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에리시아 전기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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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671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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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 Of Ariesia War

에리시아 전기



제2장 카난 전투



「나는 그 남자를 신용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병사들을 하나로 모으려
면 힘과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그 남자를 이용한다. 이것은 지극
히 중요하다. 하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남자의 목적은 어디에 있는
건가……」

틸로즈·라·사리스의 수기에서
 
 




 오규스트는 틸로즈, 시라이시 야요이, 펠레스, 세 사람을 동반해 본전 지하
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 어두운 공간에 발을 디디자 서늘한 냉기가 피부를
자극했다. 이후 빛의 정령을 소환해 실내를 비췄다. 그러자 같은 높이로 늘어
선 기둥으로 된 공간이 무한한 확대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곳에 무엇이 있다는 거야」
 틸로즈는 불만스러운 태도를 드러냈다. 할 일은 많이 있다, 시시한 일에 귀
중한 시간을 할애당하고 있다, 라는 기분이 태도에 드러나 있었다. 오규스트의
신이 내린 듯한 능력에는 경의를 나타내고 있지만, 그 인물 자체에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언니 로즈메리같이 신으로서 생각하는 일 같은
건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입 다물고 따라 와라」 그렇게 말하고선 오규스트는 그런 틸로즈를 남겨두
고 빠르게 안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가장 깊숙한 곳의 벽에 이르자 벽에 룬
을 새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돌연 벽이 상하 좌우로 나뉘어 열려갔다. 안에서
는 눈부실 정도인 황금빛이 반사되어 왔다.
「뭐, 뭐냐. 대체 어느 정도 있는 거지?」
 펠레스의 경악한 목소리가 지하의 공간에서 울렸다.
 안에는 금괴가 쌓아올려져 있었다.
 놀라는 일동을 바라보고, 마지막으로 틸로즈를 바라보며 오규스트는 설명을
시작했다.
「너의 선조가 남긴 것이다. 원래 이 신전은 신앙을 위한 게 아니라 예측 못할
사태에 대비한 숨겨진 성채라고도 해야 할 곳이지.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중요
한 일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니 개그로군」
「오오 ! 과연 카를 대제, 이런 날이 있으리라 예언하고 있으셨다니」
 펠레스를 눈을 빛내고 있었다. 틸로즈도 감동했는지 양손으로 입을 누르고
있었다.
「예이예이, 감동하는 시간은 끝」
 오규스트가 귀찮다는 듯 박수를 두세 번 쳤다.
「그 시대는 아직 완전히 사리스의 천하가 된 게 아니어서 언제 몰락할지 모르
는 시기였고, 무엇보다도 지혜가 좀이라도 있는 놈은 영겁 보편 따윈 믿지 않
는 거다」
「그렇지만, 어떻게 이걸 알고 있었던 거야?」
 야요이가 별반 깊은 뜻은 없이 무심결에 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펠레스와 틸
로즈가 가장 묻고 싶지만 묻지 못하고 있던, 이 남자의 정체에 다가서는 질문
이었다. 두 사람은 숨을 삼키며 오규스트에게 집중했다.
「……잊었다」
 새치름한 얼굴로 오규스트는 그렇게 말했다. 실망한 두 사람에게 아랑곳없이
그는 금괴를 하나 둘 야요이에게 던졌다.
「자, 네게 이걸 맡긴다.」
「에?」
 당황해 그것을 껴안으면서 야요이는 놀란 얼굴을 했다.
「이걸로 군량과 무기를 끌어 모아 와라」
「오오! 그렇구나! 이걸로 당분간 싸울 수 있습니다」
「하나 하나 시끄러운 남자군. 야요이 알겠지」
「네, 시라이시 상회를 믿어 주세요」
 상쾌한 영업용 미소가 거기 있었다.
「그러면, 다음이다」
 그렇게 말하고, 오규스트는 빠르게 계단까지 돌아와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
뒤를 틸로즈가 따랐다.
「너희들 어째선지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병에 대해 짐작가는 게 있나?」
「무슨 전염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만……조금이라도 의학에 대해 배운 사
람이 없어」
「명답」
 오규스트는 농담을 하듯이 박수를 쳤다. 그 장난 같은 태도에 틸로즈는 미간
을 찌푸렸다. 「그러면, 치료 방법을 찾으러 가자. 에휴, 어째서 나는 이렇게
까지 도움을 주는 건지」
「짚이는 게 있나?」
 틸로즈는 분노를 잊고 무심결에 몸을 내밀며 물었다. 그러자 돌연 오규스트
는 멈춰 서서  돌아보며, 얼굴을 틸로즈의 얼굴에 가까이 했다.
「너, 나를 믿지 않는군」
「뭐, 뭐……」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에 대해 틸로즈는 대답이 궁해, 말을 멈추
었다. 그것을 확인하자 다시 방향을 바꾸어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슬기로운 여자다」
 그리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상으로 돌아온 후 참배당을 지나쳐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참배당에는 병
으로 쓰러진 병사들이 치료다운 치료도 받는 일 없이 눕혀져 있었다. 그 중에
는 멜로즈의 모습도 있었다.
「……멜……」
 틸로즈가 여동생의 누워 있는 모습에 눈물을 머금으며 그곳으로 달려갔다.
「여기에 온 이래 원인 불명의 병으로 차례차례로 쓰러지고 있습니다……」
 펠레스가 예전 부하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며 그렇게 설명했다.
「나하고는 관계없다……응?」
 감상적이 되는 펠레스를 무시하고 걸음을 서두르려던 오규스트의 시야에 멜
로즈가 비집고 들어왔다. 오규스트의 다리가 멈추고 멜로즈의 얼굴을 들여다봤
다.
「닮았군, 여동생인가?」
「……그래」
 틸로즈가 자신과 같은 황금색 긴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어루만진다.
「용모가 너희들보다 부드러운데」
 「……아직 열넷인데. ……불쌍하게……」
 오규스트의 말을 어린 표정이라고 이해한 틸로즈가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잠시간 멜로즈의 얼굴을 보고 있던 오규스트는, 멜로즈의 옆에 앉고 살그머니
뺨에 손을 대었다.
「어때?」
 어떤 종류의 기대를 담은 시선을 틸로즈는 보냈다.
「여동생은 아직 충분히 무사하다」
「정말이지!」
 틸로즈는 무심코 오규스트의 양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말했을 텐데, 네가 나를 믿는다면 말이지」
 오규스트는 웃었다.


「괜찮은 건가?」
 오규스트와 틸로즈는 대삼림의 안쪽으로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오규스트의 뒤를 따르면서 틸로즈가 불안한 목소리를 냈다.
「뭐 말이냐」
「여기는 엘프의 영토다. 마음대로 들어온 것을 엘프가 알면 큰 일이 되는
게……」
「아, 그거 말인가. 그거라면 괜찮아. 이미 완전히 둘러싸고 있으니」
「에, 에예!」
 틸로즈가 당황하며 사방으로 시선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었다.
「그러면, 너도 검을 버려라」
 그렇게 말하고는, 오규스트는 칼을 던져 버렸다.
「응? 꺄악!」
 그 때 돌풍이 틸로즈에게 내뿜어졌고 무심결에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
리고 다시 그녀가 얼굴을 들었을 때는 큰 나무의 그늘에서 호리호리한 몸매의
전사들이 활을 겨누고 있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어, 어떻게 하지」
 동요를 숨기지 못하는 목소리로 오규스트의 소매를 잡았다.
「그러니까 항복하는 거다. 빨리 무기를 버려」
「너는 진정 바보였구나. 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한심하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도 검을 버렸다.
「(너희들의 장로를 만나고 싶다)」
 돌연 오규스트가 엘프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엘프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
며 서로의 놀란 표정을 확인했다.
「뭐, 뭐라고 말했지?」
 틸로즈도 놀라면서 물었다. 그 때 틸로즈는 후두부에 충격을 받고 정신을 잃
었다. 오규스트는 그것을 확인한 후, 안대를 벗었다.
「이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붉은 눈동자가 요염하게 빛났다.


