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요정들의 오너 시즌 2 -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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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3,278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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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부>

#1-자신을 이겨라!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린다.청색의 중국식 무복이 바람에 펄럭였고,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앞에 서 있는 자신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상대는 가냘픈 여자였다.그것도 흑색 무복안으로 보이는 몸매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여인. 하지만 그녀를 마주대한 차우는 여자라고 마구마구 무시할 수가 없었다.오히려, 그 누구를 대할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차우는 조심스레 예전의 기억을 더듬었다.자신의 눈앞에 있는 가면을 쓴 여인. 차우는 그녀의 무위를 딱 한번 본적이 있었다.마족 크룬이 습격했을때, 자신을 거의 반죽음으로 내몰았던 가투를 단 1분만에 제압한 여인. 그날이후 차우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된 그녀가, 이번엔 그의 대전상대로써 눈앞에 서 있었다.

‘젠장...진짜 말도 안되게 떨린다.’

그녀가 내뿜는 기운만으로도, 차우의 온몸의 신경세포는 위험신호를 연신 보내고 있었다.차우의 생애 최초로, 절대로 이길수 없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쯧쯧.잔뜩 얼어있구먼.’

김노인은 차우의 반응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겉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자세일지 몰라도, 김노인의 눈에는 차우의 지금 심리상태가 훤히 보였다.

‘초희와 싸워서 이기기는 하늘의 별따기다.초희가 무식하게 강해서가 아니야.초희는 상대가 부리는 체술을 그대로 구현한다.즉,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면 초희를 이길수 없다는 이야기지.’

김노인은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차우를 보며 눈을 빛냈다. 지금까지 김노인이 본 사람들중에서 초희와의 대결에서 합격점을 얻은 자는 단 한명, 준의 페어리인 세라 뿐이었다. 물론,세라 본인은 그것이 패배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스으으으

순간적으로, 초희의 모습이 완벽하게 차우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그녀의 특징을 잘 알고 있는 차우는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시작됐다...’

차우는 왠지 몸이 으스스 떨리기 까지 했다.자기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복제가 된다는 것은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물론 곧 본래의 초희모습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가면속에서 감겨있던 초희의 두눈이 반짝 하고 떠졌다. 그 순간, 차우는 결심을 한듯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실로 엄청난 스피드.하지만 초희는 여유롭게 손을 앞으로 뻗었다. 지면을 박차 초희와의 거리를 좁히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차우는 초희가 취한 방어식이 자신의 가전무술의 방어자세임을 느끼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상대는 이미 자신을 카피해논 후였다.아니, 자기 자신이었다!

차우의 손이 여러개로 불리된 것과 같은 착각마져 자아내며 초희의 몸위로 쏟아지듯 공격해 들어갔다.

부우웅!

하지만 번번히 차우의 손은 허공을 갈랐다.초희의 몸이 마치 분신처럼 여러갈래로 갈라지며 차우의 권과 각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섬영(纖影)’

차우는 초희가 어떤 기술로 피했는지 알수 있었다.자신의 가전무공인 팔괘 중 방어기술의 하나인 초식이었다.

차우는 빠른 속도로 다시금 초희와의 간격을 벌리고 손을 뻗었다.등골에 차갑게 식은땀이 흘렀다.

‘이거...정말 거울을 보며 싸우는 것 같다.’

차우는 이제서야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수 있었다.상대는 자신이 쓰려는 공격과 초식의 공격범위를 훤히 알고 있었고,또 어떤 식으로 방어를 해야하는지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초희는 차우의 기술만을 갖고 있는것이 아니었다. 아무리봐도 불리한 싸움이었다.

‘쯧...완전히 얼어 붙었구먼.’

김노인은 긴장을 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는 차우를 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반면 초희는 여유로운 자세 그대로 차우를 응시하고 있었다.언제든,어떤 공격이든 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깨달아야 한다.지금 갖고 있는 네 가전무술을 한계를 인정하고,뛰어넘을수 있는 방법을.’

이번엔 전세가 바뀌어 초희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흑색무복이 펄럭이는 모습이 흡사 저승사자같이 차우의 눈에 비춰지고 있었다.

파파파파파.

이번엔 초희의 양 팔이 차우의 몸위로 분산되며 흩어졌다.차우는 당황한듯 몸을 뒤로 살짝 빼었지만, 초희가 했던 것만큼 유연하게 공격을 흘리지는 못했다. 대부분 초희의 팔을 가까스로 쳐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큭!”

