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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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17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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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

#1.생애 첫 해외 진출!


"으으으음.."

첫 비행기 탑승인지라 설렜던 마음도 잠시,몇시간의 좁은 좌석과의 싸움이 이어지자 나는 자연스레 잠에 빠져들
고 말았다.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지,한참이나 자던 나는 뻐근하게 저려오는 목과 허리의 통증에 잠에서 깨어
나야만 했다.

"응?"

문득 향긋한 냄새에 고개를 돌리니,유나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로 곤히 잠들어 있었다.그녀를 더욱더 신비롭
게 보이게 하는 은발의 머리칼과 긴 속눈썹으로 덮혀 있는 고이 감은 눈.하..이렇게 잘때는 이쁘기 만 한데...누
가 이 아이를 말괄량이인줄 상상이나 할수 있을까.

"아..."

문득 창쪽을 본 나는 요상 야릇한 기분이 들어왔다.난생 처음 하늘을 날아 타국으로 오게된 것이다.창밖은 어두
컴컴하기 그지 없었다.복도쪽 좌석인지라 자세하게 보이진 않았지만,시차의 신비로움을 비행기안에서 겪게 되니
참 기분이 묘하다.

고개를 돌리니,세라가 보인다.내 양옆에 유나와 노아가 붙어 앉아 있기 때문에,상대적으로 세라는 내 옆의옆자리
에 있는셈이 되었지만,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나는 대충 알수 있었다.각각 내 팔 하나씩을 부여잡고 잠든 두명과
는 달리,세라는 자는 것이 아닌 명상을 하고 있었다.

-세라는...왜 항상 저렇게 가만히 있는거지?-

-가만히 있는게 아니에요.명상하는 거죠.블랙나이트의 특징이라고 할수 있어요.저렇게 명상속에서 모의 전투,혹
은 대련을 하는 거래요.난 잘 모르지만...-

문득 세라가 명상중에 유나에게 귓속말로 물어봤던 때가 생각났다.확실히 세라는 다른둘에 비해서 극히 잠이 적
었다.많이 자봐야 세네시간 정도 잔다고 했다.으..아무리 신비의 종족 들이라지만,대단한 아이다.

"어...어라.."

문득 명상을 하고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이상한 기운에 흠칫했다.세라의 주변으로 무언
가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또렷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그것은 마치 불꽃이 춤을 추는 거 같기도 하고,넘실대
는 파도 같기도 하다.무언가 내 피부에 지릿하게 전해오는 차마 말로 할수 없는 촉감마져 느껴진다.

마나.....라는 건가?

나는 숨을 죽이고 세라를 바라보았다.눈을 감고 있는 그녀는 평온하게 앉아 있었지만,세라를 중심으로 무색의 기
운이 점점 몰려들었다가,사방으로 퍼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나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하고 삼켜버렸다.드디
어...드디어 느껴진다.처음 봤을때는 그저 신비한 아이들의 모습일 뿐이었지만,지금은 세라의 주변을 감돌고 있
는 마나가 느껴진다.그리고 그녀가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조차 조금씩조금씩 이미지화 되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성장하고 있는 걸까?

"잠시후면...착륙할 예정입니다.안전벨트 확인하시구요."

언제왔는지,케서린이 나에게 와서 싱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그녀의 말과 동시에 세라는 살짝 눈을 떴고,그녀의
주변에 응집된 마나의 기운이 단박에 사라져 버렸다.

천천히 세라의 눈이 떠진다.마나의 파동때문에 티나지 않을 정도로 은은하게 휘날리던 그녀의 까만 머릿결도 차
분하게 어깨로 안착했다.

"주인님?"

"아...으..응."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게 의아한 모양인지 세라가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불렀다.

"이제...곧 착륙할거야."

순간 기내가 조금씩 흔들린다.창밖으로 공항 활주로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고,요동치는 진동 덕분에 노아와
유나도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구우우우우웅...

하하하.신기하다.비행기에서 뜨는것보다는 못하지만,착륙하는 이 기분도 왠지 기분이 좋다.뭐....자가용 비행기
이긴 하지만,생애 처음으로 기내식이라는 것도 먹어보고,가장 신기한건 구청에 간적도 없는데 내 여권이 있다
는 거겠지만 말이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비행기가 땅에 닿은 듯한 느낌이 나에게도 들어왔다.흠흠.여기서 왠지 무서워하는 듯한 느
낌을 주면 안되지..암...큭!근데 비행기가 떨리니까 약간 무섭기도 한데...쩝.

