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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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085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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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부>


#1-발이 묶인 준 일행.


콰콰쾅!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격전의 소리들.

세라의 귀에는 그것이 또렷하게 잘 들려왔다.그리고 그것이 준근처에 있는 폭발이 아니기만을 바랄뿐이었다.

‘역시...’

나무와 나무사이를 날아다니듯 하던 세라의 표정이 일순간에 굳어버렸다.그녀는 사뿐히 나무가지 위에 착지를 했다.그 나무에도 역시 세라의 이니셜이 세겨져 있었다.

‘아까부터 같은 곳만을 뱅뱅 돌고 있어.’

변두리에 위치한 윌리엄스의 대 저택.그리고 그 근처역시 숲이 우거진 지역이었지만,세라가 아무리 방향을 바꿔 전속력으로 달려도 계속 같은 길만 나올뿐이었다.

‘미묘하게 진법이 펼쳐져 있다.’

물론 세라는 그것이 동양에서 말하는 진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필시 윌리엄스 혹은 그의 페어리중 하나가 수작을 걸어논 것이 분명했지만,애석하게도 세라는 차우나 리미와는 달리 그쪽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세라는 아름다운 눈망울을 빛내며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한번 들어가면 완전히 미로처럼 나올수 없는 진법은 아니었다.아까만 해도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던 격전의 소리들이,이제는 하나둘씩 잦아들어 있었고,준의 마나가 시시각각 움직이고 있는것이 어렴풋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곧 준 일행이 계속해서 적을 없에고 또다시 조우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아예 출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진법은 아니란 의미였다.단지 발을 묶기 위한 사소한 진법이었다.

하지만 사소하다해서 편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었다.이 진법을 영악하게 이용하면,세라를 비롯한 준 일행은 일정공간에 갇힌채 끊임없이 밀려오는 적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특히나 오너가 근처에 있을때 잠재력이 더욱더 끌어올려지는 페어리들에게는 오너와 떨어진채로 무한대로 벌이는 전투가 괜찮을리 없었다.

문득 먼 허공을 응시하던 세라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저 멀리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계속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았던 광경이었기에,세라의 몸은 거의 날아가듯 그곳을 향해 쏘아져 갔다.

“이런..”

세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쓰러져 있는 인물의 신상이,그녀가 점점 다가가면 갈수록 확실해 졌기 때문이었다. 나무기둥에 등을 기댄채로 기절하듯 쓰러져 있는 그 인물은 다름아닌 차우였다.

세라의 몸이 가볍게 땅에 착지했다.주변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고,저 멀리 누군지 형체조차 알수 없는 시신이 쓰러져 있었다.그것이 버나드라는 사실을 알리 없는 세라는 차우의 목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아직 살아있다.’

세라는 눈을 감은채 쓰러진 차우의 몸을 꼼꼼히 훑어 보았다.중간중간 그의 핏줄이 꿈틀꿈틀 거리는 모습.세라는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함을 알게 되었다.

‘전신 마나의 혈맥을 모두 개방했다.’

차우와 같이 체내에서 마나를 운용하는 세라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일시적으로 모든 혈문을 개방해서,폭발적으로 힘을 분출하는 기술. 또한 그 기술은 세라가 크룬 전쟁에서 휴가를 벨 때 썼던 기술이었다.

‘위험해.’

그것을 세라가 썼을때와,차우가 썼을때를 비교하자면,그 위험도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페어리인 세라는 오너인 준을 통해 마나의 결함을 보충받을수 있지만,차우는 달랐다.한마디로 주유소가 없는 길을 연료가 동날때까지 몇백키로로 질주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콰콰쾅!

세라는 갈등했다.저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 동료들,그리고 준의 신원이 걱정되어 참을수가 없었지만,그대로 차우를 두고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죄송합니다.’

세라는 마음속으로 차우에게 사과를 한후 등을 돌렸다.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차우가 준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인지,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료..’