 이 때 천년 수도 세리아에서는 카리하발 황제 세림 1세가 톨고도·레이스 장
군을 불러두고 있었다.
「아카스가 졌다고 한다」
 세림 1세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칠칠치 못한 놈들입니다. 해서, 제가 가라는?」
「그렇다」
「그러나 알티가르드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군세를 움직이
는 것은 좋은 계책이라고는……」
「그자들은 고렘을 사용했다고 한다」
「고렘?」
「어디까지나 소문이다. 하지만 소문의 이면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 왜 그런
소문을 흘렸는가」
「자신들에게는 신의 가호가 있다, 라고 피아가 생각하게 한다라는」
「그렇다. 사리스, 사이아, 아카스의 잔당들이 기세가 오르게 해서는 안 된다.
소문이 퍼지기 전에 그 뿌리를 뽑아라」
「예」
 다음날 아침, 레이스는 6천 군사를 인솔해 세리아를 나섰다. 도중 아카스에
서 길안내로서 자렘 남작이 동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알티가르드의 수도 알테부르크에서는 빌헬름 1세가 재상 레오폴드·
폰·베렌호르스트 후작의 알현을 받고 있었다.
「그러면 웨데리아 공국이 사리스의 딸들의 후견이 될 생각인 건가?」
「그것은 아직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만, 가능성은 없습니다. 딘가는 반공왕
파. 공왕과 손을 잡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딘가만으로 움직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예, 사리스의 왕녀를 맞아들여도 카리하발 타도의 주도권을 손에 넣을 수는
없을 겁니다. 세력이 너무 작습니다」
「그러나 이 난세, 불손한 야심을 가졌다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게다가, 딘가
의 뒤에 파르디아나 그란가놈그라드의 어느 쪽인지가 붙어 있을지도 모르는 거
야」
「그것은 생각해 둬야 합니다. 어쨌든 여기선 상태를 봐야 하겠지요. 우리는
사리스 제국의 부활에는 흥미가 없으니」
「그렇다. 모처럼 방해꾼 사리스를 카리하발이 청소해 준 것이다. 우리 일족의
비원인 에리시아의 패자의 자리가 바로 저기 보이고 있다. 이 호기를 놓쳐서는
안 돼. 신중하게 일을 진척시키도록」
「네, 가까운 시일 내에 카리하발은 행동의 한계점에 도달합니다. 그 때야말로
세리아 침공 의 시기」
「으음, 정말 기다려지는군」
 빌헬름 1세는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푸른 호수 앞을 최정예인 군세가 행
진해 갔다.


 이 때 그 외 각국의 상황은, 바이파르 반도의 파르디아는 도넬 만의 해상권
을 완전히 카리하발에 잡혀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란가놈그라드는 연방을 구성하는 각국이 분열해 서로 패권을 다투고 있었
기 때문에 중원에의 관심이 적었다. 게다가 점령지인 게르마니아 지방(구 카이
마르크 공국령)에서 독립운동이 격화하고 있었다.
 바람 공국은 나라의 존속만으로도 힘에 겨운 상황.
 로드레스는 종교의 교의를 지키기 위해서 쇄국을 견지하고 있었다.


 오규스트의 눈앞 나무 위에 희미한 금실로 된 바람의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풍압이 오규스트의 긴 흑발을 나부끼게 했다.
「너는……」
 오규스트는 눈을 가늘게 떳지만, 무엇인지 알아차리고는 번뜩하는 표정을 지
었다.
「아니,……나는 당신을 알고 있다. 엘프의 대장로」
「호오, 붉은 눈동자인가……오래간만이구나. 아직 오딘의 눈동자를 계승하는
사람이 있었다고는」
 금실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신을 희미한 금빛으로 감싼 엘프가 나타났다.
「오딘의 눈동자……그렇다 이것은 투신 오딘의 왼쪽 눈이다」
「호오, 아직 완전히 각성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구나」
 엘프의 대장로는 우아하게 웃는다. 그리고 천천히 나뭇가지에서 내려왔다.
 대장로와의 만남이 붉은 눈동자의 기억을 각성시켜 간다. 오규스트의 뇌리에
서 선명하게 신화가 되살아났다.

 ――어스신족의 지고신 오딘이 지식을 얻기 위해 자신의 눈동자를 지혜의 호
수에 바쳤다. 그리고 시바와 서로 찔러 죽은 후에도 그 눈동자만은 호수의 바
닥에 남았다. 하지만 멸망의 때, 시바의 제3의 눈만이 소멸하지 않고 어딘가
로 사라졌다. 제3의 눈은 그것만으로는 의사를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바의
파괴 본능만이 작용해 생물을 파멸로 이끈다. 인간 세계를 어지럽히고 정제 마
술의 기술을 사람에게 하사했다. 에리스는 자신이 만든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파멸의 요인인 시바의 제3의 눈을 추적케 하기 위해서, 오딘인 힘이 깃든 눈
동자를 부활시켰다--

