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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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9,762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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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84
 
 

잠을 깨자 이곳이 여관이라는 것을 알았다.
벽시계를 보니 꽤 늦은 아침이었다. 다시 눈을 감고 잠들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 올렸다.
엄마와 빠구리를 했다.
발작 직전의, 아니 이미 그때 엄마는 발작이 진행 중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여관의 창문에서라도 뛰어내리고 싶다고 했던 엄마는 소주를 두병 째 마시며 더욱 안절부절했다.
답답하다며 스스로 팬티만 남기고 옷을 다 벗어 제켰다. 거리로 나가 자동차에라도 치이고 싶다며 몸부림을 쳤다.
 
그 엄마를 말려가며 젖을 빨아 주었지만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은 짓누른 채 팬티를 벗기고 자지를 꼽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내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빠구리가 끝나자 엄마는 그 자리에서 곧 잠이 들었다.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듣고 나서 전날 밤도 꼬박 새웠다는 엄마는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잠을 자려 했지만 전혀 잠이 들지 못했다.
그 깨어있는 의식은 아버지의 잘려나간 다리에 이끌려 과거의 모든 불행과 가슴 아픈 사연들을 되살려 놓았고 비탄과 자학은 결국 엄마를 발작 상태로까지 몰고 간 것 같다.
 
아버지의 사고뿐 아니라 주변 환경도 엄마의 발작에 상승작용을 했을 수 있다.
잠자리를 구한다고 하필이면 창녀촌을 배회해야 했고, 여관비가 비싸다고 엄마가 불평했던 여관방이 분명 엄마의 잠을 방해했다.
양쪽 옆방에서 번갈아 들려오는 소음들은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는데 나보다 더 신경이 날카로워 있을 엄마가 그 소리들을 못 들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엄마의 성욕을 일깨우거나 자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도 그 소리를 들으며 짜증만 났으니까. 그래도 엄마의 정서 불안정을 더욱 자극하는 역할은 톡톡히 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완전히 알몸이다.
이불을 한 채 더 받아 엄마의 침대 옆에 펴고 누웠었는데 엄마와 빠구리를 하고 나서 잠든 엄마 옆에 잠시 몸을 누인다는 것이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나 역시 전날도 잠을 설친 탓인지 정신없이 잤다.
손을 뻗어보니 지금도 엄마는 내 옆에 있다. 등을 돌린 채 누워있는 엄마를 살며시 껴안았다.
“잠이 깼나?”
엄마가 돌아누우며 웃어 보인다.
 
“어, 어무이 안 주무시네?”
“나도 조금 전에 깼다. 니 덕분에 잠을 푹 잤다. 니도 너무 곤하게 자는 것 같아 들썩이면 깨울까 봐 그냥 누워있었다.”
엄마는 다시 정감이 묻어나는 미소를 보이며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는 불쑥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흡혈귀로 충혈 된 눈과 징그러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광분했던 여주인공이 저주가 풀려 다시 옛 모습을 찾고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남주인공과 포옹하는 장면을.
 
엄마와 나도 해피엔드다. 악몽 같기도 했던 엄마의 돌변은 다 지난 일이다. 엄마의 자애로운 미소가 바로 그 증거다.
나는 영화 속의 남주인공처럼 엄마를 포옹했다. 나는 여전히 알몸인데 엄마는 속옷을 입고 있었다.
엄마도 나를 안아주니 몸이 밀착되었는데 속치마라는 섬유의 질감이 엄마와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어깨에 걸려 있는 속치마의 위부분을 벗겨 냈다. 손이 쑥 들어가지만 브래지어가 막고 있다. 그 밑으로 파고드니 비로소 맨살의 젖통이 잡혔다.
엄마에게 이런 행동은 사실 몇 년만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것은 아직 영화의 감동에 빠져 있거나 잠이 덜 깨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내 손장난을 그대로 용인하면서 내 뺨을 쓰다듬는다.
나는 양쪽 젖통을 한동안 번갈아 주물렀다. 엄마의 젖통은 정말 물컹했다. 서서 가슴을 들어냈을 때 보니 힘없이 쳐져 있다. 6남매를 낳고 키워왔던 세월의 흔적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철이 든 후에도 주무르고 빨아왔던 고향의 한 부분이다. 향수에 젖는 기분으로 젖꼭지를 비벼대자 조금씩 딱딱해진다.
 
