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카인..그 뒷부분...3 (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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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873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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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자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올려서 죄송합니다...
넘 좋은 글이어서...---

류지오는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까지 와서 멈추어 섰다. 10KM를 멈추지 않고 달려온 셈이다. 목이 따가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몇 번 침을 뱉어 내고는 자동차가 못 들어오도록 만들어 놓은 길목의 가로쇠에 앉아 숨을 돌렸다.

중형차 한대가 류지오가 앉아 있는 그 곳을 지나갈 듯 하더니 섰다. 한 여인이 팔에 몰티즈종의 조그만 애완견 하나를 끌어안고는 차에서 내린다.

창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어서 누군지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류지오는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큐리야! 이 사람이 누군지 알겠니?"

그녀는 모자를 살짝이 들어서 류지오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한다. 그녀는 언제나 신비롭고 우아해 보인다. 오늘만큼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류지오는 차안에 있는 중후하게 생긴 남자를 바라본다.

단순한 운전사 같지는 않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에게 친밀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차를 몰고 떠난다.

그녀는 류지오를 보고는 상당히 반가워한다.

"안녕하세요. 아끼꼬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레이스가 장식된 흰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을 내민다. 창이 긴 흰색 모자와 목에 걸친 얇은 흰색 스카프가 역시 귀부인스럽다. 그리고 멋진 검은 색 원피스 역시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그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있다. 아끼꼬는 무채색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큐리의 하얀 털까지 더 없는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같이 들어가지 않을래요?"

"그럴까요? 지금 무척 물이 먹고 싶은데..."

집안으로 들어와 화려하게 장식한 큰 거실을 보고는 류지오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몇 주전까지만 해도 크기만 컸지 소파 역시 퇴색해서 검은빛 가죽이 누렇게 떠 있었고 창가에는 먼지가 잔득 끼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더욱 크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소파 위에는 때가 묻을까 안기 거북할 정도로 깨끗한 흰색 시트가 깔려 있었고 썰렁하기만 하던 창가에는 아름답게 수놓아진 레이스 천으로 휘장을 둘러놓았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 있었고 벽과 천장도 모두 새롭게 도배를 해 놓았다.

류지오는 소파 위에 앉지 못하고 여전히 서 있다. 아끼꼬는 유리잔에 찬물을 한잔 가지고 와서 류지오에게 준다.

"앉으세요."

그녀가 소파에 앉아서 다리를 꼬자 매끄러운 허벅지의 살결이 드러난다. 그 모습을 힐끔 보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아끼꼬는 잔뜩 미소를 지으며 큐리를 허벅지 위에 올려놓는다.

그녀가 이렇게 아름답고 화사하게 미소짓다니 너무나 놀라운 일이다. 류지오는 그녀의 이런 변화에 놀란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 포근함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설렁하고 암울한 집은 당시의 그녀에게 무척이나 어울렸고 그녀에게서 오랫동안 사귀어 온 듯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화사해 눈이 부실 정도다.

이것이 원래의 그녀의 모습인가.

그녀의 미소처럼 이런 모습의 그녀가 더욱 보기 좋다.

"잘 마셨습니다."

류지오는 유리 탁자 위에 탁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유리잔을 올려놓고는 그만 헤어지려고 한다.

"잠깐만요. 저녁 먹고 가요."

"그만 가 봐야겠어요."

"제발! 잠시만... 저와 있어 줘요."

그녀의 애원스런 말에 류지오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그럼 저녁만 먹고 갈게요."

류지오가 그렇게 말하자 아끼꼬는 기쁜 미소를 짓는다.

"네. 여기 앉으세요."

"옷이 땀에 젖었어요. 그래서 소파가 더러워질까 봐 겁나는데요." "호호.. 그럼 샤워라도 하세요. 그 동안 식사 준비를 할게요."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류지오는 그녀가 무척이나 외롭게 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의 회색진 그녀의 모습을 당연하게 여겼다. 자신에게 무척이나 친절하게 대해 주는 것도 외롭게 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분명히 그녀에게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 변화가 좀 전에 차안에서 본 그 남자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욕실에는 커다란 둥근 욕조가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 위에 샤워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류지오는 옷을 모두 벗고는 욕조 안으로 들어간다. 샤워기를 틀자 찬물이 쏟아져 내린다. 류지오는 비누를 집어든다.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온 몸에 비누를 묻히고는 몸을 씻는다.

세면장을 열어 보니 깨끗한 수건이 깔끔하게 개어져 있었다. 하나를 꺼내서 몸을 닦고는 큰 거울 앞에 서 보았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빗어 넘긴다. 물기가 묻은 머리카락이 윤기를 내고 있다.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네!"

"젖은 옷은 입지 말고 욕의를 입어요."

"괜찮습니다."

"소파가 더러워 질까 봐 그래요. 호호! 알았죠?"

류지오도 젖은 옷을 다시 입기 싫었다. 흰색 면 욕의가 두벌 있었다. 둘 다 그녀가 입던 것이리라. 팬티 역시 젖어서 다시 입을 수가 없었다. 류지오는 하나를 꺼내서 입고는 허리끈을 졸라맨다.

"이리 와요!"

그녀가 부엌에서 소리친다. 류지오는 맨발로 부드러운 카펫을 밟으며 식당으로 간다. 그녀는 이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다. 머리 위로 말아 올렸던 머리카락을 풀어놓았다. 우아했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10대처럼 발랄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식탁에는 한 그릇의 밥뿐이다.

"어서 식사하세요. 제가 옷을 빨아 드릴게요."

"그러지 마세요. 그냥 입고 가죠. 뭐..."

"탈수기로 돌리면 금방 마를 거예요."

그녀가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 주는 것이 듣기 좋았다. 류지오는 식욕이 돌아 한 그릇을 금방 해치워 버린다. 식당에서 나와 보니 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큐리와 장난치고 있었다. 큐리는 배를 드러내 놓고 누워서는 그녀의 손가락을 물려고 바둥거리고 있다.

"잘 먹었어요. 그런데 아끼꼬씨는 왜 먹지 않나요?"

"전 밖에서 이미 먹었어요."

큐리와 장난치는 것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그녀의 약지에 작은 은가락지 하나가 끼어 있다.

"그건..."

류지오는 자기 손에 끼어 있는 은가락지를 보며 당황해 한다. 똑같은 것이다. 아끼꼬는 손가락을 숨기며 말한다.

"미안해요."

"똑같은 거네요?"

류지오는 갑자기 그녀가 미안해하자 애써 웃어 보이며 자기 손에 끼고 있는 은가락지를 만져 본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무엇 때문에 그녀가 자기와 똑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 것일까. 더군다나 이건 그녀가 선물한 것인데 말이다.

