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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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061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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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부>


#1 여왕의 고군분투.


파파파파.

동료 페어리가 소멸되는 것을 보고도,그들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는 서로 눈치들을 볼 뿐이었다.동료가 사라져서 느끼는 분노보다,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탓이었다.

십수명에 달하는 그녀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놀랍게도 단 한명이었다.흑빛 무복을 입고,얼굴의 반절이상을 기이한 가면으로 가린 그녀.그 뒤에는 두명의 인원이 서있었지만,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진짜..주인님 변덕때문에 이게 뭐에요?”

“야..너도 늙어봐.밥먹는것도 망설이고 먹게 된다니까.”

“....”

백색 무복,그리고 유나를 연상시키는 듯한 은빛 머리칼을 늘어뜨린 유희가 김노인을 보며 눈을 흘겼다.

“안도와 주신다고 해놓고 왜 마음이 바뀌셨어요?”

“바뀐게 아냐.이건 도와주는게 아니니까.”

“그럼 뭔데요?”

“간단한 뒤치닥 거리지. 그래도 인생에서 최초이자 마지막 제자인데,이렇게 쪽수가 불리한 싸움을 하게 두는게 좀 걸리더라고.알잖아 나 대인배인거.”

“.......”

그들이 대화를 하던말던, 초희의 몸은 마치 날아다니듯 십수명의 페어리들 사이를 누볐고,그녀가 누비면서 내뿜는 장력에 소멸되는 페어리들의 가루가 마치 봄날의 꽃가루처럼 쉴새없이 허공에 날렸다.

“그래도 다행이네.잔챙이들이 모여있는곳을 잘 찾아내서.”

김노인은 호흡하나 흐트러짐 없이 일대 다수의 경합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초희를 느긋이 바라보았다.유희는 팔짱을 끼고 김노인을 흘겨보았다.오너와 페어리의 관계라기 보다는,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부부같은 모습이었다.

“야.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유희. 어차피 이것만 정리하고 난 빠질거야.더이상 저 아이들의 다툼에 내가 관여할순 없어.”

“특별히 이유가 있어요?”

“물론이지.이 전투가 끝나면 준이도 느끼는 바가 있겠지.내가 여기 온것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것이 아냐.적어도,준이가 그걸 느끼기 전에 개죽음 당하는 것만큼은 막아보려고 온거지.”

“하기야...저런 대량의 페어리들이라니...아무리 수준 낮은 애들이라해도 저렇게 모이면 무섭죠.”

“그러게나 말이다.궁금했는데 대충 알거 같구만.윌...뭐시기 하는놈이 어떻게 죽은 오너의 페어리들을 다루는지 말이야.”

동감이라는듯 유희도 고개를 끄덕였다.불과 몇미터 앞에서 초희가 온갖 체술의 절기들을 뽐내며 페어리들을 도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유희와 김노인은 그들쪽에는 눈빛조차 주지 않고는 동시에 한곳을 바라보았다. 일반인들에게는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거리.하지만 김노인과 유희는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저 멀리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 훤히 보이고 있었다.

“저 아이로군.죽은 페어리를 살려낸 열쇠가.”

“뭐...생각자체는 불순하지만,아이디어는 좋군요.”

“꽤나 오랫동안 준비한것 같군.어찌보면 저 네크로맨서가 태어나자마자,윌리엄스라는 녀석은 지금의 페어리 부활 프로젝트를 꾸몄을지도 모를 일이야.”

“주인님 시절에도 저런 인물이 있었잖아요?물론 머리는 안좋았지만.”

“어.그녀석이 한 방법보다는 훨씬 고차원적이지만.설마하니 네크로맨서를 이용해서 죽은 오너의 혼을 잡아뒀을 줄이야.거기에 그걸로 페어리까지 억지로 끄집어내어 개화시키다니 무서운 놈이로군.”

휘우우우.

초희가 누비던 전장은 온갖 페어리들이 만들어내는 색색깔의 가루만이 날리고 있었다.불과 몇십분만에 다시 부활한 페어리들을 정리한 그녀는 땀한방울 나지 않은 얼굴로 태연하게 김노인의 옆에 와서 서며,먼지가 묻은 흑빛 무복을 털어내었다.그들의 눈빛으로,저 멀리 노아가 싸우고 있는 전장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타아아아!”

헤라의 채찍이 수십개로 분리되는 착각을 자아내며 일렁거렸고,그녀의 채찍에 스친 바위인간들은 마치 모래처럼 부숴졌다.하지만 노아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으이익!”