“아이, 이거 영 걸리적거리네.”
나는 남은 어깨에 걸린 속치마 끈을 마저 벗기려 했다.
“아이, 이제 그만하고 집에 갈 준비하자.”
엄마는 내 손을 밀어내고 브래지어를 제대로 정돈하고 속치마 끈도 어깨에 걸쳤다
“어무이, 그래도 이대로 잠깐만 ······ 어무이 품이 너무 좋은 기라요.”
일어나려는 엄마를 눕히고 배 부분을 껴안다가 속치마의 아래로 손을 넣었다. 맨살의 배를 거쳐 역시 가슴으로 손이 다다른다.
“그만 하자니까. 맨 정신으로야 우째 이 짓을 하노?”
나는 웃음이 났다. 엄마는 이러다 진도가 더 나갈 것을 경계하는 모양이다. 나는 다만 조금 더 향수에 젖고 싶을 뿐인데 ······ 그런데 갑자기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맨 정신 ······ ! 그래, 맨 정신! ······ 나는 엄마와 빠구리를 하면서 한 번도 맨 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엄마와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까지 세 차례나 빠구리를 했다. 그러나 엄마도 나도 맨 정신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첫 번째 빠구리는 얼마 전 만난 송금아의 표현을 빌자면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한밤중 엄마가 벌떡 선 내 자지를 보고는 또 상처가 도졌거나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다가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실험도구가 된 것이다.
 
물론 그때도 해프닝이 일어나게 된 계기는 있었다. 엄마가 라디오 연속극의 마지막 회에 감동한 여파로 나를 당신의 이불로 끌어들였다. 그런데 나는 잠결에 엄마의 보지를 만진 것이다. 그것도 빠구리 상대에게 하듯 공알을 부벼 댄 모양이다.
그래서 엄마가 깨어 잠시 소동이 있은 후 엄마는 납득을 한 듯 “성이 나서 그런 거라면 앞으로 니 색시가 좋아 할 기다.”라며 안도했다.
“그런데 색시가 안 좋아 하마 우야노?”
나는 장난스럽게 한마디 던진 것인데 엄마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하기사 ······ ?”
고개를 갸우뚱하던 엄마는 스스로 아래를 벗고 내 자지를 그곳으로 인도했다.
“이래 좀 움직여 봐라.”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 능청을 떨다 능숙하게 방아질을 했고 엄마가 멈추라는데도 결국 사정까지 했다. 엄마는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의 냄새를 맡고 손으로 비벼도 보더니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아이고, 이 자슥아! 니가 남자가 됐구나! 니가 사람이 됐어!”
그러나 뒤이어 모자간의 완벽한 빠구리, 상피(相避)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심하게 자책을 했고 나는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처럼 태어나서 줄곧 함께였던 엄마의 방에서 쫒겨났다.
 
두 번 째 빠구리는 달비장사 불륜사건의 여파였다.
금촌리에 성병(性病)이 퍼지면서 한 달비장사 여인이 외지에서 다른 남자와 자며 걸린 것을 마을에 옮겨온 것이 밝혀졌고 덩달아 모든 달비장사들이 외지에서 자면서 다른 남자와 통정한 사실도 밝혀졌다. 엄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식들과 먹고 살려고 발버둥치며 살아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엄마의 어설픈 변명을 나도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엄마가 덧붙인 한마디에 내 머리가 돌아 버렸다.
 
“그라고 느그 아버지 나한테 하는 것 봤제? 소 닭보듯 ······ 나도 여자인기라.”
“여자라서 그렇다고 ······ ? 그래, 좆맛을 못 봐가 씹구멍이 벌렁벌렁하나? 그렇다면 나라도 해줄게.”
나는 엄마의 옷을 쥐어뜯고 알몸이 드러나자 더욱 분노가 솟구쳤다. 저 몸에 이놈저놈이 거쳐 갔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씨팔, 문씨 가문 여자가 아무 놈 좆이나 받아들이는 것은 이집의 5대 종손인 내가 못참겠다 이기다. 그러이 내가 대신 박아줄게.”
“이카지 마라! 영도야, 이카지 마라! 내가 잘몬했다!”
 
