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겨울이야기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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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388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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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jakka )

겨울 이야기 제12화 08/26 18:41 347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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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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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12화 갑작스런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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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학력평가위원회 주체 전국 모의고사 성적순위-

학원앞 시험등수 게시판에는 아이들이 몰려 자기성적을 알아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1위는 291점을 받은 김하영.

"후와~ 또 일등!!!"

종범은 깜짝 놀란 얼굴로 게시판을 바라보다가 쥐고있던 성적표를 들어
보았다.형편없는 점수에 자신도 실망했는지 불만스럽게 성적표를 바라
보고 있었다.그런데 그때 바로 옆에서 현화가 장난스런 얼굴을 내밀었다.

"우와!! 대단한 점수네~ 종범 안녕?!"
"으아우와오~~!!!"

종범은 깜짝 놀라며 성적표를 뒤로 감추었다.현화와 대장이 손을 들며 인
사를 했다.

"여어~ 안녕~"
"하이~"
"으..으...웃.."
"뭐하고 있어? 이런곳에서!"
"아..아니 별로.."
"긴장해서 성적 발표 보고있던데..? 농담이겠지.? 그 성적으론...히힛.."

현화의 장난스런 말투에 종범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너는...어떤데?"
"쳇...내가 왜? 종범이에게 내 성적을 가르쳐 줄 이유가 없지!!!!"
"제멋대로 남의 성적을 보아놓고서 그런 말이 나와?!!!"
"본게 아니라 보였단 말이야!!!"

현화와 종범은 큰소리로 서로를 욱박질렀다.이런 둘을 대장이 불렀다.

"얘들아~ 그것보다 영화라도 보러가지 않을래? 좋은거 하고 있어. `어퓨
굿맨'이라는 건데 잭니콜슨도 나오고 탐크루즈도..데미무어도...어때?"
"대장이 보여주는거야?"
"아..아니 오늘은 각자 부담.."
"그럼 싫어!"

현화의 불퉁거리는말과 대장의 달래는 말을 들으며 종범은 머리를 긁적
였다.

"으그..꼬인다..맙소사..오늘도 또 어렵겠군.."

종범은 시끄러운 교실안에서도 열심히 영어 자습서를 펼쳐놓고 단어를
암기하고 있었다.

"horizon 지평선.....지평선....tax....tax...."
"쳇..소용없잖아? 조금 해보았자 그 성적으론?"

현화의 비웃는듯한 말투에 종범은 화가난듯 몸을 돌리며 책을 읽었다.그러
다가 문득 문가에서 교실안을 두리번 거리는 하영을 보았다.

"하영이! 왠일이야?!"
"아...."
"하영....건강은 괜찮은거야?!"
"응...그저 그래.."

종범은 급히 하영에게 다가갔다.

"어때? 공부는...?"
"아..그게...."

종범이 막 말을 하려는데 뒤에서 아이들의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누구야?! 그 미인은?!"
"하영이라고 했던가?"
"가만 있어봐...쟤...."
"모의 고사에서 톱을 차지한...??"

종범과 하영은 사람들의 눈총을 뒤로하며 교실을 빠져나왔다.

"무슨...볼일이라도...?"
"응..볼일이랄것...까지는 없지만..새로운 반에 익숙해졌나 싶어서..."
".....음.."
"건강해 보이네?"
"응...그저...."

하영의 말에 종범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공부는 잘 되가?"
"아..아니..당연히..."
"저....조금 걱정이 되어서 왔어..."
"응...?"
"저..때로는 영화도 좋지만,...."

하영이 막 말을 꺼내려 할때 종범은 뒤에 서있는 그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
었다.현화였다.현화는 팔장을 낀채 못마땅한 표정으로 둘을 보고 있었다.

"아...나는 그럼 갈께.."
"아! 하영...볼일이 있다고..."

막 뒤돌아서려는 하영을 종범이 부르자 하영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니..나중에 전화할께...큰일은 아니니까.."
"응...그래.....잘가.."

종범은 붉어진 얼굴로 하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현화가 못마땅한 표정
으로 종범을 쳐다보았다.

"왜 얼굴이 빨개지니?"
"왜..왜그래?"
"무슨 얘기했어?"
"특별한건..상관할바 아니잖아?"
"...."

종범이 뒤돌아서서 교실로 돌아가려 하자 현화가 아까 하영이 하던 말을
따라했다.

"건강해 보이네? 조금 걱정이 되서 왔지만...그럼 나중에..."
"야! 뭐야?! 엿듣는건 안좋은 취미야!!!"
"아아..들려왔단 말야.."
"거짓말!!"
"왜 흥분하니? 남이 들으면 곤란한 일이라도 있니?"
"아니...특별히 그런건 아니지만..."

종범의 말에 현화는 화가난듯 휙 뒤돌아섰다.

"그러면 됐잖아?! 왜 소리를 내고 그래?"
"......아..현화...."

종범이 막 현화를 부르려 할때 갑자기 주위로 남자아이들이 몰려왔다.

"야! 뭐야? 종범이!"
"지금 온 사람 김하영이지?"
"어떤 관계야?"

"아무 관계도 아니야.."

"또 얼머 부리고.,.."
"대단한 종범이야!"
"치사해!"

"으...으...아니야!!"

종범은 깊은 한숨을 지으며 교실로 돌아갔다.

"자.. 고전문학이란 같은 한국어가 아니야. 간단하면 좋을텐대..."
"....."

고문선생의 열강에도 불구하고 종범은 하영과의 일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왜 왔을까? 하영이...'

-그럼 나중에 전화 할께...-

하영이 하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종범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현화는 아주 못마땅하다는듯 종범을 째려보았다.

