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티타노마키아 - 1부(65~67) 1부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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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2,002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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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 그 아이.. 정찬이가 가면을 쓴 그 남자야!!! 』


경희의 목소리가 교실안에서 메아리처럼 울려갔다. 마치 경희의 말소리에 시간을 멈추는 힘이라도 있는듯이 교실을 떠도는 그 소리에 경희도 정찬이도 미나도 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경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시간이 정지되기라도 한듯이 그렇게 교실안에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흐흐흐흐... 내가 아니라.. 미나였어.. 』

한참동안의 정적을 깨고 흐느끼는듯한 낮은 울음소리가 교실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아니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웃음소리였다.


우는것보다 더 슬픈....
그런 웃음소리였다.


『흐흐흐흐흐.... 』


정찬은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멍한 기분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선생님이 자신이 가면을 쓴 남자라는 것을 알았을까? 차라리 미나가 그것을 눈치챘다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매지션형인 자신으로서는 미나처럼 변신할 수도 없었으니 체형이나 체격도 가면을 쓰고 있었을때와 비슷했고 혹여나 일이 잘못될것을 염려해 미리 장치해두었던 음성변조장치도 처음 미나를 포섭할때 떼어버렸으니 미나가 눈치챘다면 그럴수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거의 정신을 잃고 있던 선생님이.. 그것도 아마도 정찬으로서의 모습은 처음 봤을 선생님이 어떻게 자신이 가면을 쓴 남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뜻밖의 상황에 정찬은 이해할 수 없이 멍한 기분으로 아무런 행동이나 말도 하지 못한채 경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거의 손에 들어온거나 마찬가지인 미나가 갑자기 웃고 있었다. 눈에서는 아직도 눈물이 흘러내리는듯 보였고 안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슬픈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입에서는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정찬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미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사랑... 했는데.... 흐흐흐흐.. 』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했는데... 정말 많이.. 사랑했는데... 』
 

『뭐?? 무..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슬픈 웃음소리를 흘려내고 있는 미나가 웃음에 이어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정찬이 소리치듯 무슨소리를 하는 거냐고 말을 했지만 그 말이 미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듯 미나는 말을 계속했다.


『나.. 선생님 말을 들었을때.. 제일 먼저 생각난게..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는데... 』
 
 
『니가.. 가면을 쓴 그 사람이라면.. 그래도.. 내 처음은.. 정찬이.. 네가 가진거니까... 그래도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흐흐흐흐흐.. 』
 
『하지만.. 다 필요없는 거잖아.... 』
 
『너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흐흐흐흐흐흐.... 믿어지지가 않아... 아닌 것 같아... 거짓말 같아.. 하지만... 』
 
『언니가 말한거니까... 날 알아본 언니가 말해준거니까.. 사실이겠지...?? 흐흐흐 』

정찬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되는지 이해라도 되야 뭔가를 할텐데 도무지 이해도 되지 않았고 미나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흐흐흐 사실이었네.. 가면을 쓴 남자.. 아니.. 니가 해준 말.. 사실이었네.. 나 정말 바보같지? 니가 그렇게 은근히 알려주고 있었는데도 그것도 모르고.. 으흐흐흐.. 』
 
『그..그게 무슨소리야? 』
 
 
『정찬이 너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거..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는거.. 니가 나한테 해준 말이잖아.. 나한테 직접 그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난.. 흐흐흐흐.. 세상에 나같이 바보같은 년이 또 있을까... 』
 

『너 미쳤어??? 내가 널 사랑한다고?? 웃기지마 난 사랑하는..... 』



미나의 말에 정찬은 조금 뜨끔한 생각이 들었다. 왜그런지 미나를 볼때마다 자꾸 지희가 떠올랐던 것이 생각이나면서 바람피다 들킨 사람처럼 뜨끔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찬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오로지 지희 하나뿐이라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미나의 말을 반박하려는 말을 하다가 말을 멈추었다.


세상에 이럴수도 있을까?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던 미나의 말이 갑자기 순식간에 정리가 되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함께 몸이 떨려올만큼 불길하고 불안한 생각이 정찬의 머리속을 가득 채워나가고 있었다.


