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카인..그 뒷부분...7 (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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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629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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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오는 밖으로 나와서 집에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에이꼬의 음성이다.

"누나야?"

"누구세요?"

"나야."

"류지오니?"

"응."

"너, 그런데 왜 반말하니?"

"그럼 존댓말 계속 쓸까?"

"아니. 하지만 기분 나쁜데!"

"좋아요. 그럼 앞으로 계속 존댓말 쓰죠."

"아니야. 반말해도 돼."

"..."

류지오는 뒤에서 한 여자가 동전으로 전화박스 유리를 두드리자 신경이 거슬려 뒤돌아본다.

류지오가 대답을 하지 않자 에이꼬는 말한다.

"류지오, 화났니?"

"내가 화를 왜?"

"네가 대답을 안 하길래 화났는 줄 알았어."

"누나. 내 방에 가서 서랍을 열어 보면 통장하고 도장이 있거든... 가지고 나와. 제일 극장 앞이면 금방 나올 수 있겠지? 아! 그리고 서랍 열쇠는 앨범 뒤에 있을 거야. 빨리 나와."

"통장은 왜?"

"나 이만 전화 끊는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잠깐만..."

류지오는 뒤에 있는 여자가 기다리든 말든 다시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아이리스입니다."

'언제 가게 이름이 바꼈나?'

류지오는 의아해 하며 묻는다.

"그 기 옷가게 맞나요?"

"네. 맞습니다."

"나가야마 도시에씨 있으면 좀 바꿔 주시겠어요?"

"누구 신지요?"

"아들이오."

"누구요? 저 잠깐만요."

류지오가 '아들이오' 하고 빠르게 말하자 그 여자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여자는 손님과 한참이나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다시 말한다.

"여보세요? 죄송하지만 누구 시라고 하셨죠?"

"아들요!"

"죄송하지만 잠깐만요."

류지오는 화가 치밀어서 수화기에다 실컷 욕을 해댄다.

그녀는 다시 손님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한마디한다.

"여보세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이봐요! 나가야마 도시에 라는 사람 있어요, 없어요?" 류지오는 소리를 버럭 지른다.

"어머! 깜짝이야! 당신 누군데, 우리 사장님 이름을 함부로 마구 부르는 거예요!"

그 여자도 상당히 성깔이 있는 모양이었다.

다시 뒤에서 기다리는 여자가 동전으로 유리 박스를 톡톡 두드린다.

"여보세요?"

도시에의 목소리다. 아마 자신의 직원이 소리치는 것을 듣고 대신 받은 모양이었다.

"어머니. 나예요."

"류지오니? 웬일이야. 가게에 전화를 다하고?"

"그 기 남자 옷도 팔아요?"

"아니. 여자 옷만 파는데."

"무슨 가게가 그래요. 남자 옷도 팔아야지!"

"그거야 내 맘이지."

"좀 있다가, 에이꼬 누나와 그 기 갈게요."

"류지오, 정말 네가 웬일이니? 이런데 다 올려구?"

뒤에 있는 여자가 다시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에이꼬 누나 옷 한 벌 사 줄려구요. 그리고 내 옷도 한 벌 사려고 하는데..."

"알았다. 기다리고 있을게."

"끊어요."

"그래."

류지오는 전화를 끊고는 다시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려고 한다. 그러자 뒤에 있던 여자가 문을 열고는 발끈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이봐요. 당신이 이 전화기 세 놨어요?"

"죄송합니다. 한 통화만 더 하고요."

"맘대로 해요!"

여자는 문을 꽝 닫아 버린다.

류지오는 호유도, 고로히찌, 도꾸미, 후에 선생의 집까지 자신이 아는 전화번호는 다 돌려본다. 누구 고집이 센가 내기라도 하듯 그녀는 밖에 서 있었지만 당하는 것은 역시 그녀다.

이 추운 날씨에 저렇게 고집 세게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류지오도 약간은 미안한지 비켜 준다. 거의 20여분 동안 그녀는 밖에 서서 기다린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는 류지오가 나오자 발로 전화박스를 꽝 차고는 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여자군!'

류지오는 천천히 약속 장소로 걸어간다. 재수 없게도 그 여자도 제일 극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류지오는 멀찌감치 뒤떨어져서 걷는다. 제일 극장 앞에 와서는 그녀는 놀랍게도 극장 앞에 설치되어 있는 전화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참 여자들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군.'

