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번역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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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677회 작성일 17-02-1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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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양판소(……야)이므로 개념이 없고 명랑소설이므로 어이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막장입니다^^;;; 양판소의 깽판이 싫으신 분은 조용히 백스페이스로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에 언급되는 인물, 사건, 지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묘한 것이 보여도 신경쓰지 마세요. 깊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이 글은 양판소이니까요.

*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저에게 있을지도 모르나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양판소니까요.
 
 

[양판소]아버지처럼 되기 싫었어요

7話 시찰을 나가봅시다……저는 욕심쟁이입니다.



18.

아버지가 된 이후로는 모든 것이 행복해졌다. 물론 통신을 통해 들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에 팔불출같이 헤벌레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모습만 보면 아비로서는 당연히 그러려니 생각하겠지만.

“체통을 지키시지요.”

나의 행복한 마음을 시기하는 악의 세력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아니, 그러니까 카틀레아짱이 보기에는 우리 애들 너무 귀엽지 않아? 그렇지 않아?”

그러므로 악의 세력은 사랑스럽고도 순수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일소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웃는 얼굴로 그녀의 얼굴 가까이 통신구를 가져다대며 휴즈 중령처럼

따악.

“팔불출도 과하면 죄가 됩니다. 게다가 남의 이름에 이상한 말 붙이지 마세요. 그보다 들러붙지 마세요. 바보균이 옮습니다.”

그러나 악의 세력은 이미 뿌리깊이 박혀있었다. 나는 악의 세력의 행동대장의 주먹에 넉다운. 영웅의 아들이 악의 세력에 한방에 나가 떨어지다니. 아버지 보기에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할까.

“누가 악의 세력입니까! 저라고 황녀님들이 귀엽지 않을……아닙니다.”

오오, 부끄러워하고 있어! 저 냉혈녀 로트펠트 경이 부끄러워하고 있어! 이것이 바로 순수의 힘! 악은 순수 앞에 무릎을 꿇는구나!

“누가 냉혈녀입니까!”

아, 너무 놀렸나?

그녀가 새빨개진 얼굴로 문을 쾅 닫고는 나가버렸다.

“우리 따님들의 카와이하고도 큐트한 매력을 모르는 냉혈녀는 흥이다!”

슬쩍 찔려서 그렇게 진실 90%를 가미한 혼잣말을 중얼거려 보았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가기 전에 눈꼬리에 맺힌 눈물이 비쳤는데 내가 너무했나? 머리를 긁적이다가 소파에 온 몸을 묻고는 천장을 바라본다. 생각해보면 내 누이들보다는 못해도 그녀도 제법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이쑤시개로 상대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즉 말하자면 세상에 얼마 없는 강자. 따라서 그녀의 추종자는 많다. 남성들에게는 강하고 아름다운 여전사의 모습으로 비칠 것이고 여성들에게는 앞으로의 목표가 될 수 있는 사람.

그런 그녀를 울려버렸다.

“뭐, 그렇게 했다고 팬클럽이 나에게 달려들어봐야 소용은 없을테고.”

양심에는 찔리긴 하지만 문제는 없음.

“자자.”

설마하니 자고 있는 내 목에 칼침이야 놓겠어? 그런다고 해서 죽을 나도 아니지만. 잠을 자려고 해도 그 이쁜 우리 애기들이 눈에 선하니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양이나 세어볼까.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 마리. 양 다섯 마리……아니, 하나 더 있으니 여섯 마리. 양 일곱……뭐야 저 늑대는. 양 일곱……잡아먹지마! 줄어서 양 여섯 마리. 양 일곱 마리……세 마리가 도망갔으니 다시 네 마리…….’

양을 좀 많이 세어야 잠이 올 것 같다.

.

.

나는 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모빌에 손을 뻗으면서 노는 것을 보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 가을이긴 하지만 채광이 좋은 방 안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즐거웠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섯째 누나. 마를렌이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것을 보고서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에? 진?”

“누나. 아니 렌. 아이 가지고 싶지?”

“으응.”

아직 키가 작은 나라 그녀를 품안에 완전히 끌어안지는 못하지만 그녀는 반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누이들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을 안고 방 밖으로 물러나 주었다.

“아이, 만들자.”

“응.”

자리가 모자라 침상에 앉아있었던 터라 일은 쉬웠다.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돌린다. 새하얗게 드러난 목이 아찔하다고 생각하며 가만히 목에 입을 맞춘다.