헤라는 기겁을 하며 다른 한손에 들려있는 다른채찍을 무섭게 휘둘렀다.그녀에게로 쏟아지던 물줄기들은 그녀의 방어에 막혀 물안개로 화하며 흩어져 버렸다.

“로한!아직 멀었어?”

전방에서 노아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던 헤라는 신경질적으로 로한에게 말했다.로한은 노아가 만들어내는 바람탓에 회색빛 겉옷을 펄럭거리며,쉴새없이 주문을 외웠다.노아가 꺼낸 상급정령이 로한을 향해 마구잡이로 공격을 퍼부었지만,채찍 두자루로 만들어내는 헤라의 방어는 생각보다 뚫기가 힘이 들었다.

“노에스!운다인!”

노아의 명령에따라,정령들은 일사 분란하게 움직였고,헤라는 여기저기 몸을 움직이며 필사적으로 방어를 했다.땅에서 무언가 솟아오르기도 했고,바람의 칼날이 자신을 공격하기도 했으며,어떨때는 집채만한 불구덩이가 날아들기도 했다.

“야..로한..나 한계야.”

헤라의 몸은 군대군대 긁힌 자국이 역력했다.상대는 정령의 여왕이었고,그녀가 부리는 오묘한 자연력을 채찍 두자루로 모두 막아내었으니 자연스레 한계가 올수 밖에 없었다.

노아는 노아 나름대로 분했다.무인도에서 처럼 오픈된 스테이지라면,큰 정령 두방으로 밀어버리면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이곳은 달랐다.적어도 반경 1키로내에 아군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 상황.게다가 준이 자신의 영향권에 있다면 더욱더 섣불리 큰 기술을 쓸수 없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감겨있던 로한의 두눈이 떠졌고,그녀의 눈동자에는 기이한 마법진이 떠올라 있었다.이윽고 로한의 양손이 허공으로 뻗어졌다.

“데쓰 필드!(Death field)”

노아는 순간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자신이 서있는 땅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새겨지더니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었다.순간 긴장하며 몸을 움츠린 노아이지만,그녀에게는 그 어떤 공격도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헤라가 만신창이가 된몸을 어루만지며 ‘살았다..’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정령의 여왕을 잡기란 참 힘드네.”

로한은 꽤나 마나를 소비했다는 듯이 중얼거렸고,헤라는 움직일 기운조차 없는지 나무에 등을 기대고는 숨을 몰아쉬었다.아무런 공격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너무나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그들을 보며 노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노아는 당황했다.상급정령들을 아무리 불러도,그들에게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순간 살짝 뒷걸음질 쳤고,그것을 본 로한과 헤라의 표정에는 비웃음이 섞인 조소가 떠올랐다.

“당황스럽나 정령의 여왕?”

노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그녀를 노려보았다.아까만해도 주변에 가득했던 상급정령들이, 여왕의 부름에도 대답을 해주지 않고 있었다.로한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정령술은 이제 쓸수 없어.지금 이쪽 반경 수킬로이내에는 데스필드가 펼쳐졌거든.”

노아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했다.어째서 윌리엄스가 자신의 상대로 네크로맨서인 로한을 훈련시켰는지도 알것 같았다.

데스필드.망자와 죽음의 힘을 다루는 그녀만이 쓸수 있는 유일한 마법이었다,지정한 반경에서의 모든 생명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어버리는 엄청난 마법.물론 페어리인 노아의 생명까지 그 마법에 영향을 받을리가 없었다.이곳은 프로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나무들은 급격히 시들어가고 있었다.나무 뿐만이 아니라 풀도,대지도 시커멓게 변하며 썩어들어 갔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레 자연력을 기본으로 하는 정령들이 소환되지 못하는 것이었다.노아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고,로한은 단검 몇자루를 꺼내들고는 노아를 향해 날렸다.

“큭...”

날렵하게 피하지 못해,노아의 오른팔쪽으로는 로한이 던진 단검이 상처를 깊게 남기고 스쳐지나가 버렸다.쉬고 있던 헤라역시 천천히 채찍을 집어 들더니,노아를 향해 휘둘렀다.

챠악!

노아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헤라의 채찍을 맞아 주르르 밀려나버렸다.그런 그녀를 보며 천천히 헤라가 노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정령력을 쓰지 못하는 정령의 여왕이라.우습지.”

노아는 바닥에 주저 앉은채로,분한 듯 자신에게 다가오는 헤라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상급정령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지만,돌아오는 것은 대답없는 공허함이었다.

“독하네.이거에 맞고도 비명하나 안지르다니.”

계속해서 헤라의 채찍이 노아의 몸위로 떨어져내린다.마나를 머금고 있었다면 아마 노아의 몸이 두동강이 났을지도 모르는 충격이었다.