「……시바의 제3의 눈을 쫓는다. 그것이 나의 역할인가?」
 오규스트는 혼잣말을 했다.
「이런 이런, 인간이란  불쌍한 존재로군. 무한한 지식을 얻어도 내일의 길마
저 이해할 수 없다니……」
 모멸의 뜻을 담아 대장로는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어째서 내가……」
「우연이겠지. 우연히 선대의 죽음 직전에 네가 곁에 있었던 거다. 그 눈동자
는 기생 상대의 성능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것은 알아차리고 있겠지」
「……악몽이다」
 오규스트는 시선을 피하며 토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었는지 한
층 날카로운 시선을 장로에게 향했다.
「나도 에리스호수의 은혜로 사는 사람, 운명에는 따르지, 그것이 에리스의 의
지라면. 하지만 방식은 내 멋대로 하겠다」
「그거야 네 마음대로겠지. 아하하하하」
 큰 웃음 후 장로는 긴 여행의 시작에 선물을 하겠다고 말을 남기고는, 또 금
실의 바람에 싸여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틸로즈는 눈을 떴다.
「겨우 눈을 떴나」
 옆에는 부루퉁한 표정의 오규스트와 하나의 통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점차 의식이 분명해지면서 당황해 일어난다.
「자, 돌아가자. 그걸 들어라」
 오규스트는 틸로즈의 물음에 직접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이것은?」
「세계수의 물이다」
 간단하게 대답했다.
「세계수……, 너희들에게 발생한 병을 고치기 위한 성수라고 생각해라. 이것
이 있으면 전원 고칠 수 있어」
「정말인가!」
「어, 저 병은 이 숲에 사는 세균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거다. 엘프에게는 면
역이 있지만 사람에게는 없다. 그대로 방치해 두면 금방 죽지만, 이 물을 먹이
면 반대로 세균이 죽는다」
「뭔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멜은 살아나는 거구나」
「아, 아마도」
「다행이야……」
 틸로즈는 눈물을 보였다.
「그것보다 그 통을 빨리 날라라」
「내가 말인가?」
「다른 누가 있나」
 그렇게 말하고 오규스트는 빨리 걸어가 버렸다.
「……좋아, 멜 기다리고 있어」
 일순간의 침묵은 오규스트의 태도에 대한 반감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멜로즈
가 그녀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두 사람이 신전에 돌아오니 벌써 밤이 되어 있었지만, 바로 물을 전원에게
먹였다. 그러자 오규스트의 말대로 쇠약해 있던 사람들도 좋아졌다. 그리고 로
즈메리와 틸로즈는 멜로즈와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사리스 잔당군은 기세가 끓어올랐다. 그리고 그날 밤은 여기 온 이래 처음으
로 연회가 열렸다.
 축제와 같은 소란 속, 오규스트는 홀로 호수 부근에 있었다. 먼 곳에서 오딘
만세와 대합창이 이어졌다.
 거기에 맥주를 가진 쟌느·프레이아가 술이 든 병을 두 개 들고 왔다.
「왜? 이런 곳에서」
 그렇게 말하며 오규스트의 곁에 앉아 병을 하나 전했다.
「아름답구나」
 온 하늘의 별이 빛나고 있었다.
「너는 가지 않은 건가?」
 사이토로 군량과 무기를 사러 간 야요이와 함께 쟌느가 여기를 떠나지 않았
다는 게 이상하게 생각 되서 물었다. 용병에게 여기서 싸울 의리는 없다.
「라이트 형제 이외는 여기에 남는다고 해. 모두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
아」
「너도 말인가?」
「호호, 그렇구나. 흥미는 있어, 너의 강함에 말이야」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레이피어를 뽑아 오규스트를 베어갔다. 그리고 오
규스트의 목 직전에서 멈추었다.
「왜 멈추지, 단숨에 끝낼 수 있잖아」
「……당신도」
 쟌느의 붉은 재킷을 고정시키고 있던 단추가 툭 툭 지면에 떨어졌다.
「굴욕이야. 나의 검보다 빠르다니. 그것도 칼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잖아」
 쟌느는 일어서서 재킷을 벗었다. 오규스트도 그 달콤한 시선에 이끌리듯 일
어섰다.
「나는 강한 남자가 좋아……」
 쟌느는 그렇게 말하더니, 오규스트의 목에 손을 감았다. 그리고 입술을 포갰
다.
「재미있는 여자군. 그렇게 남자를 먹이 삼아 여행을 하고 있는 건가」
「실례잖아. 내가 진심으로 인정한 건 당신이 처음이야」
「어떨까나」
 두 명은 서로 응시하다 문득 웃었다. 쟌느는 평소의 딱딱한 얼굴이 거짓말처
럼 요염한 아름다움으로 미소 지었다.
「벗겨 줘……」
 재킷이 지면에 떨어졌다. 흰 셔츠에 오규스트가 손을 대자 쟌느는 양팔을 머
리 위로 들었다. 오규스트는 셔츠를 그녀의 머리로부터 빼냈다. 검은 브래지어
가 보였다. 그리고 양손을 등 뒤로 돌려 브래지어의 후크를 떼었다. 풍만한 가
슴이 달빛에 비쳤다.
 오규스트는 천천히 그녀를 꼭 껴안고선 좁고 탄탄한 어깨에 입맞춤을 했다.
쟌느가 무너지듯이 몸을 오규스트에 맡기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오규스트는 몸을 떼어 놓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쟌느의 쭉 뻗은 다리에
딱 달라붙은 타이츠를 벗겼다. 쟌느는 키득키득 웃으며 양손을 오규스트의 어
깨에 두고 한쪽 발씩 들어 타이츠에서 발을 뺐다.
 오규스트의 눈앞에 브래지어와 마찬가지로 검은색인 팬티가 있었다. 작고 검
은 천을 두른 허리가 요염하게 꿈틀댔다. 팬티에 손을 걸고 살그머니 무릎까지
내렸다. 이번에도 쟌느는 다리를 들어 오규스트에게 협력했다. 오규스트는 유
혹받은 대로 허리를 안고 쟌느의 하복부에 얼굴을 묻었다. 쟌느는 오규스트의
머리카락을 상냥하게 쓰다듬고 있었다.
 오규스트는 혀를 내밀어 음모의 수풀을 핥았다.
「으으……」
 쟌느가 낮은 목소리를 흘렸다.
「아!」
 혀가 더욱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허덕이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허리를 튕
기고 손은 오규스트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도망치는 허리를 오규스트의 혀가
쫓았다. 결국 균형을 무너뜨린 쟌느의 무릎이 꺾였다. 오규스트의 얼굴 앞에
쟌느의 풍만한 가슴이 떨어져 내렸다. 거기도 혀로 핥았다.
「좋아……」
 왼손이 쟌느의 등으로 돌아가 쟌느의 몸을 받쳤다. 그리고 강하게 유두를 빨
고 오른손은 다른 한쪽 유방을 만지작거렸다.
「아, 안 돼, 거기 좋아……」
 쟌느의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그리고 오규스트의 입이 빛나는 젖은 선을 그
리면서 천천히 가슴, 목, 턱으로 움직이다 입술을 차지했다. 두 사람의 혀가
그 자체가 살아있는 마냥 요염하게 얽히고 서로 격렬하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몸이 천천히 쓰러져 갔다.
 오규스트는 옷을 벗어 던지고 쟌느의 몸과 포개지고는 귓불을 깨물었다. 그
리고 두 개의 유방을 상냥하게 주무르다 유두를 쪼아 먹었다.
「커…멋있어」
 쟌느의 손이 오규스트의 페니스를 꽉 쥐었다. 손가락이 휘감기는 것 같았다.
「빨리이」
 쟌느는 젖은 눈동자로 호소하면서 몸을 머리 쪽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양
다리를 오규스트의 어깨에 실었다. 오규스트의 눈에 그것이 들어오자 무심결에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수풀 안쪽의 봉오리를 입술이 붙잡았다.
「아, 거기, 거기야」
 오규스트가 얼굴을 들자 쭉 뻗은 허벅지 사이에 수풀이 있고, 저 너머에 풍
만한 두 유방이 혀의 움직임에 맞추어 좌우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더욱 더
안쪽에선  고운 턱선이 밀어 올려 져 있고, 붉은 입술이 반쯤 열려 있는 상태
가 되어 있다. 오규스트의 시선을 느끼자 쟌느가 시선을 얽혀 왔다.
「좀더, 좀더, 좀더 」
 오규스트는 클리토리스를 격렬하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오른손이 이미 가득
하게 흠뻑 젖은 균열을 손가락으로 휘저었다. 곧 끈끈한 액체가 흘러넘쳐서 손
에 착 달라붙었다. 손가락은 뜨거운 웅덩이에 빨려 들어가듯이 얕게 가라앉았
다.
「아, 아, 아, 아」
 쟌느는 떠는 것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가는 손가락이 오규스트의 머리
를 잡고 허벅지 사이에 끼웠다. 오규스트는 쟌느의 반응을 즐기듯 손가락을 넣
었다 뺐다 했다.
「아, 좋아, 좋아아!」
 높은 목소리가 붉은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오규스트는 일단 입술을 떼어 놓았다. 입 주변은 그의 타액과 쟌느의 액체로
질퍽질퍽해져 있었다.
「이번엔 내가 해 줄게」
 쟌느가 상체를 일으키더니 엎드린 자세가 되어 오규스트의 페니스를 입에 넣
었다.
「응, 응, 응」
 리드미컬하게 얼굴이 앞뒤로 움직였다. 혀가 페니스에 휘감기고, 그리고 빨
았다. 눈 깜짝할 순간에 페니스는 쟌느의 타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잘 하는군,……와라」
 오규스트는 지면에 누우며 쟌느에게 신호를 보내 하반신을 얼굴 쪽으로 오게
했다. 그리고 서로의 성기를 탐했다. 페니스를 양손으로 감싸고. 귀두에 혀가
얽히고, 요도를 빨고, 깊게 입에 물고서 열중해 빨았다. 교묘한 테크닉 속에
페니스는 우뚝 솟았다.
 쟌느는 일어서서 오규스트 위에 올라타선 천천히 몸을 가라앉혀 갔다. 그리
고 손가락으로 페니스를 움켜쥐고 태내로 이끌었다.
「아, 들어와. 대단해, 커. 이런 건 처음이야」
 페니스를 삼키고 허공을 향해 허덕였다. 그리고 양손을 오규스트의 가슴 위
에 대고선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다.
「아윽,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정확한 리듬에 맞추어 쟌느의 몸이 상하로 움직이고, 턱에서 오규스트의 가
슴으로 땀이 방울져 떨어졌다.
「당신도……」
 쟌느의 요구에 응하듯 오규스트가 아래에서 쳐올리기 시작했다.
「그래요. 그래. 좋아요. 정말 좋아」
 쟌느의 목덜미에서 흘러나온 굵은 땀이 가슴의 흔들림에 맞추어 흩날렸다.
손이 얼굴  앞에서 요염하게 꿈틀대며 무엇인가를 손에 넣으려는 듯이 비틀렸
다.
「안쪽에, 안쪽에 닿고 있어. 좋아! 아흣, 아아아아아아아!」
 쟌느는 다시 절정을 맞이하며 오규스트 위에 무너졌다.
「하아, 하아, 하~, 당신 최고, 하~, 하~」
 숨을 가쁘게 쉬면서 쟌느가 감상을 흘렸다.
「어이 어이, 혼자만 만족하나, 나는 아직 만족 못 했어」
 그렇게 말하며 오규스트가 쟌느의 아래에서 슬쩍 빠져나와 등 뒤로 옮겨갔
다. 그리고 허리를 안아 올려선 찔러 넣었다. 첫 번째는 깊게, 그리고 천천히
끌어당겨 뽑았다, 귀두가 태내의 뜨거운 액체를 긁어내고, 다시 깊게 찔러 넣
었다.
「아으응! 으응, 하앗, 하앗……」
 다시 쟌느의 허덕이는 소리가 리듬 좋게 터져 나왔다. 쟌느의 아름다운 얼굴
의 옆면이 지면에 문질러지고 손이 풀을 쥐어뜯었다.
「아흐으응, 가, 가, 가버려어―!!」
 짧은 간격으로 다시 쟌느는 절정에 이르렀다. 한 번 불이 붙으면 이어지는
유형 같다. 하지만 오규스트는 멈추지 않았다.
「가라, 가라, 더 말이다」
 오규스트는 쟌느의 양팔을 움켜쥐고 이번엔 격렬하고 빠르게 왕복 운동을 반
복한다.
「아읏아읏아읏아읏아읏……」
 짧은 간격으로 달콤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팡 팡 하고 허리가 부딪
치는 소리도 짧게 반복되었다.
「이제 안 돼, 안 된다니까~!」
 몇 번째인가의 절정이 쟌느를 덮쳤다. 그리고 오규스트도 거기에 맞추듯이
페니스에서 뜨거운 정액을 쟌느의 태내 깊숙이 방출했다.
「아아앙, 느껴버려,……안쪽에 닿고 있어 ……」
 쟌느는 오규스트의 방출을 느끼듯이 눈감은 채, 등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경련시켰다.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울었다.
 오규스트가 허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떼어놓자 쿵 쟌느의 엉덩이가 떨어졌
다.
「아~앙, 당신은 최고예요」
 그렇게 말하고는, 오규스트에 달려들어 안기면서 격렬하게 입술을 탐냈다.
허벅지에서 한 줄기 하얗고 탁한 액체가 주룩 흘러내렸다.