"쳇..기분 나빠서....왜 새침떼고 있니?"
"아니...별로..."
"......"

종범은 현화의 질문에도 여전히 딴청을 하며 즐거워 했다.이런 종범을
현화는 아주 불쾌하다는듯 쳐다보았다.수업이 끝나고 현화는 종범을
이끌고 명동거리로 향했다.

"이것봐! 뭐야 이건?!"
"짐꾼!!"

종범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잔뜩 현화가 산 옷들을 들며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왜..내가? 내가 짐꾼이 되어야 하지..?"
"음..시간이 있을것 같으니까..저것도.."
"이봐! 딴청하지마! 농담이 아니야! 난 중요한 약속이 있단 말이야!"

종범이 화난듯 소리치자 현화는 흘끔 종범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중요하니? 그녀로 부터의 전화가...?"
"....."
"연약한 여자한테..그런 무거운 짐을 들려서 돌려 보내고 싶을 만큼이나
큰일이야?!"
"저....누구 짐인데?!"

종범의 항변에도 아랑곳 않고 현화는 다시 언더웨어를 고르기 시작했다.

"아.. 이거 좋은데?!"
"또 살려구???"
"그래..화가 나기만 하면 충동구매를 해버린다니까.."
"뭐? 뭐가 그렇게 화나는데?"
"쳇..관계 없잖아!!!"

`관계 없는 사람에게 짐은 잔뜩 들려놓고서...'
종범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뒤돌아서있는 현화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현화는 곧바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아..들어와 들어와!"

`좋은 맨션이로군...'
종범은 방안을 두리번 거렸다.

"자..수고 했어!"
"아..아냐...나는 그럼 이걸로..."

`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하영이로부터 전화가...'
종범은 하영이에게서 전화오는것 못받을까봐 급했다.

"괜찮잖아? 조금정도는 있어도.."
"아니야..이미 늦었고 집식구에게도 폐가 되고..."
"아..그건 걱정마..아무도 없어. 나 혼자 살아..이집에.."
"힉?!"

종범은 현화의 말에 깜짝 놀라 떨리는 몸으로 문가로 향했다.
`여자..혼자..살고...지금은..둘뿐이라니....'

"빨리 들어와!!"
"아니야..역시..나 갈께..."
"이봐!"

현화가 손으로 종범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렇게 나랑 있는게 싫어?!"
"아...그게....그럼..잠깐.."

종범은 현화의 진지한 표정에 깜짝 놀라 방향을 바꾸어 거실로 향했다.
거실 탁자앞에서 종범과 현화는 캔맥주를 들이켰다.종범은 캔맥주를 들
이키면서도 자주 자주 시계를 쳐다보았다.
`아아..벌써 8시가 지났군...'

"그렇게 걱정이 되니?! 전화했을 까봐?!"
"아...아니..별로.."

현화의 말에 깜짝 놀란 종범은 엉겹결에 둘러댔지만 당황함이 얼굴 표정에
역력히 드러났다.

"그...애...지?"
"뭐...라구?"
"네가 좋아하는 아이말이야..그애지?"
"...!!!!"

종범은 깜짝 놀라 어쩔줄 몰라했다.

"난...으...그게.."
"다 알수 있어. 네 태도를 보면...."
"....아..."
"훗...미안한 말이지만 그 애하고 너는 어울리지 않아!"
"....."

종범은 현화의 말에 그녀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째려보았다.그러나 현화는
여전히 즐거운듯 아니면 놀리는듯 떠들어댔다.

"한쪽은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해서 모의고사는 늘 톱! 한쪽은 아직 가고
싶은 대학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어영 부영....역시 무리야!"
"치잇...남말 할수 있어....? 응? 그러는 너는 어때? 가고 싶은 대학말
이야!"
"헷..그건 비~밀!!"

그러자 종범은 꼬리를 물었다는듯 현화에게 소리쳤다.

"정해지지 않았지?!!! 그러니까 말 못하는 거지?! 그걸 뭐 대단한 것처럼
비밀 비밀 하고!! 쳇..난 돌아간다..갈거야!!"

종범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현화는 어쩔수 없다는듯 입을 열었다.

"고려대학이야.. 고려대학의 국문학과..."
"....!!! 고..고려대?!! 고려대라면 그 고려대? 국문과라면 그 국문과?!"
".....

종범의 놀란 표정에도 현화는 별 큰일 아니라는듯 계속 맥주캔만을 들이
켰다.

"대단 하잖아? 현화 너!"
"피..그렇지도 않아..두번이나 떨어졌는걸..."
"헤..아니야..그래도 두번이나........두...두번?!!!! 그..그럼 너 삼수
하고 있는 거니?! 그럼..나보다..한살 위....입니까?"
"뭐가 `입니까?'야? 새삼스럽게..."

종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삼수째구나.."
"네가 그런 얼굴할 필요 없잖아?! 미치겠군..."
"근데..."
"뭐...?"
"아니..두번이나 재수를 하면 얼마나 괴로울까 싶어서 말이야.."
"그만둬!!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잖아!!"
"미..미안했습니다.."
"그 존대말 집어 치울수 없어?!!!"

현화는 종범의 태도가 못마땅한듯 소리를 질렀다.종범은 잠시 말을 멈추
고 무언가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왜?"
"뭐가.."
"왜 두번씩이나 고려대를? 그것도 여자가..삼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

맥주캔을 들이키던 현화는 잠시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앞만을 바라보았다.

"같아....너랑......나도...좋아하는 사람이 있어..고려대에... 그래서..
나도 ... 싶었는데...역시 `고려대'인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어....."
".....그..그래.."

