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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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136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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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1.격투 센스.


마른침을 꿀꺽 삼킨것은 나뿐만이 아닐것이다.상대자인 크리스틴 역시 세라의 말에 격투자세를 취하며 몸을 낮췄
다.겉모습은 아름답고 가냘픈 여성의 모습이었지만,결코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신비의 종족 페어리이
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웅...

크리스틴의 은빛 머리칼이 휘날리며 그녀의 주위로 은빛 보호막이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했다.홀의 바닥은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은빛막에 닿는 곳은 푹푹 패이고 있었다.

"핫!"

크리스틴의 기합성과 함께 그녀를 감싸던 은빛 보호막은 더더욱 견고해지기 시작했다.그것은 마치 절대 방어라는
듯이 국건하게 크리스틴의 주위를 반구형으로 단단하게 감싸 왔다.

구우우우우우...

그것을 묵묵히 바라보던 세라가 팔을 내려 검을 오른쪽 옆으로 길게 눕혔고,그녀의 검신에서는 푸른빛 기운이 모
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좁은 곳에서 저런걸..."

바라보고 있던 유나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내 앞을 막아섰다.다행히도 내 키가 조금 더 크기 때문에 관람에는
이상이 없었지만,유나가 내 앞을 보호하듯 가로막자,다른 페어리들도 저마다 자신들의 오너 앞을 경호하듯 가로
막았다.언뜻봐도,큰 기술끼리의 충돌인 모양이었다.

"유나."

검신에 검기를 응축시켜던 세라의 입술이 열렸다.유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체,내 앞에서 천천히 수인을 맺고
있었다.

"주인님께 여파가 가지않도록 잘 부탁해."

"칫!이런 좁은곳에서 무책임한 말을..."

유나는 퉁명스럽게 중얼거렸지만,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큰 방어마법을 준비하는 모양인듯,계속해서 수인을 맺
고 있었다.

세라의 검신이 하늘위로 들어올려졌다.얇은 검날사이로 푸른빛의 기운이 휘몰아 치기 시작했다.흡사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이무기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하앗!"

순식간에 세라의 몸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그녀의 몸이 크리스틴에게로 순식간에 좁혀져 들어갔다.

"뇌전(雷電)"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크리스틴의 은빛보호막과 전력의 검기를 머금은 세라의 검이 부딪히자 엄청난 파동이
일어나며 바람이 흩날렸다.

콰지지직!

"마..맙소사.."

보인다.버나드의 얼굴이 불신으로 물드는 표정이.

세라의 검이 조금씩 보호막을 뚫고 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크리스틴은 보호막 안에서 양손으로 지탱한체
힘겨운듯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콰쾅!

큰 힘이 부딪히자,마나의 파동이 휘몰아 친다.잠자코 있던 유나의 입에서 낭랑한 시동어가 외쳐졌다.

"프로즌 실드!"

유나와 나,그리고 내옆에 붙어 있는 노아를 감싸는 무색의 투명한 막이 순식간에 형성되며,무도회장에서 방출
되는기운이 파지직 하며 부딪혔다.유나의 실드가 아니었더라면,벌써 나같은건 파티장까지 날아가 버렸을 지도
모른다.

주위를 살펴보니 각각의 페어리들이 저마다의 방어기술로 오너를 보호하고 있었다.화염의 벽으로 J를 보호하고
있는 마유미,그리고 엄청나게 큰 검으로 여성오너의 앞을 지탱하는 남자 페어리도 보인다.단 한사람.윌리엄스 만
이 혼자서 묵묵히 전장을 바라볼 뿐이다.그의 몸근처에는 푸른색 오오라가 몸을 감싸고 있었다.

콰직!

그때였다.세라의 검이 조금씩 조금씩 방어막안으로 진입하며,크리스틴이 시전한 은빛 보호막이 균열을 일으키며
깨어지고 있었다.동시에 크리스틴은 왼 손으로 방어막을 지탱하며 다른 한손에 마나를 응축시키기 시작했다.

"이...이런!"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크리스틴은 오른손에 맺은 장력을 보호막과 함께 세라에게 날리
려는 속셈이었다.저대로라면 우직하게 검기로 방어막을 부수고 있는 세라의 복부에 직격으로 맞을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안돼!"

콰콰쾅!

내 외침과는 별개로 크리스틴의 장력이 보호막 위를 강타했다.쾅 하는 굉음과 함께 세라의 몸이 뒤로 수차례 공
중회전을 하며 안착했다.

유나의 실드위로 충격파가 강타되고 있었다.자욱한 먼지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잠시후 대련장의 모습이 조금씩 드
러난다.유나는 팔을 내려 실드를 해제했고,대련장의 상황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우웁!"

