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유흥가 견문록 [1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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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가지망생
댓글 0건 조회 5,529회 작성일 17-02-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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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본 글에서 등장하는 업소명과 등장인물들,혹은 사이트의 이름은 실제가 아닌 가상으로 꾸며진 것임을
밝힙니다.

 


17부- 도약을 꿈꾸다.

 

 

분수라는 말을 아는가?

중학교때 배우던 이분의 일, 삼분의 일 이런 분수 말고,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나 자신의 신분에 맞는 한도를
가리키는 바로 그 분수 말이다. 분수를 알아야지...하는 말은 참으로 서글프지만 냉정한 말이다.

왜냐면 사회에는 분명한 계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써서 평등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을뿐, 사실 사회는 몇
개의 계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계급간의 역할과 권리는 매우 엄숙하게 구분되어 있다. 민주주의라는 완벽
해 보이는 사상은 자본주의를 낳았으며, 자본주의는 계급이라는 개념을 파생시켰다. 만인이 평등하다는 민주주
의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은 아이러니 하게도 "계급"이라는 것이다.

가령, 나와 내 상사인 부장은 다른 계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우리는 하는 일이 다르고, 받는 연봉
이 다르다. 우리 부장과 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사장은 부장보다 더 높은 계급을 누리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
다.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직책이라 할 지라도 상대가 대기업의 주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 회사 사
장이라 할 지라도, 굴지의 회사의 경영자들에게는 개미만큼 작은 존재로 보일 것이다. 중소기업의 사장 밑에
부장, 그리고 그 부장 밑에 있는 주임 박강우가 내가 누릴수 있는 "분수"의 전부이다.

어째서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이 일류대에 가기를 원하는가. 또 왜 많은 사회 준비생들은 이름만 들으면 모두가
아는 그런 회사에 목을 메며 널널하게 자리가 나 있는 중소기업을 등한시 하면서 "취업난"이라는 단어로 스스
로를 자위하는가. 바로 계급 때문이다. 어째서 우리 아버지는 나이가 같은데도 불구하고 회사의 이사에게 굽신
거려야만 했을까? 그리고 왜 그게 싫어서 회사를 사퇴하시고 귀농의 길을 선택하셨을까? 이 모든게 사회에 공공
연히 존재하는 "계급" 때문인 것이다. 인간인 이상, 낮은 계급에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사람은 드물다. 더 높은
계급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 것이다. 초식동물은 뭐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는가.
그들도 현재 있는 먹이사슬의 위치보다 더 높은 곳에서 태어나고 싶어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동물보다 인간의 계급이 조금 더 느슨한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생태계의 계급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
상 절대로 뒤바꿀 수 없지만, 인간은 다르다. 노력의 여하, 혹은 운과 기회의 유무에 따라 계급을 뒤집을 기회
는 반드시 찾아온다. 중소기업의 주임 박강우가 대기업의 사장이 되는 일은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아주 조심스레, 지금의 내 계급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창업이요?"

"그래. 창업."

나는 진지한 얼굴로 "문어"를 바라보며 되물었고, 그는 내 표정보다 백배는 더 진지해 보이는 얼굴로 힘주어 대
답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번에 있었던 나이트 번개 조각치기 모임 이후로 사공 회원을 이렇게 실제 얼굴을
보며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문어의 경우는 두번째 만나는 것이지만.

"해바라기 동생 표정이 왜그래?"

"아뇨. 조금 의외라서요."

"뭐가? 안될것 같아?"

"그게 아니고...."

확실히 의외는 의외다. 얼마전에 채팅녀에게 크게 데고 나서도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의외지만, 문어의 프로필
을 생각하면 몇 배는 더 의외다. 그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게다
가 회사 짬밥도 있으니 승진을 해서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도 시간문제인 사람이 창업이라니? 확실히 말해서
조금 어이가 없긴 했다.

"....그럴 필요가 없으시지 않나요? 형님은..."

"푸하하. 왜? 내가 다니는 회사 때문에?"

솔직한 그의 말에 나는 조금 망설이고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확실히 나보다 위의 계급을 사는 사람이니, 저
런 말은 나에게 있어서 사치로 들리기 딱 좋은 것이다. 내 마음을 이해 한다는 듯, 그는 소주잔을 비우고는 말
을 이었다.