"와와!도착이다 도착!~"

노아가 엉덩이를 들썩여가며 격하게 기뻐하는 모습과,연신 눈망울을 반짝 거리며 재잘대는 유나,그리고 침착하
게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세라의 모습이 보인다.

활주로에 안착한 비행기의 달리는 속도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하는가 싶더니,이내 기체는 더이상의 유동없이
완전히 정지했다.

"오랜비행동안 수고하셨습니다.밖에 사장님이 보내신 차량이 있을겁니다.내리고 나셔서의 수속은 모두 제가 처
리하도록 할테니 안내인의 안내에 따라 게이트를 빠져나가시면 됩니다."

흠...해외에 한번도 나가본적이 없는 나이지만,그래도 줏어 들은게 있다.입출국 수속은 꽤나 까다로울것이 분명
하거늘,나와 세명의 페어리들은 전혀 그런것의 제지없이 편하게 입출국을 하고 있구나.뭐..어찌보면 윌리엄스의
사회적 직위가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지만,나와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다행일지도 모른다.아참...그러고
보니 유나는 공간이동의 마법은 쓸수 없는걸까?

"유나야.너는 공간이동 마법은 못 써?"

"공간이동요?"

내 팔에 팔짱을 껴오던 유나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던 유나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저는 빙계쪽 밖에는...그리고 워프나 텔레포트를 할수 있는 페어리는 따로 있어요."

허...그렇구나.비록 판타지를 많이 읽지 않아 공부가 부족하긴 하지만,유나가 예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방대한
마법이라는 개념은 여러분야로 분할되어 페어리들에게 하나씩만 특화되도록 된 것이 맞기는 한가보다.

"안녕하십니까.한국의 유 준님이시죠?"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는,중년의 남자가 내게 공손히 인사를 했고,나역시 고개를 숙여 답했다.

"저는 대회의장까지의 안내를 맡은 윌리엄스 사장님의 집사입니다.이쪽으로..."

그는 내 뒤에 나란히 서 있는 세명의 아이들을 보고 인자하게 웃더니 게이트쪽으로 안내했다.내가 군말없이 그
를 따르자,아이들도 그제서야 조잘 거리며 내 옆으로 붙어 걸었다.단 한명,세라만이 조용히 뒤를 따르며 걷고
있었다.

허허..권력이란건 참 대단해.여타의 입국객과는 달리,나는 특별한 경로로 공항을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이거
뭐...마치 국빈이라도 된 기분일세.하지만 어리버리치는 모습을 보여봐야 좋을것 없으므로,나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걸어나갔다.

"타시죠.그리고 유나양의 짐은 이미 트렁크에 실어 두었습니다."

"와아!감사해요!"

유나는 신이나서 집사가 열어준 리무진에 폴짝하고 뛰어 들었다.뒷좌석이 무지막지하게 넓은 이 차...헐..나 이
거 영화에서 밖에 본적 없는데 말야.

"근데 있잖아...주인님 차보다 세배는 크다.그치 노아야."

"응응!"

큭...유나야...그런건 좀 혼자 생각하면 안되겠냐.그 차가 임마 그래뵈도 10년전에는 한국 자동차 시장계를 풍
미하던 차였어 임마!내가 좀 싸게 사느라 약간 구모델을 사서 그렇지...쩝!

지랄맞게 넓은 좌석탓에 나와 유나,그리고 세라와 노아 넷은 사이좋게 붙어서 갈 수 있었다.어차피 노아는 내
무릎위로 폴짝 주저앉았고,내 옆에는 오른쪽 옆에는 유나가 찰싹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한국과 차도와 운전석이 반대인,특이한 영국도로를 달리기시작하자, 유나와 노아도 창밖을 보며
정신없이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자신들이 있던 프로센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까지 한다.가만...니들...근데
이 세계로 오며 새롭게 창조된 아이들 아니야?그럼...프로센에 대한 기억도 없어야 하는거 아닌가?

"세라야."

"네?"

"너희들도...프로센 이란곳에 대한 기억이 있니?"

내 말에 세라의 표정이 조금은 어두워졌다.괜한것을 물어봤나 싶었을때,세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희는 무에서 유로 창조된 생명체라기 보다는...프로센에서의 기억과 상념들,그리고 마법력에 의해 이계로 재
창조된 존재입니다.물론 저희 페어리 한명한명은,프로센에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지요.하지만...필요한 기억
만을 남기고 모두 기억은 지워졌습니다."