차우는 외마디 비명을 뿌리며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차우의 상체에 쏟아지던 초희의 권이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더니, 이윽고 그의 복부에 발차기를 꽂아 넣었기 때문이었다.차우는 볼품없이 밀려나 바닥을 주르륵 굴러 버렸다.

“큭....켁...”

차우는 기침을 하며 괴로워 했다.김노인과 함께 관람중이던 유희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단 한번씩의 간합이었지만, 승부는 삼척동자가 봐도 확연히 갈린것만 같았다.

“포기?”

“아닙니다!”

초희의 물음에 차우는 넘어졌던 속도의 두배로 벌떡 일어났다.가만히 앉아서 팔짱을 끼고 있던 김노인이 조용히 차우에게 물었다.

“어째서 막지 못했냐?”

“네?”

“방금 전의 초희의 공격말이야.”

“너..너무 빨라서요.”

“그렇지만 그건 네 기술인데?”

차우는 마치 놀랐다는 듯이 새삼스레 말하는 김노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초희는 여전히 자신의 앞에 서있었다.차우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공격자세를 취한채로.

초희는 살짝 자세를 낮췄다.그녀의 한팔은 차우를 경계하듯 앞으로 뻗어졌고, 다른 한팔은 뒤로 길게 늘어뜨린 자세였다.평범한 자세일지 모르지만, 차우는 긴장한듯 침을 꿀꺽하고 삼킬수 밖에 없었다.

‘맙소사..저건..’

초희의 전신에서 흡사 오오라처럼 짙푸른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차우의 팔괘 중에서 1대1 대인공격중 최고의 위력과 속도를 자랑하는 초식의 기본자세였다. 차우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지만,마땅한 방어식이 생각나질 않았다.

‘내 기술이지만, 그것을 방어할 기술이 없다.’

차우는 여태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딜레마에 빠진 셈이었다.초희는 그런 차우의 사정을 조금도 봐줄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양손에 푸른빛 빛무리를 생성시키며 마나를 방출시켰다.

“너...뭐하는거냐?”

“예?”

“저건 네 기술이다. 멍하니 멍때리면 뭐 어쩌자는 거야?”

차우는 김노인의 질문에 화들짝 놀라 다시금 초희를 바라보았다.일촉측발의 상황.저것은 언제라도 차우의 전신 혈맥을 노리고 달려들 것만 같았다.

“그..그렇지만, 마땅한 방어 기술이..”

“어째서 방어할 생각을하는거냐? 저 기술의 영향 반경이나, 사각같은것을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그..그렇긴 합니다.”

“그렇다면..공격의 범위 안에서 멍하니 서서 뭐하자는거야?”

차우는 그제서야 머릿속에 천둥이 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자신은 초희의 공격권에 멍하니 서있는 것이다.저것을 어떻게 막을지만 생각했지, 전혀 회피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로.

‘이런 바보 같은...나와 똑같은 기술을 쓴다면...아니, 상대가 내 자신이라면...내 문제점을 파악해서 보완하면 상대를 이긴다는 것 아닌가.그렇게 간단한 것을..’

차우는 깨달음을 얻은 현자처럼 눈을 번쩍 하고 떴다.순간 초희의 몸이 광속에 가까운 스피드로 뻗어졌고, 땅위에는 기이한 진법이 펼쳐졌다. 차우는 잘 알고 있었다.팔괘진의 영역에서 재빨리 벗어나면, 그 공격은 순식간에 무위로 변한다는 것을.


차우의 몸이 활처럼 휘며, 엄청난 속도로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차우의 가전무공 중에서 최고의 경공술이라 할수 있는 비연(飛燕) 이었다.

콰지직!

초희의 몸주변으로 펼쳐진 팔괘의 진.그리고 그 진위에 있는 모든 것들은 삽시간에 반토막으로 갈라지며 대기는 마나의 파동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차우는 엄청난 속도로 초희와 간격을 벌렸고, 그 와중에 초희의 공격은 멈춤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침착하자. 저 기술의 실체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차우는 눈앞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는 초희의 무위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끊임없이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었지만, 이미 그 기술의 영역범위 밖에 서있는 차우는 차분하게 그 기술이 끝날때까지 아무런 제약없이 바라볼수 있었다.

‘저 기술은 모든 동작이 끝나고...약 1초간의 딜레이가 있다.그리고...사각이 있다.’

차우는 침착하게 무릎을 굽혔다.눈앞에 자욱한 먼지.그리고 그 안에는 초희가 있었다.워낙 큰 동작과, 큰 마나손실을 요하는 기술이다 보니 한번 발동시키면 쉽사리 멈출수 없는 탓에 목표물인 차우가 없어도 계속 발동되고 있는 것이었다.비록 그 위력을 실로 엄청났지만.