"동생. 대기업이라는게 그렇게 대단해 보여?"

"대단한 사람들만 뽑는 곳이 그곳이니까 대단하겠죠 뭐."

"허허 이사람 참. 그런게 아니야. 그냥 규모만 클 뿐이지,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먹고 먹히는 곳이야. 자네
혹시 내가 하는 일이 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없어."

"네?"

"없다고. 우리 회사가 일본쪽 계열인건 잘 알지? 전형적으로 일본식 정리를 당한지 나는 꽤 되었다고."

"일본식 정리요?"

"그래. 일본은 종신고용이라는게 있어. 한 번 고용하면 좀처럼 자르지 않는 거. 좋아 보이지? 그게 더 좆같애.
안자르고 사람을 병신만들어서 스스로 걸어나가게 만들지. 나처럼 말이야."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의 말로는, 그가 회사에서 출근해서 하는 일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 있는 물류센터에 출장을 가서 힘을 쓰는 일을 거드는 것도 부지기수라 했다. 한마디로 문어는 회사에서
필요 없는 인력이었고, 필요 없는 인력인데도 불구하고 자르기 보다는 일을 주지 않음으로서 스스로 나가게 만드
는 것이다.

"근데 말이야. 씨벌 나는 버텼어. 존나 더럽지만 버텼다고. 자네 그게 얼마나 좆같은 건지 아나? 회사에서
나한테 인사하는 사원이 없어. 개무시지. 커피? 내 스스로 타먹거나 자판기에서 뽑아 먹어. 그렇게 좆같은데
왜 안나왔는지 아나?"

"..."

"마누라, 애들. 내가 그만두면 나혼자 좆되는게 아니거든. 그리고 그런 직장 나와서 이 나이에 어디로 취업을
한단 말인가? 대기업이면 뭐해? 업무가 없어져서 뭘로 경력을 인정받아 스카웃 받을수나 있겠나? 그래서 참았
지. 꾹꾹 말이야."

유흥가를 돌아다닐대로 돌아다닌 사람의 말이라서 인지 사실 큰 공감과 찝찝함과 서글픔은 전달되어 오지 않았
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그가 이해가 되었다. 저 스트레스를 어디서 푼단 말인가? 적어도 나는 회사에서 무시
당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유흥가를 접하고 나서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다보니 입지가 더
올라가고 있다고 해야 옳다.

조금 허탈했다. 윗 계급의 세계역시 그리 안락한 것은 아니구나. 고뇌하는 메이져리거를 본 마이너리거 박강우
가 할 말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는 쓰디쓴 소주로 목구멍을 정화하겠다는 듯 금세 잔을 비워 버렸다.

"더러워서 나올라 그래. 더러워서. 동생은 그런거 느낀적 없어?"

"저야 뭐..."

없다라고 말을 하려던 말문이 턱하고 막힌다. 없을리가 있는가? 몇개월 전만 하더라도 직장에서의 내 모습은
요샛말로 찌질 그 자체였다. 아무도 나와 말을 해주지 않았고, 부하 직원들의 상사 대접도 받지 못했다. 지금이
야 유리와 조금은 각별한 사이가 되었지만 당시의 최유리씨는 나를 경멸했다. 디자인 부의 주연씨 역시 나에게
한마디도 걸지 않았다. 회사 회식에서 은근슬쩍 빠져도 아무도 모를 정도의 존재감. 그게 몇 개월 전 유흥가를
접하기 이전의 박강우의 모습이다.

"없을리가 없죠. 게다가 저는 중소기업인데."

"참 내. 중소기업 대기업 가릴게 아니야. 어디든지 남의 돈 먹는건 좆같은 거라구."

"하지만 남의 돈 먹기 그나마 덜 좆같은게 대기업 아닙니까?"

왠지 모르게 나보다 맘 편한 녀석의 하소연을 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평소 답지 않게 조금 크게 목소리
를 내고야 말았다. 문어는 그 말에 발끈하긴 커녕,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묵묵히 내 소주잔을 채워주었다.

