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일/번역] 협주곡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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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는 인터미션편으로 짧기에 3화와 합본합니다.
<협주곡 제2부 ~Cherry-Blossom Lip~ 인터미션 1>
나는 몹시 취한 상태로 무척 오래전에 유행했었던 놀이를 하고 있었다. - 싼 위스키도 노래방도 장난도 모든것이 너무 즐거워서 어쩔줄을 모른다...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불리워졌다.
임시로 정한 주인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그 게임때문에, 나는 갑자기 키스를 하지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어 버린 듯하다.
"......"
어지럽게 섞여있는 중에, 줄곧 똑바로 서있었던 동급생 여자아이가 나를 내려다보는 그 눈동자가 경멸에 차 있는 듯이 보인것은 기분탓일까? 아니, 이 여자는 마치 테이블위의 안주를 보는듯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이 패거리들을 그렇게 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울지마"
"----뭐?"
갑자기 여자의 몸을 끌어당겨 안고 키스를 한 나는, 이빨이 닿는것을 상관하지 않고 그대로 혀를 밀어넣었다. 말과는 반대로, 이 여자를 울리고 싶어서 어쩔줄을 모른다. 확연히 드러나보이는 딮키스에 주위의 여자아이들에게서 히스테릭한 비명섞인 탄성이 터져나온다.
---
살짝 끊어지는 수액의 실이, 여자의 입술을 살짝 적셔간다.
반응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자리로 되돌아간 내 귀에, 입안을 애무당한 여자의 작은 목소리가 용서없이 귀에 꽂힌다.
"실력도 없는 주제에"
엷은 핑크색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에 순간 움직임을 멎춘 나는 난폭하게 쇼파에 허리를 내렸다. 시야 옆에서 여자가 다른 여자아이들로부터 거짓말가득한 위안을 받으면서 담담한 표정으로 쇼파에 돌아가고 있다.
---무릎꿇려주지.
동급생들의 흥미본위의 찬사를 무시하고 나는 술잔을 한번에 넘겨버린다.. 혀를 얽어보지도 못한 주제에 달콤하고 참을수 없이 부드러웠던 여자 입술의 감촉을 알콜에 흘려보내려는 듯이.
위언저리까지 확하고 타오르는 알콜의 감각에, 나는 만취해버릴듯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협주곡 제2부 ~Cherry-Blossom Lip~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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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주곡 제3부 ~히비키.토노 17세 장마~>
"분한게 아냐, 내가 왜...."
갑자기 닥쳐버린 치한의 범행.
피해자는 같은 동아리의 소녀검사였다...
항상 강직해보이는 그 옆얼굴이, 굴욕에 떨리고 있다.
"---그런 기분으로 가지는 마"
구해 주었다... 그렇게 알고는 있었지만, 굴욕감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상대가 나빴기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지고싶지 않은 상대에게, 약한 부분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01 ~히비키.17세 장마~>
분명 거리라고 할만한 것이 멀어져버렸다.
사람과 사람의 거리라고 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아니,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신의 영역이라는 것으로 느껴지는 마음의 거리. 어떤 사람은 거기에 빠져들고, 또 어떤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그것은 섣부른 육체에의 접촉보다도 명확한 것일런지도 모른다.
---나는, 동생과의 거리를 멀리하고 있다.
일기예보로는 밤중부터라고 했던 비가 내리기 시작한것은 오후부터였다. 체육의 축구는 못하게 되어도 도장이 전용으로 있는 검도부는 쉬는것은 생각도 못한다. 평소대로 서클활동후에, 나는 잠시 혼자서 검휘두르기를 한다. 애초부터 검도가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여기서 잠시 서클활동에 열중하고 있는 것은, 집에 가는 시간을 늦추기 위함이었다.
---
그것을 알아챈것은 우연이었다. 아니, 우연이 아니었을런지도 모른다. 이상한, 기묘한 기분에, 지하철의 자리에 앉아 읽고있던 책에서 시선을 올린 내 눈에, 바로 옆의 문에 기대는 듯한 자세로 서있는 여고생의 교복이 비쳤다. 같은 학교의 교복에 위를 올려다본 내 눈에 검도부의 홍일점이기도 한 무라우에 토노의 옆얼굴이 비춰들어왔다.