‘지금이다!’

차우의 몸이 쏜살같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그의 눈에는 천천히 회전을 멈추고 있는 초희의 몸이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기술이 끝난뒤의 1초의 딜레이.차우는 그 틈을 타서 초희의 사각으로 접근할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말귀는 잘 알아듣는 녀석이네.’

김노인은 속으로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사실 그는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물론 본인이 조언을 하긴 했지만,대부분의 사람들은 초희와 대적을 할때에 자기 자신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 때문이었다.

파아아앙!

둔탁한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어느덧 초희의 측면으로 파고든 차우가 그녀의 옆구리 부위에 통배권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초희의 몸이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며 몇미터나 날아가기 시작했지만,차우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어라..이느낌은..’

차우는 찝찝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초희를 바라보았다.공중으로 날아가던 그녀의 몸이 빙글빙글 회전을 하더니 지면에 사뿐히 착지한다.

‘통하지..않은건가.’

차우는 좌절해 버렸다.그때를 제외하면 초희를 이길수 없다는 생각마져 들었다.그만큼, 초희가 차우앞에서 보여주었던 무위는 빈틈의 기억따윈 없었다.

“자세를 풀어라 초희.”

김노인의 말에, 멀리 서있던 초희는 천천히 공격의 자세를 풀었다.오직 차우만이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는 알수 없는 눈으로 둘을 번갈아 볼 뿐.

“내가 졌어.”

“에에?”

무복에 묻은 먼지를 털고는 묵묵히 중얼거리는 초희의 말에 차우는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그를 묵묵히 바라보던 초희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네 기술이 아닌, 내 기술을 썼으니까.”

차우는 그제서야 멍한 표정을 풀수 있었다.마지막에 통배권을 날릴때에, 어째서 이질적인 감각이 손바닥에 전해져 왔는지 알수 있었다. 초희는 차우의 몸에 맞는 그 찰나의 순간에 강하게 회전하며 자신의 몸주변에 회오리를 일으킨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라와의 비무에서도 보여주었던 초희 고유의 기술이기도 했다.

‘맙소사...그걸 패배라고 인정하는 거야?’

차우는 이겨놓고도 기뻐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차우도 오너가 된지는 이제 5년차. 절대로 자신이 이렇게 까지 약한 존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그였다.하지만 여유롭게 패배를 인정하는 초희는 마치 넘을수 없는 산처럼 느껴졌고, 그와 동시에 자신은 너무나 미약한 존재인것만 같았다.

“너무 자책하지 마라.말그대로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 초희와의 비무의 포인트니
까.”

김노인의 말에 상념에 잠겨있던 차우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그의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제 알겠냐?내가 왜 처음에 널 제자로 받을수 없다고 했는지.”

땅위로 차우의 눈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졌다.그는 너무나 부끄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자기 자신을 컨트롤 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강함만을 추구해왔던 것이었다.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조차 겨우겨우 이기는 나약한 존재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아냐..아직 누구에게 배울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거야 나는.’

차우는 부끄러움에 눈물을 보였다.어린아이처럼 제자로 받아달라고 조르기만 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누구에게 새로운 것을 전수받기 이전에, 자신은 넘어야 할 산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차우는 가슴속에 담겨져 있는 소소,샤이의 카드를 꼭 움켜쥐었다. 선선한 산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지만,그의 가슴속엔 뜨거운 눈물이 내리고 있었다.






#2-리미의 제안.



순간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정리되었다.말괄량이 수아와 노아역시 준이 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준의 품에 안기며 매달리기 바빴다.

“다 큰 아가씨들이 어린애들처럼 왜들이래.”

준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양옆에 주렁주렁 매달린 미인들이 싫지 않았다.물론 늘 가슴골이 보이는 수아의 복장은 아직도 적응이 안되긴 했지만.

준은 마유미에게 눈빛으로 고맙다는 신호를 전달해 주었고,그녀는 현모양처 답게 수줍게 웃었다. 각자 준이 시킨 일때문에 바삐 돌아다니는 와중에, 늘 마유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아와 노아의 통제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유미는 늘 불평없이 일을 했고, 수아와 노아역시 마유미의 말을 잘 따랐다.

준은 이제는 몇년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시끌시끌한 자신의 거처를 바라보았다.김노인의 권유로, 오너전쟁이후 산속으로 거처를 옮긴지도 꽤나 지나 있었고, 여섯명의 페어리들과 함께사는 집은 언제나 시끌시끌했다.