공포를 느낀 엄마가 필사적으로 사정을 하는데도 나는 자지를 박았다.
그곳이 메말라 있어 엄마가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데 나는 자지에 침을 뱉고 집어 넣었다.
더러운 엄마, 미운 엄마, 문씨 가문에 오기 전에 이미 빵꾸가 났고 자식들 먹여 살린다는 핑계로 이놈 저놈의 좆이 들락거렸던 보지 ······나는 오직 밉고 경멸스러운 엄마에게 매를 때리는 심정으로 자지를 박아댔다.
그러나 막상 사정을 하고 나자 허망과 후회가 밀려왔다. 급히 엄마에게 사죄했으나 엄마는 이미 지옥의 구렁텅이에 깊이 빠져 버렸다.
 
엄마는 자살까지 하려 했고 맥이 빠진 상태로 슬픔과 괴로움으로 얼룩진 지난날을 아들에게 털어 놓았다.나는 좀 더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고 엄마에 대한 동정과 사랑이 새롭게 움텄다.
그러나 이미 상처가 깊은 엄마와 나의 관계를 복원하는데는 꽤 오랜 시간과 힘이 들었다.
먹고 살기 위해, 자식들을 위해 온 몸을 불사르는 엄마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는 엄마에게 존댓말도 쓰며 엄마에게 좋은 아들이 되려고 노력했다.
힘닿는 대로 엄마를 도우려 했고 위로했다. 그래서 그런대로 좋은 모자관계가 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었다.
 
오늘 새벽에 일어난 세 번째 빠구리는 일단 엄마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술에 취하고 걷잡을 수 없는 발작상태를 보이는데 나는 그런 엄마를 진정시키는 수단으로 빠구리를 택했다. 그리고 효과는 있었다. 이틀 째 잠을 못 이루던 엄마는 곧 잠이 들었고 “네 덕분에 푹 잤다.”는 말까지 했다.
세 번째 빠구리가 엄마 때문이라지만 엄마를 탓할 수는 없다. 아버지의 사고에 지난 날 시련의 추억들이 겹치면서 엄마가 감당해낼 수 없는 심경의 동요가 결국 발작 상태로 나타난 것이다.
내가 자지를 박은 것은 그나마 그 소동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역시 맨 정신은 아니다.
 
“어무이, 우리 ······ ”
나는 엄마를 눕히고 그 위에 내 몸을 포개며 눈을 마주친 채 정색을 하고 말했다.
“맨 정신으로 해보입시더. 다시 한번 맨 정신으로 ······ ”
“그기 무슨 말이고?”
“어무이하고 저는 오늘까지 세 번이나 몸을 섞었심더. 그런데 맨 정신으로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잖아요?”
엄마는 눈을 크게 뜬 채 내 말을 분석하듯 한동안 멈칫거렸다. 그리고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기사 당연하지. 우짜다 그런 일이 있었다 캐도 모자간에 참말로 있어서는 안 될 일 아이가? 어젯밤도 니가 고맙기는 하지만 느그 아버지나 조상님들한테도 면목이 없는 기라. 이 죄를 지은 일이 나를 두고두고 괴롭힐 기다.”
“어무이, 저는 어무이한테 늘 감사하고 또 존경합니다. 그리고 또 어무이를 사랑합니다. 그러니 진정 사랑하는 기분으로, 사랑을 담아서 맨 정신으로 어무이하고 빠구리를 하고 싶단 말입니다.”
“그기 무슨 말이고?”
엄마는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어무이가 고맙고 지가 존경하지만 또 사랑한다고요. 그러니 한번이라도 사랑을 담아 어무이를 안고 싶고 어무이도 지를 사랑한다면 맨 정신으로 저를 받아달라고요.”
내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나도 같은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영도야. 무슨 말을 그렇게 ······ 니나 내나 정말 우짜다 그런 일이 있었다 캐도 그건 참말로 정신을 잃어가 그랬던 기고 정신을 차리고서야 우째 축생 같은 짓을 또 저지르겠노? 하늘의 이치나 사람의 도리로도 그건 안 되는 기라.”
엄마는 스스로 다짐하듯 고개까지 가로저으며 단호한 표정이다.
 