뭔가를 참고 있는것같은 그 표정에, 내 호흡이 멎어버렸다. ---물들어 있는 볼과 떨리는 입술... 그 그 조합은 나기보다도 몇배나 어른스러운, 성적인 그 표정은 최근 자주 눈에 띄고 있는 그것이었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가슴과 허리로 내린 내 눈에, 부자연스럽게 헝클어져 펼쳐진 스커트의 주름이 비친다. 기품있고 고고한 소녀가 예상외로 탄력있고 볼륨이 큰 편이라는 것은, 체육수업등을 훔쳐본 남자아이들을 통해 서클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다.
"......우"
작은 소리가 들려온 것은 기분탓이었을까.
홍일점인데다가, 서클내에서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태나 외모최고의 소녀가, 내 바로옆에서 치한에게 당하고 있었다.
<02 ~토노.17세 장마~>
또 치한. 그것을 알아챈것은 학교의 가장 가까운 역에서 타고나서 몇분정도 지난뒤였다. ---꽤 큰 키가 문제인지, 치한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키가 작은 아이들보다도 허리의 위치가 높기때문에 만지기 쉬운지도 모르지만, 그런건 내가 바란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도 문제는,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남자의 존재였다. 같은 학교의 같은 검도부이자 주장으로 있는 타카에 히비키.
--- 서클이라고 하는 것은 여름대회가 끝나면 3학년은 졸업해 버린다... 그래서 작년여름부터 검도부의 여자는 나 혼자만남게 되어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좋을수도 있는데, 서클에서 나는 혼자 붕 뜨여진 존재가 되어 있다. 그런데 치한을 만나고 있는 상황같은걸 보이게 되면 어떻게 될것인가... 여자로서 끈적끈적한 시선이라도 받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참을수가 없다.
그런 자신의 갈등과는 상관없이, 스커트안에 들어와 있던 손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싫어....."
안아들듯이 앞에서 속옷위로 더듬어 들어온 손에 나는 질끈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엉덩이를 애무당한적은 많았지만, 앞쪽에서 그러는 것은 처음이었다. 더구나, 옆에서 독서에 빠져있는 주장 덕분에 당당히 격퇴조차 할수없는 최악의 상태로, 패닉상태에 빠져버릴것만같이 된 나는 금속 손잡이를 힘껏 쥐어당겼다. 이것이 죽도였다면 단순에 이 둘을 두들겨버리고 싶다. ---알아채지도 못하고 도와주지도 않는다는 것은 마찬가지 죄가 아닌가. 같은 죄로 치고 주장을 격퇴해버릴수만 있다면 자기가 놀림받는 따위의 일은 없을 것이었다.
".....우"
입술에서 소리가 새어나왔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치한은 즉각 격퇴해버렸었기 때문에, 계속 만져진 일은 없었었다. 치한이라고 하면 누구나 이렇게 하는건가....? 그 손가락의 움직임에 어느사이엔가 몸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만지게 하지않았던 곳을 만지게 할정도로 참지않으면 안되는 문제일까... 다음 역에 도착하면 곧바로 내려버려야지. 차에 타지 말것을. 급행열차의 한 역은 너무나도 길다.
<03 ~히비키.17세 장마>
생각해보면, 나는 나기의 외관적인 모든것을 알고 있다. 그 인식이 다른 여성에게 통용될지 어떨지는 알수없다.. 그리 크게 다를게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만큼, 호기심이라고 하는것도 역시 존재한다. 아니, 먼저 동생을 기본으로 하고 생각하는것을 위험하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서클의 홍일점에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수 없었다.
그 여자가, 내 옆에서 치한에게 당하고 있다.
