼시네요.”

  이봐. 방금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말야. 이쪽을 보면서 히죽 웃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혀를 찬다. 뭐, 오늘은 마음대로 하라지, 생각하면서 커다란 맥주잔에 담긴 술을 한모금 마신다.

  “하긴 가만히 두면 으슥한 곳에 끌려가서 이런 일도 저런 일도 다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지만…….”

  내 옆에 앉아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여자의 눈빛에 마시던 술을 뿜을 뻔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어떻게든 참아낸다. 걱정된다는 말과는 달리 눈이 진심이야. 무서워! 지금 그 눈이 이런것도 저런 것도 다 해보고 싶다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이겠지?

  “뭐, 이 녀석은 순둥이라서 말야. 한 번 해보고 싶은대로 해봐도 좋아.”
  “어머나, 조금은 아껴주는 것이 좋지 않아요?”

  이봐, 아버지!

  “아무래도 경험도 많은 것 같으니 한 번 가르쳐주는 건 어때? 누님의 매력으로 한 번 녹여주라고. 우하하하하……아얏!”
  “대체 뭘 말하는 겁니까!”

  급히 아버지의 주접을 막아보았지만 늦었다. 여자 용병들의 눈빛은 이미 광기에 물들기 시작한 것 같고 아버지 옆에 앉아있던 여자 셋은 이미 아버지의 팔에 매달려있는 상황. 그리고 내 옆에는……두 사람이 도망가지 못하게 팔을 잡고 호송하는 중.

  ――아들아, 보통 사람이야. 네가 힘을 쓰면 곤란하니까, 조금은 당해주거라. 지금 네가 힘을 쓰면 그 여자들 다칠 거야. 네 관절을 잡고 버티는 중이니까 말야. 참고로 슬슬 약효가 돌 때가 되었는데 말야. 참고로 하이엘프는 세계수의 열매를 넣은 음식을 먹으면 잠깐 힘을 상실하거든? 하이엘프야 그럴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지만 넌 이걸 먹을 필요는 없다면 잠깐 힘을 잃는 방법으로는 이게 유일하더구나. 포기하고 네 운명을 받아들여.

  아버지이이이잇! 나,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어, 어째서 몸에 힘이!

  ――약효는 빠르네?

  아버지이이이잇!

  “그렇네. 나중에 고향의 그 아가씨에게 여자로서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려면 이런저런 테크닉도 필요할 거고…….”
  “자, 잠깐만!”

  이대로는 위험해!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에 당황하면서 나를 끌고 들어가다시피 하는 그녀들에게 진정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걱정하지마, 병 같은 건 없으니까. 혹시 내가 처음이 되는 것이 싫어?”

  그런 말씀을 날이 선 눈으로 하시는 여성분들을 보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 그게…….”

  내 몸을 붙들고 호송하는 그녀들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할지 타이밍을 놓쳐 어버버하는 동안 아버지는 세 사람이나 되는 여자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여자용병들의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닫히는 문, 그리고 나를 보고 눈을 번쩍이는 두 여자를 보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
.
  하지만 그녀들은 먼저 샤워를 하려는 것인지 따로 딸린 방으로 들어가서는 잠시 텀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을 씻고 나왔다. 그 동안 혹시라도 몸에서 힘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몸에 힘이 돌아오는 건 내가 당한 뒤가 될 것 같다. 내 얼굴을 보면서 빙긋 웃는 그녀들의 몸에 휘감은 수건을 보고는 꿀꺽 침을 삼키는 건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본능. 그러나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눈을 질끈 감는 것은 유부남으로서의 공포.

  “일단 시작해볼까?”

  이대로 당하는구나.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동안 들려오는 수건 떨어지는 소리에, 그리고 그녀들의 발자국 소리에 감은 눈에 힘을 준다. 그리고 내려지는 바지, 힘없이 늘어진 내 몸에 손을 대어오는 그녀들의 손의 감촉……거칠어!

  “우선은 동정부터……우후후후후.”

  그녀들의 거친 손바닥에 자극받은 내 분신이 거세게 용트림을 하는 것을 느끼고는 지금이라도 이 상황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눈을 뜨고 상황을 살펴보려고 했는데…….

  “동정은 올가가 먼저 가져가도록 하고……난 가르쳐줄까나.”

  시야에 가득 잡히는 그녀의 붉은 속살, 내 머리를 고정시키고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내 얼굴을 끌어당긴다. 따끈한 물로 몸을 씻은 때문인지 음부에 난 털이 젖어있었다.

  “잘 봐. 이게 여자의 거기야.”