프로센에서의 기억을 찾은 유일한 페어리인 세라는 잘 알고 있었다.동료애라는것이 무엇인지.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그 동료를 베는 훈련까지도 받은 그녀로써는 더욱더 가슴을 아프게 하는 단어라는 것 역시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세라는 다시 차우쪽으로 등을 돌렸다.심한 내상을 입었는지 그의 입가에는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차우를 회복하게 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세라의 마나를 미세하게 주입하여,차우의 마나량이 제로가 되는것을 막아주는 것 뿐이었다.

세라는 별수없이 차우의 등에 손을 대었다.멀리서 들려오는 굉음소리들.그녀로써는 최대한 빨리 차우를 회복시키고 부대로 합류할수 밖에 없었다.이질적인 마나가 들어오면 꿈틀대는 차우의 몸을 보며,세라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금은...다른 사람들을 믿는 수밖에 도리가 없어.’

 

 


투투툭!

수아는 입술을 깨물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수아에게 접근한 것은 다름아닌 공간의 지배자 타유였고,수아가 쏘아낸 화살은 애꿎은 나무기둥에 박힐 뿐이었다.그녀를 겨냥해서 활을 당기면,그녀는 순식간에 사라져 저 멀리서 다시 나타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최속의 페어리라..”

타유는 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타유의 몸이 연기처럼 다시 사라졌고,이내 순식간에 수아의 앞으로 나타나며 그녀의 복부에 강한 킥을 꽂아 넣었다.

“큭!”

수아는 나무밑으로 떨어지며 볼품없이 뒹구르고 말았다.다시금 나무가지 위로 나타난 타유.그녀가 천천히 중얼거렸다.

“그것은 그저 발로 달릴때의 이야기일 뿐이지.”

수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오로지 공간이동 마법 하나만을 갖고 있는 타유이지만,그녀는 체술도 열심히 훈련한듯 했다.블링크 마법을 주문없이 발동하는 그녀는 연신 수아의 좌우 상하로 순식간에 공간이동하며 계속해서 이런 시간차 공격을 꽂아 넣었고,반대로 수아는 타유의 털끝하나도 건들지 못하고 있었다.

‘열받아!!!’

어찌보면 유나와 성격이 비슷한 수아로써는 참을수 없는 굴욕이었다.준부대에서 가장 빠른 세라도 수아의 스피드를 이길수 없을 정도인데도,공간자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타유의 앞에서는 수아의 스피드 역시 무용지물이었다.게다가,2차개화를 통해 좀더 심오한 궁술을 익힌 수아로써도,타유가 계속 순간이동을 하는탓에 단 한발도 맞히지 못했다.

“애석하게도.넌 상대를 잘못만났어.법사를 만났더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타유의 말에,수아는 분한듯 그녀를 노려보았다.타유의 몸이 다시한번 사라지더니,이내 수아의 화살이 꽂혀 있는 나무기둥앞으로 나타났다.그녀는 나무에 깊숙히 박혀있는 수아의 화살을 쑥 하고 빼내었다.

수아는 단번에 타유의 생각을 알아낼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곁으로 순간이동을 해서 화살을 몸에 직접 찌를 생각인 것이었다. 숲속에서 무적이라 할수 있는 수아지만,아이러니 하게도 공격형 페어리도 아닌 타유에게는 그저 손쉬운 상대가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수아는 그제서야 왜 타유가 자신을 선택했는지 알수 있었다.준의 경우엔 음파공으로,마유미의 경우에는 화염력으로 주변에 방어막을 형성할수 있어, 타유의 순간이동이 통하지 않았다.하지만 수아의 경우는 그 반대가 아닌가.타유는 영리하게도 자신이 처리할수 있는 적이 수아라는것을 단번에 알아낸 것이었다.

수아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지면을 박차고 올랐다.타유는 순식간에 저 멀리 도망가는 수아를 보며,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소용없는 짓ㅤㅇㅣㄾ텐데.”

‘생각하자..생각해야해.’

수아는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며,침착해지려 애썼다.뒤에서는 순간이동으로 계속해서 거리를 좁혀오는 타유의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타유의 몸이 사라지고,다시 거리를 좁히는 그 찰나의 순간에 수아의 몸은 또 한참이나 멀어졌다.하지만 공간자체를 뛰어넘는 타유가 수아를 잡는것은 시간문제인듯 보였다.