나는 거의 포개듯이 내 몸을 엄마 위에 밀착시켰다.
“어무이, 우리는 이미 세 번이나 그 짓을 저질렀다 이깁니다. 그건 정말 축생 같은 짓이었죠. 그래서 어무이 마음을 아프게 했고 지한테도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심더. 그 아픔과 상처를 덮어주기 위해서도 우리는 맨 정신으로, 또 사랑을 담아서 해야만 합니다.”
“뭐라꼬 ······ ? 맨 정신으로 하마 지난 일이 덮어진다고 ······ ?”
엄마의 단호했던 표정은 조금 풀렸으나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렇심더. 그라마 하늘이나 조상님들한테 야단을 맞거나 벌을 받게 된다 해도 우리는 나름대로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는 기라예. 엄마와 지는 축생처럼 그런 기 아니라 서로 사랑해서 그랬다고요. 어떤 종교에는 면죄부라는 것도 있다 카데요. 서류 한 장으로 옛날 죄를 다 면해주는 거죠. 우리도 맨 정신으로 한번 더 의식을 치루면 지난 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심더.”
“영도야, 니는 우찌 그리 말을 잘 하노?”
“지는 말을 잘하는 기 아니라 진실을 말하니 어무이한테도 말 잘하는 거로 들렸을 깁니다.”
 
“진실 ······ ? ······ 진실 ······ ? 아, 뭐가 뭔지 내는 지금 갈피를 못잡겠다.”
“어무이, 지난 번에 제가 어무이한테 저질렀던 일, 그기 우리한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아있습니까?”
“지난 일 ······ ?”
엄마는 잠시 머리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내 말 뜻을 이해한 것 같다. 달비장사의 불륜으로 미쳐버린 내가엄마를 능욕했던 그 사건을. 엄마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말했다.
“아, 그건 내는 다 잊었다. 따지자면 우선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기고 니가 그래 화를 내는 것도 다 이해가 된다. 내는 벌써 니를 다 용서했다. 그건 흘러간 물처럼 다 지난 일인기라.”
 
“어무이 얼굴 보니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실토하는 것 같심더.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서 표정이 변하잖아예. 어무이도 여전히 그 일의 앙금이 남아 있는 기라예.”
“앙금은 아니다! 절대로 앙금은 아니다! 완전히 잊어버릴 수는 없겠지. 하지만 우야겠노? 살면서 내 마음도 내가 다스려야지.”
“지는 가끔 그 일로 악몽도 꿉니다. 또 가끔 어무이 모습을 보다 그 생각이 떠오르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상처는 남아있는 기라요.”
“저런 ······ ! 내가 니한테 정말 죄를 지었구나.”
약간 상기됐던 엄마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어무이,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이죠. 어무이한테 그 짓을 하고 지는 혼자 울었심더.”
“그건 내가 정말 니한테 미안하고 잘못했다. ······ 참말로 내가 와 그랬는지, ······ 틀림없이 내한테 무슨 귀신이 씌웠을 것 같다. 우째 내가 나를 주체할 수 없이 그렇게 미쳐 날뛰다니 ······ ”
엄마도 그때의 일이 기억에 남았는지 울 듯한 표정이다.
“어무이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기 아입니다. 그때도 내가 어무이를 사랑해서 그랬다, 어무이도 지를 사랑해서 받아들였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후회나 슬픔은 없었을 깁니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우째 후회나 슬픔이 지워지겠노? 하늘의 이치나 사람의 도리를 다 어긴긴데 ······ ”
“어무이와 지가 세 번씩이나 했던 그 짓은 보통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위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감정도 없이 저질렀다 말입니다. 그러니 한번이라도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담아 할 수 있다면 지난 잘못들도 다 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입니다. 어무이는 그런 생각이 안 듭니까?”
“아이 참, 니는 말도 안되는 말로 나를 이래 꼼짝못하게 하노? 이런 게 사기꾼 수법이라 카더라. 영도 니, 지금 나한테 사기치고 있제?”
엄마는 곤혹스런 표정에 살짝 미소를 띠우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거짓말이나 사기를 치지 않습니다. 어무이, 정말로 한번만, ······ 단 한번만이라도 맨 정신으로 ······ ”
나는 엄마를 더 세게 짓누르고 두른 팔에 힘을 주며 장난감 사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애처럼 매달렸다.
“아이고 이거 ······ 말로는 니한테 못 당하겠고 이걸 우째 하면 좋노?”
엄마는 다시 곤혹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무이! 어무이가 판단이 잘 안설 때 한번쯤은 아들한테 그냥 맡겨 보이소. 어무이를 실망시키거나 슬픔을 드리지는 않을 기라요.”
나는 엄마를 안고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아까부터 탱탱해 있는 자지는 속치마가 막고 있지만 엄마의 허벅지께를 찌르고 있을 것이다.
 
