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근친] 누나 사랑해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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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12,519회 작성일 17-02-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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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기지개를 펴는 행동은 항상 나 나름대로의 공부 마침 신호였다. 오늘도 공부를 마치고 어슬렁어슬렁 부엌에 기어들어온 나는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뭐야 먹을 게 하나도 없잖아.”

대충 냉장고 문을 닫은 나는 냉장고 냉동실 문을 열고 핫도그를 꺼내 전자레인지로 데웠다.

핫도그가 데워 질 때까지 기다릴 겸 나는 누나를 찾으러 집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집안 어디에도 누나의 모습이 모이지 않을 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낯익은 파란색 점퍼가 보였다. 내 점퍼였다.

“경민아.”

“아. 누나.”

누나는 아침 장을 보고 온 것 같았다. 키 작은 누나가 내 점퍼를 입어서 그런지 꼭 옛날 개그 만화에 나오는 3등신 캐릭터 같았다.

“무슨 장을 이렇게 많이 봐왔어?”

“그냥 뭐 좀 만들어 보려고.”

사실 누나는 요리를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누나의 요리를 아무 불평 없이 먹는 건 적어도 나보다는 할 수 있는 요리가 많기 때문이다.

내 입맛에 맞지 않은 양념으로 만든 오징어채도 커다란 멸치로 볶아서 쓴맛이 강한 멸치 볶음도 김치와 고기를 볶지 않고 한 번에 넣어서 끓이는 김치찌개도 먹다보면 꽤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라면에 계란을 넣고 라면에 햄을 넣고 라면에 참기름을 넣고 라면에 파를 넣고 라면에 양파를 넣고 그러다 질리면 라면을 잘게 부순 후 물을 적게 넣고 끓여 밥에 덮밥처럼 먹었던 지난날에 비하면 말이다.

“오징어 낙지 국수를 만들 거야.”

“아. 오징어 낙지 국수?”

왜 일까? 왜 덥지도 않은데 관자놀이를 타고 땀이 흐르는 걸까?

별 참견 없이 누나의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TV를 켜고 스포츠 채널에서 잉글랜드 프로 축구를 시청했다.

“자~ 어서 아침먹자!”

모양은 그럴싸하지만 면은 보이지 않고 온통 정체불명의 촉수들뿐이었다. 이쯤 되다보니 나는 오징어와 낙지를 구분 못하는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다. 뭘까? 분명 한놈은 오징어고 한놈은 낙지인데 어째서 질긴 문어 맛이 나는 걸까?

“맛있니?”

한껏 기대하는 누나를 보니 가슴이 두근거려서 난 평소처럼 진실 된 주장을 펼칠 수 없었다.

“맛있어.”

눈빛 하나 표정 하나에 거짓이 느껴지지 않도록 나는 내 인생 최고의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다행이다. 나는 맛없어서 못 먹겠던데. 내 것까지 먹어줘.”

라면서 자기 그릇을 내게 주더니 냉장고에서 밥을 퍼 집에 있는 반찬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웃기지 마라며 식탁을 갈아엎었겠지만 누나를 이성으로 인식하고 나서부터는 이런 크고 작은 일에 손해를 봤다.

지난번에는 빨래 널기 힘들어보여서 도와줬더니 나한테 남은 빨래까지 떠 넘겨버렸다.

아기 고양이 같은 눈으로 “부탁해” 라고 웃으며 말하는데 이미 누나한테 콩깍지가 씐 나로서는 부탁을 거절할 명분도 패기도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중 리조트 광고가 나왔다.

[A 리조트로 오세요. 신년 할인 중입니다.]

“아아~ 새해고 한데 어디 훌쩍 떠나고 싶다.”

“뭐야 갑자기?”

“신혼여행 말고 여행 가본 적이 있어야지.”

결혼한지가 5년이 넘었는데 신혼여행 말고 제대로 여행도 가본 적 없다니 어처구니없었다. 왠지 매형의 얼굴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가자!”

“응?”

“A 리조튼가 하던데 있잖아. 거기 가자고. 내일 당장.”

“얘는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갑자기고 뭐고 누나가 여행한번 못가 봤다니 승질이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기어이 A리조트로 향한 나와 누나는 첫 번째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이런 개자식들 신년 할인이라며.”