아...역시나 괜히 물어본것만 같다.잔인하다. 아무리 그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처해서 어쩔수 없이 행한 궁여지
책이라 할지라도, 이 아이들은 프로센에서 잘 살고 있던 한명한명의 시민들이었다 라는 말이 아닌가.그 세계의
존속과 대를 잇기 위해, 이 아이들은 필요한 기억,그리고 각각의 마나 운용능력만을 남긴체,임의로 기억이 삭제
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오너들의 충실한 페어리가 되기 위해서....

"아..."

나도 모르게 세라의 차가운 손을 꼭 쥐어 주자,세라가 나를 보며 살짝 움찔한다.세라가...세라가 만약 여기서 태
어났다면,엄청난 사랑을 받았을 아이일 텐데....아마,블랙나이트 라는 살벌한 칭호도 없었을 것이고,무술을 익힐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왠지 모를 세라의 슬픔이 전달되어 오자,나는 나도 모르게 세라의 손을 꼭 쥐어주었고,
세라 역시힘주어 내 손을 잡았다.

천천히 자동차의 속도가 줄어드는 느낌이 나자,조용히 서로를 마주보고 있던 나와 세라는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와..."

크다...감탄사가 절로 나올정도로 큰 집이었다.전형적인 유럽의 저택을 보는듯한,엄청난 크기의 집이었다.비행기
보내주길래 타고,차보내주길래 타고...이렇게 온 길이었기에 영국의 어느 도시인지도 나는 알수 없었지만,영화에
서만 보던 고풍있는 저택과 그 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정원의 모습에 나는 그저 입을 쩍 벌렸다.

"한국의 유준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집사가 창문을 열고 인터폰을 향해 말하자,첨탑과도 같이 높은 철문이 키잉...하는 소리를 내며 활짝 열린다.

"도착했습니다.여기가 바로...대회의 장입니다."


#2.다른 오너와 페어리들과의 조우.



차에서 내려서도,실내에 들어가기 까지는 꽤나 걸어야만 했다.정말 더럽게 부자구나....그 윌리엄스라는 사람.

나는 극구 부인했지만,집사의 계속되는 권유에 어쩔수 없이 턱시도를 입어야만 했다.나는 점퍼에 청바지가 편하
다며 손사레를 쳤지만,윌리엄스란 사람이 친히 나를 위해 준비한 턱시도라고 계속 내 앞에 들이미는 바람에,나
는 연회장에 가기전에 차안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턱시도로 갈아입었다.페어리들은 상관없는건지,그녀들에게 옷을
권하진 않았다.하하.하긴 얘네들은 쌀가마니 걸쳐놔도 이쁜애들이니까 뭐...쩝!

마치 성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저택에 불빛이 가득했다.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유나는 그저 신이
나서는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느껴진다.비행기 안에서 세라의 마나를 느꼈던 것처럼,성안에서는 비교도 안될정도의 아우라가 느껴지고 있었
다.하하.제대로 오긴 왔나보다.마나를 느낀다는거..생각보다 그렇게 유쾌하진 않구나.클라리넷을 연주할때에 느
끼는 마나는 뭐랄까...내 몸의 일부분마냥 자연스럽지만,남의 마나를 느낀다는거 솔직히 그렇게 기분좋은 일이
아니었다.마치...내 침은 아무렇지 않아도 남의 침은 더러운 것처럼....비유가 좀 그런가?

끼이이익.

집사는 거대하게 까지 느껴지는 입구의 문을 열어주고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고,나를 비롯한 페어리들은 드디어
성내로 진입할수 있었다.

"마...많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려버렸다.엄청나게 넓은 저택 안에는 그야말로 연회장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규모였다.고급스
런 대형 샹드리에 밑으로 유럽풍의 파티음식들이 즐비했고,오너와 페어리들로 보이는 남녀들이 엄청나게 북적거
리고 있었다.

"당신도...오너군요?"

한창 얼이 빠져 있을 그 시점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 옆을 바라보자,금발의 미녀 한명이 손에 샴페인 잔을 들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허...참...거참...복장 야하네.

"아..예.한국에서 온 유 준이라고 합니다만."

"유..준씨?"

그녀는 살짝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음...왠지 저 미모를 보아하니,이 여자도 페어리인가?

"오너들 사이에서 유명한....한번에 셋을 가졌다는 그 분이군요.저는 미국에서 온 사라 케인이라고 합니다.피어
스의 오너이기도 하구요."

"아,...그러시군요...네?"

