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환타지야[Fantasy夜]2부-R6"#9.D-day3"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2,241회 작성일 17-02-11 18:53

본문

<중령의 과거>
 
 

“각하! 오늘도 또 2호실이십니까?”


수행비서겸 보좌관을 역임하고 있는 미지로 중위가 도쿠까와 중령을 보며 걱정이 앞섰다.


“감히 내 일에 간섭을 하겠다는 것이냐?”


중령이 무섭게 호통을 치자 중위는 황망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수그렸다.

하지만 자신의 상관을 아끼는 마음은 꺾이지 아니했다.


“각하! 지금 비록 최대한 주의의 입단속을 시키고는 있지만 혹여 총사 각하의 귀에

괴소문이라도 들어가게 되면 그 감당을 어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순간 중령의 주먹이 불끈 쥐어지면서 가는 파동이 일어났다.

그는 대책을 물어오는 중위에게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묵묵히 돌아서며 사령실을 나갔다.

중위는 멀어져가는 중령의 발소리를 들으며 나직한 한탄을 터트렸다.


“각하....업고의 세월이 12년이나 흘렀나이다....힘들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견뎌온 세월을

무너뜨릴 겁니까? 부디 사소한 감정에 휩쓸려 대를 그르치지 마시옵소서!“


*

*


“오빠-!!”


쿵쾅쿵쾅~ 덥석!


가냘픈 체구에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난 것인지 아리따운 미인 하나가 방금 방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남자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속도도 늦추지 않고 덥석 안겨왔다.


“원 녀석도 참. 그렇게 뛰어서 오지 말래도 말을 안 듣는구나”

“싫어!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오빠한테 달려가는 것만큼은 절대 양보 못해!”

“후후, 이 오라비가 그렇게 좋더냐?”

“당근이지!! 세상에서 오빠가 제~일 좋은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여주까?”


당돌하게도 여자가 먼저 까치발을 짚고 서서 머리 하나가 더 위에 있는 남자의 입에 키스를

해왔다. 남자는 부드러운 입술이 닿자 키 차이로 자세가 불안한 여자에게 몸을 굽혀 주었고

때를 놓치지 않고 여자의 가느다란 팔이 남자의 목에, 남자는 여자의 허리에 둘러졌다.


“으읍...후음...쭈룹...”


서로의 입술을 달게 부드럽게 빨아주고 핥아갔다. 남자가 혀를 길게 내밀어 여자의 고른

치아를 건들자 곧 여자도 능숙하게 응수를 해왔다.

뱀처럼 서로의 혀들이 엉겨 붙어 진하디 진한 입맞춤에 취해갔다.

둘은 강하게 흡입하기 보다는 서로의 육질과 감촉을 음미하고 핥는데 주력을 하였다.

그녀가 그를 느끼듯 그가 그녀를 느끼듯 작은 혀 놀림에도 사랑이 담아내었고 담겨있었다.

상대의 혀를 간질이다 입안을 누비며 짓궂게 굴어보기도 하였다. 

  

키스는 남자의 성정처럼 뜨겁지는 않으나 깊이가 있었고, 황홀하지는 않지만 감미로웠다.

이미 키스정도는 그들에게 있어서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었다.


이윽고 서로의 침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이 떨어졌고 남자의 얼굴에서는 처음으로 미소란

것이 피어올랐다.

남자는 푸근한 웃음을 여자에게 지어주며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우리 윤수, 오늘은 심심치 않았느냐?”

“아웅! 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 오빠 언제 오나 눈이 빠져라 기다렸단 말이야.”

“그랬군. 이제부터 같이 오라비랑 놀자꾸나”

“아이~신난다~!”


정신지체뿐만 아니라 정신 연령도 지극히 낮아진 것 같았다.

남자, 즉 중령은 조금은 슬픈 눈으로 아이처럼 좋아라 하는 윤수가 그래서 더욱 눈에

아프게 들어온다.

가혹한 고문과 충격에 짓밟힌 꽃이라고는 하지만 윤수는 여전히 사내를 홀리고도 남을

성적 매력이 온몸에 넘쳐흘렀다.