"전 미신을 믿지 않지만... 사실은..."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을 잇는다.

"사실은 저에게 몹쓸 병이 있었어요. 암이었죠. 밖에서 본 그 사람은 저의 주치의예요. 그 사람 말 대로라면 전 이미 죽어야 했어요. 전 살고 싶었어요. 늘 신사를 찾아가 기원을 했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저에게 은가락지 두개를 주더군요. 그분은 저의 고모예요. 고모는 미신을 믿는 분이에요. 이 은가락지를 젊은 남자에게 주라고 하더군요. 그 사람이 이걸 끼고 있으면 그 사람의 젊은 정기 때문에 나쁜 기운이 물러간다는 거예요. 훗! 믿기지 않는 이야기죠? 그런데 그게 사실인가 봐요. 몇 주전에 주치의에게 다시 진찰을 받았지요. 그런데 암세포가 모두 죽었다나요!"

그녀에게 그런 이유가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류지오는 한편으로는 뿌듯함마저 느꼈다. 믿을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자기 덕에 생명을 구했다니 기쁜 일이다.

"세상에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많은가 봐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류지오를 쳐다본다. 양 볼에 발갛게 홍조가 져서 보기에 좋았다.

'그래서 그녀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이제 회색 그림자가 거둬졌구나! 참으로 잘된 일이야!'

류지오는 그런 미신 따위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여기고 있다. 역시 예수니 부처니 하는 것조차 믿지 않는다. 신사에서 참배를 드리는 것조차 가소롭게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믿음이란 때때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든지 무엇에 대한 믿음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류지오는 자신을 믿고 그것에 의지하려는 것뿐이다.

"전 이 반지를 영원히 끼고 있을 겁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그러지 마세요!"

그녀는 더욱 얼굴을 붉힌다.

'무척이나 수줍음이 많구나!'

그녀는 불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고는 류지오를 바라본다.

"그리구요... 이 반지는 끝도 없이... 남자의 정기를 빨아 들인데요..."

'아! 그래서 나의 정기가 고갈될까 봐 걱정하는구나!' 도대체 정기라는 것이 무엇일까. 우물의 샘처럼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면 영원히 그녀에게 나눠주고 싶다. 류지오는 살짝이 미소를 지으며 그 반지에 키스를 한다. 그 모습을 보고는 그녀는 더욱 얼굴을 붉힌다.

"그래서 그 정기를 다시 되돌려 줘야만 한데요..."

영리한 류지오는 그제야 그녀가 이토록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요즘 잠을 자면 설치고 진땀을 자꾸 흘리던데... 그것 때문인가 보군요!"

"정말 그래요?"

류지오는 능청스럽게 '네'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이 류지오의 손을 잡는다.

"자. 이리 와요."

보드랍고 가냘픈 손에 이끌려 류지오는 그녀의 침실로 들어간다. 침실은 거실보다도 더욱 아늑하고 화사한 분위기다. 벽종이부터 살구빛 꽃무늬가 있는 것이 따뜻한 느낌을 준다. 침대는 넓고 큼직하다. 한쪽 벽에는 류지오가 그려 준 그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류지오는 그것을 보고는 홍조를 띤 그녀의 얼굴처럼 채색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류지오의 손을 잡고 있는 손이 살짝이 떨린다.

"이제 마음대로 저를 가져요..."

그녀의 목소리 또한 떨린다. 류지오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녀의 그런 대담한 말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자기 욕심을 채울 수가 없었다. 여자가 끼가 있어 유혹하는 것이라면 모를 일이지만 그녀가 그렇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런 미신은 믿을 것이 못 되요."

"아니에요. 주치의도 이 같은 일은 기적이라고 했어요. 전 꼭 그 정기를 돌려 드려야 되요. 그리고... 그 방법밖에는 없어요." 류지오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강렬했고 입술도 금방이라도 핏물을 흘릴 듯이 붉게 부풀어 있었다.

"그건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류지오의 손은 이미 그녀의 젖퉁이를 감싸고 있다. 그녀는 아직까지 남자를 모르고 살아왔다. 그래서 류지오의 단 한번의 손길에도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한편으로는 흥분하고 있었다.

"자! 어서요."

아끼꼬는 류지오의 나머지 한 손을 이끌어 자기 가슴에 가져간다. 류지오는 살짝이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그녀의 심장 박동을 느껴 본다. 심장이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강하게 뛰고 있었다.

류지오가 티셔츠를 끌어올리자 아끼꼬는 스스로 벗어버린다. 그리고 가쁜 숨을 내쉬느라 입술을 살짝이 벌리고 있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얼굴에 몇 가닥 붙어 있다. 여전히 양 뺨은 불게 물들어 있다. 풍만한 유방의 무덤이 크게 부풀었다가 사그라들었다.

류지오는 그 부드러운 언덕을 손끝으로 더듬어 본다. 류지오의 손이 닿자 아끼꼬는 더욱 거친 숨을 내몰아 쉬고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청바지의 호크를 푼다.

류지오는 여전히 유방의 언저리를 손으로 더듬으며 그녀의 가냘픈 손이 지퍼를 내리 것을 지켜본다. 몸에 딱 쪼이는 청바지가 엉덩이 아래까지 끌려 내려간다.

'정말 나에게 몸을 받치려는 것일까!'

류지오는 조금 전에 밤잠을 설치느니, 진땀을 흘리느니 거짓말을 한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이렇게 순진하고 아름다운 여자를 농락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 아름답다는 이유 때문에 류지오는 자제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난 겨우 열아홉 살이야!'

류지오는 다시 그렇게 외쳐 보았지만 그녀가 자신이 입고 있는 욕의의 허리끈을 푸는 것을 막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하고의 약속을 또 어기면 난 후레자식이다!'

하지만 그 물건은 커다랗게 발기해 있었다. 아끼꼬는 류지오의 커다란 물건을 보고는 크게 숨을 내쉰다.

류지오는 두 손으로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며 손을 아래로 내려간다. 그녀의 엉덩이를 더듬으며 내려간 손은 팬티도 함께 끌어내린다. 손을 더 내려 엉덩이의 아래 부분까지 가자 팬티의 앞부분도 끌려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녀의 그 곳에는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그 곳은 매끄럽기만 했지 음모가 없는 것이다.

류지오는 그녀의 팬티와 바지를 함께 끌어내린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낮추어 발끝까지 끌어내린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채로 다시 손을 올린다. 허벅지 위까지 올라와서는 그 상승을 잠시 멈춘다. 그녀의 드러난 음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오므려진 허벅지 사이로 엄지손가락이 파고든다. 그리고 그 은밀한 부분을 가리고 있는 곳을 벌린다.

