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남편 몰래 경험한 색다른 세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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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94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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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웨이를 걷는 남자  >

             *          *          *          *

현수가 다시 망원경을 들여다 봤을 때,

여자는 남편에게 안겨 거실 소퍼 앞쪽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한마리 꽃사슴을 품에 안은 듯 가쁜하게 몸을 움직이는 남편의 뒷모습.

그때서야 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뱉어내며 눈을 부릅떴다.


 " 어..? 조폭인가.. 저 남자..몸이 왜 저래.."


이미 발가벗겨진 여자와는 대조적으로 브리프 타입의 팬츠를 입고있는 남편,

근데..왼쪽 어깨죽지는 물론 등짝 여기저기..보기에도 흉측한 상흔들이 선연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현수는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더듬더듬 담배갑을 찾아 거머쥐었다.

만약에..발각되기라도 한다면 큰 일 날 것 같은 두려움이 처음으로 생긴다.

하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고,

설사 그렇다 해도 이제부터 눈앞에 펴쳐질 두 남녀의 본격적인 정사의 유혹..

그것을 뿌리치기에는 현수의 도착적인 관음증이 너무 중증이었다.


 "말도 안돼...후우~ 볼 건 봐야지..아암! "


언제 또 다시 지금과 같은 기막힌 기회가 올지는 미지수가 아닌가.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은 현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망원경의 촛점거리를 조금 당겼다.

 

잠시 말없이 내려다 보고 있던 남편이 뭐라고 속삭이는데..

미친다..현수, 자막도 뜨지않는 먼나라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부부니까..당근, 자지를 입으로 빨아달라..뭐 그런 부탁일거야."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놀란다. 현수의 짱돌 굴리는 솜씨에!!


소퍼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여자의 알몸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하얀 대리석으로 깍아 만든 조각품같다.

뭐가 부끄러운지 한 팔을 둘러 젖무덤을 가리고, 다른 한 손을 사타구니..

꿀물이 흐르는 그 비지를 살포시 덮고있다.


겨드랑이 아래로..미끈하게 뻗어내린 옆구리,

요가강습이나 헬스클럽을 다니는지 복부쪽에는 아줌마살은 커녕 군살 한 점 없다.

포동포동 살찐 허벅지는 날렵한 유선형을 그리며 쪽고른 장딴지와 연결되고,

미끈한 종아리는 기름칠이라도 한 듯 반질반질 윤기까지 흘렀다.


아기들이 도리도리를 하듯이 고개를 가로 젖는 여자,

남편은 불쑥 아랫도리를 앞으로 내밀며 다시금 뭐라고 그러고..


 "아..저 여자 뭐하자는 거야..그냥 빤쓰내리고 쭐쭐 빨면 될걸...답답하네.."


서너 번쯤 뭐라고 중얼거리던 남편이 자신의 손으로 훌러덩 팬츠를 벗어버렸다.

그러자 여자는 젖무덤을 가리고 있던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린다.

훔쳐보고 있는 현수의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그렇게 얼마동안이나 시간이 흘렀을까..

미동도 없이 고개를 돌리고 앉아있던 여자가 슬그머니 손을 뻗었고,

그 순간 튼실한 교각을 연상시킬 만큼  굳건하게 버티고 서 있던 남편의 다리가 움찔했다.


 "아~씨바...저..저...좀 옆으로 돌아서지.."


너무나 아쉬운 현수,

남편의 왼쪽다리가 소퍼에 걸쳐지면서 여자 얼굴이 가려져버렸다.

이제부터 전개될 두 사람의 행위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는 현수입에서,

저절로 쌍시옷이 튀어나온다.


눈을 감았다 떳다..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오고가는 현수.

눈을 뜨면,

움찔거리는 남편의 하체와 흩날리는 여자의 머리칼이 동공속으로 파고 들었고,

눈을 감으면,

질척질척.. 할할..쯥쯥..쬭쬭하는 괴상한 소리가 마치 천둥치는 것처럼 고막을 울린다.

 

남편의 다리가 조금씩 꺽이면서 여자의 턱이 살짝 보인다.

 "펠라를 처음하나..침을 질질 흘리네..."

현수는 자신이 여자의 남편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다시금 몸이 오그라드는 흥분감이

아랫도리에서 치미는 걸 느꼈다.


바로 그때 여자의 팔이 갑자기 남편 엉덩이를 강하게 끌어 안는다.

흐린 갈색의 남편 하체와 여자의 하얀 손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어느 순간, 격렬하게 흔들리던 남편의 아랫도리가 딱! 멈추는 것 같더니..