도전적이고 품위있어보이는 그 모습이 지금은 눈썹을 바르르 떨면서 참아내고 있다.. 그것은 숨이 막힐것만같은 광경이었다. 어째서 저 시원한 태도로 격퇴해버리지 않는 것일까, 그런 의문도 든다. 치한의 손은 분명히 소녀의 아랫도리로 용서없이 미끄러져 들어가 있어서, 어디를 만지고 있는지는 자세히 알수없어도 멋진 치한짓을 하고 있는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디에 저정도의 힘이 있는건지 알수없는 갸날픈 손가락은, 손잡이를 강하게 쥐고 있는것이 핏기가 완전히 사라져 병적인 흰빛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 도와주는 것은 기가 센 소녀에게 있어서 굴욕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내 뒤쪽에도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남들의 눈앞에서 당하고 있는 소녀.. 그래, 바로 남자 둘에게 애무당하고 있는 상황 그것이었다. 치한은 실제로 소녀를 애무하고, 나는 그것을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관찰하고 있다.
긴 포니테일이 커다랗게 흔들렸다.
스커트 자락에 보인 작은 천조각에, 나는 침을 삼켰다. 슬립같은것과는 다른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했다.
"---무라우에 아냐"
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나는 얼굴에 힘을 주었다.
"뭐야, 같은 차였으면 진작 말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연습때문에 힘들지?"
소녀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을 계속하는 나는, 시야의 아래쪽에서 스커트밑의 벌레가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에..., 에에, 그래"
어지러워진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소녀가 반사적으로 스커트를 내 시야로부터 가방으로 가리며 또 그 다른쪽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스커트안을 제대로 바로잡고 있을 것일 것이다.
<04 ~토노.17세 장마~>
갑자기 나타난 구조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고민하고 있었다.
치한짓을 알아챈 것일까, 아니면 그저 단순히 내 존재를 알아챈것뿐인가... 기분나쁜 침묵이 될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나는 입을 열수가 없었다.
(뭐야... 이 사람)
쥬스캔이라도 같이 마시자는 말에 어째서인지 간단하게 오케이를 해버린 이유를 알수 없다는 점이 불쾌하게 정신을 어지럽히고 있다. 도대체 왜 쥬스같은것을 마실 생각이 들었는지, 부원과 주장이라는 사이니까 그냥 놔둬주면 좋을 것을...
"------에...?"
문이 열린 순간, 내 몸은 홈쪽으로 크게 흔들렸다. 차내는 만원이라고 불리기에는 꽤 여유가 있는 상태라 누군가에게 밀렸기 때문은 아니다. 어째서인지 무릅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손잡이를 고쳐잡을 여유도 없이 쓰러져내리는 내 손에서 가방이 떨어졌다.
홈에 무릎을 꿇고있는 나를 서클 주장의 팔이 안아올린다.
"그렇게 강한 체할 필요없어"
---
"서클 사람들한테 말하면, 때려줄꺼야"
"하아 그래... 입막이하는 대신, 매일 오는길에 쥬스캔 1개면 어때?"
볼에 작렬했던 손자국에 적신 손수건을 대고 있는 상대를 삼킬듯이 노려보는 나에게, 타가에는 쓴웃음을 띄웠다.
"....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작업을 거는게 아니라는건 확실해. 그저...."
"그저?"
"여동생이 골치아파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그말에, 어째서인지 내 볼이 뜨거워진다. 반사적으로 또 뺨을 때리려는듯한 손을 강하게 움켜잡히고, 나는 타카에 히비키를 노려보았다.
"시스콘(역자주: 시스터 콤플렉스)"
내 그런 말에 타카에 히비키는 쓴웃음을 띄운다.
<05 ~히비키.17세 장마~>
(----기분이 좋은가봐)
그렇게 말했을 때의 나기의 표정을 떠올리면서 나는 자전거를 역앞 사거리에서 주차장으로 곧바로 몰아들어갔다.
애초부터 아침연습때문에 빠른편인 통학시간이 그보다 다시 30분정도 빨라졌는데도, 나기는 변함없이 아침식사만큼은 직접 만들려고 해준다... 멀리 다니는 나와는 달리 부근의 중학교를 다리는 여동생은 5시쯤에 일어날 필요는 없다고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거기에 요즘 미안함이 아닌 소홀함을 느끼는 것은, 오만이라고 하는 것일까.