그녀는 전혀 저항하지 않는다.

비부의 앞부분이 살짝이 열린다. 손가락으로 그 곳을 더듬어 보려고 하다가 그만 둔다. 그런 짓은 그녀를 더욱 부끄럽게 할 뿐이다. 류지오는 더 이상 그녀의 비부를 희롱하지 않고 일어선다. 여전히 브래지어가 그녀의 유방을 졸라매고 있다. 류지오는 뒤로 돌아가서 브래지어의 호크를 푼다.

그녀는 굳은 석상처럼 움직일 줄 몰랐다.

손을 겨드랑이 사이로 넣어서 유방을 움켜잡는다. 젖꼭지를 손가락에 끼어 넣고는 눌러본다.

"으음...."

처음으로 그녀가 나직이 신음한다.

류지오는 뒤에서 그녀의 몸에 완전히 밀착한 채 계속 유방을 움켜잡고 주물러 댄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는 뜨거운 숨을 내쉰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움직여 뒤로 젖힌다.

류지오는 다시 그녀의 목덜미로 얼굴을 이동한다. 그녀의 여윈 목을 입술로 애무한다. 그리고 다시 뺨으로 올라간다. 살짝이 벌린 입술로 다가간다.

류지오의 입술이 다가오자 아끼꼬는 살짝이 고개를 돌려버린다. 처음으로 저항한 셈이다.

키스는 언제나 섹스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자기 생명의 은인에게 정기를 돌려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은 허락했지만 키스만큼은 안된다는 것인가.

류지오는 그 저항의 벌로 젖꼭지를 좀 더 세게 누른다.

"아아!"

그녀의 두 손이 올라와 류지오의 두 손을 덮어 버린다.

류지오는 그녀의 두 유방을 놓아주고는 손을 아래로 가져간다. 왼손이 아랫배 아래로 내려간다. 매끄러운 곳을 지나서 몇 개의 손가락이 삼각 지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손가락이 좀 더 깊이 들어가자 그녀의 허벅지가 다시 옴츠리며 이미 들어간 손가락을 꽉 조여 온다.

"아아..."

그의 손이 더 이상 못 들어오도록 막는다는 것이 그만 예민한 부분을 더욱 자극하게 된 것이다. 그녀의 부드러운 살 밑으로 작게 숨쉬는 생명이 느껴진다. 류지오는 아직 그것이 어느 정도 여자의 쾌감에 기여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아흐!"

류지오가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그 곳을 꼭 누르자 아끼꼬는 나직이 비명을 지르며 다시 자기의 손으로 류지오의 손을 밀어낸다. 류지오는 여전히 자기의 입맞춤을 거부한 것에 대해 용서하지 않고 있었다.

엉덩이의 볼기짝 사이로 뜨거운 물건이 닿자 아끼꼬는 다시 나직하게 신음한다.

"아... 이제 그만해요!"

류지오는 그녀의 호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므리고 있는 허벅지 사이로 손을 밀어 넣는다. 처음에는 세로로 깊숙이 밀어 넣더니 이번에는 가로로 손을 돌린다. 그리고는 그녀의 사타구니로 끌어올려 그 곳을 거머쥔다.

"아아! 제발...!"

류지오는 더욱 강하게 그 곳을 압박한다. 아끼꼬는 앞으로 고꾸라지듯 주저앉으며 무릎을 꿇고 다리를 오므린다. 류지오는 어쩔 수 없이 그 곳을 압박하던 손을 빼야만 했지만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엉덩이에 자신의 아랫배를 갖다 붙인다. 그리고 강제로 그녀의 허벅지를 손으로 벌린다. 그리고는 단단히 일어선 물건을 질 안으로 밀어 넣는다.

"아...! 싫어!"

아끼꼬는 완전히 경직된 채 움직이지 않는다. 류지오 역시 그대로 삽입한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파열이 일어난 것이다. 류지오도 그것을 느꼈다.

'처녀였군!'

"제발! 아프게 하지 말아요."

파열의 고통은 뒤로하고서라도 처음 겪는 남자의 물건에 두려웠다. 반면에 류지오는 자신의 물건을 압박하는 수축감에 더욱 흥분되고 있었다. 류지오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류지오의 움직임에 맞추어 아끼꼬의 몸도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류지오는 이제 사정해 버리기 직전이다.

"음...! 사정하면 안돼요! 사정해 버리면 안돼요!"

류지오는 그녀가 절정에 올라 그런 소리를 내지르는 줄 알고 더욱 힘있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건 류지오의 착각이다. 그녀는 다시 고통만을 느낄 뿐이었다.

"아으! 제발 사정하지 말아요! 사정해 버리면 다시 정기가 내 몸으로 들어와 버려요!"

그제야 왜 사정하지 말라는지 알고는 류지오는 빙긋이 웃는다.

"그런데 도저히 못 참겠어요!"

류지오는 일부러 능청을 부린다.

"그럼 이제 그만해요! 아으! 아파요!"

류지오는 그녀가 말하는 동안 깊숙이 물건을 밀어 넣는다. 아끼꼬의 내부는 수축하는 힘이 무척이나 강하다. 그녀의 질이 작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런 수축감 역시 강하게 작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깊숙이 밀어 넣고 그 수축감을 즐기자니 금방이라도 사정해 버릴 것만 같았다.

류지오는 사출감을 만끽하기 위해서 깊숙이 밀어넣고 가느다란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녀의 내부에 질퍽하게 사정해 놓고는 물건을 꺼낸다. 음경에 붉은 피가 묻어 나온다.

류지오는 다시 죄책감을 느낀다. 사정해 버리고 난 물건은 여지없이 힘을 잃기 시작한다.

아끼꼬는 앞으로 엉금엉금 기더니 가운을 집어들고 걸친다.

"사정해 버렸군요!"

아끼꼬는 원망하듯 류지오를 쳐다본다.

류지오는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미안해요."

솔직히 미안한 것은 그녀가 처녀임에도 불구하고 거칠게 대한 것 때문이다.

아끼꼬는 허리끈을 매고는 일어선다. 방문을 열고는 돌아보면서 말한다.

"목욕하고 올게요."

류지오는 그녀가 벗어 놓은 청바지를 겨우 끼어 입고는 거실로 나간다. 큐리는 소파에 누워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류지오를 쳐다본다. 욕실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5분 정도가 지나자 욕실문이 열리며 아끼꼬가 나온다. 긴 타월을 몸에 감고 있는 있는 모습이 상당히 농염해 보인다. 일부러 유방을 돋보이려고 했는지 많이 노출시키고 있었다.

