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색귀천사] 제Ⅰ장 천사들의 비역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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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30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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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귀천사(色鬼天使)∮


제Ⅰ장 천사들의 비역질 (2) - 김 현


**(원편집자 주) 본 글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이책>에 있으며, 관련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재편집자 주) 2001년 01월에 하이텔 XDOOR에 올라왔던 소설입니다.


그러다 그가 방문 쪽을 바라보며 "누가 널 찾아왔군" 하고 말했다. 이어 거짓말처럼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약간 흠칫한 기분이 되어 방문을 열었다. 소영이었다. 그녀는 나와 한 집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휴학생이었다.
현재 모 인터넷 벤처 회사에 입사해 일을 하고 있는데,
꽤 예쁘장한 외모에 나긋나긋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오래 전부터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였다. 물론 그 뿐이었다.
나의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그녀와 나는 아직까지도 사적인 대화 같은 건 거의 나눠보지 못했다.

"내, 내 방엔… 어, 어쩐 일이니?"

그녀를 보자마자 나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게 여자 앞에만 서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버리니 나로서도 미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오빠 마침 방에 있었네요? 저, 미안하지만 디스켓 있으면 한 장만 빌려줄래요? 마침 나한테 있던 게 다 떨어져서 그만…."
 
"디, 디스켓? 어… 아,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차, 찾아볼께."

나는 허둥지둥 책상 서랍을 뒤져 디스켓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가 침대에 앉아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녀는 그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는 그녀에게 디스켓을 내밀었다.

"여, 여기 있어."
"고마워요, 오빠. 다음에 디스켓 사면 새 걸로 갚을게요."

그녀가 눈웃음을 살짝 지어 보였다. 나는 공연히 얼굴이 후끈거렸다. 방문을 닫고 난 뒤 나는 후우, 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그가 내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꽤 쌈빡하게 생겼는데 그래? 너, 그 앨 좋아하지?"
"그,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왜 상관이 없어? 네 일이 곧 내 일인데. 너, 걜 갖고 싶어? 갖게 해줄까? 말만 해.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해줄 수 있으니까."
"…!"

그는 대단히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나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의 말에 조금씩 마음이 동하고 있었다. 미친 척하고 그렇다고 말해버릴까.
밑져봐야 본전 아닌가. 그때 그가 아무렴, 하고 내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뭐야? 이 인간이 정말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거야?

"근데… 아무래도 첫 경험인데 말야, 다른 여자가 좋지 않을까? 그 애랑 하면 네가 좀 손해보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텐데…."

"무슨 소리야, 그게? 손해라니?"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하지만… 아까 걔, 처녀가 아니거든. 하지만 넌 숫총각이잖아.
하기야 너만 괜찮다면 나도 별 상관은 없지만."

나는 몸을 움찔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처녀가 아니라니.

"그럴 리가 없어! 소영이가 얼마나 조신하고 얌전한 앤데 그래? 함부로 지껄이지 마!"

"너희 나라 속담에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는 얘기가 있지? 그 애가 바로 그 얌전한 고양이 과야.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확인해 보면 되잖아.
내가 보기에 그 애 위로 지나간 배들이 족히 10여 척은 넘을 것 같은데 말야."

나는 몹시 혼란스러운 기분이었다.
아닐 거라고 부정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그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내가 이 황당무계한 녀석의 말을 믿으려 하고 있다니.

"근데 너 아까 디스켓을 제대로 골라서 준 거야? 그거 공 디스켓이 아닌 것 같던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디스켓을 확인하다가 나는 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지 말아야 할 디스켓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며칠 전에 와레즈 사이트에서 포르노 사진들을 다운 받아 저장해 둔 디스켓이었던 것이다.

나는 다급하게 방문을 박차고 나가 소영의 방으로 뛰어갔다. 황당했다.
분명히 공 디스켓을 골라준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나는 소영의 방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막상 쫓아 나오긴 했지만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벌써 그녀가 그걸 봐버렸으면 어떡하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음란하고 저질인 놈이라고 욕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무시로 머리를 비집고 올라왔다.

나는 용기를 내어  노크를 했다. 하지만 방 안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보았다.
그녀가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머릿속이 아뜩해졌다.
그때 그녀가 내 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게 손짓을 했다.
나는 엄마에게 꾸중들으러 가는 어린애처럼 쭈뼛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몹시 당혹해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무척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오빠, 이거 어디서 다운 받은 거예요?"
"어… 저… 그, 그게… 사실은…"

내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자 그녀는 앞으로 다가서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이 내겐 어쩐지 냉소적으로 느껴졌다. 도둑이 제발 저린 거지, 뭐.

"굉장히 깨끗한 사진들이네요. 모델들도 꽤 수준급이고. 나, 정신없이 보고 있었어."
"…!"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단박에 나를 힐난하는 소리가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녀는 내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설마 이러다 뒤통수를 때리는 건 아니겠지.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미, 미안해. 디, 디스켓을 자못…  골라줬어. 시, 실수로 그만…"
"어머, 그래요? 난 일부러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실망이네. 후훗!"

그러면서 그녀는 손을 뻗어 내 어깻죽지를 살며시 더듬었다.
언뜻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가 싶더니 그녀는 등을 돌린 채 반쯤 열려 있던 문을 닫아버렸다.
딸깍, 하며 도어 록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오빠도 저런 사진 보면서 자위행위 같은 거 하고 그래요?"

그녀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모니터 속엔 금발의 백인 여자 하나가 정면으로 다리를 벌린 채 자신의 음부를 더듬고 있는 사진이 풀 사이즈로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엑스터시를 느끼고 있는 여자의 표정을 연출하고 있었다.

도발적인 그녀의 질문에 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판국에 그런 느닷없는 질문까지 받고 보니 나는 완전히 얼어버리고 말았다.

"왜요, 내가 그런 질문해서 기분 나빠요? 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그녀가 다시 앞으로 다가서며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길이 부드럽게 살갗을 스칠 때마다 나는 순간순간 체온이 상승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덥다. 너무 더웠다.

"나, 남자라면 누구나… 그, 그러니까…"

"그래요? 으음… 하긴 오빠도 남자니까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막상 오빠한테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 좀 놀랍네요.
난, 오빠는 그런 것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거든요. 아, 이거 오빠를 비난하려고 하는 얘긴 아니에요."

"그, 그럼…?"

"오빠도 다른 남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고 나니까 왠지 안심이 되어서 그래요."

그녀가 지긋이 몸을 밀착시키며 두 팔로 내 목을 감싸안았다. 그녀는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내 목을 어루만졌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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