“흐응. 간지러워.”

천천히 목에 혀를 대고 핥아올리자 꼬물꼬물 몸을 움직여 자세를 바로 하면서도 콧소리를 낸다. 이걸 향긋하다고 해야 할까. 여자의 냄새다. 턱까지 핥아올리다가 천천히 입술을 향해 혀로 핥아낸다. 어깨에 올리고 있던 손은 천천히 허리와 등으로 파고든다. 하지만 언제 입술을 향해 혀가 올지 알 수 없는 그녀는 내 손길을 느끼지 못한다. 귀를 향해 한 번 쓸어올리다가 살짝 귓불을 깨물고 다시 볼을 타고 입술을 향해 혀가 움직인다. 허리를 받치고 있던 손은 살짝 엉덩이를 향해 움직이고 다시 허벅지로 움직인다. 그래도 그녀는 느끼지 못한다. 아니, 느끼고 있어도 신경쓸 틈이 없겠지. 그녀의 붉은 입술에서는 가쁜 숨이, 가쁜 숨 때문에 가슴은 오르락내리락 한다. 등을 받치고 있던 손은 그대로다.

쪼옥.

붉은 입술을 탐내듯 한 번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곧 깊게 입을 맞춘다. 아직 새색시 같은 누이의 입속 이를 살짝 두드리며 노크하자 그녀는 이를 살짝 벌렸다. 그 사이를 파고들어 혀를 얽는다. 의도하지 않아도 서로의 타액은 섞이고 혀를 엮어 감미로운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면서 천천히 그녀를 눕힌다.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던 손은 천천히 치마 속으로 향한다. 눕히면서 자유로워진 손 하나로는 어깨를 만지다가 쇄골을 어루만지고 곧 가슴골로 향하게 한다. 아직도 입맞춤은 계속된다.

츠읍. 쪽.

입술을 떼고는 인중을, 코끝을 가볍게 쪼듯 입을 맞춘다. 살짝 들어올려진 다리 사이의 속옷 위를 가만히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볼록한 살이 느껴진다.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몸.

“그, 그만.”

순간 그녀의 손이 나를 잡는다. 긴장한 탓인지 손에 힘이 들어가있다. 몇 번이고 몸을 섞었지만 여전히 처녀처럼 긴장하는 렌 누나의 모습에 신선함을 느끼며 그녀의 가슴골을 향해 입술을 가져간다.

“괜찮아. 긴장하지 않아도 되잖아.”

혀로, 입술로 옷 위를 훑는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몸. 잔뜩 긴장한 것이 처녀같다. 밝은 방에서 관계를 가지려니 긴장한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슴 위에 손을 얹는다. 단단하게 몸을 싸고 있는 속옷이 느껴진다. 정말이지 언제나 매력적인 몸을 꽁꽁 싸매기만 한다니까.

“괜찮지 않습니다!”

그런데 마를렌 누나의 목소리가 어째 로트펠트 경 같구나. 생각하면서 눈을 떠 얼굴을 살핀다.

“…….”

“…….”

어둑한 방 안. 그곳에는 로트펠트 경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누워있었다. 살펴보니 흐트러진 평상복 차림. 그리고 내 손은 그녀의 가슴 위에 내 얼굴은 그녀의 가슴골 사이에 마지막으로 남은 내 손은 그녀의 속옷 위에 놓여있었다.

“…….”

“…….”

음, 그러니까. 마를렌 누나가 로트펠트 경……일리는 없고, 언제 밝기만 하던 방이 이렇게 어두워져있는 걸까.

“…….”

“…….”

그러니까 이 상황은 내가 리비도(다른 말로 하면 내 마음속의 짐승)를 이기지 못하고 로트펠트 경을 덮치고 있는 설정의 꿈인가?

“…….”

“…….”

그런 것치고는 내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라든지 탄력있는 몸은 거짓은 아닌 것 같다. 꿈일까 아닐까. 점점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 제발 그만 둬 주세요.”

“어라? 우네?”

알았다! 냉철하기 짝이 없는 로트펠트 경이 눈물을 흘릴 리가 없으니 이건 꿈이다. 꿈치고는 굉장히 리얼하긴 하지만.

“꿈이구나.”

“…….”