아끼꼬는 류지오의 바로 옆에 앉는다. 소파에 앉자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는 타월이 끌려 내려간다. 아끼꼬는 손으로 젖가슴을 가린다. 그리고 류지오를 보며 자신의 청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류지오는 그녀의 허벅지를 더듬으며 타월을 끌어올린다. 아끼꼬는 소파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는다.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어려 있다. 사타구니 깊숙한 곳까지 손이 들어가자 다리를 오므린다.

"정기가 어떻고 저쩌고 하는 것은 전부 거짓말이죠?"

"아니에요. 모두 사실이에요."

아끼꼬는 살짝이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문다. 류지오는 그녀의 입술을 빨고 싶은 욕구에 얼굴을 가져간다.

아끼꼬는 피하지 않았다.

류지오는 그녀의 아랫입술부터 빨기 시작한다. 그리고 윗입술과 혀를 차례로 빨았다. 입술을 떼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벌써 상기되어 있었다.

"기분이 어때요?"

"좋아요."

아끼꼬는 천진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아까 섹스는요?"

류지오는 그녀가 고통스러워했다는 것을 알지만 물어 본다.

"좋았어요. 하지만 정기가 다시 내 몸으로 들어와 버렸으니 어떡하죠?"

"다시 빼앗아 가야죠!"

그 둘은 마치 연인들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미소 짓는다. 그녀는 류지오의 어머니보다는 훨씬 젊어 보였지만 그래도 류지오보다는 열살 가까이 많아 보였다.

류지오는 여전히 아끼꼬의 허벅지를 애무하고 있었다.

"잠깐만요. 이리 와요."

아끼꼬는 류지오의 손을 잡고 다시 자신의 침실로 데려간다.

"자 침대 위에 누워요."

류지오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한다. 아끼꼬는 류지오가 입고 있는 청바지를 벗겨 낸다. 류지오도 협력해서 벗는다.

"잠시만 기다려요."

아끼꼬는 나가더니 손에 붕대 하나를 들고 왔다.

"그걸로 무얼 하려고 그래요?"

"묶어야겠어요!"

"누굴요?"

"류지오군! 좀 전처럼 사정해 버리면 곤란하잖아요!"

"흐흐! 하지만 난 묶이는 것은 싫은데...!"

"제발! 제 말대로 해요!"

색다른 유희가 시작되려고 한다. 이 유희의 규칙은 절대로 사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끼꼬는 벌써 류지오의 두 팔과 두 다리를 침대의 양 모서리와 함께 묶어 놓는다.

"음...! 자 이제 시작이에요...!"

그렇게 말하고는 류지오에게 머리에 베개를 놓아준다. 아끼꼬는 몸에 감고 있는 타월을 풀고는 침대 위로 올라온다. 류지오의 벌린 두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어앉는다. 유방이 더욱 풍만하게 보인다.

그녀의 풀어 젖힌 머리카락이 그녀의 어깨로 흘러내리더니 다시 류지오의 허벅지를 간지럽힌다. 두 손으로 물건을 잡고 똑 바로 일으켜 세운다. 잡고 있는 손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더니 뜨거운 입김이 느껴진다. 입술이 닿는다. 그녀의 한 손은 부드럽게 밑둥을 쥐고 있다.

아끼꼬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등뒤로 보낸다. 그러자 그녀가 입술을 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입술이 살짝이 벌려지는가 싶더니 진홍빛 혀가 나와 귀두의 끝을 살짝 대어 보더니 다시 입안으로 쏙 들어간다. 맛을 보더니 살며시 미소를 짓고는 다시 귀두에 입술을 맞춘다. 귀두의 아래 부분을 혀로 핥기 시작한다.

"으음..."

류지오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아끼꼬는 계속 류지오의 그 부분을 혀로 애무한다. 한동안 애무한 뒤 입을 떼고는 말한다.

"좋아요?"

"네."

"계속 할까요?"

"그런 식으로 해도 정기가 되돌아옵니까?"

아끼꼬는 잠시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원한다면 계속해 드릴게요..."

"계속 해 줘요..."

다시 그녀의 입술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입안으로 넣을 모양인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음식을 먹더라도 그렇게 큰 덩어리를 한번에 입에 넣기란 힘들 것이다. 아끼꼬는 귀두의 반 정도를 입안에 넣고는 혀를 놀려댄다.

류지오는 코로 천천히 숨을 내쉬며 그녀가 하는 모양을 바라본다.

강하게 귀두를 빨아 당기기 시작한다. 그러자 귀두 전체가 쏙 빨려 들어가 버린다.

"으음..."

류지오는 강한 자극에 묵직한 소리는 낸다.

귀두의 아래쪽에 있는 혀가 꿈틀거린다. 류지오는 그 자극을 못 이겨 다시 신음 소리를 내뱉는다.

"으으...!"

아끼꼬는 다시 한번 강하게 빨아 주고는 입을 뗀다.

"이제 그만 할까요?"

그녀가 자꾸 묻는 것은 류지오가 묶여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류지오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권한은 모두 그녀에게 있는 셈이다.

"네. 이제 그만..."

"그 다음엔..."

아끼꼬는 류지오의 허벅지 위에 올라탄다. 두 번째의 결합은 그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류지오는 더욱 흥미로웠다.

아끼꼬는 자기 입술을 살짝이 벌려 농염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이 약간 일그러지더니 끝내 입에서 뜨거운 신음이 새어 나온다.

"아아...!"

아끼꼬는 고통을 무릅쓰고 그의 몸과 완전히 결합한다. 처음에 류지오에게 당할 때는 상당한 고통을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부에 물기가 있어서 그런지 쉽게 결합이 되었다. 아끼꼬는 아주 얕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물건 자체는 아주 깊숙이 삽입되어 있었다.

완만한 움직임이 계속된다.

류지오는 그녀의 풍만한 유방을 만지고 싶은 욕구에 묶여 있는 손을 비틀어 보았지만 전혀 빈틈이 없었다.

아끼꼬의 허리가 좀 더 뒤로 젖혀진다. 그리고 그녀의 숨소리도 훨씬 거칠어져 있었다.

능동적인 아끼꼬가 훨씬 자극을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하다. 넓적다리에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 오지만 절정에 오르는 상승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더욱 빨리 몸을 움직인다.

"아아......!"

아끼꼬는 오르가즘을 느끼자 통증과 어우러지는 비명 소리를 질러 댄다. 그와 동시에 뜨거운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는걸 느꼈다. 봇물이 터지듯 여자도 사정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물건을 자궁 안으로 빨아 들일 듯 강한 수축이 계속 된다.