"그래. 내가 조금 더 편하다 치자구. 자네가 하나도 고생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니깐 말이야. 하지만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내가 더 빡시다 니가 더 빡시다 이런 토론이 지금 의미가 있어? 중요한 것은 뭔가? 너나 나나
월급쟁이고, 월급쟁이는 다 좆같다는게 대전제 아냐?"

그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서둘러 술잔을 비웠다. 하기사, 그의 말이 맞다. 그가 나보다 조금 더 위에 있
을 뿐이지만, 어찌되었든 그나 나나 초식 동물이지 육식 동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무슨 창업을 하시게요?"

사실 궁금한 것은 그것이었는데, 잠시 삼천포로 빠진 것 뿐이었다. 그는 잠시 선술집의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
윽고 은근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것 때문에 동생을 좀 보자고 했어. 할 말이 있어서."

"네? 무슨...?"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세상에 창업을 하는데 내게 왜 할 말이 있단 말인가. 나는 그저 한 회사에 묵묵히 다녀온,
창업과는 전혀 별개의 세상에서 사는 사람이자 장사 경험이 전무한 평범한 셀러리맨이다. 그렇다고 문어보다 어
린 내가 인생경험이 더 풍부할 리도 없었다.

"그게 말이지....나나 동생이나 솔직히 말해 정통한 분야가 뭐가 있나?"

뭐...기분 나쁜 말일수는 있지만 여하튼 사실은 사실이다. 내가 어떤 분야에 대해 통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봐야 무방한 것이었다. 딱 한 분야만 빼고 말이다.

"글쎄요. 유흥가 업소들이라면 모를까."

"바로 그거지."

"네? 업소 차리시게요?"

"쉿쉿. 아따 거. 여기서 나 포주 될거라고 떠벌릴 셈이야?"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황급하게 입을 가리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선술집의 분위기는 우리 쪽에 조금의
관심도 기울여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하고 삼키며 문어에게 입을 열었다.

"무슨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신다는 건데요?"

"자네나 나나. 솔직히 회사 녹만 먹어본 것들이 뭘 알겠나? 막말로 먹는 장사, 술 장사는 아무나 하나? 그것도
다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거지. 옷장사 같은거야 경기를 워낙 타니 힘들고. 솔직히 할 줄 아는게 유흥질인데
창업 아이디어도 그 쪽으로만 떠오른다는게 문제란 거야."

"....결국 업소잖아요."

"이 사람 참! 결국 업소라니. 사실 그 만큼 괜찮은 장사가 어딨나? 홍보만 잘 되면야 안될게 없는게 업소 아닌
가? 경기가 아무리 좆같아도 떡칠 놈은 친다고. 근데 어디 떡칠려는 놈들이 집에가서 마누라랑 치나? 아니지.
그나마 마누라라도 있음 다행이야. 대부분 룸질하고, 노래방에서 도우미 빨통좀 주무르고...그나마 좀 돈 있는
놈은 빡촌가서 풀고. 사공 회원들 처럼 좀 아는 놈들이나 되어야 오피나 핸플가는 거지. 안그래?"

"뭐...그렇기야 하죠."

"그래. 그러니 내가 동생한테 하는 말이지. 어때. 나랑 같이 동업할 생각 없어?"

"에에?"

아마 입에 소주가 있었더라면 시원하게 분사했을 것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알게 된 사람의 동업제의라. 게다
가 아이템도 평범한 것이 아닌 업소라니. 당연히 황당하지 않을수 없다.

"전 왜요?"

"왜라니? 사공에서 동생이랑 나처럼 이 바닥 섭리 잘아는 사람이 또 누가 있어? 그렇다고 지금 업소 실장들하고
동업을 할 수는 없는거 아냐?"

"안그래도 사공에서 있는 업소들만 해도 엄청 많은데...그 포화상태인 시장에 뛰어 드실려구요?"

"하하하. 동생. 업소는 일반 가게들하고 달라. 음식점 같은 곳이야 당연히 신장개업집이 불리하지. 입소문 타는
데 시간 걸리고, 대박나기 힘들고 말이야. 하지만 업소는 달라. 유일하게 손님 텃세가 없는 분야가 업소라구.
자네도 예를 들어서 새로운 업소가 사공에 광고글 띄워봐. 한 번 가 볼거잖아?"

"그거야 그렇죠."