통학은 자전거로 역까지 10분, 급행전차로 45분... 그것이 30분 빨라진것은, 한 역을 되돌아오기 위해서였다.
---
이상하다고 하지않을수 없는 일이 늘어간다. 인간관계라고 하는게 그러한 것일런지도 모른다. 남자보다 강하고 유단자인 소녀가, 도대체 왜 샐러리맨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평범한 남자에게 치한짓을 당해버리는 것일까. 그것을 그냥 봐주는... 아니 결코 봐주는 것이 아닐테지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이 나에게는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였다. ---하지만, 그 참고있는 성적인 표정에 열정을 갖고있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될것이다.
스토커라고 부르면 좋을까, 매일아침 그녀는 같은 남자에게 노려지고 있다고 해야할듯 하다. 요 며칠밖에 모르지만, 마치 프로그램 루틴처럼, 탄 직후에 그녀의 몸을 기대게 하는 듯한 모습으로 문과 내 사이에 예상외로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몸을 숨겨준다.
"---뭐야....."
아마도, 밀리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자흉내가 그녀의 역린을 건드린듯 하다.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기분나쁜 듯한 작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창밖을 내다보는 나는, 혼잡한 차내에서 상대가 밀리지 않도록 창에 댄 팔꿈치가 굽혀지지 않게 힘을 준다. 나기와는 다른 샴프의 향기는 겨우 며칠만에 익숙해질리도 없는데, 이상하게 나에게 의식하게 만든다.. 이 소녀는 동생과는 다르구나 하고...
하는데, 갑자기 내 팔에 무너지듯이 소녀의 무릎이 무너져내렸다.
<06 ~토노.17세 장마~>
차가운 포카리스웨트 캔을 이마에 대고 있던 나에게, 타카에 히비키가 젖은 손수건을 갈아놓아주었다.
"---빈혈이야?"
그말이 여성특유의 달마다의 그것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볼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서클의 주장을 노려보았는데도, 상대는 이런 곤란하군 하는 표정이 아닌 예상외로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그렇게 짧게 야단치는 정도로는, 역의 벽에 기대듯이 앉아있는 상태로는 그리 위압적으로는 느껴지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몇개나 전차를 그냥 보내버렸을까.. 적어도 아침훈련에는 이제 시간을 맞출수 없을듯 하다.
"빨리 가. 지각이라도 가는게 나아. 지역대회 얼마 안남았으니까, 주장으로서 제대로 해야지"
"하루 정도 쉬어도 상관없어. 좀전에 미야노시타의 핸드폰에도 연락해 뒀고"
"..... 고맙다는 생각같은거 난 전혀 안들어"
"알고 있어"
그렇게 짧게 대답하고는, 타카에 히비키는 내 옆에 나란히 앉는 듯이 벽에 기대앉았다.
---
"왜 전차를 안바꿔?"
"억울하잖아, 내가 왜....."
"...... 알것같기도 하고 모를것같기도 하고"
난감해 하는 얼굴을 하는 타카에 히비키에게 나는 조금 콧소리를 낸다. --- 스스로도 잘 알수 없는 심리상태였다. 용서할수없는 짓을 그대로 받아들이느니 그냥 전차를 한차례 일찍 타던지 늦게 타던지 하면 될것을. 그런데 그렇게 할수없는것은 어째서일까. 무릎에서 힘이 풀리면서 무의식중에 눈앞의 남자에게 무너져내려버렸던 순간의 느낌을 생각해내면서, 나는 캔을 볼에 가져다 대었다.
"싫어....."
짧은 웅얼거림에, 타카에 히비키가 슬쩍 고개를 갸웃한다. 남자다운 듬직하게 묵직한 아름다움에 나는 입을 다문다. 이유를 말할수는 없다.