크리스틴이 털썩 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하얀 피부사이로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세라를 날려보내기 위해 방
어막위로 장력을 폭사했으니,자신역시 충격이 없을리가 없었을 것이다. 내 시선은 순식간에 세라를 향했다.

"세라야!"

다행이었다.세라는 별 충격없이 검을 들고 서있었다.특이한 점이라면,검이 절반으로 댕강 잘라져 있다는 것 뿐
이었고,숨이 찬듯 거칠게 호흡하는것을 제외하고 세라에게 이상은 없어 보인다.

"괜찮아?"

나는 순식간에 세라에게로 달려갔고,그녀의 몸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주인님."

세라가 웃는다.기사 특유의 성취감같은 것일까.아니,그런것 치곤 너무나 순수하게 나를 보며 웃는다.내 가슴이
뛰는걸 아는지 모르는지,내 손을 살짝 잡아주었다.

"크리스틴!"

버나드가 크리스틴을 부축하듯 들어올렸지만 그녀의 눈은 세라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어떻게...그 짧은 시간에..."

믿을수 없다는 듯 크리스틴은 세라를 보며 중얼거렸다.무슨뜻인지 알리가 없는 나는 세라를 멀뚱히 바라볼 뿐
이었다.

"검이 없었더라면,제가 졌을 겁니다.상대는 실버나이트 이니까요."

버나드가 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초보 오너에게 잘난척 한번 해보려다가 되려 개쪽을 당해서 일까?그
는 이가 부서질 정도로 꾹 깨물며 크리스틴의 입가에 피를 닦아 주었다.

"어찌 된거야...."

"장력을 날리는 순간,블랙 나이트가 검으로 방어를 한거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세라의 검은 니 보호막에 꽉 끼어 있었잖아!"

"순식간...에....검을 부러뜨려서 막았습니다.저도 그럴줄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나서야 나는 입을 쩍 벌리고 세라를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이 아이...종자 자체가 이렇게 강
한 걸까?크리스틴이 장력을 날리려는 그 순간,세라는 방어벽에 깊숙히 박힌 검을 순식간에 잘라내어 남은 반토
막의 칼로 그녀의 장력을 방어한 것이다.그리고 충격의 최소화를 위해 뒤로 이동하며 낙법을 했음은 말할것도
없었다.

짝짝짝.

놀라움과 경악으로 물끼얹은듯 고요한 실내에 박수소리가 들려온다.윌리엄스가 손뼉을 치기 시작하자,장내는 곧
흥분의 도가니로 물들며 환호성까지 나오기 시작했다.이윽고 분한 표정의 크리스틴과 버나드가 어디론가 사라졌
고,박수갈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하.괜히 이거 내가 쑥쓰럽구만.흠흠.



#2.사라 케인의 조언.

"누가 이기고 진것이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중요한것은 대련이 있으면 분명 성장을 한다는 것이겠죠."

흠...윌리엄스...저 사람 피로연 같은데서 사회를 봐도 성공할듯 싶다.분위기를 적당히 아우르며 건배를 제창
했고 분위기는 아까처럼 왁자지껄한 술자리로 바뀌었다.가..가만.저 무대 꽤나 부숴먹었는데...그거 내가 지
불해야하는건 아니겠지?

"세라야..너 괜찮아?"

문득 창백하게 바뀐 세라의 얼굴을 보자,덜컥 걱정이 밀려왔다.그녀는 연신 거친호흡을 내뱉고 있었고,얼굴에는
조금씩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처음 보는 그런 세라의 모습에 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다만...마나를 너무 소비한 바람에."

"그..그럼 어떡해?"

"잠시만...잠시만 쉬면 됩니다."

마침 그때.장내의 분위기를 정리한 윌리엄스가 내게로 다가왔다.

"흠...세라양.어디서 조금 쉬지 않으면 안되겠군요.힘겨워 보이는데.."

"잠시,쉴곳이 있을까요?"

"전 괜찮습니다."

내 질문에 세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만,그녀를 그대로 이곳에 둘수는 없었다.

"아뇨.세라양은 쉬어야 합니다.체내에 있는 마나를 소비해 버리면,위험한 일이 생길수도 있지요.천천히 쉬면서
마나를 다시 응집하는 과정을 거치지않으면...."

윌리엄스가 어디론가를 향해 손짓을 했고,곧 그의 부하직원중 하나인 듯한 여직원이 빠르게 달려왔다.

"세라양을 배정된 방으로 안내해 드려."

"네."

"유 준씨가 세라양을 부축하는 편이 좋을거 같군요."

"그러죠."

나는 한사코 거절하는 세라의 팔을 내 어깨에 둘러 메었다.동시에 유나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오며 다른곳을 향
했다.