 그리고, 며칠 후.
 대량의 물자를 가지고 야요이가 돌아왔다.
 오딘을 그린 벽화 앞에 오규스트는 당당히 앉아 있었다. 야요이는 펠레스에
게 재촉받아 그 앞에 무릎을 대고 귀환 보고를 실시했다.
 야요이가 얼굴을 들고 의심스럽다는 얼굴을 했다. 그의 오른쪽에 친위대장을
자칭하는 쟌느가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5월 20일 오딘 대신전-
 틸로즈는 본전 옆에 세워진 건물 안에 있는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원래는 신관 등이 몸을 깨끗이 하는 장소였을 것이다. 쓸데없는 장식은 없는
검소한 석조였다. 하지만 커다란 대리석이 소재로 사용되어 있고, 지붕에 만들
어진 창문과 벽 상부에 설치된 작은 창에서 빛이 스며들어와 밝고 청결한 이미
지가 느껴진다.
 틸로즈가 목 주변에 몇 개인가의 가는 물줄기를 맞으며 기분이 좋은지 얼굴
을 들고 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룩 하나 없는 순백의 등에 달라붙어 있다.
 생기 있는 피부에 튕긴 물방울이 살짝 솟아난 핑크색 작은 돌기에서 넘쳐 떨
어진다. 살며시 흔들리는 부푼 곳의 능선을 내려가 날씬하게 단련된 허리의 잘
록한 부분을 지나 탄탄한 엉덩이의 커브를 즐기듯이 나아간다. 그리고 훤칠한
가늘고 긴 다리를 거쳐 헤어지기 아쉽다는 듯이 발밑에 웅덩이를 형성하고 있
다.
「엿보다니 악취미로군」
 틸로즈는 샤워를 멈추고 스트레이트인 황금색 머리카락을 한번 흔들며 돌아
봤다. 그 시선 끝에 오규스트가 벽에 기대는 것처럼 서 있었다.
「무슨 일이지 」
 틸로즈는 앞을 감추는 일 없이, 허리에 오른손을 대고 목을 조금 기울여 위
엄 있는 얼굴을 곧장 오규스트에게 향했다.
「성기사란 것들은 고지식한 놈들뿐으로 융통성이란 게 없지. 검, 검 하며 떠
들어대며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전투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하질 않아. 하
지만 너라면 가문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지 않나」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엘프족에게서 엘핀보우와 윈드스피어를 얻어왔다. 너에게 뱅크스의 잔당과
엘핀보우 100을 준다. 잘 써 보도록」
 그렇게 말하고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메, 멜의 일은……감사한다. 고, 고마워」
「감사는 엘프에게 해」
 오규스트는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들어 답했다.
「……왜, 우리들에게,……가세한 거지?」
 조심조심 단어를 골라 물었다.
「너희들의 최종 목적지는 세리아겠지. 나의 제2인생도 세리아에서 시작된다.
너희들의 골이 나의 스타트라는 거다」
「즉 서로의 이익이 일치하고 있는 거구나. 그렇다면 사양 않고 너를 이용해
주겠다」
「아아, 좋을 대로 해. 네가 잘 다룰 수 있다면. 일 때지만」
 오규스트 있다면을 강조했다. 그리고 어조를 되돌려 계속 말했다.
「그리고 2시간 후에 군의다, 늦지 마라」
 쾅 하는 문을 닫는 소리가 욕실에 메아리쳤다. 그것을 지켜보다, 한 차례 깊
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목욕타월을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썼다.
「……」
 잠시 동안 머리카락에서 방울져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이 발밑에 만드는 파문
을 눈에 담고, 두근거리는 소리를 진정시켰다.