아끼꼬는 류지오와 그대로 결합한 채로 류지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그녀의 몸은 상당히 뜨거웠다. 그녀가 만약 암에 걸렸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그녀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다는 증거다.

때때로 병에 걸리게 되면 성욕이 강해진다고 한다. 아마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쾌락을 맛보고 싶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끼꼬는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뜨거운 육체를 불태웠을지도 모른다.

"정말 좋았어요!"

류지오가 감탄하며 말한다.

"아아...! 그래요! 정말 멋졌어요. 이렇게 좋은 줄 미쳐 몰랐어요!"

아끼꼬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는 류지오의 묶은 손을 풀어 준다.

"자 이제 이것도 가져요!"

아끼꼬는 은반지를 빼내서 류지오의 손에 둘 다 끼워 준다. 류지오는 그런 아끼꼬의 모습에 무척이나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목을 끌어안고는 키스를 한다. 아끼꼬 역시 능숙하게 응해 온다. 서로 혀와 타액을 교환해 가며 키스에 전념했다. 류지오는 아끼꼬의 아랫입술을 살짝이 빨며 입술을 뗀다.

아끼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류지오는 바라보면서 천천히 일어선다. 그리고 류지오의 두 발목에 묶어 놓은 것도 풀어 준다.

자유롭게 된 류지오는 침대에서 일어서서 그녀와 나란히 선다. 그녀의 눈이 류지오의 물건을 내려다보고 있다. 류지오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매끄러운 아랫배에다 지그시 누른다.

"자 이제. 그만 돌아가요."

아끼꼬는 밀어내면서 말한다.

"몇 시죠?"

"아홉 시가 넘었어요."

"그럼 열 시까지만 함께 있어요."

류지오는 그녀와 한번 더 몸을 섞고 싶었다. 사정하지 못한 물건 역시 크게 맥동치고 있었다.

"집에서 걱정하면 안되잖아요?"

"괜찮아요."

"다음에 찾아와요. 난 지금 걸을 힘도 없다구요."

서로 미소를 지으며 짧게 키스를 나눈다. 두 사람이 알몸으로 거실로 나오자 큐리가 놀란 눈으로 그들을 쳐다본다. 아끼꼬는 욕실로 들어가더니 가운을 걸치고 나온다. 그리고 베란다에 걸어 놓은 류지오의 옷을 가져온다.

류지오는 다시 짧게 키스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도대체 무얼 하다가 지금 들어오는 거니?"

도시에는 조금 화가 나 있었다.

"친구 집에 있었어요."

"후에 선생님한테 두 번이나 전화 왔는데 무슨 일 있었니?" "자율 학습 빠지는 것 때문에 그러는가 봐요."

도시에는 류지오를 따라 이층으로 올라가면서 계속 말을 했다.

"너도 그럼 학교에서 공부하고 오지 그래?"

"알겠어요. 내일부터는 그럴 게요."

"그래. 착하지 우리 아들!"

도시에는 류지오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 주고는 그제서야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치 귀신에게 홀린 듯한 회색 저택의 아끼꼬와의 사랑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류지오는 나름대로 그녀에 대해 생각해 보려 했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만큼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그녀에게 어울리는 무채색의 조화와 같이 흰색의 젖어 있는 백지에 검은 색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렸다고만 생각했다. 진 모습을 알 수 없는 회색 그림자로만 남는다 할지라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는 그녀의 그림자처럼 점점 옅어져만 같다.

류지오는 견디기 힘든 석 달을 보내야 했다. 류지오에게는 아무런 목표 의식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열의도 그리 강하지 못했다. 반면 후에는 류지오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 주었다. 그녀는 늘 아이들과 함께 학교를 나왔다.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 앉아서 공부를 했다. 때때로 류지오를 비롯해서 몇몇 녀석들이 장난을 치던가 꾸벅꾸벅 조는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류지오가 가장 말썽이었지만 가장 빠른 진보를 보이는 것을 보면 그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역시 느끼게 해 주었다.

시험을 치르고 나면 누구나 홀가분해지기 나름이다. 류지오는 시험장에서 나오면서 호유도를 만났다. 호유도는 류지오에게 시험을 잘 쳤는지 묻는다.

"그래. 너는?"

"나는 모르겠어."

류지오는 호유도의 어깨를 툭 친다.

호유도와 함께 도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는데 옆에서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가 들린다. 검은 색의 고급 승용차가 그들과 속도를 맞추어 가고 있었다. 유리에 코팅이 되어 있어 차안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차의 유리가 스르륵 내려가더니 뒷좌석에 한 여자가 얼굴을 내민다.

"안녕하세요."

류지오가 인사를 하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호유도. 그럼, 나 먼저 간다!"

"음. 그래. 그런데 나 좀 태워 주지..."

"넌 임마, 지하철 타고 집에 가!"

류지오는 오랜만에 아끼꼬를 보는지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미 그녀와의 만남은 예감된 것이었지만 다시 만나 보지 못하리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가 피어나더니 입술이 열리고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를 살짝이 간지럽히며 들려 온다.

"시험은 잘 쳤어요?"

"아뇨."

"그럼 어쩌죠?"

"뭐가요?"

"전 시험을 잘 치른 줄 알고 축하 선물을 사 왔는데!" "뭔지 한번 보여주시겠어요!"

"여기요."

그리 크지 않은 각이었다. 열어 보니 시계가 들어 있었다. 류지오는 보석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래서 그 시계에 붙어 있는 네 개의 돌덩이가 다이아몬드인지 뭔지 알 리 없었다. 다만 막연히 고맙다는 생각에 받아들였다.

"고마워요."

"혹시, 류지오군 어머님께서 마중 나오지 않을까요?"

아끼꼬는 세심한 염려까지 했다. 사실 아끼꼬는 그것 때문에 상당히 고심을 했다. 동경사대부고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곳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알았지만 무턱대고 왔다가 못 만나는 것은 아닌가, 혹시나 다른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는 건 아닌가, 만약에 류지오가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어떻게 하나 등등, 이 곳까지 오면서도 상당히 망설였던 것이다.

"어머니는 안 나오실 겁니다. 가게도 바쁘고 제가 나오지 말라고 했거든요. 학교에 처음 들어가는 여덟 살 난 어린애도 아니잖아요? 후후..."

류지오의 말에 아끼꼬는 그 아름다운 미소를 아끼지 않고 보여주며 말한다.

"후후... 그럼, 우리 가서 저녁이나 먹을까요?"

"좋아요!"

류지오는 아끼꼬의 차안에 있는 카폰으로 가게에 전화를 걸었다. 아직 그 곳에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없었다. 다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

"음. 그래! 근데 시험은 어땠니?"