오...오너라고?저 여자가? 내가 큰 눈을 껌벅거리며 딜레마에 빠져있자,단정하게 턱시도를 입은,얼굴이 창백한
한명의 미남이 사라에게 다가온다.허...참..잘생겼네 짜식.

"주인님.협회장께서 부르십니다.가보시는 것이."

"알았어.먼저 들어가 있겠어?피어스."

"네...분부대로."

저...저 남자가 피어스로구나.그럼...남자 페어리 라는 이야기야?에이...거참 왠지 징그러운데.

"처음 오신 모양이시군요?"

"네...사실은...사라씨도 오너가 아닌 페어리인줄 알았습니다."

"호호호.재밌으시네요.아까 그 아이가...피어스 입니다.제 유일한 페어리지요."

"아..그렇군요.자..잘생겼네요."

내 얼빠진 대답에 사라는 입을 가리고 쿡쿡 거리며 웃었다.그녀에게서 왠지 예전 타이타닉 여주인공의 필이 살
짝 풍기기도 하는데? 아까 첫 소개를 할때 피어스의 오너라고 자신을 지칭한것도,페어리가 저 피어스 한명뿐이어
서 한말인 모양이다.그럼 나는 "세라 유나 노아의 오너입니다"라고 해야하는겨? 쓸대없는 생각에 빠져 있을때
사라가 살짝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먼저 실례할게요.대회의의 연회.충분히 즐기시길."

"아..예."

고풍스런 음악과 함께,짧은 인사를 나눈 사라는 아름다운 드레스 자락을 살짝 잡고 빨간 융단 카펫이 깔린 계단
으로 걸음을 돌린다.한참 뒤에 물러서 있던 피어스라는 미남자...아니 페어리는 나와 아이들을 살짝 훑어본후
자신의 주인인 사라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유나야.근데 저 피어스라는 페어리는 어떤 능력이 있는거야?"

내 말에 유나는 살짝 얼굴을 찡그린다.마치 불쾌한 것을 봤다는 듯한 꺼림직한 표정이었다.

"소환의 네크로맨서에요."

"네..네크로맨서?"

"네.한마디로 악령같은 존재죠."

으으으으윽!나는 순간 엄청난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진다.악..악령이라니..그런 살벌한 말을!

"악령이라는게 무슨 뜻이야?그리고 소환이라니?"

"네크로맨서 역시 어떤 의미로는 마법사의 범주에 들어가요.하지만,다루는 마나의 질이 다르죠.암흑의 마법이라
고도 불려요.제가 쓰는 마법에 비해,힘 자체가 월등히 높지만,순수한 마나의 힘을 다루지 않아요.그리고 소환
이라는건, 네크로맨서도 계열이 있는데,저 피어스라는 페어리는 흑마법 자체를 이용해서 이종족 들을 소환해 내
요...물론 강력한..."

연신 신나있던 유나도,내 질문에는 그래도 성실하게 답해주었다.흠...암흑의 마법이라.깔끔하게 생긴 저 미남자
에게는 조금 언벨런스 하기도 한데 말이지.

흠..그나저나,마치 사교회처럼 무리지어 다니며 어울리는 오너들과 페어리들 사이에 낄 자신이 없다.물론 굳이
끼고 싶거나 그런것은 아니지만,정보획득을 목적으로 온 이상,어느정도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를 해야하는데 말이
지.

사라의 경우는 예외인것도 같다.연회장내에 인원들을 자세히 보면,누가 오너이고 누가 페어리인지 확연히 구분이
갈수 있었다.당연히 이쁜 여자들은 대부분 페어리였고,나처럼 평범하거나 혹은 그 이하레벨의 외모를 지닌 남자
들은 오너겠지.걔중에는 4명정도나 되는 페어리들을 이끌고 다니는 오너도 몇몇 보인다.

"어라?저녀석..."

내가 갑자기 입을 열자,노아가 나를 멀뚱히 바라본다.턱시도를 멋드러 지게 입고 있지만...저자식....내가 처음
으로 봤던 다른 오너...J가 아닌가?

역시나 바늘가는 곳에 실가듯이 마유미와 또 한명의 페어리가 J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역시나 변태같은 자식.
페어리들은 다 아주 노출을 팍팍 시키는 의상을 입히고 있구만.붉은 머리칼의 적법사 마유미는 거의 벗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가슴을살짝 가리고,밑단이 짧은 붉은 드레스는 마치 업소에서 일하는 술집 아가씨 같
은 복장이었다.

"오오!한국의 유준씨로군요!"