류지오는 발을 동동 구르며 에이꼬를 기다린다.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지?'

집에서 여기까지는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에이꼬가 제일 극장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 리가 있나 싶었다. 그녀가 제일 극장을 찾으러 헤매고 다닐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류지오는 일단 집으로 다시 전화해 볼 양으로 전화박스로 다가간다. 그녀가 다행히 나와 주고 있었다. 그런데 류지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전화박스 안으로 들어가서 류지오처럼 아무 곳이나 전화를 해대기 시작한다.

'젠장할!'

류지오는 옆에 있는 간이 매점에서 전화 카드를 하나 사서는 바로 옆에 있는 전화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집 전화번호를 재빠르게 누른다. 계속 전화 벨만 울렸지 아무도 받지 않았다. 혹시나 벌써 왔나 싶어 박스 안에서 바깥을 살펴보다가 옆에서 전화를 하는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류지오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는 계속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류지오는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쾅 내려놓고는 전화박스 안에서 나왔다.

류지오는 이리저리 살펴본다. 영화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류지오는 구석에 처박혀 있어야 했다. 한 여자가 사람들에게 밀려 뒤로 뒷걸음치다가 넘어지려고 하자 류지오가 급히 잡아 주었다.

'젠장할!'

그 여자였다. 그녀는 류지오에게 고맙다고 말하려다가 고개를 싹 돌려 버린다. 아마 전화박스 때문에 아직도 단단히 화가 나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다 나가자 다시 한산해졌다.

"아마 사람을 기다리고 있나 보죠?"

그녀가 갑자기 마음을 풀고는 묻는다. 류지오도 으쓱거리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류지오와 그 여자는 서로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었다.

류지오는 5분에 한번씩 전화를 했고 그녀도 류지오의 전화 카드를 빌려 자꾸만 전화를 했다.

"그쪽은 누굴 기다리는 거예요?"

그녀가 전화 카드를 돌려주면서 묻는다.

"사촌 누나더러 여기로 나오라고 했는데... 그게..."

류지오는 대충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자 그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러고 보니 저 때문에 급한 나머지 제대로 말씀을 못 드렸군요. 죄송해요. 전 그것도 모르고 자꾸만 재촉했으니..."

"아닙니다. 제가 나쁜 생각을 먹었으니 벌을 받은 거죠." 자신이 벌을 받는 것은 괜찮지만 에이꼬마저 이 추운 날씨에 헤매고 다닐 것을 생각하니 심정이 찹찹해진다.

그때 에이꼬가 모습을 나타내고 도로 건너편에서 류지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사촌 누나가 왔군요. 좀 전에 일은 제가 미안하게 됐습니다." 류지오는 그녀에게 전화 카드를 줘 버리고는 에이꼬에게 갔다.

"그냥 제일 극장으로 나오라면 내가 어떻게 아니?"

"미안해. 누나."

"자, 여기."

에이꼬는 통장과 도장을 건네준다.

에이꼬는 류지오의 통장을 열어 보고는 그 액수에 상당히 놀랐다. 류지오가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류지오는 가까운 은행에 들어가더니 10만엔짜리 수표로 돈을 모두 인출했다.

그리고는 에이꼬에게 2백만엔을 준다.

"왜 이렇게 많이 주는 거야?"

"입학금, 공납금, 그리고 책값."

에이꼬는 그 말에 무척이나 고마웠다.

"자. 받아."

"니가 가지고 있어."

"어서 가방 안에 넣으라니까. 녀석들이 보기 전에."

"녀석들이라니?"

"날치기 말야."

에이꼬는 그 말을 듣고는 더욱 받기가 거북했다.

"싫어. 니가 가지고 있어."

"안 그럼 이 돈까지 오늘 다 써 버릴 거야!"

에이꼬는 돈을 받아서 가방 안에 넣는다. 류지오는 은행에서 나와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어디 가려고?"

에이꼬는 집에다 돈을 모셔다 둬야만 안심이 될 것 같았다.

"가게에."

"무슨 가게?"

"어머니 가게."

"그럼 버스 타고 가지."

"버스 안에서 칼질 당하면?"

에이꼬는 한참 생각하다가 그제야 소매치기를 생각해 낸다.