꿈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것치고는 어쩐지 입맞출 때부터 꼬물대는 혀가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고? 거기에……내 말에 얼굴이 살짝 굳어지는 걸 보면 또 로트펠트 경 같고. 하지만 아니겠지. 냉정하기 그지없는 로트펠트 경이 눈물을 흘리다니. 나의 망상력이여! 대단하구나! 망상만으로 세계의 섭리를 바꾸어버렸다!

물론 세계의 섭리란 로트펠트 경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흐음, 로트펠트 경은 척 노리스인가?

“흐음, 설마하지만 서큐버스는 아니겠지.”

서큐버스가 내 꿈을 침범하기는 힘들테니까 그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서큐버스라면 이런 식으로 소극적이지는 않을터. 그럼 이건 내 마음 속에 내재된 욕망? 내가 로트펠트 경을?

“아무래도 내가 로트펠트 경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가. 꿈에서 로트펠트 경을 덮치려고 하다니. 거 참. 일 년 가까이 마누라랑 떨어져 있었다지만 이건 좀.”

꿈이 아니라면 분명히 내 주변에 탐지마법을 설치해서 감시하고 있을, 물론 로트펠트 경을 믿지 못한다는 건 아니지만, 내 누이들. 즉 마누라들이 총출동해서 이 방으로 진입할 것이지만 총출동하지 않는 걸 보면 지금 내가 현실에서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으음……그렇다면.

“꿈이니까 상관없으려나.”

짜악!

꿈이라면 바람피워도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가슴 가리개의 끈을 풀려고 하자 즉각 내 뺨에 불꽃이 일었다. 어라. 꿈 아니었던가?

“꿈이니까 상관없는게 아니잖습니까앗!”

그리고 흘러내린 옷을 수습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면서 화를 내는 로트펠트 경의 모습을 보고는 망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

“어, 어디서부터 시작한 거지?”

저혈압이라 아침부터 제정신이 아닌 상황. 하지만 멍한 머리로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정리해보자면 나를 깨우러 온 로트펠트 경을 내가 잠결에 자리에 눕히고 이런저런 일을 벌였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비몽사몽간에 벌인 일이라지만 참, 한 사람의 인생을 그대로 꼬이게 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로트펠트경이 정신을 차리고 내 뺨을 때려 정신을 차리게 했지만 창졸지간에 일어난 일에 그녀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면 큰일이 날 뻔한 것이다.

“저……미안.”

“…….”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울고 있는 모습. 하긴 이 세계가 판타지의 세계라고 하더라도 아직은 중세. 정조관념이 강렬한 이곳에서는 나에게 당한 이런 일들도 거의 성폭행 수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춤을 추거나 할 때 손을 잡거나 몸을 가까이 하거나 하는 정도는 성폭행으로 치지 않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애무해버리면 성폭행이다.

물론 나야 비몽사몽간에 평소에 하던 일, 그러니까 누나들에게 하던 일을 했을 뿐이긴 하지만.

“아, 미안. 개에게 물린 셈 치라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남자로서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말을 꺼내버렸다. 물론 로트펠트 경의 생각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 안되면 누나들에게 어떻게든 설득해서 부인으로 맞아들이는 방법도.”

물론, 몇 번 죽을 위기를 넘겨야하겠지만. 불노불사라고 해도 살해당하는 것에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달래려고 하자 즉각 로트펠트 경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이런 말. 안색을 살피자 진심으로 무서운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 ‘카틀레야 엔리갈 로트펠트 인생 최고의 위기입니다. 으으윽.’이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걸 보면 그녀도 이 일을 난감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생각해보면 둘 사이의 비밀로 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도.

“저, 정말로 미안.”

“몰라요!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아아, 패닉 상태다. 소드마스터가 이렇게 공포에 패닉 상태로 빠지는 것을 보면 분명 누이들에 대한 공포가 도를 넘어섰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심각한 문제다.

‘우리에게는 별 문제는 없겠지만 전투경험이 없는 기사들이 패닉에 빠지면 큰일이지. 심마心魔에 들 수도 있는 거야. 그렇게 되면 큰일이지.’

큰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럴 경우의 대처법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수밖에 없어.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이기 때문에 남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다만 정신적으로 좀 더 굳건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로 해야 한다고 할까.’

라고 한다. 음, 대처방법이……방법이 없잖아!

“죽고 싶지 않아요.”