하지만 준은 후회를 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우선 리미의 통제하에 지어진 집은 페어리 각자의 방을 갖을수 있을 정도로 크게 지어져, 전에 살던 아파트보다 훨씬 더 자유로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무수한 진법이 있었기에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래야 닿을수도 없으니 눈치를 볼 이유역시 없었다.

“마유미 나 사과 더줘!”

“나는 고기.”

“마유미.바나나도 줘.”

저녁상은 언제나 시끌시끌 했다.수아와 노아는 연신 엄마격인 마유미에게 이것저것을 요구했고, 마유미는 자신의 식사도 하지 못하며 수아와 노아의 부탁을 들어주기 바빴다.

“수련은 어떠세요?”

“아..뭐..그럭저럭.”

준은 세라의 물음에 살짝 겸연쩍어 하며 대답했다.다시금 적막이 찾아올때쯤,이번엔 리미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단...처리할 일이 상당히 많은것 같습니다.”

그게 어떤것인지는 준역시 잘 알고 있었다.크룬전쟁에 이어 오너전쟁에 이은 사회의 폐해. 어처구니 없게도 그것은 생각보다 큰 파장이었다.

“지금 세계적으로 범죄율이 가장높습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미국,영국, 그리고 독일이나 루마니아 등이 가장 심하지요.그리고 그렇게 범죄율이 치솟은 국가들은 모두 오너가 있는,혹은 있었던 국가이기도 합니다.”

리미의 말은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다.최초에 크룬들은 오너가 있는 국가들만 덮쳤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전쟁이후였다. 일반 시민들로써는 그것이 제 3국의 테러로밖에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혹자들은 외계인의 침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치안은 더더욱 악화되었고, 불안한 가운데에 범죄율은 급상승했다.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은 더욱더 아비규환이라 할수 있었지만,한국역시 상황이 그다지 깔끔하다고는 볼수 없었다. 범죄집단은 군부대를 빈번하게 습격해 무기를 탈취하기도 했으며, 일반인들도 법적으로 공기소총을 소유할수 있었기에 앞다투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사들였던 것이다. 마치, 기름위에 라이터를 켜고 있는 것 처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일촉측발의 상황이었다.

“알아.그래서 내가 세라나 다른 아이들에게 은신을 부탁한 것도 있으니까.”

문제는,범죄율이 상승하고 알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기이한 일이 일어나니 정부규모의 호구조사가 더욱더 세밀하게 이루지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물론, 각 가구에 대해서도 주도 면밀히 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계의 존재인 페어리로써는 발각되어선 안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조금 더 두고보고,조금 더 관찰해야할 문제일거 같습니다.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생각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뭔데?”

“저희들의 신변문제 입니다.증서야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다지만, 저희는 등록이 안된 국민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피해다니는것도 한계가 있을것입니다.다행히 세라와 유나,노아의 신분은 보장되어 있더군요.”

“뭐?”

준은 깜짝 놀라 리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정작 본인들도 몰랐던 사실인지, 세라와 유나도 리미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예전에 대회의가 영국에서 열린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그때는 제가 없었기 때문에 워프역시 할수 없었겠죠. 그래서 윌리엄스가 유나와 세라, 노아의 여권을 만들어 주지 않았나요?”

“그..그렇긴 했지만..그게 진짜로 통용이 될수 있는거란 말이야?”

“네.비행기를 탈 정도면,그냥 여권껍데기는 아니겠죠. 유나와 세라,그리고 노아는 지금 영국국적을 갖고 있는거나 다름없습니다.”

“말도 안돼..윌리엄스가 무슨 자격으로 애들에게 국적을 줘?”

“물론 말도 안되지만, 윌리엄스가가 영국에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그렇게 무리도 아닙니다.”

리미의 침착한 말에 유나와 세라는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고, 노아는 그런것에 관심이 없는듯 연신 마유미의 팔을 잡아끌며 장난치기 바빴다.

“확실한거야?”

“네.제가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세명은 지금 영국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그것도 모두 같은 자매로요.”

“하..윌리엄스 그자식 무슨 꿍꿍이였데?”

“그거야 죽은자는 말이 없으니 아무도 모르는 거겠죠.하지만 이것이 꼭 좋은 현상이라고는 말할수 없을 겁니다.외국인들은 지금 신분조사가 가장 먼저 이뤄지는 계층이니, 세라와 노아,그리고 유나는 더욱더 위험한 지경이라고 할수 있겠죠.”