류지오가 그런 좀강도와 좀도둑을 두려워할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가기가 귀찮았던 것이다.

도시에는 신주꾸에 4층짜리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3년 전 이 건물을 사들이고 나서 옷가게를 엄청나게 확장한 것이었다. 이제는 각지에 대리점이 잇달아 생기고 유명 백화점에도 이 곳의 옷을 판매할 정도였다. 게다가 하루에 두 번씩 텔레비전으로 광고도 내 보낸다. 아이리스는 이미 고급 여성 의류 메이커로 인식되고 있었고 스네시나, 욘같은 자체 브랜드로 의류 업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하지만 류지오는 최근에야 이 곳이 자기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인 줄 알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한번도 스네시라는 메이커를 선전하는 광고를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류지오도 부모의 일에 대해 무관심했다.

류지오와 에이꼬가 안으로 들어가자 예쁘게 유니폼을 걸친 젊은 아가씨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안으로 들어오셔서 한번 둘러보시지요." 참으로 웃기는 여자다. 벌써 안으로 들어왔는데 안으로 들어와서 한번 둘러보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류지오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어머니의 상술이다 싶어 비웃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아직 어리고 허름한 차림을 하고 있으니 옷을 사지 않더라도 구경이라도 해 보란 소리다.

류지오는 안을 한번 둘러본다. 상당히 잘 꾸며 놓았다. 깨끗하고 분위기 있어 보인다. 신발로 밟고 다니기 미안할 정도로 고급스런 카펫이 깔려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이 보인다. 그 옆에는 백화점처럼 각 층의 상품을 안내하는 글이 채색된 예쁜 글씨로 적혀 있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는지요?"

"네. 여기 주인을 찾으러 왔는데요."

시종 미소를 짓던 그 아가씨의 표정이 약간 떱떨하게 변한다.

류지오의 말과 그 아가씨의 말을 조합해 보면 찾는 물건이 여기 주인인 셈이다.

다시 그 아가씨는 친절한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사장님은 2층에 계시는데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런데 어떤 분이 오셨다고 전할까요?"

그 여자는 여기서 오랫동안 일해서, 이곳 사장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작은 신사 분은 처음 보는지라 그렇게 묻는 것이다.

"남편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왔다고 전해 줘요."

에이꼬는 류지오의 말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거리며 웃는다.

남편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면 그야 당연히 아들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의아해 할 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묻는다.

"저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이 곳 주인이 나보다 더 잘 알 거요."

에이꼬는 다시 키득키득 웃는다.

물론 류지오의 이름은 이 곳 주인이 지어 주었을 테니 류지오보다 더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이 아가씨는 류지오의 대답들이 자신을 놀리는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이만하면 화를 낼만도 하지만 그녀는 정중하게 다시 말한다.

"2층으로 함께 올라가시죠. 자 이리로 오세요."

그녀는 웃는 얼굴로 말하며 먼저 앞장선다. 하지만 류지오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에이꼬가 류지오의 옆구리를 꾹꾹 찌른다. 이제 장난은 그만 하라는 것이다.

류지오가 가만히 서 있자 다시 그녀가 돌아서서 말한다.

"손님. 이리로 오세요."

"우린 여기서 옷 구경 좀 할 테니. 내려오라고 해요." 이만하면 정말 속이 터질 정도다. 하지만 훈련 잘 받은 이 아가씨는 웃으며 말한다.

"그럼 마음에 드시는 옷이 있는지 둘러보세요, 손님." 그리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류지오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옷 구경을 한다. 그리고 옷에 달려 있는 가격표를 보고는 혀를 내두른다.

'젠장할. 이건 에이꼬 누나 입학금보다 더 비싸군!'

60만엔 짜리 투피스의 여성 정장 한 벌을 보고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2,3 층에 올라가면 수백만엔 하는 겨울옷들이 자자하게 널려 있다.

에이꼬가 다른 여자들처럼 이 옷 저 옷 구경하고 있는 동안 류지오는 계산대 안에 놓여진 컴퓨터를 만져 본다. 이것저것 눌러보니 어제의 매상 총액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어 가며 단수를 세워 보니 천만 단위까지 올라간다.

'2천 3백 5십 6만엔... 젠장할!'

