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색귀천사] 제Ⅰ장 천사들의 비역질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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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312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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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귀천사(色鬼天使)∮


제Ⅰ장 천사들의 비역질 (7) - 김 현


**(원편집자 주) 본 글의 저작권은 <도서출판 이책>에 있으며, 관련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재편집자 주) 2001년 01월에 하이텔 XDOOR에 올라왔던 소설입니다.


"…알았어요. 선배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요."
 
도둑이 제발 저린 심정으로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고 있을 때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비로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랐잖아, 씨이!

그 길로 나는 그녀와 함께 로터리 근처에 있는 한 여관으로 들어갔다.
학교 인근에도 여관은 많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분에서였다. 그녀는 전에 없이 다소곳한 모습으로 나를 따라왔다.
하지만 그건 그냥 내 눈에 그렇게 보였다는 것뿐이었다.

막상 여관 앞까지 오긴 했지만 나는 몹시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그 때까지 나는 내 발로 여관엘 들어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몇 번 자긴 했지만 그때마다 술에 떡이 된 채 친구들 손에 이끌려 온 게 고작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 앞에서 멍청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나는 짐짓 놀아본 듯한 모습으로 카운터에다 대고 방 하나만 주세요, 하고 말했다.
그 때 그녀가 내 앞으로 불쑥 끼여들었다.

"자고 갈 것도 아닌데, 뭐 하러 방 값을 다 줘요?"

그러면서 그녀는 카운터에 앉아 있던 늙수그레한 여자에게 대실이요, 하고 소리쳤다.
키를 받아 들고 또각또각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뒷모습을 나는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니, 이 자식. 2할이라더니 순 거짓말 아냐?

방으로 들어선 뒤에도 나는 여간 찜찜한 기분이 아니었다. 물론 애초에 그녀가 처녀일 거라는 기대감 따윈 없었지만,
그래도 지니의 얘기를 믿었는데 그녀의 그런 당돌한 모습을 보고 나니 왠지 맥이 풀려버린 것이었다.
그래, 여관방에서 저렇듯 제집처럼 행동하는 애가 처녀일 리가 없지.

"선배, 나 먼저 좀 씻을게요."

그녀가 칫솔과 수건을 챙겨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운 채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래, 처녀든 아니든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난 내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너무 욕심 부리지 말자.

"욕심이 아니래도 그러네. 자식, 웬 의심이 그렇게 많아?"

지니의 목소리에 놀라 나는 화닥 고개를 돌렸다. 지니가 내 옆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빙긋이 웃고 있었다.

"어, 언제 온 거야? 어디에 있었어?"
"어디에 있긴? 죽 너랑 같이 있었지. 나야 늘 네 곁에 있잖아."
"안 보이길래 난 또 아까 걔들 따라간 줄 알았지."
"그렇지 않아도 걔네들 꼬셔서 좀 놀아볼까 싶기도 했는데, 당최 걱정이 돼서 말이지.
물가에 자식새끼 내놓은 엄마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그런 거 아냐?"

"고마워서 눈물이 앞을 가리려고 한다, 젠장!"

나는 다시 침대에 드러누워 훅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그가 나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너, 쟤가 처녀가 아닐까봐 신경 쓰이냐?"
"내가 신경 쓰고 말고 할 일이 아니잖아. 쟤가 처녀든 아니든 나랑 상관없어."
"내가 명색이 천산데, 그런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도 모를 것 같냐? 마음이 아니라 네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는데 뭘 그래?"

나는 벌떡 몸을 일으킨 뒤 그를 노려보았다.

"날 따라 왔으면 너도 봤을 거 아냐? 쟤, 이런 데 한두 번 들락거려 본 가락이 아냐.
근데 그런 애가 어떻게 처녀일 수가 있냐?
너 괜스레 분위기 돋우어주려고 그런 소리를 한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어. 되레 기분만 상하잖아."
 
"얌마, 넌 화장실에 볼일 보러 갈 때마다 성공하고 나오냐?"

"뭔 소리야, 그게?"

"솔직히 네 말대로 쟤 행실이 그다지 반듯한 건 아냐. 하지만 아직 처녀막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라구.
짱구 좀 굴려 봐라, 중생아. 꼭 이 짓을 해야만 하는 거냐?"

그러면서 그는 엄지와 검지로 고리를 만든 뒤 그 사이로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빼는 동작을 해 보였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게 그러니까 네 얘기는 쟤가…"

"야, 나온다. 난 그만 사라져줄 테니까 그렇게 궁금하면 나머진 네 스스로 알아봐."

의혹만 더 키워놓은 채 그가 사라졌다. 이어 딸깍, 하고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젖은 머리칼을 수건으로 털며 그녀가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내 시선이 가서 멎은 곳은 그녀의 젖가슴이었다.
그녀의 나시 티 위로 유두가 살짝 도드라져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한 손엔 흰색 브래지어가 곱게 접힌 채 들려 있었다.
   
그녀의 요염 마려운 모습을 보자 나는 순식간에 아랫도리가 뻐근해졌다.
평소 그녀가 꽤 섹시한 패션을 한 채 다니긴 하지만 지금처럼 선정적인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근데 하필이면 그녀의 시선도 내 아랫도리 쪽으로 향해 있었다. 나는 공연히 열쩍은 기분이 들어 다리를 꼴 수밖에 없었다.
 
"선배, 가서 씻고 오세요."