한참을 아이들과 함께 멀뚱히 서서 분위기를 살피고 있을때,내 뒤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웅성웅성 대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조용해 지며 좌중의 시선이 나에게 한번에 꽂혀 버렸다.

"누구...신지요."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예전 내 인도자인 알버트와 거의 흡사한 외모의 중년남성이 사람좋은 미소를 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럽인 특유의 푸른눈동자,그리고 희끗희끗한 중후한 수염까지.연배에 비해 정장발이 멋드러
지는 한 사내가 서있다.

"유준씨를 초대한...윌리엄스 입니다."

"아...그렇군요.안녕하세요."

이 사람이 바로 윌리엄스 로구나.생각보다 나이가 있네.하기야...젊은 오너만 있으란 법은 없긴하지.근데...주
변사람들은 왜 날 보면서 저렇게 웅성대는거야?쳇.게다가 날 보며 피식 웃는 J라는녀석의 시선도 느껴진다.

"소문으로만 듣던 분을 실제로 뵈니 영광입니다."

"글쎄요.저는 별로 소문날 정도의 사람은 아닌거 같은데."

"무슨말씀을요.오너들 역사상 세장을 한번에 가진 오너는 없었지요.물론 나중에 한명씩 개화시켜서 많은 페어리
들을 가진 오너는 있지만,처음부터 그런식의 친화력과 가능성을 가진분은 없었답니다. 이쪽분이...블랙나이트인
세라 양이고...프로즌 레이디 유나양...그리고...정령들의 여왕인...노아양. 맞나요?"

아이들은 대답을 하지 않고 묵묵히 내 뒤에서 내 옷자락만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물론 유나와 노아만.하하.

"네.맞습니다.역시나 잘알고 계시네요."

"별말씀을요.이쪽으로 오시죠."

윌리엄스가 앞장서듯 걸었고,무리지어있던 사람들이 양옆으로 갈라진다.나와 아이들이 지나갈때에 한결같이 호기
심어린 시선이 꽂히니...거 참 부담스럽다.

"다시만났네...애송이."

J를 스쳐 지나갔을때 이죽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큿..역시 옷이 날개라는 말은 모두에게 성립되는 절대법
칙은 아닌 모양이군.턱시도를 차려입어도,여전히 넌 야비하게 보이니까.

옆에서 유나가 불끈하는게 보였지만,난 그녀를 손을 들어 제지하고는 무시하듯 그를 스쳐 지나가 버렸다.원래 악
플보다 무플이 더 타격이 있는법 아니겠어?하하하하.역시나 J란녀석의 똥씹은 표정이,앞에 있는 여인의 샴페인잔
에 희미하게 비춰온다.

"여기 앉으시죠.만나뵙고 싶었습니다."

"아..네."

나는 그가 안내하는 자리에 앉았고,아이들은 내 뒤에 시립하듯 섰다.하하.어린아이 같던 아이들이 오늘만은 되게
믿음직 스럽구나.나라는 그릇에 담기엔 아까운 아이들이지...암.

"너희들도 앉아."

세라는 한사코 거부했지만,내가 계속 권유하자 마지못해 원형 테이블의 한자리를 잡고 앉았고 이윽고 유나와 노
아 역시 내 옆으로 앉았다. 신기하게도 앉자마자 직원으로 보이는 몇몇이 우리의 테이블에 술과 음식들을 날라다
주었다.뭐...의외로 대식가(?)인 유나의 눈이 휘둥그레 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아양은...이것이 더 좋겠지요?"

윌리엄스의 말에 노아의 눈도 엄청나게 커진다.하하하하하! 그가 내민것은 바로 그저 딱 보기에도 최고급으로 보
이는 딸기쉐이크였다.

"감사합니다!"

그는 세라에게도 음식들을 권했지만,묵묵부답으로 응하는 세라의 태도에 살짝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다시
나에게로 돌렸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첫 참가라서 많이 경황이 없으실 텐데.."

"네..솔직히 조금 그렇군요.갑작스럽기도 해서."

"하하하.이거 죄송스럽습니다.사실은 이 연회는 영국시기준으로 1년의 가장 마지막날 행해 집니다만,여러 오너분
들의 요청으로 시간을 앞당기게 되었거든요.그래서 이렇게 서둘러서 초청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뇨.저역시.이곳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었으니까요."

"하하하.그러신가요,영광입니다.한잔 드시죠."

나는 그가 내민 샴페인잔에 건배를 하고는 살짝 맛을 음미했다.음....소주로 길들여진 싸구려 입맛이라 그런지
몰라도....뭔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그렇다고 여기 소주좀 섞어 달라고 하면 좀 없어 보이겠지?