<07 ~히비키.17세 장마~>
언제나 강직했던 소녀검사의 어린아이같은 천진난만한 표정에, 나는 나도모르게 웃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어딘가, 닮았군)
얼굴이나 몸매, 성격도 닮아 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웠지만, 이 소녀는 어딘가 동생과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그냥 놔둬도 될 사태에도 그냥 놔둘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아마도, 상대에게 있어서 자기는 최고라고는 말할수 없어도 꽤나 허세를 부려보고 싶은 대상인듯 하다.. 그 정도는 반응을 보면 알수있다. 유일한 검도부원으로서 속좁은 생각을 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자기가 어떻게 해볼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기의 행동깊숙히에는 어리광이 있다. 그렇다면, 이 소녀의 행동 깊숙한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좀전까지 남자에게 나쁜짓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꽤 상기되어 있는 볼의 풍만함에, 나는 집의 문틈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성적으로, 나는 이 여자를 의식하고 있다.
그것은 끌어당겼던 팔에 있기도 하고, 팔랑거리며 흩날리는 샴프의 냄새에 있기도 하고, 살짝 스치는 길고 숱많은 머리카락에 있기도 하다.. 그저 별것없는 접촉에 지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욕망을 증식시키는데에는 충분했다.
"왜 그런 고생을 사서하는거야?"
감정풍부한 소녀의 목소리에, 나는 지금이라도 비가 내릴것만 같은 하늘에서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의지 굳어보이는 눈동자에 시선을 돌렸다.
"........ 여동생이 골치아프게 굴고 있어서, 어떻게 대처해야될지 모르겠어. 그렇게 말했었던...가"
"퍽이나 동생 생각하는 오빠네"
매일 오빠를 유혹하는 동생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나에게 있어서, 동생처럼 생각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녀는 모른다. ---동생이 아닌 다른 소녀였다면, 욕망도 금기로는 되지 않는다. 짐승이 될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건강한 남자라는, 그런 자각은 있다.
<08 ~토노.17세 장마~>
어딘가 내 상태가 미쳐돌아간다.
스스로도 어째서 계속 타고 있는지 알수 없는 전차에, 왜 멀리 돌아서까지 나를 도와주고 있는지 모를 주장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를 일이 산처럼 쌓여있는듯한 기분이 든다. 더구나 그 원흉과 같이 아침훈련을 빼먹게 될줄은 생각조차 못했었다.
비의 냄새가 짙어져 가는 것을 맡으면서, 나는 포카리스웨트의 캔을 손안에서 돌린다.
"오늘은 쉬는거야?"
"빈혈같은게 아니라고 말했잖아!?"
명확한 말투로 말하는 나에게, 타카에 히비키는 진지한 얼굴에 이상하다는 표정을 띄운다. ---언제나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 주장은, 우둔하다고 말할수 있는 모습도 아닌데도, 어딘가 내 상태를 미치게 만든다.
"비가 올것같은데"
"올거야. 비냄새가 나"
"비오는 날은, 몸상태가 묘해져... 그렇게 느껴본적 없어?"
잔잔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나는 윗쪽으로 묶고 있던 포니테일을 흔들었다. 비오는 날은 머리카락이 무겁다.
"꽤나 땡땡이치게 만들고 싶나보네"
"지정석값(yume주: 얘네들이 타는 전차는 일종의 통학열차. 좌석과 입석차표의 차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이라면 낼께. 아침훈련 시간만 보내자"
".... 중증의 시스콘이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맞은편의 홈을 보았다. 지금 있는 이 홈은 꽤나 복잡했지만, 저쪽 홈은 사람도 그리 없다. 아침훈련에 갈 생각이었으니 아직 꽤 이른 아침. 반대쪽으로 가는 전차는 일부러 지정석을 끊을것도 없이 앉을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필요이상으로 미움받을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그것을 그만두게 하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스스로도 쉬고싶다고 하는 욕구가 있었던 것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데에 대해서는 저항이 있었다.