커다란 가슴과 둔부의 여전히 살인적인 미염을 내뿜었고 간드러진 몸의 굴곡은

싱싱한 물고기 마냥 파닥파닥 중령의 품안에서 약동을 하였다.

고혹적인 미소가 아름다운 얼굴이 오늘따라 눈이 부셔왔다.


그런데 여자의 입에서는 그동안 한번도 ‘수현’이란 단어가 나오질 않고 있었다.

비록 처음부터 그가 겁을 주며 하지 말라 했지만 저렇게 자연스럽게 해내리라고는 중령,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여자의 입에서 다른 남자의 이름을 듣는 것만큼은

아무리 냉혹한 그라고 할지라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윤수가 정신을 차린 것은 아니었다.

가련한 그녀에게 자신은 아직까지 ‘수현’이 되어야만 했다.


몸은 이미 성인인데 하는 짓은 아이가 되어버린 여인.

그래서 더욱 지켜싶고 지켜야할 여인.

미치지 않고서는 질식사로 죽을 것만 같은 지옥의 한가운데서 중령은 뒤늦은 설렘이란 것을

만나게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이 여인과의 만남이 모두 좋지 못했고 어떻게 보면 지독한 악연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만 마주쳤다.

첫 만남은 윤수의 가족들이 포로로 끌려와 총사의 직관심문에 앞서 대기자실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그곳에서 윤수의 미모에 홀린 하급 병사 둘에게 강간을 당할 뻔 했었다.

딱 좆대가리가 윤수의 꽃잎에 꽂히기 직전에 나타나 우연치 않게 구해주게 되었고 그것이

첫 만남이었다.

그때 중령은 처음 만난 청년, 수현에게 총사의 물음에 가족이라 무조건 답하라고 그러면

살길이 있을 것이라는 귀한 조언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뒤로 그녀의 아버지란 인간 망나니에게 걸려 겁간을 당할 때가 두 번째 만남이었다.

세 번째는 성정이 극악무도한 그녀의 친오빠에게 걸려 성고문을 당할 때였다.


‘하아-! 지독하구나. 어찌 너와의 인연은 이리도 삭풍에 이는 마지막 잎새처럼 처절하고

극단적이란 말인가? 아직 하늘이 시샘할 만큼 사랑도 꽃피우지 않았거늘....‘


중령은 가만 돌이켜 보니 참으로 지독한 악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첫 만남처럼 두 번째도 죽음 직전까지 갔었는데 왜 그때 가련한 그녀를 외면시 했었을까?

조금만 손을 뻗어 도와주었더라면....

그랬다면 정말로 그랬다면 미친여자처럼 웃기만 하는 그녀의 흐릿한 눈동자 속 깊은 어둠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오빠! 이리와 내가 귀 파줄게.”

“어? 그래, 오늘은 내 귀가 호강을 하겠구나.”


윤수가 중령을 강제로 눕히고서 침대에 걸터앉아 면봉으로 중령의 귀속을 후비기 시작했다.


슥슥 푹!


깊숙이 밀봉을 넣고 후비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디를 잘못 찔렀는지 푹 하는 느낌과 함께

중령의 눈알이 왕방울 만해지고 숨넘어가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컥!!”

“어머-! 오빠 미안해....많이 아파?”

“하! 하하, 괜찮다. 계속 해다오”

“호호호, 알았어!”


사실 윤수의 귀를 파주는 솜씨는 아주 형편없었다. 형편없는데다 풍이 든 노인네처럼

손을 가늘게 떨어대는 약한 중풍 증세까지 앓고 있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윤수의 면봉질이 가끔 삐딱선을 탈 때마다 그 철혈군인 중령도 심장이 벌렁벌렁해졌다.


쓰읍...하,  쓰읍...하


귀가에 윤수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마다 민감한 귀가를 간질이는 따스한 숨결에 숨이 닿은 부위가 새빨갛게

붉어져 올랐다.

