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반(反)영웅-(부재: 로얄 블러드) - #2 의심1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679회 작성일 17-02-10 10:55

본문

란셀롯은 꿈을 꾸었다.


악몽(惡夢)


그 꿈에서 그는 동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있었다.
이미 있었던 사건. 그가 배신을 당하던 날의 일의 재생이었다.

 

"아니. 그건 자업자득이었지."

 

그랬다. 그것은 자업자득이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동료라도 이용해먹는 것은 바로 란셀롯 자신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배신을 당했을 때도 침착할 수 있었다.
자신이 당한 일은 인과의 필연일 수도 있는 사건이었기에.

 

냉혹하게 자신의 살을 잘라낼 수 있어야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했던가?
적어도 그가 알고 있는 제왕학에서는 그랬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 주변의 모든 것을 이용했고 의심했다.

동료들을 하나의 장기말로 생각했다.

남들이 보기엔 뛰어난 용병술이라 생각했겠지만 적어도 그의 동료들은 란셀롯을 신뢰할 수 없었다.
언제 버려질 지 몰랐기 때문이다.

 

결국 일어난 파탄.
"붉은 매의 날개가 꺾여진 날" 이라고도 불리는 그 사건으로 인해 붉은 매군은 뿔뿔히 흩어졌다.
내부의 배신자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반란군은 그 힘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영리한 토끼는 도망갈 토굴을 아홉개나 만든다고 하던가?
남을 쉽게 믿지 않았기에 그는 예기치 못한 배신을 당했을 때에도 신속히 대응을 해나갔다.
안타깝게도 그 자신은 불행이 겹쳐 계획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잡혔지만, 그의 분신이라고 할만한 전력들은 도망보낼 수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지."

 

그들이 있는 한, 그는 언제고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었기에 그 어떠한 고통스러운 고문도 참아낼 수 있었다.
그것들은 그의 분신이자 생명이었고, 실질적으로도 그가 불지 않았기에 그것이 진짜 "생명줄이 되어서" 그의 생명을 구해주었다.

 

"으음..."

 

긴 악몽의 시간에서 란셀롯은 깨어났다.

 

"그 동안의 기억인가."

 

이제는 조금은 익숙한 풍경이 눈 안에 들어왔다.
변함없이 배신의 때부터 시작해 지하감옥에서 고문받던 시기를 다시금 꿈을 통해 꾸게 되자 란셀롯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잠에 들 때마다 지겹도록  꾸었던 악몽이었다.

 

"다만 이번 꿈은 구출되어지기까지의 기억이 추가되었군."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란셀롯은 벗어두었던 자신의 옷을 걸치고는 방을 나설 준비를 하였다.

 

"크윽~"

 

아직도 기나긴 감옥생활로 인해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만히 누워서 상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그의 성격에도  맞지 않았고, 겨우 누리게 된 신체의 자유도 아쉬웠다.

창을 통해 봤을 때, 이제 막 해가 저무려는 시기였다.

 

"어디 한번 나서볼까?"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정보가 전무했지만, 적어도 그곳에서 자신을 해할 사람을 없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기에 그는 각오를 다진 뒤 방을 나섰다.

 

"웅성, 웅성."

 

방을 나서자 복도로 보이는 통로가 보였으며 바로 플로어 밑 쪽에서 시끌벅적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란셀롯은 일단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이동을 하기로 했다.

 

"이곳은 저항군의 아지트인 건가?"

 

이미 붉은 매 군단을 꾸려본 적이 있는 란셀롯에게 그러한 웅성거림은 친숙했다.
마치 용병단들을 뒤섞어놓은 듯한 자유분방하고 어지러운 분위기.
제 아무리 군율을 엄히 세운다하더라도 저항군들은 전문적인 군인들이 아닌 민간인들과 사병들 그리고 용병들이 섞이기 때문에 그러한 분위기는 쉽게 고쳐지질 않았다.

란셀롯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서자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중앙홀이 보였고, 그 홀 안에는 각양각색의 장구류를 걸친 다양한 부류의 사내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술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이, 왕자님이다!"

 

란셀롯이 계단 근처까지 다가서자 그를 발견한 저항군 병사 하나가 근처의 동료에게 그 사실을 알렷다.

 

"어? 정말! 왕자님께서 깨어나셨다!!"

"오오! 진짜 왕자님이다!"

 

이미 저항군들은 란셀롯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음. 저들은?"

 

란셀롯 또한 저항군들 중에서 왠지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자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기억은 확실치 않지만 저들은 붉은 매의 단원들이 아니었나?"

 

아닌 게 아니라 저항군들 중에는 그가 붉은 매 군단을 운영할 당시 지급했던 갑주와 무기들로 무장한 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결국 피신했던 내 부하들도 섞인 저항군이란 이야기로군."

 

어쩌면 자신을 구해준 것이 자신의 옛 수하들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란셀롯은 약간이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웅성 웅성 웅성"

 

왕자를 발견해서 사방이 시끄러워지자 곧 일단의 무리가 황급히 홀을 가로질러 왕자를 향해 다가왔다.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오라버니."

 

역시 그를 향해 다가선 이들은 왕녀 일행이었다.

 

"음. 그동안 염려를 끼쳐서 미안하구나."

 

약간은 어색했지만 란셀롯은 자신의 여동생임이 분명한 아름다운 여인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였다.


"무엇보다...그 지옥같은 곳에서 구해줘서 고맙구나."

"아뇨. 뭘요. 아직 식사를 안 하셨다면 같이 하시겠어요? 때마침 저녁시간이기도 하고요."

 

그토록 날카롭고 야수같았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앞에서 정중히 예를 표하자 왕녀는 내심 놀랍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묘한 감정을 느꼈다.

 

"근데 뭘까? 이 순간 내 마음 속에 스친 요 이상한 느낌은?"

 

그건 정말 미묘한 느낌이었다.
정말 뭐랄까? 남이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의 생소한 느낌 같은 것이랄까?

 

"뭐지? 도대체 뭐가...?"

 

흔히 그녀가 이런 "직감"을 느낄 때는 뭔가가 잘못되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왕녀는 이내 자신의 느낌을 부정하였다.
그보다 그녀에겐 더욱 중요한 사안들이 산적해있었기 때문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