묘하게 기세좋게 벽에서 일어나 계단으로 걸어나가는 내 등에, 타카에 히비키의 조용한, 하지만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09 ~히비키.17세 장마~>
조용히 홈에 미끄러져 들어온것은 통근용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레저용으로 생각되는 특급열차였다. 자동발매기에서 구입한 지정차량의 앞에 선 내 눈에, 뒤에서 기분나쁜듯이 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문의 유리에 반사되어 비친다. --- 일반열차의 지정석표는 쌌지만, 고교생이 통학용으로 쓰기에는 어울리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치한짓 뒤에 같은 전차에 계속 탄다는 것에는 전부터 저항감이 있었다.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순식간에 빗발이 기세져서 홈의 끝을 적셔가고 있다. 약간 간격이 있는 승강장에 서서 손을 내민 나에게, 소녀는 흠칫한 후 볼을 붉혔다.
"왜 에스코트 받지않으면 안되는거지"
"자... 기다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밟고 들어온 소녀의 발이 차간의 디딤대를 밟고 올라선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소녀의 손을 잡았지만, 그 덕분에 타이밍이 흐트러져 넘어지는 것을 막을수가 없었다.
몰골사납게 두사람 나란히 문간에 넘어진 그 뒤쪽으로, 자동문이 닫힌다.
"....."
"미안"
귀까지 빨갛게 되어 있는 소녀가 노려보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소녀의 위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지만, 이번에도 내민 손은 무시당했다.
문간옆의 화장실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배웅한 후, 몰골사나움을 느끼며 나는 턱에 손을 대었다. --- 깊게 밀고 들어갔었던 무릅에 전해지는 허벅지사이의 후끈거리는 느낌이 생생하다.
---
지정석에 도착한 나는 기분우울함을 느끼면서 창밖을 쳐다보았다. 빗발은 점점 강해지면서 회색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거리를 덮었지만, 우울함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더러운 감정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떠올라 온다. 상대는 치한짓의 피해자라고 하는 사실을, 왠지 나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10 ~토노.17세 장마~>
문에 기대서서 나는 커다랗게 숨을 쉬었다.
"알아챘을까.....?"
스스로의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나는 휴지를 힘껏 움켜쥐었다. 인정하고싶지 않은 일과 알수없는 일들이 머릿속을 휘몰아치면서, 수치심이 그 영역을 넓혀간다. 이상하다. 너무 이상하다. 자존심은 남보다 몇배 더할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어째서 치한따위가 멋대로 굴게 내버려두었던 것일까. 저 전차에 계속 타고 있는 것일까. 이 몸의 반응은 도대체 뭘까.
"----후아....."
티슈로 닦는 감촉에, 문에 기대선채로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사실을 얼버무리려하는 꼴보기싫은 짓과 패배자와도 같은 몰골사나운 사실에, 미간에 눈썹을 찡긋거리면서 나는 몇장이나 티슈를 소비하고 있다. 아무리 닦아봐도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닦지않고 있는 것도 이상할 것이다. --- 더구나 같은 차안에는 타카에 히비키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묘한 감각의 숨막힘에 커다랗게 다시 쉰 숨은, 어째서인지 떨리고 있었다.
나날이 자신이 이상하게 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어째서 전차를 바꾸지 않는것일까... 매일아침 못된짓을 당하고 있는것이 끔찍할텐데도, 약점을 잡힌 스트레스일까. 보디가드같은 느낌의 주장의 시선을 느낄때마다 자기에게 변화가 오는것을 느낀다.
티슈너머로 오는 싫은 감촉이, 자기가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개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가짐을 바로하고, 손을 씻은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문을 열었다.
정면의 세면대 벽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키큰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냥 무시하고 자리로 향하려고 하는 내 팔을 햇볕에 탄 거무스름한 손이 잡는다. 두근거림을 느끼면서도 팔을 뿌리칠수 있었던 것은 좁은 세면장에서 두사람의 몸이 딱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울면서 가는건 그만둬"
눈매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가락에, 나는 처음으로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11 ~히비키.17세 장마~>
여자아이의 눈물이라는 것은, 아마도 익숙해질수 없는 게 아닐까. 요즘엔 그다지 울지 않지만 나기도 옛날에는 자주 고개를 흔들면서 울었었는데... 하지만, 지금 앞에서 흘리고 있는 눈물은,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는 만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곤란한 것이었다.