  그렇게 이야기하는 여자, 갈색 포니테일이었던 여자의 말이 나긋나긋하다고 해야할지 색욕이 가득하다고 해야 할지……어쨌든 그녀의 목소리가 사냥감을 눈앞에 둔 고양이마냥 변한 것을 느끼면서 잠시 아랫도리에 달라붙어 있을 옅은 갈색 단발머리의 여자를 잊고 있었다. 그리고 내 음경에 그녀의 몸일지, 그녀의 입일지 모를 점막이 달라붙어오는 것을 느끼면서 새삼 깨닫고 말았다. 호오, 제법인데?

  “쯔읍, 단단한데?”
  “그래?”
  “하지만 동정치고는 자극에 강해. 조금 땀을 빼야 할지도?”

  갈색에 포니테일이었던 여자가 내 얼굴을 그녀의 아랫도리에 묻고 잘 관찰하라고 하면서 내가 내쉬는 숨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간지럽다고 깔깔 댈 동안 내 아랫도리에 달라붙은 여자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탓에(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정을 연기해볼 기분이 난 탓에) 금방 파정해버린 내 물건을 쥐고 주물럭거려보고 있었다.

  “어때?”
  “금방 살아나는데다가 단단해.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최고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리고 그런 대화. 조금은 울컥했지만 몸에 힘이 없어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입장이다. 지금 나에게 가능한 건 그저 누워있는 것뿐이니까 말이지. 말 그대로 어린애라는 상황. 처음 태어났을 때의 상황이 떠오를 정도다.

  “자, 그럼 동정을…….”
  “도련님을 극락으로 보내주라구. 우히히힛!”

  어쩐지 폭주하고 있는 것 같은데……따뜻하고 습기찬 곳이 내 음경 끄트머리에 와닿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따뜻한 점막이 내 몸을 감싸는 느낌을 받았다. 역으로 당하는 건가. 조금 차가워진 머리로 생각하면서 그녀의 속살을 느끼는데 그녀가 몸을 빙글빙글 돌려 좀 더 깊은 삽입을 하려는 것을 느낀다. 자연히 거칠어진 내 숨에 다리 사이에 내 얼굴을 가져다 댄 여자도 살짝 흥분을 느낀 듯 아무런 짓도 하지 않는 내 얼굴을 가져다 비비기 시작했다. 얼굴에 털이 쓸려서 살짝 아파……. 아랫도리가 더 아프지만.

  “다, 다 들어갔어.”

  끝에 닿았다고 생각했더니 그 이후에도 계속 밀어넣으려고 시도, 구겨서 밀어넣은 것인지 치골과 치골이 맞닿아버린 따스한 느낌에 조금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에 맥이 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하니 넣은 것만으로 가버렸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이 아이, 지금 꼼짝도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말……하아아!”

  이미 벌어진 일, 어찌하겠는가 생각하다가 일단 움직일 수 있는 건 다 동원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일단 움직일 수 있는 혀로, 하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서툴기 그지없어 보이는 테크닉으로 그녀의 음부의 날개를 핥기 시작했다. 이왕 할 것이라면 내가 주도권을 가지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니까. 조금은 망가진 이성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흐응……할 마음이 생긴 모양이네?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정말이지 그렇게 달라붙지만 말고……하아아.”
  “슬슬 움직일 거야……흐읏.”

  올가라고 했던가. 갈색에 단발 머리의 여자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분발하고는 있지만 아내들 정도로 나를 흥분시키지는 못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누이들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여신들이다. 이런 역강간같은 상황은 나를 흥분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소프트한 S에 가까운 성격인 것 같으니까.

  ‘흐음, 슬슬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도 같고…….’

  반격을 시작해볼까.
  눈을 빛내며 조금 힘이 돌아온 것 같은 팔을 들어 내 머리를 파묻은 그녀의 둔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아까보다는 훨씬 더 내 통제를 따라주는 혀와 조금은 움직일 수 있게 된 허리까지. 모든 것을 점검하고는 마음 속으로 외친다. 진 맥세인 아슈레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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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설정 추가.
  참고로 하이엘프들은 정신체에 가까운 몸을 가지고 태어나 완전히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먹지 않으면 일정 기간 이후 물질계를 떠나야 함) 이 세계수의 열매를 먹어야 한다. 이 세계에서 살 수 있는 육체를 얻기 위해서는 그 동안 어린 아이처럼 자신의 몸을 컨트롤 할 수 없고 완전히 무력해지는 상황을 감수하고 이 열매를 먹어야 함. 이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먹어야 하며 아라니엔은 하나를 먹은 상황.
+
이글을 보시는 모든 분께서는 시력보호를 위해 모니터와의 간격을 400m만큼……아하하하.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도, 돌은 내려놓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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