“참말로 한번이면 되겠나?”
“하모요! 면죄부는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여러 장 남발하마 오히려 휴지조각처럼 가치가 없어지죠.”
“아이 참! 이거야말로 참말로 ······ 이거 좀 비켜도. 너무 숨이 막힌다.”
나는 거의 결박하듯 끌어안은 팔을 풀고 몸을 떼었다. 엄마는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고는 말했다.
“알았다!”
드디어 엄마의 승낙을 받아냈다. 혹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렀다.
 
속치마를 밀어 올리자 엄마는 팔을 들어준다. 브래지어에 손을 대자 엄마는 옆으로 누워 등을 보이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중얼거렸다.
“아이, 참말로 ······ 내가 이거 ······ ”
팬티를 벗길 때 엄마는 여전히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엄마는 완전 무장해제가 되었다.
“어무이 잠깐만 ······ ”
나는 알몸인 채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우선 오줌통을 좀 비워야 했다. 손과 자지만 씻고 여관에서 비치해 놓은 칫솔로 이를 닦았다.
 
엄마는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불을 걷고 그 옆에 누우며 그 손을 떼었다.
“아이고, 내사 ······ 가슴은 방망이질을 치고 얼굴은 화끈거리고 ······ ”
“그기 누구나 사랑이 문을 두드릴 때의 정상적인 반응이라예.”
나는 우선 엄마의 입술을 찾았다. 엄마는 내 의도를 알고 도래질을 한다.
“아이, 이런 건 말고 ······ ”
“어무이, 이건 사랑의 의식에 따르는 절차 중 하나라예. 어무이는 아무 것도 거부하거나 망설이지 마이소.”
 
다시 입술을 겹치는데 아무 반발이 없다. 서로의 입이 열린 채 세차게 빨아댔지만 엄마의 혀는 들어오지 않았다. 내 혀로 더듬거려 엄마의 혀를 살짝살짝 건드린 우 다시 빨아들이자 비로서 엄마의 혀가 입안으로 들어온다. 한잠을 빨아대다 내 혀를 집어넣자 엄마도 반겨주었다.
“하아!”
입술을 떼자 엄마가 긴 숨을 내쉬는데 내 혀는 엄마의 눈을 덮었다. 속눈섭을 살살 건드리자 눈만이 아니라 몸도 바르르 떠는 것 같다. 이어서 귓바퀴를 물었다.
“아아!”
낮은 신음을 내며 나를 안은 팔에 힘을 주는 것을 보니 엄마는 여기도 성감대인 모양이다. 내 입은 목덜미를 한참 훑어가다가 엄마의 한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 무성하지는 않지만 겨드랑털이 자리잡고 있었다.
 
“히 히, 간지럽다!”
겨드랑털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자 엄마는 조금 몸을 떤다. 그러나 입으로 그곳을 덮고 세차게 빨아댔더니 역시 낮은 신음이 나왔다.
“아아!”
젖꼭지를 입에 물고 한 손은 남은 젖통을 어루만졌다. 역시 처녀들의 탄력있고 앙징맞은 젖꼭지와는 다르다. 그러나 이곳은 오랫동안 나에게 마음의 고향이었고 그 향수를 달래어준다.
내 입은 슬슬 아래로 향했다. 엄마의 아랫배는 그 전에 보았던 청송띠기보다 더 쭈글쭈글하다. 그곳을 훑어간 후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행동에 옮겼다.
 
“아이, 거긴 그러지 말고 ······ ”
엄마는 다리를 모아 움츠리며 엉덩이를 조금 흔들었다. 하지만 이럴 때 공격법을 나는 안다. 두  다리를 어깨에 걸치며 입으로 보지를 덮었다.
질구를 살살 찌르다 공알을 빨아대자 엄마는 다시 엉덩이를 조금 흔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거부의 몸짓이 아니라 엄마가 느끼는 것이다.
“하아! ······ 하아! ····· 영도야, 이런 건 누구한테 배웠노?”
“사랑은 꼭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치게 한답니다.”
 
“하아, 이제 그만, 그만 ······ !”
엄마가 나를 잡아끌자 나는 몸을 포개며 귀에다 속삭였다.
“어무이 사랑해요!”
“아이고 내사 ······ 사랑이라는 말은 그저 라디오 연속극에나 나오는 말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 나이에 처음으로, ······ 그것도 아들한테서 그 말을 듣다니 ······ ”
“사랑을 진정 느낀다면 속에 품고만 있을 필요가 없죠.”
 