자기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흠칫하면서 황급히 힘주어 눈을 부비려고 하는 손을 나는 잡았다.
"부비지마"
"뭐야 도대체!"
그건 이쪽이 하고싶은 말이야, 그런 말을 나는 꿀꺽 삼켰다. 싸움에 진 야수를 연상시키는 소녀의 표정은,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주제에 그래도 지금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물고 늘어질듯한 도전적인 모습이었다. 필요이상으로 이를 악무는 그 태도가, 갑자기 나기의 그것에 겹씌워 보인다.
"허둥대지마.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갔을 거야"
세면장이라고는 해도 그저 커텐을 쳐놓은 정도인 그곳은 통로에서 보면 소녀와 나의 무릎아래만 보이는 상태여서, 아무리 울고 있다는 것을 숨기려고 해도, 그것은 꽤 이상하게 보일만한 것이었다.
"눈에 뭐가 들어갔다니, 제멋대로 들어와서 커텐이나 치고 뭐하는거야!"
"아직도 모르니, 너"
좀전부터 의식은 하고 있었지만, 저 붉게 물든 몸을 알아챈 뒤부터는 분명 소녀의 몸은 남녀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요염한 공기를 흘리고 있었다. 살짝 땀에 젖은 붉게 물든 살결도 어딘가 알수없이 음란한 느낌이 든다.. 아니, 실제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남자들에게 느낄수 있는 상태로 놔두고 싶지 않았다. ---다른 남자의 호기심어린 시선에 눈앞의 소녀를 내놓기에는 불유쾌한 저항같은 느낌이 있었다.
"뭐가!"
"허둥대지마"
혼란스러웠던 것인지 그냥 반사적인 반발이었는지. 소녀의 갸날픈 어깨를 세면대의 거울에 눌러붙이고 나는 입술을 겹치며 말을 막았다.
<12 ~토노.17세 장마~>
그것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 나는 순간 알수가 없었다.
높이 묶은 포니테일과 뒷머리가 거울에 눌러붙여지고, 그리고 이빨과 이빨이 기분나쁘게 서로 부딪힌다. 치약느낌인듯 싶은 민트의 맛은 우리집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
그것이 첫키스라는것을 알아채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은 내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부드럽게 겹쳐지는 것일 것이라는 상상과는 다르게, 그것은 황급히 덮여가는 것이었다.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이빨과 혀에, 잡아덮치듯이 내 손을 움켜잡은 타카에 히비키의 손힘에 손가방을 세면장의 탁자위에 떨어뜨렸다. 그것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입안을 애무하는 혀를 물어뜯어버리면 좋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러는것은 주저되고 있다. ---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고 하는 의식과, 더이상 어쩔수없다는 패배감이 섞여있는 중에, "타카에 히비키"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
"어떻해서든 밖에 나가고 싶으면 향수라도 바르는게 나아. -- 안좋은 냄새가 나"
분명 주장에게는 최강의 실력이 필요했지만, 타카에 히비키는 그이상으로 조용하게 강직한 사람이라는 점때문에 뽑혔다고 볼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무엇인가. 무서운 일면을 봐버렸다고 하는 느낌이 든다. 짧게 말을 남기고 통로로 나간 남자가 커텐을 바로해준 것은 본래의 그다운 배려였을까. 변해버린 태도에, 세면대끝에 허리를 기댄채로 나는 잠시동안, 망연자실해 있었었던 지도 모른다.
가슴의 쓰라림은 어째서일까. 내일부터의 서클활동에의 불안인가, 무참한 첫키스에의 상처인가, 아니면 타카에 히비키의 표변한 태도에의 공포인가.
평소라면 잠시 기다려서 가라앉혔을 터인데, 굴욕감과 동시에 높아지고 있던 몸의 기묘한 감각은, 알아챈지 얼마안되서 어느샌가 가라앉고 있었다.
--- 분노와 동시에 밀려드는, 이 외로움과 닮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히비키.토노.17세 장마~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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