직원이 안내한 곳은 2층이었고 나는 별수 없이 세라의 가냘픈 허리에 팔을 둘러야만 했다.군살하나 없이 가냘픈
그녀의 허리.방금전 그런 무위를 보였다고는 믿을수 조차 없는 몸매며 체구였다.

확실히는 모르지만,나는 어렴풋이 알거 같았다.세라의 전투력 자체는 막강하다고 볼수 있지만,문제는 그 지속력
이었다.유나와의 짧은 대련,그리고 마유미와의 짧은 대면,오늘의 크리스틴과의 비무까지를 살펴보면,세라가 절
대적으로 밀렸던 적은 없었다.다만 아직 방대한 마나를 몸에 응집하는것이 서툴 뿐이었다.격투를 살펴보며 나는
그녀의 주변에서 일주천 하는 마나의 모습을 조금은 느낄수 있었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이쪽입니다.편히 쉬시길."

안내가 끝나자 직원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사라졌다.신기하게도,그녀가 안내한 방문에는 "세라,유
나,노아의 방"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내가 오기전부터 이미 방들은 배정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죄송해요.주인님.제가 옆에 있어야 하는데.."

"그런소리 하지마.넌 쉬어야 해.그리고 대련을 시킨건 엄밀히 말하면 나라고.사과하지마."

방안에는 꽤나 멋드러지게 꾸며져 있었다.페어리들의 머릿수 대로 고급스럽고 이쁜 침대가 놓여져 있었고,호텔
방마냥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나는 가장 오른쪽에 있는 침대에 세라를 눕혀 주었다.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힘들어 보였지만,표정만은 밝게 웃고
있었다.

"달이 너무 밝네요."

나는 세라의 말에 멀뚱히 그녀를 바라보았다.평소에 필요없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 그녀가,감성에 젖은 눈빛으로
창밖의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나도 모르게,무언가에 이끌리듯 세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는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왜일까.세라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그녀에게 있어서는 그저 단순
한 페어리들끼리의 비무가 아니었다.무시당해서 자존심이 짓밟힌 못난 오너를 위해,세라는 마나를 쥐어짜듯,최선
을 다해 비무에 임했던 것이다.

"세라야..."

깜짝 놀라고 말았다.몸을 살짝 일으킨 세라가 나를 끌어 안았던 것이다.부드러운 세라의 볼이 내 볼에 닿았다.
윤기나는 검은 머리칼이 내 볼을 간지럽힌다.

나는 잠시 멍해져 버렸다.내가 잠시 경직되어 있었던 그때,문득 세라가 내 입술에 부드러운 입술을 맞추었기 때
문이었다.유나에게 기습뽀뽀 당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알고 있었지만 절대 피할수 없는 세라의 입맞춤이었다.

"아..."

나는 뭐라고 할수 없었다.약간의 충동도 일어났다.그녀의 입술은 순식간에 떨어졌고,세라의 얼굴은 붉어져 버렸
지만,나는 다시 한번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아내었다.무엇보다 세라는 지금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내려가 보세요 주인님.사람들이 기다릴테니..."

"아냐.여기서 있을게."

"아뇨.여기서 마나를 다시 몸에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혼자 있는 편이...나아요."

혹여나 세라가 외롭거나,혹은 아플까봐 있어주려 했지만,세라는 완고히 고개를 저었다.확실히,마나를 모으는데
혼자서 있는 편이 낫다면,난 그것을 택해주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그녀가 말하는 작업이란,어렴풋이 무협만
화에서 보았던 운기조식과 비슷한 개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쉬고 있어.금방올게."

"네...주인님."

방금의 입맞춤때문일까?세라는 내 눈을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쩝...뭐 어쩌겠는가.내 가슴은 떨리고 있었
지만,그것을 표출하는거 자체가 분위기를 더 얼어붙게 만드는것 같았기에,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방안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딸칵.

방문을 닫으니,다시 1층 연회장의 소란스런 분위기가 눈에 들어온다.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는 수많은 국적의 오
너들과,그들을 따르는 페어리들.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어린것 같은 유나와 노아는 아까 그 테이블에서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는것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하하하.귀여운 녀석들.

"인상적이었어요.대련."

문득 난간에 기대어 서서 1층을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아...사라 씨로군요.보고계셨나 보네요."

사라 케인.아까 처음으로 말을 붙였던 여성 오너였다.뭐...여전히 아찔한 복장으로 내 시선이 안착할 곳을 방해
하고 있긴 하지만.....그녀가 들고 있던 두개의 샴페인 잔 중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물론 보고 있었죠.대회의 에서 종종 있는 비무는 놓칠수 없는 볼거리중 하나죠."

그녀가 살짝 웃으며 내 옆에서 나처럼 난간에 기댔고,목이 말랐던 나는 단숨에 샴페인잔을 비워버렸다.흠...근데
이 여자...나랑 왜이렇게 가까이에 자리를 잡는 거지.