"그치? 업소라는 건 말야. 못 들어본 곳일수록 사람들이 모여. 호기심이 자극되거든. 어떤 아가씨가 있을려나?
하는 마음에 말이야. 게다가 사공 운영자들도 나나 동생 닉네임은 알고 있을 정도면 우리 둘이 업소 차렸을 때
홍보는 자연히 되는 거잖아."

"그치만 잘 알고 지내던 실장들 과는 절교해야 할 걸요?"

"그게 무섭나? 막말로 사회라는게 그런거지. 아니 뭐 솔직히 까놓고 지들이 우리가 돈주고 떡치니까 굽신 거리
는 거지 뭐 우리 인간성에 끌려서 충성하는 건가? 그런거 다 봐주고 살면 인생 못살어."

그의 말도 일리는 있었지만, 사실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더 큰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
게 호기심이 들어왔다.

"자네. 요새 업소 잘 안간다면서?"

문어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들으니 입에 있는 소주가 유독 쓰게 느껴진 까닭이다.
그가 말 한 것처럼, 나는 요새 업소를 찾지 않았고 꾸준히 올라오던 내 후기도 사공에서 점차 보기 힘들어 지
고 있었다. 페방의 마리 때문이었다.

특별한 줄 알았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와 나의 관계는 왠지 특별하다고 느껴오고 있었다. 나는 그만큼
그녀에게 자주 갔었고, 자주 간 시간만큼 일반 손님들 보다 나는 더 가까운 관계일 거라며 은연중에 착각을 하
고 있었던 것이었다. 실제로 페방에서 허용되는 수치의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철저하게 "페방"안에 있을때의 일일 뿐이었다. 그녀와 만날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연락을 했을 때엔, 그녀는
내 이름을 듣고도 아는척을 해주지 않았다. 페방을 나서면 마리와 나는 절대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네. 요샌 안가죠."

조금 뜸을 들이다가 그렇게 말을 했다. 가고 싶지 않았다. 영원히 질리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이제 업소쪽은
한동안 갈 마음이 사라지고야 말았다. 사공에서 어느 업소에 에이스가 떳다며 시끌시끌할 적에도, 예전과는 달
리 탐방해 보고 싶은 마음은 동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문어가 업소들을 접고 조건녀에 빠져버린 것도 이해가
되었다. 절대 그런 마음은 들지 않을줄만 알았는데, 일반 여성들에 비해 그녀들이 훨씬 더 편하고 좋았는데...
그런 생각들이 일순간 무너져 버린 것이다.

"여튼..그래서 뭘 하실 건데요? 업소 종류는요?"

"당연히 오피가 하기 편하지."

"흠.그런가요."

"그런가요 라니. 당연한거 아냐? 안마나 핸플은 허접하더라도 시설이 필요해. 시공비가 만만찮게 깨지거든. 물
론 동생과 내가 돈을 모으면 못할것도 없지만 사실 처음 도전부터 그렇게 밑천을 쎄려부을 필요가 없지."

이미 그는 내가 동업을 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것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대화를 도중에 끊고 싶지 않아 나는
그냥 꾹 참고 넘어가고 말았다.

"근데 말이야. 오피는 그렇게 돈이 안들어. 일단 오피스텔 방 두 개 정도 계약하고, 보증금 내고 다달이 월세
내고. 이게 다란 말이지. 방 두개면 주 야간 아가씨들 조짜서 돌리면 되지 않겠어? 정 부족하면 세 개 빌려도
되고 말이야. 요새 원룸으로 나온 건물들 되게 싸거든."

"그래도 보증금이 못해도 천은 할 걸요? 천이 뭐에요 이 삼천은 기본으로 하지. 최소로 잡아서 천이라고 쳐도,
그거 세 개면 삼천이 나가는 거잖아요."

"이봐. 말그대로 보증금인데 방빼면 그대로 남는거잖아. 뭘 걱정하나? 게다가 나 아는 사람이 오피스텔 건물 하
나 가지고 있어. 서울 외곽이긴 하지만 홍보 잘하면 오피 업소로서 그렇게 구린 위치도 아니야."

"아가씨는 무슨수로 섭외해요?"