『너.. 너.. 설마....!!! 』
 
 
『재미있었어?? 아무것도 모르고 한편으로 널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널 미워하는 날 보는게.. 그렇게 재밌었어?? 』
 

『너...너 누구야!!! 누구냔 말야!!!! 』



정찬이 불길한 생각에 몸을 떨면서도 미나의 어깨를 잡고 미나가 휘청일정도로 심하게 흔들어대며 소리쳐대고 있었다.


『또 연기하는 거야? 흐흐흐... 정말 내게 원하는게 뭐야..?? 내 능력이야?? 아니면.. 내 몸이야?? 아... 아까 말해줬구나.. 흐흐흐.. 이렇게 멍청하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흐윽.. 흐윽.... 』
 
 
『음란한 암캐... 네게 복종하는 음란한 암캐가 되어주길 원한다고 그랬지? 흐윽..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응?? 말해봐.. 되줄게.. 니 말대로 해줄게!!!』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응?? 』

미나의 웃음소리가 울음소리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심하게 울먹이고 있는 미나가 아까 정찬이 했던 말을 하면서 정찬에게 다가가 정찬의 바지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리고 있었다.


『말하란 말야!!! 너 누구냐고!!! 아니야..!!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



미나의 행동에 정찬은 또다시 미나의 양팔을 잡고 정찬의 물건을 꺼내 빨아주기라도 할듯한 미나를 몸에서 떼어내고 흔들어대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히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도 정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디까지 날 바보로 만들고 싶은거야!!!!! 』
 

미나가 갑자기 크게 소리치며 정찬의 팔을 쳐냈다.
미나에 의해 팔이 내쳐진 정찬이 미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 미나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날.. 가지고 노는게 그렇게 재미있어??!! 날 짓밟고 그걸 지켜보는게 그렇게 재밌냐구!!! 알았어... 이걸 원하는거지??!!!! 』


애절하게 느껴질정도로 소리치고 있는 미나의 몸이 갑자기 밝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밝은 빛이 사라져가면서 정찬의 눈에 살짝 몸에 달라붙는 티와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으로 보이는 치마를 입은 여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정찬은 가슴이 무너져버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밝은 빛을 내며 사라져버린 미나... 그 자리엔 처음으로 자신에게 생긴 소중한 것이 있었다. 지희... 그녀였다.


『이..이럴수가... 』
 

그렇게 원래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지희가 힘없이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버렸다. 안그래도 몇일을 계속해서 미나로서 시달리다가 다시 원래대로 변신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듯 지희는 쓰러진채로 호흡곤란이라도 일으킨 사람처럼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힘들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한순간 멍하게 있던 정찬이 죽어갈듯한 모습으로 쓰러져있는 지희에게 다가가 지희를 끌어 안았다.

『왜..!!! 왜!!!! 』
 
『하아.. 하아.. 하아.. 이..이제 그..그렇게.. 숨길.. 피..필요.. 없...자..잖아.. 그..그만해도 돼.. 내..내가 얼..얼마나 바보같은지.. 이제 나도.. 잘.. 잘.. 알았으니..까.. 』
 
『아냐..!! 아냐!! 이런게 아냐!! 내가 원한건 이런게 아냐!! 』
 

『아..알아.. 하아..하아.. 니..니가 원한게.. 지..지희가 아..아니라.. 미...미나였..다..는거.. 아..알아.. 사..사랑한..것도.. 아니..겠지?? 그..그냥.. 미나..가.. 가..가지고.. 싶은.. 노..노예같..은..것처럼.. 그..그런거겠..지? 』



그렇게 지희는 힘겹게 호흡을 하면서 정찬의 다리위에서 정찬에게 안겨있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분명히 조금전까지 모든게 잘 되고 있었는데...


 
 
 
 
 
 
 
 
 

『하아..하아.. 답답..해..  』
 


정찬의 품안에서 간신히 숨을 몰아쉬고 있던 지희가 몸을 떨면서 작게 말했다. 지희의 말에 정찬이 지희를 안아들고 창가쪽으로 다가가 창문턱에 지희를 앉히고 창문을 조금 열어 바람이 들어오게 해주면서 지희가 밖으로 떨어지지않도록 지희를 안고 있었다. 지희는 그런 정찬에게 몸을 기댄채 여전히 힘들게 숨을 쉬어내고 있었다.