류지오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다른 손님을 안내하고 있던 한 아가씨가 류지오를 보더니 다가와서 말한다.

"손님. 그 안으로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내버려 둬. 내 아들이야."

도시에가 2층에서 내려오며 말한다. 류지오가 말장난을 쳤던 그 아가씨는 도시에에게 류지오가 한 말을 그대로 건넸다. 그 말을 듣고는 도시에도 얼마나 웃었는지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뭘 보니?"

도시에가 다가와서 모니터를 바라본다.

"어때?"

"말이 안 나오네요."

"왜?"

도시에는 류지오가 하루 매상액을 보고 놀라는 것을 보고 은근히 자부심을 느꼈다.

"이건 너무 심하지 않아요?"

"뭐가?"

"이 정도며 순이익 얼마 정도나 되요?"

류지오가 묻는 동안 에이꼬가 다가와서 인사를 하자 도시에가 살짝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말한다.

"요즘은 광고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그것만 뺀다면, 한... 20퍼센트 정도."

"말도 안돼!"

"왜 그렇게 놀라니?"

도시에는 빙긋이 웃으며 묻는다.

"난 지금 놀라는 게 아니에요. 분해서 하는 말이에요." "뭐가 분해?"

"나에게 한 달에 용돈을 얼마씩 주죠?"

"5천엔. 그게 적니?"

도시에는 류지오에게 많은 용돈을 결코 주지 않는다. 류지오도 어머니에게 그 이상의 돈을 요구해 본 적이 없다.

"난 우리 어머니가 옷가게를 하면서 얼마나 고생하나 싶어 매달 일정 액수를 적금하고 있어요. 그게 얼만줄 알아요? 3천엔이에요." "자 올라가서 이야기하자."

이층에는 그녀의 사무실이 있었다. 류지오가 아까 말장난을 쳤던 그 아가씨가 들어와서 녹차 세 잔을 가져온다.

"고마워요. 미스..."

류지오가 다시 능청을 떨려고 한다.

"하꼬다양. 이 애와는 전혀 상종도 하지 말아요."

도시에는 다리를 꼬고 앉으며 그렇게 말한다.

"미스 하꼬다였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하꼬다는 류지오에게 살짝이 고개를 숙여 보인다.

"상종하고 싶지 않아도 자주 보게 될 거예요."

하꼬다는 류지오에게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나간다.

"넌 여자 사귀는 법이 신통하구나!"

"..."

류지오는 대답은 않고 에이꼬를 바라본다. 가난한 부모와 부유한 부모, 비교도 안될 만큼의 차이다. 에이꼬가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류지오가 먼저 그녀의 주의를 끈다.

"에이꼬 누나처럼 예쁜 누나가 있는데 왜 딴 여자를 꼬시겠어요?" 그러자 에이꼬는 말한다.

"이모. 저 애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네요! 여기 오기 전만 해도 극장 앞에서 다른 여자를 꼬시는 걸 제가 봤는데요."

"류지오. 정말이니?"

"누나가 봤다면 그렇겠지만... 사실은 내가 꼬심을 당하고 있었다구...!"

"에이꼬, 그게 사실이니?"

"분명히 예쁘게 생긴 여자와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봤어요. 제가 한참이나 소릴 지르고 손을 흔들어도 모르더라구요." "류지오. 극장 앞에서 나란히 서 있던 그 여자와는 어떤 사이니?" "꼭 말해야 되요?"

"꼭 말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듣고 싶구나." 도시에도 류지오의 말투를 흉내낸다.

"처음 보는 사이에요."

"처음 보는 사이?"

"그러니까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는 거죠. 앞으로는 모르지만..." "앞으로는 모른다니?"

"통성명도 하지 않은 사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왜 그런 기분이 들까?"

"자꾸 그런 식으로 묻지 말아요. 기분 나쁘게..."

"그러니까 더 의심이 가는데?"

"내가 그 여자한테 전화 카드를 세 번 빌려줬으니까 적어도 나도 세 번은 전화 카드를 빌려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건 또 왜냐하면 그 여자도 나처럼 빚은 못 지고 사는 여자 같으니까요. 그 여자가 왜 빚을 못 지고 사는 여자인가 하면..."

"알았다. 류지오! 내가 잘못했다. 이제 됐니?"