 오규스트는 중심이 된 멤버를 작은 방에 모았다. 오규스트는 윗자리에 앉고
오른쪽에 틸로즈, 펠레스. 왼쪽에 막시밀리안·오이겐, 나르세스·디안이 앉았
다. 그리고 오규스트의 오른쪽 후방에 쟌느가 대기하는 것처럼 앉아 있다. 쟌
느는 다리를 꼬고 목을 기울이면서 점수를 매기는 것처럼 오규스트를 보고 있
었다.
「야요이의 정보에 의하면 1주일 전에 세리아에서 카리하발의 군세가 출발했다
고 한다. 수는 6000. 게다가 인솔하고 있는 자는 그 레이스 장군이라는군」
「드디어」
 쟌느가 손가락을 턱에 대고 오규스트를 시험하는 것 같은 시선을 보냈다. 오
규스트는 팔걸이에 팔꿈치를 실어 볼을 기대며 남의 일을 말하듯 덤덤한 어조
로 이야기했다.
「펠레스, 총수는?」
「전부 긁어모아, 대략 600」
「열배의 적인가」
 나르세스는 팔짱을 끼고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사기의 저하를 신경 썼는지
펠레스가 당황해 말을 이었다.
「어쨌든 상륙하는 적은 빈틈 투성이, 수의 차이 따윈 문제가 아니오」
「적은 레이스요. 주문대로 정면에서 공격해 온다고는 할 수 없소. 전번 패전
의 예도 있소. 포위해 올 가능성은 충분히 높소.」
 나르세스는 이 때 34세. 충분한 실전 경험을 거듭해 지식 기술 모두 충실했
다.
「과연」
 막시밀리안이 크게 끄덕였다. 그는 나르세스보다 두 살 아래인 32세에 키가
크고 단단한 체격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몸에서 만들어내는 낮게 울리는 목소
리는 박력이 있어서 듣는 쪽에 이상한 설득력을 주었다.
「그 말 대로다. 하지만 간단히 포위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지」
 펠레스가 몸을 내밀었다. 다른 사람도 오규스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레이스의 목적은 세 사람 공주님이야. 사이토로 도망가는 상황이 제일 귀찮
겠지. 그러니까 고속선을 편성해 반드시 북쪽을 봉쇄할 거다. 놈이 소문 그대
로의 훌륭한 장군이라면」
「과연」
 막시밀리안이 끄덕였다.
「그리고 본대는 카난 반도 뒤편에……」


 그때 거의 같은 시각, 에리스호수를 동진하는 카리하발군에서는 레이스 장군
이 작전 해설을 하고 있었다.
「선행하는 부대는 북쪽에 위치해 사이토로부터의 보급과 정보 유입을 저지함
과 동시에 남진한다. 또 본대는 크게 우회해 카난 반도의 남해안에서 일부를
상륙시킨다. 적이 해안선을 북상하는 별동대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게 하기 위
해서이다. 그리고 본대는 대형선을 중심으로 해서 통상 항로로 돌아가 정면에
서 신전에 다가간다. 본대에 적이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동안에 북쪽과 남쪽으
로부터 협공한다. 목적은 적을 패주시키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세 왕녀를
잡는 일에 있다. 각자는 그것을 가슴 속 깊이 새겼으면 한다」
「예」
 레이스는 훌륭한 장군이다. 정면의 적을 그냥 공격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
하는 남자는 아니다. 적의 내부 정황을 몰래 살피고 적이 선택 가능한 작전을
검토한다. 게다가 명확하게 목적을 부여하고 그 수행에 전력을 다한다.
 그런 그가 생각했다.
 ―사리스 잔당의 정확한 수는 모르지만 수는 그다지 많지는 않을 터. 하지
만, 뱅크스군을 격파한 실적도 있다.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비유도 있다. 경시
해선 안 된다. 정공법으로 공격하면 상륙의 빈틈을 노릴 것이다. 적은 많은 희
생을 강요하는 한편 최후엔 등 뒤의 숲으로 도망칠 테고 세 명의 왕녀를 놓칠
가능성도 있다. 작전의 명제는 적을 섬멸하는 일이 아니라 왕녀의 포획이다.
실패하면 또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해 버린다. 점령지에 있는 아군의 상황 속에
서, 이만큼의 군세를 놀려 두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 비난을 받는다-
 그의 결단은 신중하지만 확실한 방법이 되었다.


 다음날 해가 가라앉자, 신전 북쪽, 신전에서 직접 볼 수 없는 지점에 카리하
발군의 선행대 대략 1000이 상륙을 개시하고 있었다. 그것과 숲속에서 가만히
응시하는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거의 반수가 상륙한 그 때.
 숲속에서, 바람의 속성을 가진 화살이 무수히 발사되었다. 화살은 바람을 가
르고 표적을 정확하게 해치웠다. 틸로즈가 인솔하는 궁수대 전원이 엘핀보우를
장비하고 있다. 이것은 바람의 속성을 가져서 바람의 영향을 무시하고 곧게 난
다. 그리고 가볍게 만들어져 있기에 취급하기 쉽고 연사 성능이 뛰어나다.
「쉬지 마라, 공격하라!」
 틸로즈의 목소리가 숲의 나무들에 메아리쳤다.
 카리하발군은 차례차례로 화살을 맞고 쓰러져 갔다. 벌써 상륙 부대의 지휘
관이 전사했는지 지휘 계통은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육지에 올라 숲에 돌진하
려고 하는 자, 검도 창도 버리고 호수에 피하려고 하는 자, 당초 작전대로 상
륙을 목표로 하는 자, 여러 가지 반응이 무질서하게 벌어졌다.
 이 혼란 속에 오른쪽으로부터는 펠레스가 인솔하는 성기사가, 왼쪽으로부터
는 도끼를 든 막시밀리안을 선두로 뱅크스군의 투항병으로 편성된 부대가 돌격
했다.
 수로는 대략 반수 정도밖에 안 되는 열세였던 오규스트군은 기습이라고 하는
우위 상황을 만들어 내는 걸로 쾌승했다. 그것을 오규스트는 검을 뽑는 일 없
이 팔짱을 낀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싸움은 3분의 1이 끝났을 뿐이다. 곧바로 제2단계로 옮겨가라!」
 오규스트는 적의 조직적 저항을 배제한 후 카리하발군의 고속선을 빼앗았다.
그리고 최단 거리를 지나 카난 반도 북해안의 후미로 이동했다. 거기서 배를
나뭇가지 등으로 위장해 숨겼다. 이동하는 카리하발 본대의 선단이 아슬아슬하
게 근처를 지나쳤다.
 오규스트는 카난 반도의 숲을 횡단해, 낯선 밤길을 천천히 진군 하는 다른
한쪽의 별동대 약 1000의 측면으로 나갔다.
 오규스트는 창을 준비하더니 약 반수를 그냥 지나친 후, 별동대의 지휘관 같
은 인물을 확정하더니, 뛰쳐나갔다. 오규스트의 창은 바람을 찢고나가 기상의
지휘관의 목을 관통했다. 돌연한 사건에 주위의 병사들은 동요했다. 그리고 각
자가 지휘관의 이름을 외치며 우왕좌왕 했다. 거기에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마찬가지로 길게 뻗은 카리하발군의 여기저기에 성기사가 돌진하고 그것을
궁수대가 지원했다. 분단된 각처에서 오규스트군은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
들어 내 각개격파 해 갔다.
 그 격전 속,, 오규스트는 전장 곳곳에서 싸웠다. 그는 전장을 뛰어다니며 차
례차례로 각 집단의 에이스격인 용맹한 자들을 창으로 꿰뚫어 갔다. 궤멸되는
카리하발군 집단의 거의 중앙에는 반드시 오규스트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승패는 결정 났다. 카리하발군은 조직적 공세를 행하는
오규스트군 앞에서 대부분이 호수로 달아나는 형태로 익사했다. 그리고 남아서
싸운 사람의 반수가 전사하고 나머지 반수가 항복했다.
 2연승에 오규스트군은 사기가 끓어올랐다.
 신전으로부터의 시야 밖을 크게 우회해 전진하는 레이스군이 시간을 잃어버
린 데 비해, 오규스트는 최단 코스를 이동하는 일로 신속한 부대 이동을 실현.
압도적인 수적 열세를 메웠다. 하지만 오규스트 이외의 사람이 이 작전안을 제
시했다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봐도 탁상공론이다. 그 자신에
게도 일종을 도박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신의 위광이라고 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병사들은 입다문 채 의심하는 일 없이 따랐다. 이것이 성공
한 최대의 요인일 것이다.
「안절부절 하지 마라, 마지막 마무리를 실패하면 전부 물거품이다. 기합을 넣
어라」
 병사들에게 일갈 후 오규스트는 서둘러 신전으로 돌아왔다. 카난 반도 앞바
다에는 어둠 속에 정박하는 카리하발 대형선의 모습이 보였다.