"잘 쳤어요. 그런데요, 나 오늘 친구랑 놀다가 들어갈게요." "안돼! 엄마가 맛있는 거 해 놨는데!"

"그럼 아버지랑 함께 맛있게 드세요. 전화 끊어요."

류지오는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아끼꼬를 바라본다. 운전사만 없다면 지금 당장 키스를 하고 사랑을 나누고 싶다. 어젯밤에도 꾼 꿈에서처럼 말이다.

"우리 어디로 갈까요?"

"아끼꼬씨의 집으로 가는 것이 어때요?"

류지오는 그녀의 집으로 바로 직행하고 싶었다.

아끼꼬는 웃어 보인다.

"안돼요. 좀 더 근사한 곳으로 가야 해요."

그녀의 집보다 더 근사한 곳이 있을까. 하는 수 없이 그녀가 데려가는 곳으로 갔다. 아끼꼬는 류지오를 동영호텔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류지오는 시내에 있는 몇몇 호텔에서 식사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어리어리한 곳은 처음이다. 그녀의 집이나 차나 옷 입는 것을 보면 상당히 부자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정말 어느 정도의 부자인지는 미지수다. 그녀가 늘 이런 곳에서 식사한다면 상당히 부자이리라.

류지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아끼꼬의 고운 목소리가 들린다.

"류지오군은 뭘 드시겠어요?"

"같은 것으로요."

"난 아직 시키지 않은 걸요. 난 류지오군이 시키는 걸 함께 먹으려고 하는데."

류지오는 메뉴판을 펼쳐 보았다. 전부다 이상한 음식에다가 듣도 보도 못한 음식 이름이 잔뜩 적혀 있었다.

"도대체 어떤 것이 맛있는 건지 알아야지!"

류지오가 그렇게 푸념을 하자 웨이터가 다가와서 괜찮은 음식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좋아요. 그럼 그걸 전부 일인분씩 가져와 봐요. 한번 먹어 보고 결정해야겠어요!"

"손님. 주문한 음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많은 음식을 어떻게 다 드시려고..."

류지오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말한다.

"먹다 남으면 사가지고 가서 우리 집 개한테 주면 될 거 아뉴!" "주문한 대로 가져와요."

웨이터가 돌아가자 아끼꼬가 다시 말을 건넨다.

"개한테 준다는 말은 너무 심하지 않아요?"

"이런 곳에 음식은 대개가 맛없을 겁니다. 안 그래요?" "후훗! 그럼 왜 이런 곳에 와서 식사하겠어요?"

류지오는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번 둘러보더니 말한다.

"아마 돈 자랑하러 온 모양이죠."

"난 돈 자랑하러 온 것이 아니에요."

아끼꼬는 난처한 기색을 보인다. 류지오가 자기를 그렇게 본다면 서글픈 일이다.

"그러니 내가 집으로 가자고 했잖아요. 그럼 큐리도 좋아할텐데." "난 정말 돈 자랑하러 온 게 아니에요!"

아끼꼬는 화가 난 투로 말한다.

"그럼 이 시계가 얼마 짜리인지 내가 한번 맞춰 볼까요?" "그건 나의 진심의 선물이에요!"

아끼꼬는 류지오가 자신이 선물한 시계를 돈으로 따지려고 하자 더욱 화가 난다.

"난 이런 시계 보단 이 반지가 훨씬 더 좋아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류지오는 오른손에 끼고 있는 두개의 은가락지를 보여준다. 아끼꼬는 석 달 전의 류지오와의 뜨거운 정사 장면이 떠올라 얼굴을 붉혔다.

"류지오... 나를 어떻게 생각해요?"

류지오는 뭐라고 대답할까 잠시 생각한다.

"사랑스런 연인처럼 느껴져요."

그 말에 아끼꼬는 더욱 얼굴을 붉힌다. 아끼꼬는 빨갛게 칠한 입술을 살짝이 깨문다. 그런 모습은 류지오에게 설레일 정도로 매력적으로 보인다.

"줄줄이 오는 모습이 꼭 빵게들이 행진하는 것 같네요!" "쉿! 자꾸만 그러지 말아요."

탁자 위에 가득 음식이 올라온다.

"좋은 삼페인 하나 가져다주시겠어요?"

웨이터는 고개를 정중하게 한번 숙여 보이고는 물러난다.

음식들은 한결같이 보기에는 좋아 보인다.

'맛은 어떨까?'

류지오는 먼저 포크를 들어서 이리 저리 칼집을 내어 잔득 모양을 내 놓은 생선 살찜을 하나 집어먹어 본다.

"맛도 괜찮군요."

류지오가 이것저것 먹으면서 감탄하고 있을 때 요리장이 직접 나왔다.

"맛이 어떻습니까?"

고급 음식을 시킨 손님에게는 요리장이 직접 나와서 인사하는 것이 이 곳의 예의인가 보다.

"괜찮군요."

류지오가 그렇게 말하자 아끼꼬가 덧 붙여서 말한다.

"정말 감탄했어요.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훌륭해요." 요리장은 그 말에 흡족해 하고는 직접 삼페인을 따라 준다.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웨이터와 요리장이 물러간다.

"저 사람 상당히 잘 생겼죠?"

아끼꼬는 심심찮게 말을 건다.

"아끼꼬씨가 감탄하기에는 너무 늙었어요."

"난 류지오처럼 젊은 보이프랜드를 가져서 무척이나 기뻐요." "어린 것 하고 젊은 것은 분명히 다르죠."

"맞아요."

아끼꼬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자다. 하지만 류지오는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언제 암에 걸렸었는지.

그것 때문에 결혼을 안 한 것인지.

그녀는 정말 몇 살인지.

류지오는 솔직히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그런 것까지 알게 되면 너무 복잡해지지 않을까 싶다.

류지오는 식탁 위에 있는 음식을 거의 다 먹어 치웠다. 마지막으로 삼페인 한잔을 마시고는 식사가 끝난 것이다.

"이젠 뭘할까요?"

류지오가 묻는다.

아끼꼬는 자기가 묻고 류지오의 의견에 따르고 싶었다. 류지오가 먼저 물었으니 대답할 말을 생각한다.

"잘 모르겠어요. 무얼 하면 좋을까요?"

"당구 칠 줄 알아요?"

"아뇨!"

아끼꼬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럼 볼링은요?"

"아주 조금요."

"그럼 잘 하는 것은 뭐죠?"

"모르겠어요."

"오락은 어때요?"

"오락실에 동전 넣고 하는 거 말이에요?"

"네."

"오락실엔 가본 적이 없어요."

"그럼 도박은요?"

"어떤 도박?"