"지금 오너들 사이에서는 유준씨가 관심의 대상이랍니다."

"제가요?왜죠?"

"그 이유는 수차례 들어보셨을텐데요."

그가 인자하게 웃고 있다.하하.맞다.나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세명이나 되는 페어리의 개화가 그들사이에서는 이
슈인 모양이다.쳇.난 관심받는거 별로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 말이지.

"아까 알고 싶은게 많다고 하셨는데....들어봐도 될까요?"

몇차례의 상투적인 말들이 오가고 나서,그가 온화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시간이 약간은 지나니 나만 멀뚱히 바
라보던 다른 오너들도 이내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글쎄요.이 파티의 목적이 궁금하군요."

내 말에 윌리엄스가 피식 웃었다.실없는 질문같지만,내말에는 회의를 빙자한 이 파티가 맘에 들지 않는 다는 뉘
앙스가 깃들어 있었다.뭐가 회의란 말인가.나는 적어도,나처럼 이종족의 침입에 대한 심각성을 논하려는 목적을
지닌 사람들이 많을줄만 알았다.하지만 그런것따위는 물론 잠깐 둘러 봤을 뿐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 파티장 내에
서는 절대 찾을수 없었다.그저 서로 자신의 페어리를 뽐내고 잘난척을 하는 부자들의 파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다.

"목적이라.파티는 대 회의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준씨도 아시겠지만,오너들도 강해져야만 하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지요.이 회의의 목적은,바로 그것에 대한 고찰의 연장선입니다.아직 회의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너무
극단적으로 평가하시는 것인거 같습니다."

흠..그래도 내가 말하려는 의도는 대충 파악한거 같군.하기사...저 연륜은 괜히 있는것이 아니겠지.

"그것은.두고 봐야할 일이지요."

"하하하.오늘밤은 전야제 입니다.본격적인 회의는 내일 이루어지지요.또 다른 궁금증은요?"

"궁금증이라...많지요.다른 오너분들역시 크룬들의 침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십니까?"

"하하하.질문마다 뼈가 있으시군요.물론입니다.때때로 오너라는 위치와 자격을 망각하고,사리사욕을 채우는 오
너분들도 있지요.허나,어느정도 마나에 대한 자각과 깨우침이 생긴 오너들은 늘상 크룬들의 출현에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주시라...그런것들이 어떻게 가능한가요?"

내 말에 살짝 웃은 윌리엄스는 아무말도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어라.."

긴장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세라는 물론,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던 유나도,행복한 표정으로 추가주문한 딸기
쉐이크를 먹고 있던 노아마져 일순간 윌리엄스를 바라본다.그의 주위로 강력한 무언가의 파동이 휘몰아 치기 시
작했기 때문이었다.

딸그랑.

손에 힘이 풀려버려서,나도 모르게 포크를 떨궈 버렸다.젠장...뭐야 이 불안감은.왜 내손이 이렇게 떨리는 거지?

우우우우웅...

세라가 무언가 행동을 취하려던 그 찰나,파공음과 함께 윌리엄스 주위에 형성된 마나는 급속히 사그러 들었고,
그의 표정역시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시겠습니까?"

뭘...안다는 거야.젠장.무서워 죽는줄 알았잖아 당신!

"이것이 바로 준이씨가 마나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제가 마나를 운용하는 순간 긴장하며 두려움을 느꼈던
그것. 차원의 문이 개방되고 크룬들이 온다면,아마 이것보다 몇배는 더 심한 마나의 파동이 일어나겠죠."

제길.쪽팔린다.이것이 바로 연륜있는 오너의 힘인가?그가 마나를 주위에 응집한거 하나만으로 페어리들은 물론이
고 나역시 엄청나게 긴장해 버린것이다.그가 말하고 싶은것은,크룬들이 이세계를 인지하고 넘어오게 되면,이것
보다 더한 마나의 파동이 있을거라는 이야기다.

"대답이 되셨는지요?"

"충분히."

나는 머쓱해 하며 포크를 다시 들어올렸고,윌리엄스는 연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아.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만."

"말씀하시죠."

"2차개화......라는게 도대체..."

바로 그때였다.가장 궁금한 그것을 물어보려는 그 찰나.테이블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나를 비롯한 착석하고 있던
인원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몰렸다.



#3.블랙나이트의 진수.