“흠..”

준도 왠지 귀찮은 일이 생길것만 같은 예감에 얼굴을 찡그렸다.유나 역시 조용히 투덜거리며 윌리엄스의 욕을 했다.

“계속 숨어 있으면 되는거 아니야?”

보다 못한 수아가 입을 열었지만,리미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국내에 있다고 나와있는 외국인이 행방이 묘연하다면 그건 더더욱 수상한 인물이 되는 거겠지.아마 더 큰 혼란이 올거야.”

“그럼 어떻게 해?”

수아의 질문에 리미는 살짝 심호흡을 했다.마치 폭탄 선언을 하려는듯한 뉘앙스를 모두 느낀것일까?좌중은 불안에 젖은채로 리미를 바라보았다.

“방법은 딱 하나.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은 주인님이 세라와 결혼하는 것 뿐입니다.”






#3- 세라.그녀의 과거.


“그래서?그래서?”

수아와 노아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마유미를 바라보았다.마유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그 기사는 왕궁에 들어가게 되었지.그 왕궁은 아주 크고 멋있었지만...그 공주의 방은 볼수 없었어.”

“어째서?어째서?”

노아가 재촉하듯 물었지만,마유미는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노아.나도 그 이유는 모르겠어.”

그 말에 수아와 노아는 맥이 탁하고 풀린 표정을 지었다.

식사가 끝난 늦은밤, 노아와 수아는 또 마유미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 것이었다.마유미가 해준 이야기는 프로센에서 유명한 한 기사와 공주의 사랑이야기였지만,마유미역시 그 이야기의 결말을 알지 못했다. 그녀역시 페어리가 되기위해 기억이 지워진 여자였고, 또 그 지워진 기억에 그 이야기의 결말부분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이 공주를 빼돌렸기 때문이야.이웃나라 암살자들의 표적이 될수 있어서.”

무심코 들려온 목소리에 노아와 수아는 물론 마유미도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어둠속에서 서있는 그녀는 하얀 피부가 매력적인 세라였다.

“아직...안자고 있는거야?”

마유미는 동시에 유나의 방을 바라보았다.아까 리미의 발언 이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유나가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고, 준은 그녀를 달래기 위해 유나의 방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어째서 세라야!-

-세라가 가장 적격이야.말했다시피 너희셋은 자매로 되어 있고,세라가 가장 큰 언니로 되어 있거든.한국 사회의 특성상 처제들이랑 같이 사는게 가장 자연스러워.-

-그치만!-


리미의 말에 유나는 예상대로 화를냈고, 준은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세라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기쁜마음을 참을수 없는 눈치였다.

“세라!너는 그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어?”

수아의 질문에 세라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순간 노아와 수아는 빛의 속도로 마유미의 앞자리를 이탈하며 세라에게로 우르르 몰려 들었다.

“그 이야기..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내가..기사수업을 받던 시절에 동기가 해줬던 말이니까.”

세라의 조용한 대답에 마유미는 살짝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기억을 모두 찾은 유일한 페어리인 세라.왠지 모르게 그녀의 아픈곳을 건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나는 그 기사 이야기보다 세라의 그 시절 이야기가 더 듣고 싶은데?”

또다시 들려온 목소리. 마유미는 살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고, 세라의 얼굴에도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띄워졌다.

“주인님.”

그는 다름아닌 유나의 방에서 나오는 준이었다.유나를 달래느라 힘을 뺀 모양인지, 준은 살짝 땀을 닦아내며 큰 소리를 내지 말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유나는요?”

“잠들었어.많이 토라진 모양이야.”

“그렇겠죠.”

세라는 뭐라고 하려다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늘 자신의 오너라고 생각했고, 늘 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한것 역시 사실이지만 결혼이라니...그 목적이 무엇이던 간에 설레고 떨리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세라.괜찮다면...나에게도 들려주지 않겠어?예전 너의 이야기를.”

준은 살짝 쇼파위에 걸터 앉았고, 어느덧 수아와 노아가 앞다투어 준의 양옆자리를 점령하고 앉았다.세라는 밝게 웃으며 다소곳이 준의 맞은 편에 앉았고,마유미역시 준이 오자 간단한 다과거리를 가져왔다.

“그 기사이야기보다 세라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

수아의 말에 준은 피식 웃으며 수아의 볼을 꼬집었다.은연중에 모두들 기대하는 눈빛으로 세라를 바라보고 있었다.세라는 살짝 숨을 고른후, 반짝이는 입술을 조용히 열었다.

“저는…프로센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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