종범은 현화의 차분하고 고백적인 태도에 내심 당황하였다.그런데 그때
현화의 표정이 장난스럽게 뒤바뀌며 혀를 내밀어보였다.

"메롱~~~!!!"
"....?!!"
"아하하!! 어때?! 능숙했지? 네 흉내를 좀 내본것 뿐이야!"
"...으아..?!"
"감쪽같이 속았지?!!"

현화가 장난스럽게 웃자 종범은 분노한 표정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쾅!!!"
"아...왜그래? 무서운 얼굴을 하고...."
"이봐! 바보같은짓 하지마!! 기껏 염려스러워 하고 있었는데!!!"
".....미..미안..."

종범의 분노한 표정에 현화는 손가락으로 뺨을 긁적이며 사과했다.그런데
도 종범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듯 했다.현화는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

그래도 종범은 화가 풀리지 않은듯 다른곳만을 쳐다보았다.현화도 더이상
은 못참겠다는듯 종범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사과했다.

"미-안 하다고 했잖아!!"
"그래..이젠 됐어.."
"고마워..."
"...........!!!!!!!!!"

현화는 사과를 하면서 갑작스럽게 종범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한편 종범
의 집에 하영은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다.

-저...여보세요?!-
"저 매번 죄송합니다."
-어머 미안해요...아직 안들어왔어요..종범이..-
"아..그렇습니까...? 그럼..."

하영은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고 걱정스러운듯 한숨을 지었다.
`뭐하고 있는거지? 종범은...?'

그사이 종범은 너무놀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
고 현화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으으..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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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jakka )
겨울 이야기 제13화 08/28 14:45 256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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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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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13화 여자를 알고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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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오후.하늘은 온통 희고 뽀얀 구름들로 치장을 하고있었고 많은 연
인들은 서로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길거리를 지나치고 있었다.길거
리 한모퉁이에 자리잡은 레스토랑안에서 하영은 잡지를 펼쳐보며 그를 기
다리고 있었다.

"미안.미안~ 많이 기다렸어?!"
"아..여..기...?"

하영은 누군가의 말에 그인줄 알고는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다
가 그가 아닌것을 알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쥬스만을 쪽쪽 빨아 마셨
다.그리고는 흘끔 좌석옆의 거울을 보고는 머리치장을 다시해보았다.

"어이..."
"또..늦었...."

시계를 보던 하영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반갑게 그를 맞으려다가 잠시
머뭇거렸다.그의 얼굴이 새까맣게 타있는것이었다.

"아..미안 미안..어제 너무 많이마셔서...크흐.."
"........."
"왜그래? 응...?"
"왜그러다니...그쪽이야 말로...왜그래?"
"아..이거?"

그는 검게 탄 살갗을 보며 별거아니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일전에 써클 친구와 작은섬에 갔었거든..3일밖에 있지 않았는데....
이렇게 새까맣게 타버렸어.."
"크흐..."
"너는 전혀 타지 않았네? 하영?"
"쳇...당연하잖아! 재수생인걸..학원에만 있으니까..."
"아아..농담이야 농담!"

그는 시켜놓은 컵잔의 얼음들을 잠시 살펴보다가 컵잔을 내려놓고는 궁금
한듯 입을 열었다.

"어때 공부는?"
"아..뭐..그럭저럭... 지난번 모의고사에서 또 일등했다! 히.."
"호오... 그럼 괜찮을까?"
"뭐가?"
"여름 방학 있지? 어떻게 할래? 속초에 가자."

그의 밝은 표정에 하영은 힘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올해는 그냥 여기서.."
"그럼 좋아! 둘이서 어딘가 멀리 여행을 떠나는거야! 어때?!"
"뭐..뭐야?"
"써클 친구중에 제주 출신인 녀석이 있는데.. 그녀석 큰아버지가 호텔을
운영하신데...부탁하면 싸게 머무를수 있다고 했어.."
"안돼! 여름방학 특강이 있어!"

그의 제의에도 하영은 계속 냉정히 거절했다.

"괜찮잖아? 2박 3일정도면 말이야..."
"아아..안돼!"
"그러면...일박 이일..."
"치잇..안된대두! 제주까지 어떻게 일박이일에 갔다온단 말이야?! 어쨌든
올 일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더이상..."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만 해버리면 머리가 터지고 말거
야. 그러니까...."
"이렇게 기분전환 하고 있잖아!"

그는 턱을 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기분전환을 제주도에서.."
"아! 벌써 영화시작할시간이네?! 빨리~ 빨리가자!"
"........"

그는 하영이 즐거워서 레스토랑 나가는 모습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
았다.극장에선 한참 시티어브조이가 상영하고있었다.하영은 불만스러운듯
뒤따라 오던 그의 이름을 부르며 빨리 오라고 외쳤다.

"철규! 빨리 빨리. 이쪽이야! 이쪽."
"....휴...딴거...보지 않을래?"
"응?"
"자...봐..복잡하잖아.....평일에 느긋하게 보러오자.."
"그래도...기껏 왔는데......역시 보고싶어! 보자!"
"으휴...."

하영이 철규의 손을 이끌고 입구로 향하였다.

"아아..실은 이거 벌써 봤어! 지난주 서클 친구하고..."
"뭐어?! 정말?! 나하고 약속했었잖아!! 표까지 사두었는데...."
"아..미안..미안.."
"휴우..모처럼 잔뜩 기대했었는데......."
"하지만 어쩔수 없었어..나에게도 사교는 있으니까....."

철규의 미안하다는듯한 표정이 하영의 눈에들어왔다.