"난 오늘 어머니한테 두 번 빚을 졌으니 꼭 갚아 드리겠어요." "무슨 빚을 두 번이나?"

"그건 그렇구요. 오늘은 에이꼬 누나 옷 사러 왔으니 그것부터 해결해요."

에이꼬가 그 말에 의아해 하며 말한다.

"내가 언제?"

"아니. 내가 옷 한 벌 사 줄려구. 가서 골라 봐."

"싫어. 내가 왜 너한테 옷을 얻어 입니?"

"오늘 나와 같이 갈 때가 있어서 그래. 그리고 난 이쁜 여자한테만 옷 선물하니까, 누난 영광으로 알아."

"어디?"

"그건 나중에 말해 줄게."

"애들아. 잠깐만!"

도시에가 다시 나선다.

"류지오. 한가지 말해 두겠다만 우리 집의 옷은 상당히 비싸단다. 그리고 우리 에이꼬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지?"

"그건 말 못해요."

"꼭 나한테 말해야 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건 모두 내 책임이란다."

"다 말해 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도시에는 류지오의 말에 웃고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에이꼬는 도시에의 가게에서 옷 한 벌을 사 입었다. 물론 돈은 류지오가 지불했다. 류지오 역시 남성 의류점에 들어가서 양복 하나를 걸쳐 입었다.

"류지오, 그 넥타이 참 멋지다!"

그건 에이꼬가 골라 준 넥타이다.

"넥타이만 멋있어? 난, 어때?"

"너도... 음... 어느 정도는 괜찮아 보이는군."

"..."

"이제 어디 갈려구?"

"그냥 따라와 봐."

류지오가 간 곳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노름을 할 수 있는 카지노였다. 원래는 동영호텔에 마련된 카지노였지만 몇 년 전에 이 곳으로 건물을 옮겼다. 역시 동영호텔 측에서 운영하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현금을 칩으로 바꿀 때 이미 10%의 세금을 내야 했다.

"여긴 우린 못 들어가!"

"왜 못 들어가? 누나 몇 살이야?"

"스물 하나."

"그럼 됐어. 여긴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들어 갈 수 있어." "..."

"누나, 오늘 우리 동업하는 거야. 누나가 따든지 내가 따든지 돈을 반반씩 나누는 거야? 어때?"

"좋아!"

류지오는 교환 창고에 가서 십만엔짜리 수표 다섯 장을 내민다.

안에 앉아 있는 아가씨가 류지오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만엔짜리로 주세요. 아가씨."

에이꼬는 그녀가 류지오에게 눈짓을 치는 것을 보고는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류지오는 에이꼬에게 파란색 칩 스물다섯 개를 준다.

"누난. 뭐 할래?"

"난 아무 것도 못해..."

"그럼 날 따라와."

류지오는 2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에이꼬에게 칩 몇 개를 받아서 슬롯 머신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동전으로 모두 바꾼다.

류지오는 슬롯머신 앞에 앉는다. 에이꼬는 류지오가 하는 것을 잘 지켜본다. 어쩌다 한번씩 동전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에이꼬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자, 누나. 여기 앉아서 하라구."

류지오는 에이꼬 뒤에 서서 그녀가 하는 것을 한동안 지켜보더니 말한다.

"난 밑에 내려가 있을 테니까, 재미없으면 내려와."

"음. 알았어."

류지오는 1층으로 내려오더니 교환 창고에서 그 아가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포커판이 벌어지는 곳으로 간다.

그 곳에는 여섯 명이 앉아 있었고 뒤로 잔뜩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솔직히 기계 힘에 돌아가는 게임보다는 운뿐만 아니라 배짱이 있어야만 돈을 딸 수 있는 카드놀이 류지오에게는 더욱 흥미가 있었다.

한 사람이 어느 정도 돈을 잃고는 일어선다. 그러자 호스트가 다른 사람이 앉도록 기다린다. 류지오가 가서 앉으려고 하자 뒤에 서 있던 한 여자 역시 자리에 앉으려고 한다.

류지오가 양보한다.

"고마워요."

류지오는 고개를 살짝이 끄덕이며 답례를 해 보이고는 그녀 뒤에 한 남자를 슬쩍 쳐다본다.

'보디가드일까? 아님 애인?'