"포커나 마작 같은 것."

"할 줄 몰라요."

"그럼 빠찡꼬는요?"

"그런 건 나빠요."

"나쁘고 금지된 것이 더 재미있는데...!"

"류지오군에게 금지된 것이란 어떤 거죠?"

아끼꼬는 관심 있게 물어 본다.

류지오와 아끼꼬는 서로의 눈빛을 관찰하고 있었다.

"섹스, 도박, 마약, 술, 담배 등등..."

"그럼 그 중에 못해 본 건 뭐예요?"

아끼꼬의 눈동자가 더욱 반짝인다.

"내가 해본 것을 열거했어요."

"정말? 그럼 마약도?"

"네."

아끼꼬는 조금 놀라는 눈치다.

"어떤 마약?"

그때 웨이터가 빈 접시를 치우러 왔다.

"아이스크림 두개 가져다 줘요."

"네."

웨이터는 빈 접시를 가지고 갔다.

"어떤 종류의 마약을 해 봤어요?"

"궁금해요?"

"음."

"흠... 대마초와 필로폰."

"요즘도 하나요?"

"아뇨."

"거짓말이죠?"

"뭐가요?"

"마약을 했다는 것 말이에요."

"사실이에요. 보여 줄까요?"

류지오는 자신의 팔목을 걷어올려 보여 준다. 정맥 주위에 몇 개의 바늘 자국이 있었다.

"어머! 정말!"

'정말 사람 말을 잘 믿는군!'

그건 어릴 때 벌에게 물린 자국이다.

"그 때 기분이 어떤지 알아요?"

아끼꼬는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만 좌우로 흔든다.

"미친 사람 외에는 결코 마약에 빠져들지 못해요. 그게 얼마나 나쁜 독인지 알기 때문이죠. 자신을 망치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르지만요. 아끼꼬씨 내가 무서워요?"

"네. 조금... 어쩌다 그렇게 되었어요?"

류지오는 사실대로 말하려다가 실없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해요."

웨이터가 두개의 커다란 컵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왔다.

"고마워요."

웨이터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다시 물러갔다.

"이걸 다 먹으면 배가 터지고 말 거예요."

아끼꼬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우스개 소리를 한다.

"오늘 아끼꼬씨의 집에서 자도 되요?"

아끼꼬는 얼른 대답하지 않고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떠서 입에 넣는다. 혀를 내밀어 스푼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다. 상당히 요염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 달콤해 보이는 혀로 '네'라는 소리를 만들어 낼 것 같다. 하지만, "안돼요."

"왜요? 싫은가요?"

"음... 이젠 더 이상 되돌려 줄 정기가 없어요."

"정기를 오히려 주고 싶어요. 마지막 한방울까지요."

류지오는 그녀의 빛나는 눈동자를 응시한다.

류지오는 수수한 눈을 가지고 있다.

아끼꼬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아끼꼬의 집에까지 도착하는 동안 류지오는 그녀의 음부를 계속 희롱했다. 아끼꼬는 운전수가 눈치챌까 봐 아무런 저항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류지오도 심하게 장난치지는 않고 집에 들어가서 바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적당히 젖게 만들어 놓았다.

그녀의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는 류지오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안되겠어요. 오늘은 그냥 돌아가요."

도대체 집에 누가 있는지는 몰라도 류지오는 그러기 싫었다.

"싫어요."

"제발!"

"집에 누가 있는 거죠?"

"전 남편이에요."

"후...! 거짓말... 아끼꼬씨는 거짓말을 해도 너무 서툴러요. 당신은 그 때까지만 해도 처녀였어요."

"안돼요. 제발, 그냥 돌아가요."

아끼꼬와 류지오가 실랑이를 벌리고 있는 동안 대문이 열리고 누가 걸어 나온다.

여자다.

"흥!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지?"

그녀의 뒤로 한 남자가 걸어나온다. 그리 덩치는 크지 않았지만 날렵하게 생겼다.

"저 녀석은 뭐 하는 놈이지?"

여자가 날카롭게 묻는다.

"친구 동생이야."

"흥! 들어와 할 이야기가 있어."

류지오는 멍하니 지켜만 본다. 아끼꼬는 류지오에게 한번 눈길을 주더니 그녀를 따라 들어간다.

류지오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끼꼬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아! 큐리! 안돼!"

류지오는 대충 안의 상황을 짐작했다. 아마 그 불청객들이 큐리를 죽였던지 상처를 입혀 놓은 모양이다.

류지오는 철문으로 된 그 대문을 발로 찼다. 안에서 잠겨 있어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류지오가 다시 몇 번 발로 차자 안에서 문이 열렸다.

그 남자다.

"뭐야!"

류지오는 기습적으로 그의 복부를 발로 차고 안으로 들어간다. 아끼꼬가 마당에서 큐리를 안고 울고 있다.

"큐리! 제발... 죽지마! 죽으면 안돼!"

류지오는 급격하게 분노하기 시작한다. 큐리는 자신의 발목을 물었고 여전히 사이가 안 좋았다. 하지만 아끼꼬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큐리였고 역시 큐리 때문에 아끼꼬를 알게 된 셈이다.

류지오가 달려들자 그 남자는 방어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첫 번째의 류지오의 발길질을 피하고는 재차 류지오의 복부를 돌려찬다.

극심한 통증이 왔다.

그의 발차는 솜씨로 보아 상당한 무술을 익힌 사람이었다.

"그 애를 괴롭히지 말아요!"

아끼꼬는 류지오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여보! 그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패 줘요! 죽지 않을 정도로요!" 처음엔 류지오가 그를 얕잡아 보고 일격을 당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그가 실수하고 만다. 두 사람은 서로를 잘 모르고 있다.

류지오는 무릎을 꿇고 있는 상태다. 그 남자는 류지오의 머리통을 향해서 힘껏 휘둘러 찬다. 류지오는 피하지 않고 어깨를 쳐들어 막는다. 어깨로 막았지만 상당한 통증이 왔다. 하지만 류지오의 두 번째 공격은 더욱 날카롭고 매서웠다. 그의 발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류지오는 오른손을 땅에 짚고는 지면과 수평하게 오른발을 돌리더니 그의 무릎 관절을 차 버린다.

상당히 잔혹한 수법이다.

보통 지면에 손을 짚고 휘둘러 차는 것은 상대방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류지오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무술을 익혔다. 다리를 굽힌 채로 몸을 회전시킨 자체부터 상당히 재주였다. 그런 식으로 회전하다 자칫하면 오히려 중심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잘만 하면 더욱 재빠르게 회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류지오는 그 빠른 회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시점에 무릎을 펴면서 그의 무릎 관절을 강타한 것이다.

