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에디프스의 도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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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672회 작성일 17-02-1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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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프스의 도시
 
 

1.

(1-1)

거리의 모퉁이에 바람이 일었다.

누렇게 변한 플라타너스의 마른 잎이 바람에 부대끼며 바스락 바스락 마른 소리를 내면서 포석 위를 굴러 간다. 알 누보풍의 가로등에 기대어 유우는 그런 거리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유우가 태어나서 스무번째로 맞이하는 가을 이었다.

애당초 유우가 사계절의 의미를 정말로 실감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설명하라고 하면 할 수는 있다. 지구의 지축 기울기가 사계절의 변화 이유라고 컴퓨터 학습장치가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대붕괴> 이전의 일이고 유우가 사는 이 도시의 사계절은 도시의 전기능을 제어하고 있는 시티 컴퓨터에 의해 의도적으로 컨트롤 되어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투명하고 거대한 돔으로 뒤덮여 완전히 밀폐되어 있는 이 도시의 사계절은 지축의 기울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에디프스>라고 부르는 이 도시는 <대붕괴>의 시기에 폐허가 된 오래된 도시의 잔해 위에 건설되었다. 이 도시는 당시 사계절의 변화가 가장 미묘하고 섬세했다고 하던 온대지방의 해안에 위치해 있어서 <대붕괴>이전을 그리워했던 돔의 건설자들에 의해서 도시환경 제어프로그램 안에 사계절의 변화를 도입된 것이었다.

 

벌써 한달 이상 유우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세포조각 하나 하나에 거무스름한 피로가 아로 새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식욕도 나지 않았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잠자리에서는 악몽에 시달렸고 일어나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때가 더 많았다.

자기 방에서 혼자 컴퓨터 학습장치를 상대로 하는 공부에 도저히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태가 아니었다. 매주마다 통계 처리되어 보고되고 있는 유우의 성적은 요사이 몇주 급커브를 그리면서 떨어지고 있었다. 공부방의 디스플레이 스크린이 회색 바탕위에 오렌지색의 점멸 문자로 아래 내용을 알린 것은 어젯밤 일이었다.

---내일 <사이코 컨설턴트>를 방문할 것  <백은 의례>을 준비하기 위해---

 

각 가구마다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학습장치는 돔 도시의 모든 기능을 제어하고 있는 거대 시티 컴퓨터에 접속되어 그 관리 밑에 있었다. 즉 시티 컴퓨터는 같은 시간 몇 십만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우는 무의식중에 마른침을 삼켰다. 스크린에 점멸하고 있는 오렌지색 문자는 학습 프로그램에 의한 말단 터미널의 자동반응이 아니라 시티 컴퓨터의 중추가 직접 해당 당사자만을 대상으로 말을 걸고 있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시티 컴퓨터가 유우에게 직접 말을 건 것은 이번까지 3번째였다.

맨 처음은 <황금 의례> 직전이었다. 2번째는 3개월 전쯤으로 문자는

<사이코 컨설턴트>를 만날 것 」이라는 메시지였다.

에디프스의 시민으로 있는 한 성년이든 미성년자든 시티 컴퓨터의 지시는 절대적이었고 시티 컴퓨터가 말을 걸어 왔다고 하는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 되는 엄중한 타부였다. 타부를 깨뜨리려고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있을 리가 없었다고 해야만 할 것이다. 에디프스 시민은 거의 전부를 시티 컴퓨터에 의해 양육되었고 주어진 행동 규범양식도 무의식 중에 뇌 속에 심어졌다고 할 수 있다. 도시의 구석구석은 물론 시민의 개인 주거까지 섬세한 손길을 드리우고 있는 시티컴퓨터 터미널은 유아에게는 유일한 놀이기구 상대였고 취학연령 어린이에게는 유일한 교사이자 친구였다.

이렇게 해서 유우는 시티 컴퓨터가 지시한 대로 다운타운이 있는 도시 중심부까지 오게 된 것이다. 정말로는 내키지 않았다. 근래 3개월간의 정신의 혼란은 <사이코 컨설턴트>를 만난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도대체 이번에 일어나는 일은 뭘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녁무렵에는 <사이코 컨설턴트>를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의무였다.

 

유우가 살고 있는 곳은 오피스 타운이나 마켓 타운이 있는 시 중심부- 중추지구을 원형으로 감싸고 있는 주변지역의 동쪽에 있었다. 주변 지역은 유우가 살고 있는 이스트 에어리어 외에 북부, 서부, 남부의 세지역이 있을 터였지만 유우는 그 어느 곳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다른 지역과의 경계에는 수 킬로미터로 연이어져 높은 성벽 같은 석벽이 있었고 벽에는 출입구 비슷한 것 조차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과 지역을 가르고 있는 것은 단순히 높은 석벽 같은 물리적 장애물만은 아니었다. 벽의 저편은 즉 타부의 영역이었고 시티 컴퓨터에 의해 시민 개개인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심리적 장벽이야말로 벽의 저편을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게 하는 최대의 이유였다.