『하아..하아.. 이렇게 따뜻한데... 하아..하아.. 지금도... 난 이렇게 좋은데... 』
 
 
『니가.. 그랬지..? 서로 이용하는것 뿐이라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도 날 이용하고.. 나도 널 이용하고 있는것 뿐이라고.... 』
 
『지...지희야 그건.. 』
 
『그래서.. 널 사랑하는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혼란스러웠어.. 미안했어.. 하아..하아... 니 말처럼..  너무 힘들어서.. 그냥.. 편안한 느낌을 얻고 싶어서.. 그렇게 널.. 이용하는 거라고..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네게 너무 미안했어.. 』
 
『지희야.. 그건 그런뜻으로 말한게.. 』
 
『이제 확실히 알것 같아... 』
 

『지..지희야!! 아..아냐!! 절대로 아냐!! 그..그건 내 진심이...아.. 』



정찬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정찬에게 몸을 기대고 있던 지희가 고개를 들어 애써 변명하고 있는 정찬에게 키스를 했기때문이었다. 지희의 말을 들으면서 지희가 정찬을 사랑한게 아니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외로 지희는 정찬에게 키스를 해주고 있었다. 부드러운 지희의 혀가 정찬의 입에 머물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머물러 있던 지희의 혀가 정찬의 입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버렸다. 그 순간 정찬은 부드럽게 느껴지는 지희의 혀의 느낌과는 다르게 무엇인가가 자신의 가슴에서 빠져나가버린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버리는 왠지모를 불안함에 지희의 생각이외의 행동에 정찬은 멍하니 지희를 바라기만하고 있었다.


『난.. 정말 바보인가봐.. 네가 날 이렇게 만들어버렸는데도.. 널 미워할 수가 없어..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알았는데도... 널 싫어하고 싶지가..않아.... 아직도.. 네가 좋아.. 어쩌면.. 넌 이것도 재미있을지 모르겠네... 』
 
 

『지..지희야.. 』



정찬은 지희의 말이 진심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미나가 지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때 미나를 보면서 미나가 사랑하는 그 남자가 부럽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미나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런 무한한 믿음과 신뢰를 받는 그가 부럽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고 지희에게 조금은 자신의 능력과 최면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던 정찬이었기에 지희도 자신을 미나와같은 마음으로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지희가 하고 있는 말이었다. 멍청하게도 자신이 잠시나마 부러워했던 그 남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정찬은 모르고 있었다.


『이 교실에서 처음 널 봤을때..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어.. 그리고 지금도 네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

 

미나가 정찬을 바라보았다.
정찬도 미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해.... 』
 
 
 
 
 
 
 
 
 
 
 
 
 
 
 
 
 
 
 
 
 
 
 
 
 
 
 
 
 
 
 

『아마도.. 이게 너에대한 내 진심일거야... 』



정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모르고 그랬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걸까? 세상에 이런 사랑을 받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자신이 지희에게 했던일이 평생을 갚아도 갚지못할만큼의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앞에있는 지희의 모습이 너무도 고맙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며 고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 그 자체는 그다지 아름다운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아름다운것은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지희의 모습을 보면서 정찬의 머리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0.0000000000001초라도 그런 지희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이 지희의 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정찬이 계속해서 눈물을 훔치며 지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잠시 지희의 모습이 보이다가 이내 눈물에 의해 지희의 모습이 다시 흐려졌다. 눈물을 훔치고 또 훔쳐도 계속해서 나오는 눈물이 지희의 모습을 자꾸 흐리게 만들고 있었지만 정찬은 잠시라도 지희의 모습을 놓치기 싫은 마음에 계속해서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다.