"볼거리라...흠...저는 별로였어요.세라가 성장한다면야 그것으로는 좋지만...썩 기분이 좋진 않더군요."

내 중얼거림에 사라는 잠시 내 얼굴을 응시하더니 이내 살짝 웃었다.

"오너라는 것은...그런것을 다 감수하셔야 합니다."

"무슨뜻이죠?"

"페어리들이 영원히 상처입지 않는 일은 불가능합니다.전쟁은 예고되어 있는 것이니까요."

"흠...대회의에서 전쟁을 생각하시는 오너분이 있다니,의외로군요."

비꼬는 듯한 내 말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아름다운 눈망울을 빛내며 살짝 웃었다.그녀의 시선이 향한곳은 내가
아닌,연회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윌리엄스라는 사람.너무 믿지 않는게 좋아요."

"뜬금없이 무슨 말씀이시죠?"

"위험한 사람이니까요."

나는 그녀의 말에 반사적으로 연회장쪽을 내려다 보았다.윌리엄스는 끈임없이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고,파
티장은 그의 지시에 따라 음식들과 술들이 끊임없이 채워지고 있었다.

"위험한 사람이라...그것보다는 실력은 있어 보이던데요."

내 앞에서 방출했던 마나.그리고 페어리의 보호없이 크리스틴과 세라의 격돌의 현장에서 파생된 기운들을 가볍게
막아내던 모습이 떠올랐다.

"실력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요.그는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오너가 된 사람이니까요.지금은 그가 오너들의 힘을
모으고 있긴 하지만,만약에...그 힘을 안좋은곳에 쓰려고 한다면야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요."

"그는 어떤 페어리들을 갖고 있죠?"

내 질문이 약간 유치할지도 모르지만,원초적으로 너무나 알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다.허나 사라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 몰라요.확실한건,8명 이상의 페어리를 거느리고 있다는 거죠.블랙나이트도 포함되어 있구요."

"뭐라구요?"

말도 안돼는!블랙나이트는 세라잖아.그리고 내가 세라의 오너인데...이 여자 술취했나?

"설마...블랙나이트가 세라양 하나 뿐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죠?"

"뭐.....사실....하나뿐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사라 케인은 살짝 입을 가리고 웃었다.허나 비웃는 듯한 웃음은 아니었다.마치,내가 귀엽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블랙나이트는 세라양 말고도 조금 더 있답니다.다만,오너의 역량에 따라서 그 강함의 정도가 제각각이라는 점
이 있긴 하지요."

"오너의...역량?"

"그래요.그래서 준이씨를 사람들이 주목하는거죠.한번에 셋을 개화시켰다는건...그만큼 뛰어난 페어리들을 가질
수 있다는 뜻도 되지요."

허...참...어처구니가 없다.할줄아는거 없는데다가,이렇게 약해빠진 내가 무슨 역량이란 말인가.

"궁금하지요?윌리엄스가 이렇게 대부호인 이유."

"그거야...사회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이 아닌가요?"

"물론 그것일수도 있어요.윌리엄스는 영국의 유명한 가문출신이니까.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죠."

"무엇이 또 있다는 겁니까?"

사라는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샴페인을 들이켰다.샴페인잔에,그녀의 핑크빛 립스틱 자국이 선명히 드러난다.

"페어리들을...이용해서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죠."

"페어리들을...이용?"

"그래요.그에게는 "공간의 지배자"라는 페어리가 있거든요."

"공간의....지배자?"

"그래요.정확히 말하자면,워프나 텔레포트 등의 공간이동 마법만을 쓰는 페어리죠."

아...유나가 말했던 그 페어리인가 보구나.하지만...그게 뭐 어쨌다는 말인가?공간이동을 한다고 해서 부를 축
적한다니...그건 좀 모르겠는데 말이야.

"그리고 그 페어리는.정확히 하루에 전세계 은행을 모두 털어버릴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죠."

마..맙소사..나는 입을 쩍 하고 벌리고 말았다.J의 의적행세에도 모자라,이젠 중후한 영국신사의 은행털이냐?
나는 믿을수 없다는듯이 사라를 바라보았고,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그저 제 추측일지도 몰라요.하지만,오너들은 분명히 페어리들의 힘을 이용하고 있지요.저도 그렇고,아마도
윌리엄스도 그럴거에요.유 준씨도 이렇게 황당해 하고는 있지만,페어리들의 힘을 이용한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는 말할수 없겠죠?"

"저는 그런적이...."