무술을 약간이라도 연마한 사람이라면 관절 부위는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강하다. 따라서 보통 사람이었다면 류지오의 이 일격에 다리병신이 되는 것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는 땅바닥에 뒹굴며 고통스런 신음을 내지른다.

"여보!"

그녀는 다가가더니 남편의 상태를 살핀다.

"망할 년! 어서 꺼져 버려!"

류지오가 소리친다.

"널 가만 두지 않겠다!"

여자는 앙칼지게 소리치고는 남편을 부축해서 나간다.

큐리를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의사에게 맡기고 나서야 아끼꼬는 겨우 흥분을 가라앉히고 제정신을 차렸다.

"다치지 않았어요?"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죠?" 아끼꼬는 고개를 숙인 채 이야기를 한다.

"그 여자는 저의 동생이에요. 배다른 동생이죠."

"그런데 왜 그렇게 행패를 부리는 거죠?"

"저의 할아버지는 상당히 재벌이에요. 이미 타계하셨지만... 그 앤 유산을 한 푼도 상속받지 못했어요."

류지오는 그녀가 좀 더 상세한 이야기를 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아끼꼬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수의사가 나오더니 큐리의 상태에 대해서 말해 준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갈비뼈 두개가 금이 갔어요. 그 외에는 큰 상처는 없어 보입니다. 깁스를 한 다음 한 달쯤 조심하면 걸어다닐 수 있을 겁니다."

아끼꼬는 계속 남아 있으려고 했지만 수의사의 권유에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류지오는 그녀가 속사정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묻지 않았다.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웠지만 몇 마디 말로써 위로해 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정각 아홉 시였다.

도시에는 거실에 앉아서 잡지책을 읽고 있었다.

"저 왔어요."

"류지오! 시험은 어땠니?"

"잘 쳤다고 했잖아요."

"얼마나 잘 쳤는데?"

"보통으로요."

"그게 잘 친 거니 아주 잘 쳐야 잘 친 거지!"

"저는 저녁 먹었어요."

류지오는 2층으로 올라갔다.

도시에는 아들의 시험 문제로 조금 들떠 있었다.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간 수다가 터져 나올 것 같아 재빨리 피해 버리는 것이다.

옆방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기리꼬의 목소리도 들린다.

기리꼬와 사도미는 황성 대학교에 갈 생각이었다.

동경대 다음으로 사립대인 명성대를 든다. 황성 대학교는 과거 대학 최고의 명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2류 대학쯤으로 취급된다.

황성 대학교는 아마 야구의 선두 주자였다. 과거 20여년전 아마 야구의 최전성기 때 황성 대학교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대학교에 폭력권 학생이 생겨난 것이다. 그 당시 아마 야구 시대 때를 겪었던 현재의 기성 세대들은 황성 대학교에 대한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황성 대학교뿐만 아니라 동경대를 비롯한 모든 학교에서도 폭력권 학생들이 행세를 하고 있었다. 특히 명문 대학교일수록 그 강도는 심했다.

기리꼬와 사도미는 동경대 등 일류 대학에 갈 성적이 못 된다. 류지오 역시 마찬가지다. 교장이 운동 선수로서 동경대에 보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류지오로서는 별로 내키지 않은 이야기였다. 가려면 미술 특기생으로 미술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기리꼬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도시에에게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류지오는 나가 보지 않았다.

류지오는 잠이 들지 못하고 계속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두 달간의 학교 생활은 자유로울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시험 발표가 나고 보름 뒤에는 대학원서 접수가 있을 것이다.

밖에서 도시에의 날카로운 음성이 들린다.

"당신은 정말 못 말리겠군요!"

"왜 그래? 별로 늦지도 않았는데."

시계는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유우끼찌의 시간 관념에 따르면 결코 늦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외박을 하지 않고 들어온 것만 해도 대단히 성실한 귀가였다. 도시에는 그가 외박을 하며 어디서 다른 여자와 자고 오든지 도박을 하든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오늘은 류지오가 시험 치고 온 날이잖아요! 적어도 오늘만큼은 일찍 들어와야 되는 것 아닌가요?"

"미안해."

"흥! 오늘 아침엔 어땠어요! 류지오가 시험 치러 가는데 한마디 해주면 입이 달아나나요!"

류지오는 어머니가 왜 저렇게 과민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사납게 구는지 모르겠군!"

"당신은 당신이 사귀는 여자보다도 류지오에게 더 무관심하군요!" "왜 그래!"

유우끼찌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미에찌라는 여자가 상당히 애교스런 음성으로 묻더군요. 마치 자기 자식을 대하는 것처럼요. 류지오는 시험을 잘 쳤나요?" 어머니의 비꼬는 소리가 처량하게 들렸다. 아마 눈물을 흘리나 보다.

"여보..."

"이 더러운 손 치워요! 밖에서 놀던 여자가 집으로까지 전화 오는 것은 무슨 이유예요? 날 쫓아내고 류지오에게 새 엄마를 두고 싶은가 보죠?"

"미에찌는 당신도 알잖아?"

"흥! 정말 혐오스럽군요! 그럼 부하 직원에게 아들이 시험을 잘 치렀는지 집으로 전화해 보라고 시켰군요! 이 더럽고 치사한 인간!" 손찌검하는 소리가 들린다.

류지오는 나가서 말리고 싶었으나 자기가 끼여들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미에찌라는 여자에게는 자기도 두 번이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오해를 살 만한 여자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담임 선생에게 전화가 왔다고 속일 정도였다.

"내가 왜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어야 하죠! 당신은 왜 나와 함께 사는 거죠? 젊고 예쁜 여자들이 수두룩하잖아요?" "미쳤군!"

"그래요. 미쳤어요! 날 요양원에 보내 버리지 그래요?" "그만해! 류지오가 듣겠어."

"그게 겁나요? 류지오도 이젠 다 컸어요. 류지오를 위해서 서로 합치자고 했죠? 이제 류지오도 다 자랐으니 이젠 어떡할 거예요? 미에찌라는 여자에게 새장가를 드시겠다 이건가요?"

"못하는 소리가 없군!"

"당신은 어떻고요?"

"그럼 당장 이혼해!"

"후후! 이제 하고 싶은 말을 하는군요. 그 말을 가슴에 묻어 둔 채 10년을 어떻게 살았을까? 아마 숨겨 둔 자식들이 수두룩하겠지!" "이게!"

다시 손찌검하는 소리가 들린다.

"왜 때려요! 당신이 뭔데 날 때려요! 남편 행세를 하겠다는 건가요? 우습군요!"

류지오는 누구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들에게 애정이 없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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