 날이 밝자 레이스는 행동으로 옮겼다. 우선 선단을 전진시켜 얕은 여울 빠듯
한 곳에서 상륙 준비를 진행하는 한편, 소정의 위치에 진군하고 있을 터인 남
북의 별동대에게 징으로 신호를 보냈다.
 거기에 맞추어 카리하발의 갑옷을 입은 오규스트의 부하가 신전에 우르르 밀
어닥쳤다. 그리고 해안선을 제압한 신호의 징을 울렸다.
「좋아, 상륙 작전 개시, 적을 일망타진한다」
 레이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작은 배에 분승한 병사들이 차례차례로 상륙을 완
수했다. 그리고 신전으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거기서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도 없다. 선행 부대는 어떻게 된 거지?」
 레이스는 쥐죽은 듯이 조용한 신전에 내내 서 있었다.
「아뿔싸! 함정인가」
 그렇게 그가 외친 순간. 돌연 신전을 구성하는 석재 등이 갈라지고 무너져
갔다.
「우와아아악---!」
 비통한 절규가 일제히 일어났다. 그리고 망가진 돌에 끼어 죽는 자, 넘어진
기둥에 깔리는 자, 다수의 희생자가 나왔다. 거기다 에리스호수의 물이 흘러들
어 왔다.
 앗, 하는 찰나의 사건이었다. 레이스는 운 좋게 탁류를 뚫고 나온 돌 위에
기어 올라가 이미 원래 형태를 잃은 신전을 바라봤다.
「미친 것들. 자신들의 본거지로 우리들을 묻어버리라고는……」
 그의 양어깨에 패배감이 덮쳐왔다. 하지만 절망은 하고 있지 않았다. 그것보
다도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기고 싶은가. 그게 너희들의 방식인가」
 그리고, 기사로서의 긍지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라고 말을 이었다. 그 물음
에 답하듯이, 주위의 숲에서 번개의 화살이 쏟아졌다. 화살들은 간신히 살아남
은 자들을 쏘아 맞히고, 감전사 시켰다.
「으와아아아아아! 기사로서의 긍지가 있는 자는 나서라. 카리하발이 자랑하
는 이 레이스가 일대일 승부를 소망한다. 나와서 승부해라!」
 머리카락을 마구 흩트리며 그는 외쳤다. 그것을 비웃는 목소리와 함께 오규
스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패배다, 레이스」
「닥쳐라! 너희들이야말로 비바람을 견딜 장소마저 잃지 않았나. 으하하하하,
들개처럼 죽어버려라」
「우리는 이후 테이드로 향한다. 너희들의 목을 내걸고 입성하면 두려움에 빠
져 저항할 자는 없다. 아니, 반대로 기꺼이 맞아들여 주겠지. 이미 우리에게
있어 이 신전은 아무런 카드도 되지 않아. 새로운 출발의 세레모니다. 즐겨 주
지」
 오딘 신전의 지하에는 거의 신전 전체와 같은 규모인 지하 공간이 존재하고
그것을 늘어선 기둥이 지탱하고 있다. 오규스트는 그것을 한꺼번에 폭파했다.
기둥의 버팀목을 잃은 석재가 소리를 내며 붕괴. 거기다 신전에는 여기저기에
사이펀식의 분수가 있어서 거기에 호수에서 물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것도
시간차를 두고 파괴해, 물을 힘차게 끌어넣었다.
 레이스는 떨어져 있던 창을 줍더니 물 위에 나온 돌에서 날아올라 오규스트
를 노리고 돌진했다.
「으아압-!」
 그리고 오규스트의 눈앞에서 한층 더 뛰어올라 오규스트에게 창을 내리쳤다.
아슬아슬하게 오규스트는 뒤로 날아 그것을 피했다. 하지만 레이스는 멈추지
않고 창을 계속해서 계속해서 찔렀다. 그 하나 하나가 정확하게 오규스트의 급
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오규스트도 한결같이 방어에 전념했다. 칼을 세워 오른쪽으로 왼쪽으
로 혹은 아래로 창끝을 받아넘겼다.
 몇 분이 지났다. 오규스트의 장도는 칼날이 망가진 게 꽤 눈에 띄게 되었다.
하지만 오규스트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에 비해 레이스는 지금까지 숨
을 멈추고 무산소 상태로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었다. 그 한계가 마침내 찾아왔
다.
「하아--!」
 레이스가 크게 숨을 들이마신 그 순간, 오규스트는 장도를 버리고 단도를 뽑
았다. 그리고 일순간 사라졌다고 느껴질 만큼 날카롭게 치고 들어가 오른쪽 앞
으로 나갔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레이스의 왼쪽 가슴을 단번에 찔렀
다.
「크윽,……카리하발……제, 제국에 영광 있으라……」
 레이스는 입으로 피를 쏟기 시작하더니, 최후의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 무너
졌다.
「강하다」
「……강하다」
 그 광경을 두 사람의 여성이 바라보고 있었다. 한사람은 쟌느, 황홀한 표정
을 띠고 넋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 또 한사람 틸로즈는 대조적으로 너무도 강
한 힘에 대한 염려를 품고선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규스트는 그 말대로 레이스 등이 중심이 된 카리하발 기사의 목을 자른 후
그것을 말뚝 끝에 내걸고는 카난 반도에서 물러나 에리스호수의 제일 남동쪽
도시 테이드를 목표로 했다.
 테이드는 인구 6만의 아직 새로운 도시이다. 강한 햇볕이 우르 산맥의 흰 바
윗면을 비추고 에리스호수의 푸른 물과 와르스고룸 대삼림의 깊은 초록이 아름
다운 콘트라스트를 보이는, 풍광이 수려한 남국 도시이다. 거기다 우르 산맥에
선 온천도 솟기 시작해서, 도시를 바라다보는 언덕의 경사면에는 수천 년간 계
속해서 흐른 광천이, 하얗게 빛나는 연꽃잎 같은 크고 작은 반원 물웅덩이가
계단식 밭처럼 늘어선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땅은 아카스를 비롯한 각국 귀족들의 별장이 늘어선 비교적 유
복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 도시를 통치하는 자가 페드로·산체스 자작이다.
 이 자작은 이 때 42세. 젊은 무렵부터 달콤한 외모로 이 땅을 방문하는 귀부
인 등과 불장난을 거듭해 왔다. 지금도 18세나 연하인 젊은 아내를 가지고 있
다. 화려한 무훈 같은 거와는 인연이 멀고, 부친으로부터 계승한 영지를 무난
히 경영할 뿐인 작은 인물이라는 게 한결같은 평판으로, 야심 따윈 가지고 있
지 않다고 생각되고 있었다.
 그 남자가 생각했다.
 ―뱅크스뿐만 아니라, 카리하발의 명장 레이스까지도 격파한 사리스의 잔당
에 단독으로 맞서 싸우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과연 사리스의 성기사라고
해야 하는가. 하지만 인솔하고 있는 존재는 어디까지나 계집아이. 같은 위험이
라고 하면 이 계집아이를 길들여서 중원에 나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아닌
가? ―
 돌연 야심이 머리에서 송송 솟아났다. 그리고 자작은 결단했다. 사리스의 잔
당을 맞아들이기로.