마치 수영장 물속에서 오줌을 쌀 때처럼 푸르르 엉덩이를 떨어댔다.


 "쉐이..지 마누라 입에다...싸나 보네...아닌가..? 유방골에...?"

 ‘아아~~! 씨바, 미치겠네...이..이거, 내 자지가 또..바딱 섰쟎아.."


그 사이..여자는 소파바닥에 완전히 누운 자세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는 여자의 음부쪽으로 얼굴을 갖다대는 남편.


안타깝다.

남편의 얼굴과 등짝에 가려 여자의 비지는 물론 얼굴 표정도 볼 수가 없다


 "한 번만...보게..좀만..위로...야!  아~ 저 자식.."


여자의 보지를 제대로..딱! 한 번만 봤으면 더 이상 원이 없겠는데,

현수는 애꿎은 자신의 자지기둥만 부러져라 이리저리 비틀어댄다.

마치 여자의 비지를 가린 남편의 목줄을 잡아비틀어, 옆으로 옮겨 놓으려는 듯이..


 "우당탕..!! 뿌직...쿵!! "


연신 자라목을 비틀며 달달거리던 현수..

그만 망원경을 고정시킨 삼각대를 자신도 모르게 밀쳐버렸고..

버티칼 커튼 사이로 넘어진 망원경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유리창에 부딪쳤다.


 "아고...씨바...죽었네....."


다행히 강화유리라 베란다창의 유리가 깨어지지는 않았지만..

건너편 아파트까지 들렸을 요란한 굉음에 현수는 머리털이 쭈삣서는 아찔함을 느꼈다.


부랴부랴 뒷수습을 마친 현수가 다시금 바깥을 살폈을 때,

103동 14층의 그집 거실은 희미한 어둠뿐이었다.

         *          *          *          *

 

흐릿한 아침의 하늘자락 끝에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먹구름이 몰려있다.

새벽 일찍부터 낚싯대와 도구들을 챙긴 남편은 날이 밝기가 무섭게 현관을 나선다.


[비가 올 것 같아요.. 뭐 빠뜨린 건 없어요?]

[으응,  잘 마셨어..]


내가 부랴부랴 준비해 준 녹즙을 마시고는 싱긋 웃음을 보여주는 남편,

신혼 시절이 지난지 언제인데 잊지않고 입맞춤을 해온다.


[어떡해요...짐 가방이랑.. 먼길에..차도 없이..]

[색시는 걱정안해도 돼..오메가 전자..신전무 차로 함께 갈거니까..

 오늘 낚시도 사실은.. 신전무가 보채서 마지못해 가는 거야..]


고무장화를 챙겨신고 집을 나서는 남편을 따라 나는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왔다.


[저..오늘 낮에.. 외출할지도 몰라요]

[그래, 종일 혼자서 집에 있으면 무료하쟎아, 친구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그래..

 어..때 마침 저기 오네..]


남편 옆구리에 팔을 두른 채 1층으로 내려오자,

아파트 단지 입구쪽에서 검은색의 에쿠 한 대가 마악 진입해 들어오고 있다.


함께 다가가 인사라도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집안에서 입는 옷차림, 더군다나 슬리퍼를 신은 모습으로 그러기에는

아무래도 남편 체면에 문제가 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중소기업체(성일정밀)의 사장이지만, 신전무란 사람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이다.

대형마트와 동네 구멍가게의 차이랄까..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집안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평소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지만,

공장에서 생산되는 부품 일체를 모기업이나 다름없는 오메가에 납품하고 있는,

남편과 그의 사이는 아마 모르긴 해도 종속관계 그 이상일 것이다.


원래 산을 좋아하는 남편은 어제까지만 해도 근교에 등산을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저녁늦게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새벽 일찍 낚시 가방을 챙겼으니..

 

차 드렁크에 짐을 실은 남편은 이쪽을 쳐다보며 손키스를 날려보낸다.

왠일일까..나 혼자만의 우려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남편의 모습이

잔뜩 찌푸린 흐린 하늘만큼이나 아련하게 내  눈속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짠해 왔다.

불과 며칠 사이에 우리 부부의 사이를 무언가가 자꾸만 가로막는 듯한 불안한 느낌.

 

후우~~나즈막이 한숨을 내쉬던 나는,

남편이 탄 차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간 뒤에야 천천히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한 평 남짓한 공간..혼자 오두마니 서 있는 내 모습이 벽거울에 비친다.

숫자 14의 버튼을 누르려고 왼손을 내민 순간,

내 눈에 확! 띄어야 할 결혼반지..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분명 무명지에 끼고는 있지만..