부들부들 떨면서 구석에 웅크리고 앉는 로트펠트 경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아파온다. 내 실수로 저 사람을 심마에 빠뜨리다니. 아무래도 일은 커진 것 같고 방법은 없다. 이럴 때 해결방법이란…….

내 속의 악마가 속삭인다.

‘훗, 네가 화를 내면 누이들이 어쩔 수 없을텐데?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려.’

이 녀석이.

‘109명이나 110명이나.’

그건 그렇지만.

악마가 검은 꼬리를 흔들면서 히죽이죽 웃는 모습을 보고 울컥하긴 했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다. 말 그대로 내 안의 악마가 속삭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기에는……. 나는 천사 쪽을 바라보면서 더 좋은 방법을 문의해본다. 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천사는 한숨을 쉬면서,

‘한 사람 죽일 일이 있습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저지르세요.’

이런 말을 해버렸다.

천사 너마저!

‘당신의 죄악은 잘 기록해두겠습니다만……당신이 심판을 받지는 못하겠네요. 대신 그 여성분이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해주시는 것이 최선이겠습니다.’

싱긋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천사를 망연히 할 말을 잊고 바라보자 쐐기를 박으려는 듯 이런 말을 했다.

‘당신도 아시잖아요?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그래, 다 내 잘못이다.

좌절하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몸을 일으킨다. 책임져주지.

19.

“죽고 싶지 않아요. 잘 못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풀린 현대에도 이런 일을 당하면 꼭지가 돌 정도로 화가 나겠지만 이렇게 심마에 빠질 정도로 충격에 빠지는 건 이 시대가 중세와 같은 엄격한 규칙으로 살아가는 때라는 반증이겠지.

물론 신도 때려잡을 우리 누이들에 대한 공포도 있겠지만.

“…….”

무슨 말로 운을 떼야 할까. 누나들을 떠올렸더니 나도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로트펠트경이 저렇게 벌벌 떠는 이유가 이해된다고나 할까.

‘사형! 무조건 사형!’

‘일단 노릇하게 굽는 걸로 시작할까.’

‘지하 제구전으로 가보자고.’

잠깐만! 왜 일본신사 지하로 들어가는 거냐! 왜 거기에 머리에 뿔 달린 소녀가 ‘죄송합니다.’만 외치고 있는 건데!

“전하. 끝까지 모시지 못함을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그 환상도 잠시, 자신의 배에 단검을 들이댄 로트펠트 경의 모습이 보였다. 질끈 감은 눈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저하고 있는 모습에 기겁하면서 달려든다.

“잠깐만!”

“전하, 부디 옥체를 보중…….”

내가 달려들기 전에 자결을 하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그럴 수는 없다!

――가속!

순간 제로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시각 정보 외의 모든 감각은 차단. 시각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한다. 현재 로트펠트 경의 손에 쥐어진 단검과 그녀의 몸 사이의 간격은 0.5cm. 힘이 들어간 팔로 보아서 4m를 움직이는 동안 몸에 칼날이 박힐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전속력으로 움직인다면 칼날이 박히기 전에 단검을 빼앗을 수 있다. START!

그녀와 단검의 사이 0.4cm

나와 그녀의 사이 3.6m!

좀 더!

그녀와 단검의 사이 0.3cm

나와 그녀의 사이 2.8m!

더 빨리!

그녀와 단검의 사이 0.2,cm

나와 그녀의 사이 1.2m!

좋아! 이대로!

그녀와 단검의 사이 0.1cm

나와 그녀의 사이 0m

어라?

“꺄아악!”

우당탕.

아, 실수. 단검을 뺏드는 대신에 몸을 날려버렸다. 소드마스터이니 크게 다치지는 않았겠지.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와 함께 날려 벽에 박혀버린 단검을 본다. 뭐, 좋은게 좋은 거라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변명해본다.

“아, 아파.”

“…….”

다행히도 칼날이 그녀의 몸에 상처를 입히지는 않은 모양이다. 다만 나와 충돌해서 날아간 덕분에 찰과상을 입은 것 같기는 하지만.

“아프잖아요!”

아,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벌떡 일어나서 화를 내는 그녀의 앞에 쭈그려 앉아서는 싱글벙글 웃는다. 다행이다.

“아프잖……어?”

“다행이네. 심마에서 벗어나서.”

공포는 증식해서 환상을 만들고 환상의 끔찍한 모습은 광기를 낳는다. 그녀의 심마는 대강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아픔 때문인지 벗어난 것 같지만. 그녀가 심마에 벗어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그녀의 볼에 난 상처를 쓰다듬는다.