 신성기 1223년 5월 25일, 테이드에서, 로즈메리·라·사리스는 사상 최초의 여
제로서 성사리스 제국 제 13대 황제로 즉위했다. 그리고 이 날, 에리시아 전
국토를 향해 카리하발 타도의 칙명을 발했다. 이것이 후에 말하는 「테이드 칙
명」이다.
 이 쾌청한 무대 안에서 페드로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작위는 하나
오른 백작이 되어 재상의 지위에 올랐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떠한 권한도 가지
지 못했다. 그의 오산은 로즈메리와의 첫 알현부터 드러났다.
 페드로는 성을 곱게 장식하고 부하를 정장시켜 로즈메리 일행을 맞아들였다.
그는 로즈메리와 함께 앉는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자신의 힘을 로즈메리가 받
아들이게 하는 목적과 함께 실질적 권력을 자신이 잡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낼
생각이었다. 잘 되면 자랑하는 화술을 구사해 로즈메리를 교묘히 속일 작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오규스트가 앉았다. 너무 당당하게 있
었기 때문에 비난의 말을 표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펠레스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오규스트님이다, 라고 깔끔하게 답했다.
 페드로가 어안이 벙벙해 있는 사이에 오규스트는 황제 친정을 선언했다. 그
리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모든 결재는 황제가 행하고, 옥새 표시가 없는 것은 전부 무효로 한다」
 이 때의 오규스트에게 정식 신분은 없다, 무관이다. 굳이 말하자면 황제의
사적 시종이라 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옥새를 잡는 것으로 권력을 독점했다.
옥새를 가지지 않은 페드로는 모기장의 밖으로 쫓겨나고 모든 일은 오규스트를
통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게 되었다.
 차례차례로 일은 진척되고 마지막에 페드로에게 남은 것은 사저와 연로한 집
사뿐이 되었다.
 오규스트가 다음에 한 일은 테이드에서 가장 호화로운 저택인 아카스 왕 카
를로스 2세의 별장을 접수해 거기를 임시 왕궁으로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테
이드에서 가장 고지대에 위치한 건물을 투신 오딘 신전으로 개장했다.
 이 왕궁에는 로즈메리와 오규스트가 살고, 그 경호를 쟌느가 했다. 틸로즈와
멜로즈는 황제가 된 언니와 구별을 분명히 한다는 의미로 정면의 건물에 사는
걸로 했다.
 그리고 카를로스 2세를 따르는 귀족들의 재산을 압류해 미술품은 모두 팔고,
금장식은 모두 녹여 금괴로 만들었다. 이것을 국고에 넣어 급한 예산을 확보했
다.
 이 행위에 페드로는 분노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내가 필사적으로 쌓아올려 온 귀족들의 신뢰를 헛되게 하는 행위
다, 인생을 부정당하는 것이나 같다」
 이것은 그의 인생관이 가볍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며, 결단이 가져오는 결과
를 예측할 상상력의 결여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페드로를 오규스트는 완전하게 무시하는 모양이 되었다.
 당초 테이드의 거리에는 오규스트에 대한 반발도 있었지만, 그의 무용담이
도시 안에서 유명해지자 점차 그런 말이 들리지 않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의 깊은 지식과 넓은 견식을 구하며 도시안의 명사가 저택을 방문하게 되어,
매일 밤 만찬회가 성대하게 행해지게 되었다.
 그 중에 페드로의 젊은 아내 카트린느도 있었다.
 그녀는 사리스의 명문 올리비에 남작가 출신으로 페드로에게 첫눈에 반해 시
집을 왔다. 몸집이 작고 컬이 걸린 엷은 황색 머리카락을 한 깔끔한 콧날을 한
미녀이다. 화려한 사리스 궁정에서 예의범절을 배운 도시의 세련된 여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변경 생활에 솔직히 싫증을 내고 있었다. 그런 때에 오규스트가
나타났다. 그녀의 지루한 생활이 일변했다. 사리스 풍의 만찬회가 개최되고 사
리스의 3세 왕녀의 상대를 하고 오규스트가 말하는 이국의 지식에 심취했다.
 그리고, 매일 밤 매일 밤 그녀는 오규스트의 저택을 방문하게 되었다.