그렇게 또한번 정찬이 눈에서 눈물을 훔쳐내고 잠시 지희의 모습이 선명하게 정찬의 눈에 들어왔을때 지희가 정찬을 향해 웃어보이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보기만해도 황홀하고 빠져들어갈듯한 완벽한 미소를 지희는 정찬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괴로워하고 힘들어했으며 여러남자들에게 강간당했던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않을만큼 밝고 아름다우며 순결하고 고귀하다는 느낌까지 드는 그런 미소였다.


그런데 그런 지희의 미소를 보고 있는 정찬의 마음 한 구석에 이상하게도 불안하고도 불길한 느낌이 정찬의 몸을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불안함이 정찬의 몸에 퍼져가면서 그 불안감이 지희의 웃고있는 모습을 지워내듯 지희의 모습이 또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정찬이 다시 눈물을 훔쳤을때 지희는 아까와 같은 미소를 정찬에게 지어보여주고 있었지만 아까와는 한가지가 다른 점이 있었다.


눈물....
한 방울의 눈물방울이 지희의 눈 한쪽에 동그랗게 모이는듯 싶더니 그 눈물 방울은 하나의 궤적을 그리며 지희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희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 눈물은 지희의 순결하고 아름다운 미소와는 다른게 너무도 슬퍼보였다. 마치 세상의 끝나는것과 같은 슬픔을 담고있는듯한 눈물이었다.


『아... 』


정찬의 입에서 낮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미나의 눈물을 보면서 한가지 정찬의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희의 눈물에서 세상이 끝나는듯한 슬픔을 느끼는 순간 조금 전부터 계속해서 정찬의 몸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하는 불안하고 불길한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찬이 그 불안한 느낌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지희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지희의 말에.. 키스에.. 그리고 주책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느라 잠시 지희를 놓고 있던 정찬이 손을 들어 지희를 잡아보려했지만 이미 지희의 모습은 정찬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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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



정찬과 경희의 입에서 동시에 똑같은 말이 다급하게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미 지희는 창문밖으로 떨어져내린 후였다. 정찬은 미나를 잡으려 했던 손을 들어올린채 그대로 돌이되어버린듯 그렇게 서 있었고 경희 역시 크게 치떠진 눈으로 창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몇 일동안 그 고통을 당하고 체력이란 체력은 모두 바닥이 난 상태에서 원래대로 변신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버려 숨쉬는것마저도 힘들어하고 있던 지희였다. 그 모습만으로도 금방 죽어버릴것만같이 약해져있던 지희였는데 이곳에서 떨어졌다면 그것도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져내렸다면 지희가 살 수 있을 확율은 제로였다.


세상에 태어나서 수많은 좌절과 고통 그리고 절망감을 느껴봤던 정찬이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은 좌절도 아니고 고통도 아니며 절망감도 아니었다. 무엇인가 끓어오르는듯한.. 그대로 폭발해버릴듯한..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정찬의 몸을 지배해나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
 

정찬이 미친듯이 괴성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정말로 머리카락을 모두 쥐어뜯어버릴듯한 기세로 정찬은 무릎을 꿇고 앉아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쿵..쿵...쿵..쿵...
 


한참을 그렇게 괴로워하던 정찬이 갑자기 바닥에 머리를 찧어대기 시작했다. 바닥에 머리를 짓이기기라도 할듯이 머리를 찧어대던 정찬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바닥은 이미 그 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그만해!!! 』


경희가 그렇게 머리를 찧어서 자살이라도 하려는듯한 행동을 하고 있는 정찬에게 소리치며 말리고 있었지만 경희 역시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였고 두 손까지 묶여있다보니 정찬의 그런 행동을 말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머리를 찧어대며 울부짖던 정찬이 엎어지듯 무릎을 꿓은채로 이마를 바닥에 대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죽은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정찬은 움직임이 없었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렇게 교실은 조용한 정적에 휩싸였고 그 정적은 공포스러울정도로 주위의 공기를 휘어감고 있었다.