나는 없다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아버렸다.젠장...나도 어찌보면 J란놈과 다를게 없다.얼마전에 화랑을 운영
하는 녀석에게서 거액의 의뢰금을 받았던 것.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노아와 세라,그리고 유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나 역시...그 아이들을 이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죄책감에 쌓일 필요는 없습니다.오너에게는 엄청난 책임이 뒤따르죠.그것을 위해서 페어리들을 때로는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아무런 힘도 없고,약하다보니,그저 애들의 보호만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 말이죠."

쳇...난 보통 내 생각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타입인데,나도모르게 사라에게 내 말을 털어놔 버렸다.사라는 피식
웃으며 난간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키며 내 곁을 지나갔다.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너무 자신을 과소 평가하지 마세요.블랙나이트나 프로즌레이디의 오너는 유준씨 말고도 더 있지만,정령들의 여
왕은 노아양 단 하나뿐이거든요.유 준씨는 유일한 페어리를 가진 오너니까요."


#3.2차개화의 의미.


"오!오셨군요.한잔 받으시죠."

벽난로 쪽에 기대어 있던 윌리엄스에게 다가가자,그는 다시금 인자하게 웃으며 술잔을 내민다.그래.잘됐네 뭐.
취하고 싶은데 도수가 낮은 샴페인이니,물량 승부밖에 없지 크하하하하!

"세라양은 괜찮은가요?"

"네.혼자서 안정을 취한다니....뭐 다행이죠."

"유준씨의 페어리들.굉장히 활달하고 보기 좋군요.노아양도 그렇고,유나양도 그렇고."

그의 말에 따라 자연히 멀리 보이는 테이블위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는 유나와 연신 딸기쉐이크를 무한리필하고
있는 노아가 보인다.노아도 중학생 정도는 보이게 컸고,유나도 성장을 했으니,마치 미소녀가족의 자매가 고급레
스토랑에서 식사하는 포스가 풍기는구나.

"윌리엄스씨."

"네."

"아까....드리던 질문.마저 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저에게는 신임오너분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려야 하는 소소한 의무가 있지요."

하...사라 케인씨.사람이란 무서운 거로군요.당신 말대로 윌리엄스란 사람이 위험한 사람이라면 말이죠.왜냐고?
그는 누가봐도 착하고 매너좋은 영국신사의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누가 이런 윌리엄스를 막강한 힘을 가진
능력자라고 믿겠는가.

"우선,페어리들의 성장속도에 관한것입니다."

내가 서두를 꺼내자,윌리엄스는 알겠다는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쟤네들...원래 저런 무서운 성장속도를 보이는 겁니까?"

"무서운 성장속도라...확실히 페어리들이 성장이 빠르긴 합니다만."

"빠르다...라는 말로 하기엔 너무 할 정도인데요.유나 같은 경우엔 꼬맹이의 모습에서 단 한달만에 저렇게 까지
커버렸으니까."

윌리엄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유나를 바라보았다.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순간 살짝 날카로워짐이 느껴
졌다.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페어리들이...왜 오너가 필요할까요?"

엥?이건 왜 뜬금없는 퀴즈 분위기?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윌리엄스를 바라보았다.

"그..글쎄요."

"생각해 보신적이 없는 모양이군요.저들은 이계의 존재들이죠.막강한 힘을 가졌구요.하지만,어떤 막강한 존재라
할지라도,차원과 공간을 넘어서게 되면,100퍼센트의 힘을 발휘할수가 없습니다.그렇게 되면 페어리들의 통제는
불가능해 지죠.그렇게 때문에 인간 오너가 존재하는겁니다."

"거기까지는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만."

"하하.그러신가요.페어리의 성장속도 역시 이 사실에 기반을 둡니다."

"좀더...쉽게 설명을 듣고 싶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페어리들은 오너의 마나를 먹으며 성장하지요."

허...허허..허허허...기가 차다.내 입이 쩍 벌어져서,이대로라면 길잃은 새가 내 입속에 둥지를 틀어도 안락한
공간이 보장될 정도였다.

"유준씨의 마나는 풍부합니다.어떠한 방식인지 저도 모르지만,유준씨의 페어리가 셋이나 한번에 개화했던 것도,
그리고 유나양과 세라양이 단시간에 성장한것도,유 준씨의 마나가 방대하기 때문이죠."

"저..저는 마나를 느낀지 얼마되지 않습니다만?"

"그것은 상관없습니다.유 준씨가 느낀지 얼마되지 않은것일뿐,마나라는 것은 원래부터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하고 삼켰다.

"그럼...저 아이들은 언제까지 성장을 한다는 말입니까?"

"유나양과 세라양은 거의 성장이 끝나가고 있습니다.이제 곧 며칠이면 완벽한 페어리의 모습이 되겠죠.저기,저
쪽에 있는 마유미양 처럼 말이죠."