노아는 입가로 세어나오는 비명을 가까스로 참으며 중급정령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그들역시 생명력이 절반이하로 줄어버린 이곳에서는 조금의 반응도 없었다.

“이제 끝내자 헤라.주인님을 도우러 가야하니까.”

로한의 말에 헤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온몸이 긁힌채 자신을 노려보는 노아를 향해 천천히 채찍을 들어 올렸다.엄청난 길이를 자랑하는 헤라의 채찍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헤라의 몸쪽으로 빠르게 회수되기 시작했다.

‘있다..!’

노아는 눈을 번쩍 하고 떴다.하급정령들은 그녀의 부름에 응답을 해오고 있었다.데스필드에 걸린탓에 중상급 정령들은 아예 소환될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지만,하급정령은 가까스로 소환할수 있을것 같았다.

‘우선..마법부터 부순다.’

노아가 노리고 있는것은 지금자신의 앞에서 채찍을 들어올리는 헤라가 아닌,저 멀리서 여유롭게 지켜보는 로한이었다.그녀를 처리한다면 데스필드가 풀릴것이었고,상급정령을 부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노아는 있는 힘껏 손을 들어 올렸다.

“아니!”

헤라의 미간이 꿈틀했다.노아를 향해 내지른 자신이 채찍이 미묘한 격차로 노아의 급소를 피해간 것이었다.바람의 하급정령인 실프가 미묘하게 공격경로를 돌린 탓이지만,헤라가 그것을 알리가 없었다.바로 그때였다.

“아아아악!”

헤라는 뒤에서 들려오는 로한의 비명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곧이어 헤라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허공에서 갑자기 소환된, 도마뱀 모양을 한 불의 하급정령 살라만더가,그대로 로한의 얼굴로 직격해 버린것이다.정령이 아예 발동되지 않으리라 믿고 방심하고 있던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한채 발버둥쳤고,도마뱀 살라만더는 그대로 로한의 입을 통해 그녀의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파파파파..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헤라의 몸은 석상처럼 굳어버렸다.저 멀리 회색빛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로한과,천천히 사라져가는 살라만더의 불꽃.어떻게 노아가 정령을 소환했을까 하는 의문조차 갖을수 없었다.

“윽...”

헤라역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들고있던 두 자루의 채찍을 떨구고 말았다.그녀는 자신의 심장을 관통한 무언가를 떨리는 눈망울로 바라보았다.어느틈이었을까,사람의 모습을 한 땅의 중급정령이,날카로운 바위를 자신의 가슴에 쑤셔넣고 있었다.

파파파파..

이윽고 갈색빛 가루가 노아의 앞에 흩뿌려지며 그것은 곧 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흩어졌다.노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것을 바라볼뿐이었다.

한방울, 두방울.

노아의 팔과 다리를 타고 그녀의 핏방울이 대지에 흩뿌려졌다.등편의 마녀인 헤라의 채찍을 온몸으로 받아내어서,그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드드드드.

데스필드가 풀려버린 대지는 다시금 생기를 찾았고,곧이어 땅의 중급정령은 자신들의 여왕을 바위로 둘러싸 보호했다.스르르 풀려버리는 노아의 눈망울. 그렇게 다시한번,최강의 페어리 정령의 여왕은 스르르 잠이 들고 있었다.

 

#2-준부대, 대위기.

 

“칫..”

유나는 입가에 세어나오는 선혈을 팔로 닦아내었다.크리스틴은 무표정한 얼굴로 유나를 응시했고,유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시금 격투자세를 취해보였다.

“체술로 나와 겨루는 건 무리일텐데.”

크리스틴의 조소섞인 말투.하지만 유나는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수아 다음으로 빠르다 해도 과언이 아닐 실버나이트.그녀의 앞에서 마법의 주문을 외는 것은 곧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블랙나이트라면 모를까.프로즌레이디가 나와 체술로 겨루겠다는 건가”

또다시 크리스틴의 양주먹은 은빛 빛무리로 물들었다.유나는 천천히 뒷걸음질 쳐서 그녀와 거리를 벌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 니까 네가 여유를 부릴수 있는거야.세라가 왔더라면 넌 한참전에 죽었어.”

이미 세라에게 패배한 전적이 있던 크리스틴.유나의 그 말은 냉정한 크리스틴을 도발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크리스틴의 몸이 미사일처럼 쏘아지듯 유나를 향해 뻗어졌다.유나는 엄청난 속도로 뒤로 빠졌고,그녀의 앞에서는 유나와 같은 모양을 한 얼음분신이 소환되었다.

“흥.또 그건가!”