"왜 섭외못해? 자네 사공질만 하니까 모르는 구먼. 유흥가 구인구직 사이트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게다가 동
생하고 나하고 마음만 먹으면 다른 업소 아가씨 하나 섭외해서 빼오는 건 일도 아니지 뭐."

그냥 듣기만 하려던 나는 어느새 문어와 새로운 업소 만들기에 대한 열띈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유흥가의 단골
손님으로서 불편하게 느끼던 점들까지 하나 둘 쏟아져 나오니 그야말로 이상적인 오피 업소 하나가 태어나는 것
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만, 내가 왜이러지?

"아무튼. 같이 일하는 건 생각해 볼게요."

"뭘 생각해 봐? 이 사람아. 자네가 주간 실장하고 내가 야간 실장하면 되는거 아냐? 아니면 교대로 돌아가면서
해도 되고. 잘 생각해봐. 오피 한 타임이 보통 열 세장이잖아."

"그렇죠."

"그럼 아가씨 반 띄어 준다고 쳐도 일곱장이야 일곱장. 한 시간에 일곱장이고 하루에 룸 두 개에서 10명씩만
받아도 20명이고, 일곱장씩 치면 140이 남는거야. 하루에 말야. 우리 둘이 반띵해도 70이라고. 솔직히 월세내
고, 안에 있는 수도세 전기세 내면 많이 남는거 아니겠어?"

"...."

내가 말이 없어지자 혹 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문어는 입술에 침까지 발라가며 열을 올렸다.

"그리고 적당히 하고 빠진 후에 다른 곳으로 업장 이동을 하는거지."

"이동요? 어디로요?"

"일본."

"일본?"

"그래. 거기야 말로 밤 업소가 돈 벌기 딱 좋은 시스템이지. 애들 여자 밝히지, 물가 비싸니 화대도 비싸지. 게
다가 일하려는 여자애들은 지천에 널렸지, 뿐만 아니라 한국애들도 많으니 장사하기 얼마나 좋아? 일본에 내가
또 아는 선배가 있어서 자리잡기도 쉬울거야."

터무니 없는 말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자기가 아는 분야에서 열심히 통밥을 굴린 흔적이 보여 조금은 존
경스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는 이제 남지 않은 소주병을 슬쩍 흔들어 보이더니, 이윽고 내 얼굴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어쩔껴? 할거야 안 할거야?"

솔직히 호기심도 들었고, 혹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알던 사이도 아니고 덜컥 동업을 한다는 게 영 찜찜
했다. 무엇보다,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는 듯한 내 직장 생활을 덜컥 정리할 용기가 쉬이 솟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보면 지금의 내 계급을 탈피할 수 있는 기회일 지도 모를 일이다.

"에이 이사람 참. 여기서 덜컥 결정할 일이 아닌 건 알지만 말야. 원한다면 내 호적등본 까지 떼어서 줄게. 나
못믿어서 장사 같이 못하겠다는거 아냐?"

"그런게 아니란거 아시잖아요. 오피 같은건 게다가 띄어 먹을려고 해도 그럴 껀덕지도 없죠. 지출 수입이 뻔한
건데."

"그래! 잘 아는 사람이 뭘 망설여? 어쩔거야? 할래, 아님 말래?"

눈 앞에, 반 잔 정도 남은 소주잔이 보였다. 더 시키자니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서 추가로 소주를 주문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더 시킨다 해도 마실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내 대답을 기다리며 담배를 피워문 문어를 슬쩍
바라본 나는, 눈 앞에 있는 조금 남은 소주잔을 목구멍으로 들이켜 버렸다.

"조금....생각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에...그러니까...오빠가 회사를 그만 둔다고?"

유리는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몇 번이고 곱씹었다. 차라리 다행이다. 저 예쁜 얼굴에서 조소, 혹은 비관
의 표정이 떠올랐다면 매우 괴로웠을 것이다. 얼굴을 찡그릴 바에얀 고개를 갸웃거려 주는 것이 내게 더 좋은
배려이다.

"응."