‘화살을 쏴도,텔레포트나 블링크로 피해버린다.어떻게 하지?’

확실히 수아가 쏘아낸 화살은 보통사람은 볼수조차 없을 정도로 빠른것이었다.어쎄씬인 미라마져도 감으로 겨우 피할 정도가 아니었던가.게다가 수아가 쓰는 활과 화살은 리미가 정성을 들여 만든 무기과학의 집약이었다. 하지만 화살을 쏘려는 그 움직임이 있으면 여지없이 타유의 몸은 허공에서 사라져 버렸다.

‘침착해..침착하자.이대로라면 저 기집애가 들고 있는 내 화살에 내가 죽을거야.’

수아는 엄청난 속도로 방향을 바꾸며 다시금 내달렸다.같은 패턴으로 달리면 언젠가 타유에게 붙잡히고 말 것이었다.

‘화살을 쏘면 다른공간에서 나타나 버린다..그렇다면?’

수아는 달리는 와중에 힐끔 화살통을 바라보았다.남은 화살은 약 열 개.그리고 타유는 점점 텔레포트 하는 속도를 올리며 자신을 추격하고 있었다.

‘내가 그걸 쓸수 있을까?’

트루피가 구현할수 있는 무궁무진한 궁술중 하나가 떠올랐지만,수련을 많이 하지 않은 자신이 그것을 해낼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수아의 머릿속에 떠오른 작전은 단하나.타유가 화살을 피해 공간이동을 할때에,그녀가 나타날 모든 예상지점에 시간차로 화살을 여러발 날리는 작전이었다.

‘우씨!지금은 그거 밖에 없잖아.’

수아는 다시금 엄청난 속도로 방향을 틀었고,타유역시 그녀가 가는 방향을 따라 몇십번의 순간이동을 반복하며 추격하고 있었다.

‘내 앞으로 한번에 순간이동을 하지 않는거 보면,지금 저 아이는 내 앞의 좌표를 계산할 능력이 없는 거야.’

수아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어쩌면 타유는 추격하는 그 동안에 수아의 평균속도를 산출해서 그녀의 앞 공간의 좌표를 계산하고 있는 중일지도 몰랐다.그렇다면 속전속결이 답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기회는 단 한번 뿐이야.한번에 끝내지 않으면 정말 끝이라구!’

수아는 쏜살같이 달리는 와중에도 침을 꿀꺽 삼켰다.

‘으응?’

타유의 눈이 크게 흡떠졌다.등을 보이며 달아나던 수아가 허공에서 몸을 빙글하며 돌리더니,순식간에 자신을 향해 화살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타유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순식간에 텔레포트를 했고,그녀가 사라진 공간사이로 수아의 화살 하나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바로 그때였다.

“멀티 샷!(multi shot)”

앙증맞은 수아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화살통속에 남아있던 아홉개의 화살이 한번에 수아의 활에 장전되었고,그것은 순식간에 수아를 중심으로 좌우상하로 분산되어 날아갔다.

“큭!”

수아가 손 한개의 화살을 피해 여유롭게 공간이동을 한 타유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땅으로 추락해 지면에 쳐박혔다.처음쏜 한개의 화살은 타유의 공간이동을 유도한 미끼였고,그녀가 텔레포트를 하자마자 미리 쏜 수아의 멀티샷중 한개의 화살이 정확하게 타유의 목줄기를 관통한 것이었다.

‘해냈다!’

한개의 활로,다중의 화살을 허공에 각기 다른방법으로 쏘아내는 고도의 궁술.비록 어설펐지만 수아의 도박은 대 성공이었다.

파식!

바닥에서 꿈틀대던것도 잠시,이내 다시금 노란색 가루로 화하며 허공에 사라지는 타유의 모습.좀처럼 지치지 않는 수아는 땅에 착지해서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하아..”

아름다운 금발머리.그리고 몸매를 훤히 드러낸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수아는 서있을 기운도 없는듯 털썩 주저 앉았다.