시선이 간 곳에는 한 남자가 서있다.이국적인 용모를 보니 서양인이다.역시나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나를 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그의 뒤에는 유나와 똑같은 은빛 머리칼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한명이 뒤따르
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유준..씨죠?"

"네..그렇습니다만.."

"오...버나드씨.무슨일로?"

윌리엄스가 그를 보며 방긋 웃었다.버나드라...그 역시 오너인 모양이로군.

"소문은 들었습니다.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만."

"부탁...이요?저에게?"

내 질문에 버나드라 불린 남자는 내 옆에 있는 세라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면...세라양에게 할 부탁이겠죠."

허..이건 뭐 자다가 형수님 다리긁는 소리냐.세라에게 부탁이라니?지명당한 세라역시 의아한 눈으로 버나드를
바라보았다.윌리엄스 만이 알거 같다는 희미한 미소를 띄운다.

"이쪽은.제 페어리인 크리스틴입니다.....실버...나이트죠."

뒤쪽에 서있던 크리스틴이라는 페어리가 살짝 고개를 숙인다.페어리로써의 성장이 모두 끝난듯,마유미같은 완벽
한 성인의 모습이었고,유나와 같은 은빛 머리칼속에서 푸른눈이 반짝이고 있다.실버나이트라는 말을 들은 그 순
간,세라의 표정역시 기묘하게 바뀌었다.

"그게...뭐 어쨌다는 거죠?"

내 질문에 버나드는 희미하게 웃었다.뭔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그 재수없는 미소에 얼굴이 찌푸려진다.

"블랙나이트 세라양과 크리스틴을 대련시키고 싶어서 그러는데.허락하시겠습니까?"

"뭐요?"

황당한 자식을 봤나.이봐.세라역시 성인의 모습을 거의 갖추긴 했지만,언뜻봐도 니 크리스틴이라는 실버나이트
가 훨씬 더 수련을 쌓은것처럼 보이는데?

"대회의에 종종있는 일입니다.대련을 통해서 강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윌리엄스가 덧붙여 설명을 해주었지만 왠지모르게 찝찝하다.쳇,저 녀석 표정이 상당히 재수없는데 말이야.

뭐라고 쏴 주려다가 문득 세라를 바라본 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크리스틴을 바라보는 세라의 눈빛에서는 엄청
난 승부욕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블랙나이트...기사 특유의 경쟁심리라는 도화선에 열정이라는 불이 붙어
버린것이다.

"상대가 안될확률이 높긴...하겠지만 말이죠."

버나드의 이죽거리는 말에 나도,세라도,그리고 지켜보던 노아와 유나까지도 움찔했다.하하..그런식으로 도발한다
이거로군.

"세라야.어때?"

"하겠습니다."

물어봐야 입아픈 질문이었다.세라는 당장이라도 크리스틴과 맞붙을 것처럼 사늘한 표정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
고 있었다.

"좋습니다.허락하죠."

물론 크리스틴이 더 강할수도 있다.며칠전만 하더라도,그런생각이 들었으면 난 세라에게 대련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허나 이것이 수련이 된다면,설령 패배한다 하더라도 좋은 약이 될수도 있다.며칠전 마유미와 대적했던
유나처럼 말이다.

게다가,버나드란 녀석의 표정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그저 블랙나이트란 페어리,그리고 한국에서 온 초짜 오너
를 기죽이고 싶어 안달난 표정을 짓밟고 싶은 충동이 들어온다.

"그럼..여긴 좁으니 저쪽에 있는 홀로 가시지요."

"홀?"

"네.원래는 댄스파티를 위한 자리이지만,저 만한 대련장은 사실 없지요.넓으니까요."

그의 말에,나를 비롯한 아이들과 버나드,크리스틴도 발길을 옮겼다.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는지,주변에 있던
페어리들과 오너들도 우리의 뒤를 따랐다.쳇...니들도 싸움구경이 재밌을거 같다...이거냐?

"유나야.근데 실버나이트가 뭐야?"

이동하며 나는 속삭이듯 유나에게 물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귓속말로 나에게 속삭였다.

"맨손을 쓰는 격투가가 실버나이트에요.마나를 장과 각의 형태로 방출하는...말그대로 무도가죠."

허...저 가냘픈 여자가 무도가라...하기야 뭐...정령의 여왕인 소녀도 있는데 뭘 하하.

유나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크리스틴이 무대 끝쪽에 섰다.아예 작정을 하고 온건지,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입고 있었다.나이트들은 다 그런건가?

"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

"세라야."

"네?"