"나하고의 사교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말이야?!"
"누..누가 그렇다고 했어?!"
"휴우우...."

그래도 하영이 한숨을 내쉬며 실망스런 표정을 짓자 철규는 화난듯 하영이
들고있던 표를 낚아채어서는 입구로 향했다.

"쳇..알았어! 보면 될거 아냐! 보면!!"
"아아..잠깐..."

하영과 철규는 극장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이미 영화는 시작되고 있었고
철규는 아주 무의미한 표정으로 영화를 보고있었다.하영은 슬쩍 그의 표정
을 살피며 말을 꺼냈다.

"왜그래? 화났어..?"
"아니...."
"하지만..이영화 이상한데...너무 일방적이야..."
"그래?"
"저...나갈까? 표가 아깝지만..나가고 싶으면..."
"괜찮으니까..조용히 영화나 보자.."

철규는 무표정하게 영화를 보며 말했다.이런 철규때문에 하영은 아무말도
못한채 땅만을 내려다보았다.

종범은 주말이라 침대에 누워 어제의 일을 생각했다.현화가 자신의 입에
입맞춤을 한일...

"아..히힛...."

`어쩌지..도대체.. 현화 그녀석 어쩔셈이지? '
종범은 한참누워서 현화의 밝은 표정을 생각하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어머
니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범아! 어제까지 잘거니?! 일어나렴!! 아참..어제 김하영이라는 아이에
게서 몇번이나 전화가 왔었다!"
"아..그래요?!"

-띠르르르르...띠르르르르...-

막 대답을 하던 종범은 아랫층에서 울려오는 전화벨소리에 하영인가 싶어
서 급히 방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여보세요...응..."
"바꿔줘! 나지?!"

이미 동생이 수화기를 받아들고 있었고 종범은 자신을 가리키며 어서 바꿔
달라고 재촉했다.

"으아..알았다구..형..기다려..기다려....아..여보세요..."
-아~ 종범 잘있었어?! 나야!-
"네...?"
-현화야!!!-
"아..헤..."
-어제 키스해드렸던 임현화!!!-
"에....?!!!"

동생은 멍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종범을 쳐다보았다.

"누..누구야?!"
"이히힛! 어제 키스해드렸던 임현화!!!"
"으으윽!!!!"

종범은 동생의 말에 깜짝 놀라 수화기를 뺏아들었다.

"여보세요~ 응..나 종범이야....응? 지금....은 동생이였어! 바보! 목소리
가 틀리다구!! 왠일이야? 갑자기 전화를 다하고,......아니야..!! 시간
없어! 바쁘다니까!! 그럼 끊어!!"

종범은 당혹스런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가쁜숨을 내쉬었다.그순간
동생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흐흐흐...히히힛...히히히히히...히히힛...히히.."
"으...........아이구..골치야...."

종범은 동생이 사라질때까지 머리를 긁적이며 전화기 앞에 서있다가 문득
하영생각이 나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아무도 전화
를 받지 않았다.오랫동안...

"뭔가...변했어...."
"변했다니..?"

밤이 되어 분식점에서 음료를 마시던 철규는 하영의 말에 무슨소리냐는듯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
"뭐야?! 어디가 말이야?!"
"음..무언가..오늘은...차가워..."
"....너 지금 무슨말 하는거야?!"
"....."
"아참...그것보다 정말 안되는거야?!"
"뭐가.....?"
"아까 이야기...."

철규가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말을꺼내자 하영은 무슨소리냐는듯 되물었
다.

"아까라니?"
"제..주도 말이야..."
"안돼!"
"그치만...모처럼 여름방학이고...게다가..."
"수험생에게 여름은 없어!!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하기 특강도 있어..
그렇게 놀틈이 전혀 없어!"
"...."

하영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철규는 아무말없이 다시 음료를 들이켰다.

"왜..왜그래? 갑자기..그런 얼굴을 하고..."
"......"
"철규......"

철규는 잠시 음료의 거품을 보다가 낮은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너는.....그렇게 공부가 좋으니? 공부와 나와...어느쪽이 더 좋은거지?!"
"아...그..그런....."
"......."

철규의 말에 하영은 잠시 당황하는듯 어리둥절해하다가 손가락을 꼬며 되
물었다.

"뭘..위해서 열심히한다고 생각해?"
"뭘..위해서....뭘위해서?"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야! 철규하고..철규하고 함께 서울대에 있고 싶
어서 말이야!"
"....나에게 하는 말이야?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철규.....'
철규의 말에 하영은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만 보았다.
그와 헤어진후 하영은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침대에 던지며 힘없이 주저앉
았다.

"아........바보...."

하영은 철규의 불만스런 표정을 떠올렸다.

-띠리리리리리.....띠리리리리...-

하영은 갑자기 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잠시간의 생각을 접고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네...여보세요?"
-저..조종범입니다만...아..하영? 어제없어서 미안..오늘 몇번이나 걸었
는데....-
"아...미안..외출했었어.."
-아...무슨 급한일인가..싶어서...-
"응..대단한건 아니지만..공부..잘하고 있니?"
-윽...아니...하하하..(당황);-
"착실히 하지 않으면...안돼..학원 빼먹고 영화나 보러다니면..."
-안돼!! 흐...-
"착실히 하지 않으면 안돼..자기를 위한 일인걸...자..그럼 나중에..."
-응...안녕~-

하영은 수화기를 내려놓고서는 침대에 등을기댄채 잠시 천정을 보며 아까
의 일을 생각했다.철규의 말....

`나를....위해서인가.......? 아..알고있어...그런건 알고 있지만...'