크리스틴의 발이 허공으로 휘둘려졌고,얼음분신은 산산히 부숴졌지만, 덕분에 유나는 시간을 벌며 거리를 벌릴수 있었다.빙백의 인이 맺힌 유나이지만 지금 수인없이 펼칠수 있는 마법은 고작해야 얼음분신일 뿐이었다.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는듯,크리스틴의 몸이 유나를 향해 뻗어져 왔다.유나는 급한대로 주먹에 냉기를 모아 크리스틴과 대적했다.

“윽..”

하지만 상대는 권과 각을 무기로 하는 실버나이트.몇차례 경합을 주고 받기도 전에,크리스틴의 발이 유나의 허리를 걷어찼고 그녀는 또 몇미터나 날아가 나무기둥에 부딪혀 버렸다.

‘끝인가보다.’

유나는 이제 아예 팔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온몸은 상처투성이였고,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그런 그녀를 보며 크리스틴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마유미를 보낸것은 잘한 일이야.같이 죽는거 보단 나으니까.’

마유미가 있었더라면,조금 상황이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유나는 후회하지 않았다.그녀로써는 최고의 효율을 택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녀의 머릿속엔 오직 한사람.준이 환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해요 주인님.꼭 살아남아서..나 다시 깨어나게 해줘요.’

유나는 편안하게 마음을 먹기로 결심했다.크리스틴의 발을 묶지 못한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왔지만,이미 백법사로써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경합을 벌인것이나 다름없었다.

“큭..”

유나는 아무런 신체적 공격이 들어오지 않자 스르르 눈을 떴다.그리고 곧이어 유나의 눈이 살짝 커졌다.짧은 신음소리를 낸 크리스틴은 마치 발에 못을 밖아놓은 것마냥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주..주이..님...”

크리스틴은 불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힘겹게 중얼거렸다.영문도 모를 유나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크리스틴의 몸은 산산히 부숴지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그녀의 몸은 유나에게 오려던 그 자세그대로,은을 갈아놓은 것처럼 고운 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날리고 있었다.

‘버나드..버나드가 죽은건가?’

유나는 옴짝달싹 할수 없는 상황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는 그녀의 최후를 바라보았다.지금으로써는 갑작스런 크리스틴의 소멸을 설명할 길은 그것뿐이었다.오너의 죽음.그것이 크리스틴을 개화전 상태로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성공한거구나.’

유나는 그대로 뒤에 있는 나무에 몸을 기댔다.버나드의 상대가 차우라는 사실은 유나가 알리가 없었지만,그래도 그녀에게 있어선 천운이 닿은 것이었다. 온몸이 지릿할 정도의 충격.유나는 조금 쉬려는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빨리 이 싸움이 종결되기만을..그렇게 계속 바라면서.

 

 


“어라?”

준의 말과 동시에,마법을 준비하던 마유미도,그리고 저 멀리 빠져서 화살 세개를 활에 걸던 수아도 덩달아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뭐..뭐야..”

자신들의 앞에 있던 열명에 가까운 페어리가 동시에 사라진 것이다.그들은 모두 죽은 오너의 페어리들이었고,수아와 마유미의 활약덕에 숫자가 조금씩 줄던 그들은 어느순간 일시에 약속이나 한듯이 소멸해 버리고 있었다.

“뭐지?”

준의 혼잣말에,마유미나 수아가 대답을 해줄수 있을리 없었다.

“설마 윌리엄스가 죽은건가?”

“와아!그런거 아니에요?”

언제 다가왔는지,수아가 깡총깡총 뛰며 즐거워했다.오로지 단 한명.마유미만이 주변을 경계하며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있을 뿐이었다.

“뭔가..죽은 페어리들을 다스리던 그 무언가가 소멸되었을것입니다.그게 윌리엄스라면 좋겠지만..”

“제가 가서 보고올까요?”

“아냐 수아.섣불리 움직여선 안돼.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야.”

워낙 크룬때 많이 데인 준으로써는 당연히 신중해 질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준의 옆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전혀 긴장따윈 하고 있지 않던 수아가 갑자기 귀를 쫑긋하고 세웠다.그녀의 동물이상의 감각을 잘 알고 있는 마유미는 긴장한 표정으로 수아를 바라보았다.

“왜그래?”

“뭔가 오고 있어.”

“뭐?”

그녀의 말에 준과 마유미는 금새 자세를 고쳐잡으며 주변을 경계했다.순간,수아의 손이 번개같이 화살통으로 가며,준과 마유미가 캐치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스피드로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아 날렸다.

우당탕!