‘아..아직 쓸수있을때가 아닌가봐.’

수아는 그렇게 중얼거려버렸다.손에 찌릿찌릿 전기가 통했다.한개의 활에 걸려있는 여러개의 화살에,각각 다른 방향으로 마나를 실어 날리는 고도의 그 궁술은 아직 수아에겐 무리인 모양이었다.그녀는 숲의 기운을 마시려는듯 크게 심호흡을 하며,분한듯 중얼 거렸다.

“우씨!주인님 도와주러 가야 하는데에!”

 


#2-완성형 블레이즈 레이디.

 


“워터 스트라이크!( Water Strike)”

마린의 주문과 동시에,지면에는 엄청난 밀도로 압축된 물줄기가 땅에서 부터 솟아 올랐다.가까스로 피한 마유미 였지만,그녀의 몸은 충격의 여파만으로도 주르르륵 밀려나 버렸다.

‘강하다..’

마유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4써클의 워터스트라이크는 그다지 고등의 마법은 아닐지도 몰랐지만,그것을 저렇게 빨리 구현하는 것은 순전히 술법자의 센스와 능력이었다.

“법사중 최고라는 블레이즈 레이디..”

마린은 멀리서 숨을 고르는 마유미를 보며 중얼거렸다.마린의 마법탓에,마유미의 옷은 흠뻑 젖어 온몸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육감적인 모습이었지만,애석하게도 이곳은 전쟁터였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이라면야...문제도 아니지.”

마유미는 분했다.늘 적 혹은 다른 페어리와 겨룰때. 법사중 최강인 블레이즈 레이디라 해도 그 정도 수준으로는 어렵지 않겠다라는 치욕적인 말을 들어온 그녀였다.법사중 최 약체이지만 뇌전의 인이 맺힌 샤이,그리고 블레이즈 레이디에 이어 두번째로 강한데다가,인까지 맺힌 프로즌 레이디 유나와 비교해도,역시 마유미는 턱없이 약했다.

“룬 프레이어(Rune flare)!”

마유미는 재빨리 자세를 고쳐잡으며 수인을 맺었고,그녀의 주변으로 생성된 불기둥이 날카로운 창이 되어 순식간에 마린을 향해 날아갔다.하지만 그녀는 푸른 머리칼을 휘날린채로,침착하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워터 블래스터!( Water Blaster)”

순식간에 마린의 주변으로 노아의 정령술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물결이 일렁거리더니,이내 마유미가 쏘아낸 화염을 집어삼켜버렸다.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흑!”

마유미는 흡사 태풍속에 있는 나뭇잎처럼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물줄기에 주르르륵 밀려났고,그것도 모자라 물속에서는 여러차례 폭발이 일어났다.마유미는 온몸을 두들겨 맞는 듯한 충격을 받으며 나무기둥에 부딪혀 버렸다.

“쉽잖아?의외로.”

마유미는 울컥 눈물이 솟구치는게 느껴졌다.최강의 법사로 평가받는 블레이즈 레이디라는 허울에 맞지 않게,그녀는 늘 패배와 좌절에 익숙했다.그녀가 승자가 되었던 순간은 오직하나,J의 곁을 떠나 준을 새로운 오너로 맺어진것 하나뿐이었다.

‘분해...너무..’

마유미는 분했다.소멸되면 다시 부활할수 없기 때문에,이번원정에 오지 말라고 까지 했던 준을 가까스로 설득해서 온것이었다.절대절명의 위기였던 준을 아까 구했을때는 가슴깊이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었다.하지만 현실은 윌리엄스의 페어리앞에 또다시 무릎을 꿇어버린 자신의 모습뿐이었다.

마유미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준을 떠올렸다.이 세계에 와서,자신은 준때문에 너무나 행복했다고 자신할수 있었다.처음에 곱지 않던 유나의 시선이 조금씩 다정해 질때는 너무나 기뻤고,깐깐한 세라와 리미에게도 조금씩 인정을 받을때는 너무나 행복했던 그녀였다.늘 경쟁자들은 많지만,누구하나 편애하는것 없이 사랑해주는 준역시,그녀에게 있어서는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고 싶은 사랑이었다.