이스트 에어리어 전체는 공원처럼 되어 있었고 숲이랑 초원 그리고 사이사이 자리잡고 있는 호수 사이에는 수천세대가 입주 할 수 있는 초고층 주택이 수없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고층주택의 옥상에 올라 보아도 인접하고 있는 노스 에어리어나 사우스 에어리어를 엿볼 수는 없었다. 주변지역을 가로지르고 잇는 석벽은 그 이상으로 높이 솟아 있었다.

현실속에 실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석벽은 원래는 훨씬 낮은 것이고 일정 부분 이상은 시티 컴퓨터가 허공에 비추고 잇는 입체영상이 아닐까 하고 유우는 한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스트 에어리어의 건물과 건물사이는 지하에 거미줄처럼 자동차 도로가 달리고 있다. 도심의 중추지구에 가기 위해서는 고속 지하철을 이용해야만 했다. 일단 타면 30분 정도에 중추지구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즉 이 도시의 설계자는 모든 교통망을 지하 깊숙한 곳에 배치를 한 것이다. 지상에서는 그 누구라도 자신의 두 다리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대붕괴> 이전의 시기에 있었다고 하는 개인을 위한 이동수단은 이 도시에 존재하지 않았다.

도시의 생활을 지탱하는 발전소나 공장시설은 교통망 보다 더 깊숙한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 플랑크톤 배양공장도 식품가공공장과 함께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신록으로 넘쳐 흐르는 이스트 에어리어의 거의 중앙에 유우와 유우 어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대리석으로 된 거대한 집단 주택이 있었다.

유우의 세계에 학교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학습은 거의 각 가구마다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 학습장치가 담당했다. 정말로 어린아이였을 때는 다른 어린아이들과 집 밖에서 논 적도 있었지만 수년 전부터는 그런 일조차도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그 계기는 유우의 경우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황금의례>를 끝마쳤기 때문이었다.

<황금의례>를 끝낸 사춘기 소년은 대개 어머니와 둘만이 집안에 틀어박혀 생활하게끔 된다. 훨씬 깊고 깊은 부분에서부터 생활전반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게 된다.

오렌지색의 점멸문자가 맨 처음 컴퓨터 학습장치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것은 4년 전의 일이었다. 그 전날밤 유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몽정을 체험했었다. 꿈속에 나타나 유우의 치기어린 욕정을 부채질 한 아름다운 전라의 여성은 물론 유우의 어머니였다.

유우에게 동 세대의 여자 친구는 한 사람도 없었고 애당초 소녀들과 교제한다거나 서로가 알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었다. 그건 유우뿐만 아니라 이스트 에어리어에 사는 소년들 전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스트 에어리어 주민들은 모두 어머니와 아들만의 2인 모자가족이었고 예외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우가 사랑하고 있는 것은 어머니뿐이었고 어머니가 사랑하고 잇는 대상도 유우뿐이었다. 유우가 태어났을 때부터 모자는 버터보다도 더 진하고 농밀한 피의 어둠 속에 밀봉되어 있었고 애정을 방해할 만한 것은 그 무엇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성적으로 성숙한 유우가 꿈속에서 전라의 어머니를 보고 몽정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스트 에어리어의 다른 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유우는 어머니 이외에 어떤 성적인 대상도 떠올릴 수가 없게 길러진 것이다.

--- 너는 성장했다 <황금의례>는 오늘 밤이다.

자정까지 지시한대로 의식의 준비를 할 것---

디스플레이의 오렌지색의 점멸문자는 이렇게 고하고 있었다. 유우의 막연한 지식으로 성인이 되기 위한 최초의 통과 의례가 <황금의례>였다. <황금의례>를 끝마친 소년은 왼손가락에 골드 링을 끼우는 것이 허락된다. 어머니와 아들사이에 이루어지는 이 의식은 그 명칭이 말해주는 것처럼 감미로운 쾌락과 황홀감속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한밤중에 유우의 침실의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전날밤의 꿈이 실현되는 것처럼 아직 탄력있고 아름다운 전라의 어머니가 있었다. 머리는 뒤로 묶었고 얼굴에는 곱게 화장을 한 흔적이 있었다. 이 매혹적인 전라의 육체를 비추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비추고 있지 않은 디스플레이의 흐릿한 광채뿐이었다. 시티 컴퓨터가 나와 어머니를 보고 있구나 하고 유우는 생각했다.

지시 받은대로 역시 전라가 된 유우는 벌꿀을 손에 듬뿍 묻혀 말 없이 서있는 아스라이 백색으로 빛나고 있는 전라의 어머니의 나체의 유방, 복부, 엉덩이, 사타구니에 꼼꼼하게 발랐다. 그런 연후에 혀로 막 몸에 묻힌 꿀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부드럽게 핥아서 입안으로 넣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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