수아의 화살에 맞아 무언가가 지면으로 추락하는 소리가 들렸다.준과 마유미의 긴장이 극에 달해 있을 그 시점에,그들의 앞으로 두세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윌리엄스의......’

준은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나무가지 위에서 선채로 준과 마유미,그리고 수아를 바라보는 그들은 모두 세명이었고,한결같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들은 윌리엄스의 페어리들이었다.

마유미와 수아는 자세를 고쳐잡았다.나무위에 있는 인원들은 각각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준은 윌리엄스가 죽었다는 생각을 급히 수정하며 뮤즈를 고쳐쥐었다.

“대단하네.우리중 한명을 활로 소멸시킬 줄이야.”

푸른머리칼의 여자의 말에,다른 둘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뭐.그 아이는 다시 개화된지 얼마 안되었으니까.하지만 우리로도 괜찮을거 같아.무엇보다 운이 좋잖아?적의 오너를 만나다니.”

마유미는 침을 꼴깍 하고 삼켰다.다른 인원들은 모르지만,푸른 머리칼을 지는 인물은 잘 알고 있었다.물의 마법을 다루는 블루레이디 마린. 그녀는 윌리엄스의 페어리이자,적법사인 자신과는 상반된 힘을 가진 자이기에 더욱 더 기억에 남아있는 페어리이기도 했다.그리고,그녀의 옆에는 크룬전쟁때 소멸되었던 공간의 지배자 타유역시 수아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슈우웅!

다시금 엄청난 속도로 그녀들을 향해 날아가는 수아의 화살.나무위에 있던 인영들은 약속이나 한듯 흩어졌고,블루레이디 마린은 회피하는 그 순간에 마유미에게 시선을 고정한채로,일행에게 말했다.

“그럼...각자 한명씩 마음에 드는 적을 맡기로 하자.”

 

 

 


콰콰콰쾅!

엄청나게 발생하는 섬광과 폭발음들.리미는 자신이 설치 해놓은 트랩에 걸린 적을 확인했다.이윽고 소멸해 버리는 페어리의 모습.그녀는 살짝 뒤로 빠지며 위치를 이동했다.

‘어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거지.’

마나를 가장 자연스럽게 다루는 리미는 각각의 마나의 흐름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다행히도,아군중에 마나가 사라진 자는 없는것으로 보아,사망자는 없는듯했다.

준부대의 포메이션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렸던 그 폭발 이후로,리미는 숲속 깊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하지만 영리한 그녀가 아무생각없이 몸을 사린 것은 아니었다.

리미는 침착하게 몸을 숨기고는,즉석에서 지형지물을 이용한 트랩을 구상해,연금슬로 수많은 함정과 폭탄을 연성한 것이었다.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자주 자리를 이동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결과는 흡족 스러웠다.리미의 함정에 꽤나 많은 페어리들이 소멸당한 것이었다.리미는 꼼꼼하게,원래의 윌리엄스의 페어리와 죽은 오너의 페어리들이 소멸될때 어떤식으로 다른지를 분석하고 있었지만,답은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온다.’

리미는 기척의 마나를 모두 숨기고는 숨을 죽였다.달빛아래로,저멀리 어떤 인영하나가 접근하는 것이 느껴졌다.그의 신원을 확인한 리미의 얼굴이 급격하게 창백해졌다.

‘윌리엄스..’

그는 페어리가 아닌,이 모든 전쟁의 원흉이자 준부대 최고의 수적인 윌리엄스였다.덮수룩한 수염의 중년남성.처음엔 온화하게 보였던 그 인상이,리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자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그리고 여유롭게 풀숲으로 걸어왔다.리미는 반사적으로 자신이 설치해둔 트랩을 바라보았다.리미가 입력해둔 마나의 타입이 아니면 그대로 폭발해 버리는 장치. 준 부대의 9명의 마나와 미묘하게 달라도 그것은 폭발하게 되어 있었다.

“프로텍션!”

리미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윌리엄스는 트랩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듯이.거침없이 물리적공격을 방어하는 실드마법을 펼쳤고,또한번 숲속에는 우렁찬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콰콰콰콰..

리미는 나무가지 사이에 몸을 숨긴채로,긴장한 표정으로 엄청난 후폭풍속에서도 여유롭게 웃고 있는 윌리엄스를 바라보았다.실드에 숨어있는 그의 시선이 숲속 여기저기를 향한다.

“이런이런. 발길 닿는대로 왔건만..”

리미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었다.윌리엄스는 이런 트랩이 통할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엄청난 마법력도 그렇지만, 그는 덫에 쉽사리 걸릴만큼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윌리엄스는 마치 이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듯이,천천히 중얼거렸다.

“리미양...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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