『흐흐흐흐.. 신은... 내 편이 아니었어... 』
 
 

『크크크.. 재미있어?? 그렇게 날 가지고 노는게 재미있냐구!!! 이 개같은 새끼야!!!! 』



마치 지희가 정찬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듯이 정찬은 신을 향해 부르짖으며 욕을 해대고 있었다. 경희는 갑작스레 변한 정찬의 태도에 놀라며 정찬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희.. 그 아이 하나면 되는데.. 다른건 다 필요 없는데... 』
 
『아..아니.. 그냥.. 그냥.. 바라만 볼 수 있어도... 그런데 그것마저 안된다는거야!! 』
 
『넌 언제나 그랬어.. 조롱하듯.. 놀리듯... 좋아...!! 』
 
『난 어차피 그런 놈이었으니까... 신같지도 않은 네 놀이개였으니까.. 니가 그저 즐기려고 만들어놓은 그런 장난감에 불과했으니까!!! 그렇다고 치자.. 』
 
『지희는 왜!!! 지희가 무슨 죄가 있어서!!! 왜 지희까지 니 그 썩어빠진 유희에 말려들게 만든거냔말야!!! 왜!!! 』
 
『이 개 같은 새끼!! 넌 신따위가 아냐!! 신이 될 자격따위는 네게 없단 말이야!!!! 』
 

『으아아아아아악!!!!!! 』


 
 
 

정찬은 미친듯이 신을 향해 절규하며 욕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바보같이 늘 그래왔듯이 자신이 괴로워하는걸 즐기려는 신의 유희였을 뿐이었는데 거기에 놀아나버렸다. 그리고 불쌍한.. 아무런 죄도 없는 지희가 그렇게 신의 유희에 말려들어 목숨을 잃어버렸다. 신이 잡은 타겟은 정찬이 자신이었는데 엉뚱하게도 지희가 희생이 되어버리고야 말았다.
 

『지희가 아니라.. 날... 날 데려갔어야 했어.. 날 데려가지 않은걸 후회하게 해주지... 널 부셔버리겠어.. 죽여버리겠다구!!! 』
 
『인간이라서 안된다면!! 신이되서라도!! 죽여버릴거야!! 너도 니가 만든 이 개같은 세상도 모두 죽여버릴거야!! 』
 

『으아아아아아아아!!!!!!!!!!!!!! 』


 

그렇게 신을 향해 저주를 퍼부어대던 정찬의 몸에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정찬의 혈관을 흐르는 피가 뜨겁게 달구어져 끓어오르는듯 정찬의 피부가 끓어오르는 물의 표면처럼 올록볼록하게 일어나고 있었고 조금씩 그 부피가 커져가는듯하더니 정찬의 몸 전체가 부풀어오르듯 커져가고 있었다.
 


찌이이익...



정찬이 입고있던 옷이 커져가는 부피를 감당하지 못하고 갈라지듯 찢어져가고 있었고 정찬의 신장도 덩치만큼이나 조금씩 커져가는듯한 느낌이었다. 다리가 굵어지고 팔도 굵어지며 살색의 피부색은 조금씩 검은색에 가깝게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헐크와 같이 모습을 탈바꿈해가고 있는 정찬의 모습이었지만 그런 변형이 진행될수록 괴물이라도 되려는듯 조금씩 사람의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변해가는 정찬을 바라보던 경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정찬에게서 일어나는 현상..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어디에선가 자료를 통해 본 적이 있었다. 30여년전 능력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초기에 잠시 나타났던 새로운 능력자의 형태.. 흔히 NH라는 명칭으로 불리워지는 또다른 능력자의 형태... 바로 그것이 지금 정찬의 몸에서 구현되려하는 것이라 경희는 생각했다.



지구상에 맨 처음 능력자라는 존재가 나타나면서부터 능력자는 크게 3가지 형태로 분류가 되었다. 미나와 김유식과 같은 변신이라는 신체의 변화를 통해 힘을 구현해내는 형태의 능력자가 그 첫번째 형태였고 두번째 형태가 주정찬과 최경희와 같이 신체적인 변화나 특별한 변화없이 특이한 능력만을 사용할 수 있는 매지션형이 그 두번째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이 지금 정찬이 변하려하는 형태의 NH형의 형태였다. 이 세가지의 능력자형태의 대강의 순위를 따져보자면 NH >> 파워형 > 매지션형의 순서와 같았다. 물론, 이는 일반적인 경우로서 매지션형이면서도 막강한 능력으로 파워형을 제압할 수 있는 능력자도 있었고 그 반대로 파워형이면서도 거의 일반인과 같을정도로 그 힘이 미비한 능력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NH와 파워형사이의 벽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정도로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과거에 하나의 NH로 인해서 국가 하나가 초토화된적도 있었을만큼 NH가 가진 힘은 엄청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상에 나타났던 NH의 개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만큼 적었고 그렇기에 알려진것도 거의 전무했다. 지금까지 NH에대해 알려진 것은 단 두가지였다.