자격을 상실한 반지의 주인을 나무라는 듯,

늘 반짝이던 돌알맹이는 하얗게 무채색으로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같았다.

 

차량 추돌사고 처리 문제를 두고 오늘 낮에 서준 그 남자와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의외로 수리비용이 많이..나와서..."

나는 처음에 그 남자의 말을 전화를 통해 듣고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수입외제차..그것도 출고한지 두 달밖에 되지않은 신형이지만..

400만원도 아니구...동그라미가 한 개 더 붙을 수가 있는 건지..


4,000만원? 너무나 기가 막히고 어안이 벙벙해서,

한동안 벙어리가 되어버린 나는 말을 잃은 사람같이 벙쪄 있었다.

 "일요일.. 오후 1시에...구정물역 3번 출구..."

귀가 먹먹하고 머리가 띵해서 남자의 다음 말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카센타에 맡겨진 우리 차는 범퍼를 새 것으로 갈고 여기저기 손질을 다 해도,

200만원 남짓 견적이 나왔었는데,

겉보기에 별루 이상도 없던 차...수리비가 4천이라니..


 " 대물보험 배상한도를 1억으로 올렸으면..."


하지만 그런 후회나 보험관련 문제는 지금의 내가 생각하고 있을 게제가 아니다.

남편에게 말을 할까도 고려했었지만, 차 사고가 거론되면 결국 마사지샵의..?

그리고 초보도 아닌 내가 그런 뚱단지같은 사고를 냈었다고 하면,

남편은 농담하냐고..웃어 넘길게 분명했다. 


 "어쩌지..우리 집을 아는 것도 아닌데...전번을 바꿔버릴까..?"

 "사천..사천...그 큰 돈을 어디서 구하나..."

 "이제라도 남편에게 .. 이실직고를 해야하나..안돼! 그건...절대! "


 "근데..옷은 뭘 입고 나가지..?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빈티를 낸다는 것도 이상하고.."


마음이 안정되지않아 오전내내 이리저리 거실과 주방쪽을 왔다갔다 서성거리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나보다는 경험이 많은 민주에게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였다.


[응..나야...은애..어디니...?]

"..저수지..."

[저수지라니...이 시간에 그런 곳엔 왜..? 누구랑..]

"후후, 일요일이라...남편따라 낚시왔다..여기 온월저수지"


그새 두 사람 사이가 좋아진 건가..

나만 만나면, 못살겠다느니 이혼이 어쩌니, 자기 남편 흠담을 아끼지 않았던 민주..는,

 "은애는 자상하고 착한 신랑만나 호강한다"느니..

 "능력있는 남자에게 늘 신혼처럼 사랑받는 기분이 어떻냐" 는 둥

은근히 질투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화기에 대고 그런 말을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근데..무슨 일 있어...목소리에 힘이 없네..."

[힘이 없긴...뭣 좀 물어보려구..부탁할 것도 있구...]

"오라...은애..너! 그날 마사지 샵에서 무슨 일 있었구나..그치?]

[얘는..일은 무슨 일....그게 아니구 사실은...차 사고가 났었어...]

"차 사고라니..교통사고..? 기집애..그런 일을 왜 이제 말하는거야..어디 다친 데는 없어?"

[차라리 내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휴우~]

"한숨만 쉬지 말구..말해 봐.. 사고가 크게 난거니..?"


[응..사실은.. 그날 마사지샵에서 나오다가.. 외제차를..것도 빤추를 받아버렸어...]

"아니 어떻하다가.. 골프는 못쳐도 운전은 잘하면서.."

[그..글쎄..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후~~]

"쯧쯧..조심하쟎고..더군다나 빤쭈라면 수리비용이 엄청 많이 나올텐데..견적이 얼마나..?"

[큰 거 넉장..]

"400 ? "

[아니.. 400 이면 내가 걱정도 안하지..동그라미 한 개 더 붙어..

 전화상으로 자세히 듣지는 못했는데..

 그 사람 당분간 사용할 렌트카 대여비는 뺀 것인데도  그렇다나봐...

 민주야..! 나.. 어떻하면 좋니...?]


"도리없쟎아...남편에게 말하구..보험처리 해야지...그래도 모자랄텐데.."

[그건 안돼...남편이 알게 되면...]

"은애..너.. 정말 ...무슨 일 있었구나...내게 못할 말이 어디 있다구...?

[일은 무슨..사고는 잠시 한눈 팔다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말할 게 있고, 못할 말이 따로 있지..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희미한 음악소리..


 "저수지...낚시터에 왠 노랫소리..? "


그제서야 퍼뜩 남편도 낚시를 떠났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상기된다.