하영은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었다.방은 어두웠고 하영은 계속
소리죽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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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시겠습니까? (Y/n) >>

김준혁 (jakka )
겨울 이야기 제14화 08/30 15:33 353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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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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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14화 즐겁지 않아요! 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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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침 지하철 열차는 언제나 그렇듯이 노량진을 향해 지겨운 덜컹 소
리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재수좋게 자리를 잡은 종범은 흘끔 창밖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오늘도 찜통 더위겠는걸...?'

"글쎄 맡겨 두라니까~ 선배가 여름 방학동안에 거기에서 아르바이트 한
데!"
"그래?! 그럼 좋아!"

앞에서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두 여학생을 보며 종범은 잠시 다른
상상의 나래로 빠져들었다.
`맞아...벌써 여름방학이지......나도 대학에 붙었다면 지금쯤은...가지
대학이라도....'

종범은 아름다운 여자와 테니스를 즐기는 상상을 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처지가 생각났는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우우....."
"휴우우우우..."
"....?"

종범은 옆에서 들려오는 자신보다 더 심한 한숨소리에 슬깃 눈길을 돌려
보았다.거기에는 한 중년의 남자가 힘없는 표정으로 한숨만을 내쉬고 있
었다.
`뭐야...? 이사람은 아침부터 상당히 어둡군...'

"휴우우우...."
"휴우우우...."

종범과 남자는 같이 한숨을 쉬다가 서로를 인식하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
으며 인사를 했다.종범은 노량진에서 내려 하기특강이 시작되는 수업실
을 향했다.수업이 시작되고 종범은 노트를 펴놓고 열심히 수업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좋습니까?! 오늘부터 하기 특강이 승부를 가름합니다!! 하기 특강이라고
해도 수험생에게는 여름은 없습니다! 있는것은 봄뿐입니다! 봄에 웃기
위해서 지금은 웁시다!!"
"아아..선생님~ 그부분은 잘 알겠으니 빨리 수업이나 진행해 주시죠!"
"에..? 에...아..그럼 다음문제로..가겠습니다.."

한아이의 말에 선생은 당황한듯 칠판에 필기를 시작했고 아이들의 키득 거
리는 웃음소리가 교실안을 휘저었다.종범은 열심히 노트에 필기를 하다가
옆에서 크게 입을 벌려 하품을 하는 현화를 쳐다보았다.
`으아..하기 특강까지도 현화랑 함께라니...'

"무슨 인연일까...?"
"뭐라구?!"
"아..아니.....그냥..기껏 하기특강 왔으면 노트정도는 갖고 왔어야지..."

그러자 현화는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는듯 다시 패션잡지를 들여다 보았
다.

"쳇..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무슨 노트필기가 필요해?!"
"......야! 너!"

종범이 막 무슨말을 하려고 가까이 다가서자 현화는 얼굴을 종범쪽으로
휙 돌렸다.

"어? 왜 가까이 다가와? 또 키스하고 싶어???"
"으윽...제..젠장..하...하.."
"히힛..."

종범은 현화말에 대꾸도 못한채 당혹스런 표정으로 노트필기를 계속했다.
`하긴...현화 말대로 노트필기를 해도 반은 모르겠군....그치만 필기
하는 수 밖에....없잖아...'

"스스슥...슥슥.."
"노트 필기좀 조용히 할수 없어?!"
"............윽..."

한참 노트필기를 하던 종범은 선생의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이 대부분 일어
나서 교실밖으로 빠져나가는것을 보았다.

"왜 그러지? 갑자기 사람이 줄어드네?!"
"다음은..영문법의 구제호선생이라 그래...시시한 수업으로 유명하거든?"
"뭐...?! 괘..괜찮아..노트필기만 하면 되지..뭐.."

막 종범과 현화가 이야기를 나누고있을때 학원 강사가 문을 드르륵 열고
교실안으로 들어섰다.

"어.....? 아앗!!!"

종범은 강사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아까 열차안에서의 그.........

"왜그래?"
"으아..아니야...히야..저 아저씨가 강사라니..."
"음...?"

현화와 종범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동안 강사는 들리는둥 마는등 인사
를 하며 곧바로 수업에 들어갔다.

"에....그러니까..이 경우...이 it이하는.......가 되겠지요.."
"으아..하아품...정말 시시하다.."

종범이 크게 입을 벌려 하품을 하자 현화가 슬적 말을 건냈다.

"하품하지 말고 착실히 필기해 둬야하는거아니야?"
"...음..쳇...자기는..."

`하지만 정말 별볼일 없는 수업이군..이거 선택하기를 잘못했어..'
종범은 노트필기를 관두고 손으로 턱을괴며 한숨을 지었다.

"이것봐. 멍청히 있지 말고 노트 필기 하라니까!!"
"그래도..쳇..시시해.."

현화가 잡지를 돌돌말아 종범의 머리를 툭툭 치자 그제서야 종범은 필기를
다시 시작했지만 그래도 역시 시시한듯 연신 하품을 해댔다.
`정말...확실히!!! 필기하는 내용을 전혀 모르겠단 말이야..'
기 생맥주 네잔하고 감자튀김과 셀러드요~"
"으아악~ 그만.."
"좋아요~ 좋아~"

종범의 비명이 울려퍼지며 저녁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글나래 학원의 복도.학원강사는 이마를 만지며 수업에 들어
가기 위해 교실로 향했다.
`어제는 너무 과음을 했군...'

"음...?"

교실안으로 들어서던 강사는 문득 교탁위에 올려진 세잔의 캔맥주를 보고
다시 바로앞에서 밝은웃음을 지으며 앉아있는 대장과 현화 그리고 종범을
보았다.강사는 힘이난듯 활기찬 목소리로 시작을 하였다.