생긋이 웃으며 그녀가 욕실 쪽을 가리켰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내 거시기 쪽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젠장, 면(面) 팔리게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그녀한테 그런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잠시 후면 그녀와 나는 2층집을 지은 채 한 몸이 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아직 제대로 단련이 안 돼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나는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칫솔과 수건을 챙겨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로 들어서자마자 훌러덩 옷을 벗어 던진 뒤 몸에다 비누칠을 했다.
내 거시기는 옷을 벗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났다. 나는 충분히 거품을 낸 뒤 거시기를 깨끗이 씻었다.
하얀 비누 거품 속에서 힘차게 발기해 있는 녀석을 보자 나는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런 날을 위해서 그 동안 열심히 단련해오지 않았던가. 손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로.

반짝반짝 윤기가 날 정도로 몸을 씻고 난 뒤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얇은 이불을 가슴 위까지 끌어올린 채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옷걸이 위엔 그녀가 벗어놓은 티와 치마가 걸려 있었다. 좀 아쉬웠다. 내 손으로 직접 벗기고 싶었는데.
하지만 그녀에게 다시 입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가 보는 앞에서 나는 윗도리와 바지를 벗었다. 팬티 위로 내 거시기가 불룩 솟아 있었다.
그것은 욕실에서부터 줄곧 그런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전과 당당한 모습으로 그녀 앞에 섰다.
내 그것을 바라보는 그녀의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잡히고 있었다.

"다 씻었으면 이리로 들어와요, 선배."

그녀가 내게 손짓을 했다. 나는 수건을 화장대 위에 던져둔 뒤 침대로 기어올라갔다.
여관엘 수면이 아닌 이런 용도로 찾아오게 될 줄 어찌 짐작이나 했을까.
거개의 사람들이 후자의 목적으로 여관엘 찾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하지만 나도 이제 당당하게 그들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나는 살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침대에 오른 뒤 나는 살며시 이불을 걷어냈다. 예상대로 그녀는 팬티만 걸친 반라의 몸이었다.
그녀의 몸을 보는 순간 나는 급격하게 호흡을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꽤 잘 빠진 몸매를 지니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손으로 잡기만 해도 툭 부러질 것 같은 가는 목 아래로 뻗어 있는 좁고 가는 어깨와 팔,
그리고 그 중앙에 마치 나지막한 봉분처럼 솟아 있는 두 개의 유방,
― 누워 있어서 그렇지 몸을 똑바로 세운다면 정말 근사한 모양일 것 같았다 ―
허리는 말 그대로 호리병 모양이었고, 배꼽은 깊었다.
잡지책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늘씬한 모델에게서 볼 수 있는 멋진 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직도 앙증맞은 팬티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 곧 내 손에 벗겨져 나가게 될 터였다.
나는 가빠오는 호흡을 추스르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너무 뚫어지게 쳐다봐서인지 그녀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젖가슴을 살짝 가렸다.
거, 왜 여자들이 흔히 팔로 유방을 가리는 식으로 말이다.
가린다고 가렸지만 그 사이로 유두가 절반쯤 드러나 있으면 그야말로 환장하게 섹시한 포즈가 되는 거지.
지금 그녀의 모습이 그랬다.

나는 목구멍에서 쉰 소리가 나는 걸 억지로 참으며 그녀의 팔을 걷어냈다.
그러자 그녀는 대뜸 내 목을 휘감으며 바싹 끌어안았다.
내가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쳐다보지 못하도록 하려는 심산인 듯싶었다. 요런 앙큼한 걸 봤나.

"너 몸매 죽인다. 옷 입고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예술인데, 그래?"

별로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나는 솔직히 그녀의 몸매에 대해 칭찬해 주었다.
그녀는 흐응, 하고 콧소리를 내면서 아랫도리를 꿈틀거렸다.
내 몸이 그녀의 몸 위에 포개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팽팽하게 곤두선 내 거시기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그녀의 불두덩과 배꼽언저리를 거쳐서 붙어 있다.
절묘한 형태이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도 그런 식으로 말해요. 벗은 몸이 더 보기 좋다고."

어라, 이 자식 봐라? 이제야 슬슬 본색을 드러내려는 건가.

"다른 사람들이라니? 누구 말야?"
"그냥… 지금까지 내가 만났던 남자들이요."
"그 남자들하고도 이런 데 자주 드나들고 한 모양이지?"

"물론이죠. 선배 설마 내가 이런 데 처음일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무, 물론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 물론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내 짐작이 들어맞았다는 걸 알고 또 한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내가 직접 알아보라고? 지니, 너 두고보자.

"하지만 이런 식으로 와 본 건 처음이에요. 이상해.
솔직히 말하면 선배랑 별로 이러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돼버렸어."

나는 뜨끔했다. 어쩌면 그녀의 의지가 지니의 마력에 반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는 사람이고, 지니는 천산데 설마 상대가 안 되겠지.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 위해 나는 스스로 마음을 다독였다.

"네 속마음은 나랑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지. 사람이 자기 마음을 속속들이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런가? 선배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나 정말 선배랑 하고 싶었나 봐."

그때 내 머리 위에서 잔소리 그만 하고 빨리 일이나 진행시키라는 지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지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선배, 뭘 봐요? 천장에 뭐가 있어요?"
"아, 아무 것도 아냐. 그냥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쥐새낀가?"
"이런 데 무슨 쥐가 있어요? 키스해 줘요, 선배."

그녀는 내 목을 감은 팔에 힘을 주며 턱을 살짝 쳐들었다. 더없이 솔직한 기분으로 말해 그녀는 정말 예쁘고 섹시했다.
이런 여자를 내 마음대로 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비록 그것이 그녀의 의지가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이런 애가 마음만 좀더 착했으면 그대로 목숨을 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와의 관계가 이 한 번으로 끝이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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