여자가 끼자 분위기가 색달라진다. 다시 10여분이 지나자 그녀 오른 편에 앉았던 젊은 남자가 일어선다. 이번에는 류지오가 가서 앉는다. 류지오는 주머니에서 파란색 칩 스물다섯 개를 꺼낸다.

여기서는 파란색이 가장 작은 단위다. 그리고 10만엔짜리의 붉은 색, 그 다음이 50만엔짜리의 은색, 그리고 100만엔짜리의 금색의 칩이 있었다. 꽤나 큰 판이 벌어지면 흑백의 사각 칩이 나오기도 한다.

류지오가 파란색 칩 스물다섯 개를 달랑 꺼내 놓자 몇 사람들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판돈은 빨간 색 칩 한 개다. 류지오는 파란색 칩을 열 개를 쥐어 자기 밖으로 내놓는다. 호스트가 기다란 스틱으로 끌고 가 중앙에 가져다 놓는다.

호스트가 카드를 돌리기 시작한다. 류지오는 카드를 받더니 살짝이 들쳐 보고는 탁자 위에 그냥 엎어 둔다. 류지오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류지오를 슬쩍이 쳐다본다. 류지오가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는 A라고 적혀 있다. 류지오는 여기서 A가 되는 것이다.

"A분 배팅하십시요."

호스트가 그렇게 말한다. 류지오가 새로 들어왔기 때문에 기회를 주는 것이다.

"5만."

그러자 사람들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저... 여긴 최하가 레드칩인데요..."

호스트가 어물쭈물 하며 말한다.

"그런 법이 어디 있소?"

사실 게임을 참가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 최하 액수가 달라지는 법이다. 류지오가 주제 없이 끼어듬으로써 만엔짜리 포커판으로 변한 것이다.

류지오가 파란색 칩 다섯 개를 앞으로 내밀자 호스트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끌고 간다. 몇몇 사람들이 다시 키득거리며 웃는다. 하지만 이미 세 명이 자신의 카드를 멀찌감치 밀어내 놓고 포기한다.

류지오의 오른편으로 돌아가면서 B, C, D, E, F다. 류지오의 왼편에 앉은 F 여자와 류지오의 맞은 편에 앉은 꽤 나이 들어 보이는 D 남자가 계속 할 모양이었다.

D 남자가 배팅을 한다.

"십만."

F 여자는 그냥 따라 온다. 더 이상 류지오에게는 돈도 없었다. 호스트는 그녀의 붉은 색의 칩을 두개 끌고 가고는 파란색의 칩을 다섯 개 가져다준다.

류지오는 자기 차례가 되자 다시 칩 열 개를 내 준다.

"플래이스 하겠습니까?"

호스트가 그렇게 묻는다.

"다섯 장."

류지오는 다섯 장 모두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다시 키득거리며 웃는다.

이제 남은 블루 칩은 하나도 없다. 여기서 지면 그냥 자리를 뜨면 그만이다. D남자와 F 여자는 각각 카드 두 장을 바꾸고는 그냥 따라온다.

콜이다.

카드를 뒤집어 보인다. 류지오는 풀 하우스였다. F여자 역시 풀 하우스였지만 10 석 장과 5 두 장이었다.

류지오는 A석 장를 가지고 있다.

류지오는 이번 판에 80만엔을 딴 셈이다. 승리의 여신은 언제나 류지오의 편인 것 같았다. 그 동안 에이꼬는 슬롯머신에 상당히 재미를 붙이고 있었다. 에이꼬는 한판 크게 걸리는 바람에 4만엔을 챙겼다. 에이꼬의 옆에는 키 큰 남자가 달라붙어 있었다.

"아가씨는 이 곳에 처음인가 보죠?"

에이꼬는 그 남자가 자꾸 말을 걸어오자 신경이 거슬렸다.

"혼자 오셨나요?"

"아니에요. 저의 오빠랑 같이 왔어요."

에이꼬는 동전받이에 잔득 있는 동전을 손바닥 위에 담는다.

"제가 도와주죠."

에이꼬와 그 남자가 서로 동전을 나눠 들고 2층의 교환 창고에서 만원짜리 칩과 바꾼다. 그 남자는 끈질기게 에이꼬를 따라 붙으며 말을 건다.

"룰렛할 줄 아십니까?"

"몰라요."

"그럼 카드는요?"

"못해요."