그 첫번째가 능력자들이 알려지지않은 어떤 이유로 인해서 NH의 형태로 변한다는 것.. 두번째가 인간의 모습이 아닌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해버린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NH화가 되었을 경우 사람으로의 이성을 상실하고 주위의 모든것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정도였다.


NH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가장 마지막의 특징이었다. 사람의 이성을 상실하고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다는 것.. 워낙에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이성이 없는데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각국 정부의 수뇌들은 NH들을 인간이라고 보지않고 이를 지구를 위협하는 생명체라고 인식하는데 합의를 보고 NH가 발견될시에는 모든 국가의 군사력과 동원가능한 능력자들을 총동원하여 NH를 사살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NH가 나타났다고 보고 되었을 경우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사람들의 안전이 아닌 NH의 사살이라는 점 역시 그들 사이에서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있을 정도로 NH는 막강하고도 위험한 존재였다. 그런 이유에서 NH(Non-Human)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 능력자의 형태였다.


그것이 지금 경희의 눈앞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면 경희가 죽고 사는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가 전쟁터가 되어버릴 것이었고 정찬이 변화하려는 이 NH가 막강하면 막강할수록 나라전체는 그만큼 쑥대밭이 되어버릴것은 뻔한 일이었다.
 


경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두려운 광경에 그리고 양 손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경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려움에 떠는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경희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정찬의 몸은 교실전체를 가득채울듯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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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거 좀 곤란하게 되버렸는걸? 』


사색이 되어 몸을 떨고 있던 경희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쪽으로 바라보던 경희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마치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것을 본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누군가 교실안으로 걸어들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교실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그 사람.. 교실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 창문을 통해 교실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자석같은 것에 이끌리듯이 발은 움직이지도 않고 부드럽게 창문안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경희가 놀란 것은 그렇게 날아오르듯이 3층의 창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그 사람의 행동이 아니었다.


경희가 믿기지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조금 전 그 창문을 통해 밖으로 떨어져내린 지희였다. 능력자인 미나가 공중에 떠있는 것은 딱히 이상할것도 없는 일이지만 지금 경희의 눈앞에 보이는 모습은 분명 미나가 아닌 지희의 모습이었고 그 모습 역시 창문밖으로 떨어지기 바로 직전의 지희의 모습 그대로였다.


파워형 능력자의 경우 변신이라는 신체적인 변화의 과정을 통하지 않으면 절대로 일반인과 다를바 없는 사람이었다. 결국, 지희의 몸으로는 미나일때처럼 날아다닌다거나 인간이상의 힘을 낼 수 없어야만 하는 것인데도 지금 경희의 눈에 보이는 모습은 분명 미나가 아닌 지희의 모습이었고 옷차림도 조금 전의 지희의 옷차림 그대로였다.


교실안으로 들어온 지희가 거대화하고 있는 정찬의 앞에 서더니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턱에대고는 정찬이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동안 그렇게 변해가는 정찬을 바라보던 지희가 이상하게 변해버린 정찬의 머리쪽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었다.