 6월에 접어들어, 틸로즈는 오규스트의 호출을 받아 왕궁을 방문했다.
 오규스트는 유리의 방이라 불리는 방을 집무실로 하고 있었다. 그곳은 폭
3m, 깊이 8m의 가늘고 긴 방으로, 바닥에는 자색 빛을 띤 감색 융단이 깔렸고,
벽은 허리까지가 목제의 판자로, 그 위쪽은 또 융단과 같은 색으로 칠해져 있
었다. 천장에는 감청색의 하늘이 그려져선 큰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그리고
외벽에 접한 폭에는 가로로 가득한 큰 창이 설치되어 있다. 그 앞에 중후한 목
조 책상과 검은 가죽 의자를 두고 있다.
「실례한다」
 틸로즈가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가자, 검은 가죽 의자에 앉은 오규스트가 얼
굴을 들었다. 그리고 이 방에 있는 또 하나의 사람이 몸을 경직시켰다.
「오, 티르인가」
 목조 책상 아래에선 로즈메리가 무릎을 꿇고 오규스트의 고간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리고 틸로즈의 목소리에 얼굴을 새파래진 채 입에서 페니스를 떼어
놓았다.
「병사 편성의 진척 상태는 어떻지?」
 오규스트는 로즈메리의 황금색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다시 한번 고간으로 이
끌었다. 로즈메리는 항의하는 시선으로 올려보며 얼굴을 조금씩 옆으로 흔들었
다. 하지만 오규스트는 차가운 시선으로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가 무엇
을 바라고 있는지 깨닫고 로즈메리는 눈을 숙였다.
「부르사 전투 이후 뿔뿔이 흩어져 우르 산맥이나 셸메일 초원에 숨어 있던 사
리스의 성기사가 달려와 줘서, 3000은 모였다」
 한번 더, 재촉하듯이 오규스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단념한 로즈메리는 황
금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주홍빛 입술을 열어 페니스를 조심조심 머금었
다.
「3000인가, 아직 충분하진 않군」
 오규스트는 일순간 싱긋 웃었다. 그리고 틸로즈가 알아차린 게 아닌가 당황
하며 그 얼굴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틸로즈는 또 오규스트가 빈정대듯이 웃고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는지 딱히 신경 쓰지는 않고 있었다.
「좋아, 야요이가 중개하게 해서 그란가놈그라드의 용병단을 고용하자」
 위험한 스릴을 즐기면서, 미녀의 끈적하고 따뜻한 타액에 싸여 규칙적인 스
트로크에 심취했다.
「기다려 줘 용병 따윈……」
 틸로즈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기 때문에 일순간 오규스트가 당황했다.
「이기기 위해서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선 제지해 그 이상 틸로즈가 가까이 오지 않게 했다.
「……」
 틸로즈는 기세가 꺾였다. 이 와중에도 로즈메리는 열중해서 얼굴을 흔들며
필사적으로 소리를 죽이면서 혀와 입술로 끈질기게 페니스를 강하게 훑었다.
그녀에게 있어 오규스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아무튼 좋다. 그것보다 너를 부른 건 이것 때문이다」
 오규스트가 서랍에서 편지 다발을 꺼내어 책상 위에 내던졌다. 퉁 하는 소리
가 났다. 로즈메리는 그 소리로 정신이 돌아와 자신의 바로 뒤까지 여동생이
가까워진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건?」
 당황하는 로즈메리의 머리를 오규스트는 양손으로 움켜쥐고 더욱 가까이 끌
어들였다.
「아카스의 고급 군인과 유력 귀족에게 보내는 내통 권유다」
 당황하며 틸로즈가 그것을 손에 들고 대충 훑어봤다.
「여기에 써진 이름 대부분은 카리하발에 유린된 서쪽에 영지를 가지고 있던
이들 뿐이다. 우리들을 도우면 옛 영토 외에 카를로스 2세의 직할령도 준
다……」
 다시 로즈메리가 기운을 넣어서 혀를 얽혀 왔다. 긴장감 때문인지 필요이상
으로 입술에 힘이 들어가 강하게 조았다.
「대접을 좀 지나치게 해주는 걸까?」
 따뜻한 구강이 마치 질처럼 달콤하게 수축했다. 다시 오규스트가 얼굴에 경
련을 일으켰다.
「아니, 하지만 이래서는 약속한 은상이 중복되는 거 아닌가?」
 틸로즈는 이미 오규스트의 미묘한 표정 변화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으-음, 그렇게 되면 페드로 놈이 상당히 원망을 사겠지」
 오규스트는 장난같은 태도로 답했다.
「……본인은 모르는가,……하지만, 이 글씨는 틀림없이……」
 로즈메리는 목 안쪽까지 머금은 후 뺨이 움푹 팰 정도로 격렬하게 빨아들였
다.
「페드로의 비서관인 서덜랜드군을 헤드헌팅해서 그에게 사인을 흉내 내게 한
거다. 어때 솜씨 좋지 않나」
 오규스트가 로즈메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로즈메리가 뺨을 주홍빛으로 물
들였다.
「발각되면 말썽이 날 거다」
 로즈메리는 틸로즈의 발각이란 말에 반응해 피학적인 관능에 취했다. 자신에
게 이런 일면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한 번 붙은 욕망의 불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거 때문에 놈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길들이고 있지」
 들키는 게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한층 대담하게 뇌쇄적인 피스톤 운동을 반복
했다. 그리고 조금 띄우고 있던 허리도 슬 슬 안쪽에 스치는 것처럼 움직였다.
「……지옥에 떨어질 거다, 틀림없이」
「그 때는, 너도 함께다」
 로즈메리는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욱더 음탕
한 자극이 뇌를 저리게 했다.
「……」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틸로즈의 얼굴로부터 표정이 사라지
더니 편지 다발을 겨드랑이에 끼고 방을 나갔다.
「아, 하응」
 바로 그때 달콤한 허덕임이 흘렸다. 그리고 입을 떼어 놓고 손가락으로 훑어
내면서, 물기를 띤 눈동자로 오규스트를 올려보았다.
「빨리, 정을 주세요」
 발정 난 암고양이같이 아양 떠는 목소리를 질렀다.
「열어 봐라」
 오규스트의 명령에 주저하지 않고 따랐다. 로즈메리는 스스로 흰 스커트 안
에 손을 미끄러트려선 팬티를 벗었다. 그리고 크게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으로
비순을 좌우로 열었다. 독특한 달콤한 향기가 흘러나오고 연어색 핑크빛 비육
이 실룩실룩 하고 있었다. 잘 보면 비순에서 항문에 걸쳐 참지 못한 꿀이 끈적
끈적 흘러나오고 있었다.
 로즈메리는 여기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대담함에 얼굴을 붉혔다. 그것이 또
한층 비순에서 꿀을 솟아오르게 했다. 융단에는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
다.
「벌써 홍수가 난 거 아닌가. 핥으면서 혼자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나?」
「아-앙, 괴롭히지 마세요」
 달콤하게 울었다. 오규스트는 음탕한 미소를 띠우면서. 몸을 의자에서 빼내
로즈메리의 비순 주변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아, 아-아아……애태우지 말고……」
「확실히 말로 표현해 봐라」
 오규스트는 말로 괴롭혔다.
「말할 수 없어. 아아, 말할 수 없어」
 반복하고 반복해서 부정의 말을 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
리며 물기를 띤 눈동자를 원망을 담아 향했다. 그것을 차가운 오규스트의 눈이
맞이했다. 로즈메리는 두려움에 떨었다.
「……아아, 보지. 아아……」
 그것은 기르는 개가 주인의 분노에 꼬리를 늘어뜨리고 무서워하는 행위와 아
주 비슷했다. 로즈메리는 말한 후, 눈물을 흘리며 훌쩍훌쩍 울었다. 위엄 넘치
는 왕녀의 모습은 거기에 없었다.
「충분히 귀여워해 주지」
 애태워져서 뜨겁게 익은 비순에 페니스가 매몰되어 갔다. 뜨겁게 물기를 띤
내벽을 밀어 헤치며 안쪽으로 안쪽으로 나아갔다.
「으응……아아아아아」
 그것만으로 로즈메리는 가볍게 절정에 이르렀다.
 오규스트는 가슴이 삐져나온 드레스를 끌어내려 로즈메리의 가슴을 드러냈
다. 그리고 그것도 주물러 줬다. 기분 좋은 탄력이 오규스트의 손가락을 되밀
어냈다. 가슴의 돌기는 딱딱하게 융기하고 있었다.
「아흑. 아, 좋아, 좋아, 좋아아-!」
 콧소리로 달콤한 한숨이 새어나온다.
 오규스트는 집어넣은 채로 움직이지 않고 그 뜨거운 감촉을 즐겼다.
「오, 오규스트님……움직여 수세요, 움직여 주세요오 , 부탁드립니다」
 애태워진 로즈메리가 아양 떠는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자신 쪽에서 허리를
흔들었다.
「아아, 좋아……견딜 수 없어」
 꽉 뻑뻑하게 휘감기는 그 감촉에 오규스트도 도취해 회심의 피스톤 운동을
실시했다.
「아, 아-응, 가, 가요오!」
 절정 직전인 로즈메리의 얼굴은 한층 아름다웠다. 팽팽한 긴장감이 있는 미
모가 쾌락에 녹아 에로틱한 표정으로 바뀌어 간다. 미간의 주름이 실룩실룩 흔
들리고 반쯤 열려 있는 상태인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절정감을 얼굴 가득하게
표현했다.
「가버려, 가버려요오-!」
 하얀 목을 뒤로 젖히며 목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더욱더 강하게 오규스트를
조여 댔다. 그것에 참지 못하고 오규스트도 백탁한 액체를 태내에 흘려 넣었
다.
「느껴요. 느껴져요오」
 로즈메리도 허리를 쑥 내밀어 그 방출을 맞아들이며 마지막 절정으로 치달아
갔다. 그리고 시야가 하얗게 희미해져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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