"그럼 이제 가실 건가요?"

"오빠 찾으러 가는 거예요."

에이꼬는 1층으로 내려와서 류지오를 찾느라고 두리번거린다.

"우리 저리로 한번 가보죠."

그 남자는 에이꼬의 손목을 와락 잡더니 포카판으로 데려간다. 그 때 이미 류지오의 앞에는 칩들이 어지럽게 싸여 있었다.

류지오는 상당히 시건방지게 굴고 있었다. 카드는 받고는 들쳐 보지도 않고 죽어 버린다. 그리고 자기 앞에다 종류별로 칩을 가지런히 쌓고 있었다.

골든 칩이 일곱 개가 있었다.

류지오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들이 상당히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7백만엔이 그리 많은 돈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에이꼬는 달랐다. 슬롯머신에서 4만엔을 땄다고 류지오에게 자랑하려고 내려온 그녀다.

"이보게 자네! 자네는 돈만 세고 있을 생각인가?"

D남자가 한마디한다. 그는 신조그룹의 계열사 중에 하나인 신조전자를 이끌고 있는 미노우라 아마야토다. F여자 역시 신조그룹의 자동차 회사를 이끄는 고사까 도오자와의 손녀딸인 고사까 게이꼬다. 그들과 한번 게임을 즐긴 것만으로도 상당한 영광이리라.

"죄송합니다. 칩들이 너무 얽혀 있어서 정리 좀 했습니다. 이봐요! 아가씨!"

류지오는 이 곳의 직원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아가씨를 부른다.

"여기 이걸 가지고 가서 큰 걸로 좀 바꿔다 주시겠습니까?" "네."

류지오는 실버칩 한 개만 두고 그녀에게 모두 준다. 그리고 실버칩 한 개를 들어 아마야토씨에게 보여주고는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것만 있어도 본전을 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뒤에 서 있는 에이꼬에게 눈길을 준다. 에이꼬의 옆에 한 남자가 에이꼬를 뚫어져라고 쳐다보고 있었다. 류지오는 그를 보고는 빙긋이 웃는다.

호스트가 다시 카드를 돌린다. 아마야토가 배팅을 한다.

"백만!"

류지오가 골든 칩만 가지고 있으니 이제 최소 단위가 백만이 된 셈이었다. 따라오는 사람은 역시 류지오와 게이꼬다.

게이꼬는 그냥 따라오고 류지오가 배팅을 한다.

"이백 더!"

아마야토가 씩 웃는다. 저 잘난 녀석이 좀 전에 칩 하나를 들어 보였다. 그것만 가지고 집에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판이 마지막인 셈이다.

아마야토와 류지오는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아마야토 역시 카드에 있어선 프로다. 그리고 게임 도중 감정을 품는 것은 금기였다. 아마야토는 자신의 성질을 건드려 놓고, 싶게 자신을 끌어들이는 건방진 녀석의 수단에 박수를 보낸다. 게다가 저 녀석은 아직 자신의 카드도 들쳐 보지 않았다. 아마야토는 자신의 패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저 태도 때문에 결코 뒤꽁무니를 뺄 수 없었다.

카드를 바꾸고 나서 아마야토는 다시 4백만을 보탠다. 자신으로서는 마지막 배팅이다.

류지오는 이제 지금까지 딴 돈을 모두 다 걸어야 할 판이다. 처음부터 그랬듯이 아마야토는 물량 공세였다. 류지오가 끝까지 버티는 판에는 아마야토도 끝까지 따라왔다. 류지오를 이 테이블에서 쫓아낼 결심이라도 한 듯 류지오가 가지고 있는 총 액수만큼 계속 배팅한 것이다. 이미 아마야토는 류지오의 등장부터 감정에 휩쓸려 있었다.

대기업의 총수라 할지라도 자신과 한 자리 하는데 송구스러워 한다. 그런데 고작 25만엔을 가지고 와서 건방을 떨고 있는 것이다.

게이꼬는 카드 한 장을 바꾸더니 묵묵히 생각한다. 류지오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게이꼬가 바라보자 류지오는 자기 주머니에서 실버 칩 하나를 꺼내 보여준다. 이제 이것뿐이니 그냥 가자는 것이다.

게이꼬는 류지오를 보며 빙긋이 웃어 보이더니 입을 연다.