"자..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관계 대명사' 페이지 20부터입니다."

그러나 결국 강사의 수업은 예전과 다름이 없었다.그리고 종범도...

"좀더 깨끗이 쓸수 없어?"
"으..난 그게 안돼.."
"........ZZZZZZZZ"

현화와 종범과 대장의 모습..... 이렇게 여름특강은 언제나와 같은 방식
으로 진행되었다.또 떨어지려고..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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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시겠습니까? (Y/n) >>

김준혁 (jakka )
겨울 이야기 제15화 09/04 16:55 334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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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WINT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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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原 秀 측 HARA HIDENORI
각 색 김 준 혁 제 15화 뜻밖의 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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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
"...."

현화는 아침부터 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깼는지 이불속에서 손을 내
밀어 전화수화기를 집어들었다.

-현화니? 엄마다!!-
"윽...."

현화는 `어머니'라는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귀찮은듯 전화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걸려온 전화를 끊었다.잠시후 또다시 전화벨 소리가 울려왔다.

-띠리리리리...-
"으....."
-띠리리리리리...-
"......;"
-띠리리리리리...-
"........"
-띠리리리리리...-
"으아..미치겠네!!"

현화는 이불을 들추고는 전화수화기를 집어들며 불퉁거렸다.

"뭐야? 엄마..이렇게 일찍.."
-벌써 8시다! 어서 일어나라.!-
"에?"
-너 열심히 하고 있는거겠지?!-
"뭘?"
-뭐라니! 이번에야 말로 합격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2번씩이나 재수
한다고 아버지도 걱정이신데... 네 오빠도 언니도 재수하는일 없이 고려
대에 들어갔는데 너는 왜....-
"으아..네...네! 알았습니다! 알았다구요!! 노력하겠습니다.열심히 할께요
열심히 할테니까 송금이나 해줘요! 잔고가 없다구요! 으이구.."

현화는 말을 마치자 마자 전화를 끊었다.그리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침대에
서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으아..시끄러워서..."

현화가 냉장고를 열자 안에는 텅 빈 공간이 대부분을 차지한채 캔 몇개만
이 널려있었다.현화는 포카리 스웨트를 집어들고는 다시 탁자로 와서 풀썩
주저앉았다.그리고는 캔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먹지않은채 캔만을 바라보다
가 한숨을 지었다.그리고 지저분한 방 곳곳을 보며 중얼거렸다.

"후우...내가 보아도 이건 심한데...?"

현화는 흘낏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

다시 따가운 햇볓이 들어오는 창문쪽을 돌아보았다.

"휴...오늘도 덥겠군... 쉴까? 지금 가봐도 지각이겠고... 청소도 해야되
고.... 세탁물도 쌓여있고...무엇보다도 더워서....정말 지겹군.."

현화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리다가 문득 열심히 공부를 하고있는 종범
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샤워실로 향했다.

"으음....역시 2교시째 부터라도 들어가 보아야겠는걸...."

샤워를 끝낸 현화는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며 다른 한손으론 이빨을 닦았다
그러다가 칫솔을 입에 물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을 손가락으로 하나 하나
짚으며 말했다.

"어.느.걸.로.할.까.요.알.아.맞.춰.보.세.요.딩.동.댕..아! 이걸로..."

그날도 글나래 학원 사립반에서는 몇몇 아이들만이 쉬는시간을 이용해 떠
들고 있었다.현화는 들어서자마자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여어~ 나다."
"어? 웬일이야? 현화가..."
"상당히 여유있네..?"

현화는 교실안을 둘러보다가 다시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머. 종범이는?"
"아까..대장하고 나갔는데 다방에 갔나? 녀석..."
"뭐..? 기껏 내가 왔는데..나만 빼놓고..."

현화는 다시 교실안을 둘러보다가 실망한듯 밖으로 나갔다.복도 좌측으로
펼쳐진 자습실에는 여느때와같이 아이들이 침묵을 지킨채 열심히 책과 씨
름 중이었다.

"....모두 열심이군..."

현화는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창가끝에 혼자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하영을 찾아내고는 잠시 종범의 말을 떠올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때문에..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쳇.."

현화는 수학문제를 풀지못하고 끙끙 거리는 하영의 옆으로 다가가 손가락
으로 문제풀이부분을 가리켰다.

"거기의 값어치가 틀려있는거 아냐?"
"응...? 아..그런가?"

하영은 놀란 표정으로 현화를 쳐다보았다.

"고..고마워... 종범이하고 같은 반의....이름이?"
"음..? 나는 너 알고있는데..김하영. 맞지?! "
"으응....;"

하영은 현화의 싱긋 웃는 얼굴을 살피다가 말을 꺼냈다.

"뭐가..이상한거라도 있어...?"
"아..? 아..아니야.."

하영은 다시 노트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오늘은..같이 있지 않네?"
"응...?"
"종범이 하고,..."
"아... 그녀석 어딘가로 땡땡이 치고있어서..."
"땡땡이!!!!!!!!!!!!!!!!!!!??"

현화의 말에 하영이 그만 깜짝놀라 소리치자 주위의 아이들의 따가운 눈초
리가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조용히 하자!"
"떠들려면 나가서 떠들어라~!"
"전세냈냐?!!"

하영과 현화는 잠시 당황하여 아무말도 못하다가 아이들의 원성(?)이 가라
앉자 다시 속삭이듯 대화를 나누었다.

"뭐하고...있지? 종범이는...?"
"음? 걱정되니?"
"아..? 응...?"