아쉽게도 내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방 두 개 잡는 건 택도 없었다. 내심 자존심이 상했다. 누나를 위해 온 무작정 여행인데 돈에 무릎 꿇어야 하는 현실이....

“커플 할인되죠?”

“네 됩니다. 손님.”

내가 숙박비를 보고 고민하던 사이 누나는 커플 할인을 이용해서 내 부담을 덜어줬다.

“바보야. 신년 할인은 커플 한정이야.”

“그랬던가? 근데 이거 사기 아니야?”

“어차피 돌림자로 이름 짓진 않았으니까. 안 들켜.”

이럴 땐 정말 누나가 대담해보였다. 그러고보면 장을 볼 때도 일부러 재래시장을 이용할 정도로 검소한 아니 누나도 검소한 어머니의 딸이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편히 쉬십시오.”

배정 받은 방에 들어온 순간 나는 머리에 모든 피가 쏠렸다.

“침대가 하나 뿐 이잖아!”

“당연하잖아. 커플 스페셜인걸.”

“누나랑 나랑 한 침대에서 자자고?”

“싫어? 집에서도 소파에서 같이 잤잖아.”

소파에서 라는 말에 나는 처음 몰래 누나 입에 입을 맞춘 사실이 떠올라 순간 호흡이 멈췄다.

누나는 스물일곱 나는 스물셋 네 살 차이는 무진장 컸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일 때 누나는 이미 중학교 1학년 내가 중학교 1학년일 때 누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러니 누나에겐 내가 아직도 어린 아이였고 그렇게 허물없이 행동하는 거겠지만 나는 나대로 곤혹이었다.

대상이 누나기 때문에 마냥 이런 일이 좋지도 또 나쁘지도 않았다.

적당히 방에서 쉰 뒤 스키용품을 빌리고 나는 호기롭게 새하얀 눈이 만들어낸 대지를 누.....

삑~

“거기 15번 교육생. A자로 브레이크 잖아요! 똑바로 하세요.”

“네....”

...... 빌 수는 없었고 기초 교육일 받아야 겨우 초보자 코스에서 놀 정도였다. 애초에 누나가 스키를 한번도 타보지 못해서 이 A 리조트를 찾은 거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스키는 처음 타봤다. MT도 산이나 바다로만 가봤지 이렇게 돈 드는 곳은 꿈도 못꿨다.

어머니는 검소하셨고 나는 그런 어머니의 아들이고 그런 나의 용돈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기초 훈련을 마치고 우리는 초보자 코스에서 스키를 탔다. 다만 나보다 누나가 운동신경이 없어 내가 옆에서 보조해줘야만 했다.

“괜찮아? 너도 타고 싶을 거 아니야?”

“됐어. 어차피 나도 초본데 뭐. 자 조심해.”

옆에서 도와주자 누나는 생각보다 스키를 잘 탔다.

“조심해!”

“꺄!”

잘 타는 것 같아서 조금 안심하고 있었는데 역시 그래도 운동신경 없는 누나라서인지 금방 넘어졌다. 다행히 누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내가 재빨리 안아서 받아줬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거봐. 조심해야지.”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돼.”

누나는 스키 막대인 폴을 어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키 자체는 즐거워하는 걸로 봐선 무작정 오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칠 때까지 스키를 타고 어묵 한 컵씩 사 차가운 몸을 녹였다.

“재미있었다. 그치?”

“경민이 너도 좀 타지 그랬어?”

“아니야. 누나 재미있어 하는 거 보니까. 그걸로 족해.”

“꼭 딸내미 둔 애 아빠 같아. 내 동생이면서.”

딸내미를 둔 애 아빠 같다는 말에 나는 어색하게 미간을 구기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주제 넘었나?”

뭐 한 것도 없는데 휴게소에 엉덩이 붙이고 한번 앉다보니 다시 일어나기가 싫었다. 누나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우리는 한참 다른 사람들이 스키 타는 것을 구경했다.

“그래도 좀 아깝다. 스키 리프트 정도는 타봐야 하는데.”

“그럼 내년에도 올까?”

“그럴까?”