사근사근한 여인의 손길에 기분 좋은 감각이 전신에 고루 퍼져 나갔고 달콤한 숨결과

베고 누운 피부를 타고 윤수의 허벅지에서 전해오는 체온이 차갑기만 했던 응어리를

보듬어주었다.


‘몸이 나른해져 온다. 이것이 행복일까?’


중령은 잠시 귀 파는 일에만 매달린 윤수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조금씩 초점이 흐려지는 중령은 윤수의 얼굴 위로 겹쳐지는 누군가의 환상을 보게 되었다.

닮았다. 아니 정말로 붕어빵을 찍어낸 듯 거의 흡사하게 닮아 있었다.


‘하! 유정아-!! 큭!’


환상을 보며 과거 속 여인의 이름을 되뇌이며 쓴 신음을 삼키는 중령.

중령의 시선은 어느새 허공에 머무르며 기억 저편에 아직도 아프게 떠도는 편린들을 찾아

헤매기 시작하였다.


******


혈기 왕성한 갓 20대가 된 도쿠까와는 열혈 법학도 청년이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일본 황실의 중신 가문으로 대재학을 수없이 배출한 명문 가문이기도 하였다.

아버지의 소원에 따라 동경대 법학과에 진학해 메이지 유신부터 시작한

군국제도 하의 제국 헌법을 공부하며 위대한 법관의 꿈을 키우던 시절.

청년 도쿠까와는 우연히 시위대 앞을 지나다 그 곳에서 일본 순경들에 쫓겨 달아나는

조선인 무리들을 만나게 되었다.  


타타타타  삐삑! 삐~삑삑!


“걔 섰거라!!”

“저쪽으로 다섯 연놈들이 도망을 갔다! 가서 체포해와!”


사방에서 급박하게 뛰어다니는 발자국 소리들. 호각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난무하고,


쿵-! 퍽퍽퍽!


“으악-!”

  

“꺄악! 사, 살려주세요!”


두꺼운 철재 진압봉으로 거칠게 두들겨 패는 둔탁한 소리가 가슴 서늘하게 메아리쳤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여자든 남자든 닥치는 대로 걸려들면 처절한 응징이 가해졌고,

그때마다 가냘픈 여인의 비명과 굵은 남자들의 신음이 온 거리를 헤집어 놓았다.

청년 도쿠까와는 살벌한 진압 현장을 피해 어두운 골목 사이로 이동하고 집으로 가는

마지막 모서리를 돌 때였다.


차박차박 퍽-!


풀썩

  

“아야!”

“이 사람이 정말 눈을 어따 달고 다니....”


반대편에서 정신없이 내달리던 어떤 아가씨와 부딪치고 만 것이다.

몸집이 상대적으로 약한 아가씨가 달려오던 속도만큼 무섭게 뒤로 나둥그러지자 도쿠까와는

부딪친 이마를 매만지며 넘어진 아가씨에게 삿대질을 하려다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정신이

멍해져 버렸다.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그가 보아온 여자들은 전부 저 아가씨를 위한 향단이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뒤에서 순경들의 호각소리와 함께 묵직한 구두소리가 뒤따라 왔다.


삐~삑!! 


“저 쪽으로 갔다! 그 년은 반드시 잡아 족쳐야 한다!”


서늘한 응징의 소리에 두 남녀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

그제야 도쿠까와의 눈에 아가씨의 행색이 눈에 들어왔다.

아가씨는 그런대로 정갈하게 다려 입은 조선 한복 차림에 품에는 책보자기를 안고 있어

동경에서 대학을 다니는 조선인이란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조금씩 찢겨지고 묻은 핏자국들.

헝크러진 머리에 당혹해 하는 눈동자가 심하게 떨려오는 것이었다. 


“도, 도와주세요...흑흑, 제발....”

“내가 왜 도와야하지? 당신은 조선인이고 난 일본인이다! 나를 어떻게 믿고 네 몸을

의탁하겠다는 거지?“

“당신을 믿어요. 그런 선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것이 연인 신유정과 청년 도쿠가와의 첫 만남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