“그 말도 아까 니가 말했던 진실의 하나가? 나는 침묵도 때로는 진실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나도 오늘은 입 밖으로 꺼내보자. 아들! ······ 영도야, 내 아들! ······ 나도 니를 사랑한다!”
엄마는 내 두팔을 잡고 끌어 올렸다. 무릎을 세우고 앉는 자세가 되자 엄마도 일어나 앉으며 자지를 잡았다.
“이렇게 늠름하나! 이기 내 속으로 나온 아들 기가?”
엄마는 자지를 덥석 물더니 내 가슴을 떠밀어 나를 눕게 했다.
나는 그때 불쑥 영미 누나가 생각났다.
 
영자 누나가 시집가기 전 아버지와 엄마의 빠구리하는 소리를 듣게된 후 영미 누나는 언니에게 속삭였다.
“어무이가 아부지 자지를 입에 물고 막 빠는 기라. 얼마나 징그럽고 구역질이 나는지 며칠동안은 어무이가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더라.”
그 말은 어릴 적의 충격이 이제 젖망울도 제법 생긴 사춘기 소녀의 가슴에 일종의 동경과 호기심으로 발효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심통꾼인 영미 누나에게 나는 으스대고 싶었다.
아버지 뿐 아니라 엄마는 이렇게 내 자지도 빨아준단 말이야 라고.
 
엄마는 그 동작을 얼마나 계속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결국 내가 자지를 빼고 그 입에 내 입술을 대신 했다.한동안 혀가 오간 뒤 나는 몸을 포갰다. 이미 조금씩 가쁜 숨을 쉬며 엄마는 무릎을 세워 주었다.
“아아! ······ 이래 꽉 차노!”
자지를 꼽은 채 잠시 가만히 있다보니 보지 속이 조금씩 옴찔거렸다. 이곳을 네 번째 방문하는 것이지만 엄마의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나는 서서히 방아질을 시작했다. 점점 속도를 높여가자 엄마의 숨소리도 조금씩 가빠졌다. 그러나 내 등을 휘감은 팔에만 힘이 조금 더할뿐 엉덩이로 박자를 맞추거나 신음이 나오지는 않았다. 엄마는 애써 참는 것 같았다.
 
그러나 더욱 빨리 박아대자 엄마는 한계를 드러냈다.
“아윽, 영도야! ······ 아윽, 영도야! ······ ”
갑작기 경련을 일으킨 듯 질벽의 수축이 빨라지며 내 엉덩이를 누르는 바람에 나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엄마의 가쁜 숨은 꽤 오래 지속되다 보지의 수축이 멈추면서 함께 진정된 듯 했다.
“어무이, 좀 엎드려 주실래요?”
“내가 ······ ? 그것까지 ······ ?”
자지를 뺀 뒤에도 엄마는 잠시 망설이는 것 같더니 결국 몸을 옆으로 돌려 엉덩이를 높이 들었다.
 
늘어진 젖통이나 쭈글쭈글한 아랫배와 달리 엄마의 엉덩이는 아직도 크고 탱탱했다. 뒷모습을 본 것이 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지는 거침없이 박혔다. 역시 처음에는 천천히, 그러나 점점 속도를 높여 나갔다. 두루 자극을 받고 싶어서였을까, 엄마의 엉덩이가 무의식적이겠지만 옆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았다. 거기에 맞추어 나도 왼쪽으로 몇 번, 오른 쪽으로 몇 번 하는 식으로 방향을 바꾸어 가며 찔러 댔다.
“으음! ······ 으음! ······ 음! 음! 음! ······ ”
시트에 입을 박았는지 손으로 입을 막았는지 목을 졸린 사람의 신음처럼 막힌 소리가 이어지다 엄마는 그냥 엎어져 버렸다.
 
“좀 닦아야겠다.”
엄마는 머리맡의 티슈를 몇장 뽑아 보지 주변을 훔치고 나서 자지도 닦아주었다. 엄마도 물이 많은 모양이다. 시트에도 주먹만한 얼룩이 보였다.
바로 누운 엄마에게 입술을 마주치자 세차게 내 혀를 빨아댄다. 다시 그 혀를 빨아대면서 자지가 갈곳을 찾아 헤메는데 엄마가 손으로 구멍에 이끌었다.
“아아, 영자 아배! 아아, 영자 아배! ······ ”
엄마가 갑자기 아버지를 찾았다. 표정을 보려 했으니 내 뒤꼭지를 꼭 누르고 있어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누구를 부른들 어떠랴. 내 자지는 지금 엄마의 몸 속에 확실히 자리잡고 있다. 나는 서서히 방아질을 다시 시작했다.
 