맞다.마유미와 유나의 키는 엇비슷했고,뭐...몸매도 얼추 비슷한 성인의 모습이지만,사실상 유나가 조금더 앳되
보이기는 하다.

"그리고,저 상태가 되면 신체적인 성장은 멈춥니다.지금 마유미양의 상태가 마나를 운용하고,페어리로써의 자신
의 능력을 갖추는 데는 최적화된 상태이지요.물론 수련이라는 요소에 따라,그리고 오너의 역량에 따라 그 강함의
정도는 바뀌는 것이지만요."

한마디로,단박에 할머니 될때까지 늙어버리는것은 아니란 뜻이다.하하.나 이상하게 안심하고 있네...쩝!

한동안 윌리엄스와 나 사이에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그는 내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겠다는듯,아무런 말도
걸지 않고 그저 온화하게 웃고만 있었다. 나도 어느정도 궁금증을 해소할수 있었다.그의 말에 따르면 페어리와
오너는,상호 필요한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세라와 유나,노아가 강해지는 것은 자신의 타고난 능력에,나의 능력이
더해져야만 빛을 발한다는 뜻이었다.

"그럼...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묻겠습니다."

"얼마든지요."

"도대체...2차개화가 뭡니까?"

내 말에 윌리엄스는 잠시 당황하더니,이내 살짝 미소를 지었다.흠...정말 뭔가가 있긴 있구만.이 중후한 아저씨
도 당황하는걸 보니 말이야.드디어,세라에게 물어봐도 대답을 들을수 없었던 궁금증이 해소되는 건가?

"흠...그 질문은...글쎄요.저 쪽에 있는 사람들을 보시겠습니까?"

나는 반사적으로 윌리엄스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오너들의 뒤로,페어리들이 서있다.그리고 오너들은 서로 무
언가 이야기하기 바쁘다.요란하게 술판만을 벌이는 녀석들도 있다.

"봐도 모르겠는데요."

"하하하.그런가요.자세히 보시면 뭔가가 특징이 있을텐데요.오너와 페어리들을 한번씩 살펴보시죠.어떤 오너가
어떤 페어리를 데리고 있는지를."

쳇...하여간 꼭 이렇게 바로 안갈켜 주고 퀴즈를 내는걸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니깐.흠흠!나는 다시 한번 골똘히
생각하며 좌중들을 바라보았다.

우선...나름 안면이 있는 J에게 눈길이 갔다.그 뒤에는 아찔한 복장의 마유미가 있고,정체를 알 수 없는 또 하나
의 페어리가 있었다.키는 마유미보다 살짝 작았지만,그녀역시 성장이 끝난듯한 모습이었다.뭐..페어리 특유의
아름다운 외모는 뭐 그렇다 치고,복장역시 야하기 그지 없다.특징이 있다면,권투 선수처럼 손에 붕대 비슷한것을
두르고 있다는 점이었고,연신 웃으며 J의 비위를 맞춰주는 마유미와는 달리 조용히 그의 뒤에 서있기만 하다는
점?

그리고 다시 내 시선이 이동했다.이번엔 방금전에 대화를 나눴던 사라 케인의 모습이 보인다.그의 뒤에는 피어스
라 불린 소환의 네크로맨서가 뒤따른다.조각같이 생긴 얼굴.아름다운 용모의 사라와 커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피어스는 음침한 기운을 팍팍 내뿜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사라옆을 호위하듯 지키고 서있었다.

"아시겠나요?"

그의 대답에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뭐...알아낸 거라곤...사소한 거 밖에 없는데...

"글쎄요.딱 봐서 알겠는건,남자 오너에게는 여성 페어리가 있다는거 뿐인데요.여성오너는 그 반대고요."

"맞습니다.거기에 2차개화의 힌트가 있지요."

"흠..그게 뭔지는 아직.......서..설마???"

경악으로 물든 내 표정을 보며,윌리엄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마...맙소사....

"그 설마가 맞습니다.2차 개화란....오너와 페어리가...잠자리를 갖는 거지요."

할말이 없다.무슨말이야....자..잠자리면..섹스를 말한다는 거야?지금?

"주인니이임!"

황당함에 빠져 있을때,저쪽에서 노아가 달려와 나에게 안긴다.단발머리 사이에서 눈망울을 반짝이며,이제는 꽤
커버린 노아가 손을 번쩍 들고 칭얼거린다.

"나 졸려요..."

그것이 안아달라는 말임을 잘 알고 있기에,나는 노아를 번쩍 업어 들었고 곧이어 노아의 고개가 내 등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 느껴진다.

하하...이런...이런 노아랑도...2차개화라는...관계를 거쳐야 한다는 건가?!



#4.중국인 오너.차우.


세라가 말한대로,달빛은 너무나 밝다.끄윽!허허..이것참.샴페인도 많이 마니시까 약간은 도는구나.이거...달짝
지근하다고 무시하면 안되겠는데?