하영이 놀라 돌아보자 현화는 다시 문제풀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거기 틀렸어!"
"응? 어디..?"
"차라도 한잔 할래?"
"응?..그래?"
"응...가자.."

하영은 노트를 보았다 현화를 보았다 어지러운 머리를 만지며 자리에서 일
어났다.한편 종범은 노량진의 거리를 대장과 함께 배회하고 있었다.

"벌써 돌아갈려구 그래? 조금 더 찻집에서 더위를 식히는게.."
"한시간이나 있었잖아..."
"그럼 냉방 잘되는 영화관이라도!"
"으구...싫어!!"
"클리프행어가 재미있다는데..."

대장이 영화가이드를 보고있는 동안 종범은 문득 지나치는 두 여인을 목격
하고 깜짝 놀랐다.현화와 하영이였다.

"아...잠깐..먼저 실례..."
"어? 왜그래? 종범.."

대장을 남겨두고 종범은 그녀들을 뒤쫓아 카페로 들어섰다.
`어째서...둘이...같이...?'

하영과 현화는 창가에서 음료를 시켜놓고 묵묵히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고 종범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나..좀 이상한 애라고 생각되지 않아?"
"아..아니야 그런건.."

현화의 말에 하영은 당황한듯 고개를 숙이며 빨대를 물었다.

"좋아..좋아..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뭘...."
"으응..."
"재미있니?"
"뭐...가?"
"공부말이야...."
"응..."

현화는 빨대를 빨면서 손으로 턱을 괴었다.

"무언가 맨날 혼자서만 묵묵히 하고있는것 같아..피곤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건 즐겁지는 않지만...글쎄 뭐라고 할까...."
"..............?"
"........................."
"뭐야? 금방 입다물어 버리는건 종범이하고 똑같네?"
"으응? 아..아니야! 그건!"
"아..미안 미안.."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종범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서울대에 들어가려는거지?"
"아..응...글쎄.."
"..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울대에...-
종범은 하영의 말을 되세기며 하영과 철규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쪽은 ....?"
"아..나 임현화라고 해.."
"아..그래? 현화는 어느대학 가고싶은데?"
"음..일단은 고려대지만..."

종범은 현화의 말이 들려오자 얼마전 현화의 집에서 현화의 말을 기억해냈
다.
-고려대학 국문학과..-

"고려대 어디?"

하영의 질문에 현화는 잠시 다른곳을 쳐다보다가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의예과에..."
"켁....."

종범은 현화의 말에 깜짝놀라 마시던 음료를 뱉어내었다.

"의예과? 그런데 너는 지금 사립대 문과반이잖아..."
"훗..포기했어... 우리집은 수원에서 병원을 하고있어... 이래뵈도 고등학
교때는 제법 의욕이 있었지... 우리집 형제들 모두 고려대거든...당연히
나도 그랬고....."
"....."

하영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현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특별히 아무 생각 없이..단지 `고려대'를 목표로 했었어..비교적 자신이
있었는데...불합격이었어...말하자면 집에서 색다른 아이가 된 셈이었지.
모두 재수하는일 없이 곧장 들어갔는데... 나만 그렇게 되니 당연히 여러
생각이 들곤 하잖아? 왜... 꼭 고려대 뿐인가? 왜 하필이면 의예과인가?
등등..말이야...그때까지는 부모가 하라는대로 했으니까..나는 누굴 위해
공부를 하는가 싶기도 했고...."

그말을 들은 하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얼마전 철규가 자신에게 하던 말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누굴...위해서라기 보다는...역시... 자신을 위해서 하는거 아니야..?"
"아..그래...역시...그렇긴 하지만....무언가확실히 되지 않아서..."
"미..미안해..잘 모르겠는걸.. 그 부분은..."

하영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현화는 개의치 않는다는듯 밝게 웃으
며 구부러진 빨대를 빙빙 돌렸다.

"아..아니야. 괜찮아. 나도 그정도로 깊게 생각한건 아닌걸! 현재는 이렇
게 학원에 다니고 있잖아...단지 부럽다고나 할까..그래서 조금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응...그래...."
"그리고.......또 하나!"
"응?"

현화는 빙빙 돌리던 빨대를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현화를 바라보았다.

"종범이의 일..."
"..에?!"
"종범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어떻게라니? 뭐...가?"
"좋아해?"

현화의 질문에 하영은 고개를 숙이며 잠시 말이 없었다.

".....좋아하는거 맞아..?"
"아니...그건....아직..."
"그럼 싫어해?!"
"아..아니 ...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럼 좋아하는거네?"

현화의 확실 확실한 대답에 하영은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나는..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사귀고 있는 사람...그래서 종범이는....
친구정도로 생각해..."

하영이 나즈막히 입을 열자 현화는 잠시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싱
긋 웃었다.

"그래? 그정도 였어? 잘됐다... 안심이야!"
"에? 뭐가..?"
"아니..자칫하다가는 연적이 되는건 아닌가 싶었는데..."
"으잉?!"

현화의 말에 하영은 당황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하지만 더욱더
당황해 있는것은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종범이었다.

`뭐...뭐라고? 그...그럼?!!'

종범의 머리속에 그동안 현화가 자신에게 행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해 냈다
자신에게 관심이있어서....? 종범은 붉어진 얼굴로 어쩔줄 몰라해했다.

"그래...친구였어..? 자......."

현화는 계산서를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내꺼는 내가 계산할께..."
"아니..괜찮아..괜찮아.....아참..근데 종범이는 지금 하영이에게 열중해
있는데....."
"응?"
"틀려?"
"저...그..그건..."