방아질이 빨라지자 어느 새 엄마의 두다리가 내 엉덩이 위로 올라있다. 그리고 엄마도 엉덩이로 박자를 맞추고 있다. 나는 더욱 기분이 고조되어 속도를 최대한 높였다.
“아윽, 영도야! ······ 아윽, 영도야! ······ ”
이제 엄마는 나를 찾는다. 엄마가 가끔 내가 건너방에서 엿듣게 된 비명과 비슷한 성량으로 소리를 지를 때 나는 사정했다.
한동안 우리는 그대로 몸을 밀착한 채 가만히 있었다.
나는 어떤 후회나 허망함도 느끼지 않았다. 그저 황홀하고 흡족했던 기분을 좀 더 간직하고 싶어 이대로 있고 싶었다.
 
나는 엄마의 머리부터 뺨을 쓰다듬으며 입을 맞추었다.
“아아!”
엄마는 입술을 열지 않고 가만히 대고만 있다가 잠시 후 고개를 흔들어 입술을 떼어낸 후 나를 꼭 켜안으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단 한번이라 캤다. 이번 한번 뿐이다. 이번 한번 뿐이라. 다시는 이러면 ······ ”
“아이, 밑으로 흐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나를 밀어내고 내 뺨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좋았나?”
“네, 너무 좋았심더! 어무이, 고맙심더!”
앉은 채 엄마를 다시 한번 포옹하며 귓바퀴에 혀를 돌린 뒤 속삭였다.
 
“어무이는 ······ ?”
“응 ······ ?”
“어무이도 좋았나고요?”
“침묵에도 진실은 있는 기다. 나는 말을 안할란다.”
엄마는 입술로 내 뺨을 훑었다. 엄마도 말을 잘한다.
늦잠을 잔데다 맨 정신의 빠구리로 시간을 지체한 우리는 갈 길을 서둘렀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국일옥이라는 식당을 다시 찾아 이번에는 따로가 아니라 국밥을 시켰다. 한 뚝배기씩을 비우고 우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시외버스정류장이 아니었다.
“어무이, 어디로 ······ ?”
“느그 아부지 한번 더 보고 가야겠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동촌행 버스가 서는 시내버스 정류장이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러 간다는 말에 나는 왠지 속이 뜨끔했다. 엄마와 나는 바로 조금 전, 그 전이나 앞으로도 있을 수 없는 질펀한 빠구리를 벌인 처지였다. 그리고 바로, 더구나 한쪽 다리를 영원히 잃고 병상에 있는 아버지를 만난다는 것에 마음이 켕기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의 심정은 물론 나보다 더할 것이다. 여관문을 나서자말자 엄마의 표정은 굳어졌다. 아침을 먹고 내가 행선지를 물을 때까지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여전히 굳어있는 표정에 말을 걸 수 없었다.
엄마는 아버지를 다시 찾아간다는 결정을 했을 때부터 나 이상으로 마음이 켕겼을 것이다.
 
“와 또 왔노?”
아버지는 반가워하는 표정이었지만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전형적인 인사법이다.
“막차를 놓쳤어예.”
“아, 그랬구나! 영도는 이틀이나 학교를 결석하네.”
“지는 괘않아예.”
걱정까지 해주는 아버지의 말에 나는 더욱 송구스러웠다.
 