파티가 막바지에 치닫자,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자꾸 놀고 싶다던 유나도,업힌 사이에 금새 잠들어 버린
노아도 이내 세라가 있는 방에서 나란히 쎄근쎄근 잠든것을 확인하고 내 방으로 돌아온 참이었다.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모두들 오너와 페어리의 방은 분리가 되어 있었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고,문이 열린다.여기서 제공되는 잠옷으로 갈아입은 세라가 보인다.며칠전까지만 해도 귀엽던
그녀가,다 큰 채로 그런 잠옷을 입으니 이쁘고 아름답다.하하하...해롱 거리면 안되는데 말이지.

"여기서...지키고 있겠습니다."

"세라야."

세라는 마나의 회복이 모두 끝난건지,아까보다 훨씬 괜찮아진 모습이었다.그녀가 지키겠다는 말의 뜻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내 안전이 걱정되어,내가 자는 곳에서 경호를 서겠다는 뜻이다.

"난 괜찮아."

"아닙니다.저는 휴식을 모두 취했고,잠을 자지 않아도 되니까요."

완고히 말하는 세라를 보며 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2차개화의 순서를 걸고...-

유나와의 대련에서 그녀가 했던 제의가 떠올랐다.지금의 세라의 모습.그녀가 유혹한다면?나는 딱 잘라 거절할까?
당연히 그러지 못할 것이다.꼬맹이라는 느낌은 단 며칠만에 사라졌고 이제 천천히 세라와 유나는 여자처럼 보이
고 있었으니까.하지만 세라가 그런것을 내기에 걸었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묘하다.

"나도....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이 필요할거 같아.그리고...여긴 위험하지 않아.괜찮아."

내 말에 세라는 잠자코 나를 바라본다.그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편히 쉬시길..."

"잘자.세라야."

속을 알수 없는 그녀.세라가 내 방문을 나섰고,이윽고 옆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나는 조
용히 윌리엄스가 했던 말을 떠올려보았다.

-성장이 끝나면,2차개화를 할수 있는 몸이 되지요.-

-왜..어째서 2차개화가 필요한 겁니까?-

-2차개화를 통해 오너와 한몸이 되는순간,페어리는 각성을 하게 됩니다.즉,한단계 더 강해지고,체내 마나의 수용
량이나,마법사의 경우 운용하는 마나의 양이 늘어나면서 몇 클래스 위를 단숨에 뛰어넘게 되지요.우스운 말일수
도 있지만,잠자리만이 주인의 마나를 일순간 받아들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자,오너와의 가장 효과적인 교감
이기도 하니까요.게다가,오너역시 2차개화를 통해 조금씩 강해지기도 하지요.-

하하하.기분이 묘하다.싫은게 아니다.나도 남잔데 왜 싫겠는가?하지만 묘한것은 어쩔수 없었다.나도 역시나 저
아이들이 다 자라면,그런것들을 참아낼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빠진적이 있었다.무엇보다,저 아이들은 나에대한
애정을 대놓고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개화를 통해 강해진다라....그것은 좋다.좋지만,단지 페어리들은 그것이 강해지는 길일 뿐인걸까?사랑이나
정신적 교감이 전혀 없이,그저 그것이 하나의 의식이 되는것 뿐일걸까?

"어렵군...정말로."

그래.분명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아이들이 좋고,그만큼 아끼고 있었다.그랬기에 더욱 갈등이 일어난다.만약 같이
자게 된다면,적어도 그것이 하나의 의식 그 자체가 되는것은 너무나 싫었으니까.

"에이!모르겠다!"

나는 누군가가 미리 갖다놓은 내 짐속을 뒤적거려 클라리넷을 꺼내 들었다.기분이 착잡하니,연주를 하고 싶어졌
기 때문이다.그래,뭐, 더욱 중요한 것은 그나마 이놈을 불때가 마나란 녀석을 느끼기 가장 최적의 상태가 된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천천히,내 손과 입술이 바삐 움직였다.술을 마셔서 약간은 어질어질 하긴 했지만,클라리넷을 불며 마나를 일주천
하니,점점 정신이 맑아지는게 느껴진다.순식간에 내 몸이 가벼워진다.

마나를...한번...몸안에 받아들여 볼까?하는 호기가 생긴다.나는 천천히 내 몸을 감싸는 무색의 기운을 몸에 조
금씩 받아들여 보았다.

으읏!찌릿하다.마치 전기가 몸안에 들어오는 것만 같다.클라리넷을 잡은 손이 덜덜 떨리지만,나는 계속해 보기로
마음먹었다.천천히...천천히 마나를 흡수해보는거다.

"크윽!"