막연히 한 약속이지만 나는 꼭 내년에도 누나와 오고 싶었다. 아니 내년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누나와 여행을 가는 것도 나 혼자만이지만 연인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

“우에엥~”

그때였다. 스키장이기 때문인지 휴게소 바닥이 물 때문에 미끄러워 뛰어놀던 아이가 우리 앞에서 넘어져 버렸다. 그러자 누나는 아이를 일으키더니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울지 마.”

아이를 다독이는 모습이 굉장히 잘 어울려 보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누나에게 저만한 아이가 있어도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곧 바로 뒤 따라온 아이의 부모가 우리에게 연신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고 누나는 부모의 품에 안겨 멀어져가는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애가 참 귀엽다.”

“음.... 그러게.”

“경민이 너도 나중에 결혼하면 꼭 저렇게 귀여운 애 낳아야 한다.”

결혼이라니 누나야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모르겠지만 내게는 너무 멀고 먼 이야기였다.

“결혼이나 할랑가 모르겠네?”

“안돼! 꼭 낳아. 귀여운 조카가 보고 싶으니까.”

그러면서 내 코를 세게 쥐어 잡는 누나를 보면서 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되든 결혼이야 할테고 그때가 되면 누나는 뭘 하고 있을까? 혼자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생길까?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웃었다.

“역시 그때가 온다고 생각하는 건 짜증나.”

“응?”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고 있자면 왠지 짜증이 났다.

“턴!”

“뭐야. 갑자기!”

누나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것처럼 누나를 한 바퀴 돌리자 넘어졌고 그런 누나를 두고 나는 잽싸게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한동안 날이 저물 때까지 놀다가 리조트에 있는 온천에서 몸을 녹이고 방에 들어오자 묘하게 후끈거렸다. 의식하고 같이 이불을 덮고 소파에서 자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대 놓고 한 침대를 써본 건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가 마지막이었다.

“늦었네.”

늦었다기보다는 일부러 늦게 왔다고 하는 게 옳았다. 긴장이 돼서 빨리 올 수가 있어야 말이지.....

약간 물기가 남아있는 누나의 젖은 머리카락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왜 여자의 젖은 머리카락이 남자들의 하트를 부수는 하트 브레이커인지 내심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평소처럼 행동하기 위해 일부러 먼저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치이~”

왠지 모르게 귀여운 누나의 재채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흥~ 왜 이러지 좀 머리가 아픈데.”

“어디 봐봐.”

열이 있나 싶어 가까이 가자 머키라칵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누나의 귀가 보였다. 그런데 누나의 귓불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빨겠다.

“왜이래?”

“모르겠어. 그냥 얼굴이 화끈거려서 찬물로 샤워도 해봤는데.”

그 추운 곳에서 놀고 찬물로 씻었다는 누나의 말에 나는 내심 입이 딱 벌어졌다.

온천 요금은 공짜가 아니지 말입니다.

“있어봐. 내가 사람 불러 올게.”

“아니야.”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다행히 리조트에는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어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하루 자고 나시면 괜찮아 지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감기였다. 두통은 나지 않지만 누나는 어금니에 충치가 생긴 듯한 통증과 눈 밑에 약간의 통증을 호소했다.

“밑에서 잘게.”

“아니야. 추울텐데. 올라와.”

나란 놈은 하여간..... 올라오라는 말에 잽싸게 올라가는 꼴은 또 뭐하는 짓인지.....

“손 좀.”

“응?”

손 좀 줘보라는 말과 함께 누나는 내 오른 손을 자신의 뺨에 댔다.

“차가워서 기분 좋아.”

누나의 뺨은 아까보다 더 뜨거워졌다. 누나가 아프다는 사실을 의식하자 나는 누나가 안스러웠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파하는 누나를 지켜주고 싶었다.

“이러면 괜찮아.”

나는 두 손으로 누나의 뺨을 만졌다.

“응. 훨씬 좋아졌어.”

누나의 피곤한 듯 웃는 모습이 정말 예뻐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순간 눈이 감길 것 같았다. 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나는 나도 모르게 누나의 입에 입을 맞추고 말았다.

“...........”

“.................”

누나와 나 사이에는 커다란 침묵이 오고갔다. 그런데 누나는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수 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누나의 마음 그리고 내 마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어제 있던 일이 꿈 같이 느껴질 아침이 왔다.

“경민아. 잘 잤니.”