‘이대로..이대로는 소멸될수 없어..절대로..절대로..’


마린은 싱긋 웃으며 쓰러져 있는 마유미를 겨눈채로 수인을 맺었다.물에 젖어 있는 붉은 머리칼.그와 대조되는 곱고 하얀 피부가 되려 강렬한 섹시함을 자아내는것만 같았다. 마린은 자신은 갖고 있지 않는 매력을 가진 마유미가 괜시리 짜증이 났다.페어리이기 전에,그녀도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날 너무 원망하지마.”

마린의 수인이 한번더 맺어졌다.이왕끝내는거,확실하게 끝내기 위해서 였다.바로 그때였다.

“뭐..뭐야..”

마린은 수인을 맺다 말고는 멍해져 버렸다.마유미의 몸위로 곰실곰실 수증기가 피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수중계 마법을 다루는 마린의 기술에 맞으면서 흠뻑 젖어있던 마유미의 몸위의 수분들이 엄청난 속도로 증발하며,마치 안개가 낀거마냥 뿌연 수증기를 자아내고 있었다.워낙 갑자기 벌어진 일인지라,끝내기 마법을 날리려던 마린역시 잠시 당황하고 말았다.

“치!무슨 수작을 부릴...”

다시금 수인을 맺으려던 마린의 눈망울이 크게 떠지며,그녀는 급히 몸을 날렸다.어떠한 주문도,수인도 맺지 않은 마유미의 몸에서 엄청난 크기의 화염구가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앙!

마유미의 파이어볼이 직격한 자리는 흡사 용암의 습격을 받은것처럼 주르륵 녹아내렸다.

‘이럴수가..말도 안돼..’

마린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듯한 공포가 들어왔다.저 멀리 서있는 마유미의 모습.그리고 군데군데 찢겨진 그녀의 옷탓에 훤히 드러난 그녀의 가냘픈 팔에,무언가가 천천히 새겨지고 있었다. 페어리인 마린은 그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법사형 페어리에게 있어서는 꿈의 경지이자,블레이즈 레이디에게 있어서는 완성형이라 할수 있는 멸겁화의 인이 조금씩 그녀의 팔에 세겨지고 있었다.

‘말도 안돼..어떻게 이런 순간에..’

마린은 잘 알고 있었다.오너와 페어리의 교감,그리고 신뢰도가 극성이 되었을때 세겨지는 인의 정체. 마린은 압도적으로 달라진 마나의 양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채로 조금씩 뒷걸음질쳤다. 워낙 많은 페어리들이 있는탓에,오너인 윌리엄스와 많은 호흡을 맞춰보지 못했던 마린으로써는 인이란 그저 먼 미래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화르르르..

엄청난 열기에 땅에 흩뿌려졌던 수분마져 증기로 화했다.붉은 머리칼이 마나의 파동으로 인해 휘날리기 시작했다.마린은 똑똑히 볼수 있었다.조금씩 조금씩, 멸겁화의 인이 마유미의 오른팔에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위..위험해.’

마유미의 눈망울이 루비 색깔로 바뀌며,천천히 마린을 응시하고 있었다.마린은 재빨리 뒤로 빠지며 수인을 맺었다.지금 쓸수 있는 전략은 단하나.마유미의 시선을 교란시키고 작전상 후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법사에게 있어서 최강의 존재인 적법사가, 멸겁화의 인이 맺혔다는 것은 이미 체급자체가 달라진 복싱이나 다름없었다.

“아쿠아 볼!”

맘이 급한 마린은 2써클의 아쿠아볼을 쉴새없이 마유미를 향해 날렸다. 똘똘 뭉쳐진 물폭탄 수십개가,마유미를 향해 무차별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라그나 블라스트.( Lagna Blast)”

마린은 절망하고 말았다.그녀가 만들어낸 아쿠아 볼들은 마유미의 몸에 닿기도 전에 스르르 사그라 들며 연기로 화해 버렸기 때문이었다.게다가 마유미가 내뱉은 주문은 무려 7써클 마법이었다.