밤 늦은 시각, 나는 유리의 집근처에 가서 그녀를 불러내고야 말았다. 마리에게 맞은 퇴짜를 그녀에게서 보상
받겠다는 얄팍한 심리는 아니었다. 다만,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여자들을 마치 내 것인양 착각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쓸대 없는 짓인지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되고 나니 떠오르는 사람은 유리씨 뿐이었다. 그녀와
같은 미인과는 절대 친해지거나, 혹은 사귀거나, 혹은 섹스를 할 수 없을 테니까 업소를 갔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유리와 같은 사람들이 내 주변 가까이에 있는 여자였고, 업소의 그녀들이야 말
로 절대 잡을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일 뿐이다.

"왜?"

이해가 안된다는 듯한 그녀의 말이었지만, 나는 문어의 말을 듣고 몇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어차피 중소기업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미래가 없다면, 비록 유흥가지만 창업을 해보는 것도 인생에 큰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냥...창업을 하고 싶어졌어. 나도 이제 서른이 넘어가는데."

유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집앞에 있는 포장마차. 늦게 전화를 걸어 나오라는 내 전화를 받아서
인지 그녀는 편한 면 트레이닝 복에 두툼해 보이는 후드 니트 차림으로 나와 마주 앉아 있었다. 그래도 여자라
서 인지, 집 앞에 나오면서 얼굴에 약간 화장기가 보여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무슨 아이템인지 알 수 있어?"

그녀의 앞에서 선뜻 "오피"라고 이야기를 할....수 있을리 없다. 어차피 거짓말은 필수 불가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어도....내가 유리를 좋아하는 한 말이다.

"아는 사람이랑 하는 장사야."

"흠...오빠가 그만두면...회사 재미없어 질 거 같은데.."

서비스로 나온 홍합탕을 홀짝이며,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유리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뛴다. 덧붙여, 저 귀여운
얼굴에다가 대고 나 성매매 업소 차린다라는 말은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아니, 가장 현명한 선택은 어쩌면 회사
를 그만두고, 유리를 포함한 회사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자신이 없
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돼? 오빠는 그래도 회사에서 꽤 인정받고 있잖아."

"그래?"

"응. 여직원들에게 어느순간 인기도 많아졌던데?"

순간 그 말을 하면서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유리의 모습이 깜찍해 보였다.

"아냐. 아무리 그래도...계속해서 회사원 생활을 하는 것보다 도전을 해보는게 내 인생을 위해서 낫다고 생각
해. 그동안 너무 착한 애완동물처럼 시키는 대로 일만 한 것 같아."

내 말에 그녀도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잘 될 거 같아?"

"아직 모르겠어. 근데, 그만두기 전에 너한테는 꼭 이야기해야 할 거 같아서 늦었지만 너 불러낸거야."

"왜?"

"응?"

"왜 나한테 꼭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녀의 의미심장한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무언가 기대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눈빛이 나를 향하니 더더욱 입술
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건 무슨 기분일까? 단연코 유흥가를 전전할때는 느낄수 없었던 감정이다.

"좋아해서."

포장마차 안은 한동안 적막이 흘렀다. 우리 말고는 손님이 없는 탓도 있겠지만, 내 고백아닌 고백에 그녀가 말
이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유리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걸린 것이 내 가슴을 더 뛰게 하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 마시자 술."

"그래."

좋아한다는 내 말 뒤로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 역시 구태여 대답을 갈구하지도 않았다. 세상에
는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좋은 일들이 꽤 많은 것이다. 나는 미련없이 소주값을 계산하고 포장마차를 나왔
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유리의 손목을 끌어 당겼다. 원래 예쁜 얼굴이지만, 오늘따라 동글동글한 눈코입이 더욱
사랑스럽게 보였다.

"커피는?"

"응?"

"저번처럼 집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면 안돼?"

내 질문에 그녀는 왠일인지 장난스레 웃으며 손가락으로 내 코를 살짝 잡아 쥔다. 담배 냄새가 나는 내 손과
달리, 여자의 하얀손에서 나는 부드러운 로션 냄새가 술기운 마저 밀어낼 지경이다. 무슨 생각인지 내 손에 잡
혀 있는 자신의 손목은 빼지 않은 채로, 유리는 귀여운 목소리로 내게 중얼거렸다.

"말해두지만, 아무나 마시고 갈 수 있는 커피숍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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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 입니다.
네이버3에 오질 못했네요.
소라에도 컴백해서 새롭게 글을 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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