[근데..음악소리가 들리네..민주야..]

"갑자기 차사고 얘기를 하다말고 뜬금없이..아! 이 소리..남편이 그러네..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을 들으면 물고기들이 미끼를 잘 문데나 뭐래나.."


[으응, 그랬구나..그리고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남편이 전화하면..

 그래..시골에 볼 일이 있어.. 우리 차를 빌려갔다고..응, 후우~~]

"은애야..우리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나, 매운탕 끓일 준비해야 돼"

[칫! 민주 너..요리는 잼병이쟎아..]

"매운탕 그까이꺼..뭐 있니..호호! 고추장 확 풀고 물고기넣어서 부글부글 끓이면 되는거지.."


상큼하게 내 귓결에 와 닿는 민주의 웃음소리,

내 가슴속은 가믐에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지만,

나는 애써 민주의 그 웃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남편은 원청회사 임원이랑 접대식으로 낚시를 갔는데..

공교롭게도 민주는 남편과 함께 부부 갈등의 화해를 위해 낚시를 나간 모양이다.

 

전화기를 닫으며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12시 30분이다.

민낯에 비비크림만 조금 바르고는 청치마에 꽃무늬가 프린터된 남방을 걸쳤다.

그리고 까페의 커피값은 내가 지불해야 할테니..3만 원만 작은 손지갑에 챙겨넣었다.

 

땅바닥만 뜷어져라 쳐다보면서 마악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경쾌한 클랙션 소리가 두 번이나 울려왔다.

그리고 스르르~ 엔진소리도 부드럽게 내 옆에 다가와 멈추는 승용차..


[은애씨...!]

[...........?!]

서준 그 남자다.

아니..우리 아파트를 어떻게 알고,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나타났을까.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애인이라도 마중나온 행태다.


반쯤 내려진 창문안으로 보이는..반팔 셔츠에 캐쥬얼한 바지..차림의 남자.

바람에 날린 듯 머리칼이 살짝 이마를 가린 그의 얼굴은,

꿀꿀한 내 마음처럼 잔뜩 흐린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환한 미소를 그리고 있다.


 "도둑넘..사기꾼..멍게...말미잘..양의 탈을 쓴..쓰레기.."


별로 큰 이상.. 없어 보인다고 그날 그랬으면서..엄청난 돈을 챙기려는 그에게

나는 내심으로 온갖 욕지기를 다 찾아 내뱉았다.


[타세요..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습니다.]

[싫어요, 약속장소 정하신대로 버스타고 갈께요. 신경쓰지 마세요]

[단단히 화가 나신 모양이네요..하지만 그 수리비 견적은 사실입니다.

 일단 타세요..저 배고파요..우리 어디가서 식사나 하면서 차근차근 얘기합시다]

 

그러고보니 내 뱃속에서도 주책없이 꼬르르~하는 신호음이 울린다.

이 와중에 밥 생각이 나다니..며칠 아니, 한두 달은 굶어도 배가 부를 형편인데..


아파트 단지와 근접한 길가에서 마냥 그의 청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혹시라도 누가 아는 사람이 본다면..


 "흥! 그래도 매너는..아마 위선일거야.."

남자는 여전히 미소 띈 얼굴로 차에서 내리더니 뒷문을 열어준다.

조수석쪽의 문을 열었다면 진짜 타지 않았을 거다.

나는 못이기는 척 몸을 실었다.


[음식 깔끔하게 잘하는 한정식 식당을 아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는데..

 괜챦겠습니까? 좋아하시는 요리가..]


[..비싼 음식은 대접해드리지 못해요.. 배상하려면..한 푼이라두..]


[하하..역시 제 눈이 틀리지 않았군요..은애씨..!

 전..그날 은애씨 손가락에 반지가 안보이길래..골드 미스인줄 알았습니다.

 근데 아니더군요..어엿이 남편분이 계시는..]


[은애씨..은애씨..! 듣는 은애 기분나쁘네요.

 남의 호구조사를 그렇게 함부로 막 해도 되는 거에요?

 직업이 형사세요? 아파트는 어떻게 알고..]


언제 그런 것까지 파악을 했을까..마사지를 받기전 민주와 목욕실에 들어가면서

반지를 뽑아 두었었는데..


[하하..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제 명함 못보셨습니까?..

 은애씨..아, 참 호칭을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지..아줌마라 부를까요..? 아님 미세스 심..?

 그리고 오해는 하지마세요..저, 아줌마가 어느 아파트에 사시는지 모릅니다..