나도 모르게 신음성이 흘러나온다.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고,전신의 혈맥이 마구 뒤엉키는 착각이 든다.
이거..뭐지?이러면 안되는건가?내 몸안에 들어간 마나들이 정신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흠흠흠....위험하구만...위험해."

누구지?누구의 목소리지?감은 눈이 떠지지 않아 확인할수는 없었지만,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설마..자..자
객은 아니겠지?으응?

"으으윽!"

이미 내 연주는 끝난지 오래였다.다시 한번 신음성이 흘러나오면서,내 몸에 있는 힘줄과 동맥들이 들쑥날쑥 거리
는 느낌이 들었다.그와 동시에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손바닥하나가 내 등뒤에 닿았다.

"이그...마나를 받아들이는 타입이 아닌데 몸안에 들이려고 하다니.무모하구만요.당신."

이윽고 이질적인 기운이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것이 느껴진다.무분별하게 내 몸에서 날뛰던 마나가,어떤 다
른 마나에 의해 밀려나며 정리되기 시작했다.들쑥날쑥거리던 힘줄의 움직임이 멈췄고,이윽고 튜브에 차있던 바람
이 빠지듯이 내 몸에 있던 마나들이 한번에 체외로 방출되었다.

스스스스스...

으윽!술냄새!알콜기운이 같이 빠져나온 모양이다.쿵쾅거리던 심장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고,나는 서서히
눈을 떴다.

"좀...괜찮으세요?"

희미하게 누군가가 보인다.천천히 시야가 밝아지며,그 사람의 하얀 얼굴이 보인다.덥수룩한 더벅머리를 한,약간
은 어려보이는 소년이 서있었다.맑은 눈망울에 선해보이는 미소를 띈....고..고딩인가?

"누구...??"

"흠...뜬금없긴 하지만.전 차우라고 합니다.중국에서 온 오너구요."

"여긴..어떻게 온거죠?그리고 방금것은 도대체.."

내 말에 차우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민망한듯 미소를 지었다.

"1층에 묶고 있었거든요.파티가 재미없어서.근데 듣기좋은 음악소리가 들리길래 염치 불구하고 올라왔습니다"

"어...어느틈에?"

"흠...사실은...뭐...감상만 하려고 했거든요.그래서 창밖에서 감상하고 있는데,당신이 주화입마에 걸린듯한 격
한 반응을 보이길래,창문을 열고 들어오긴 했습니다만.."

자..잠깐 형씨.창밖에서 어떻게 감상한다는거야?여긴 2층이라고.게다가, 창밖에는 발코니같은것도 없어서 서있을
곳도 없단 말이야!

"거..거...거기에...공중에 떠있었단 말입니까?"

"흠...글쎄요..뭐...떠있었다기 보다는 뭐...그나저나 괜찮으세요?"

"네..더..덕분에요."

"왜 마나를 몸안에 받아들인겁니까?"

차우가 한심하다는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왜긴왜야 이 자식아...무식해서 그렇다..왜?

"그러면...안되는건가요?"

사실상 이상한 일이긴하다.희미하긴 하지만,오너들중에 몇몇은 체내에 마나를 축적하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
었다.뭐...가까이에는 세라도 있지만.

"안돼죠.마나를 축적하는 타입이 아니니까요."

"타입?"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차우가 팔짱을 끼며 내 앞에 앉았다.

"네.뭐...모르시는건 같으니 설명을 드리자면,마나를 운용하는 법은 두가지가 있어요. 기사처럼 몸안에 축적하고
그것을 신체의 일부분처럼 응용하는 타입.그리고 마법사들이나 소환술사 처럼 대기에 있는 마나를 배치하고,운
용해서 사용하는 타입이 있죠.내가 보기엔 당신은 후자쪽이라고요."

"내가..마법사라는 말입니까?"

"흠..글쎄요.잘은 모르지만,제가 보기엔 당신은 음공에 소질이 있군요.성함이?"

"유..준입니다."

"아하!많이 들어 봤는데."

"....뭐..그런말 많이 듣습니다."

흠..이 차우라는 아이.키는 작지만 꽤나 강한녀석인거 같다.무엇보다 통제 불가능한 상태의 나를 간단하게 원상
복구 시켰으니까.근데..주화입마가 뭐더라?무협지에서 많이 봤는데...근데 뭐?음공?

"음공이라는게...뭔말이죠?"

"준씨가 연주할때에,대기중에 마나가 모여들더군요.마법사가 마법을 쓰기 전과 비슷한 현상이죠."

"전..그런거 모르겠던데요."

"흐음..."

차우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흐..흠!이봐.그렇게 뚫어지게 보지마.남자가 그
런 흥미있는 눈으로 보는건 질색이야.

"흐음...그럼...설명을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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