하영이 현화의 질문에 말을 더듬자 갑자기 현화는 고개를 돌리며 종범쪽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종범!!"
"켁.!!"

종범은 깜짝놀라 현화와 하영쪽을 쳐다보았다.

"너...몰래 엿듣는 취미는 안좋은거야! 아참..그건 그렇고 친구라는데...
어떻게 할래?"
"아..그게.."

현화가 하영을 가리키며 묻자 종범은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했다.현화는 이낼沮낢 때문에...안
갔어.."
"아?! 의예과?"
"현화네 집이 병원이니까..."
"훗...지금은 포기했어!"
"포기했다니? 현화...의예과를..?"
"왜..?"
"자...이쯤 해두자.."

두 친구의 물음에 현화는 미소만을 지었다.종범은 잠시 현화의 미소를 바
라보다가 다시 컵잔을 들어 입에가져갔다.
`삼수까지 할 필요 없이 붙은 대학에 갔으면 좋았을 텐대...... 정말 아깝
다...'

식사가 끝난후 현화의 두 친구는 종범에게 돈을 내밀었다.

"자..우리것 계산이예요.."
"아..예..뭐 이런걸.."

종범은 돈을 쥐어들고 카운터로가서 계산을했고 현화가 먼저 음식점 밖으
로 나간사이 두친구는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화는..그애랑 어떻게 되었을까?"
"그애라니?"
"범수말이야..."
"언제적 얘기를 하는거니? 고등학교때잖아...어짜피 끝난게 기정사실 아니
야?"
"역시 그랬지! 그런데..전혀 초조해 하는 빛이 아니네? 삼수를 한다면서..
이런데 술마시러 오고..."
"역시 집이 부자니까 편한거지 뭐.."

두 친구의 이야기는 종범의 귀에까지 들려오고 있었다.종범은 잠시 아무말
없이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두 친구가 나간후에야 음식점 밖으로 나
갔다.깊은 밤거리.... 두 친구들은 손을 흔들며 현화와 작별인사를 나누었
고 현화는 별로 내키지 않는듯 살짝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종범은 흘
끔 현화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미안...."
"응..?"
"모처럼..내가 마시자고 해놓고 우리들끼리..떠들어서..."
"아..아니야..."

종범은 가방을 들고 현화와 함께 역을 향해 걷다가 슬적 현화의 옆모습을
보며 말을 건냈다.

"저..."
"응???"
"범수가 누구야?"
"......"

종범의 말에 현화는 잠시 멍한표정으로 서있다가 아무말 없이 종범보다
앞서 걸어갔다.종범은 잠시 서서 현화의 뒷모습을 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말을.....잘못 꺼냈나?'

역의 지하철표 자판기앞에선 현화는 흘끔 종범을 쳐다보고는 표 한장을
내밀었다.

"음...?"
"우리집에..들렸다 갈래?"
"그..그래.."

현화의 웃는 얼굴에 종범은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적당히 앉아..."
"그래.."

현화의 집에온 종범은 집안을 두리번 거렸다.현화는 곧 주방으로 들어가
식기들을 닦았고 종범은 갑자기 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띠리리리리..-

"전화 왔는데...현화?"
"됐어, 그냥 놔둬...."
"그래도..."
"괜찮아! 이 시간쯤이면 어짜피 집전화일테니까.."
"아..그래.."

현화는 냉장고에서 술병을 꺼내 거실 탁자위에 올려놓고 그 앞에 주저
앉았다.

"음......뭔가 대단한것 같아..."
"음? 뭐가?"

종범이 그녀 앞에 마주보고 앉아 말을 건내자 현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냥..여러가지 면에서.."
"헤...뭐 그렇지도 않아..."
".....;"

현화는 잠시 종범의 안색을 살피다가 컵잔안에 흔들리는 얼음들을 바라보
며 말을 꺼냈다.

"아까..친구들에게 들었어?"
"응?"
"범수의 일..."
"아..그냥 얘기하는게 들려와서....아..미안.."
"아니야..별로.."

종범이 고개를 숙이자 현화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신경 쓰여..? "
"응...?"

종범은 현화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있는것을 느꼈다.

"아... 응..그래.."
"헤헤.. 그래? 음...이제는 퍽 옛날 일이야..."
"응..그래.."
"지금은 전혀 관계없어..신경 쓰지마.."
"응..."
"지금은.....종범뿐이니까..."
".........!!"

현화의 말에 종범은 잠시 굳은듯 움직이지 않다가 말없이 컵잔을 입에 가
져갔다.

"안돼....?"
"응...?"
"내가좋아하면 안되는거야?"
"아니야..그...건...."
"역시 하영이가 더 좋아?"
"저......"

현화의 물음에 종범은 잠시 당황한듯 말을 더듬었다.그러자 현화는 들고있
던 컵잔을 탁자에 꽝~ 내려놓았다.

"확실히 하라구!!"
"......"

종범은 현화의 단호한 표정에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가방을 들고 머
뭇 머뭇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갈께...."
"......."

종범이 문가로 나가 신발을 신고있는 동안 현화는 벽에 기대며 붉어진 얼
굴로 입을 열었다.

"미안해..."
"..........."
"오늘...내가.. 조금 이상하지? 취했나봐..."

현화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톡톡 치며 싱긋 웃었다.종범은 잠시 멈춰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싫어졌으면 어떡하지..?"
"......아..."

현화는 붉어진 얼굴로 혀를 내밀며 싱긋 웃었다.

"메롱~"
"....!"

종범은 그 순간 들고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힘껏 현화를 껴안았
다.그리고...잠시의 적막이...그들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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