 제 오피스텔에서 약속된 장소로 향하던 중.. 우연히..뒷모습이..눈에 익어서..]


 "치잇! 언제는 아가씨라고 부르더니..아줌마라니.."


남자는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가벼운 유머를 섞어 분위기를 이끌려고 노력한다.

조금은 혼란스럽다.

말투나 생긴 모습에서는 꽃남 향기도 나고, 쓰레기같이 나쁜 넘으로 보이지 않는데..

한편으로는 여자 운전자를 등쳐 먹는 사기꾼 냄새도 좀 나기도 했다.

 


작은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얕으막한 산자락..

운취있게 조형된 한정식 식당에 당도했을 때는 제법 굵은 빗방울이 후둑 후두둑 떨어졌다.


자잘한 자갈돌이 깔려있는 주차장에 차를 멈춘 남자는,

비상용으로 비치된 우산을 펼쳐 내 머리위를 씌워준다.


순간, 샤워코롱의 남성다운 그윽한 향취..가..내 코에 익숙하게 와닿는다.

남편이 즐겨 사용하는 바디와셔의 그 냄새와 흡사하다.
 


휴일 점심 시간대라 그런지..

꽤나 많은 사람들의 신발이 길게 이어진 통로의 좌우측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차를 몰고오면서 미리 전화를 해둔 탓인가 보다.

도우미 아가씨는 호수가 보이는 조망이 좋은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곧이어 자리에 앉자마자 정갈하고 맛있어 보이는 산채와 부침개류, 잘 조리된 조림류와

비싼 굴비구이까지 30여 가지는 됨 즉한 전통 한정식이 교자상 그득하게 차려졌다.

이조백자처럼 생긴 자기병에 담긴 술 한 병..그것을 마지막으로 방문이 닫힌다.

 

대낮이지만, 낯선 남자와 단 둘이 함께 있다는 지금의 상황은,

내게 긴장과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었다.


일순간 어색한 침묵이 방안에 살짝 흘렀으나,

남자는 정말 배가 고팠던지..접시에 담긴 음식들을 이것저것 가리지않고,

부지런히 자신의 입안으로 옮겨 넣었다. 마치 며칠 굶은 사람처럼..

 

[어..? 이런..죄송합니다..실은..어제 저녁밥도 먹지를 못했더니..]


 "나쁜 넘..어디 가서 또 사기질 치느라..끼니도 못챙겨 먹었을까.."


[좀 드셔보세요..시장이 반찬이 아니라..이집 음식 정말..]

[음..별루 입맛이 없네요]

[흠, 제가 미처.. 은애씨 기분을...그럼 약주부터 한 잔 하시죠..

 전통방식으로 빚은 술인데..여성분들 입맛에 맞을 겁니다.

 드릴 말씀도 있구요...]


노르끼리한 주액이 자기 술잔에 찰랑찰랑 채워진다.

그래, 긴장도 풀겸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면...술이라도 마시자.

남자는 운전을 핑계로 반쯤 술잔을 비우고 한켠으로 밀어 두었다.


[제가 오늘 은애씨를 뵙자고 한 것은...으음..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정중히 부탁드릴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은애씨!!]


연거푸 두 잔의 술을 비웠을 때 남자는 진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부탁이라니..부탁은 내가 해야되는 거 아닌가.


[모델..네, 그래요.. 저와 함께..모델일을 해 보실 의향이 없으신지...하구요]

[에엣...? 모..모델이라뇨..갑자기 그게 무슨 뚱단지같은..]

[이 남자 이제는.. 별 괴상한 제안을 다 한다 싶으시겠지만..

 이건 차사고 문제를 떠나..제 개인적으로 진솔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말 기분 나쁘네요...뭐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지만..순진한 가정주부 데리고

 지금 갖고 노시는 거에요? 뭐에요..?]


손에 들고있던 술잔을 확! 남자의 얼굴에 끼얹어주고 싶었다.

나..참, 이 남자 감히 나를 어떻게 보구선...
 

[화 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제 말을 오해하지 마시구...

 은애씨는 충분히...그럴 자격을 갖추고..]


[됐네요..더 들을 가치도 없는 쓰레.. 후~ ]


그때 마침 작은 손지갑에 넣어두었던 핸폰 벨이 울렸다.


[수리비 문제는 나중에..전화 드릴께요.. 녜, 여보!!...먼저 일어날께요..사기꾼..!!]


방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나는 폰을 귀에 대면서 밖으로 나왔다.


남자가 듣는 앞에서는 상냥하게 "녜, 여보!" 했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남편이 아니다.

마사지사 진동건.. 바로 그 남자였다.


                             < 다음 편으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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