“꺄아아아아!”

마린은 온몸이 녹아들어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어느순간인지 자신의 발밑 대지에 나타난 역오망성의 마법진.그리고 그곳에는 마치 용암과 같은 온도를 가진 불길이 치솟으며 마린의 몸을 애워싸 버렸다.애초에 후퇴하려는 전략역시,그녀에게는 그저 미수된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스스스스스...

마린이 자아내는 에메랄드빛 가루들을 보며,마유미는 초점 없는 눈망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파지직..

그녀의 주변으로는 나무들이 급격하게 시들거나,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어느덧 마유미의 눈망울에는,저 멀리서 단검을 들고 있는 페어리와 뮤즈를 들고 맞서며 격전을 벌이는 준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3- 최강의 두뇌 대결. 윌리엄스 VS 리미


쿠우우웅!

리미는 연신 숨을 헐떡 거리며,저멀리서 흡사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가는 거대한 고목을 바라보았다.고목이 쓰러지고 나서 보이는 윌리엄스의 얼굴. 리미는 자신의 몸을 한번 훑어 보았다.여기저기 긁힌 상처자국들.이대로 가다간 엄청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역시나...대단하군요 리미양.”

윌리엄스는 여유롭게 웃으며,어딘가에 숨어있을 리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정도로 제 마법을 피해내시다니 말이죠.어떤 마법이던 그 공격범위를 파악하고 회피를 하는군요.”

윌리엄스의 칭찬아닌 칭찬에도 불구하고,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최강의 오너와, 공격력이 제로에 가까운 연금술사의 대적은 흡사 20대 청년과 갖난아기의 싸움처럼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되는 대결구도였다.

윌리엄스는 진심으로 탄복했다.리미는 그저 운빨로 피하고 있는것이 아니었다.자신이 마법을 발동하면,리미는 금새 방출되는 마나의 양으로 그 마법의 공격범위를 계산했고, 한발 빠르게 공격범위에서 벗어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큰 마법을 쏠까 생각했지만,큰 마법을 쏘려고 하면 여지없이 리미는 온갖 무기들로 자신을 저격했다.

‘실드를 펼친채 여유롭게 처리할수 있겠지.’

사실 차우의 페어리인 샤이와 소소역시,윌리엄스는 실드를 건채로 큰 마법을 구현함으로써 단박에 소멸시킨 것이었다.하지만 윌리엄스는 왠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마법도,체술도 갖고 있지 않는 그녀가 오로지 전략 하나만으로 자신에게 맞서려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단해. 정말 탐나는 페어리로군.’

가장 많은 페어리를 갖고 있는 그이지만,윌리엄스는 진정 구미가 당겼다.꽤나 자신이 전략파라고 생각했던 그였다.그리고 실제로 여태까지의 수많은 싸움들은 모두 윌리엄스의 전략대로 움직였기도 했다.하지만 머리 하나로 모든 위기를 회피하는 리미의 모습에 그는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

“당신은 강합니다 리미양.내가 준씨를 처리하지 못했던 것은, 세라양 탓도,노아양 탓도 아닙니다.바로 리미양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윌리엄스의 찬사 속에서도,리미는 숨을 고르며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도망치려면 그럴수 있을지 모르지만,문제는 윌리엄스 역시 멍청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자신이 여기서 발을 빼버리면,더욱더 전쟁은 준에게 있어 위험한 상황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리미는 붕대로 팔을 동여매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요?자신의 편에 승산따윈 없다는 것을.”

윌리엄스는 공격할 의지를 접고는 회유하듯 저 멀리 숨어있는 리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필사적으로 마나를 숨기고 있는 리미지만,윌리엄스는 그녀가 어디에 은신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주변 지형지물이 리미가 어디 숨어있는지를 훤히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아무리 그녀라한들,흔적까지 지우며 마법을 피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 페어리가 되는것은 어떤가요?훨씬 더 안락한 미래가 지속될 텐데요.”