지희의 손이 정찬의 몸에 닿는 순간 정찬의 몸과 지희의 손사이에서 강한 태풍이라도 생성이 된듯이 그 둘을 중심으로 거센 바람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지희의 치마를 벗겨내버릴듯이 펄럭이게 만들고 있었고 그 바람을 이기지 못한 경희가 한쪽으로 밀려나면서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경희의 몸이 강풍에 못이겨 벽에부딪치고 바닥으로 떨어져내림과 동시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마치 흘러가던 시간이 정지해 버린것처럼 지희와 정찬의 몸 사이에서 불어나오던 바람도 벽에 튕겨져 바닥으로 떨어진 경희도 경희의 옷도 바람에 휘날리던 모습 그대로 멈추어버렸다. 그렇게 모든게 정지해버린듯한 공간속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엄연히 규칙 위반이야 』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


여자의 목소리에 대답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목소리와 여자의 목소리가 시간이 정지되어버린듯한 공간에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규칙을 어기지 않았어.. 』
 
 
『그렇게 말한다면 나 역시 규칙을 어긴건 아니지 』
 
『뭐야?? 지금 한번 해보자는거야?? 』
 
『좋을대로.. 하나만 분명히 하지.. 난 절대 이 아이를 이렇게 네 마음대로하게 만들지 않을거야.. 』
 
『너!!!!! 』
 

『마음대로해.. 포기하고 물러나던지.. 아니면 나와 한번 해보던지.. 난 어느쪽이든 상관없으니까.. 』



약간은 흥분한듯 보이는 여자의 목소리와 무덤덤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뒤 그들의 존재가 사라져버린듯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의 고요함이 이어지는듯하다가 또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는 다소 흥분이 가라앉은듯한 목소리였다.
 

『하나만 물어보자.. 무엇이 그토록 오랫동안 그 무엇에도 관심이 없던 너를 이렇게 나서게 만든거지? 』
 
『나처럼 오랫동안 일을 하다보면 모든 것에 무심해지지 결국엔 다 똑같거든.. 매번 똑같은 것에 질렸을 뿐 새로운 것에 관심이 없었던건 아니야.. 』
 
『무언가 새로운 것이라도 발견했다는거야? 』
 
『흐음.. 글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뭐.. 이것도 결국에는 똑같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엔 조금 내 관심을 끄는 것이 생겨서 말이야.. 』
 
『그게 뭐지?? 』
 
『나도 아직 잘 몰라.. 그래서 이 아이가 변하면 안되는거야.. 그걸 알고 싶으니까.. 』
 
『 ...... 』


또다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이번에도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이 계집애 때문이야? 』
 
 
『그럴지도 모르지.. 』
 
『너... 무언가 변했어..!! 지금까지의 너와는 뭔가 달라..!!! 』
 
『흐음.. 그래? 그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 특별하다는 이야기겠군.. 날 변하게 만들정도니까 말이야.. 이거 기대되는데? 』
 
『너 끝까지..!!!! 』
 
『이런 상태를 너무 오래 유지하는건 안좋아.. 빨리 결정하라고..  』
 
『좋아.. 지금은 니 말대로 하지.. 하지만 더이상 날 방해하지는 말아!! 』
 
『나 역시 그럴 생각은 없어.. 네가 뭘 하든 난 관심 없으니까... 』
 
『너!!! 』
 
『나와 부딪치지만 않는다면.. 뭘하든 네 마음대로 해도 난 상관안할거야..』
 
『흥.. 니가 알고 싶어하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넌 절대 그걸 알지 못할거야..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니 흥미도 떨어지고 말거야.. 』
 
『왜지? 』
 

『두고보면 알겠지..  』


 
 
 

또다시 그들의 대화가 끊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대화가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후 정지되었던 시간이 흐르는듯이 지희와 정찬의 사이에서 한바탕 강한 바람이 퍼져나갔다. 쓰러져있던 경희의 옷과 멈추어졌던 지희의 치마가 또다시 강하게 펄럭이다가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 괴물같은 모습으로 변해가며 비대해져있던 정찬의 몸이 작아지면서 원래의 정찬의 몸으로 돌아왔다.


『흠.. 제기랄.. 난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거야? 』


미나의 입에서 미나의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굵은 목소리가 새어나왔고 그 소리와 함께 미나의 무릎이 굽혀지며 정찬의 몸위로 쓰러져버렸다. 그렇게 구교사의 교실안에서 정찬과 지희가 의식을 잃고 서로 끌어안고 잠이 들어있는듯이 포개어져 있었고 창문으로부터 그들의 몸위로 밝아오는 아침의 해가 비춰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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