“힐링Healing"

여자의 얼굴에 상처가 나면 안되겠지.

“저기, 그게…….”

“이제부터는 화를 내도 된다고. ‘감히 황태자에게 화를 내다니 내가 미쳤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황궁으로 들어가면 넌 110번째 황태자비다.”

“네엣?”

충동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이미 마음 먹은 것. 싱긋 웃으면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서는 나를 바라보다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눈을 감는다.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숨결이 거칠어지는 것으로 보아서는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기대에 부응해볼까.

“저, 전 이제 나이가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

“그런 건 상관없잖아? 내가 싫다고 하면 그만두지.”

“아, 아닙니다.”

그런 대화, 주저하는 그녀를 달래면서 옷을 벗기고 가슴 가리개를 벗겨낸다. 중력에 반발하는, 모양이 좋은 가슴이다. 하얀 속살을 훑듯 내려가다가 유두에 이른다. 이미 그녀는 바닥에 누워버린 상황. 나는 아기처럼 그녀의 가슴에 붙어 유두를 입 안 가득 머금고는 빨아본다. 여인의 체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화, 황태자 전하.”

“당신이라고 불러도 좋아. 아직 공론화되지 않았으니 밖에서는 조심해야겠지만.”

살짝살짝.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순간 움찔하는 그녀의 몸. 그리고 긴장한 탓에 굳어있던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빙긋 웃으며 몸을 돌려 그녀의 뒷목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자극에 민감하지는 않은 몸이라 간지럽다거나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는 정도로 몸을 떨 정도였지만 상관없다.

황궁에 가기 전까지는 내 손길에 자지러질 정도로 만들어줄테니까.

“저, 전하.”

“당신이라거나 자기라고 불러봐.”

내 손이 한 장 남은 천 위를 움직이자 그녀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바들바들 떠는 품이 마치 강아지같기도 하다. 따스하기도 하고. 그녀의 귓가에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천천히 애무한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내 몸 위로 그녀의 몸을 올린다. 그리고 살짝 그녀의 다리를 벌려 속옷 안으로 손을 밀어넣는다.

“흐읏, 아, 아침입니다.”

“괜찮아. 카틀레야가 날 깨우니까 남들은 들어오지 않아.”

굳게 닫힌 비소 위를 손으로 긁듯 비비면서 그녀의 몸을 조율한다. 쾌감이 다가오는지 그녀의 등에는 물기가 살짝 떠올랐다. 틀어올린 머리라 드러난 뒷목에 깊이 입을 맞추면서 그녀가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부드럽게 애무를 계속한다. 처음일테고 처음인 것 같으니 어디까지나 부드럽게. 물기가 배어나오기 시작한 비소를 주저하며 어루만진다. 그녀의 몸에서 솟는 땀이 조금씩 흥건해진다.

“흐……윽.”

입술을 깨물면서 신음 한 번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그녀를 옆으로 향한 자세를 취하게 눕힌다. 그녀의 다리가 꽉 다물어지려고 했지만 함께 누워서는 그녀의 다리 사이로 내 다리를 밀어넣은 다음 계속해서 애무한다. 새하얀 피부가 점점 상기되어가기 시작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부분이 있을 거야. 짜릿짜릿해지는 곳. 그런 곳이 있으면 신음을 흘려도 좋아.”

“흐으읏!”

그녀의 비소 바로 위. 쾌감을 부르는 버튼을 살짝 어루만지면서 이야기하자 그녀의 몸이 한 번 튕긴다. 비소에서 흘러나오는 물기가 조금 더 흥건해진다. 하지만 흐를 정도는 아니고 촉촉하게 젖을 정도.

“젖으면 곤란한데 말야.”

웃으면서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천조각을 벗긴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아래로, 나는 위로 자세를 바꾼다. 아직도 눈을 꼭 감고 가쁘게 숨을 쉬는 그녀의 가슴의 기복이 예쁘다. 아무래도 이 아가씨는 꾸미면 더 예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들이민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기 전에 갈라진 틈으로 혀를 들이밀어본다.

“보, 보지마세요!”

“괜찮아. 다 내 꺼니까. 내 것도 다 보여줄테니까 걱정하지마.”