리미쪽에선 대답대신 섬광탄을 비롯한 온갖종류의 폭약들이 날아들었다.윌리엄스는 피식 웃으며 손을 들었고,그의 앞에서 폭발한 폭탄들은 그저 또 애꿎은 땅에 구덩이만 파놓을 뿐이었다.

윌리엄스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리미는 어느새 그 틈을 이용해 또다시 위치를 이동한듯 보였다.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리미의 목소리.윌리엄스는 여유롭게 웃었다.역시나 리미답게, 목소리로 위치를 알려주지 않으려는듯 그녀의 목소리는 전후 사방에서 울리고 있었다.간단한 연금술을 이용해서 목소리를 분산시킴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숨기려는 것이었다.

“얼마든지 물어보시죠.”

“죽은 페어리들은 어떻게 살려낸 거죠?”

“궁금합니까?제 질문에 먼저 답해줬으면 좋으련만...뭐..저에게 던진 무기로 답변은 대신된 모양이군요.”

“대답하세요.어떻게 한거죠?”

“역시 현자의 연금술사.호기심은 참을수 없는 모양이군요.좋아요.알려드리죠.”

윌리엄스의 주변을 둘러쌓고 있던 프로텍션 마법이 해제 되었고,그는 천천히 리미가 있을 법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에겐 로한이라는 페어리가 있지요.뭐...마나가 느껴지지 않는걸 보니 소멸된 모양이지만...그 아이는 망자의 영을 다룰수 있답니다.”

뜬구름 잡는듯한 말이었지만,리미는 금새 그의 말뜻을 알수 있었다.나무뒤에 숨어있는 리미의 눈망울이 크게 떠졌다.아무렇지 않게 던진 윌리엄스의 말에 내포된 의미는 상상이상으로 큰 것이었다.

“그럼..그렇다면..”

“네.리미양이 생각하는 대로입니다. 로한이 전사한 오너의 영을 끄집어내었고,부활한 오너의 영이 다시 페어리들을 개화시킨 것이지요.”

“마..말도 안돼는 소리. 그렇다면 어떻게..어떻게 단지 망령으로 페어리를 개화시킨다는 거지?육체가 없는 영혼이 페어리를 다룰수 있을리가 없을텐데.”

“역시 리미양. 잘 아시는 군요.사실 저도 그 부분에서는 많이 막혀있었죠.하지만,크룬이 이 세계를 넘어올때 택한 방식에서 힌트를 얻었지요.”

리미는 다리가 풀릴뻔한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그녀지만,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윌리엄스의 말뜻은 간단했다.그는 로한을 이용해서 소환한 오너의 영령을 일반인의 육체에 주입시켜 버린 것이었다.마치 크룬이 인간의 몸을 빌렸듯이,죄 없는 사람을 잡아들여 그를 다시 오너로 탄생시킨 것이었다.

“뭐..하지만 크룬 종족만큼은 잘 안되더군요.저는 그 오너들도 부리고 싶었는데,이상하게도 억지로 영을 주입시키니 불완전체가 되어버려서 육체가 붕괴되기 시작하더라구요..그래서 그 오너의 페어리들을 깨어나게 해서.저의 페어리로 만들어 버린 거지요.”

리미의 작고 앙증맞은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그녀의 분노를 느낀 윌리엄스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여기서 리미양이 제 페어리가 되어주지 않는다 해도,나중에 제가 준씨를 죽이고 그 영을 끄집어 내면 그만인거지요.아시겠나요?어차피 리미양 당신은 제가 부리는 페어리가 될 겁니다.세라양도..노아양이나 유나양도 말이죠.”

우우우웅.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리미가 숨어있는 나무뒤로 광채가 일어났다.분노를 참을수 없던 리미가 땅에 연성진을 그려 폭탄 몇개를 혼합한 탓이었다.

곧장 자신쪽으로 맹렬하게 날아오는 폭탄들.윌리엄스는 다시금 프로텍션을 발동시키며,희미하게 중얼거렸다.

“그래요 리미양.그 전에...이 재미있는 싸움을 계속 즐기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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