“아침 식사는예?”
“응. 아까 죽 쪼매 묵었다. 오늘 처음으로 식사가 나온기라.”
엄마는 좀 더 다가가 주사바늘이 꽂혀있는 아버지의 오른 손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나는 엄마가 작은 소리로, 좀 더 조용하게 아버지와 대화를을 나누려는 줄 짐작했다. 그러나 엄마의 입에서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 보며 엄마는 흐느낌이나 어깨의 들먹임도 없이 그저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이 사람이 와 이라노? 어제는 그런대로 잘 버텨내는 것 같더만 ······ ”
아버지는 어색한 웃음까지 지으며 민망한 표정이었지만 엄마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나는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 졌다. 이어서 콧물이 흘러 내리며 코가 멍멍하다.
손수건을 꺼내 코를 휑하고 풀었다. 콧속이 비면서 나도 눈물이 나온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전염이 되는 것일까. 갑자기 나도 엄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어어! ······ 영도 저눔아는 사내자식이 무슨 눈물이 그리 많노?”
아버지는 나를 보고 또 한마디 했다.
엄마는 여전히 아버지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 그런 엄마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면서 나 역시 흉내 내듯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또 콧날이 시큰해 오고 콧물도 흘러 내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으니 코를 풀지 않았다.
그렇게 눈물 콧물을 흘리게 되자 비로서 나는 엄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여보! 나는 당신에게 큰 죄를 지었답니다. 더구나 이런 처지에 있는 당신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나는 그 잘못을 깊이 참회하면서 또 당신에게 용서를 빕니다.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당신에게 굳게 약속하고 나도 단단히 다짐하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 일은 용서해 주세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엄마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리가 함께 했던 20여년의 세월이 분명 순탄하거나 행복했던 것은 아니죠. 하지만 또 그리 무의미하다거나 불행했던 것만도 아니었어요. 나도 당신을 용서합니다. 한으로 응어리졌던 그 모든 것을 이 자리에서 풀어버리겠습니다. 앞으로 당신에게 더 잘하겠습니다.”
 
나도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님, 저도 아버님께 큰 죄를 지었습니다. 또 지금 보시듯 어머님에게도 저토록 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저 역시 저의 잘못을 깊이 참회하면서 아버님의 용서를 빕니다.다시는 아버님이나 어머님께 그런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드리고 저 자신에게도 다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아들이 되겠습니다.”
“야들아, 그만들 해라!”
아버지의 소리가 더 커졌지만 엄마는 자세를 흩뜨리지 않은 채 계속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와 나의 침묵 속 눈물의 시위는 어제처럼 간호장교와 위생병이 처치를 위해 들어서면서 중단되었다. 눈물을 펑펑 쏟은 것은 정말 잘한 일 같았다. 그렇게 울고 나자 마음이 한결 가뿐해 졌다.
 
아버지가 엄마와 나의 눈물에 담은 사죄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 들은 것은 다행일 수도 있지만 엄마와 나는 아버지로부터 용서를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용서받은 두사람은 그 때문에 더 어색하고 서먹서먹해진 것 같은 기분이다. 엄마와 내가 정다운 눈짓이라도 교환한다면 방금 받은 용서를 배반하는 것이다. ······ 그런 생각도 들었다.
오늘은 버스를 놓지지 않기 위해서도 좀 일찍 병원을 나섰다.
 
아버지는 퇴원할 때쯤 연락할테니 그동안은 병원에 다시 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결정은 엄마가 할 것이다.
“그럼 욕보시소.”
엄마의 인사에 이어 나도 절을 꾸벅하며 말했다.
“아버지, 조리 잘 하이소.”
“그래, 가 봐라.”
이것 역시 경상도식 인사법이다.
 
엄마와 나는 정말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채 화도행 버스를 탔다.
엄마는 턱을 괸 채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고 나는 안쪽 자리에 앉아 승객들의 뒤꼭지를 보고 라디오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가끔 창밖을 보기도 했지만 아무데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해보려 해도 아버지의 없어진 다리, 엄마와 처음으로 해 본 맨 정신의 빠구리, 그 두가지 가장 중요했던 일이 번갈아 가며 떠올라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엄마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속을 안들어가봤으니 알 수 없지만 나보다 더 곤혹스럽고 착잡할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는 있었다.
 
한 버스정류장에서 승객이 무더기로 내려 좌석이 절반 쯤 비었고 정차시간이 길었는데 행상이 버스 안까지 들어왔다. 엄마는 종이팩으로 된 쥬스 두 개를 사서 그중 하나를 말없이 내게 건넸다.
고맙다는 말이라도 한마디 할까 했지만 곧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 엄마에게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화도읍이 거의 가까웠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엄마의 손을 살짝 잡았다. 엄마는 여전히 창밖을 보며 아무 반응이 없다. 나는 시선을 앞으로 한 채 계속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엄마가 나의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눌렀다. 나는 엄마가 나도 용서했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눈길이 마주치거나 대화도 없이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우리는 손을 꽉 맞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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