"오백을 더 걸겠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류지오에게는 더 이상의 돈이 없기 때문이다. 고작 실버칩 하나가 다였다.

그 때 류지오의 블루칩과 레드칩을 바꾸러 갔던 그 아가씨가 돌아왔다. 그리고 백만엔짜리 칩 세 개와 십만엔짜리 칩 네 개, 그리고 만엔짜리 칩 다섯 개를 류지오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건 아가씨가 가져요. 오늘 몽땅 날리기 전에 아가씨한테 팁을 주는 겁니다."

사람들은 다시 웅성거린다. 45만엔이라면 그녀의 한달 수당도 더 될 것이다.

"받을 수 없습니다."

"왜요?"

"여기 규칙입니다."

"그래요? 그럼 여기 직원들과 함께 회식비로 쓰세요. 그건 괜찮겠죠?"

여직원은 한 남자를 쳐다본다. 아마 지배인에게 어떻게 할 지 의견을 구하는 모양이었다. 그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류지오가 주는 칩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이번 판 꼭 이기세요."

"고맙소."

아마야토는 게임 도중에 류지오가 여직원과 헛소리나 하고 있자 속불이 터졌다. 모두들 류지오만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호스트가 재촉한다.

류지오는 더 이상 걸 돈이 없었다. 여기서 콜백을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게이꼬가 류지오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액수를 배팅한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아가씨. 그거 두개만 빌려주시겠습니까? 이번 판 이기고 두 배로 갚아 줄게요."

류지오의 말에 게이꼬는 여전히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에이꼬는 뒤에서 듣고 있다가 자기 가방에서 이백만엔을 꺼내고는 류지오의 귀에다 속삭인다.

"류지오. 여기 있어."

"괜찮아. 넣어 둬. 누나 것까지 날려 버릴 수는 없잖아?" 류지오도 나직이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호의에 너무나 고마웠다. 류지오는 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금색의 칩 세 개를 꺼낸다. 포커판에 끼어들기 전에 삼백만엔도 모두 바꾼 것이었다.

"오백하고, 백 더!"

류지오는 카드 두개를 바꾸고 여섯 개를 중앙에다 직접 던져 놓는다.

모두 따라 온다.

이제 콜이다.

아마야토가 순서대로 자기 카드를 보인다. 플러쉬다.

게이꼬 역시 카드를 편다. 풀 하우스다.

이제 류지오 차례다. 류지오는 카드 다섯 장을 포개어서 돌려놓는다. 가장 위에 붉은 심장이 드러났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한번 쓸자 4가 네 장 나온다.

"훌륭하군. 젊은 친구."

아마야토씨가 허탈하게 웃으며 말한다.

호스트가 스틱으로 중앙에 있는 골드칩 서른 아홉 개와 레드칩 여섯 개를 류지오 앞에 끌어다 준다.

"전 이제 여기서 그만 할까 합니다."

"저두요."

"나도 이제 늙었군. 한 곳에 오래 못 앉아 있겠어."

세 거물이 포커판에서 물러난다.

류지오는 교환 창고에 가서 현금으로 교환한다.

"누나도 많이 땄네!"

"그래."

에이꼬는 29만엔을 받아서 류지오에게 25만엔을 준다.

"왜?"

"이거 네가 준 거잖아."

"아니야. 누나 거야."

"싫어."

"그리고 우리 이 돈을 반으로 나눠."

류지오는 백만엔짜리 수표 스무 장을 에이꼬에게 주려고 한다. 백만엔짜리 수표를 처음으로 구경해 보는 에이꼬로서는 엄청난 액수다.

"너, 왜 이러니?"

"우린 동업했잖아?"

"무슨?"

"이게 다 누나 덕택이라구!"

"그게 무슨 말이니? 내가 언제 동업했어? 다, 니 돈으로 한 거잖아!"

"처음에 여기 들어오기 전에 반반씩 나누기로 했잖아? 그리고 누나가 좀 전에 나한테 입학금까지 내놓으려고 했잖아? 그게 어떤 돈인데!"

"하지만 안 줬잖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야."

"싫어."

"왜?"

"내가 딴 것이 아니야."

"그럼 나 이 돈 버리겠어."

"류지오, 왜 이러니?"

에이꼬와 류지오가 이야기하는 동안 서너 명의 남자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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