외투를 벗고 나가려고 하던 세라가 나를 뒤돌아 본다.아름다운 눈망울에 가득찬 승부욕이 보인다.

"....사정 봐주지 말고...혼구녕을 내줘."

그녀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드리워지는가 싶더니,밝게 웃으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주위의 환호속에,실버나이트 크리스틴과 블랙나이트 세라는 서로를 마주보며 무대에 섰다.좌중은 흥미어린 시선
으로 대치해 있는 두명의 미녀를 바라보았다.

"적당히 해줘.크리스틴."

"알겠습니다."

크리스틴이라는 페어리의 시선역시,세라를 깔보는것만 같아 기분이 상했지만,정작 세라는 덤덤하게 크리스틴을
응시할 뿐이다.

"시작해도 되겠어?블랙나이트씨.하수의 입장을 먼저 물어야 하니까 말이야."

"얼마든지."

세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크리스틴의 몸주위로 마나의 파동이 몰아치는가 싶더니 푸른빛의 기운이 천천히
그녀의 양 주먹사이로 맴돌기 시작한다.이윽고 그 푸른 기운은 눈부신 은빛 기운으로 바뀌어 버렸다.마치 완벽하
게 강해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불안감이 들어와 마른침을 꿀꺽 삼켜버렸다.

세라역시 양 팔에 푸른 기운을 머금고 전투자세를 취했다.일촉측발.누군가의 발이 떨어지면 그것으로 큰 힘이 맞
붙게 되는 순간이었다.

"잠깐."

막 맞붙으려던 둘의 움직임이 멎었고,나를 비롯한 좌중의 시선이 윌리엄스에게 향했다.그는 살짝 웃으며 어디론
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건 정당한 대련이 될수 없지요.세라양은 블랙나이트잖아요.그렇지요?"

윌리엄스는 벽난로 쪽으로 걸어가더니,벽난로 위에 장식되어 있는 장신용 칼 하나를 스윽 빼들었다.그와 동시에
주변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세라양.이것을 사용하시죠."

세라는 팔의 기운을 거두고 윌리엄스가 내민 장식용 칼을 받아들었다.마치 펜싱용 검처럼 생긴,얇고 긴 은빛의
검이었고,손목부분을 감싸는 보호구까지 달려있었다.

"와아아..."

나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러버렸다.허나 나뿐만이 아니라 구경꾼들의 입에서도 마찬가지의 종류의 탄성이 나
오고 있다.

완벽했다.세라가 검을 쥐자, 형세는 완전히 달라졌다.전투에 무지한 나도 느껴진다.세라에게서는 바늘한땀만큼의
헛점조차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검주변을 은은하게 감싸는 푸른 검기가 세라와 어우러지자 소름이 돋을 만큼 아
름다웠다.

아..이제야 알거 같았다.유나와 세라가 처음 대련을 할때에,어째서 유나가 검이 없는 블랙나이트는 반쪽짜리라고
도발을 했는지를 말이다.맹세코 전의 세라보다 100배는 강해져 보이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크리스틴과 버나드의 표정은 일순간에 굳어버렸다.세라의 검끝에서 파바박 하고 스파크가 튀었다.그녀의
검끝에서 만들어진 검기가 바닥에 닿자 스파크가 일어난 것이었다.

"적당히 해줘.세라."

"알겠습니다."

아까의 복수로 내가 이죽거려 주자,세라 역시 여유있는 말로 받아주었다.크리스틴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며
이내 양손에 은빛 빛무리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준비가 되면 들어와도 좋아.실버나이트."

하하하.귀엽다.세라가 저런 도발을...그 도발은 완벽한 성공인 모양이다.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크리스틴
이 기합성과 함께 세라에게 뛰어 들었다.

아...찰나의 순간이지만 나는 보았다.세라가 여유롭게 웃고 있는 것을.그리고 세라의 검에는 믿을수 없을 정도의
검기가 일렁거린다.

파바밧!

눈이 부셔 눈을 감아 버리고 말았다.크리스틴의 우수에서 폭사된 은빛기운이 세라에게 폭사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억지로 눈을 떠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콰쾅!

요란한 폭발음이 울린다.크리스틴은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세걸음 물러났다.그녀의 손끝을 떠난 맹렬한 은빛
마나 덩어리.


세라는 한손으로 검을 살짝 휘두른 것만으로도,그것을 가볍게 튕겨내 버린 것이다.어안이 벙벙해져 버린 크리스
틴을 보며,세라는 검신을 위로 살짝 들어올려 자신의 얼굴앞에 수직으로 세우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내 차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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