내 숨결에 기겁하면서 내 머리를 꽉 잡았지만 개의치 않고 애무에 열중한다. 그녀의 몸이 떨리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한다. 정신이 없는 것인지 포기를 한 것인지 내 머리를 누르던 그녀의 손에서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준비는 완료.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느끼면서 그녀의 다리를 벌린다. 천천히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자 그녀는 무엇인가를 직감한 듯 눈을 꽉 닫고 두 손으로 이불을 꽉 쥔다. 귀엽잖아?

쪼옥.

입을 맞춘다. 그리고 살짝 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찌른다.

“?”

새빨갛게 변한, 몽롱한 얼굴로 영문을 몰라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건 내 약속. 다음은 황궁에 가서 하자고. 정식으로 인사를 하는 거야.”

그녀의 구불구불한 갈색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치면서 그런 말을 한다.

“첫날 밤 전에 그렇고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잖아?”

그 말에 얼굴이 더 새빨갛게 변하면서 그녀의 눈이 커진다. 그리고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안도일까 아니면 저도 모르게 흘러내린 것일까. 생각하면서 그녀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춘다. 경직되었던 몸이 풀리며 뜨거운 한숨이 밀려나온다.

“흐음.”

이때다. 그녀의 엉덩이를 들고서는 그대로 밀어넣는다.

“!”

저항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긴 격하게 몸을 움직이는 기사이니까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몸속 깊숙이까지 찔러넣었다.

“괜찮아?”

“……흐윽.”

어깨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씨근덕대는 것이 굉장히 화가 난 것 같다. 음, 이런 반응이라면……설마?

“#$#$^#^@#$!”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는 바락바락 외치는 모습이 굉장히 억울해하는 것 같다. 이걸로 봤을 때……음, 분명하다.

“첫날밤은 아니지만 오늘이 첫날인 거 몰랐었어?”

“캬아아앗!”

아, 황태자가 호위기사에게 얻어맞을 뻔 했다. 아니 이제는 마누라인가?

귀엽게 화를 내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내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내 목에 두 팔을 두르고는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점심이 될 때까지, 나는 그녀가 진심으로 나를 남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따듯하게 품어주었다.

20.

“화났어?”

“아닙니다.”

아니긴. 화났구만. 절대영도라고. 지금 당신 표정.

황태자를 깨우러 왔다가 험한 꼴을 당할 뻔한, 아니 당했나? 로트펠트 경은 한여름의 열기도 단숨에 얼릴 것 같은 표정으로 내 호위를 맡고 있다. 물론 나에게서 약 3m 떨어진 곳에서. 그 전에는 약 2m 떨어진 곳에 서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나를 경계한다는 이야기다. 그 정도 거리라면 내가 덤벼들어도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뭐, 1km 떨어져있어도 단숨에 제압할 자신은 있지만 말야.

“미안해. 화 풀라고.”

“화난게 아닙니다.”

아니, 당신이 화를 풀지 않으면 지금 저 앞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폴포츠 후작이 체할 것 같거든. 빙긋 웃으면서 표정으로 말해본다. 그래도 냉랭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못 알아들은 것 같다. 호위란 호위대상의 표정까지도 읽어야 하는 법이거늘! 함량미달이야! 나는 내 앞에 놓인 샐러드를 뒤적이면서 좌절해본다.

“커흠.”

보라고, 불편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런 험상궂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말도 못하고 있잖아. 다시 한 번 표정으로 이야기해본다. 하지만 역시 이 함량미달의 호위기사는 내 표정을 읽지 못하고 폴포츠 후작을 노려보고 있다.

“흐음, 잘 먹었습니다. 훌륭한 식사였소.”

“과찬이십니다. 황태자 전하.”

결국 나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그만두고 식사를 마친다. 대체 후식으로 뭐가 나올지 궁금하긴 했지만 이대로 있다간 이 나라에 다섯 밖에 없는 후작의 위에 구멍이 날 것 같아 이 자리를 뜨기로 마음먹는다.

“오늘 저녁에 봅시다.”

“네, 참석해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연회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자리를 뜬다. 그리고 돌아온 내 방.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부인.”

“부, 부인.”

냉랭하던 표정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붉어진 얼굴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꼬물꼬물 갑옷 아래의 옷깃을 잡으면서 다리를 꼰다.

“흘러내릴 것 같아?”

“부, 부끄러운 이야기 하지마세요!”

“씻어내자니까. 참.”

“하, 하지만.”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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