누나의 아침 인사에 한동안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없던 일처럼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대로 괜찮지 않을까? 아니 사과해야 해. 내 행동은....

“미안해 누나. 그러니까..... 어제 일.”

가족 간의 유대를 저버린 행동이니까.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먼저 내 이야기부터 할게. 사실은 나 많이 힘들었어. 집에 온 날 사실 이혼한지 1년 됐어.”

이혼한지 1년. 그래서 장례식 장에 매형이 오지 않았던 건가?

“이혼하고 많이 힘들었어. 엄마한테도 말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 도저히 살아갈 힘이 나지 않았어.”

매일 웃고 있어서 나는 몰랐다.

그래서 나는 누나가 가진 슬픔의 무게와 내가 가진 슬픔의 무게가 다를 것이라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갈 곳이 없어서 집에 들어오게 되고 너를 보면서 누나로서 힘을 낼 수 있었어. 그런데 경민이 네가 다정하게 대해주고 웃어주고 내 음식을 먹어주고 나를 걱정해줘서 고마웠어. 그런데 갑자기 그런 일이 일어난 거야.”

확신 누나는 내가 몰래 누나의 입술에 입 맞춘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모른 척했던 걸까?

“설마했지만 내 행동을 보면서 눈치 채는 건 어렵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나대로 그 사람처럼 다정한 너를 보면서 그 사람의 모습을 상상했어. 미안해.”

뭐가 미안하다고 하는 걸까? 나는 누나가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미안해 누나. 나 누나를 여자로 보고 있어......”

누나는 필사적이었고 가족만이 동생만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누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미안해할 것 없어. 나도 네가 그 사람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고집을 부렸으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제야 안개처럼 뿌옇던 시아가 뚜렷해졌다. 아무리 나이차이가 나는 남매라 해도(보통의 누나가) 같이 소파에서 잠을 자고 손을 잡고 한방 한 침대에서 잠을 잘 리 없었다. 온통 이상한 것 투성이인데 나는 그 사실을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누나가 좋아서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누나와 나 우리 모두 이미 (이상해져) 있었다.

누나는 나를 통해 매형을 보고 나는 누나를 이성으로 느꼈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어떻게 하고 싶냐니? 내게는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역시..... 좋아해.”

욕심을 내고 싶었다.

“누나와 자고 싶니?”

너무 직설적이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걸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누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내 누나가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4년 동안의 누나였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누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누나에게 알리고 싶어. 이상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

누나는 아무 말도 없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집에 가게 되면 누나는 짐을 싸고 나가버릴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누나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집이었다.

소파에 앉은 나는 TV를 켰다. 하지만 TV 화면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누나 방에서는 이것저것 소리가 났다.

역시 짐을 싸는 걸까?

쿵!

문이 열렸다. 하지만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누나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누나가 소파에 앉았다. 작별 인사를 하는 걸까?

“..........”

그런데 누나의 손에 내 차가운 손을 잡아주었다. 깜짝 놀란 나는 고개를 돌려 누나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순간 누나는 내게 입을 맞춰 주었다. 이것이 누나의 대답이었다.

입맞춤이 끝난 후 바라보는 누나의 얼굴은 사랑스러웠다.

“저기 누나.”

“.......”

“가슴 만져도 돼?”

중학교 2학년 멍청이들이나 할 법한 말이었다. 이런 말을 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마음이 고장나버린 내게서 좀 더 무드 있는 단어나 이성 적인 판단 같은 건 무리였다.

“살살....”

“으응......”

누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새하얀 스웨터로 따스하게 감싸여져 있는 누나의 가슴을 만졌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정전기는 마치 온몸의 촉감을 자극하는 듯 했다.

“불편하면 이렇게....”

누나는 스웨터를 끝을 살짝 손으로 잡았다. 무슨 뜻인지 알지만 지금은 그저.....

“괜찮아.”

마치 첫사랑이 이뤄진 듯 온 몸이 뜨거웠다.

 
 
역시 밤에 뭔가가 되는 느낌입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게 여러분에게도 느껴졌으면 하네요.
외설적인 표현도 앞으로 넣을 테지만 1편과 2편의 태마는 남매간의 아슬 아슬한 상황설정에서 오는 묘한 느낌을 목표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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